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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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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3. 로버트 맥키(Robert Mckee)의 관점
3.1. 플롯의 정의3.2. 세 가지 플롯
3.2.1. 아크플롯(Arch-plot)3.2.2. 미니플롯(Mini-plot)3.2.3. 안티플롯(Anti-plot)3.2.4. 이야기의 삼각형
3.3. 논플롯(Non-plot)3.4. 플롯과 장르3.5. 플롯과 스토리3.6. 플롯의 선택
3.6.1. 아크플롯과 창조적 한계
4. 존 트루비의 관점5. 로널드 B. 토비아스의 관점6. 스티븐 킹의 관점7. 교육 학과8. 플롯의 전개, 종류9. 관련 문서

1. 개요

플롯(plot)은 구성이라고 번역된다. 간단히 말해서 인물, 사건, 배경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스토리를 구성한다는 의미이다. 문화예술의 용어가 다 그렇듯이, 플롯을 정의하는 객관적인 이론은 없다. 다만 역사적으로 소설의 구성단계 같은 플롯을 통해 어느 정도 기준화한 시도가 있다. 대표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 하지만 결국 마치 미술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 라고 말하는 것이 주관적인 영역이듯, 플롯 또한 주관적인 영역에 속한다. 때문에 '플롯'은 일반적으로 이게 먹힌다는, 주관적으로 이게 좋다는 영역에 속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러 거장의 이론들을 소개한다.

2.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

아리스토텔레스시학은 플롯(plot)에대한 명철하고 논리 정연한 기술(description)에서 잘 알려진 훌륭한 고전이다. [1] 현대의 스토리텔링 이론과 플롯을 짜는 도구[2]역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논리학에 기반하고 있다.

3. 로버트 맥키(Robert Mckee)의 관점

할리우드의 영화, 광고 연출 컨설팅 전문가다.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스토리텔링의 구루(Guru)[3]로 불리는 인물이다. 아래 서술들은 로버트 맥키의 저서 2권을 정리한 것들이다.

3.1. 플롯의 정의

플롯이란 작가가 특정 사건들을 선택하여 시간 속에 직조해 넣는 일, 혹은 그러한 행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사건의 흐름을 말한다. 어떤 사건을 포함하고 어떤 사건을 배제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사건을 어떤 사건 다음에 배치할 것인가? 이 선택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플롯이다.

이야기에서 사건이란 등장인물이 "삶의 의미(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갈등"을 해결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이 때의 의미(*가치)란 삶/죽음, 사랑/미움, 자유/속박, 진실/거짓, 용기/비열, 충성/배반, 지혜/어리석음, 강함/약함 등 인간이 보편적으로 겪는 서로 대립(갈등)하는 가치 관계를 의미한다. 이렇게 갈등하는 가치 속에서 등장인물은 본인이 원하는 가치를 얻기 위해 발버둥친다. 어떨 때는 부정적인 상황에 처하고, 어떨 때는 다시 긍정적인 상황으로 변화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예를 들어 교도소의 벽이 무너졌다고 가정해보자. 주인공은 그곳에 오랜 기간 갇혀 있는 수감자였다면 이때에는 건물의 변화가 해당 인물에게 특정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속박→자유). 이렇게 탈출한 주인공을 경찰들이 추적하고 다시 주인공을 붙잡는다.(자유→속박) 주인공은 경찰로부터 다시 도망친다.(속박→자유) 이렇게 서로 대립되는 가치를 오가며 사건이 진행된다.

갈등의 종류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내적 갈등은 마음, 몸, 정서 같은 것들로 인해 야기되는 갈등을 말한다. 개인적 갈등은 가족, 친구, 연인들과 같이 일반적인 사회적 관계보다 훨씬 긴밀한 친분 관계에 있는 인간들에 의해 야기되는 갈등을 말한다. 초개인적 갈등은 사회적 기관과 개인 사이의 갈등, (긴밀한 관계가 아닌) 개인들 사이의 갈등, 인공적이거나 자연적인 환경들과의 갈등 등을 말한다. 갈등을 통해 얻어진 것이 아니라면, 설령 등장인물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고 해도 이야기적 사건이라 부르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감옥에서 장기 수감 중인 인물이 지진으로 벽이 무너져 우연히 탈옥에 성공했다면, 인물이 처한 상황의 가치는 구속에서 자유로 크게 변화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우연으로부터 만들어진 변화이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그 인물이 누명을 쓴 것이었다면 어떨까(초개인적 갈등-사회적 기관)? 수감 기간 중 본인의 누명을 증명해줄 수 있는 신참 수감자가 들어와 상황이 개선될 기회가 생기지만, 인물을 내보내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교도소장이 그 신참을 죽여 입을 막아버린다(초개인적 갈등-긴밀한 관계가 아닌 개인). 이러한 상황에서 인물이 수십 년간 계획하고 준비해 온 탈옥을 성공시킨다면, 그 모습은 독자 및 관객들에게 희열을 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때의 변화는 갈등으로부터 촉발된 변화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내적/개인적/초개인적 갈등을 통해 등장인물의 삶의 성격이 긍정에서 부정으로, 혹은 부정에서 긍정으로 변하는 걸 이야기적 사건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사건들을 시간 속에 잘 배열하여 이야기 전체적으로 등장인물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작업, 혹은 그 결과로써 나타나는 사건의 흐름이 플롯이다. 다시 말해 개별 사건들을 잘 선택하고 배열하여 이야기라는 하나의 거대한 사건을 만들어내는 작업,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사건의 흐름을 플롯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플롯이 허술하다[4]는 말은 있어야 할 사건이 없거나, 없어야 할 사건이 있는 것, 혹은 사건들 간의 배열이 잘못된 것을 의미한다. 플롯이 없다는 말은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서 아무런 가치 값의 변화가 없는 것, 즉 이야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무런 이야기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뜻한다. 플롯이 여러 개(다중 플롯)라는 말은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사건의 흐름이 여러 개라는 말이다.

3.2. 세 가지 플롯

위의 항목을 읽고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작가라고 해서 아무 사건이나 선택하고 마음대로 배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플롯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플롯을 짜는 근본 방식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고, 작가는 어떤 플롯을 선택했는가에 따라 사건의 선택과 배열에 제약을 받는다. 이 한계를 구성하는 원칙들에 따라 플롯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아크플롯(고전적 설계), 미니플롯(미니멀리즘), 안티플롯(반 구조)이 그것이다. 이 세 플롯은 사건의 인과성, 사실성 등과 같이 이야기의 근본적인 요소들을 기준으로 분류한 매우 큰 범주의 구분이다. 물론 로버트 맥키의 관점일 뿐이니 자신만의 세분화된 기준을 만들어도 된다.

3.2.1. 아크플롯(Arch-plot)

아크(Arch)는 '동종의 다른 것들보다 우월한'이라는 의미의 접두사이다. 이야기의 고전적 설계라고도 부르는 이 플롯은 말 그대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회들에서 근본적이고 불변하는 이야기 구성의 원칙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소비되는 절대 다수의 이야기들은 이 아크플롯을 따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 플롯의 세 분류 중 남은 두 분류인 미니플롯과 안티플롯은 사실상 이 아크플롯의 변주이기 때문에 아크플롯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크플롯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주로 외부의 저항 세력과 맞서 싸우는 활동적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건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주인공의 활동은 연속적인 시간을 통해서, 연속적이고 인과적으로 연결되는 허구적 사실성 속에서, 절대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로 마감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속된다.

아크플롯을 채택한 이야기들의 보편적인 흐름은 아래와 같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주인공의 삶의 균형이 깨진다. 이로 인해 주인공의 마음속에는 깨진 삶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의식적, 무의식적 욕망이 일어나고 주인공은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적대적인 힘들(내적, 개인적, 초개인적)에 맞서가면서 자신의 욕망의 대상을 추구해 나가게 된다. 마침내 주인공의 행동은 모두 바닥나고 마지막 하나의 선택만 남게 된다. 주인공은 궁극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로 인해 절대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가치의 대변화가 일어난다. 이 변화는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고 아이러니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을 간단히 일컬어 이야기라 한다.

이를 영화 <쇼생크 탈출>에 적용시켜 보면 다음과 같다.
(스포일러) [ 열기 · 닫기 ]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주인공의 삶의 균형이 깨진다 : 잘나가던 은행가였던 주인공은 아내와 아내의 불륜남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로 인해 주인공의 마음속에는 깨진 삶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의식적, 무의식적 욕망이 일어나고 주인공은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적대적인 힘들(내적, 개인적, 초개인적)에 맞서가면서 자신의 욕망의 대상을 추구해 나가게 된다 : 주인공은 감옥 내 강간 집단, 간수, 교도소장 등과 갈등을 겪으며 교도소 내에서의 생활을 안정화시키는 동시에 오랜 기간에 걸쳐 탈옥을 준비한다.
마침내 주인공의 행동은 모두 바닥나고 마지막 하나의 선택만 남게 된다 : 합법적으로 누명을 입증할 방법이 사라지자 주인공에게는 좌절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할 것인가, 희망을 잃지 않고 탈옥을 감행할 것인가의 선택만이 남게 된다.
주인공은 궁극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로 인해 절대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가치의 대변화가 일어난다 : 주인공은 탈옥을 선택하고 실행에 옮겨 성공한다. 이로 인해 오랜 감옥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다.

아크플롯의 대체적인 특징을 간단히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닫힌 결말, 외적 갈등, 단일 주인공, 활동적인 주인공, 연속적인 시간, 인과성(개연성), 일관된 사실성(핍진성)[5].

아크플롯을 차용한 작품의 예시 : 대중적으로 널리 소비되는 대부분의 이야기들.

3.2.2. 미니플롯(Mini-plot)

미니멀리즘이라고도 불리는 이 플롯에서 작가는 아크플롯의 틀을 따르되, 아크플롯의 특징적인 내용들을 축소, 축약시킨다.

미니플롯의 대체적인 특징을 간단히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열린 결말, 내적 갈등, 다수의 주인공, 수동적인 주인공.

미니플롯을 차용한 작품의 예시 : 품행제로(1933), 감각의 제국, 희생(1986), 흐르는 강물처럼, 인생(1994), 러브레터(1995), 쉘 위 댄스(1996) 등.

3.2.3. 안티플롯(Anti-plot)

반(反) 구조라고도 불리는 이 플롯은 아크플롯을 뒤집은 것으로서, 전통적 형식에 대한 반항을 통해 형식적 원리들에 질문을 던지거나 혹은 그러한 원리들을 아예 조롱하고자 한다. 영화에서는 흔히 예술영화라고 불리는 영화들이 주로 차용한다.

안티플롯의 대체적인 특징을 간단히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우연성(비개연성), 비연속적 시간, 일관되지 않은 사실성.[6]
<특근>에서 한 젊은 사내(그리핀 던 분)는 맨해튼의 커피숍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자와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한다. 그 여자가 살고 있는 소호의 아파트로 가던 중 그가 가지고 있던 단 한 장의 20달러짜리 지폐가 택시 창문 밖으로 날려간다. 그는 창고를 개조한 그 여자의 아파트에서 아직 작업중인 기괴한 조각 작품에 자기가 잃어버린 것으로 보이는 20달러짜리가 호치키스로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의 데이트 상대인 여자는 갑자기 이미 계획되어 있던 자살을 감행한다. 지하철을 탈 돈도 없어 소호 지역에 고립된 그는 도둑으로 오인되어 그 동네 자율 방범 대원들에게 쫓겨다니는 신세가 된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미치광이 같은 인물들과 넘쳐 올라오는 변기 등으로 인해 탈주에 실패하던 그는 어느 조각 작품 속에 숨는다. 그런데 진짜 도둑놈들이 그것을 훔쳐서 트럭에 싣고 달아나다가 트럭의 문이 열려서 그가 문서 작성자로 일하는 회사의 정문 앞에 출근 시간에 맞춰 떨어뜨리고 나서야 간신히 빠져나오게 된다. 그는 신이 가지고 놀고 있는 당구대 속의 당구알처럼, 마침내 당구대의 주머니 속으로 떨어지는 그때까지 아무런 개연성 없이 이리저리 튕겨다닌 것이다.
로버트 맥키 <스토리>
<체인소 맨>에서 주인공 덴지를 노리고 미국의 데빌 헌터가 일본의 데빌 헌터 쿠로세로 변장한 후 덴지의 경호를 맡은척 하며 잠입한다. 이때 덴지의 직장동료였던 히가시야마 코베니가 몰고 온 자동차를 덴지의 또 다른 직장동료 파워가 멋대로 몰아보겠다며 억지를 부리고 코베니의 차를 뺏어 운전하다 실수로 덴지와 인사하던 가짜 쿠로세를 차로 쳐 죽인다. 이 때문에 가짜 쿠로세의 정체가 밝혀져 덴지는 암살 위험을 피하게 된다.
장 뤽 고다르의 <주말>에서 파리 출신의 한 쌍의 연인들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늙은 친척 아주머니를 살해하기로 한다. 친척 아주머니가 살고 있는 시골집으로 가던 도중에 현실보다는 환각에 가까운 사고가 일어나 그들의 빨간색 스포츠카가 부서진다. 별 수 없이 이 연인들이 잘 단장된 그늘진 골목길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데 느닷없이 에밀리 브론테가 19세기의 영국으로부터 20세기의 프랑스의 길거리로 날아와 자신의 소설 <폭풍의 언덕>을 읽는다. 이 연인들은 에밀리 브론테가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싫어서 라이터를 꺼내어 에밀리 브론테의 페티코트에 불을 붙여 그녀를 바짝 태우고는……, 계속해서 걸어간다.

고전 문학의 따귀를 올려붙인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런 장면은 다시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는 시간 여행에 대한 것이 아니다. 단 한 번 에밀리 브론테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과거나 미래로부터 날아오지 않는다. 규칙은 깨어지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로버트 맥키 <스토리>
다만 위의 특징들은 아크플롯에 대한 안티테제로써 나타난 것일 뿐, 안티플롯 자체의 고유한 특성인 것은 아니다. 안티플롯에 어떠한 보편적인 패턴이 생겨난다면, 그조차 안티플롯에서는 부수어야 할 대상이 되어버린다. 이 점이 안티플롯과 같은 해체주의 예술의 특징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안티플롯에 단 하나의 규칙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규칙을 깨뜨려야 한다"라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클리셰에서 자유로워 독자가 이후의 전개를 전혀 예상 못하게 만들지만 다루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작법이며, 잘못 썼다가는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 불가능한 괴작이 되어버린다.

안티플롯을 차용한 작품의 예시 : 루이스 부뉴엘 영화 대다수 (안달루시아의 개,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자유의 환상, 욕망의 모호한 대상), 몬티 파이튼의 성배, 천국보다 낯선, 특근(1985), 중경삼림, 로스트 하이웨이, 인히어런트 바이스, 소설의 누보로망, 토마스 핀천 소설 대다수, 구운몽(최인훈),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파이어 펀치, 체인소 맨[7], 안녕 에리), 연극의 부조리극, 등.

3.2.4. 이야기의 삼각형

'아크'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세 플롯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크플롯이며, 심지어 플롯이라는 단어를 오로지 아크플롯만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플롯의 개념을 혼동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이 경우 플롯을 고강도의 긴장이나 급격한 반전, 충격적인 전개라는 아주 좁은 의미로만 이해하고, 미니플롯이나 안티플롯을 따르는 이야기들을 '플롯이 없는 이야기'라고 말하고는 한다. 하지만 상술했듯이 플롯은 그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또한 많은 책이나 글에서 좋은 플롯의 조건으로 '인과성(개연성)'을 들고는 하는데, 실제로는 모든 플롯이 인과성을 지켜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안티플롯을 따르는 작품에서는 인과성이 의도적으로 무시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여전히 플롯(사건의 선택과 배열)이다.

파일:이야기 삼각형.jpg

어찌 되었든 위의 세 플롯에서는 시작과 끝에서 등장인물의 삶의 가치에 어떠한 변화가 생긴다. 즉, 이야기 전체적으로 이야기적 사건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같은 범주로 묶일 수가 있다. 작가는 스스로의 관점에 따라 본인의 이야기에 셋 중 하나만을 차용할 수도 있고, 둘 혹은 셋을 적절히 조합할 수도 있다. 각 플롯이 삼각형의 세 꼭지점에 놓여있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각각을 어느 비율로 도입했느냐에 따라 삼각형 내부의 적절한 곳에 위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아크플롯적인 이야기에 중간중간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을 사용한 인터뷰 장면이 들어가면서 안티플롯적인 색깔도 가미된 작품이 되었다.[8] 플롯의 삼각형에서 아크플롯의 꼭짓점과 안티플롯의 꼭짓점 사이 중간쯤에 위치하는 것이다. 펄프 픽션(1994)은 아크플롯과 미니플롯, 안티플롯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다수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각 주인공들이 겪는 갈등은 대부분 외적 갈등이다(아크플롯). 다만 제한된 영화 시간을 여러 주인공이 나누어 가지면서 플롯 하나하나의 밀도는 주인공이 한 명일 때보다 옅어지고 축소되었다(미니플롯). 동시에 각 장(Chapter)의 순서를 시간에 관계 없이 섞어 놓음으로써 관객들이 사건의 선후 관계를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려워졌다(안티플롯).

3.3. 논플롯(Non-plot)

플롯을 적절하게 선택한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플롯의 존재감이 희미한 이야기들도 존재한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서 등장 인물의 삶의 가치에 어떠한 변화도 없는, 이야기 전체적으로 아무런 이야기적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작품들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플롯을 논플롯(nonplot)이라고 한다. 논플롯을 채택한 이야기들은 정보를 주기도 하고 감동시키기도 하고 자체의 수사학이나 형식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관객들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는다. 아크플롯, 미니플롯, 안티플롯이 세 꼭지점을 이루는 이야기 삼각형의 바깥에서 느슨한 형태의 서사로 존재하는 셈이다.

이런 작품들에서는 이야기가 정체되고 순환된다. 보통 논플롯은 큰 연계 없는 에피소드/사건 위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돈 내고 극장에 앉아 90~120분 가량을 꼬박 집중해야 하는 영화 매체와는 궁합이 아주 좋지 않다. 그보다는 언제 어느 에피소드부터 보아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부담이 없을 필요가 있는 옴니버스물 TV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주간 연재 만화 혹은 웹툰과 더 잘 붙는다.[9]

논플롯 영화는 전후 현대영화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이탈리아 여행이 그 시조로 꼽힌다. 이 영화는 부부의 정신적 위기라는 제재로 별다른 사건없이 이탈리아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개봉 당시 혹평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이야기적 사건 없이 영화를 만들수 있다는 점에서 논플롯 영화의 효시가 되었다. 논플롯 영화로 유명한 감독으로는 존 카사베츠오즈 야스지로가 있다.

논플롯을 차용한 작품의 예시 : 로베르토 로셀리니이탈리아 여행, 존 카사베츠 영화 대다수 (그림자들, 얼굴들(1968)), 오즈 야스지로 후기작들 (동경이야기, 만춘), 박태원의 천변풍경, 미국 애니메이션옴니버스물(심슨 가족 등),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일상물[10]

3.4. 플롯과 장르

플롯의 의미가 헷갈리는 두 번째 이유는 장르라는 개념과의 혼동 때문이다. 이야기에서의 장르란 인물[11], 주제[12], 세계[13], 상징[14], 플롯[15] 등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패턴 별로 분류한 것이다. 장르와 플롯 간에 혼동이 생기는 원인은 장르를 분류하는 여러 기준들 중에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플롯이기 때문이다. 상술한 것처럼 이야기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기 때문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 어떻게 흘러가는가?(플롯)'를 일차적인 기준으로 놓고 이야기를 분류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러브 스토리 장르란?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범죄물 장르란? 범죄가 일어나 수사관 역할을 하는 인물이 그것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유로 플롯의 이름이 장르의 이름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럼에도 둘은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작가는 같은 장르의 이야기라도 서로 다른 플롯을 사용해 사건을 구성할 수 있다. 코미디 영화인 극한직업은 아크플롯을 따르지만, 마찬가지로 코미디 장르인 몬티 파이튼의 성배는 안티플롯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추리물의 하위 분류인 하드보일드 추리물은 아크플롯을 채택하지만, 또 다른 하위 분류인 일상 추리물은 미니플롯을 선택한다.

다만 명심해야 하는 것은, 이야기는 플롯보다 큰 개념이기 때문에 이야기에 대한 패턴을 지칭하는 단어인 장르는 플롯보다도 이야기의 구성을 더 구체적으로 제약한다는 점이다. 플롯은 어떤 사건을 선택하고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에 대한 한계를 설정할 뿐이지만, 장르는 인물, 주제, 세계, 상징, 플롯 모두에 제약을 가한다. 예를 들어 추리물 장르에서는 반드시 미스터리를 해결할 수사관 역할의 인물이 등장해야만 한다. SF 장르는 반드시 과학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세계를 다뤄야만 한다. 서부극에서는 리볼버 권총이라는 상징이 꼭 등장해야만 한다.

3.5. 플롯과 스토리

플롯의 의미가 헷갈리는 마지막 이유는 이야기(스토리)라는 개념과의 혼동 때문이다. 상술했듯 이야기는 플롯보다 훨씬 더 큰 개념이다. 이야기는 인물, 주제, 세계, 상징, 플롯 등의 여러 요소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엮어 인간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의 한 형식이다. 이야기는 다양한 측면을 가진 형식과 의미의 복합체이고, 여기에서 사건의 흐름(플롯)은 그 복합체를 구성하는 여러 측면 중 하나일 뿐이다. 플롯과 이야기는 애초에 서로 대등한 위치에 놓고 대조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다만 그렇다고 플롯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이야기를 신체에 비유한다면 플롯은 골격이라 할 수 있다. 골격이 없는 신체가 제 역할을 못 하듯이, 플롯이 없는 이야기는 이야기라고 부를 수 없다. 위에서 '플롯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이야기들에 '논플롯'이라는 단어를 굳이 붙인 이유도 실제로는 그런 이야기들에조차 플롯이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구성이라는 맥락에서 모든 이야기는 플롯을 바탕으로 한다.

3.6. 플롯의 선택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은유이고, 이때의 삶이란 작가 자신이 바라본 삶을 의미한다. 작가가 창작해내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은 모두 관객에게 이렇게 말을 건낸다. "나는 삶이란 이런 것이라 믿는다"고. 플롯을 선택하는 가장 이상적인 기준은 작가 자신이 이 세상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삶에 변화란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미미할 뿐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면 미니플롯을, 삶은 무의미한 순간들의 연속일 뿐이라 확신하고 있다면 안티플롯을 고르면 된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아크플롯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에는 완전하고 취소 불가능하고 닫힌 결말이 있으며, 자신들의 갈등의 주원인은 자신들 외부에 있으며, 자기 자신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있어서 유일한 활동적인 주인공이며, 자신의 삶은 연속적인 시간 속에서 지속적이고 인과적인 내적 연관성을 지닌 사실성에 근거해 유지되고 있으며, 모든 사건들은 바로 이 사실성 안에서 이해될 수 있고 의미 있는 이유를 가지고 일어난다고 믿는다. 우리의 가장 오랜 조상이 처음 자신의 힘으로 피워놓은 불을 바라보면서 <나는 존재한다>는 생각을 품었던 그 순간 이후, 이것이 바로 인간이 세계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자신을 보아온 방법이다. 고전적인 이야기 설계는 인간 정신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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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플롯은 고대의 것도 현대의 것도 아니며, 서양의 것도 동양의 것도 아니다. 모든 인류에 공통된 것이다. 관객은 이야기가 지루하고 자신에게 의미 없어지기 시작한다고 판단하면 바로 등을 돌린다. 이것은 지적이고 예민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사회적 배경에 관계없이 누구나 다 마찬가지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안티플롯의 비연속적인 사실성과 미니플롯의 내면화된 수동성, 그리고 논플롯의 변화 없는 순환성 등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은유로서 인정하지 못한다.
로버트 맥키 <스토리>
작가 스스로 확신하지 않고 있음에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플롯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의 '정치'는 본래의 뜻보다는 '누가 옳은지를 두고 서로 싸우는 행위'라는 좀 더 미시적인 의미에 가깝다.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정치와 예술이 서로 엮일 일이 없겠지만 현실에서 둘은 완벽하게 분리될 수 없다. 플롯의 선택에서 가장 주요한 정치적 대립은 바로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의 갈등이다. 영화 분야에서는 상업영화(헐리우드 영화)와 예술영화(유럽 영화)의 대립이 대표적이고, 문학에서는 장르문학순수문학 간의 대립이 유명하다. 상업적인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아크플롯을 선택하고 예술적인 이야기들은 미니플롯이나 안티플롯을 고르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그저 잘 팔린다는 이유로 아크플롯을 선택하거나 반대로 '있어 보이기 위해' 미니플롯이나 안티플롯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전자의 경우 질리도록 보아온 흔해빠진 이야기가 나오기 십상이고, 후자에서는 자기과시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젊은 작가들은 그저 뻔한 이야기가 되는 것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미니플롯이나 안티플롯을 고르는 함정에 빠지고는 한다. 그 결과 허세와 거짓이 본인들의 작품을 죽이게 된다.
이야기란 후설이 <객관적 상관성>이라고 표현한, 작가가 관객에게 심어놓고 싶어하는 감정과 생각의 총화, 즉 작가의 사상과 열정의 총화이다. 상업 영화를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상업주의의 오염을 피하기 위해 기묘한 선택만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 신경질적인 발작증의 문학적 등가물이 결과물로 나올 뿐이다. 마치 권위적인 아버지의 그늘에 묻혀 사는 어린아이의 절망적인 반항처럼 젊은 작가는 단지 파괴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상업 영화의 규범들을 때려부순다. 그러나 가부장에 대한 분노에 찬 부정이 곧 창의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주의를 끌기 위해 비행을 저지르는 것과 같을 뿐이다. 단지 남과 달라 보이기 위해 유별난 짓을 하는 것은 상업영화의 문법을 노예처럼 따라해서 성공을 거두는 것만큼이나 공허한 일이다. 작가는 자신이 확신하는 것만을 써야 한다.
로버트 맥키 <스토리>
정리하자면, 플롯을 선택할 때 웬만하면 아크플롯을 고르라는 것이다.[16]

3.6.1. 아크플롯과 창조적 한계

아크플롯을 고른다는 것은 아래와 같은 제약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첫째, 인과성(개연성)에 맞춰서 사건을 선택하고 배열해야 한다. 동기가 부여되어 있는 하나의 행동이 어떤 극적인 효과를 유발시키고, 이렇게 유발된 효과가 또다른 효과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인과관계로 연결된 사건들 간의 연쇄 작용을 통해 이야기가 절정에 이르도록 주도하는 것이 인과성이다. 아크플롯에서는 이야기의 작은 부분부터 거대한 요소까지 모두가 하나의 인과적 사슬로 연결되어, 제대로 파악할 경우 인물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과성의 네트워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야 한다.

둘째, 일관되는 사실성(핍진성) 하에 사건들을 골라야 한다. 이는 도입한 이야기적 설정들을 이야기 전체에서 일관되게 유지하고 적용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모든 허구의 세계들은 각각 자기만의 독특한 우주(세계관)를 형성하면서, 그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의 원인과 방법에 대해 자신들만의 규칙을 부여한다. 그 설정이 사실적인 것이든 기괴한 것이든, 어떤 원칙이 성립되고 나면 그 원칙은 바뀌어서는 안 된다.[17]
작가는 개인적으로 어떤 종류의 설정을 선택하고 그 설정 안에서 작업하는 방식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창조해 낸다. 이러한 속박을 고안해 냄으로써 작가는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계약에 스스로 묶이는 셈이 된다. 일단 관객이 작가의 사실성의 법칙을 포착하고 난 후에 작가가 자신의 법칙을 깨뜨리는 것을 보게 되면, 관객은 그 작품이 비논리적이고 설득력 없는 것으로 판단해서 그 작품을 거부하게 된다.
로버트 맥키 <스토리>
거듭 말하지만 어떤 이야기의 설정이 허구라고 해서 마음속에 떠오르는 아무 것이나 다 그 안에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세계에서든, 그 상상의 세계가 아무리 황당한 곳이라 하더라도 일정한 종류의 사건들만이 가능성과 개연성을 가진다. 즉, 작가의 사건 선택은 자신이 창조해 낸 세계가 부여하는 개연성과 가능성에 제한을 받는다.

이렇게 보면 아크플롯을 고르는 것이 작가의 상상력을 제한한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야기의 설계에 부과되어 있는 이러한 구속들은 창의성을 억제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긴다. 이야기에서 창의성이란 사건의 여러 경우의 수 중에 최선의 것을 선택하는 능력이다. 이때 선택 가능한 사건의 가짓수를 늘려주는 것이 바로 작가의 지식이다. 본인이 만들어낸 이야기 속 세계에 대한 작가의 완벽한 수준의 지식은 독창적이고 뛰어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제한된 지식에서는 제한된 선택지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상투적인 선택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작가가 습득할 수 있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작가가 지식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다루는 이야기 세계의 범위를 충분히 한정해줘야 한다. 이는 마치 수험생들에게 출제 범위를 정해 주는 것과 같다. 출제 범위가 적을수록 깊게 공부하기가 용이하듯이, 다루는 세계의 크기와 그 안의 우주 법칙이 충분히 한정될수록 작가의 지식은 보다 더 완벽해지며, 상상할 수 있는 사건의 가짓수가 늘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창조적 선택이 가능해진다. 이야기에서 한계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모든 뛰어난 이야기들은 좁고 잘 알아볼 수 있는 세계 안에서 일어난다. 어떤 허구의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뜻 보기에는 아무리 넓어 보이는 세계라도 사실은 상당히 좁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죄와 벌>의 세계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세계이다. <전쟁과 평화>의 세계는 혼란기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지만, 서로 연관되어 있는 가족들의 몇몇 인물들을 둘러싼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러시아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요새인 잭 리퍼 장군의 사무실과 미국 국방성의 전시 상황실을 배경으로 한다. 이 이야기는 핵무기에 의한 전 지구적 소멸에 관한 것이지만, 설정 자체는 세 군데의 장소와 여덟 명의 주요 인물로 제한되어 있다.

이야기 속에서 창조되는 세계는 그것을 창조한 한 작가의 정신이 충분히 감쌀 수 있고, 마치 신이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잘 아는 것과 같을 정도의 깊이와 세밀함을 가질 수 있도록 좁아야 한다. 내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제비 한 마리가 떨어지는 것도 하느님은 다 알고 계신단다." 작가가 창조해 낸 세계에서는 제비 한 마리도 그가 모르는 사이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 작품의 탈고가 끝날 무렵이 되었을 때 작가는 자신이 창조해 낸 세계에 대해, 등장인물들의 식사 습관으로부터 시작해서 그 세계의 9월의 날씨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가 던지는 어떤 질문들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깊이 있고 세밀하게 꿰고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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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대 이야기> 관계에는 이런 아이러니가 들어있다. 다루는 세계가 넓어질수록 세계에 대한 작가의 지식은 엷어지고, 그에 따라서 작가의 창조적 선택의 폭이 좁아질수록 이야기의 상투성은 늘어나게 된다. 다루는 세계가 좁을수록 그 세계에 대한 작가의 지식은 완전한 것이 되고 작가의 창조적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그리고 그 결과 상투성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완벽하게 독창적인 이야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로버트 맥키 <스토리>

4. 존 트루비의 관점

이야기의 해부(2008)
여행 플롯 주인공이 여행을 하면서 여러 명의 적수를 연이어 만나 그들을 각기 물리친 뒤 집으로 돌아옴.
삼일치 플롯시간, 공간, 행동 셋을 일치시켜 이야기를 진행함. 하나의 시간 동안(주로 24시간 이내), 하나의 장소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말함.
폭로 플롯주인공은 적수를 잘 알고 있지만, 적수에 관한 가장 결정적인 사실은 주인공과 관객들이 모르고 있음. 적수는 주인공의 약점을 공격할 수 있는 최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폭로의 순간 주인공과 관객이 그 공격이 어떻게 벌어졌던 것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충격을 받게 됨.
반(反)플롯거대한 사건보다는 인물의 섬세함을 표현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광범위한 기술을 활용함(시점과 화자의 전환, 이야기 구조의 확장, 비선형적 시간 등). 이로 인해 이야기가 파편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인물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궁극적으로 만족스러운 이야기가 됨.
장르적 플롯장르를 동원하여 플롯의 비중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것으로 영화나 소설에서 특히 선호함. 대부분 거대하고 때때로 이야기를 완전히 정반대로 뒤집을 정도로 강력한 발견을 강조함. 다만 장르가 미리 정해져 있다는 사실 때문에 관객이나 독자를 놀라게 할 수 있는 요소는 제한됨.
다중 플롯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크게 발달한 플롯. 주로 3~5개의 중심 플롯을 교차 편집을 통해 오가면서 진행됨. 각 흐름은 하나의 집단에 속한 다른 인물이 각기 이끌어감. 이 플롯이 훌륭히 적용되면 각 흐름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각각의 변주로서 의미를 가지게 됨.

5. 로널드 B. 토비아스의 관점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2007)
추구돈키호테는 사랑을 얻을 것인가?돈키호테, 오즈의 마법사
모험초점을 여행에 맞춰라해저 2만리,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추적도망자의 길은 좁은 게 좋다죠스, 터미네이터, 에일리언
구출흑백논리도 설득력이 있다스타워즈
탈출실패한 이후에 성공하게 하라빠삐용
복수범죄를 목격하게 만들어라햄릿, 스팅
수수께끼가장 중요한 단서는 감추지 마라도둑맞은 편지
라이벌경쟁자는 상대방을 이용한다벤허
희생자주인공의 정서적 수준을 낮춰라신데렐라
유혹복잡한 인물이 유혹에 빠진다파우스트, 맥베스
변신변하는 인물에는 미스터리가 있다늑대인간, 드라큘라
변모변화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피그말리온, 입맞춤
성숙서리를 맞아야 맛이 깊어진다허클베리 핀의 모험
사랑시련이 클수록 꽃은 화려하다오만과 편견
금지된 사랑빗나간 사랑은 죽음으로 끝이 난다로미오와 줄리엣, 안나 카레리나
희생운명의 열쇠가 도덕적 난관을 만든다카사블랑카
발견사소한 일에도 인생의 의미가 담겨있다여인의 초상
지독한 행위작은 성격결함이 몰락을 초래한다지옥의 묵시록, 오델로
상승&몰락늦게 시작해서 일찍 끝마친다대부, 이반 일리치의 죽음

6. 스티븐 킹의 관점


7. 교육 학과

8. 플롯의 전개, 종류

9. 관련 문서


[1]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The Poetics of Aristotle by Aristotle https://www.gutenberg.org/ebooks/1974[2] 플롯 디바이스 (plot device), 스토리보드 소프트웨어 등[3] 나이 있는 현자, 지도자 정도의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간디를 떠올리면 된다.[4] 영어에서는 '플롯에 구멍이 있다(plot hole)'는 표현을 쓴다.[5] '사실성'은 '실제성'과는 다른 단어이다. 예를 들어 좀비라는 존재는 현실에 '실제'하지는 않지만, 이야기 내에서 좀비에 대한 설정이 일관되게 유지가 된다면 관객들은 좀비를 이야기적 '사실'로써 받아들일 것이다. 즉, 일관적 사실성은 이야기 전체적으로 설정이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을 의미한다.[6] 하나의 이야기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각각 다른 종류의 사실성들에 근거하게 함으로써 이야기의 부조리성을 드러내게끔 하는 설정. 한마디로 말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핍진성을 파괴하는 것을 뜻한다.[7] 전작 파이어 펀치보단 덜하지만 안티플롯스러운 황당한 전개가 종종 벌어진다. 코베니의 애차 항목 참조. 그러나 체인소맨은 전체적으로 안티플롯보단 훨씬 아크플롯에 가까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8] 픽션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야기 장면과, 논픽션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인터뷰 장면(물론 실제로는 이 장면들 역시 픽션이다)은 관객들로 하여금 둘의 이야기적 사실성이 일치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픽션 장면은 인터뷰를 받고 있는 사람들 각자의 회상 장면인 걸까? 아니면 영화 내에서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재연한 걸까? 관객들은 실제 있었던 일들을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걸까?'[9] 물론 논플롯으로 한정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 잘 어울린다는 얘기이지, 대부분의 매체에서 주류는 여전히 아크플롯이다.[10] 웹툰에서의 일상물 장르는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 즉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다루기 때문에 논플롯에 들어가지 않는다. 생활툰 참조.[11] 남주물, 여주물 등[12] 독립, 자유 등[13] 현대물, 판타지물, 무협물, 사이버펑크, SF 등[14] 뱀, 십자가, 용 등[15] 연애, 모험, 성장, 배틀, 스릴러, 호러 등[16] 물론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들처럼 안티플롯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극대화해 대성공을 낸 경우도 있지만, 이 작가는 이미 수십 개의 단편 경험과 과거 장편 안티플롯을 다루다 처참히 실패했던 경험을 통해 철저히 수련에 수련을 거듭한, 이 분야에서는 거의 베테랑 작가이기에 가능한 것. 또한 이 작가조차도 무차별적으로 안티플롯을 때려넣다 망한 전작과는 달리 두 번째 장편인 체인소 맨부터는 어느 정도 대중성에 타협을 두면서 안티플롯 요소를 첨가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크플롯 구조를 유지하고, 클리셰를 상당히 차용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체인소 맨> 은 대중성과 예술성이 적당히 버무려져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바꿔 말하면 이 정도로 안티플롯을 잘 다루더라도 클리셰나 아크플롯적인 면을 완전히 배제하고서 쓰기에는 어렵다는 것. 쓸 수는 있어도 파이어 펀치가 그랬듯 소수의 마니아 계층을 제외하면 다양하고 많은 대중들에게 어필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단편 안티플롯보다 장편 안티플롯 작품에서 훨씬 두드러진다. 그리고 서술했듯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장편인 체인소 맨은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안티플롯보다는 아크플롯 구조에 훨씬 가까운 작품이다.[17] 사실 모든 장르들 중에서 판타지야말로 구조 면에서 봤을 때 가장 엄격하고 인습적이다. 독자 및 관객들은 판타지 작가로부터 현실로부터의 엄청난 비약을 기대하지만, 동시에 꽉 짜여진 개연성과 필연성도 요구한다.[18] 유혹하는 글쓰기는 20년 이상이나 지난 책으로, 현재의 스티븐 킹이 가진 관점과는 충분히 다를 수 있다.[19] 대표적으로 죽음의 지대 같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