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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 | 전근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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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나물은 한반도의 식문화에서 발달한 독특한 채소의 조리 양식으로, 요리를 위해 채집·수확한 재료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일반적으로 먹기 위해서 재배하는 채소 외에 식용 가능한 여러가지 식물을 채집하여 숨을 죽이고, 소금, 참기름 등 조미료를 사용해 양념한 것을 말한다. 잎과 열매 뿐만 아니라 줄기, 뿌리, 껍질, 새순 등 각종 부위를 폭넓게 사용하고, 조리법 또한 데치고 볶는 것 외에 말리고 찌거나 생채로도 무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특히나 많은 식물엔 독소가 있기 때문에 이런 식물들은 말리거나 데치는 등으로 독소를 제거해야만 나물로 먹을 수 있다.[1]
2. 어형
하술하듯 한국 요리의 특수한 조리 양식이기에 번역하기 어렵다. 영어로는 stir-fried vegetables나 sautéed vegetables 등 다양하게 번역되는데, 최근에는 그냥 namul이라고 음차할 때도 많다.일본에서도 '나무루(ナムル)'는 한국식 나물 반찬을 일컫는 명칭이며 의외로 꽤 친숙하게 받아들여진다. 나물과 비슷한 일본식 채소 요리는 오히타시(お[ruby(浸, ruby=ひた)]し)라 불러 구별한다. 보통 '나무루'라고 할 때는 채소를 가볍게 데치고 볶은 뒤 참기름으로 버무린 것을 가리키는데, 김치나 상추, 명란젓 등과 함께 일본에 정착한 지 꽤 되었기 때문에 한식 전문점이 아닌 일반 고깃집이나 가정식 식당, 라멘집, 도시락, 슈퍼마켓 반찬코너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숙주나물(모야시)을 한국식으로 무친 もやしナムル(모야시나물)이 유명하다.# 나중에는 식물성 요리가 아니라 참기름과 깨를 이용한 반찬이나 안주 자체를 나물이라는 외래어를 써서 부른 용례가 생겨 '햄 나물', '달걀 나물' 같은, 한국인이 듣기에는 괴상한 용법도 탄생하였다. 이는 2020년대 들어 일본에서 삼겹살 구이라는 고기와 쌈을 싸먹는 요리에서 명칭이 유래하여, 새우나 샤브샤브용 고기, 오리고기 등의 다른 고기 구이에까지 "겹살(ギョプサル)"을 붙이고 있는 현상과 유사하다.
3. 특징
나물 반찬은 생각보다 손이 상당히 많이 가는 음식이라서 쉽게 해먹기가 어렵다. 시금치처럼 크게 다듬을 필요가 없는 나물은 드물고 대체로 이래저래 손질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고구마줄기. 재래시장에서 판매하는 나물들은 아주 간단한 손질 또는 흙 등의 불순물만 제거한 상태 정도로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은 점점 간단한 나물을 제외하면 만들어 먹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나물은 종류가 무궁무진한데 대형마트에서는 다양하게 팔지도 않는다. 2020년대 들어 많이 생긴 반찬가게에서는 다행히도 나물 반찬을 많이 판다.조리 시 뜨거운 물에 데치므로 세포 깊숙이 수분을 품는 특성상 상온에서 쉽게 상한다.
전처리와 조미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쓴맛과 까끌한 식감을 내기 때문에 아이들은 싫어할 때가 많다.
전업 주부의 경우 사실상 매일 만드는 데다가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 차례상이나 제사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요리다. 특히 이런 명절 시즌에는 대부분 나물을 엄청 많이 해놓다보니 며칠을 세 끼 내내 나물이 반찬으로 올라오거나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밥에다 나물들을 넣어서 고추장 같은 양념장 넣고 비빔밥처럼 해먹는 일도 잦다. 엄청 많이 만드는데 아이들이 편식을 하는 경우 처리용 비빔밥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착안한 것이 헛제삿밥이다.
제철 식물의 경우에는 채집한 그대로 싱싱한 상태로 사용하며 작물 부산물이나 철이 아닌 채소는 대체로 건조시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나물의 경우는 건조를 시키면 특정한 영양소[2]가 늘어난다거나 향이 강해지거나 독성이 약해지거나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보관성이 매우 늘어나서 늦가을에서 초봄에 이르기까지 나물 채취가 어려운 시기에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 재료
사실상 채식의 끝판왕 수준으로 먹을 수 있는 식물은 거의 모두 재료로 사용된다. 주변에서 채집되는 식물은 물론이고 대다수 문화권에서 가축의 사료로나 쓰이는 작물 부산물, 즉 주요 식용 부위인 덩이줄기, 뿌리, 열매 등을 수확하고 남은 작물의 잎, 줄기 등도 널리 식용한다. 무청, 우거지, 고구마 줄기, 토란대 등이 대표적. 한국에서 식용하지 않는 식물은 독버섯이나 독초처럼 아예 먹을 수 없거나 처리를 해도 독이 강하거나 맛이 나쁘거나 너무 억세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이라 보아도 무방하며, 외국에서는 먹지만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외래종도 있다. 그렇지 않은 이상 거의 모든 식물을 식용한다.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사시사철 구할 수 있는 나물의 재료로는 콩나물, 숙주나물, 시금치, 고사리, 시래기, 취나물 등이 있다. 계절 별미로 많이 사용되는 나물의 재료로는 냉이, 두릅, 달래, 씀바귀 등이 있다. 그외에도 일반적인 식용 작물을 나물의 조리법으로 요리해 먹는 경우도 있으며 무나물, 호박나물, 버섯나물[3] 등이 대표적이다. 그야말로 먹을 수 있는 식물은 거의 다 나물이 될 수 있는 수준.
- 고구마 줄기
- 고사리
- 고수
- 고춧잎
- 깻잎
- 냉이
- 달래
- 달맞이꽃
- 도라지
- 돌나물
- 두릅
- 마늘쫑
- 망초
- 명아주
- 무청(시래기)
- 미국자리공 - 강한 독성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 미나리
- 민들레
- 박 - 껍데기를 말려서 바가지 같은 생활용품으로 사용하고 남은 과육을 먹기 좋은 길이와 굵기로 채썰어서 사용한다. 수박의 흰 부분만 도려내어 양념해서 먹기도 한다.
- 쇠비름
- 숙주나물
- 시금치
- 쑥
- 비짜루, 방울비짜루, 천문동
- 아주까리 잎 - 리신이란 맹독[4]이 들어 있으나, 푹 삶는 과정에서 독이 제거된다. 씨는 피마자유를 뽑는 용도가 아니면 버릴 것.
- 옻순 - 옻순도 옻나무와 마찬가지로 우루시올이 있으므로 먹기 전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하고 먹자.
- 우거지
- 유채
- 종지나물 - 북미 원산의 귀화식물.
- 죽순
- 가죽나물
- 취나물
- 콩잎
- 콩나물
- 토란대
- 퉁퉁마디
- 호박잎
- 비름(비듬나물), 색비름
- 씀바귀
- 왕고들빼기 - 상추의 친척뻘 되는 식물로 쌈채소로도 쓸 수 있다.
- 참나물
- 합대나물
5. 조리법
재료가 엄청나게 다양한 만큼 조리법 또한 다양하다. 무나물 정도 되면 이게 과연 나물이 맞나 싶을 정도. 대표적인 조리법은 재료를 그대로 끓는 물에 살짝 데치거나 기름에 살짝 볶아 숨을 죽인 뒤 양념을 해서 무치는 것으로, 이 종류의 나물만 지칭할 때는 '숙채(熟菜)'라는 이름도 쓰인다. 익히지 않고 그냥 생으로 무쳐 내놓는 것도 나물(생채), 찌거나 삶아서 푹 익힌 것도 나물, 아무 양념도 하지 않고 초장만 곁들여서 찍어 먹는 것이나 볶을 때 고기를 넣는 것도 나물이다.양념은 주로 간장과 참기름, 된장, 다진 마늘, 깨소금 정도가 주로 사용된다.[5] 물론 식초나 고춧가루, 초장 등으로 강하게 양념을 하는 경우도 있고, 역시 '이것이 나물이다.' 하는 양념의 정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6. 영양
재료가 다양한 만큼 영양소도 다양하다. 대체로 식용 식물의 잎, 줄기, 뿌리가 재료인 만큼 각종 비타민과 섬유질은 확실하게 보장된다. 대체로 조리법의 특성상 식물을 완전히 익히는 것이 아니고 살짝만 열을 가해서 숨을 죽이는 방식이 대부분이므로 비타민의 파괴도 적다.게다가 숨을 죽였으므로 샐러드와 같은 조리법보다 공간이 효율적(?)이다. 즉, 나물 한 접시가 겉보기에는 양이 적어 보여도 사실 웬만한 샐러드 한 대접과 맞먹을 만큼의 원재료가 들어있는 것. 채소 섭취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효율성을 자랑하는 음식이다. 다이어트나 웨이트 트레이닝 때문에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는 사람에게 의외로 최적의 요리가 될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나물 요리, 특히 무침 종류의 요리에는 양념 때문에 염분이 적지 않으며, 버무릴 때 쓴 참기름으로 인한 열량이 다소 높다. 그래도 현대인들의 안좋은 식습관 및 식단에 비하면 건강에는 월등히 좋다. 양념 때문에 칼로리가 걱정된다면 고춧가루를 베이스로 하는 매운 양념을 선택하거나 된장이나 간장, 또는 식초로 무치는 방법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7. 한국 요리의 특수성
외국에서의 식용 식물은 주로 요리해먹는 부위[6]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약초나 향신료, 허브로 사용되는 데 비해 한국은 식문화 전반에서 채집된 식용 식물을 나물이라는 요리를 통해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다. 끓는 물에 데치거나, 마늘같은 강한 향신료를 추가해 식재료의 독성을 최대한 줄이면서 먹을 수 있는 채집 식물은 다 먹기 위해 개발된 고육지책의 산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생산량의 한계 때문에 계절 별미로 소비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특수한 지역 식문화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적인 규모로 유통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다른 나라에도 '산사이'나 허브처럼 유사한 식문화가 있지만, 한국의 나물만큼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발달한 것은 드물다. 이에 대하여 한반도가 매우 척박해서 뭐든 다 먹어야 해서 그렇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하곤 하는데, 사실 한반도가 그렇게 세계적 불모지는 아닌 데다가 전근대 시기 하층민들은 어디서나 생존에 허덕였기 때문에 이 설 만으로는 한반도의 나물 문화를 설명할 수 없다. 게다가 나물은 하층민만의 식생활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임금이 먹는 수라상에 나물 요리가 반드시 포함되는 등, 귀족 계층 역시 나물을 널리 소비했다. 이는 한반도의 나물 문화가 미식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이 있어서 안 먹는 식물도 말리고 찌고 물에 불리고 등등등의 공정을 통해 어떻게든 먹고야 마는 근성 탓에 요식업계에서 상당한 명성을 가진 식품이기도 하다.
8. 채취
나물로 쓰이는 식물들은 이따금씩 농장에서 재배되기도 하지만 산에서 채취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임업의 주산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종종 뒷산에 쑥을 캐러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도 많다. 다만 이런 산들도 대체로 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9. 여담
- 구하기 쉽고 농사와는 별개로 얻는 것이다보니 농사가 안되거나 식량이 극도로 떨어질 때 나물 캐서 연명한다는 표현을 종종 쓰기도 한다. 정말로 굶주림이 심해서 흙을 퍼먹거나 나무 껍질을 먹는 것보다는 살짝 낮은 단계를 묘사할 때 나물을 언급하는 식.
- 한국에서 나물로 먹는 식물이라도 외국에서는 식용으로 쓰기 곤란한 때가 있다. 예시로 한국에서 자생하는 고려엉겅퀴[7]는 식용이 가능하지만, 미국에서 자라는 지느러미엉겅퀴는 질기고 맛도 없어 먹을 수 없다. 여담으로 이 지느러미엉겅퀴가 마르고 뭉쳐서 공처럼 되면 서부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굴러다니는 공이 된다.
[1] 대표적으로 고사리가 있다. 생 고사리는 용혈 독성을 띠지만 10분 이상 삶으면 독성이 사라진다.[2] 주로 비타민D[3] 버섯은 사실 식물이 아니다(균계에 속한다).[4] 냉전기 암살용으로 쓰였을 정도로 강하다.[5] 이것을 서양 쪽에서 재해석한 것이 오리엔탈 드레싱이다.[6] 곡물이나 열매, 덩이줄기, 덩이뿌리[7] 고려엉겅퀴는 곤드레의 국문 정명이다. 곤드레는 강원도 사투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