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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가사 | 소설 | 희곡 | 각본 | 수필 | 평론 |
1. 개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시(詩 / poetry, poem)는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통합된 언어의 울림, 운율, 조화 등의 음악적 요소와 언어에 대한 이미지 등 회화적 요소를 통해서 독자의 감정 상태에 대한 정서나 호기심을 자극하게 하여 상상력과 배경지식을 높여주는 문학 작품의 한 형식이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시인도 많기 때문에 문학 이론서를 펼쳐보면 시의 정의에 대해 확실한 게 없다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의 형식이기도 하며 소설이나 희곡, 수필과 함께 문학의 대표적인 갈래 중 하나다. 헤겔은 문학을 크게 시, 소설, 희곡으로 분류하였고, 문학 연구자 조동일은 이를 수용하면서 교술 갈래를 추가하였다.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에서 접하는 장르 분류는 조동일의 분류를 따른다.
2. 시의 구성 요소
2.1. 음악적, 운율적 요소
행, 열마다 비슷한 음을 넣어 리듬감을 느끼게 힌다.2.2. 회화적, 내용적 요소
시에는 일정한 주제가 있으며, 시를 낭독하며 그 주제의 이미지(회화, 심상)를 떠오르게 한다.2.3. 형식적 요소
앞에서 말한 일정한 형식이란 부분은 현대시에 와서 거의 파괴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자유시를 비롯해 산문시, 시 작법(作法)의 하나인 자동기술법을 사용한 시를 보고 있으면 형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현대 예술이 대개 그렇듯이 사전 정보 없이 내용을 이해하기에 곤란하며 하나의 시를 가지고 내용 해석이 사람마다 달라지는 경우가 정상이다. 당신의 해석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국어능력시험 등에서 묻는 것은 당신의 해석이 아니라 출제자의 의도에 잘 부합하거나 더 잘 알려진 해석에 가깝다. <보기> 등의 외적 준거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너무 지레 겁먹진 말자.3. 시의 갈래
시에는 그 율격과 형식, 향유하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하부 갈래가 있다. 그러나 이 갈래 대부분은 현대까지 살아남지 못했다. 본래는 음악이 시에 포함되지만 현재 음악의 기능은 대중음악으로 사실상 분리된 지 오래다. 다만 대중음악은 깊이 있고 아름다운 표현보다는 사람 귀에 잘 꽂히도록 직관적이고 쉬운 표현 혹은 상업화의 결과로 이상한 외국어를 마구 쓰다 보니 수준이 낮아 보이는 것뿐이다. 따라서 말하자면 현대적 시인의 범주에 싱어송라이터도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의 연구도 실제로 문학계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다. 실제로 싱어송라이터를 자처하는 가수들의 가사를 글로 써 놓고 보면 시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반적으로 서정시, 서사시, 정형시, 자유시 등으로 구분되긴 하지만.현대시는 분량이 짧아도 용서된다. 극단적인 경우로 쥘 르나르[1]의 <뱀>이나 황지우의 <묵념, 5분 27초> 등이 있다. <뱀>은 '뱀, 너무 길다.'가 시의 전부이며, <묵념, 5분 27초>는 아예 내용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학창 시절에 시 혹은 수필을 쓰는 작문 숙제가 있다면 시를 택해서 간편하게 숙제를 해결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물론 쓰기 쉽다와 잘 쓰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지만. 그래서 한국의 교육계에서는 에세이 형식의 작문을 요구하는 서구 교육에 비해 자신의 뜻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제대로 교육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오랜 떡밥이었다. 이 때문에 논술 시험 등의 대처 방안이 나왔으나 논술학원 등의 범람으로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2]
4. 시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
참고로 한국엔 오로지 시를 쓰는 것만을 직업으로 삼는 전업 시인은 거의 없다. 이는 원고료 체계에서 비롯되는데 보통 원고료는 매 수당으로 지급하는 게 기본이다. 한번 실을 때마다 적게는 수 장에서 많게는 수십 장까지 나오는 산문에 비해 같은 노력을 들이고도 딸랑 한 장, 많아야 두 장 정도인 시의 원고료로는 먹고살 수가 없다. 그런고로 한국의 시인은 대부분 다른 직업을 겸업하고 있다.[3] 물론 이건 비단 현대 한국만의 문제라고 보긴 힘들긴 하다.[4]이러한 점 때문에 적당히 명함에 한 마디 박아넣고 싶은 허영심 많은 사람들이 쉽게 손대는 장르이기도 하다. 소설은 양판소든 귀여니류든 어쨌거나 분량을 채워넣을 근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피 대상이다. 이를 이용해 이름없는 문예지나 출판사 등에서는 적당히 몇 줄 실어주거나 시집을 내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아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글러먹은 아저씨, 아줌마들뿐만 아니라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문예특기생들 중에서도 이런 경우가 자주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만이 아니라 어떤 시험이든 언어 영역이 포함된 경우, 수험생을 엿먹이는 부분 중 1위를 다툰다. 그나마 소설이나 비문학은 읽고 대충 알아먹을 수는 있긴 한데 시는 잘못 걸리면 얄짤없다. 만약 운이 없어 난해시가 걸릴 경우엔(특성상 잘 안 내고, 내도 오히려 쉽게 나오지만), 굉장히 애를 먹을 수 있다.
'시'라는 말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해함'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리고, 시에 대한 애호가를 자처하는 이들의 비중은 여타 문학 갈래에 대한 애호가들의 비중보다 압도적으로 떨어진다.[5]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통신 언어로 전달하기 용이하고, 소비 속도가 빠른 시가 최고의 문학이 될 거라 예상했으나, 예상과 달리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시 자체의 인기는 죽었을지라도 다른 문학 장르와 쉽게 결합할 수 있는 시의 특성상 알게 모르게 우리가 많이 접하게 되는 장르이기도 하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나 성경의 욥기처럼 책 내용 대부분을 운문으로 채워넣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특히 장르의 특성상 그 자체로 노랫말을 이루기에 음악과는 환상의 궁합을 가지고 있다.[6] 이를테면 성경의 시편과 중국의 시경은 시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대 이스라엘과 중국의 가요 모음집(시편은 정확히 말하면 가요 모음집은 아니다. 성서학계는 시편을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 전례곡과 왕실의례곡 모음으로 보고 있다)이기도 하다. 힙합 장르의 랩(음악)은 박자에 맞춰 시를 읊는 창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힙합 가수(래퍼)들은 그야말로 현대판 시인 겸 판소리꾼이다. 이렇게 본다면 고대에서부터 이 난해한(?) 문학이 어째서 인류에게 꾸준히 사랑 받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문맹률이 높고 인쇄술의 발전이 더디었던 시대라면 난해하다는 편견과는 반대로 시는 가장 대중에게 친화적인 문학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고대 그리스인이고, 대중들에게 그리스 신화를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해 보자. 교육에는 당연히 교재가 필요하다. 현대인이라면 그 교재로는 '책'을 떠올릴 것지만, 인쇄술도 없고 문맹률도 높은 시절에 '책'으로 교육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될까? 따라서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받고자 한다면 책이 아니라 구전의 형태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그 자체로 운율을 갖추어 암송하기 쉬운 운문이야말로 교육에는 제격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외우기 쉽게 멜로디를 붙이는 것도 산문보다는 운문이 상대적으로 쉽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암흑시대 동안 구전으로 전승되다가 후대에 이르러서야 문자로 기록되었으며,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와 조선의 용비어천가 등 국가적 프로파간다들 역시 대중들이 암송하기 쉽도록 운문으로 작성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을 본다면, 옛 사람들에게 시가 얼마나 대중친화적인 장르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문해율이 낮고 책을 구하기도 어려운 시대라면, 결국 암송하기 쉬운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암기하는 형태로 교육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사를 예로 들자면, 최초의 소설은 조선 전기의 금오신화이지만, 이보다 훨씬 앞선 통일신라 시대에 민중들은 향가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시가 엘리트들의 암호 해독 놀이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면모들에서 보자면, 미취학 아동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알파벳 노래를 부르고, 신부나 목사들이 성가(찬송가)를 부르고, 인기 가수들의 노래를 길거리에서 흥얼거리는 이상 시라는 문학은 알게 모르게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음악을 제거했을때 시의 인기는 낮은 편이지만, 애초에 시는 음악과 결합해서 암송되던 장르이니 음악을 배제하고 시의 인기를 논하는 것은 굉장히 부당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빼놓고 희곡이나 시나리오라는 문학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듯, '음악'을 빼놓고 시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국의 교육과정은 시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키우는 경향이 있는데, 대중들이 쉽게 흥얼거리라고 만들어진 장르를 '암호 해독'으로 전락시켜 버리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산문에 비해 짧은 본문에서 어떻게든 변별력을 끌어올리려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라 입시 이외에서는 절대다수가 시를 외면하는 역효과만 가득 나오고 있다.[7]
결국 시의 가장 좋은 향유방법은 고대에서부터 내려오는 유구한 전통에 따라 좋아하는 작품을 몇몇 외우거나 기억하다가 하나의 작품에 다양한 해석을 늘려가 보는 것이 좋다.
중국은 당나라와 송나라 시대인 중세시대에 시문학의 최고 리즈 시절을 겪었다. 당송팔대가[8]의 일원들이 모두 중국의 중세시대 시인들이다. 다만 이러다 보니 원나라와 명나라 시대인 근세시대가 도래하자 시의 소재가 떨어지게 된 이후부터는 시문학이 시궁창(...)화 되었다. 대신 이후에는 소설 문학의 최고 리즈 시절을 겪게 된다.
SNS의 발달로 새로운 형태의 시가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청년실업과 사회 구석구석의 갑질 행태 등 한국 사회의 각박한 현실에서 시가 주는 특유의 치유 효과 때문인 듯으로 보인다. 이 분야에서는 하상욱이 유명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어둠에다크에서 죽음의데스를 느끼며나 포엠, 아프리카, 싸이월드 허세 따위의 중2병 글이 양산되기도 한다.
5. 시와 노래
사실 시와 음악은 큰 연관성이 있다. 우리가 매일 듣는 노래의 가사들도 모두 '시'라고 할 수 있다. 시에 음정과 박자를 맞춘 것으로 시에서도 운율을 중시하는 것을 감안하면 전혀 동떨어진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세시대의 음유시인들도 시를 노래로 표현한 이들이다. 문학적 심상, 개성적인 표현, 가치 있는 주체 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시를 쓸 때 유명한 가수의 음반의 곡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노래의 가사를 직접 가져와 인용하기도 한다.
노벨문학상이 밥 딜런에게 주어졌을 때도 비록 논란은 일었지만 '가사 = 시'라는 측면에 따라 수상이 확정되었다. 노래의 가사에 미국 전통적인 정서를 녹여내었다는 것을 감안한 결정으로 노래가 얼마나 듣기 좋느냐 보다는 그 노래가 지닌 가사의 의미에 더 중점을 둔 결정이었다.
6. 종류
- 형식에 따른 분류
- 정형시(定型詩, fixed verse): 정해진 형식에 맞게 쓴 시
- 자유시(自由詩, free verse): 정해진 형식 없이 자유롭게 쓴 시
- 산문시(散文詩, prose poetry): 산문의 형태로 쓴 시
- 내용에 따른 분류
- 서정시(抒情詩, lyric): 개인의 느낌이나 감정 등을 표현한 시
- 서사시(敍事詩, epic): 역사, 신화, 전설 등을 이야기로 쓴 시
- 극시(劇詩, dramatic poetry): 희곡의 형태로 쓴 시
- 동시: 아이들을 위한 시
7. 시인
자세한 내용은 시인(문학) 문서 참고하십시오.8. 시 문학상
- 라이즐링상(1978~)
[1] 소설 홍당무의 작가.[2] 사실 완전히 의미가 없다고 보긴 힘들다. 그나마 논술 학원을 통해서 에세이를 쓰고 작문을 하는 방법을 배우긴 했기 때문이다.[3] 주로 갖는 직업은 소설가나 국어교사, 기자 혹은 논술학원 강사, 출판업자(편집자), 가수(싱어송라이터), 곡 작사가, 촌장 등.[4] 실제로 역사 속 시인 중에도 정말 시만 지어서 먹고 산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짧은 글귀로도 명성을 얻을 만한 글재주가 있으면 시만 파기보다는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고, 그게 아닌 근대 이전의 문학가들은 대체로 생업 걱정이 없거나 덜한 귀족이나 지주 계급, 다시 말해 금수저들이 태반이었다.[5] 웹툰까지도 소설의 기법을 채용하기도 한다. 수필은 자기개발서를 비롯하여 자서전 등으로 팔리고 있다.[6] 이런 면에서 본다면, 희곡이 그 자체로는 인기가 줄었을지언정 영화나 뮤지컬 등과 결합하여 알게 모르게 굵직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7] 카프문학이나 80년대 노동시 계통의 작품들을 보면 이해가 어렵지 않은 시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작품군은 대체로 단순한 구호로 전락하여 문학성 자체가 저질이 되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지만, 주제의식을 아주 간단히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난해함'만을 놓고 본다면 전혀 난해하지 않다는 의미다. 굳이 이렇게까지는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윤동주처럼 메이저한 시인들에게서도 쉬운 시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상처럼 극단적인 케이스가 아니라면, 시에 대한 '난해하다'는 인식은 정해진 시간안에 고난이도의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하여 변별력을 요구하는 한국의 교육과정에 많은 책임이 있다.[8] 당나라 2명, 송나라 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