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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5 20:08:24

정책/사례


1. 분야별 사례
1.1. 산업, 경제, 취업, 창업
1.1.1. 농축산업
1.2. 건설, 인프라, 교통, 경관
1.2.1. 안전, 치안1.2.2. 인구, 도시계획, 주거
1.3. 산림, 녹지, 환경, 공원
1.3.1. 청소, 재활용, 자원1.3.2. 에너지, 발전
1.4. 관광, 레저, 문화, 예술1.5. 교육1.6. 복지, 육아, 다문화1.7. 건강, 보건, 체육1.8. 민원, 행정, 주민자치, 공동체
2. 국가별 사례
2.1. 대한민국2.2. 미국2.3. 일본2.4. 스웨덴2.5. 기타

1. 분야별 사례

정책,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공공정책(public policy)의 사례를 분야에 따라 나누어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는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곤 하는 구체적인 수준의 정책 사례들을 포함한다. 중앙정부 수준에서는 과학 정책, 대북 정책, 여성 정책 같은 것들을 흔히 포함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는 정말 특수한 환경이 아니라면 그런 분야들에 큰 행정력을 투입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유의할 점으로, 정책이라는 것이 그렇게 분야별로 명확하게 구분 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선, 어떤 분야에도 쉽게 포함시키기 어려운 정책들이 은근히 있다. 가장 극명한 사례로 e스포츠를 들 수 있는데, e스포츠 전용 경기장 건립, e스포츠 선수 양성 같은 정책들은 공직사회에서 이리저리 '토스' 되기 십상이다. 체육정책 담당 과에서는 문화정책 쪽으로 넘길 것이고, 문화정책 담당 과에서는 체육정책 쪽으로 넘길 것이며, 그렇게 이리저리 돌던 e스포츠 정책은 결국 미래기획실 따위의 비실무적인 부서에서 짬처리(…)당하게 되는 것. 빅데이터 역시 기존에는 정부가 굳이 맡아야 할 일이라는 인식이 없었지만, 지자체 장들 중의 재빠른 사람들은 한국판 뉴딜이 발표되자마자 조직구조를 재편하여 공공데이터 담당부서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반면 과반수에 달하는 정책들은 여러 분야에 동시에 걸치는 정책이라고 봐도 된다. 회전교차로 설치 정책은 교통인프라 정책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안전 정책이기도 하고,[1] 회전교차로 중앙에 지역예술인의 조각상이라도 전시할 경우에는 졸지에 문화예술 정책으로 변모한다. 다른 사례로, 관광수익 창출을 위해서 관광지에 푸드트럭 먹거리 장터를 만들겠다면 그때부터는 관광 정책뿐만 아니라 경제활성화 정책의 성격도 가지며, 푸드트럭의 위생상태를 점검해야 하므로 보건위생 분야도 끼어들어가고,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므로 환경 정책의 면모도 보인다. 여기에 먹거리 장터 진입로 확장공사까지 끼어들어가면 인프라 정책으로까지 불어난다(…).[2] 이쯤되면 그 지자체 공무원들이 아예 한자리에 모여 앉아야 할 지경으로, 부서이기주의 및 할거주의가 좋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래의 분류는 편의적인 것일 뿐, 늘 딱 떨어지지 않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1.1. 산업, 경제, 취업, 창업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높으신 분들4차 산업혁명 따위의 번지르르한 키워드에 환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산업 정책을 세울 때에는 '그래서 구체적으로 우리 지자체에 어떤 산업을 밀어줄 것인가' 에 대한 방향제시가 있어야 하는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이 모든 고민을 무마할 수 있다. 그래서 대개 고부가가치 산업체를 관내에 유치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중공업이나 제조업 등이라고 해서 마다하는 것도 아니다. 리쇼어링(re-shoring)이라 해서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을 다시 유치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특히 소규모 산업체들은 그들 나름대로 존폐의 위기 속에서 분투하고 있기에, 또 대규모 산업체들은 수틀리면 다른 동네로 떠나겠다고 협박을 하기에(…)[3] 어느 한 군데 신경을 덜 쓸 곳이 없다. 그리고 산업체별로 형평성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산업 지원 정책들에는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2010년대 후반 들어 너도나도 달려드는 파이가 바로 클러스터(cluster). 자율주행산업이나 드론산업 등, 미래에 잘 나가겠다 싶은 분야의 산업체들을 좋은 조건으로 유치해서 대규모 산업단지로 탄생시키는 것이다. 특히 시범지구(testbed)의 경우에는 실패 리스크가 큰 산업 키워드에 대해서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저희가 먼저 해보겠습니다!" 를 외치고 국비 등을 지원받아 과감히 투자하는 방식인데, 잘 되면야 물론 대박이지만 말처럼 잘 된 케이스는 아직 많지 않다(…). 문제는 클러스터링은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법적으로 클러스터에 명확히 맞아떨어지는 개념이 딱히 없어서 관련조례가 먼저 요구될 수도 있으며, 대개 신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함께 들어가므로 사업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일개 구 수준의 기초자치단체들은 엄두도 못 내고, 광역자치단체 혹은 경기도권 중에서도 서울 근교에서 세금 빵빵하게 걷는 극소수의 기초자치단체만이 손댈 수 있는 초대형 계획이다. 그래도 현실적으로는 늘 국비지원을 받아서 먼저 먹는 놈이 임자인 상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얽혀서 논란이 되었던 경제 정책으로 지역화폐, 더 정확히는 지역사랑상품권이 있다. 말 그대로, 그 지자체 관할구역 내의 가맹점에서만 통용이 가능한 상품권 형태의 대안화폐를 만드는 것. 마을공동체 정책과 엮이는 일도 많으며, 예컨대 '우리마을 마라톤 대회' 를 열어서 상금으로 현금 대신 지역화폐를 준다거나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지역화폐의 도입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서 전문가들과 행정가들을 발칵 뒤집어 놓았는데, 이재명 지사가 경기연구원 보고서를 들어 조세연을 대놓고 적폐라고 몰아가자 경기도 내에서조차 시장들이 양쪽으로 편 갈려 싸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 #2 여기에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도입 효과가 있다는 정반대의 보고서를 내자 이 지사가 곧바로 이를 인용했지만, #3 다시금 조세연도 경기연 보고서[4]를 반박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4

경제 정책에서 핫하게 떠오른 본격적인 '빅 키워드' 로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들 수 있다. 그리고 공유경제가 뜨면서 함께 뜬 키워드가 바로 플랫폼. 뭔가를 공유하기 위해서 '어디부터' 찾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서로 이어주는 공간이 바로 공유경제 플랫폼이다. 서울시의 공유허브 사이트가 대표적. 그러다 보니 너도나도 수억씩 들여 막상 쓰지도 않을 플랫폼들만 양산하는 문제가 생겼다. 지자체마다 이런 식으로 넘쳐나는 스마트폰 앱들이 워낙 많아서, 각각의 앱들을 공공성에 맞게 합쳐서 관리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

그러다가 2019년을 즈음하여 공유경제 패러다임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솔솔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듬해 코로나19로 공유 생태계가 큰 타격을 받게 되자, 이후에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5]로 옮겨갔다. 예컨대 청년 1인가구에 아침식사나 샐러드용 야채, 신선한 과일을 구독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런 정책들은 민간이 관심이 없거나 할 수 없을 때 나라에서 나서야 하는데, 민간에서 이미 관련사업이 있을 경우에는 공공배달앱 논란에서 그랬듯이 무의미한 경쟁을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민과 관이 시장에서 경쟁하면 필연적으로 관이 질 수밖에 없다는 것.

민간 사업자들에 대한 경제 정책으로, 물론 가장 직접적인 재정지원 방안으로서 보조금을 생각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창업 시 컨설팅 비용을 대 주는 방법도 있고, 세제지원을 할 수도 있으며, 법률 검토를 도와주는 방법도 있다. 특히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로 분류되는 '사회적 기업' 을 창업하고자 한다면 대번에 나랏님이 방긋(…)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것 이상으로 어느 정도 이상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이 있다면, 정부로서도 자기들이 어설프게 할 공익적인 일을 민간이 대신 나서서 해 주겠다는데 그 기업을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똑같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라고 해도 이런 종류의 기업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기가 더 쉽다.

취업 또는 창업 정책의 경우, 크게 나눌 때 청년 정책신중년 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직업훈련을 지원하거나 경제적 자립을 위한 목돈을 지원하는 정책이 많다. 찾아보면 중앙정부 정책, 광역자치단체 정책, 기초자치단체 정책이 겹겹이 중복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6] 창업의 경우 소위 '청년벤처' 같은 경우에는 앞서 서술된 것처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을 건덕지가 더 많다. 다음으로 신중년의 경우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5060세대가 많아지면서 대두된 이슈인데, 대개는 노인 취업 정책과 함께 묶이곤 한다. 세대 간 소셜믹스 느낌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신중년들을 함께 엮어주기도 하고, 신중년들이 청년 벤처기업의 컨설팅을 지원하는 정책도 흔하다. 하지만 세대별로 정책적 접근이 달라야 함에도 자꾸 일자리 창출 정책을 퉁쳐서 홍보하다 보니, 노인일자리 창출 성공으로 청년일자리 창출 실패를 가린다는 비판도 많다.

1.1.1. 농축산업

지방 농어촌 중소도시의 경우 농업 관련 정책이 지역 산업에 있어 필수적이다. 도시지역이라 해도 웬만하면 근교농업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정책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제일 먼저 떠올릴 만한 키워드는 흔히 특산물일 것인데, 모든 특산물이 전부 농업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농업 정책으로서 표현을 달리하면 로컬푸드(local food) 정책이 되겠다. 2010년대 중반에 전국 각지를 휩쓸던 로컬푸드 아이디어는 마침내 2010년대 후반 들어 푸드플랜(food plan)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정교화되었다. 이는 농업 정책의 세 가지 영역인 '생산', '가공', '출하' 에 모두 대응하기 위함이다. 즉 그 지역 내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농산물을 가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어, 지역 학교나 군부대 및 식당가에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판로를 개척하자는 것이다.[7] 더 나아가 음식물쓰레기의 지역 내 퇴비화(재자원화) 프로세스까지 완비되었다면 푸드플랜의 철학을 성공적으로 이행했다고 평할 수 있겠다. 이것도 지자체들마다 너도나도 달려들고 있지만 정상 궤도에 오른 지자체는 아직은 흔치 않다.

사실 농업 정책으로서 가장 오래되고 또 골치아픈 이슈 중 하나가 귀농·귀촌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트렌드를 잘 타지 않는다는 얘기는 결국, 오랫동안 이런저런 시도들이 있어 왔지만 딱히 이렇다 할 묘안이 나오지 않는 이슈라는 얘기다. 지방 중소도시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심지어는 지방소멸이라는 무시무시한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귀농 정책은 단순히 산업 활성화 정책이 아니라 지자체의 생존을 가르는 인구 정책이 된 상황이다. 단순히 인구유입을 목적으로 한다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방법과 청년들의 영농 벤처를 유치하는 방법이 모두 시도되고 있으나, 도시에 비해 생활이 불편한 농촌이라는 지역적 한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농촌 사회에 잔존해 있는 텃세 의식으로 인해 귀농인구의 수는 유입 영농인 중 일부에 불과한 수준이다. 만일 쌈빡한(?) 귀농 정책을 현실성 있게 떠올린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 사람은 농촌진흥청 및 유수의 국책연구기관들의 빗발치는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남·영남권의 지자체들이 관심을 보이는 핫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아열대작목 지원사업. 흔히 말하는 "미래에는 대한민국에서 파인애플파파야를 기를 것" 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력 작물이 마땅히 없어서 이도저도 아닌 농업 여건으로 고민하는 지자체들이 가장 전폭적인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하우를 익히다 보니 확산이 빠르지는 않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작물 재배는 꽤나 수월한 편인 듯(…). 그 외에도 농가 현대화의 일환으로 스마트팜(smart farm) 역시 최신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기존의 전근대적인 노지농업을 대체할 패러다임으로 주목받았지만 상추 따위의 일부 엽채류 작물 외에는 의외로 잘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도 농민들의 호응을 얻고 교육생을 받아야 할 텐데 이게 나랏님 생각만큼 쉽지가 않은 실정이다. 2010년대 중반에 잘 나가던 곤충 관련 산업의 경우에도 결국 양봉 외에는 농가들 사이에 대중화가 안 되어 고생하는 형편.

대도시라고 해서 농업에 무관심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전국 7대 특별/광역시들이 도심농업(urban farming) 관련 정책을 이미 시행 중이다. 한 예로, 대도시 주민들을 위해 그린벨트 일대에 있는 손바닥 크기의 텃밭을 분양하는 정책도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건물 옥상을 작은 농장으로 꾸미거나, 심지어는 상도역의 경우처럼 지하철역 내부에 농장을 만들거나 하는 방식도 있다. 이 경우 필연적으로 농업용수의 관리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도심농업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의도처럼 빗물저금통[8] 등의 방식으로 농업용수를 확보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다수의 건물 옥상은 농업용수를 돌릴 여건이 되지 않는다(…). 그 외에 일부 아파트 단지들에서는 베란다에서 가구별로 관리하는 아쿠아포닉스 설비를 들여놓기도 하며, LG 식물재배기처럼 백색가전 형태의 가내농업 상품도 민간에 나와 있으므로, 정책적으로는 이들 설비들의 구입비 지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도시권 지자체들이 농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또 다른 핫 키워드인 치유농업(care farming 또는 agro-healing)에 꽂혔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음으로써 생명의 소중함을 교육할 수 있고, 이웃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마을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으며, 특히 보건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주민들의 심리치료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되기도 한다. 게다가 도심 녹화에도 겸사겸사 도움이 되기도 하니 일석이조. 물론 의학적이고 정신과적인 의미의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텃밭 분양 사업을 할 때마다 주민 수요도 의외로 높게 나오고 사업 만족도도 대체로 높은 편임을 고려하면, 최소한 주민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정책이라고는 볼 수 있겠다. 닭장이나 토끼우리를 만들어 기르는 것도 치유농업의 한 종류에 속한다.

비단 가축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관련 정책 역시 축산업 분야 공무원들이 담당하고 있다. 흔한 애견인이나 애묘인들이 새삼 경악하게 되는 부분. 물론 개고기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면 곤란하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반려동물이라는 개념 자체가 기존의 공직사회의 업무분담에서 워낙 애매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많은 지자체들에서 반려동물의 입장을 허용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설인 개터파크를 계획하는 중이며, 도시계획 정책을 세울 때에도 점차 반려견 산책의 용이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역세권 개념을 빌려서 견세권이라고 할 정도. 그러나 이런 사업들도 난관에 부딪히곤 하는데, 개물림 사고로 인한 행인들의 민원이 들어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려견 입장이 가능한 구역을 기존 근린공원에 따로 설정한다거나, 반려견 카페에 보조금을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9] 한편 농촌이나 산간지역의 경우에는 반려동물 외에도 고라니 같은 유해조수들도 관리해야 하며, 목줄 풀린 개를 잡으러 다닐 일도 많다.

1.2. 건설, 인프라, 교통, 경관

이 분야에서는 그야말로 블랙홀과도 같은 마법의 말이 있으니 바로 스마트 도시. 일반적으로 공직사회에서 말하는 스마트 도시 관련사업들의 특징은 ① 사물인터넷 개념을 녹여냈다는 것과 ② 다양한 기능을 종합적으로 감당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인프라 정책의 절반 이상은 스마트○○ 같은 식으로 접두사가 붙으며, 심지어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대다수의 인프라 이름들 앞에 '스마트' 만 붙여 보면 실제로 그런 것이 나와 있을 정도이다.[10] 인프라 관련 정책에서 '스마트' 접두사가 붙지 않는 나머지 정책들의 상당수는 '그린' 접두사가 붙는다. 즉 도로, 조명, 보도, 벽, 벤치, 신호등 등의 사회간접자본을 지을 때는 스마트하게 할 수 없다면 환경친화적으로라도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스마트하면서도 '그린' 한 정책이 나온다면 공무원들의 두 배의 환영을 받는다(…).[11]

스마트 정책 중에서 전국 지자체 장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던 유명한 것을 하나 들자면 서울 성동구스마트쉼터 버스정류장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이 처음 공개됐을 때 근미래적인 쌈빡한 분위기로 인해 동료 구청장들의 부러움을 샀고 서울 각지 공무원들이 열광했으며 전국 자치단체들에서 벤치마킹하러 다녀갔고 로이터 등의 해외에서도 취재하러 왔을 정도였다. 이 비범한 버스정류장은 통유리로 전체를 감싼 뒤 내부에 에어컨과 난방기, 공기청정기를 설치하여 미세먼지폭염, 혹한에 모두 대응했으며 디지털 버스안내판, 와이파이, 휴대폰 충전기, 원격관제 CCTV의 스마트함을 갖추고 있다. 내부에는 한양대 음악치료학과에서 제공하는 음악을 상시 재생하고 있고, 심지어 음성인식 장비까지 있어서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면 근처 파출소에 자동으로 연락이 간다고(…). 코로나19 시국에는 정상 체온에만 문이 열리는 센서까지 달았다고 한다. 이런 눈길 끄는 정책은 전국에서 10등 안에 들기만 해도 선도적인 지자체라는 칭찬을 받는데, 성동구는 무려 '전국 최초'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있는 중.


이에 한껏 고무된 서울시가 서울 타 지역에도 설치를 추진했지만, 부실하기 짝이 없는 졸속 보고서로 인해 거하게 욕을 먹었다(…). #1 #2 절차적 적법성 외에도, 스마트쉼터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것들이 없는 것이 아니다. 통유리 외벽에다 에어컨까지 달려 있다는 시점에서 이미 이 사업이 그다지 '그린' 하지는 못하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또한 어떤 버스정류장에 우선 설치하는 게 좋을지도 논쟁거리다. 합정역 앞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우선 설치해야 할까?[12] 아니면, 저 변두리의 낡고 노후화되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정류장부터 먼저 설치해야 할까?[13] 이러나저러나 결국에는 욕을 먹을 운명. 이런 문제들을 생각하다 보면 공공행정에 대해 현자타임(…)을 갖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2010년대 후반 들어 대한민국의 국토개발 패러다임기존 공간과 자원의 활용으로 넘어가면서, 하나의 공간을 여러 방식으로 사용하거나, 하나의 건물에 여러 기능을 융합시키는 방식이 인프라 철학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명 팝업인프라(pop-up infra)라는 발상인데, 예컨대 규모에 비해 수요가 낮은 주차장의 일부 출입구에서 볼라드가 불쑥 튀어나오게 하여 출입을 막고, 그 남은 주차공간에서 청소년 춤 공연[14]이나 밴드 연습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주차장 한쪽에 은막을 세워서 드라이브인 극장처럼 쓰는 것이 바로 팝업인프라다. 가장 실용성 높게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는 자전거도로를 팝업인프라 형태로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것. 교통 관련 정책에서 수요대응형(demand-responsive) 정책은 늘 환영을 받는데 팝업 자전거도로 역시 그 중 하나다. 특히 스마트 모빌리티가 떠오르면서 전동킥보드 사용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들마다 도입을 고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생활SOC 복합화 사업 역시 2010년대 말엽의 핫 키워드로 부상했다. 말인즉슨 하나의 거대한 생활SOC 시설을 지어 놓고 거기에다 도서관, 보육센터, 헬스장, 보건지소, 주차장 등을 전부 우겨넣자는 얘기다. 즉 이제는 등본 떼러 행정복지센터 갔다가 애 데려오려고 어린이집 갔다가 에어로빅 하려고 문화센터 갔다가 하는 번거로움을 겪을 필요가 없다는 것. 물론 나랏님 하시는 일이 대개 그렇듯 현실은 아차 하면 이상과 멀어지는지라, 아무거나 무작정 내용물을 때려넣을 게 아니라 그 지역 주민들이 정말로 원하는 생활SOC들로 맞추어 넣어야 하고, 그러려면 먼저 체계적인 수요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시골 중소도시에 지을 복합청사에다 뜬금없이 재택근무 지원시설을 넣어두면 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중교통 체계에서 진지하게 도입을 검토하는 정책 중의 하나는 MaaS(Mobility as a Service)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버스, 지하철, 택시, 카셰어링, 렌트, 심지어는 숙박시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통 관련 서비스들을 스마트폰 하나로 예약, 호출, 결제하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통수단들의 이용방식이 표준화 및 호환 가능한 형태여야 하고, 전자결제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이 충분히 보급되어 있어야 하며, 버스회사 등의 여러 운수회사들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MaaS는 자율주행 기술과도 궁합이 좋은 편이라,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사업과 병행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 이미 상당히 정착된 대중교통 환승시스템과도 철학을 공유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드론택시처럼 신개념 모빌리티 수단을 상용화하려는 노력도 있긴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법적인 검토까지 들어가다 보니 상용화의 날은 계속 늦어지고 있는 중이다.

사실 말은 쉬워도 대중교통 이슈는 정책입안자들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힘겨운 분야에 속한다. 당장 대중교통 만성 적자 문제를 해결할 쌈빡한 방안만 제시할 수 있다면, 다시 말하지만 그 사람은 곧바로 유수의 국토교통 연구기관에 스카웃될 수 있다. 일개 구 수준만 되어도 매해 10억 가까이 되는 예산이 준(準)공영 버스회사를 위해 지출되는 실정이고, 용인 에버라인이나 의정부 경전철처럼 세금 먹는 하마 처지에 놓인 교통인프라가 있다면 상황은 더더욱 심각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교통 요금을 함부로 올릴 수도 없는 게, 대중교통 정책은 그 자체로 차등적(선별적) 복지에 입각하는 주요한 복지 정책에 속하기 때문.[15] 운수회사를 공영화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는 신안군 같은 특수한 도서지역 환경이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으며, 그나마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가 지선-간선 시스템에 입각해서 노선을 정비하자는 정도다.

경관 정책의 경우 도시의 미관 전체를 세련되고 매력적이게 꾸미자는 아이디어로, 공공디자인 정책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기에 '주민참여형' 같은 수식어가 붙으면 마을자치 분야에 속하고, '지역예술인 재능기부' 따위가 붙으면 예술 관련 정책이 된다. 흔한 보도블록을 예쁘게 꾸미는 것, 텅 빈 회색빛 옹벽에 꽃과 나무 그림을 그리는 것도 전부 이런 종류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으며, 거창하게 갈 경우 CPTED라 하여 범죄예방 효과까지 기대하는 치안 정책으로 불어나기도 한다. 특이한 것으로 신안군 퍼플섬은 눈에 보이는 모든 인프라와 건물을 온통 보라색으로 도배(…)하는 골때리는 경관 정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16] 물론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이나 장성군 등에서도 동네 색깔을 하나로 통일하자는 아이디어가 시도되고는 있지만, 엄연히 사유재산을 건드리는 것이다 보니 주민 협조가 없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은 정책이다.

1.2.1. 안전, 치안

국내 안전 정책의 상당수는 차량에 대한 보행자들의 안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프랑스 파리의 안 이달고(Anne Hidalgo)가 추진하는 것처럼 자동차 통행을 규제하거나 심지어는 아예 금지하는 방식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17] 이런 방안을 교통 정온화(traffic calming)라고 하며, 넛지를 비롯한 다양한 심리적 및 물리적 수단들로 통행 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18] 가령 애매하게 넓은 골목 양쪽에 보도 포장을 하고 자동차는 완만한 S자형으로 굽이굽이 운전하도록 아스팔트를 까는 방식, 학교 인근의 길바닥에 박석보도를 설치하여 고속주행 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게 하는 방식 등이 있다. 2021년 4월에 시행된 안전속도 5030도 교통 정온화의 사례. 당연하게도(…) 운전자들에게 무진장 욕을 먹는 정책에 속하며, 박석보도의 경우 인근 주민들로부터도 소음 민원이 빗발치곤 한다. 하지만 지자체 장들의 입장에서는 학부모들의 아동 안전 요구가 늘 신경쓰이기 때문에 그쪽도 포기할 수 없는 상태.

학교 인근의 아동 안전 대책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바로 스쿨존인데, 학교 외에도 이런 식으로 ○○○보호구역 형태로 적용하는 정책이 많다. 공무원들로서도 거의 반사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쉬운 수단이고, 교통사고가 발생해서 뉴스에 났다 하면 '스쿨존을 늘리자' 식으로만 생각하다 보니, 전국의 스쿨존 수는 한도끝도 없이 증가하는 중이다. 아니, 2020년대 들어 스쿨존은 이제 더 늘리고 싶어도 못 늘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쿨존 대신에 나온 아이디어라고 해 봐야 옐로카펫 정도지만 정책적 발상은 그저 거기서 거기 수준. 오히려 노란 페인트칠만 해 놓고 관리를 안 해서 페인트가 다 벗겨졌다며 지역 뉴스에서 비판할 정도다. # 스쿨존 내 사건사고의 4분의 1 정도가 불법 주정차로 인한 시야각 감소라는 점이 정책적 주목을 받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단속 위주의 처벌 정책으로 열화되기도 한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201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제기되는 것이 여성 길거리 안전 이슈다. 가장 일반적인 정책적 접근은 여성안심귀갓길이라고 할 수 있다. 조명의 수를 늘리고 비상벨을 설치하며 경찰이 자주 순찰함으로써 범죄의지를 사전에 꺾겠다는 것.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어딘가 나사가 빠진 사업이라는 반응이 많은데, 일례로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동대문구에는 행인이 접근할 수 없는 차도 한가운데에 비상벨이 달려 있는(…) 기막힌 사례도 존재할 정도. 심지어 조두순을 감시하느라 여념이 없는 안산시에서도 비상벨이 먹통인 사례가 많다고 한다.

길거리 안전에 대한 더 전통적인 정책적 접근으로서 떠올릴 수 있는 CCTV의 경우, 이미 충분히 많고, 매해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수요는 더욱 많아서,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CCTV는 비단 치안 정책뿐만 아니라 골목길 불법 쓰레기 투기 같은 환경 정책의 일환으로도 설치되는 일이 많기 때문. 그러나 CCTV 대당 가격이 의외로 비싼 데다[19] 막상 '사생활이 침해 받는 감시사회' 라며 CCTV 추가 설치를 반대하는 여론도 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든 당국으로서는 영 불편한 선택. 상기했었던 CPTED 따위에 지자체들이 꽤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도, 기존의 안전 정책 패러다임으로는 답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1.2.2. 인구, 도시계획, 주거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지역의 인구가 예측 이상으로 심하게 변동하여 주민들의 삶에 문제를 일으킬 때 인구 정책이 필요하다. 더 현실적으로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보다는 줄어들 때 인구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인구유입을 위한 정책은 지역별로 속하는 분야가 대체로 다 달라서, 어디서는 귀농 정책과 함께 농산업 분야로 분류하기도 하고 어디서는 인프라 정책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의 정책입안자들은 단순히 수치상으로 유입인구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유입된 인구가 정말로 '눌러앉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무작정 사람을 끌어모으지 말고, 사람들이 모여 살 수밖에 없는 환경, 즉 정주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껏 들어온 인구가 다시 떠나가 버리기 때문.

많은 인구의 유입을 수용하기 위한 방편으로는 택지개발을 하여 아파트단지든 뭐든 기본 천수백 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짓는 것이 있다. 2010년대 후반 이후로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택지개발을 하는 동네가 바로 세종특별자치시. 과거에야 그냥 닭장처럼 지으면 끝이었지만 현대의 아파트단지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 문화예술 공간, 근린공원, 주민 전용 편의시설, 생활동선 등을 전부 고려해서 설계된다. 이런 단지들은 자가를 분양하기도 하지만 임대주택의 형태로 분양되기도 하는데,[20] 이를 어설프게나마 소셜믹스로 섞어주다 보니 단지 간 차별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와중에 자금부족을 내세운 한국토지주택공사 측의 부실공사로 인해 임대형 단지의 생활수준이 낮아진 것은 덤이다. # 일단 LH 측에서는 임대아파트도 고급화될 수 있다며 지방 중소도시를 대상으로 행복마을 시범사업을 추진중이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미지수.

무계획적이고 낙후된 기존 구도심을 갈아엎고 동네를 새롭게 단장하는 재개발 역시 역사가 깊은 도시계획 사업이다. 슬럼화된 빈집들을 정리하고 위생, 치안, 교통 등의 문제를 한큐에 해결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역사가 흔히 보여주듯이 재개발의 이미지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 그러다가 2010년대 초반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대안적 패러다임이 바로 도시재생으로, 뉴타운 경쟁에서 밀린 지자체들부터 이쪽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도시재생이 기존 재개발 사업과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기존의 인문환경과 인프라 자원을 최대한 가꾸고 살려낸다는 것,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적극 보장한다는 것 등이다. 정선군의 성공으로 유명해진 마을호텔(community hotel)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나온 아이디어. 그러나 의도가 좋더라도 주민들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또 다른 관의 독주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시재생과 맞물려 돌아가는 또 다른 주거 관련 아이디어가 바로 빈집정비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버려진 주택을 잘 보수하고 예쁘게 리모델링하면 새로운 공익적 목적으로 쓸 수도 있으며, 잘 된다면 관광객들의 포토 스팟으로 성공할 수도 있겠다는 제안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많은 빈집들은 정비된 후 지역 주민들을 위한 북카페나 주민공방, 작은도서관 등으로 쓰이고 있다. 이런 빈집들이 많은 노후 구역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서 기존의 도로는 그대로 두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조치를 받게 된다. 이런 경우는 일종의 소규모 재개발 사업과도 비슷하다.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즉 스프롤(sprawl)은 도시 외곽의 점점 더 많은 국토자원이 비효율적이고 계획되지 않은 방식으로 이용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기존에는 녹지 확보와 확장 억제를 위해 그린벨트를 시도하기는 했으나, 지역주민의 많은 반발을 불러왔으며 개발 압력에 못 이겨 야금야금 갉아먹히고 있는 실정이고(…) 그나마 확장조차도 막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에도 점점 많은 그린벨트들이 산업클러스터니 뭐니 해서 희생(?)되고 있지만, 아직은 환경 정책 분야에서 '도시외곽숲' 이라는 이름으로 산림청이 추진하는 방식으로나마 남아 있다.

한편 스프롤에 대한 다른 대안으로는 압축도시(compact city)가 있는데, 이는 대도시권보다는 특히 인구감소 추세에 있는 지방 중소도시에 대한 처방으로 각광받고 있다. 말인즉슨 억지로 생활권을 늘리려 하지 말고, 차라리 중심이 되는 지구에다 각종 기능들을 한데 몰아주자는 것이다. 중심부의 고밀화를 통해서 추후 인구의 유입도 가능하고, 설령 유입되지 않는다 해도 '강소도시' 로서의 효율성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이런 관점은 중심지 이론(central place theory)과 엮여서 농어촌 지역에서 중심지 활성화 사업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읍내에 일 보고 온다는 말이 있었듯, 배후마을과 중심지를 명확히 재조정하고 대중교통도 이를 위해 재편성하자는 취지다. 단 여기서는 중심부로 무조건 '압축' 하는 것이 아니며, 중심부에 집적된 서비스를 배후지역으로 '전달' 한다는 관점을 따른다.

1.3. 산림, 녹지, 환경, 공원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역사 깊은 녹지 정책은 역시 나무심기로 대표되는 녹화사업이다. 물론 현대에도 오래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식목일마다 사람들이 모여서 묘목을 심기는 하지만, 나무심기의 접근법은 예전과는 판이한 패러다임을 갖추게 되었다. 그 중에서 제일 먼저 언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산림경영이다. 즉 산이 있으니 나무를 심는다는 수준이 아니라, 이런 목재의 수요가 높으니 여기엔 이 수종을 심고, 저기는 저런 생태계이니 지속적 생산을 위해 저런 숲을 만들어서 몇 년마다 벌채하자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산주들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우므로 유럽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산림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 이런 경영 활동은 임업의 일환으로 간주되어 산업 정책으로 포함되기도 하고, 바이오매스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에너지 정책이 되기도 하며, 주민 목공방에 자재를 대 주는 방식일 경우에는 공동체 정책이 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주요하게 시도되는 산림 관련 정책들을 짚자면 몇 가지가 더 있다. 우선 자연휴양림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산림욕이나 산림레포츠 등이 활성화되고 휴양 문화가 발달하면서 국내에서 꽤 오래 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임도(숲길)를 건설한다는 점에서는 둘레길 사업과도 궁합이 잘 맞으며, 유아숲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목제데크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꾸밈새로 인해 전국 어딜 가나 휴양림은 다 똑같다는 인식이 생기기도 한다. 각 지자체마다 휴양림 컨셉의 특화가 필요한 부분.

다음으로 나무은행 정책도 있다. 여기서는 정부가 공적인 목적으로 벌채하는 나무들을 그냥 버리긴 아까우니 일정한 자리에 옮겨 심어 두었다가, 나중에 경관이다 뭐다 해서 필요할 때 다시 뽑아 가져가서 쓰자는 아이디어다. 나무들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새싹이 움트고 나무가 늘어나는 효과는 이자 취급. 꽤 규모가 되는 나무은행 설치지점은 인근 주민들을 위한 근린공원처럼 쓸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전국적으로 매해 수십억 원 수준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현실성 높은 산림 정책이지만 기존의 산림 관리 정책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아쉬움이 남는 게 흠이다.

산림청에서 열심히 밀고 있는 정책으로 도시숲(urban forest)이 있다. 도시 바깥에 '도시외곽숲' 을 조성하고, 도시 안쪽으로 쭉 이어지는 '바람길숲' 을 만들어서 잇자는 것. 이 방식은 미세먼지열섬 현상을 예방하기에 효과적이라고 기대되고 있다. 녹지가 많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덜 가열되어 공기순환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킴으로써 과열된 도심지역에 산들바람을 전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이 산들바람이 전해지는 통로가 바로 도시외곽숲. 특히 미세먼지 이슈는 지자체 수준에서는 손대기가 쉽지 않으면서도 중대한 환경 문제이기에, 산림청으로서나 지자체로서나 도시숲 사업에 다들 상당한 의욕을 보이는 중.

녹지 정책은 대도시권, 그 중에서도 서울 외곽 베드타운처럼 난개발로 인해 녹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곳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가장 초보적인 아이디어가 옥상녹화이긴 한데,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건물 자체가 거의 없는데다 당장 적용하기는 힘들어서 일단은 열기가 한숨 가라앉았다. 대신 새로 짓는 건물마다 옥상녹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하며, 기존 건물에서 정상적으로 녹화를 할 수 있는 신기술을 맹렬히 개발하는 중. 옥상녹화를 원한다면 그 도시에 평균 강우량이 충분한지, 건물이 하중을 감당 가능한지, 관리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지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눈에 보이는 회색빛 콘크리트를 전부 녹색으로 뒤덮자는(…) 접근법으로도 많은 정책들이 나왔다. 건물 외벽에 담쟁이덩굴 같은 식물들을 두르는 그린커튼(green curtain), 동네 보행로 자체를 잔디밭으로 만들자는 그린카펫(green carpet), 공영주차장에 아스팔트 대신 잔디를 심자는 잔디블록, 도로 양 옆을 이끼로 덮자는 이끼도로[21] 등이 있으며, 심지어는 대구 수성구의 경우 동네 전봇대를 대상으로 하는 전피화(전봇대에 피어난 꽃) 사업으로 전국 각지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런 류의 정책들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전부 초기비용보다 장기적 유지관리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더 크다는 것이다.[22] 그렇다고 관리를 소홀히 하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동네 전체가 흉가 내지 포스트 아포칼립스스러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변해 버리니 문제.

한때 환경 운동가들이 남의 땅에다 기습적으로 식물을 심어서 불법 논란이 일기도 했던 활동,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은 2010년대 중반 이래로 대한민국 각지 지자체들의 흔하디흔한 경관 및 녹지 정책이 되었다. 골목길 모퉁이나 건물 사이의 한 뼘 정도씩 남는 땅에다 초미니 정원을 예쁘게 가꾸는 것. 사실 이렇게 하는 것은 녹지 확보의 의의보다는 경관 개선의 목적이 크며, 그보다도 쓰레기 무단투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넛지 효과로 유명하다. 예쁜 화단에다 쓰레기 봉투를 버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 정책 특성상 공동주택 단지보다는 단독·다세대주택 단지, 난개발된 빌라촌 등의 주거환경과 궁합이 잘 맞는다.

2010년대 말 이후로 대한민국의 공원 정책에서 핫한 것이 바로 정원(garden) 조성 사업이다. 대부분은 마을 단위에서 공동체 정원(community garden)을 조성하는 데 치중하고 있지만, 잘 만들어진 정원은 심지어 전국에서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최강의 파괴력(?)을 지닌 사업이 바로 국가정원으로, 이 엄청난 사업을 따낸 순천시(순천만국가정원)와 울산광역시(태화강 국가정원)는 다른 지자체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국가정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방정원 정도만 되어도 이미 놓치기엔 너무 아까운 고기 취급. 도심지에서는 실내정원 컨셉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가든볼(Smart Gardenball) 사업도 시도되고 있다.

1.3.1. 청소, 재활용, 자원

사실 각종 녹색 정책들보다 훨씬 더 일상생활에 크게 와닿는 환경 정책은 바로 청소행정에 관련된 것이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어지간하면 자체적으로 체계화된 청소 프로세스가 있기에 기관이 손댈 여지가 많지 않지만, 다세대주택 단지는 쓰레기 무단투기 및 처리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이슈로 남아 있다. 심지어 일부 동네에서는 길거리 이곳저곳에 음식물쓰레기 침출수(…)가 고여 있을 정도다. 기존에는 사후단속 위주의 수동적 행정으로 일관했지만, 오늘날에는 쓰레기를 치우는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경우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형생활폐기물 처리기술을 개발하여 간소행정에 공헌했으며,[23] # 플로깅(plogging)이라는 신개념 환경운동을 접목하여 마을공동체 체육활동과 청소활동을 결합시키자는 아이디어도 잘 알려져 있다.

쓰레기통에도 많은 정책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쾌하고 더러운 쓰레기통이 아니라, 깔끔하고 아름다운 쓰레기통으로 바꾸어 보자는 것이다. 뉴욕에서는 점포 앞에 쓰레기통이 있을 경우 그 점포의 점주가 쓰레기통을 '입양' 하여 관리하자는 'Adopt-a-Basket' 사업의 사례가 유명하다.[24] 또한 쓰레기통을 좀 더 이색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서울 구로구의 경우 담배꽁초 쓰레기통에 2지선다형 구정퀴즈를 인쇄하여 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이 구로구 정책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했다. # 한편 이에 질 수 없었던 영등포구는 그 동네의 구정현안에 대해 주민투표를 담배꽁초로 받는 쓰레기통을 만들었다(…). #

다세대주택 단지와 궁합이 잘 맞는 청소 정책으로 도시광부를 들 수 있다. 이 정책은 분리수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제안되었는데, 흔히 일반 가정집들은 분리수거를 할 때 폐지와 플라스틱 정도만 적당히 분리할 뿐, 무엇을 어떻게 분리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 상태 그대로 재활용 업체에 가져가면 업체로서도 난감하므로, 골목마다 정해진 요일에 팝업 재활용정거장을 설치하여 폐지, 플라스틱, 유리, 철, 비닐 등을 전부 나누어 수거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도시광부는 이곳에 머무르며 주민들의 분리수거를 돕고, 현장에서 겸사겸사 재활용 교육도 맡게 되는 사람을 말한다.[25] 이 사업을 포함해 청소 정책 전반에서 전국 최우수 수준에 도달한 동네가 바로 서울 금천구 독산동이다. 전국의 환경 운동가들과 코디네이터들이 웬만한 일에는 독산동 가서 배우고 오라고 말할 정도다. 이 지역은 이외에도 주민들끼리 물건을 나눠쓸 수 있는 크리킨디공유상자 사업 등을 진행하는 등, 기본적인 마을공동체 역량이 갖춰져 있다고 평가받는다.

청소나 분리수거도 중요하지만 사실 현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재활용 정책이다. 이는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버려지는 것' 으로 보지 말고 하나의 '자원' 으로 보아야 한다는 전반적인 국정인식과 함께 부각되었다. 이에 따라 마치 물이 순환하듯이 인간이 쓰는 자원도 순환의 체계를 만들어 보자는 발상이 나타났고, 2020년대 이후로 대한민국의 정책 기조는 자원순환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패러다임에 따르면 재활용은 재자원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종래의 인식보다 더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다. 한국판 뉴딜에서도 언급된 사례로는, A공장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을 그냥 폐기하는 대신에 B공장의 자원으로 판매하는 방안이 있다. 현실적으로야 물론 양측의 수요가 그렇게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산단은 별로 없겠지만, 맞출 수 있는 만큼은 맞춰 보자는 것.

재활용(recycling)이 단순히 다시(re-) 자원을 사용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반면, 그 자원의 가치를 높여서(up-) 다시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인식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업사이클링(upcycling), 즉 새활용 운동이 그것이다. 일반적인 재활용과는 달리, 새활용은 폐플라스틱이나 폐고무 등으로 상대적으로 더 고가치를 갖는 상품을 제작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가장 흔한 예로는 페트병을 모아서 친환경 가방을 만드는 것이 있고, 경기도는 길거리에 한없이 걸리는 폐현수막을 모아다 압착하여 아이스팩 수거함을 만들어서 유명해졌다. # 새활용 제품은 자원순환가게 등에서 판매할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수익성도 기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점포마다 늘 나오는 커피찌꺼기나 맥주찌꺼기를 가치 있게 활용하자는 푸드업사이클링도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장에서는 재활용과 새활용을 함께 묶어서 리&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부에서 신경 써서 순환시켜야 할 자원은 그 외에도 무궁무진하게 많다. 리모델링이나 DIY를 하고 나면 벽돌이나 타일 등 가정집에서 폐기하기 어려운 공사장생활폐기물이 소량 발생하는데, 이를 담아 배출할 수 있는 소형의 전용 마대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그 외에도 2000년대부터 전국 각지에 보급된 형광등 수거함은 이미 보편화되었고, 많은 주민센터에서는 건전지를 10개 수거할 때마다 1개의 새 건전지로 바꿔 주는 사업들도 진행하고 있다. 종종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주민들의 의약품을 수거하여 약국으로 전달하는 청소년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한편 농촌에서는 비닐하우스나 노지농업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폐멀칭비닐농약의 수거 또한 신속하고 질서정연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전부 청소 정책이라는 범주 내에서 끊임없이 고안되고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1.3.2. 에너지, 발전

2020년대 이후로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은 탄소중립(Net Zero)을 목표로 재조정되고 있다. 향후 30년 동안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최대한 줄여서, 늦어도 2050년까지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와 자연에 흡수된 온실가스의 양을 동일하게 하자는 것이다. 탄소중립이 달성된 사회를 저탄소사회라고 하며,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구조에서 대체에너지(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산업구조로의 변화를 전제한다. 기존에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같은 중요한 정책적 키워드들이 있었지만, 탄소중립은 구체적이고 수치적인 목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견지되어 온 친환경 녹색성장 기조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탄소배출량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는 정책적 구체성이 매우 높다.

에너지 정책에서 실제로 대체에너지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박근혜 정부 이래로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태양광 발전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전폭적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은 사적인 목적으로 전기 판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건설 중이고, 설치 장소도 이제는 단순히 산림지대로 제한되지 않는다. 가령 태양광도로[26]·영농태양광[27]·수상태양광[28]·건물 외벽[29] 등 온갖 기상천외한 곳에서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돈이 많이 도는 곳일수록 그 돈을 받아 챙기기 위한 아이디어 상품도 많이 나오기 때문. 비단 태양광 외에도 풍력 발전, 지열 발전, 수력 발전, 수소 발전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계속되고 있지만,[30] 유독 원자력 발전만큼은 탈원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태양광 발전과 잘 맞물려 돌아가는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은 바로 분산형 에너지 공급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비되는 전통적 개념은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망으로서, 거대한 발전소를 어딘가에 세우고 거기로부터 전국 각지로 대규모 송전선을 이어서 공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분산에너지 체제 속에서는 에너지의 수요처 인근, 혹은 수요처 시설 그 자체에서 에너지를 개별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한다. 이런 네트워크에서는 대규모 블랙아웃도 없으며 크고 아름다운 송전탑을 지을 일도 없다. 이처럼 계획이야 참 좋지만 늘 어른의 사정이 발목을 잡는 법. 분산형으로 에너지 공급망을 재구축하는 일은 물론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며, 특히나 그게 태양광 패널일 경우에는 초기비용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고장났다 하면 일단 돈 천만 원은 기본으로 깨지고 시작하기 때문에, 공공시설 지붕에 설치된 패널들은 한번 고장난 후에는 수리할 엄두를 못 내서 그냥 방치되기도 한다. #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 외에도,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에 대한 방법 역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중요하게 제기되는 것이 바로 건축물의 열효율이다. 2025년까지 대한민국은 모든 건물이 제로에너지 건축물 (ZEB) 인증을 의무화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 아무리 환경친화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지라도 유리궁전 같은 건물에서 냉방을 하며 그 에너지를 펑펑 쓸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ZEB는 건축가들 사이에 초유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키워드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시도되는 단열재 개발, 폐열회수, LED 조명, 태양광 미니 패널 등의 방안 외에도, 현대에는 연료전지라든지 화이트루프(white roof)[31] 같은 방안들이 점차 시도되고 있고, 건물에서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추적 분석하는 건물에너지 관리시스템(BEMS)이나 지중열 교환펌프와 같은 여러 신기술들도 상용화 및 보급을 목표로 기술개발 중이다.

1.4. 관광, 레저, 문화, 예술

종래의 전통적인 관광 정책의 패러다임은 정책의 성공 기준을 '주요관광지점별 입장객 수' 로 보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모아서 특산물 상품 하나씩 품에 안겨 돌려보내면 그게 성공적인 관광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관광 정책은 곧 한계에 봉착했다. 몇 가지 문제점을 꼽자면, 첫째는 입장객 수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 객관적인 기준이 없었고,[32] 둘째로는 어떤 관광지는 관광객이 몸만 와서 쓱 보고 그냥 간 후 다시는 재방문하지 않지만 어떤 관광지는 몇 번이고 다시 찾아오면서 많은 돈을 쓰고 간다는 차이를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많은 관광경영학자들이 관광 정책의 패러다임을 체류형 관광체험형 관광으로 변화시킬 것을 조언했다.

현대의 관광 정책은 관광객이 많이 오거나 적게 오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일부 관광지의 경우, 심지어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것을 마뜩찮아하는 경우도 실제로 존재한다.[33] 그 관광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관광객만 받으면 충분하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방문을 계기로 그들의 지갑에서 돈을 최대한 많이 꺼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관광 정책은 한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체류' 하면서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체험' 하는가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

여러 지자체들은 관내에 흩어진 여러 관광지들을 하나의 테마로 묶어서 하루 종일 돌아본 뒤 숙박시설에까지 이어주는 투어 버스의 운행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관광객이 기본 1박 2일 이상 자기 고장에 머무르도록 하기 위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웃한 여러 지자체들이 협력해서 버스 노선을 만들기도 한다. 당연히 밤에도 관광객들이 관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니, 야간 관광을 위해 관광지마다 야간조명으로 맹렬히 꾸며지고 있는 중. 야간조명은 웜톤과 쿨톤으로 나눠지는데, 노르스름한 감성조명 및 무드등 위주의 웜톤 조명은 먹자골목이나 유럽풍의 걷고 싶은 거리에 잘 어울리고, LED 위주의 쿨톤 조명은 랜드마크나 도심지, 현수교 같은 구조물에 잘 어울린다. 문제는 양쪽 모두 뜻밖의 민원을 유발한다는 것. 웜톤 조명은 날벌레가 꼬인다는 민원이, 쿨톤 조명은 빛공해로 잠을 못 자겠다는 민원이 쏟아진다고 한다(…). 체류형 관광을 기획할 때 고려해야 하는 또 다른 주된 난점으로는 모텔 등의 숙박시설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 있다.[34]

관광객들이 밤낮으로 관광지에 체류한다면, 당연히 그 오랜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잔디 깔고 벤치 놓고 목제데크 짓는다고 해서 관광객들이 오는 게 아니며, 이런 식으로는 잘 된다 쳐도 외부에서 몰려들어오는 캠핑족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지만, 대체로 그 지역만이 갖고 있는 역사문화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으며,[35] 혹은 그 지역에 버려져 있던 인프라를 보수하여 관광자원화하는 사례도 많다. 폐철도를 활용한 레일바이크는 이미 지자체 세계의 '국룰' 이 되었고, 폐터널을 활용한 VR 체험관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 또한 단순히 시각 위주의 '좋은 경치' 관광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감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많아지고 있다. 전국의 호수와 강마다 수없이 증식하는 출렁다리번지점프대가 대표적이고, 관광 업계에서는 청각(소리)을 활용한 휴양 및 체험 아이템을 만들려는 구상도 계획되고 있다.

관광과 함께 자주 엮이는 단어들도 있다. # 일례로 휴양 관광웰니스(wellness)가 화두가 되면서 함께 떠오른 발상으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회색빛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힐링 상품들이 지방 농어촌 지자체들에 의해 쏟아져 나오는 추세. 충청북도의 경우 숲 속에서 한숨 푹 자고 오는 낮잠 관광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 상기한 휴양림 정책과도 잘 어울린다는 게 장점이지만, 국유림에 적용하기에는 일개 지자체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게 단점이다. 또 다른 단어로는 생태 관광이 있으며, 천수만 철새도래지는 전국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생태 관광지역에 속한다. # 특히 생태 관광이라는 컨셉은 연천군DMZ 인근의 접경지대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고, 각종 개발제한이나 생태규제에 발이 묶인 지자체들, 야생동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지자체들로서도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된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그 자체만으로 천혜의 환경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레저 산업과 연계되는 관광 정책에서 가장 핫한 것이 바로 친수공간을 활용하는 수상레포츠 관광사업이다. 친수공간이라는 개념은 기존의 수변공간(waterfront) 개념에다 즐길거리 개념을 결합했다고 보면 되는데, 쉽게 말해서 물을 그냥 고인 채로 둘 게 아니라 거기서 물놀이를 하든 스포츠를 하든 하면서 놀자는 것이다. 그래서 관내 어디 외딴 곳에 저수지라도 하나 있는 지자체들은 친수공간 조성 정책에 환장(…)하지만, 이것도 아무데서나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농업용수원이 아니라 상수도원인 경우에는 수자원공사에서 대번에 태클이 들어오고, 대개의 저수지나 에는 이미 레저 개인사업자들이 있어서 이들의 이해관계를 맞춰줘야 하며, 그 중 일부는 흔히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물놀이 좋아하는 내륙 지역 주민들에게는 분명히 높은 수요와 만족도를 보이는 정책인 것도 사실.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벽지 지자체들 중에는 관광객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는 이렇다할 특색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곳에서 자기네 고장을 홍보하고 관광객들을 유치하려 하는 가운데 예산낭비성 사업들이 남발되어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랜드마크 조성사업기네스북 등재사업이다. # 전북 무주군의 '산꼭대기 태권브이', 전남 신안군의 '순금 바둑판', 충북 괴산군의 '세계 최대 가마솥' 이 대표적인 케이스다.[36] 각지 지자체가 랜드마크나 '세계 최대' 타이틀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만큼 주변 지자체들과 비교해서 인문·자연지리적 환경이 고만고만한 탓에(…) 전국의 관광객들에게 차별성을 드러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37] 특히 이런 랜드마크 중 일부는 주민들 눈에 기괴해 보이기도 하여 민원이 들어오기도 하며, 이는 공공조형물에 얽힌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38] 따라서 이런 관광객 유치성 사업은 지역을 유명해지게 만들기는 하는데, 안 좋은 의미로 유명해지게 만든다(…).

비슷하게 비판을 받는 관광 홍보 정책들 중에는 2000년대에 반짝 흥했었던 영화·드라마 세트장 유치사업도 있다. 당시에는 웰메이드 사극들과 드라마들이 최대시청률 40~50%를 가뿐하게 찍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이런 작품들이 촬영되는 세트장을 유치하는 것은 당시 지자체들의 숙원 중 하나였다. 물론 세월이 지난 후 현대의 관점에서 돌아보면 한바탕의 장대한 세금 낭비(…)가 되었는데, 당시에만 사람들이 몰리면서 반짝 화제가 되고 흑자를 기록했을 뿐, 이후로 2~3년만 지나고 나면 금세 사람이 텅텅 비게 되었고, 끝내는 어마어마한 운영 적자를 내는 애물단지가 되었던 것이다. # 마찬가지로 아무리 유명한 영화라 해도 그 촬영 세트장은 10분이면 다 돌아볼 정도로, 세트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즐길거리가 많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현대의 관광 정책은 이런 관광지에 어떤 콘텐츠를 채워넣어서 기사회생시킬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냥 맘 편히 밀어버리면 되지 않겠나 싶어도, 현실적으로 그런 결단은 잘 내려지지 않는다(…).[39] 그 이후로 비슷하게 진행되어 온 테마파크 사업도 마찬가지로, 장기적 수익창출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지 않은 지자체들마다 밑 빠진 독처럼 운영비가 빠져나가는 테마파크로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앞서 설명했던 문화관광 콘텐츠를 제외할 경우, 문화예술 정책은 크게 보아 지역예술인들을 경제적 및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문화예술 육성사업,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생활문화 육성사업으로 구분된다. 먼저 전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나랏님이 공유하는 생각은 '예술인들이 말라죽어가고 있다' 이기 때문에 아낌없이 돈을 퍼부어 주는 경향이 있다. 그 외에도 공연장이나 연습실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인근 주민들의 소음 민원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현대에는 유튜브가 떠오르면서 1인 크리에이터 지원에 관련된 문화예술 사업이 뜨는 추세. 한편 후자의 경우, 가장 기본적으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문화공연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이 있고, 초등학교 오케스트라를 지원하거나, 시골 어르신들에게 영화를 보여드리거나, 혹은 가정주부들을 위한 난타 공연팀을 만드는 등의 접근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색적인 것으로 2020년 8월경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아파트단지로 공연팀이 찾아가서 주차장에 공연무대를 설치하는 발코니 콘서트 사업이 열린 바 있다. #

1.5. 교육

아마도 국내에서 '문제 많다' 고 여겨지는 사회적 분야 중에서 대한민국 공교육이 빠진다면 서운할 것이다(…). 실제로 교육 정책 분야는 다른 분야들보다 훨씬 더 많이, 자주 변화하고 있으며, 유독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들이 전방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각지의 교육감들이 대체로 진보 성향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크다는 (적어도 인공지능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기 때문에, 뭔가 바꾸기는 바꿔야겠는데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과연 민간에서 제공되는 사교육의 효과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격론이 오가고 있는 분야이다. 그래서 공교육 정상화교육혁신을 위해 수많은 교육행정가들이 실시간으로 갈려들어가고 있다. 또한 정치 이념의 영향을 유독 많이 받는 분야이기도 해서, 보수주의자들은 공교육에 변화를 줘 봤자 기초학력 미달 사태만이 벌어질 뿐이라고 본다.[40] 학부모들도 '교육제도 개선은 필요하지만 내 자식을 실험쥐로 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는 식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제안되는 아이디어는 바로 마을학교 정책이다. 이는 교육 정책임과 동시에 공동체 정책이기도 하며, 그 근원은 학교협동조합 운동과도 궤를 같이 한다. 특히 맞벌이사교육이 증가하면서 학생들에게 방과후 시간대에 어떤 교육적 활동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고, 부가적으로 학교밖 청소년이나 저소득층 청소년들에 대한 정책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마을학교는 기존의 학교 개념을 단순히 교육이 이루어지는 건물의 의미가 아니라 교육적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마을 전체로 확장시켰다. 따라서 골목길 전체가 학생들의 운동장이 되고, 마을 이웃 주민들이 선생님이 되며, 교실 개념은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가 된다. 이와 같은 마을공동체 주도적 교육 모델은 종종 학습공원(learning park) 내지 학습마을(learning village)이라고도 불린다. #1 #2

마을학교처럼 '학교 안' 과 '학교 밖' 의 경계를 허무는 정책은 이미 물리적인 수준에서 시행되고 있다. 학교 담장 허물기 정책은 특히 학교 주변에 근린공원이 있을 경우에 효과적이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학생들이 생태 체험을 하고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전인적 교육의 공간이 나온다는데, 왜 학생들의 활동범위를 담장으로 가두어 놓고 통제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류의 사업들은 그 근본 철학은 분명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러 어려움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교통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고,[41] 다음으로 아동 성범죄가 이슈가 되면서 거동수상자의 교내 침입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는 학교안전지킴이니 뭐니 하면서 교내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쪽으로 변해 가는 추세.

과중한 사교육 의존, 해외 어학연수, 고액과외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2000년대에 경기도가 야심차게 시도했던 영어마을 조성사업 정책은 현대의 관점에서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당초 이 정책은 학생들이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해외와 완전히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고, 저소득층 학생들이 영어학원 및 어학연수 시장에서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일을 막으리라 기대되었다. 하지만 막대한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는 전혀 다른 문제였고, 막상 몇 년간 굴려 보니 영어는커녕 그냥 이국적인 테마파크처럼 운영되는 데 그쳤다. 분위기를 타고 시도되던 제2언어 특화 마을들도 대체로 비슷한 처지. 그러나 현대에 이 아이디어가 완전히 버려지지는 않았고, 비록 분야는 달라졌지만 다문화가정의 사회통합을 위한 다문화 체험마을 형태로서, 혹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한류마을 형태로서의 정책적 의의는 인정 받고 있다.

교육 정책은 고령화 문제와 엮이면서 특히나 더더욱 주목 받는 분야이기도 하다. 기존에는 가정주부들의 심심풀이를 위한 취미생활 클래스 정도로 간주되었던 평생교육이, 이제는 인생2모작을 준비하는 5060 신중년들의 제2의 도약의 발판으로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전국 각지의 평생교육센터는 점차 액세서리 만들기 따위의 소소한 공예 클래스는 줄어들고, 특정 직업과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비율이 높아지는 중이다. 가장 여건이 좋은 건 그 코스를 끝낸 수료생을 직장에 곧바로 취업할 수 있도록 이어 주는 일자리 연계형 강좌의 경우. 평생교육 강좌를 먼저 만들고 그에 맞는 직종을 알아봐 주는 게 아니라, 산업체의 인력 수요를 먼저 파악한 뒤 그에 맞게 훈련시킬 수 있는 강좌를 편성하는 방식이다. 점점 고령인구의 비중이 늘어나고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준비하면서, 평생교육 시장은 갈수록 넓어져 가고 있는 추세다.

여기서 평생교육은 "의미상 교육수요자가 지나치게 수동적이다" 라는 교육학자들의 지적을 받아 국가 차원에서 평생학습이라는 더 적극적인 용어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단 평생학습의 전폭적인 도입은 교육재정 상 초중등교육을 우선시하는 법령 특성 상 비현실적이라는 문제가 있어, 우선 지자체 선에서부터 자체적으로 조례를 제정하고 추진하는 평생학습도시의 구상이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지자체 내에서 연령에 무관하게 모든 주민이 평생학습생태계 속에서 마음껏 학습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조직 수준에서는 평생교육진흥원을 설치하고 시설 수준에서는 평생학습관을 건립하여 근거리 학습망을 형성하는 것이 주가 된다.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마트화, 디지털화 트렌드에 맞추어 디지털 평생학습 플랫폼을 만들어서 한 사람이 여러 기관에서 수료한 학습이력을 통합 관리하는 것도 거의 정착 단계이다. 이후로는 이를 바탕으로 학습경력 인정체계를 완성하기 위한 평생학습계좌 제도까지도 준비 중인 상태. 그러나 교육예산에서 평생학습예산은 언제나 찬밥 신세여서, 이상의 여러 구상들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평생학습기금을 반드시 조성할 필요가 있다. 가장 성공적인 국가단위 사업으로는 K-MOOC가 있으나, 아직은 지나치게 명사특강 위주의 콘텐츠라는 교육학자들의 비판도 있다.

도서관 역시 교육 정책의 중요한 대상지 중 하나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일차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은 역시 더 많은 주민들이 더 편리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42] 그래서 나온 정책들로서 주거지역 가까이에 붙여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을 설치하는 것, 바쁜 직장인들이 대출과 반납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지하철역스마트도서관을 설치하는 것, 하다못해 좋은 구절이라도 마음의 양식으로 삼으라면서 문학작품 글귀들을 번호표 뽑듯 무료로 출력해 주는 문학자판기를 지하철 승강장에 설치하는 것 등이 있다. 물론 이렇게까지 해도 안 읽을 사람은 도무지 읽지 않는다(…). 한편 도서관에서 무엇을 운영할지도 중요한 이슈로, 기존에는 독서동아리 지원사업 같은 천편일률적인 것이 많았지만 점차 영유아를 위한 장난감도서관을 만들거나, 시각장애인 및 어르신을 위한 도서 낭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도 많다. 이뿐 아니라 전자책을 활용한 큰글씨 도서관 등, 고령화에 대비하여 노인친화적 독서환경을 마련하려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1.6. 복지, 육아, 다문화

많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그 따위에다 쏟아부을 돈으로 차라리 가난한 사람들이나 좀 도와라!" 따위의 말을 하곤 한다. 심지어 2천년 전 성경에도 이런 말을 했던 사람이 등장할 정도이고, 실제로 복지 정책의 세계적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구빈(救貧) 활동은 사실상 근대적 복지의 시작이라고 봐도 좋다. 문제는, 이런 시혜성의 현물 분배는 흔히 복지병을 유발시켜서 복지 지출을 줄이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현대 정부들은 점점 더 엄격하게 자격 요건을 따지고 각종 서류와 증명들을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이러다 보니 이번엔 정책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터졌다. 행정적 절차가 너무 어려워서 취약계층의 복지 접근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게다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대상자들은 계속 증가했고 총예산 중 복지예산의 비율 역시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복지 업무를 정부가 홀로 떠맡기에는, 비용은 비용대로 과중해져 갔고 효과는 효과대로 떨어지고 있었다.

현대의 복지 패러다임은 지역 마을공동체가 시민사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정부의 지원 및 촉진을 통해서 이웃 간의 안녕을 돌본다는 공동체주의적 방향으로 넘어가고 있다. 정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고, 기업들도 자선가가 아니니, 결국 복지는 시민들의 강력한 힘으로 떠받쳐져야 한다는 것. 일례로 맞벌이로 힘겹게 살아가는 가정의 양육 문제를 돕기 위해 이웃 주민들이 너나할 것 없이 함께 영유아를 돌보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다함께돌봄센터,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공동육아나눔터가 바로 그것. 또 다른 아이디어로, 독거노인과 같이 복지사각지대에 속하는 1인가구를 돌보기 위해서 요구르트 배달원이나 가스 검침원 등을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다. 이런 1인가구는 관에서조차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데,[43] 까딱 잘못했다간 고독사가 뉴스에 뜨고 사회적인 지탄을 받을 수 있기에 마을 이웃들의 돌봄을 활용해 복지 음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러한 마을돌봄(community care)의 철학은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사회통합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특히나 고령화 시대 노인복지 서비스에 궁합이 잘 맞는다. 기존에는 노인들을 무조건 노인정이나 경로당, 양로원 등에 보내 버리면 그만이었고, 그런 시설들에서 노인들이 알아서 잘 살 것이라고 기대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다. 노인들 본인들부터가 그런 삶을 원하지 않았고, 시설 생활의 만족도도 낮았으며, 인권 침해 논란도 꾸준히 불거지곤 했다. 따라서 이런 노인들이 자기 살던 고향에서 그대로 거주하게 하되, 시설에서 제공되는 복지 서비스들을 똑같이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복지 정책의 재구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비단 노인뿐만 아니라 각종 장애인 돌봄의 경우에도 마을돌봄을 적용할 수 있으며, 다만 비장애인들과의 화합이 가능하도록 사회화를 훈련시키는 중간집(halfway-house)을 추가로 운영할 뿐이다. 장애인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적 부조를 촉진하기 위해, 이타적 봉사활동을 시간 단위로 세어 교환하는 타임뱅크(time-bank) 운동을 접목시키려는 제안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2010년대 후반 이래로는 특히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마을돌봄을 적용하고자 하여 치매안심마을 사업이 전국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치매노인들의 경우 자신이 평생 살던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런 배회노인들을 가족에게 인계해 주는 것은 늘 경찰의 일이었지만 행정력이 너무 많이 든다는 고충이 있었다. 그러나 치매안심마을 내에서는 마을돌봄이 적용되기 때문에, 배회노인을 발견하게 되면 동네 사람들이 "저기 윗집의 김씨 어르신이잖아?" 라고 곧장 알아볼 수 있고, 빠른 시일 내에 어렵잖게 가족 인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 경기 고양시나 광주 광산구, 전남 장성군 등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은 지자체들에서, 치매노인 실시간 모니터링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안심마을 사업과 함께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

그러나 이런 마을 조성 사업들에는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마을돌봄은 강력한 공동체 역량을 필요로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정부가 진행하는 하드웨어성 사업으로 전락하고 만다. 실제로 많은 치매안심마을은 마을돌봄 공간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실버인프라를 비롯한 소극적인 사업들[44]이 주가 되고 있다. 물론 이런 사업들도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지만, 이런 걸 마을돌봄의 사례라고 하는 건 많이 무리수다.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복지 정책의 성공은 정부가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그 지역 주민들이 마을의 복지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웃의 안녕을 얼마나 돌보고 있는가' 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의 복지행정가들은 "차라리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이나 도와라!" 라고 무심하게 내뱉는 주민들을 향해서 "그러는 당신은 옆집의 가난한 이웃을 얼마나 잘 도와주고 있는가?" 라고 되묻게 될 것이다. 이젠 복지에 적극적인 주민들이 있어야만 정부의 복지 정책이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을돌봄에 기초한 복지 정책과 잘 맞물리는 핫 트렌드로서 생활밀착형 복지사업, 내지는 일명 "찾아가는 복지" 담론이 있다. 오늘날 지자체들의 복지 업무 보고서마다 빠지지 않고 꼭꼭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이 '생활밀착형' 이라고 해도 될 정도. 물론 꽤 옛날부터 복지는 모름지기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한다고 알려져 왔지만, 그때에는 대개 시설 중심적인 모델, 즉 복지 업무를 전담하는 시설이 있고 수혜자 주민들이 때가 되면 시설로 모여들어서 서비스를 받는 모델을 견지해 왔었다. 그러나 막상 수혜자들의 면면을 보니 개인마다 고유한 빈곤의 이슈들이 있었고,[45] 어쩌다 한두 번 주는 푼돈 가지고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자, 그 사람에게 맞는 지원을 수 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중장기적 개입의 인식이 무르익었다. 이 때문에 생활밀착형 복지사업은 종종 용어를 달리할 경우 개인맞춤형 복지, 사례관리형 복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런 패러다임 속에서 이제 복지 공무원들은 발에 땀이 나도록 현장을 뛰어다니게 되었으며(…) 많은 지역에서 복지뿐만 아니라 행정민원 전반으로까지 확대 적용한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및 찾아가는 주무관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저출산 현상을 막기 위한 아동복지 정책으로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몇 가지가 있지만, 이조차도 범국민적인 출산 기피 경향을 되돌리는 데에는 택도 없다(…).[46] 우선적으로 거론할 만한 것으로서 공공산후조리원 유치 정책을 들 수 있다. 특히 이것은 산부인과도, 산후조리원도, 어린이집도 찾아보기 힘든 지방 중소도시들에서 어떻게든 유치해 보겠다고 피 말리는 경쟁을 유발하기도 하며, 유치에 실패할 경우 지자체 전체가 몇 년씩 저출산 문제에 의욕을 잃고 사기가 떨어지기도 한다. 그 외에도 국공립어린이집 역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실제로 적잖은 복지 전문가들은 국공립어린이집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단, 어린이집 학대 문제가 나날이 언론에 보도되는 특성 상, 국공립이라는 이름값에 좀 더 많은 기대가 쏠린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집들의 보육 콘텐츠는 당국에서 보조금 지급을 먹이(?)로 내걸고 관리하고 있으며, 유럽형 선진 보육 프로그램이라면서 뭔가가 국내에 도입되면 정부 보조금에 목마른 어린이집 원장들이 적극적으로 신청하는 경향이 있다.

시골 농어촌의 경우는 꽤 역사가 오래 되었지만, 현대에는 점점 더 대도시권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정책 영역이 바로 결혼이주여성 지원 정책이다.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시행할 만한 여성 정책을 이걸로 퉁치기도 할 정도로 결혼이주여성의 인구가 많은 곳도 있다. 이 분야의 정책을 둘로 구분하자면 다문화여성 관련 사업과 다문화자녀 관련 사업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보통은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더 정책적 효과가 좋다. 전자의 경우만 여기서 설명하자면 전통적으로는 담당센터 연결, 한국어 교육, 김치담그기 교육 위주로 진행해 왔고, 오늘날도 여성가족부에서 날마다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내려오고 있는 상황인데, 문제는 이 여성들이 영 안 모인다는 것(…). 이 문제 역시, 결혼이주여성들을 적응지원 프로그램마다 꼬박꼬박 불러모을 수 있는 획기적인 묘안을 떠올린 사람은 곧바로 여성정책 관련기관들에서 모셔가려고 안달이 날 것이다.[47] 일단은 다문화가정 남편들을 교육하여 지원 프로그램에 아내를 동참시키는 쪽으로 애쓰는 중이고, 해외 한인들처럼 베트남인 커뮤니티 같은 걸 만들어 주거나 혹은 문화교류 행사로 베트남 요리 나눔 등 이색 문화를 즐기는 자리를 갖기도 한다. 그래도 영 호응이 없는 건 사실이라, 지자체들은 오늘도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1.7. 건강, 보건, 체육

이 분야들의 정책은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방역에 올인하느라 담당 공무원들이 녹초가 되어 가는 와중에도 몇 가지 꾸준한 변화를 거쳤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기존의 '신체적 건강' 위주의 지원사업에서 더 나아가 정신건강 지원사업까지 포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대사회 들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분노, 불안, 외로움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역별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정신건강 정책의 주요 지표로 폭넓게 활용되는 중이다. 그래서 각지 보건소마다 심리치료, 상담, 자살대응, 정신과 처방 등을 감당하는 부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1020 청(소)년 연령층에서 심리상담을 필요로 할 경우, 해당 지자체의 보건소를 방문하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성년자들은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상담센터인 Wee 클래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신체적 건강의 경우, 민간 의료시장에 더하여 추가로 개입이 요청되는 의료 이슈가 바로 노년기 만성질환이다. 특히 이는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지방 중소도시 및 농어촌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적 문제이기도 하다. 당뇨병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들은 잠깐 앓다 끝나는 정도가 아니라 장기간의 투약 생활을 하며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유발하기 때문에 민간 의료시장뿐만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서 챙겨줘야 하는 것. 대표적으로 '음식 짜게 먹지 않기' 같은 식생활 캠페인이 있는데, 사람 밥상머리까지 나랏님이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수 있는 건 식생활교육지원법 따위의 법적 근거가 있기 때문(…).[48] 한편 앞서 살펴본 치매의 경우에도 보건소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 치매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척추관 협착증 등 노인들이 걸리기 쉬운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서도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던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추세와도 잘 맞고, 심지어 사회적 거리두기의 흐름과도 잘 맞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의사들의 반발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는 정책이 있으니 바로 원격 의료. 전세계적으로는 점차 원격 의료가 대중화되고 있기에 불가항력적인 시대적 요구로 보이지만, 2021년 현재까지도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은 상태. 이와 마찬가지로 의료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면 한의약 육성 정책이 되겠다(…). 이것도 한의약육성법이라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반발이 나올 걸 알면서도 어쨌든 한의학에 계속 돈을 쏟아부을 '의무' 가 있는 것. 유럽에서 인기 있는 허브테라피 따위를 들어서 한의약 육성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는 정책 입안자들도 존재한다.

그런데 사실, 병이 생기고 나서 치료하는 것보다는 애초부터 국민들이 스스로의 건강을 튼튼하게 잘 관리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 면에서 더 바람직하다. 그렇기 때문에 보건의료 정책의 논리를 이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체육 정책으로 분야가 바뀌게 된다. 체육 정책의 경우 지자체마다 씨름선수 같은 엘리트 체육인을 양성하는 지원금도 물론 편성하긴 하지만, 정말로 정책적인 의미를 갖는 행정활동으로는 생활체육 육성사업을 거론할 수 있다. 평범한 주민들까지도 체육과 스포츠가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급진적인 정책 입안자들은 더 직접적으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건강할 권리' 를 보장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생활체육 사업으로는 역시 체육관 건립이 있을 것이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는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실버스포츠 위주로 종목 수요를 예상해서 체육인프라를 깔아놓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유의할 점으로는, 막상 노인들도 '노인네 같은 체육' 은 꺼리는 심리가 있다는 것. 당장 실버스포츠 하면 떠올리기 쉬운 건 게이트볼이지만, 노인들은 오히려 극혐한다(…). 오히려 그보다는 파크골프(park golf)가 훨씬 더 선호되기에, 전국 각지 체육시설을 돌아보면 파크골프장이 굉장히 많다. 그 외에도 승마 등의 부유층 이미지가 있는 스포츠 종목들이 신중년들에게 선호되는 편이고, 태백·소백산맥에 입지한 지자체들은 패러글라이딩이나 행글라이더 등의 항공스포츠를 기획하고 있다. 굳이 인프라를 깔지 않더라도, 도서관 내부에다 Wii Fit 같은 기능성 게임기들을 들여놓는 게임도서관 같은 아이디어도 속속 제안되는 중. 코로나19 시국에서는 헬스 동호인들이 산간 운동시설로 몰려들면서 산스장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시설 개선에 대한 정책적 요구가 커지기도 했다. #

생활체육 외에 각지 지자체들이 염원하는 체육 정책 중에 전국체전 유치가 있다. 사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체육 정책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관광 정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정책의 성과 지표를 방문 관중 수로 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흔히 전국체전과 엮이는 다른 정책들로서 전지훈련 유치, 선수촌 유치 같은 것들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체육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전지훈련장의 경우, 기후가 끝내주게 덥거나 지독하게 춥기로 악명 높은(…) 지자체들에게는 발상의 전환이 되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점은 단연코 '급격한 수요변동에 대응 가능한 숙박시설의 확보' 라고 할 수 있다. 전국체전이 개최되면 갑작스럽게 많은 인파가 몰려들게 되고, 폐막 후 다시 썰물처럼 빠지게 되는데, 숙박시설이 없으면 그 인파들이 이웃 지자체들로 미련 없이 빠져나가게 되고,[49] 숙박시설을 마련했다 해도 일단 행사가 끝나고 나면 전부 공급과잉으로 파리가 날리게 된다. 따라서 다양한 용도로 가변적 활용이 가능한 숙박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스포츠 이벤트는 득보다 실이 더 클 위험성이 있다.

1.8. 민원, 행정, 주민자치, 공동체

위에서 살펴보았던 '찾아가는 서비스' 의 정책적 패러다임은 행정기관의 민원 업무에 있어서도 거대한 변화를 불러왔다. 종래의 민원처리 패러다임은 민원실에 공무원이 앉아 있으면 어떤 문제를 지닌 민원인이 찾아와서 고충을 토로하는 모델을 따랐다.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이제 민원 부서 공무원들은 그 분야 실무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동네를 누비면서 지역 주민들과 유력자들, 통반장급 유지들에게 특별한 어려움은 없는지 먼저 물어본다. 여기서 과거의 패러다임을 '신청주의' 라고 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굴주의' 라고 한다.[50] 민원이 들어올 때까지 멍하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정상적인 행정활동이 아니라는 얘기다.

바로 이 발굴주의에 발맞추어 함께 강조된 개념이 적극행정이다. 기존 공무원들의 업무수행은 흔히 복지부동, 무사안일, 적당주의 따위의 병폐로 묘사되어 왔으며, 해외에서는 NATO(No Action; Talks Only)라는 약어도 나왔을 정도. 적극행정 개념은 이러한 종래의 행태를 '소극행정' 이라고 부르고, 그에 대응되는 행태로서 공무원이 자신의 창의력과 전문적 지식을 십분 활용하여 문제를 발본색원하는 적극적 개입을 '적극행정' 으로 설명한다. 적극행정은 그 개입의 목표가 공익적일 때 성립하며, 특히 경제나 산업 분야에서 불필요한 인허가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근거로 많이 활용된다. 적극행정을 시도하다가 일을 그르쳤을 경우 제도적으로 면책을 받으며, 잘 될 경우에는 포상을 받고 전국에 모범사례로 널리 알려지는 영광(?)을 누린다. 물론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본다면 행정적 실패에 담당공무원의 옷을 벗기기는커녕 면책한다는 건 배불리 욕만 먹을 일이지만, 그렇다고 소극행정으로 일관하기만 하면 무사태평하다며 또 욕을 먹는다(…).

행정가에서 거의 10년 이상 목 놓아 외쳤던 또 다른 핫 키워드로는 민관협치(民官協治)가 있다. 이것은 행정학계에서 2000년대 이후 신공공관리론(NPM)이 힘을 잃으면서 보완적 논리로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 개념이 밀고 올라왔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 현대에는 정책의 형성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을 민주적으로 참여시키자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지며, 문재인 정부광화문 1번가나 전국 각지에 폭넓게 형성된 청년정책네트워크는 민관협치의 한 양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51] 특히 이런 주민참여적 정책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성패요인이 있다면, 그 사회의 정치적 취약계층이 얼마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들이, 결혼이주여성들이, 독거노인들이, 초등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삶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의견을 제안하지 못한다면, 민관이 힘을 합쳐 정책을 만드는 의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주민참여 수단으로서 2010년대 후반부터 각광받기 시작한 리빙 랩(living lab)을 들 수 있다. 리빙 랩은 본래 공학 분야에서 출발한 연구방법론인데, 현대에는 지역사회 혁신을 목적으로 정책적 영역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어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각종 첨단 디지털 기술을 동원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함으로써 마침내 '혁신적 돌파구' 를 찾아낸다는 것이 리빙 랩의 취지다. 국내에서는 리빙 랩의 기술적인 면을 최소화하고 공익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로컬 랩(local lab) 개념이 서울시에 의해 제시되었던 바 있다. 로컬 랩으로 유명한 지역 중 하나가 바로 서울 강북구 삼양동.[52] 그러나 그 방법론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리빙 랩 사업들은 공모사업으로서 운신의 폭이 좁으며 시간도 너무 촉박한 탓에 '혁신' 을 제대로 이루어낼 수 없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제도적인 영역에서 주민자치를 거론할 때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사실 주민자치회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누누이 언급했던 '마을공동체의 정책적 역량' 이라는 것을 한큐에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이 주민자치회다. 주민자치 업무에 대한 기초교육을 받았다면, 주민 누구든 위원으로 합류하여 마을총회에서 마을의 문제[53]를 놓고 토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렇다고 뭐 쌈빡한 게 나오는 건 아니고, 잘해봐야 위에서 쭉 나열했던 '트렌디' 한 정책들을 주민들이 직접 도맡아 운영하는 정도거나, 안 되더라도 반찬나눔 같은 무난한 활동을 하는 정도다. 유의할 점으로는 민주적 토론을 지향함에도 현실은 늘 병림픽(…)이 되기 일쑤이므로 중재역의 코디네이터가 제 몫을 다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의욕 있는 마을의 경우에는 여러 사업들이 겹치면서 업무가 과중되곤 하는데 주민자치회로서는 마을사업 운영업무를 외부에 위탁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 등이 있다. 아울러 일반 주민들로서는 한컴오피스 한글로 공문서 작성하는 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에 사무보조원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점 또한 많은 지역들에서 확인되었다.

이미 국내에 보편화되긴 했지만 제도적 주민자치 시스템 중 하나로서 주민참여예산제도 역시 중요한 한 축이다. 흔히 '나랏돈은 눈먼 돈' 이라는 비아냥이 있듯이, 주민들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사이에 공무원들끼리 쓱싹쓱싹(…) 예산을 날려 버릴 위험이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부터 이를 막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시행되어 왔으며, 예산이 편성되는 과정에서 이 예산이 정말 필요한지, 그리고 정말 이 정도 금액이어야 하는지, 놓친 것은 없는지 주민들의 기탄 없는 의견을 듣기 위한 주민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54] 한편 비슷한 예산제도로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처음 시도한 자치분권특별회계라는 것도 있다. 이것은 지자체에서 걷은 주민세를 쓰지 않고 두었다가 주민자치 활동을 위해 자유롭게 쓰도록 내어주는 것으로서, 더 직관적으로는 주민세 환원 사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기존의 10배가 훌쩍 넘는 거대한 돈주머니를 주민자치 목적으로 굴릴 수 있게 된다고.

마지막 분야인 마을공동체 정책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마을축제 혹은 지역축제이다. 대중적으로는 함평군 나비대축제[55]서울세계불꽃축제, 진해 군항제, 진주남강유등축제 같은 빅 이벤트들이 자주 거론되지만, 의외로 읍면동 수준에서까지 소소한 마을축제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서울시의 경우 자치구 하나당 10~12개 정도의 마을축제들이 있다고 봐도 될 정도. 이런 사업들은 그 마을의 역사적 특색을 반영하거나, 주요 문화재나 관광지를 드러내거나, 특산물을 홍보하거나 하면서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에 관광 정책으로도 간주되지만, 마을 주민들의 지역적 자부심과 일체감을 심어주고 애향심을 북돋는다는 점에서 공동체 정책으로 흔히 분류되고 있다. 유의할 점으로서, 엇비슷한 콘텐츠로 축제를 억지로 채워서는 안 된다는 점, 인접한 마을 및 지자체와 협의하여 축제의 일정 또는 컨셉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점 등이 있다.

굳이 축제가 아니더라도 마을 자체적으로 골목운동회를 비롯한 각종 대회를 여는 것도 가능하다. 일정한 날짜에 골목 하나를 통째로 비운 뒤 푸드트럭을 유치하거나 윷놀이, 줄다리기, 사생대회, 이어달리기 같은 활동들을 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 운동가들이 주목하는 즐길거리 중에서 전통바닥놀이 역시 골목운동회와 궁합이 잘 맞는다. # 땅따먹기, 비석치기, 사방치기, 고무줄 놀이 등을 위한 게임판(?)을 골목길 바닥에 그려놓는 것. 이런 놀이는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전수할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의 추억에 자녀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세대 통합의 효과까지 있어서 공익적이라며 공무원들이 반기는 콘텐츠에 속한다. 축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 농어촌 지자체들은 명절날 대도시권의 자녀들이 귀성했을 때를 노려서 운동회를 열기도 한다. 또한 마을 자체적으로 신문을 발간하거나 라디오 방송을 하는 등의 마을미디어 사업과도 잘 어울리는 장점이 있다.


이상의 내용을 쭉 읽어왔다면, 평범한 일반인이 "우리 사회 정말 문제가 많아" 라고 가볍게 말하고 넘기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쥐어짜면서 어떻게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몸부림(?)을 치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정책들은 정말 수많은 아이디어들 중에서 좀 더 인기를 얻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많은 정책들을 갖고도 아직도 우리 사회는 상당수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먼저 기존에 시도되었던 해결법이 왜 실패했는지 진단하고 나서 그 다음에 그 한계점을 개선한 해결법을 제안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열거한 거의 모든 정책들은 잘해 봐야 부분적 성공만을 거두었을 뿐이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껍데기뿐" 인 경우가 워낙 많다 보니, 정책 입안자들의 세계는 가히 3개월마다 트렌드가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신 트렌드에 매우 민감한 업종이다.[56] 국회의원 비서실이나 정책보좌관실이 어지간한 전략컨설팅업 못지않게 과로가 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 국가별 사례

2.1. 대한민국

2.2. 미국

2.3. 일본

2.4. 스웨덴

2.5. 기타


[1] 하술되겠지만 일반적으로 교통인프라 정책은 교통체증을 줄여서 도로망의 순환이 잘 되게 하지만, 반대로 안전 정책은 통행하는 차량의 교통소통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속도제한 구역이나 스쿨존 같은 정책이 그 사례.[2] 굳이 표현을 나누자면 '푸드트럭 먹거리 장터 신설' 이라는 정책 하에 각 부서들이 '진입로 확장공사', '음식물쓰레기 불법 투기 단속', '푸드트럭 위생 점검' 등의 사업을 맡아서 진행한다고 할 수 있겠다.[3]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대표적인 지자체가 바로 대전광역시다.[4] 조세연은 지방행정연구원 보고서를 반박하지는 않았다.[5] 신문, 우유, 요구르트 등을 배달하거나 정수기를 렌탈하는 걸 생각하면 편하다. 이는 재산의 가치가 소유가 아닌 활용에 있다는 점에서 공유경제와 일치하지만, 타인과 실질적으로 활용을 공유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구독경제의 한계를 극복하리라 기대되었다. 즉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고, 기존에 일부 산업에서 시도되던 방식을 경제 전반의 운영철학으로 확대하려는 운동이 구독경제라고 볼 수도 있다. 이걸로 가장 성공한 사례가 바로 넷플릭스다.[6] 이 경우 구직자의 유의가 필요하다. 대개의 청년취업 사업은 중복참여가 불가능하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 일자리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구직자는 고용노동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舊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할 수 없다.[7] 기존의 판로개척 패러다임은 직매장을 운영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도시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는 측면이 강했지만, 이게 모든 농촌에 항상 통하는 것이 아니므로 직매장에만 의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런데 지역 내 대량급식 쪽으로 방향을 틀 경우 식자재 장기보관시설 및 품질관리기술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므로, 정책적 개입을 할 여지가 생긴다.[8]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세차용수나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정책인데, 결과적으로는 많은 비판을 받고 묻혔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생각만큼 많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고, 빌라 정화조 청소도 공무원이 억지로 시켜야 겨우 하는 마당인지라 하물며 빗물저금통까지 관리하는 주민은 사실상 없었다는 점도 문제가 되었다.[9] 양평군의 경우 인기 유튜버인 시바견 곰이탱이여우를 명예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위엄을 선보였다(…). # 막상 4개월 후 해당 유튜버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지만. # 양평군에는 8코기네 같은 반려견 유튜버들이 은근히 있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저 정도의 이벤트를 열 정도면 공직사회의 마인드가 굉장히 열려 있다고 봐도 된다.[10] 당장 스마트가로등의 경우 LED 가로등의 기능과 신호등 기능, CCTV 기능, 비상벨 기능, 때로는 차량 속도체크 기능까지 전부 우겨넣은 가로등이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스마트볼라드(…)도 있다.[11] 위의 스마트가로등을 다시 사례로 삼는다면, 꼭대기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서 어느 정도 전력소비를 커버하게 한다면 그게 바로 스마트 그린 정책이 된다.[12] 이미 그런 지점들은 정류장 녹화사업 같은 수많은 기존 정책들로 인해 혜택을 받고 있으며, 괜히 그걸 헐었다간 멀쩡하고 세련된 정류장을 또 쓸데없이 부순다며 욕만 먹을 수 있다. 시민들은 아마도 '저기 다 쓰러져 가는 정류장은 내버려둔다', '똑같은 곳에다 반복해서 세금만 들이붓는다', '지자체 장들의 치적 과시다' 라며 비판할 것이다.[13] 이런 곳은 물론 정책적인 개선이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별로 이용하지도 않는 휑한 곳에다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는다며 욕만 먹을 수 있다. 시민들은 아마도 '공무원들이 생각 안 하고 지었다', '유지비는 엄청난데 쓰는 사람은 없다', '눈먼 돈이라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라며 비판할 것이다.[14] 조금은 우스운 이야기지만 대한민국의 '올드' 한 공직자들에게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떠올리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제일 먼저 춤부터 떠올리곤 한다(…). 청춘의 패기나 열정 같은 걸 춤추는 이미지로만 생각하는 것.[15]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갈등에도 불구하고 무임 정책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도 이것이고, 지자체들이 과중한 예산을 감수하면서까지 소위 천원버스, 천원택시 따위를 늘리면 늘렸지 줄이지 않는 이유도 이것이다. 대중교통은 돈 없는 사람들의 다리가 되어 주며, 따라서 사회적 약자들의 이동권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제도이다.[16] 사실 신안군이 유달리 독특한 정책들로 눈길을 끄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자연지리적으로나 인문지리적으로나 특수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들의 정책을 벤치마킹해서 성공한 다른 지자체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17] 길에 차량통행을 금지하자는 발상은 언뜻 과격해 보이지만, 의외로 낯설지 않다. 예컨대 주요 먹자골목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서 보행자들을 끌어모으는 방식이 있고, 당장 신촌역 앞 대학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낮 동안에만 차량 통행을 통제할 수도 있다.[18] 심리적인 형태의 교통 정온화 사례로는 착시횡단보도, 학교 인근의 지그재그식 차선, 터널 벽면의 세로줄 디자인 등이 있다. 전부 운전자가 심리적 착각을 일으켜서 알게 모르게 속도를 줄이도록 하는 효과를 낸다.[19] CCTV도 성능이 좋은 것은 한없이 비싸진다. 해상도, 시야각, 감시거리, 적외선 야간감시 센서 같은 것들을 전부 고려할 경우, 실제로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스펙이 좋은 CCTV의 비용은 정말 만만치 않다. 게다가 관제소와 연동되는 그놈의 '스마트' 기술을 도입한다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20] 이는 특히, 공유경제 철학과 맞물려서 공간을 '소유' 의 개념이 아니라 '활용' 의 개념으로 보자는 문재인 정부 이후의 패러다임 변화에 탄력을 받아서 강하게 추진되었다. 그러나 유현준 교수 등 이를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 화폐로서의 부동산의 가치가 엄존하는 현실에서는, 임대주택 입주자들을 영원히 가난한 위치에 붙박아놓는 효과가 있다는 것. 또한 사람은 단순히 무언가를 활용하는 데만 만족하지 않고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며, 이런 욕구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도 막상 이런 주거정책을 입안한 본인들은 이미 충분한 부동산을 확보한 입장인지라 사실상 사다리 걷어차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문제도 제기된다.[21] 단양군에서는 '이끼터널' 로 홍보하고 있지만, 문자 그대로 터널인 것은 아니다.[22] 특히 비가 잘 오지 않는 경우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까지 각오해야 할 수도 있으며, 사람 사는 곳에 식물을 심는 것이다 보니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그만큼 관리비용도 더 깨진다. 한없이 늘어나는 공무원 인건비는 차마 계산에 포함하기도 민망할 정도.[23] 대형생활폐기물을 내놓은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객체인식 기능을 통해 폐기물의 종류를 분석한 뒤 그에 대응하는 수수료를 자동으로 책정하고, 스마트폰으로 수수료를 납부하면 역시 객체인식 기능으로 어느 동네인지 파악하여 수거업체에 폐기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AI를 활용한 행정 간소화의 모범사례라고 많은 칭찬을 받았지만, 연간 1억의 유지비가 무색하게도 주민들은 늘 스티커를 떼러 간다(…).[24] 사실 이는 문화적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 사회에서 "길거리에서 울고 있는 불쌍한 쓰레기통을 입양해 주세요!" 같은 공익광고를 할 때, 입양에 대한 미국인들의 감성을 고려한다면 굉장히 와닿는 호소가 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게 아예 없었던 건 아니어서, 2010년대 중반까지 종종 반려가로수 맺기 정책이 시행되곤 했었다.[25] 예컨대 분리수거 전에 음식물 찌꺼기 등이 남지 않도록 잘 씻어서 버려야 한다는 것, 페트병 라벨은 제거한 후 버려야 한다는 것 등이 있겠고, 과일 껍질이나 나무젓가락, 닭뼈 등 애매한 쓰레기를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언할 수 있다.[26] 도로 노면에 설치하여 차량 통행과 전력 발전이 모두 가능하게 하려는 아이디어로, 차량이 밟고 지나가도 안전할 정도로 내구성이 강하면서도 빛을 효과적으로 투과시키는 보호판이 개발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일광이 많으면서도 여름에 너무 덥지 않고, 차량 통행도 뜸한 도로에 적합하다. 그러나 너무 비현실적이고 비경제적이라는 비판도 많으며, 실제로는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위에 태양광 패널을 몇 km 가량 설치하는 정도에서 타협되고 있다. 차량 통행이 많은 지역은 태양광을 포기하고 압전도로 기술을 채택하기도 하는데, 이건 자동차가 밟고 지나갈 때마다 그 충격을 전기로 변환해서 생산하는 것이다.[27] 농업용 노지 위에 높은 기둥을 올리고 그 위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아래로는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종류의 작물을 재배한다. 동일한 면적에서 농가의 부가수익을 보장하기에 영남·전남권 농촌에서 호응이 꽤 있는 편. 비슷한 접근법으로서 야외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세우는 것도 이미 시골 마을에서는 충분히 대중화된 사업이다.[28] 호수나 다도해 해상에다 해저에 결박된 태양광 패널들을 띄우는 방식. 태풍이 몰아치거나 파도가 심할 때에는 발전 설비들을 접어서 해저에 수납할 수 있는 기술수준을 목표로 개발되었다. 일부는 이를 관광상품화하거나 태양광낚시터 컨셉으로 특성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농업용수가 아니라 상수도원으로 쓰이는 호수에는 설치할 수 없으며, 유지관리가 힘들다.[29] 고층빌딩 겉면에 태양광 패널을 빽빽하게 설치하여 외벽처럼 쓰는 방식이다. 이는 태양광 패널을 짙은 푸른색 이외의 다른 색깔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제안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험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30] 단, 지열 발전의 경우 지진 발생 우려가 제기되면서 조금 열기가 가라앉기도 했으며, 수소 발전의 경우 석유화학공단이 인접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의미 있는 성과는 많지 않다.[31] 쿨 루프(cool roof)라고도 하며, 에너지 정책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복지 정책이기도 하다. 저소득층 가구나 독거노인 가구는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건강도 취약한지라, 이런 가구들에서는 지붕을 흰색으로 칠함으로써 실내 온도를 낮춰준다고 해서 에너지 절감이 크게 와닿지는 않겠지만 취약계층 열사병 발병률은 낮출 수 있다. 여기에 쓰이는 페인트를 차열페인트라고 하는데, 도로에 적용하는 차열도료 같은 것도 나와 있다. 옥상이나 도로에 이런 페인트를 바르는 것은 열섬 현상에 대한 대응책이 되기도 한다.[32] 물론 이것만 계산해 주는 정부 사이트가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관광지가 여기서 집계되는 것은 아니다. 종래에는 해당 관광지로 진입하는 도로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시간당 차량 통행 수를 계산한 뒤, 1차로 모든 차량이 관광 목적으로 방문했다는 무리한 가정(…)을 세운 뒤, 2차로 모든 차량이 4인 가족으로 꽉꽉 들어차 있다는 무리한 가정(……)을 세우기를 반복하는,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 셈법을 따랐다. #관련기사[33] 관광객이 지나치게 많이 방문할 경우 인근 주민들이 교통체증이나 소음, 주차대란 문제로 민원을 넣기도 하며, 외지 관광객들의 쓰레기 투기에 대한 청소행정 비용 때문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어쩌다 대중적 관심이 확 쏠린 김에 관광지 부지를 확장하고 싶어도 인근 토지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입맛만 다시는 경우도 많고, 그 중 가장 골치아프면서도 의외로 흔한 사례가 바로 알박기다.[34] 현대 관광객의 눈높이에서 볼 때, 허름한 빨간 벽돌로 지어진 '○○장', '○○여관' 따위의 업소들은 여기서 이야기하는 그런 '숙박시설' 에 포함되지 않는다.[35] 일례로 우리나라에는 동학농민운동을 컨셉으로 잡아서 본격적으로 예산을 투자한 지자체가 적어도 3곳 이상 존재한다.[36] 이 방면으로는 중국 지자체들이 한술 더 뜬다. 국내에도 보도된 유명한 사례로는 후베이성 징저우시에서 건립했던 관우상이 있다. 높이가 57m에 달하는 이 거대한 청동상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데만 한화 259억 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37] 이는 어느 정도 해당 지자체들의 실책인 면도 있다. 이들은 2~4개 지자체들 간에 역사적으로 경쟁의식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어디서 뭘로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곧바로 자기들도 '질 수 없지' 하는 마음에 비슷한 걸 베껴 만드는 게 일상이다. 지자체들끼리 정책들을 베끼는 건 제도권에서도 공공연히 지적할 정도로 흔한 일이고, 참신한 정책을 도입하고 싶어도 이미 주변 지자체들도 똑같은 걸 하고 있기에 (또는 어차피 따라할 것이기에) 결과적으로는 다시 똑같아진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38] 공공조형물은 대개 지역예술가를 지원한다는 의의가 있는 예술 정책이긴 하지만, 공공성을 띠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는 '대중적 안목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력도 존재한다. 이 안목에서 벗어나 버릴 경우에는 그 예술성과 무관하게 흉물이라며 손가락질을 받게 되는 것. 대구 달서구의 원시인상, 서울 원효대교 앞 괴물상이 그 사례다. #1 #2 물론 대중성과 예술성 모두 말아먹은 사례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보통 이런 얘기가 나오면 공직사회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변명이 에펠탑의 사례인데,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만드는 조형물이 모두 에펠탑처럼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39] 설령 정치에 완전히 뜻을 잃어버린 군수나 시장이라 해도 그런 짓을 차마 하지는 못한다. 세트장에 파리가 날리는 것과는 별개로, 지역주민들이 갖는 애정은 의외로 크고, 그런 관광자원을 살리느냐 죽이느냐는 주민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그런 걸 없애버리자는 건 아예 임기 후 그 마을을 등지고 떠나는 수준의 각오가 필요할 정도인데, 온갖 인연으로 거미줄보다도 끈끈하게 엮여 있는 지방 중소도시의 선출직 공무원이 자기 고장을 떠나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40] 이 사람들이 항상 언급하는 것이 바로 이해찬 세대 문제다. 이들은 해당 세대를 '단군 이래 최저 학력' 이라고 부르곤 한다.[41] 현장학습이라면 굳이 봄가을 소풍이 아니더라도 종종 개별 반에서 담임교사가 교장의 허락을 받아 실시하기도 하지만, 행여 사고라도 날까 걱정하는 교사들이 많다.[42] 그런데 사실 도서관의 입지 자체는 굉장히 중요하다. 접근성이 높거나 낮음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 접근성이 좋을 경우 학생들과 주부들이 시간을 내어 방문하기 쉽지만 면학분위기가 쉽게 조성되지 않는다. 대규모 시위 때마다 몸살을 앓는 서울도서관이 그 사례. 반면 접근성이 낮을 경우 독서에 집중하기 쉽지만 그만큼 독서취약계층의 이용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43] 처음에는 노인가구만 정책적 조명을 받았지만 이윽고 청년1인가구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졌으며, 2010년대 중후반 이후로 여성안전이 이슈화되면서 여성1인가구를 위한 복지지원이 요구되었고, 2020년대 이후로는 돌싱 등으로 인한 중년·신중년 1인가구도 솔솔 논의되기 시작하고 있다. 가장 요주의 대상이 되는 계층은 차상위계층에 위치한 1인가구로서, 전기세나 수도세 공과금이 밀리는 것을 가장 심각한 징후로 보고 있다.[44] 안내책자 비치, 치매쉼터 및 골목손잡이 설치, 비상벨 운영, 치매안심지도 제작, 담당 의료진 배정, 치매가족 할인혜택, 인식개선교육, 안심지킴이 임명 등. 나라에서 하는 일이 대개 그렇듯, 뭔가를 만들어 설치하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는 수준이 전부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의논하고 힘을 모아서 뭔가를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쉽게 찾기 어렵다.[45] 예를 들어 희귀한 질환으로 인해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신용등급이 낮아서 재기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 등이 있다.[46] 물론 그 누구도 "이제 이걸로 출산 기피 문제는 해결되었다!" 라고 외치지는 않는다. 그저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커플들 중에서 이 정도 지원만으로도 만족하는 경우가 있다면, 적어도 그 커플들만큼은 출산을 유도할 수 있겠지" 하는 수준. 정책적으로도 '낳기 싫은 사람이 낳게 만드는 것' 보다는 '낳고 싶은데 (상황이 애매해서) 못 낳는 사람을 돕는 것' 이 훨씬 더 쉽다.[47]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페미니즘이니 뭐니 하면서 여성지원을 부르짖었어도 막상 아무도 이런 여성지원 정책의 난제에는 팔을 걷어붙이지 않았다는 씁쓸한 의미가 된다. 이는 국내 페미니즘이 대도시권 1020 중산층 여학생 위주로 진행되는 바람에, 자기 눈에 보이지 않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삶의 고통보다는 당장 자신의 귀갓길의 공포가 더 심각하게 느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48] 표현을 바꾸자면, 정부는 국민들에게 편식하지 말라고 잔소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물론 편식에 도덕적 비난을 할 수는 없다지만, 많은 국민들이 잘못된 영양섭취를 할 경우 대중의 건강이 악화되고 산업생산성도 감소하며 각종 질병이 사회적 문제로 삽시간에 비화되기 때문이다. 당장 맛없는 식사로 악명 높은 영국이나, 비만이 너무 심해서 《슈퍼 사이즈 미》 같은 고발 영화가 나올 정도인 미국의 실태를 생각해 보자. 국가가 국민의 밥상을 걱정해야 한다는 얘기는 그런 취지라고도 볼 수 있겠다.[49] 그래서 2010년 전남 영암군F1 코리아 그랑프리의 경우, 영암군으로서는 숙박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던 까닭에 수많은 관중들이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광주광역시까지 빠져나가서 숙소를 잡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숙박 요금이 끝내주게 치솟았던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 이것이 외신을 타고 보도되면서 영암군은 지역 홍보는커녕 나라 망신만 단단히 하고 말았다(…). 영암군뿐만 아니라 지방 중소 지자체라면 어디든지간에, 이런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50] 공직사회에서 유독 빈번하게 쓰이는 단어가 바로 이 발굴(發掘)이다. 공무원들이나 공공기관 등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문제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찾아 밝혀내는 활동' 을 묘사할 때 발굴한다는 표현을 즐겨 쓴다.[51] 청년정책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정도만으로도, 현대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찰은 그 구체성에서부터 차원이 달라지게 된다. 술자리에서의 단순한 장탄식은 누구나 다 하지만,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를 고민하기 시작하면 그 문제가 왜 쉽게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는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평론에 있어서 정책학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52]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로컬 랩 개념을 창안하면서 저 유명한 '한달살이' 이벤트를 벌였던 지역이 바로 이곳이다.[53] 대개 다세대주택 단지가 주가 되는 주거지역에서는 주차 문제가 가장 흔히 불거지게 되며, 일반적으로 공유주차 제도의 도입이 제안된다. 한편 공동주택 단지에서 열리는 마을총회는 십중팔구 층간소음 문제가 가장 흔히 불거지게 되며,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서 이웃 간에 정을 나누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곤 한다.[54] 사실 이 위원회라는 것도 구성원의 규모가 적절해야 하는데, 너무 많아질 경우 주민들끼리 또 병림픽이 생기고(…) 너무 적을 경우에는 주민들의 행정감시 기능이 약화되기에, 관행적으로 20~30명 정도 선에서 구성되곤 한다.[55]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되는 축제다.[56] 그렇기 때문에 정책입안 현장에서는 위에 열거된 아이디어들을 뒤로 하고 더더욱 정교화된 최첨단의 방안들을 내놓고 있으며, 그 중에는 '업계의 기밀' 로 간주될 만한 것들도 있다. 여기서 설명한 정책 사례들은 대부분의 지자체들에서 익히 알려져 있거나 이미 주요업무계획 상에서 도입을 준비 중인, 말 그대로 다들 아는 얘기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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