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Чеховское ружьё / Chekhov's gun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호프가 제시한 문학 장치론.
2. 설명
Все, что не имеет прямого отношения к рассказу, все надо беспощадно выбрасывать. Если вы говорите в первой главе, что на стене висит ружье, во второй или третьей главе оно должно непременно выстрелить. А если не будет стрелять, не должно и висеть.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들은 무자비하게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1장에서 총을 소개했다면 2장이나 3장에서는 반드시 총을 쏴야 하며, 만약 쏘지 않을 것이라면 과감하게 없애버려야 한다.
쓰지 않을 장치라면 없애버리고 등장한 요소에 대해서는 그 효과가 이어져 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야기에 무의미한 부분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1] 체호프의 총은 극의 초반에 소개시키고 나중에 매우 중요한 장치로 사용하여 독자나 관객으로 하여금 초반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맥거핀과는 정반대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론 쓸데없이 설정만 장황하게 늘어놓고 그 설정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어물쩍 넘기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말이기도 하다.이야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들은 무자비하게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1장에서 총을 소개했다면 2장이나 3장에서는 반드시 총을 쏴야 하며, 만약 쏘지 않을 것이라면 과감하게 없애버려야 한다.
무기나 총과 같은 것이 등장하고 그것이 특히 부각될 때[2] 보통 그러한 것들은 극 후반부에서 열에 아홉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요약하자면 현실의 벽난로 위에 총이 걸려있으면 그건 그냥 장식일 수도 있지만 소설에서 제한된 분량을 사용하여 '벽난로 위에 총이 걸려 있다'고 묘사했다면[3] 그 부각된 소재는 반드시 이야기의 진행 속에서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4] 사용되지도 않을 것을 괜히 부각시켰다면 그것은 분량과 노력의 낭비이며 동시에 해당 작품을 산만하게 만드는 나쁜 요소가 된다는 이야기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역전재판 시리즈나 단간론파 시리즈 같은 '추리' 장르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증거품'들이다. 최소한 어떠한 경로로든 플레이어에게 입수된 증거품은 반드시 그것이 이야기상에서 쓰이는 상황이 나와야 한다. 추리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일 필요는 없어도 간접적으로라도 사용되어야만 한다. [5] 만약 그렇지 않고 에피소드가 끝날 때까지 전혀 쓰이지 않는 아이템들이 플레이어에게 주어진다면 플레이어는 굉장한 혼란에 빠질 것이며 '나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6][7]
예외로 코미디, 호러물은 개연성을 의도적으로 파괴하기도 한다. 코미디는 개연성을 잘 파괴하면 그 부조리함이 사람들에게 희극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개그는 개연성을 파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렇기에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개연성을 미리부터 파괴한다는 약속이나 다름이 없어서 역설적으로 개연성을 성사시키는 셈이며 따라서 장르가 코미디가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관객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 매우 쉽게 받아들인다. 재미만 있다면 말이다.
호러물의 경우,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역을 다루는 코즈믹 호러 같은 경우에는 개연성(떡밥 회수)이나 명확한 결말하고는 인연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떡밥의 회수를 의도적으로 안 해서 작품이 끝났는데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요소로 찜찜함을 이끌어내는 기법이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호러는 이러한 맥거핀도 유용하게 활용되는 장르다.
물론 호러에서도 회수되지 않을 떡밥이 그것이 유효한 동안 찜찜함과 불안감을 남길 정도로 임팩트를 가질 경우에만 허용된다. 맥거핀이 너무 많거나 인상이 약해 독자들의 이야기에 대한 흥미도를 떨어뜨리거나, 그것이 이야기의 완성도를 해칠 정도라면 그것은 호러 장르에서도 실패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가령 어떤 물체에 대한 묘사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그 물건이 아무 이유 없이 더 이상 묘사되지 않는 것이 계속해서 반복되는데 그러면서도 이야기 흐름을 크게 뒤집어 놓고도 떡밥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묘사로 쌓인 정보들이 해결되지 않고 점점 더 쌓여만 가고 독자들은 후일 중요한 정보조차 혼선으로 기억해 내지 못해 앞을 뒤적거리며 집중력을 잃는가 하면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어 묘사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졸작까지는 아니더라도, 관객들의 성향이 애매모호한 맥거핀 연발보다는 전후 관계가 분명하고 깔끔한 결말을 원하는 쪽으로 많아진다면 호러 영화의 이러한 묘사 또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 호러 영화 또한 상업 영화인데, 상업 영화에 가장 요구되는 능력은 대다수 관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이니....
체호프의 총은 서술적 낭비를 막고 서사에 잡음을 넣지 말라는 이론이지만, 이것을 역으로 이용해 독자의 앞통수를 후려갈기는 모종의 서술 트릭 같은 반전 요소로도 활용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에이 설마 하는 심리를 유도한 후 그걸 진짜로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 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체호프의 총으로 등장한 복선이지만 그걸 부정하고 싶은 심리로 작품을 보다가, 결국 체호프의 총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강력한 충격을 남길 수 있다.
심지어 대놓고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알려주는 기물처럼 보이는 것을 던져주고 실제로 그런 기물이 맞긴 한데 실상 벌어지는 일은 상식적으로 상상 가능한 범주를 아득히 벗어나는 기물로 체호프의 총을 쓸 수도 있다. 이런 활용의 전설을 꼽는다면 컴 앤 씨가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에게 닥칠 끔찍한 재앙을 시청자가 짐작하게 만든 후 그것을 아득히 뛰어넘는 비상식적인 파멸을 선사한다. 나치가 얼마나 상상을 초월하는 사악한 집단이었는지 이보다 더 강렬하게 보여준 작품이 없다고 할 정도다.[8] 이 정도면 코스믹 호러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 마침 이 영화에서도 극후반까지 총알 한 방 쏘지 못하다가 마지막에야 연거푸 발사되는 총 한 정이 등장하기도 한다.
놀릴 목적으로 불리는 장난성 별명이나 주인공의 취향과 같이 단순한 개그 장면이 향후 진지한 전개에서 악역 캐릭터와 접점이 있다는 것으로 밝혀지는 것과 같이 나중에 나올 전개와 관련이 있는 것이 밝혀지기도 한다. 홈스턱과 뱀파이어소녀 달자 후반부는 이러한 개그형 체호프의 총이 사용되었다. TV Tropes 용어론 체호프의 개그(Chekhov's Gag) 정도 될 것이다.
3. 체호프의 총에 해당하는 예시
- 귀멸의 칼날 - 푸른 피안화
- 원피스(만화) - 코즈키 토키[9]
- 왕좌의 게임(드라마) - 겨울의 뿔나팔, 약속된 왕자, 세르세이의 발콘과 예언
- 아바타: 물의 길 - 아바타: 물의 길/평가 참조.
- 유희왕 5D's - 토템폴(유희왕)[10]
- 유희왕 ARC-V - 액션 함정[11]
- 코믹 메이플스토리 오프라인 RPG - 장기 연재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많다. 코믹 메이플스토리 오프라인 RPG/비판 항목 참고.
4. 체호프의 총을 해결한 예시 및 패러디
- 톨킨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갈라드리엘이 골목쟁이네 프로도에게 준 선물 중 에아렌딜의 빛은 작중 내내 거의 언급이 안 되다 극후반 모르도르의 영역에서 중요한 아이템으로서 역할을 한다.
- 격기3반에서는 1막에 등장한 주먹은 3막에 반드시 니 대가리를 깬다라는 트래시 토크로 등장한다.
- 이를 패러디(?)한 벽난로 위의 모닝스타라는 말도 있다. 대한민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복거일이 이 '체호프의 총'을 예로 들어 이영도의 작품을 깠는데, 이에 격분한(…) 이영도의 팬들이 '어떤 설정이 뒤에 어떻게 쓰이는지 내가 보여주겠다!'며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이다.
- 패러디의 절정은 TV Tropes에서 맛볼 수 있다.# 여기에선 사물뿐 아니라 복선을 회수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체호프의 총잡이")이나 각종 상황들을 분류해 정리하고 있으며 아예 이런 체호프의 총이 다수 등장하는 작품인 체호프의 무기고라는 하위 항목까지 있을 정도다.
그중 일종의 상대 개념으로 제시한 것이 슈뢰딩거의 총#인데, '아직 관측되지 않은(연재되지 않은) 사건은 공개되기 전까지 현재 상황이나 독자의 반응에 따라 계속 변경된다'는 이론이다.
- 스티븐 킹은 이 말을 뒤집어 "3막에서 총을 쏠 거면 1막에서 반드시 그 총을 등장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내용 자체는 같아 보이지만, 체호프의 경우 설정을 만들어놨으면 그걸 제대로 써먹어라라고 하는 쪽이고 스티븐 쪽은 무언가 장면을 묘사할 거면 이미 존재하는 설정들만 써서 만들고 괜히 쓸데없는 신규 설정 때려 박지 말아라라는 의미다. 좀 더 간단하게 말하면 전자는 미회수 떡밥을 만들지 말라는 뜻, 후자는 개연성을 제대로 지키라는 뜻.
해당 버전은 SF나 근미래를 다루고 있는 액션 영화 등에서 매우 자주 볼 수 있다. 후반의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신무기나 기술이 사전 설명 없이는 관객들이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초반부에 짧막하게라도 설명을 하거나 시연회를 하는 장면을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넣는다.[12] 그러나 너무 뻔하게 설명하면 후반부 전개가 다 티가 나게 된다는 문제도 생긴다. 가령 이벤트 호라이즌의 경우 초반부터 다짜고짜 우주선의 중간에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어 비상시 폭파시키고 앞부분은 구명선으로 쓴다는 설명을 하고, 스텔스에서는 무인기인 EDI에 사람이 탈 자리가 있다며 설명해 주고 그 좌석을 직접 보여주는 장면까지 있는데 이게 후반부에 어떻게 쓰일지는 누구나 짐작 가능해진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비틀어서 쏠 것이냐도 중요한 포인트. 예를 들어 SF물은 아니지만 주성치의 도성에서는 한 달에 딱 한 번 원하는 대로 한 번 숫자나 카드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성치가 마지막에 능력을 썼지만 카드가 바뀌질 않아지는 줄 알았지만 사실 최종 보스의 카드를 바꿔서 로티플 → 역 없음 패로 만들어버리고 이기는 것이 좋은 예시이다.
-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서도 언급된다. 주인공 아오마메가 버드나무 저택의 노부인의 부탁을 받아 어린 여자아이를 잔인하게 성폭행한 사이비 교단의 교주를 죽이러 가기 위하여, 노부인의 경호원 다마루로부터 호신용(+자살용)으로 총을 건네받을 때 다마루가 언급한 것. 다마루는 체호프의 총을 언급하며 아오마메를 걱정하고, 아오마메는 ’하지만 이 세계는 소설 따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보장할 수 있지?’라며 다마루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되묻는다. 여러모로 생각할 여지가 많은 대사.
- 오모토 타츠키 감독의 신판 케무리쿠사는 이 요소를 극한까지 활용해 팬들로 하여금 극 중의 아무 장면만 띄워도 '이게 그 장면의 복선이었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도록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중의 거의 모든 대사나 연출이 하나 이상의 복선 회수 과정을 거친다. 동시에 구판에서 설정상으로 존재했던 최중요 캐릭터이지만 단편이었기에 비중에 아예 없었던 나나시를 과감히 없애면서 중요 설정만큼은 살리면서 구판, 신판의 최대 떡밥인 '기억'을 유지하되 불필요했을 요소를 잘라낸 좋은 사례이다. 특히 끝부분의 결정적 반전은, 대놓고 체호프의 총일 거라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시청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도록 교묘히 숨긴 복선으로 뿌려놓고, 예고된 그대로, 그러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터뜨려 체호프의 총을 변칙적으로 쓰는 것까지 해내었다.
- 용자왕 가오가이가에 등장한 탄환X도 초반부에 볼포그가 '전황이 나빠져도 결코 쓸 일이 없길 바란다'며 언급만 되었다가, 결국 EI-01 파스다와의 결전에서 쓰이게 되는데, 이때의 연출은 로봇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장면으로 유명하다.
-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새벽의 저주의 패러디 영화이면서도 이 요소를 매우 잘 활용하였다. 우스꽝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단순히 개그용으로 친 줄 알고 넘어간 대사들이 이후의 스토리에 대한 복선으로 작용하며 이를 철저하게 회수한다.
-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최익현(최민식)이 야쿠자로부터 선물받는 리볼버는 극 중에서 발사될 것처럼 계속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극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총알이 발사되지 않는다. 극후반에 가서 실제로 방아쇠를 당기긴 하지만 정작 총알이 없어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건이 마무리된다. 많은 이들이 이 "총알 없는 리볼버"를 "분명 인맥과 잔머리는 톱이지만 막상 형배가 없으면 뭣도 아닌" 최익현의 처지를 나타내는 장치라고 해석한다.[13]
5. 관련 문서
[1] '드라마는 지루한 부분을 잘라낸 인생이다'라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격언과도 맥이 같다.[2] 영화상에서 특정 물건 등을 클로즈업할 때.[3] 영화의 경우 단순히 배경의 일부로 보여준 것이 아니라 클로즈업 등을 통해 부각시켰다면.[4] 그 총기 자체를 사용하든가 아니면 총의 소유자가 비슷한 다른 총으로 명사수의 실력을 보이거나 알고 보니 에임 고자라서 없느니만 못한 존재로 만들든가 초반에 죽여버려서 주인공의 상황을 그만큼 어렵게 부각하든가, 아무튼 어떤 식으로든 떡밥을 해소하거나 치워놔야 한다.[5] 그리고 이건 스토리가 없는, 그냥 게임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가진다. 모든 게임은 기본적으로 퍼즐의 형태, 무언가 해결하고 달성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렇기에 달성하는 데 혼선을 주는 요소가 들어가 있다면 플레이어들은 헤매는 시간을 그다지 좋은 경험으로 여기지 않는다.[6] 단, 쓸모없는 증거들이 반드시 '나쁜 요소'인 것은 아니다. 추리의 난이도를 높이는 데 쓰일 수 있으며 현실의 수사에서는 쓸모 있는 증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성을 강조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7] 그러나 퍼즐 게임에서는 얄짤없이 아웃. 예를 들어 공포 게임이나 포인트 앤 클릭 게임에서 얻을 수만 있고 끝까지 사용되지 않는 무의미한 열쇠가 있다면 매우 욕먹을 것이다.[8]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뭐라 설명 못 할 복잡한 감정만 남는다.[9] 공백의 100년 시대에서 살았던 인간이지만 유익한 정보는 없다.[10] 타카스의 듀얼 이후에 유세이가 야나기 텐젠에게 건네주었던 카드다. 그러나 텐젠에게 넘겨 받은 이후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11] 극초반에서만 나오고 증발했다.[12] 이를 어겨서 시청자에게 안 좋은 의미의 충격을 선사한 예가 하슈말. 작품 내에서 별 떡밥이 없다가 갑자기 등장했다. 심지어 그나마 등장한 떡밥도 작품 외부에서 자세히 파헤쳐야 실마리 나오는 정도.[13] "인맥과 잔머리(총 자체가 가지는 위압감)는 최고지만", "형배(총알)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최익현(리볼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