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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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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설명
2.1. 일본어2.2. 한국어
2.2.1. 고대 한국어2.2.2. 중세 한국어
2.2.2.1. 고려2.2.2.2. 조선
2.2.3. 근대~현대 초 한국어2.2.4. 현대 한국어
2.3. 그 외 언어
3. 여담4. 관련 문서

1. 개요

훈독()은 한자, 아라비아 숫자, 쐐기 문자 등 외래 표의자를 수용하여 해당 표의자를 수용자의 언어에서 고유 뜻 어휘 발음으로 읽는 것을 말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다."라고 써놓고는 "바다에 가다."라고 읽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한자 훈독의 경우 한국어, 일본어, 베트남어는 물론 중국어광동어, 오어 등 중국어족의 언어들에서도 쓰이는 등 한자문화권에서 과거에 광범위하게 쓰였다. 다만 현대에는 일본어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과 한국어에서 일부 쓰이는 것을 제외하면 극소수만이 쓰이고 있다.

이런 한자 훈독을 일본어에서는 음독+훈독 조합의 訓読み(くんよみ)라고 하며, 직역하면 '훈 읽기'라는 의미이다. 読까지 모두 음독한 訓読(くんどく)는 일본에서 한문을 일본어의 어순에 맞춰 번역하는 행위이다. 자세한 내용은 훈독(한문) 참고.

2. 설명

2.1. 일본어

한국어에서 한자 '金'자는 '쇠 금'으로 읽지만, '金'를 읽을 때 '김'이나 '금'이라고 읽지 '쇠'라고 읽지 않는다. 설령 '쇠내'라는 지명이 있어서 이를 한자로 '金川'으로 적어도 '금천'이라고 읽을 뿐, '쇠내'라고 읽지 않는다.[1] 반면 일본에서는 '金'을 'きん(킨)'이나 'こん(콘)'이라고 읽을 수 있지만(음독), 'かな(카나)'나 'かね(카네)'라고도 읽을 수 있다.(훈독) 이렇게 한자를 읽을 때 음이 아닌 뜻으로 읽는 것을 훈독이라고 한다.

일본어에서의 훈독은 일본어 고유어를 한자로 표기할 때 해당 고유어에 그 뜻에 맞는 한자를 대응시키는 훈차가 많다. 일본어는 한자를 명사나 동사 등 어근 병기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반면 조사, 접미사 등은 고유어를 쓰는 병기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훈독이 필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고유어와 한자가 항상 일대일 대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한자가 여러 개의 고유어에 발음이 전혀 다른 훈으로 읽힐 수 있다. 예를 들어, '[ruby(幸, ruby=こう)](코/코우)'자는 'しあわせ(시아와세)'와 'さいわい(사이와이)' 두 가지로 훈독될 수 있다. 이렇게 훈이 여러 가지이면 구별하고자 훈 전체를 한자로 쓰지 않고 끄트머리를 가나로 남겨놓는다('幸せ', '幸い'). 다른 예로, 걷는다는 뜻인 'あるく(아루쿠)'를 '歩'로만 적으면 'あるく'인지 'あゆむ'인지 알 수 없기에 '歩く'라고 'く'는 히라가나로 적는다. 'あるきます(아루키마스/걷습니다)'를 적는 때에도 마찬가지로 歩きます라고 적는다. 이런 가나를 '오쿠리가나'라고 부르는데, 명사 및 형용사·동사 같은 용언에 일부가 활용되기 때문에 이렇게 구별하는 데에 쓰인다. 보통은 히라가나가 쓰이지만, 인명·지명 등에는 조사와 마찬가지로 쓰이지 않거나('-国(こく)'를 '~のくに'(~의 나라)라고 읽기도 한다.) 가타카나가 쓰인다('三ツ島' 등).

대체로 한자 하나에 훈이 달려 있지만, 두 글자 이상에 훈이 달려 있는 것도 있다. '大人'에는 음독인 だいにん·だいじん(다이닌/다이진)이 있기도 하지만, 훈독인 おとな(오토나)도 있다. 이 おとな는 '大'와 '人' 각각의 훈이 'おとな'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大人'을 통째로 'おとな'라고 읽는 것이다.[2] 이런 것들을 숙어(숙자)에 달린 훈독이라 하여 '숙자훈([ruby(熟字訓, ruby=じゅくじくん)])'이라고 부르며, 넓은 의미로는 이 또한 아테지이다. 나아가서 의미가 비슷한 두 개 이상의 글자 혹은 단어들도 같은 훈을 가진다. 예를 들어 朝日 / 朝陽 / 旭 는 모두 '아침 해'라는 의미를 가져서 '아사히'라고 읽는다. 숙자훈의 목록은 숙자훈 문서를 참고하자.

이렇게 훈독은 새로운 읽기 방식을 부여함으로써 한자에 고유어의 뜻을 덧붙이거나 고유어를 보존하는 장점이 있지만, 한자 읽기에 혼란을 주는 단점이 있다. 보통 일본어 단어는 상용한자표와 법령을 통해 특정 방식으로만 읽게 정의되어 있지만, 그런 원칙이 없는 인명과 지명 등의 고유명사는 정말 아무렇게나 읽는 법을 정할 수 있다. DQN 네임과 일본어의 "A라고 쓰고 B라고 읽는다"[3]가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작품의 고유 명사를 번역하는 때에 오역을 양산하는 큰 원흉. 일본 사이트 회원가입시에 가나 표기를 따로 받는 것도 이 때문으로, 전산 처리(특히 정렬 문제)에 훈독에 따르는 애로 사항이 있기 때문. 다만 사람 이름의 경우 “성은 훈독, 이름은 음독” 등과 같은 암묵적 규칙들이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DQN 네임은 매우 드문 경우이며, 일본에서는 DQN 네임으로 작명하는 부모들을 상당히 안 좋게 본다.

고유어와 한자어의 순서가 다르기에 한자의 순서에 따라 훈으로 읽느냐 음으로 읽느냐로 갈리기도 한다. 고유어 순서의 '家出'는 한국어로는 그냥 '가출'이라고 하지만, 일본어로는 'かしゅつ(카슈츠)'나 'けしゅつ(케슈츠)'라고 하지 않고 훈독으로 'いえで(이에데)'라고 한다. 이의 직역은 '집나감', '집나옴'. 반대로 한자어 순서의 '出家'는 한국어로나 일본어로나 음독으로 '출가', 'しゅっけ(슛케)'라고 한다.

일본어에서 어떤 글자는 '白金'의 독음인 'はっきん'과 'しろがね'의 경우와 '建築物'는 '건축물'처럼 'けんちくぶつ'(음독)라고 읽고 '建物'는 '건물'과 달리 'けんぶつ'(음독)라고 읽지 않고 'たてもの'(훈독)라고 읽는 등 음으로만 읽거나 훈으로만 읽지만, 어떤 글자는 '役割(やくわり)', '株式(かぶしき)', '赤字(あかじ)', '黒字(くろじ)'처럼 훈음 섞어서 읽는다. 두 글자에서 앞부분이 훈독이고 뒷부분이 음독인 것을 '湯桶読み(유토요미)'[4]라 하고, 반대로 앞부분이 음독이고 뒷부분이 훈독인 것을 '重箱読み(주바코요미)'[5]라고 한다. '音読み(음독)'와 '訓読み(훈독)'도 '重箱読み'이다. 훈독이란 기본적으로 일본 고유어란 것을 감안하면 혼종어인 셈이다.

한자어 또는 외래어가 훈독인 한자도 있다. ''의 훈독은 'まんじ'로 되어 있지만 원래 한자는 '卍字'이다.

훈독이 정착된 뒤에 음차를 위하는 용법으로 훈독을 쓸 때도 있다. '음차' 문서의 '훈독 활용' 문단 참고.

2.2. 한국어

한글이 보편화되지 않은 20세기 전반까지는 한국어에도 한자 훈독의 전통이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현대 한국어에서는 한자 훈독이 드문데, 가장 큰 이유는 한글의 보급이 이뤄져 고유어의 표기 수단이 모두 한자에서 한글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에 한국어에서도 보수 성향의 정론지들이나 법률 문서, 공공기관, 전통적인 행사와 의식들을 중심으로 보수적 언어성향의 활자 매체들을 중심으로 간단한 한자 훈독이 종종 쓰이고 있다. 또한 아라비아 숫자를 읽는 때에는 적어도 남한 지역의 한국어에서는 광범위하게 훈독이 이뤄진다.

2.2.1. 고대 한국어

남북국 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고대인들의 인명은 대부분 고유어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를 한자를 빌려 표기하기 위해 음차와 훈차 방식이 공용되었는데, 한 사람의 인명을 두 가지 방식으로 표기한 사례도 더러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불구내(赫居世), 노례(世里), 비처(炤) 등의 왕명과 사부(立宗), 이사부(苔宗), 이차돈(厭觸), 거칠부(荒宗), 노리부(世宗), 소나(金川) 등의 인명이 있으며, 이들의 이름은 설령 훈을 빌려 쓴 표기로 적혀 있을지라도 본래 고유어 독법대로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6]

삼국사기》 등 사서에 기록된 고대 지명에서도 훈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신라 지역의 군현 중에는 유독 '~화(火)'로 끝나는 지명이 많았는데, 이는 화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접미사 '~벌(伐)'을 훈차한 것으로 사료된다.[7] 또한 통일신라 경덕왕 시대부터 고유어로 음차 또는 훈차되어 있던 지명을 뜻으로 풀어 한자로 적기 시작하였는데, 이러한 지명은 한화된 이후에도 대부분 훈독으로 읽었을 것으로 보인다.[8] 이를테면 원래 '길동군(吉同郡)'이었던 지명을 경덕왕 대에 '영동군(永同郡)'으로 개칭했는데, 이는 '길다[長]'의 어간 '길-'을 음차 대신 훈차하여 (길 영)으로 표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6세기 이후 쓰이기 시작한 이두에서도 한자의 훈독, 훈차를 이용한 차자표기를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대구 무술명 오작비 등에서 문장의 끝부분에 첨기되던 '여()'가 있으며, 이는 현대 국어에서도 종종 쓰이는 동사 '~답다[如]'의 어간 '답'을 빌려서 서술격 조사 '~이다'를 표기한 것이다.

신라 중후기부터는 이두보다도 고유어의 비중을 늘린 향찰 표기법과 이를 활용한 향가 문학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향찰에서는 훈독이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되었는데, '마음'을 '心'으로 표기하는 등의 훈주음종(訓主音從)[9] 원칙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종성을 표기하는 방식으로, 훈의 일부를 다른 글자로 표시해 발음을 짐작하게 한다는 점은 일본어의 오쿠리가나와 비슷하다.[10]

2.2.2. 중세 한국어

2.2.2.1. 고려
고려시대에도 석독구결 문헌과 각종 차자표기 자료에서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해 음독뿐만 아니라 훈독 방식을 활용하였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차자표기 문헌 《향약구급방》에서는 여러 약재들의 고유어 명칭을 수록하고 있는데, '개나리'를 '犬伊那里(견이나리)'로 쓰고 (개 견)을 훈독하여 '가히나리'라 읽은 것이 그 예시이다. 참고로 여기서도 '가히[犬]'의 둘째 음절 '히'를 '이(伊)'로 첨기하는 훈주음종 표기법이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전하는 석독구결 문헌 자료는 대부분 불경에 토를 달아 번역한 것인데, 후대에 성행하게 된 음독구결과는 달리 한문을 고유어 형태소로 치환하여 훈독하기도 하고 문장 구조도 국어에 가깝게 바꾸는 등 여러모로 한국어적인 요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향찰과는 달리 음차, 훈차에 쓰인 한자를 그대로 쓰지 않고 일부 구성 요소만 따오거나 약자를 차용해 간략화하여 적은 것이 특징이다.

신라시대에 발달한 향찰 표기법 또한 고려 중기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고려시대의 향가 작품으로는 승려 균여대사가 지은 보현십원가예종이 지은 도이장가가 있다. 그러나 한시 문학이 적극적으로 유입되며 향가는 대중성을 점차 상실하였고, 결국 고려 후기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소멸하고 말았다.
2.2.2.2. 조선
조선시대의 이두 문헌에서도 ''를 'ᄒᆞ'로 읽는 등 훈독의 영향이 아직 남아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글 전 한국어 표기〉를 참고하면 훈독자와 훈가자의 예를 볼 수 있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후로는 굳이 훈독을 이용하지 않아도 고유어 표기가 가능해졌지만, 차자 표기 등 훈독 문서들이 다수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훈독이 상당히 많이 통용됐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잘 알려져 있는 사례로, 훈몽자회를 지었을 때 글자 하나하나에 음차를 했는데, 'ㄱ'의 '윽'은 한자음이 비슷한 役(부릴 역)을 사용했으나 'ㄷ'과 'ㅅ'의 '읃'과 '읏'은 한자음이 비슷한 한자조차 없어서 훈독을 이용했다. '디귿'은 '池末', '시옷'은 '時衣'. '끝 말(末)'의 훈 '귿(→끝)'을, '옷 의(衣)'의 훈 '옷'을 따온 예가 보이고, 당시 초성에만 쓰였던 8개 자음자 중 하나인 'ㅋ'의 '키'를 표기하기 위해 '키 기(箕)'의 훈 '키'를 따온 예가 보이는데, '末'과 '衣', '箕'에 동그라미를 붙인 것을 보아 한글을 훈독의 보조 표기로 사용하는 문화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한글의 등장 이후 16세기까지의 문서들에는 훈독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어들이 여럿 등장하나, 17세기부터는 그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주된 이유는 한글을 이용하는 계층이 변화한 것이다. 15세기에는 국가 사업으로 한글 보급이 이뤄지며 조정 관료들에 의해 교육용으로 한글 문서가 작성된 경우가 많았고, 16세기에도 양반 사대부들이 한글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즉, 16세기까지는 한글도 주로 식자층인 양반 남성들에 의해 사용되었는데, 이들은 한문[11]이나 이두 등 기존의 훈독 문화에 대한 지식이 많았고 이들을 일상 언어 생활에서도 자주 사용하였기 때문에 한글을 이용하면서도 한자 훈독을 섞어서 쓰곤 했다. 하지만 17세기로 넘어가며 한글의 주 이용자가 양반 및 중인 가문의 여성들 및 여유가 있는 일부 상류층 평민들로 넘어갔는데, 이들은 한자 훈독에 대한 이해도나 친숙도가 양반 사대부들에 비해 상당히 낮았으며 한자 자체에 대한 지식도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한자 훈독이 활용된 문서를 적는 경우가 양반 사대부 계층에 비해 드물었다.

그리고 이런 상류층 여성들의 한글 문서 작성 방식이 시대가 지나며 대세가 되었는데, 이는 양반들이나 중인들도 한글 문서에 있어서는 한글의 주 이용자들인 이들의 한글 문서 작성 방식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대비전이나 중궁전에서 나오는 문서들부터가 이런 한글 문서들의 비중이 제법 높았고, 어머니나 아내나 딸 등 여성인 가족 구성원과도 한글로 편지를 주고받아야 했기 때문에 양반 사대부 남성들도 적어도 한글 문서는 여성들이 쓰는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즉, 양반가 여성들의 한글 문서 작성 방식이 사실상 표준 한글 문서 작성 방식이 된 것이다. 때문에 중세 한국어에서 근대 한국어로 이행이 이뤄지는 17세기부터는 한글 문서에서 한자어와 고유어의 구분이 명확해지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고유어를 한글로 적는 비중이 크게 늘어났으며, 더 나아가 한자어까지 한글로 표기하는 경우가 늘며 순한글로 작성된 문서의 비중 또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한글로 작성된 문서들에서 훈독의 비중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를 지나면서 훈독의 전통이 서서히 약해짐에 따라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났는데, 단지 한자로 표기되었다는 이유로 고유어 지명들이 싸그리 음독으로 읽히면서 한자어 지명으로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이런 음독화 변화는 전국 단위 행정체계가 정비되고 지명의 차자표기가 본격화된 조선조 내내 진행되기는 하였지만, 대한제국 시기 근대적 행정체계에 맞춰 행정 구역을 개편할 당시 행정상의 지명 표기가 한자 표기를 기준으로 정해지며 본격화됐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미군정 시기를 지나면서 이는 고착화되었는데, 조선총독부토지조사사업으로 대한제국 시기 공식 표기로 지정된 한자어 지명의 음독 지명이 지도와 행정문서에 실렸고 고유어 지명은 괄호나 각주 등의 보조 표기로 병기되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광주광역시 지역의 지명 변화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1898년에는 고유어 지명의 비율이 17.5%였다가 대한제국 시기의 행정구역 개편을 거친 이후인 1908년에는 8.7%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토지조사사업을 거친 이후인 1917년에는 6.2%만이 남았다.#

미군정 시기에는 이런 음독 한자 표기를 고유어 병기조차 없이 그대로 한글과 로마 알파벳으로 그대로 옮겨적은 지도와 교과서 그리고 행정문서들이 작성돼 전국에 보급됐고 본국이었던 미국 등 해외로도 퍼졌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대한민국 정부로 주권이 이양됐지만 대한민국 정부도 미군정 시기 정해진 표기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이렇게 오랜 시간 한자어 지명들이 쓰이게 되자 해당 지역의 고유어 지명들을 기억하고 있는 각 지역의 토박이 노인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한자어로 지명을 칭하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

2.2.3. 근대~현대 초 한국어

17~19세기를 지나며 양반층 및 중인층의 여성들과 부유한 평민들을 중심으로 한글이 쓰이기 시작하며 한글로 작성된 문서에서 한자어와 고유어의 구분이 확고해졌고, 고유어를 대부분 한글로 표기하게 됐다. 이렇게 한글 문서에서는 훈독의 비중이 크게 줄었으나, 양반과 중인 남성들은 여전히 대부분의 공적 문자 생활을 한문으로 처리하였고, 중인과 불교 승려들을 중심으로 이두도 많이 쓰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의 공식 문자 언어는 여전히 한문이었다. 때문에 여전히 한글로 작성된 문서를 제외한 한국어의 글말에는 훈독의 비중이 상당했다.

그러던 중 갑오개혁으로 한국어와 한글이 문어에서도 국어/국문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즉, 훈독이 이뤄지던 한문/이두 문서를 밀어내고 이미 훈독의 입지가 상당히 약해져 있던 한글 문서가 국가의 표준 문서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교육과 언론 보도, 공문서의 작성과 반포도 한글 문서로 이뤄지게 됐고, 이에 따라 한자 훈독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파일:external/73f5516513ff9a6f4a2f1de2cc64c4a94e85f1243eca43b4e9c234b535395eba.jpg 파일:external/90b4fd65d7874e8a990e5eb32c67d6c11cfba53ee134c54203c01df111caec19.jpg
하지만 훈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일부 문서에서 훈독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혈의 누가 연재된 1906년 만세보 지면을 보면 # '나이'가 "[ruby(年, ruby=나)]히"로, '가을'이 "[ruby(秋, ruby=가을)]"로 적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의 표기를 보면 일본어 후리가나와 같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신문 등의 근대적 매체들에 먼저 근대화에 성공해 이런 근대 매체들을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던 일본의 영향력이 강했고, 이런 이유로 일본 매체들을 규범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파일:attachment/비누/05.jpg
이처럼 일본의 문화적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나타난 일본식 훈독 표기 방식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새로운 표기 기준이 들어서기 이전까지 발행된 한국어 매체들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된다. 예를 들어 1938년 비누 광고에도 '비누'가 "[ruby(石鹸, ruby=비 누)]"으로 적혀 있는데, 훈독을 하는 모양새이며 한국어를 한자 옆에 후리가나처럼 작은 글씨로 달아놓은 것 하며 일본어의 짙은 영향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한국어에 유입된 일본어 어휘들 중 '한자로 표기된 일본 고유어'들 중 많은 수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음독으로 읽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한국어에는 한자어로 정착하기도 했다. '건물', '역할', '대합실' 등 현대 한국 사회에서 쓰이는 수많은 단어들이 이러한 탄생 배경을 가지고 있다. 위의 《혈의 누》라는 제목도 일본어에서는 훈독으로 읽을 일본식 표현인 '血の淚'가 한국어에서 무리하게 음독되어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런 표현들은 '일본식 한자어'로 불리기도 한다. '음독으로 혼동하기 쉬운 훈독' 문서에도 관련 내용이 있다.

2.2.4. 현대 한국어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한글 표기를 추진하기 시작한 후부터 1960년대 교과서 한글 표기 전환, 그리고 마침내는 1990년대 정론지들에서의 순한글 표기 정착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한글이 대대로 전면 보급되고 한글 표기가 정착하면서 현대 한국어 화자의 일상 언어 생활에서 한자 훈독 전통은 더욱더 힘을 잃었다.

거의 모든 어휘와 표현을 한글로 표기하게 되면서 한자를 쓰지 않게 됐는데, 특히 한국어 고유 어휘와 표현에 대한 표기 수단이 한글로 대체되어 이들을 한자로 표기할 일이 없어졌다. 따라서 한자 훈독은 자연스럽게 사장됐고, 한자로 된 표기를 읽을 때는 음독을 하는 것이 현대 한국어 화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반대로 한자로 표기되어 전해지던 고유어들이 한자 훈독이 이뤄지지 않자 한자어로 탈바꿈해버린 경우들도 있다. 특히 지명에서 이런 한자어화 현상이 심해서 고유어 지명은 몇몇 지하철 역명이나 도로명주소, 지자체 홍보 자료에서나 볼 수 있는 정도이다.

그래도 한자 독음에서 훈독이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선 한국에서는 훈독만 하는 훈독 특화 한자의 경우가 있다. 지명에서는 자가 '곶' 또는 '곳'이라는 훈독으로 맹활약하고 있으며(월곶면, 갈곶동, 법곳동 등), 인명용으로 한국식 국자(한자)(돌), (걱, 꺽) 등도 음독이 아예 없기 때문에 훈독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예는 고유명사이므로 특수하고, 대부분 일반 실생활에는 한자 훈독을 할 일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나 자가 훈독을 한다는 가설도 있으나[12] 현대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도 '차(ちゃ)'로 읽히기 때문에 애매하다.

이외에 한국어에서 훈독이 이뤄지는 경우는 한자 표기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보수계열 정론지들을 중심으로 하는 활자 미디어 매체, 결혼식/장례식 등의 행사, 공문서, 법률 등 보수적 언어 습관을 유지하는 언어 매체들에서 간단한 한자어로 단어를 표기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이들의 경우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을 표기할 때 각각 '父', '母', '子'로 표기하는데, 이를 음독으로 '부', '모', '자'로 읽을 수도 있으나, 훈독인 '아버지', '어머니', '아들'로 읽을 수도 있고, 훈독으로 읽어야 자연스러운 경우들도 제법 있다. 이외에도 해당 매체들에 '牛', '犬', '馬' 등 동물들을 가리키는 간단한 한자가 쓰인 경우, 음독인 '우', '견', '마'로 읽기도 하나 훈독인 '소', '개', '말'로 읽는 경우들도 제법 있다.

또한 '죽다 살아났네'를 '다 살아났네'로 쓰거나 '네 번째'를 '번째'로 표기하는 식의 한문드립에 훈독이 이용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들을 제외하면 현재 한국어의 표기는 대부분 한글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한자를 읽을 일이 거의 없고, 한자로 쓰여있는 어휘 중 많은 수가 한국인 인명[13]이나 국가명[14], 지역명[15], 동음이의어가 혼동돼 오해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16] 등인데, 해당 경우에 속하는 어휘들은 음독 어휘들이라 훈독을 할 일이 없다. 때문에 한국인 화자들도 한자를 보면 위의 훈독이 이뤄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음독을 한다.

한반도 이북 지역에서 쓰이는 북한 지역의 한국어,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조선말의 경우 남한 지역에서 쓰이는 대한민국의 한국어와 달리 한자 교과서나 고전 연구 논문 등의 학술적 이유로 한자가 불가피하게 쓰여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매체의 표기 수단이 한글로 강제되어 있어 한자를 읽을 일이 없다. 때문에 조선말은 베트남어와 같이 일상적 언어 생활에서 한자 훈독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2.4.1. 아라비아 숫자
이처럼 일상적 현대 한국어에서 한자 훈독은 크게 줄었지만, 현대 한국어에서 훈독의 전통이 강하게 살아있는 경우가 있다. 또다른 외래 표의자인 아라비아 숫자가 그것으로, 아라비아 숫자는 한글 전용 이후에도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으며, 이 아라비아 숫자의 독음에서는 훈독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100 단위 이상의 단위부터는 百(일백 백), 千(일천 천), 萬(일만 만), 億(일억 억) 등으로 현대 한국어에는 고유어 어휘가 없고 한자어만이 존재하기 때문에,[17] 고유어가 존재하는 0부터 99 사이의 아라비아 숫자들에서 훈독이 쓰인다. 이 숫자들 중 몇 개를 본다면, ‘0’은 음독인 ‘영’과 ‘공’ 그리고 훈독인 ‘빵’과 ‘제로’[18]가 있으며, ‘1’은 음독인 ‘일’과 훈독인 ‘하나’와 ‘첫’이 있고, ‘2’는 음독인 ‘이’와 훈독인 ‘둘’, 3은 음독인 ‘삼’과 훈독인 ‘석’과 ‘셋’, ‘10’은 음독인 ‘십’과 훈독인 ‘열’, 20은 음독인 ‘이십’과 훈독인 ‘스물‘, ‘99’는 음독인 ‘구십구’와 훈독인 ‘아흔아홉’이 있다. 해당 범위 내의 아라비아 숫자를 단독으로 읽을 때에는 음독으로 읽는 경향이 좀 더 강하기는 하나, 훈독도 제법 많이 쓰인다.

일차적으로는 한국어에서 아라비아 숫자가 기수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음독으로, 서수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훈독으로 읽는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한국어 화자의 일상적 언어 생활에서는 예외가 상당해서 사실상 해당 원칙만으로 해당 아라비아 숫자를 음독을 할지 훈독을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본어에서의 음독/훈독처럼 한국어에서 아라비아 숫자의 음독/훈독의 여부는 문맥에 따라 다르거나 명시적 혹은 암묵적 법칙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예외들도 존재하며, 해당 예외들은 외워야 할 필요가 있다.

문맥으로 구별되거나 법칙이 존재하는 경우로 예를 든다면, 한국어 화자들 사이에서 나이를 나타낼 때 XX세로 하면 음독이, XX살로 하면 훈독이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따라서 한국어에 능숙한 화자라면 ‘5세 아동’은 ‘오세 아동’으로, ‘5살 아동’은 ‘다섯살 아동’으로 발음할 것이다. 그리고 능숙한 한국어 화자라면 물체의 숫자를 나타내는 개도 ‘5개’로 되어있는 것을 ‘다섯개’로 발음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고 여길 것이다.[19]

또한 ‘척[20]/근/평/말’ 등 전통식 도량형과 함께 쓰인 경우에는 훈독이 강세이며, ‘m/g/헥타르/L’ 등 서양식 도량형과 함께 쓰인 경우에는 음독이 강세이다. 따라서 ‘9평짜리 방'은 ‘아홉평짜리 방’으로 훈독하고 ‘9헥타르 농지’는 ‘구헥타르 농지’로 음독하는 게 자연스럽다.

다만 10을 넘어서부터는 음독과 훈독이 모두 가능해지고 둘 다 자연스럽다고 여겨진다. 예를 들어 ‘99살 노인’은 훈독인 ‘아흔아홉살 노인’과 음독인 ‘구십구살 노인’으로 모두 읽을 수 있다. 이 경우는 비교하면 훈독 쪽이 좀 더 자연스러우며 표준 한국어 구사의 모범으로 여겨지는 KBS 9시 뉴스의 앵커도 훈독을 하지만, 음독도 현대 한국어 화자들 사이에서 비교적 자연스럽게 쓰인다.

100을 넘어선 숫자의 경우 음독이 사실상 강제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100 단위 이상은 음독하고 그 아래인 10의 단위와 1의 단위는 음독과 훈독이 모두 가능하기는 하나, 경우마다 다르다. 예를들어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는 원칙적으로는 “백일마리의 달마시안 개”와 “백한마리의 달마시안 개“ 모두가 가능하나, 일반적으로 ”백한마리“ 쪽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백일마리“라고 읽으면 어색하다고 여길 것이다.

뒤에 별도의 단위 표기가 없는 경우에는 음독이 강세이며 훈독을 해줘야 하는 경우는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한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셋이 오리라.”라는 말을 글로 표기할 때는 “셋이 오리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3이 오리라”로 표기할 때는 심지어 수사 '삼'이 '오다'라는 동사가 서술어로 쓰인 문장의 주어가 되기에 부적합함에도 “삼이 오리라”로 읽힐 확률이 높다.

‘0’의 경우는 외워줘야 하는 예외들이 다수 존재한다. ‘시계(視界)0’나 ‘0금리’는 각각 훈독인 ‘시계제로’와 ‘제로금리’가 음독인 ‘시계영’과 ‘영금리’보다 자연스럽다. 또한 훈독이 쓰이는 단위는 물론이고 음독이 쓰여야 하는 단위들에서도 음독과 훈독이 모두 가능하다. 예를 들면 훈독이 쓰이는 단위 개에 대해 '0개'를 '빵개'(훈독)/'영개'(음독) 모두로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음독이 쓰이는 단위 %에 대해 ‘0%’를 '빵퍼센트'(훈독)/'제로퍼센트'(훈독)/'영퍼센트'(음독) 중 아무거나 하나로 읽어도 된다.[21] 그리고 자동차, 오토바이 등 차량의 가속능력을 나타내는 주요 스펙 중 하나인 ‘0-100 km/h’는 훈독+음독이라는 독특한 조합의 '제로백'으로 불린다.

신조어이지 속어로 스포츠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한 쪽이 득점이 0인 상태에서 큰 점수 차로 패배할 때는 조롱의 의미를 담아 ‘0’을 ‘영’ 아닌 ‘’으로 발음하기도 하는데,[22] 아라비아 숫자에 남아있는, 특히 숫자 0과 관련한, 한국의 훈독 전통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예외들로는 전화번호와 숫자 ‘18’, 대한민국 국군, 즉 군대가 있다.

전화번호에서는 만약 ‘02-1234-5678’이라는 전화번호가 있을 때, 이를 ‘공[23]이(에/다시)일이삼사(에/다시)오륙칠팔’로 독음하는 것이 보편적이나, ‘서울[24], 하나둘셋넷(에/다시)오륙칠팔’ 등으로 훈독을 섞어주는 경우도 특히 기성 세대 사이에 제법 많다. 일(1)과 이(2), 삼(3)과 사(4)는 음이 서로 비슷해서 잘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있고, 지역명보다는 번호가 헷갈리기 쉽다 보니 이런 식으로 훈독을 섞어주는 것이다.

숫자 ‘18’은 음독 ‘십팔’이 한국어에서 비속어로 널리 쓰이는 ‘씨발’의 중간단계 원형이자 마찬가지로 비속어로 널리 쓰이는 ‘씨팔’과 발음이 비슷하여 이를 피하기 위해 '열여덟'이라는 훈독으로 우회해 독음하는 경우가 비교적 자주 있으며, ‘118’, ‘1518’ 등 음독이 강세일 경우에도 ‘백열여덟’, ‘천오백열여덟’ 등으로 훈독을 섞어 독음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대한민국 국군에서는 아라비아 숫자를 훈독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음독시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시각 나타낼 때 ‘7시’라면 일반적인 한국어 화자들은 ‘일곱시’로 훈독하나, 대한민국 국군은 소속 장병들에게 ‘공칠시’로 음독시킨다. 포병 숫자에서는 훈독과 음독을 섞어서 쓰는데, 그 특성상 모든 숫자를 음독할 경우 상술한 전화번호보다 더 알아듣기가 힘들고, 또한 숫자 전달이 잘못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6진수를 읽을 때는 2를 '둘'로 훈독하고 E는 '에코'라고 읽는다. 둘의 발음이 '이'로 같아서 그냥 '이'라고 읽게 되면 '이'라고 읽은 부분이 2인지 E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경상도는 안 헷갈리게 읽을 수 있음

2.3. 그 외 언어

현대 표준 중국어(만다린)로 Mòqí(모↘치↗)로 발음하는 선비족 출신 성씨를 로 적지 않고 (정체자(간화자)로 적는 예가 있다. 전화번호를 부를 때에 '一'을 'yāo'로 읽는 데, '1'의 의미를 갖는 'yāo'를 음을 빌어 ''로 표기하지 않고 뜻을 빌어 '一'로 표기하였으므로 일종의 훈독이다. 상술한 한국어에서 '1'과 '2'의 한자음이 비슷해서 '하나'와 '둘'로 읽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고 현대 중국어에서 대부분 한자는 음독만으로 기능한다.

대만어도 훈독과 비슷한 개념이 있다. 다른 여느 중국어 방언들이 그렇듯 대만어는 과거에는 입말로만 사용되었고 글(한자)로 거의 표기되지 않았으며, 표기 방법이나 대만어를 표준화하려는 시도도 최근에야 일어났다. 대만어 단어의 음과 그 뜻에 명확히 대응되는 한자 표기가 없을 때 보통 세 가지 방식으로 대응한다. 첫 번째, 대만어 전용 한자(방언자)를 만들어서 표기하는 것. 두 번째, 음이 같은 한자를 빌려 쓰는 것(가차에 해당). 세 번째, 의미가 같은 한자를 빌려 쓰되 한자를 읽을 때는 본래 해당 한자음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단어의 의미(훈)에 대응되는 음으로 읽는 것이다. 이 중 세 번째가 훈독과 유사하다. 다음은 그 몇몇 예시를 나열한 것이다.
소리(훈음) 차용 한자 독음
bah 고기 jio̍k
beh 하고 싶다 io̍k
ê ~의 tek
he 그것
kàu 도착하다
낮다
lâng 사람 lîn
아니다 put
한 덩어리 khoài
tioh 그냥 chiū

베트남어에도 쯔놈을 사용하던 시절의 흔적으로 훈독이 존재하며, 아예 읽을 때도 베트남어 어순대로 피수식언-수식언 순으로 읽는다. ex) 紅江 → Sông Hồng, 李朝 → Nhà Lý

영어에서는 'X'를 그 형태에서 착안해 'Cross'로 읽는 용법이 있다. 'XSS'가 대표적이다. 또한 고대 그리스어에서 그리스 알파벳 'X'가 [kʰ] 발음이 난 것 혹은 고전 라틴어에서 로마 알파벳에서 'X'가 [ks] 발음이 난 것에서 유래해 탄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크리스마스의 축약어 'Xmas'도 현대 영어에서는 'X'를 현대 영어 알파벳 독음인 'Ex'가 아닌, 그 뜻인 'Christ'로 읽어줘야 하는 일종의 훈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영어를 비롯한 몇몇 유럽 언어들에도 비교적 최근에 유입된 외래 표의자인 아라비아 숫자에 대한 훈독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서수 표기에 아라비아 숫자를 쓸 때 아라비아 숫자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기수 독음이 아닌, 서수의 독음으로 바꿔서 발음하는 일종의 훈독화 현상을 보인다. 다만 영어는 기수와 서수의 발음이 같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하는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으며, 현대 일본어에서 한자 뒤에 히라가나를 붙여줘 해당 한자를 훈독해야 함을 알려주고 적절한 발음을 유도해내듯, 영어도 아라비아 숫자 뒤에 로마 알파벳을 붙여줘 해당 아라비아 숫자를 훈독해야 함을 알려주고 적절한 발음을 유도해낸다. 영어에서 이에 해당하는 경우는 '1st(first)', '2nd(second)', '3rd(third)', '5th(fifth)'가 있다.

3. 여담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훈독 일본어를 한국 고유어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다. '金(きんいろ)'의 밑줄 친 ''는 훈독 단어여서 '금색'이 아닌 '금'으로 번역하듯이.

한문드립에서는 훈독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음은 잘 맞추어도 뜻을 조합해서 말이 안 되면 그냥 억지 음차가 되기 때문에 훈독에도 신경 크게 써야 한문드립을 제대로 칠 수 있다. 그리고 음을 맞추면서 뜻도 맞추는 게 중국어권에서 브랜드 이름의 한자 표기를 만들 때 보편적인 방법이다.

'1도 없어'라는 표현은 이 문서에 서술된 것과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헨리가 진짜 '하나[一]'와는 거리가 먼 '하나도 모르겠습니다'를 '1도 몰으겠습니다'로 잘못 쓴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4. 관련 문서


[1] '금천'이라고 읽는 지명의 대부분이 과거에는 '쇠내'였기에 음으로는 '素那(소나)' 등으로 적었다. 청주시에도 "금천동"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쇠내로"라는 도로명을 통해 '쇠내'가 다시 지명으로 쓰이게 되었다.[2] 바꿔 말하자면, おとな(어른)라는 단어를 한자로 표기하고자 할 때, 大人이라고 두 개 이상의 한자를 쓰는 것이다.[3] 따지고 보면 한자와 한자어는 A, 고유어는 B라고 할 수 있다.[4] '湯'가 훈인 'ゆ', '桶'가 음인 'とう'로 읽혀서 그렇다.[5] '重'가 음인 'じゅう', '箱'가 훈인 'ばこ(본래 'はこ'이지만 연탁으로 'ばこ'이다.)'로 읽혀서 그렇다.[6] 실제로 현전하는 신라 당대의 금석문에서는 훈차된 표기보다 음차된 표기가 훨씬 자주 등장함을 알 수 있다. 거칠부거칠부지(居七夫智) 또는 거칠부지(居朼夫智)로, 입종 갈문왕사부지(徙夫智) 또는 사부지(徙夫知)로 등장한다. 이사부노리부는 각각 이사부지(伊史夫智), 내례부지(內禮夫智)로 등장한다. 유일한 예외로는 이차돈 순교비에 훈차식 표기인 염촉(猒髑)으로 기록된 이차돈이 있는데, 해당 비석은 헌덕왕 시기에 와서야 건립되었으므로 이차돈 생전 당대의 표기로 보기는 어렵다.[7] 실제로 달구벌 - 달구화, 비자벌 - 비자화 등 '벌'과 '화'가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지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밀양시의 추화군(推火郡) 역시 밀 추() + 불 화(), 즉 '밀벌'을 표기한 것이며, 이는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미리미동국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경덕왕 시기에 밀성군(密城郡)으로 한화되었는데, 이를 통해 어두의 '밀' 음가가 당시까지도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8] 일례로 공주시의 옛 지명인 웅진(熊津)이 있다. 이는 백제어 지명인 '고마나리(久麻那利)'를 뜻을 빌려 표기한 것인데, 이후 신라 경덕왕 시기에 웅주(熊州)로 한화되었다. 그러나 조선 초기에 집필된 《용비어천가》에서도 공주의 지명이 '고마ᄂᆞᄅᆞ'로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수 세기가 지난 뒤에도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고유어 지명이 전해져 왔던 것으로 추측된다.[9] 특정 고유어 단어를 한자를 빌려 표기할 때 그 훈을 먼저 적고, 그 뒤에 고유어 어휘의 말음을 적는 표기법이다. 물론 이 순서가 모든 향가에서 지켜진 것은 아니었고, 단어 전체가 음차되거나 훈차되기도 했다.[10] 이와 같은 표기에서 '乭(돌)', '㐘(쌀)', '㐎(글)'이라는 국자가 생겨났다.[11] 한문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훈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12] 그래서 한자어+한자어 조합에 사잇소리가 들어가는 경우 6가지 예외{숫자(數字), 횟수(回數), 셋방(貰房), 곳간(庫間), 툇간(退間), 찻간(車間)}를 제외하면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으나 차(茶)+한자의 조합은 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사이시옷을 붙이는데, 이는 '茶'가 '차'로 읽힐 때는 귀화어로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13] 주로 신문이나 잡지에 많이 쓰인다. 예를들면 “윤석열 대통령”을 성을 따와 “尹 대통령”으로 표기하는 식이다.[14] 이쪽도 신문이나 잡지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주로 英-영국, 美-미국 등이 이렇게 표기된다.[15] 예) 釜山-부산, 忠南-충남 등[16] 예) 연패(連敗)와 연패(連霸) 등[17] 100은 온, 1000은 즈믄이라는 고유어가 존재했으나 현대에는 더이상 쓰이지 않는 고어이다.[18] 숫자 ‘0’의 훈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한국어에 유입되어 정착한 영어 어휘이다. 따라서 해당 방식의 훈독은 남한 지역의 한국어에서 쓰이고 북한 지역의 한국어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남한 지역 내에서도 기성세대보다 1980년대 이후 출생 신세대가 많이 쓰며, 따라서 대부분은 표준어 법칙에서 어긋난다.[19] 예외도 있는데, 몇 개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느냐를 표기할 때 예를 들어 “3개 국어를 구사한다.”라고 되어 있으면 훈독으로 “세개 국어를 구사한다.”로 읽는 경우가 많지만, “3개 국어 구사자”로 돼있을 경우에는 “세개 국어 구사자”로도 “삼개 국어 구사자”로도 읽어도 된다.[20] 다만 무게/넓이/부피를 나타내는 전통식 도량형은 현대 한국에서도 특히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일상에서 비교적 자주 쓰이나, ‘척’은 일상에서 미터법/야드파운드법 등 서양식 단위에 완전히 밀려 도태되어 기성세대들조차 잘 안 쓰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삼척동자', '팔척장신' 등 관용적으로 쓰이는 한자어들이 영향을 주어 다른 도량형들에 비해 음독이 많이 쓰인다.[21] 대체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힐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제로’는 외국어, ‘빵’은 다소 속된 표현이다 보니 정부 부처의 발표 같은 공적인 자리에서는 '영'을 쓸 확률이 높다.[22] 예) “맨시티가 첼시를 5-0으로 발랐다.” -> “맨시티가 첼시를 오대떡으로 발랐다.”[23] 전화번호에 쓰인 ‘0’은 ‘영’보다 ‘공’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다.[24] 02가 서울 지역 국번이기 때문에 02를 그대로 음독으로 발음해주는 것이 아닌 그 뜻인 '서울(지역 국번)'으로 발음해주는 식이다. 휴대전화 보급 이전, 유선 전화가 주로 쓰이던 시절을 살아 지역 국번을 외운 경우가 많은 기성 세대 사이에서 주로 쓰이는 독법이다. 다만 젊은 세대의 경우에도 기성 세대의 독음 방식의 영향으로 휴대전화 국번인 '010'을 '공일공'이 아닌 '휴대전화'로 대체해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