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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17 13:18:46

아르테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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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 12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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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e6e6fa,#08082a> 달, 수렵, 궁술, 야생동물, 산짐승, 야생, 자연, 호수, 황야, 산, 다산, 역병, 순결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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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어 Ἄρτεμις / Άρτεμις
라틴 문자 Artemis
동일시되는 신
로마 신화 디아나 (D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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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루리아 신화 아르투메 (Art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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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키아 신화 코타라트
조로아스터교 드라바스파


1. 개요2. 특징
2.1. 탄생 신화2.2. 신격
2.2.1. 달의 여신2.2.2. 사냥과 궁술의 여신2.2.3. 순결한 처녀신
3. 올림포스 내의 지위4. 여신들 간의 서열과 관계5. 미모6.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의 행적들7. 소아시아의 아르테미스 신앙8. 별칭

[clearfix]

1. 개요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여신, 올림포스 12신의 일원으로 아폴론과는 쌍둥이 남매 사이이다.

아르테미스는 월신[1]이자, 수렵, 궁술, 순결의 신으로 황야, 샘물, 호수짐승, 식물처럼 야생과 자연의 모든 것들을 관장하는 신이자, 소녀들, 처녀들의 수호신이라고 한다. 거기에 야생수렵의 신이며, 궁수사냥꾼들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그리고 남매인 아폴론처럼 , 화살, 궁술의 여신이자 전염병 또한 관장하는 역할도 맡았으며, 아폴론이 남자들의 갑작스러운 자연사를 초래시킨다고 여겨졌듯이, 여자들의 죽음을 초래한다고 여겨졌다고 한다.

2. 특징

고대 로마에서는 이전부터 있던 숲의 여신 디아나(영어식으로 읽으면 다이애나)와 동일시되었다. 달의 여신 셀레네와 밤과 마술사 여신 헤카테와도 동일시되며 그를 초승달의 여신, 나머지 두 신이 각각 보름달그믐달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이름의 어원은 건강을 뜻하는 '아르테메스', 살육을 뜻하는 '아르타모스', '곰'을 뜻하는 아르크토스 등이 있다.

드물게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이명으로 킨티아(Cynthia)라고도 한다. 상징동물사냥개고양이사슴메추라기토끼 등,[2] 상징식물삼나무야자나무 등이 있다.

12인의 티탄포이베코이오스 부부의 딸 레토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으로, 태양과 일광의 남신 아폴론과는 쌍둥이 남매 지간이다. 신화에 워낙 전승이 제각각인 설화가 많은지라 아폴론의 쌍둥이 누나라는 버전도 있고[3], 동생이라는 판본도 있지만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는 아르테미스가 아폴론의 쌍둥이 동생이라는 인식이 대중적이다. 다만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연재한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태어난 순서가 정반대로 뒤바뀌어 아르테미스가 누나이고 아폴론이 동생으로 나온다. 레토가 낳은 첫 아이가 아르테미스로 나오고, 아폴론이 아르테미스에게 '누나'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어떻게 불러야 할 지 정 판단이 안 선다면 그냥 누이라고 하는 것이 편할지도.[4]

김선자의 오래된 지혜라는 책에 따르면 아르테미스의 기원은 터키 에페소스의 여신인 아데미라고 하는데, 자신의 몸에서 모든 생명체를 탄생시켰다고 하는 창세여신이라고 한다. 그녀의 어머니인 레토가 남매인 아폴론과 함께 출산할 때와 관련된 일화 때문인지, 달리 출산의 여신으로 여겨진다고도 한다.[5][6]

그리고, 에베소와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아데미 여신상에는 소와 호랑이 같은 동물들도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난데, 이것이 뜻하는 바는 여신 아데미는 천지만물뿐 아니라 동물들까지도 만든 창조의 신을 의미한다. 그리고, 24개나 되는 젖가슴을 가지고 있는데, 우연찮게도 이족 창세신화에 나오는 창조신이자 젖으로 천지만물을 키우는 역할을 가진 아헤시니모 또한 같은 24개의 젖가슴을 가지고 있어서 혹시 이 둘 사이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다고 추측하는 이들이 있다.

2.1. 탄생 신화

12인의 티탄 신족 중 포이베코이오스 부부의 장녀이자 아스테리아의 언니인 여신 레토는 제우스와 성관계를 맺은 뒤 훗날 제우스 다음 가는 권력과 명예를 누릴 것이라고 예언된 쌍둥이 아이들을 임신했다. 그러나 자신과 자기 자식의 권위를 중시하던 신들의 여왕 헤라는 이 저주 같은 예언과 남편 제우스가 다른 여신과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에 크게 노발대발하였고 지상의 모든 땅에게 무섭게 "레토에게 아이를 낳을 기회를 제공한 모든 땅에게 복수를 하겠노라!"라고 선포하며 레토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헤라의 잔인한 보복에 공포를 떨던 모든 대지의 화신들은 간절히 애원하는 레토를 어쩔 수 없이 거부해야 했다.

헤라는 이것으로 분노를 풀지 않고 아예 괴물뱀 피톤에게[7] 레토를 추격해서 잡아먹으라고 명령했다. 피톤의 끈질긴 추적 속에서도 레토는 무사히 피신했지만 점차 심해지는 산통 때문에 고통받았다. 이때 예전에 제우스의 동침 요구를 거부하고 달아나다가 결국 겁탈을 피하고자 바다에 뛰어들어 둥둥 떠다니는 오르투기아 섬으로 변해 이 섬의 화신이 된 친동생 아스테리아가 "언니, 나는 어차피 난 비천한 불모지고, 둥둥 떠다녀 섬이라 할 수도 없어 헤라의 복수가 두렵지 않아. 헤라는 제우스의 유혹을 끝까지 거부한 내게 고맙고 불쌍한 마음이 있어서라도 그리 모질게 굴지는 않을 거야. 여기서 아이를 낳아"라고 권했고, 포세이돈도 레토를 무사히 오르투기아 섬으로 안내하 헤라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바닷물로 오르투기아 섬을 감싸는 장막을 설치했다.

헤라는 여기서도 포기하지 않고 아예 영원히 아이를 낳지 못하는 고통 속에 시달리게 할 겸 난산을 일으켜 죽일 셈으로 친딸이자 출산분만의 신 에일레이티이아가 올림포스 신궁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그런데도 에일레이티이아는 어떻게든 어머니 헤라의 명을 어기고 레토가 있는 오르투기아 섬으로 떠났는데, 구체적인 방법을 두고 세 가지 전승이 있다. 하나는 율법과 질서의 신 테미스[8]가 냉혹한 헤라를 보다 못해 자신의 값비싼 장신구를 에일레이티이아에게 뇌물로 주어 레토의 출산을 돕도록 유도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우스가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에게 에일레이티이아를 몰래 데려와서 레토의 출산을 도우라는 지시를 내려 레토에게 데려가게 했다는 것, 나머지 하나는 님프들이 이를 불쌍히 여겨 이리스로 하여금 비싼 목걸이를 에일레이티이아에게 뇌물로 전해주게 하고 몰래 데려오게 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에일레이티이아는 산파로서 레토를 도와 무사히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이 태어났다. 남매들의 출생 순서에 대한 의견은 판본마다 갈리는데 아르테미스가 누나로 나오는 설화에서는 아폴론보다 먼저 태어나 다산의 여신으로서의 권능으로 어머니의 순산을 도왔다고 한다. 무사히 자녀들을 출산한 뒤 레토는 오르투기아 섬을 떠났는데, 훗날 장성한 아폴론이 모신을 도와 준 오르투기아 섬에게 축복을 내리고자 자신의 성지로 삼아 신전을 건설하고, 빛나는 섬이라는 뜻의 델로스 섬으로 이름을 바꾼 후 에게해 한가운데에 완전히 고정시켰다. 전승에 따라서는 레토가 출산을 끝마친 후 섬이 헤라의 저주를 받아 바다에 잠겨 버린다는 얘기도 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후자의 전승을 소개했다.

여하튼 어머니와 아폴론과 함께 헤라의 기나긴 핍박과 괴롭힘을 견뎌내고 세상으로 나왔던 고단한 일대기 덕에 아르테미스는 어머니 레토의 희생에 한결같은 헌신과 사랑으로 보답하는 효녀가 되었다. 그녀가 누군가에게 모욕당하거나 강간당할 위기에 놓이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질 정도로 어머니의 가해자들을 가차없이 응징한다. 헤라가 레토에게 벌인 무자비한 행동 때문에 호메로스일리아스에서 각각 트로이[9]와 그리스를 지지한 아르테미스와 헤라의 관계는 풀리기 어려운 무거운 악연으로 점철된 관계이다. 그리고 헤라가 고대 그리스의 전통적인 사회를 구성하는 제도인 가부장제결혼, 가정 윤리의 수호신이고 아르테미스는 여성의 결혼을 거부하고 평생 여성의 자유와 주체성, 육체적, 정신적 순결을 중시하는 순결과 비혼성(결혼하지 아니하는 성질)의 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성이 상극인 만큼 사이가 자연히 나쁠 수밖에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잠깐 사적인 감정을 내려놓고 협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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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 제우스에게 처녀성과 흰 튜닉, 활과 화살, 산의 지배권을 줄 것을 요구하는 3살의 아르테미스
올림포스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받아들여진 아르테미스는 3살이 되자, 자신의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자신이 처녀로서 영원히 살 것과 아폴론에게 수여된 활과 빛의 신으로서의 명성을 그리고 수렵의 신으로서의 직책을 수여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제우스는 이를 흔쾌히 들어주었다. 이때 아르테미스는 자신은 어차피 산에서만 생활할 테니 도시는 1개로도 충분하다 했으나 제우스는 자신의 딸을 위해 30개나 되는 도시들과 길의 수호신이라는 지위와 직책도 하사해주었다. 고대에는 밤에 가로등이 있었을리 만무하므로 횃불 외에는 달빛이 유일한 방향의 지표였다. 이를 묘사화한 것.

이후 아르테미스는 오촌 고모/이모인 바다의 여신들을 처음으로 자신의 시녀로 간택하였고 그 수는 모두 60명에 나이는 모두 9살이었다고 한다. 물의 여신들의 우두머리가 되어서, 이에 모든 샘과 호수의 관리자라는 Λιμνατις(림나티스)라는 호칭이 붙게 되었으며[10] 이후 추가로 아르테미스를 수행하는 물의 여신들 중 20명의 나이아드를 암니시아데스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아르테미스를 섬기는 부족들이 주도권을 잡은 다음 기존 세력 지체높은 귀부인들을 살려두고 하나씩 전리품처럼 가져가는 방식을 일각으로 사용한 걸 수도 있다. 그도 그럴게 티타노마키아 이후 신분을 격하시켰으니. 화살은 퀴클롭스들로부터 선물받게 되었으며 사냥개들을 아르카디아에서 얻고 나서 나무를 2번 쏘고 그 다음엔 짐승을, 4번째로는 악인을 향해 쏘았다고 한다.

2.2. 신격

2.2.1. 달의 여신

쌍둥이 오빠/남동생이자 아침을 비추는 태양의 신 아폴론과는 상반되는 어두운 저녁을 비추는 을 주관한다.

셀레네에 이은 2세대 달빛의 여신으로 주로 일컬어진다. 크로노스가 주름잡던 2세대를 제우스가 막을 내리게 함으로써 일신 헬리오스와 월신 셀레네 남매가 직위에서 은퇴하고 제우스의 사실상 적자 취급을 받는 이들 쌍둥이에게 계승했다는 전승도 있다. 이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직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파에톤 이야기를 소개하는 챕터에서 파에톤의 태양마차 폭주 일로 헬리오스와 셀레네 남매가 은퇴하고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쌍둥이가 일월신 지위를 물려받을 듯이 나오기도 한다. 혹은 아르테미스 본인이 선배이면서 사촌 언니인 셀레네와 하나로 통일되어 동일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2세대인 셀레네와 헬리오스가 3세대 출신인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이 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달과 태양의 마차를 몰고 있는 모습이 간간히 등장하기도 하므로, 실제로는 셀레네와 아르테미스 둘 다 달의 신으로 숭배되었다고 할 수 있다. 헬리오스를 태양 그 자체, 아폴론을 태양빛의 신으로 보는 해석도 있는데 이를 월신에 대입하면 셀레네는 달 그 자체, 아르테미스는 달빛의 신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듯.
파일:00b05348174c597fc05924f094a84f81.jpg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 왼쪽부터 아르테미스, 셀레네, 헤카테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아르테미스가 셀레네에게 달의 신의 지위를 계승하여 혼자 독점(?)한 것처럼 묘사되지만, 어느 전승을 따르느냐에 따라 셀레네가 보름달, 아르테미스가 초승달, 그리고 헤카테그믐달을 관장하는 식으로 다함께 형태별로 달을 관장하기도 한다.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세 여신들이 사이 좋게 자매처럼 모여 앉은 모습을 그려냈다. 이때 아르테미스는 궁술과 수렵의 여신으로서 사냥할 때마다 입는 흰 색의 활동적인 튜닉이 아니라 달의 여신으로서 우아하고 여성적인 노란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그리스인들은 달을 주관하는 신적 존재로 이 세 명의 여신들로 봤는데, 처녀인 아르테미스는 초승달과 소녀를 상징하고, 셀레네는 보름달과 성숙한 여인, 헤카테는 이지러지는 달과 노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2.2.2. 사냥과 궁술의 여신

수렵과 수렵에 가장 필요한 기술인 궁술의 영역을 관장하는 신이자 궁수들의 수호신이다. 아폴론과 더불어 신들 중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쏘기 실력을 갖춘 최고의 명사수로 등장하며 그리스 신화 최고의 현자이자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양성한 전설적인 교관 케이론의 궁술을 가르친 스승이기도 했다. 수렵과 궁술은 고대 인류의 주요 의식주 수단이자 전시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전사가 자신의 명예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였고 재미와 오락, 유흥을 위해 행해진 일종의 스포츠였다. 고대의 인간들은 신들에게 바칠 제물을 구하려면 당연히 야생에 나가 제물로 삼을 짐승들을 사냥해야 했기에 아르테미스의 지위와 역할은 그리스 문명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야간이 되면 시야가 차단되고 사냥에도 차질이 생겨 야생동물들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었기에 고대인들은 아르테미스가 환한 달의 빛으로 주변의 길을 밝게 비추어 사냥꾼들을 가호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당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냥꾼들은 사냥 활동에 나설 때마다 아르테미스에게 오늘도 많은 짐승을 잡을 수 있게 해달라거나 우리들을 험한 사냥길에서 보호해달라고 기도하고 산과 들에서 잡은 사슴이나 산양, 멧돼지, , 자칼,[11] 늑대, 여우, 오소리, 살쾡이, 수달, 담비, 토끼, 메추라기, 독수리, 자고새 같은 야생동물들을 아르테미스 신전의 재단에 올려 제물로 바쳤다. 궁술을 업으로 삼은 활잡이들과 궁수들에게 있어서도 아르테미스는 아폴론과 함께 절대적인 우상처럼 섬겨졌으며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르테미스에게 기도를 올렸다.

2.2.3. 순결한 처녀신

파일:프랑스와_부셰_Diana's_Return_from_the_Hunt.jpg
사냥에서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아르테미스와 님프들
아르테미스를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순결한 처녀신'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대표적인 처녀신이자 비혼주의자 신이다. 이복 언니아테나와 큰 고모 헤스티아와 더불어 평생 결혼을 거부하고 자유를 추구한 올림포스 3대 처녀신 중 한 명이다.

세 살 때부터 순결하고 고고한 처녀신을 꿈꿨던 어린 아르테미스는 아버지 제우스에게 일생일대의 선물로 평생 결혼하지 않고 영원한 처녀로 살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고, 가볍고 시원시원한 하얀 튜닉을 걸치고 훌륭한 사냥개들과 님프들을 거느릴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맹세를 받아냈다. 자신을 섬기고 순결을 지키기로 맹세한 많은 님프들, 인간 여성들과 함께 사냥을 다닌다고 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겁탈의 위기에 처한 소녀나 처녀들, 님프들을 지켜주기도 했다. 그래서 아르테미스의 서사는 오리온 같은 특이 케이스를 빼면 애인이나 남편, 자식 관련 설화는 전무하며 자신을 숭배하는 님프와 인간 여자들과 함께 사냥을 하거나 계곡에서 목욕을 하며 휴식을 취하면서 정신적인 유대와 교류를 쌓는 에피소드로 넘쳐난다. 이 때문인지 그리스 로마 신화 매니아들 사이에선 아르테미스가 여성 동성애자거나 레즈비언이지 않냐는 의견까지 보이기도 한다.

마카리아의 경우처럼 순결한 상태로 죽거나 순결을 지키기 위해 자결한 자들[12]이나 자신의 숭배자 중 일부에게는 불사를 부여하여 영원히 자신을 모시고 곁에서 같이 사냥하며 다닐 수 있는 영광을 주었다고 한다. 히폴리토스나 이피게네이아[13], 레다의 딸 필로노에, 폴리보이아, 헤라클레스의 딸들인 마카리아와 에우클레이아, 볼스키 족 카밀라 등. 강의 신 알페이오스에게 쫓기던 아레투사, 에게 쫓기던 시링크스와 폴로에 등이 있다.

아테나와 헤스티아는 상대적으로 아르테미스보다 나이가 많고 관용과 인내심, 자비가 넘치는 신이지만, 아르테미스는 두 신들보다 한참 어리다 보니 성격이 자유분방하다 못해 사납고 냉혹했다. 특히 대가 없이 용서하지 않는 단호함과 무자비함이 부각된다.[14] 이러한 성격의 차이는 나이뿐만 아니라 서로가 관장하는 영역도 영향을 미쳤다. 아테나와 헤스티아의 성격은 그들의 수호 영역인 문명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이성과 지혜, 따스함과 모성을 강조한 반면, 아르테미스의 경우 자신을 추종하는 인간 여성이나 님프들을 이끌고 가정이 있는 문명과 멀리 떨어진 자연, 즉 에서 주로 사냥과 채집을 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그녀의 수호 영역인 이 뜨는 춥고 어두운 의 성질, 그리고 자연야생의 사나움과 잔혹성, 변덕과 야성을 강조한다고 한다.

처녀신들 중에서도 순결을 향한 집착과 자존심이 가장 강하다. 그래서 자신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남자를 극도로 싫어하고 혐오한다. 감히 자신과 님프들을 강간하려고 한 추한 욕정에 찌든 남성들을 엄청나게 증오했으며, 굉장히 잔혹한 손속의 보복으로 응징한다. 또한 악타이온이나 아가멤논 같이 아르테미스의 역린을 건드리거나 성적 모욕을 준 남자들은 비참하게 사망하고 그 가족들도 몰살의 비극을 벗어날 수 없었다.[15] 한때 사냥 동료로서 친하게 지냈던 오리온이 그가 숨겼던 음욕과 흑심을 드러내고 자신을 강간하려 들자 가차없이 활을 쏴 죽여버렸다. 단, 본인에게 순결과 궁술의 여신이란 직책을 준 아버지 제우스와 오빠 아폴론과는 사이가 돈독하며[16][17] 그 외의 남신들과는 아르테미스의 성격상 접점이 전무하지만 자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순결만 안 건드리면 그럭저럭 무난하거나 평범하게 지내는 듯.

처녀와 소녀들의 수호신이라 소개되다 보니 여자들에게 매우 든든한 수호신이고 남자를 중증으로 미워하고 싫어하는 성격이라 보기 쉽지만, 잘 보면 남자들을 싫어했지만, 자의적 불륜이든 강간이든 순결을 잃은 여성들도 혐오했다. 의외로 몇몇 에피소드들을 보면 여자에게 더 가혹하고 남자에게 더 관대하게 나가는 경우가 많고, 상대방이 여자라고 감싸돌거나 지켜주지도 않는다. 여성이라고 할지라도, 본인의 처녀성을 모욕하면 가만두지 않았다.[18] 아가멤논과 악타이온, 키오네와 니오베 일화만 봐도 휴브리스를 범한 죄인을 징벌할 때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한 마디로 전형적인 올림포스 12신으로서의 강한 선민의식을 지녔고 유독 사납고 변덕스러우며 감정 기복이 심하지만, 결국 본인을 먼저 해코지하거나 건드리지 않는다면 자기도 굳이 신경 쓰지 않고 쿨하게 자기 갈 길을 가는 성격이다.

강간 위협에 놓인 처녀를 수호하는 처녀신이라는 대외적인 지위를 지닌 아르테미스지만, 여성들의 죽음을 초래하는 재앙역병의 신으로 여겨졌기에 여성들의 사신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작중에서 여성들을 가장 가혹하게 다루고 많이 죽인 신 중 하나가 바로 아르테미스이며 익히 알려진 니오베나 키오네 같은 케이스를 빼면 아르테미스의 희생양들 중에서도 무고한 여성들이 많은 편.[19] 단 순결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어긴 자에게는 엄벌을 가했지만 남자에게 억울하게 강간당한 피해 여성이라고 해도 예외 없이 엄벌했다.

그녀가 수호하는 대상은 자신과 순결 서약을 끝까지 맹세한 인간들 한정이지 이를 어긴 자들은 남녀 불문하고 응징에 나선다. 대표적인 예가 칼리스토와의 에피소드. 칼리스토가 좋아서 성관계를 맺은 게 아니라 제우스가 아르테미스의 모습으로 변신한 채로 접근하자 완전히 방심하고 있다가 손도 못 쓰고 그대로 강간당한 케이스인데도 내쳤다. (심지어 제우스가 끝까지 아르테미스인 척 하며 유혹해서 화간을 한 거라는 버전도 있다.) 이렇게 순결을 잃은 숭배자들에게 엄한 처벌을 내린 이유는 당시 순결을 잃은 아르테미스의 무녀들에게 처해지는 처벌이 매우 가혹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신화 내 최고의 선신인 헤스티아를 모시는 무녀들도 순결을 잃으면 생매장이란 처벌이 기다리는데, 헤스티아보다 훨씬 호전적이고 잔인한 아르테미스를 모시는 무녀들은 처벌이 더 가혹했을 것이다.

쌍둥이 친남매 아폴론의 강간미수 피해자이자 본인에게 가장 강한 충성심을 가진 신도인 다프네를 바로 나타나서 구해주거나 아폴론을 막아세우지 않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방관했으며, 아버지 제우스에 의해 억울하게 강간당한 피해자인 칼리스토와 아르테미스에게 순결 서약을 했다가 남성들에게 강간, 성폭행당한 다른 여자 부하들도 보호하고 감싸주기는커녕 오히려 잔인하게 무리에서 쫓아내거나 활로 쏴 죽였고, 자신과 어머니, 오빠를 모욕한 니오베를 처벌한답시고 그녀의 죄 없는 일곱 딸들까지 죽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날 대신해 애인 코로니스[20]를 죽여 달라는 아폴론의 부탁에 따라 코로니스 공주의 결혼식에서 올케인 코로니스를 포함해 그녀의 시중을 든 시녀들과 여성 동료들을 몰살시키기도 했다.[21] 그리고 아가멤논을 징벌할 때도 본인이 직접 아가멤논을 죽이지 않고[22], 아무 죄없는 무고한 처녀인 이피게네이아 공주의 희생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피게네이아가 무고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피게네이아를 살려서 타우리스에 있는 자기 신전의 사제로 삼은 것을 보면 무고한 희생을 강요만 하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영원히 독신을 맹세하거나, 사냥을 잘한다던가, 또는 자신의 신격을 모독하지 않거나 자신과 맺은 약속을 지키는 등 이해관계가 맞는 부분이 있다면 의외로 인간 남자들에게도 은혜를 베풀거나 넘어가주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고 자기 신도를 죽음으로 내몬 자에게 책임도 묻지 않고 넘어가는 자비로운 모습도 보였다. 대표적인 예시가 남자임에도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찬양하며 평생 동정을 지키고자 한 아테네의 왕자 히폴리토스와 그의 아버지 테세우스가 있다. 히폴리토스가 동정을 지키겠다고 맹세했다가 성애의 여신 아프로디테[23]의 분노를 사 아프로디테가 그의 계모 파이드라를 히폴리토스에게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이를 거부해 파이드라가 증오를 품고 자살하면서 그를 모함한 일로 억울하게 포세이돈과 테세우스의 저주에 걸려 죽자 금기를 써서라도 살리려고 했으며, 아무것도 모르고 아들을 죽여버려 추방당할 일만 남은 테세우스의 비극적인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고 모든 내막을 밝혀 히폴리토스의 결백을 증명하고 아들과의 오해와 갈등을 해소할 수 있게 도와줬다. 그리고 본인의 신도를 죽인 죄인이나 마찬가지인 테세우스에게 어떤 보복이나 처벌도 가하지 않고 넘어가줬다. 오디세이아에서는 트로이 전쟁 당시 아가멤논과 달리 자신을 한번도 모독하지 않은 오디세우스가 귀향할 수 있도록 기꺼이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또한 헤라클레스[24]가 12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끼던 황금 가지뿔이 달린 사슴을 생포해 갔을 때 처음에는 화를 냈으나 헤라클레스의 자초지종을 듣고 대신 죽이지는 말고 자신에게 돌려보내주라며 이를 승낙해 헤라클레스는 잡아온 아르테미스의 황금 가지뿔 사슴을 에우리스테우스 왕에게 먼저 보여준 다음 아르테미스에게 사슴을 돌려주어 아르테미스와 한 약속을 지킨 일화도 있다.[25] 이렇게 수호 대상인 소녀나 처녀들에게 가혹하고, 남자에게 더 관대하고 너그러운 면모를 보이는 일화들, 자기 신도를 죽이고 해한 자에게 자비를 베푸는 면모 때문에 진심으로 남자를 싫어하는지, 그리고 처녀와 소녀들을 지키는 수호신의 자격을 갖추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

한편 아르테미스 역시 강간이든 억울한 피해를 당한 무고한 여성들을 지키고 구하거나 자신과의 맹세를 깨뜨려도 자비를 베푸는 일화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신화 상 최초의 형사 재판이자 아테네의 아레이오스 파고스 언덕에서 치뤄졌던 아레스의 재판 사건이 그것이다. 강간당한 딸 알키페를 구하기 위해 아레스가 정당방위로 강간범이자 포세이돈의 아들 할리로티오스를 죽여 포세이돈에게 소송당하게 되자 다른 여신들과 합세해 아레스와 알키페 부녀를 변호하여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무엇보다 순결의 여신으로서의 자존심과 명예가 달린 역대급 사건이었기에 순결을 잃을 뻔한 피해자이자 신의 가족이기도 한 알키페를 변호하고 구해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열에 아홉은 피해 여성을 해치는 역할로 등장하는 아르테미스가 처녀의 수호신의 역할을 본 의미에 걸맞게 정상적으로 수행한 에피소드. 강간 피해를 입은 무고한 여성의 인권과 그 여성의 가족을 위해 올림포스의 온 여신들이 들고 일어나 강간범과 2차 가해범을 심판한 몇 안 되는 유의미한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받는 척하면서 구름에 감싸 안아 구하기도 했고, 제우스와 카르메 슬하의 이복 여동생이자 뛰어난 미녀 사냥꾼인 브리토마르티스미노스의 끈질긴 스토킹으로부터 구해주어 여신으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또한 자신으로 인해 멜레아그로스가 죽고 알타이아가 죄책감에 미쳐 자살하자 오이네우스 왕에 대한 지나친 복수로 칼리돈 왕가가 무너지자 이에 대해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딸들만이라도 되살려냈다. 자기가 칼리돈에 보낸 멧돼지를 죽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순결 서약을 깨뜨리고 히포메네스와 결혼한 아탈란테에게도 어떤 처벌도 내리지 않았다.[26]

이러한 아르테미스의 순결주의와 처녀신으로서의 정체성은 가부장제 사회인 고대 그리스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여성들에게 적극 권유되던 사상이었으며 개인의 자유와 독립심 고취보다도 결혼을 앞둔 여성은 우선 육체적, 정신적으로 깨끗하고 순결한 처녀성을 보존하는 것이 진정한 미덕이라는 사상이 그리스 전역에 퍼져 있었으며, 남성들도 순결한 여성에 대한 환상을 품고 우상숭배에 가깝게 찬양했다. 자의든 타의든 겁탈과 강간을 당한 여성은 '반드시 지켜야 할 불쌍한 피해자'가 아닌 '한번 더럽혀진 이상 사회적으로 매장당해야 할 추잡한 존재'로 여겨지고 억압 받아야 했다. 즉, 현대적인 여성 인권의 보호와 신장의 개념이 절대 아니며 아르테미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여성의 절대적 순결이지 여성의 인권이 아니다. 현대적인 도덕 관념에 기반한 접근을 배제하고 고대 그리스의 시각으로 관찰하면,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서까지 정절과 순결을 깨끗이 지켜내는 자만이 아르테미스의 영광을 입을 자격이 있는 존재로 인정 받을 수 있었던 것.

3. 올림포스 내의 지위

제우스의 자녀 세대에 해당하는 12신들 중 훗날에 합류하는 이복 남동생 헤르메스, 디오니소스를 빼면 가장 나이가 어리기 때문인지 다른 12신들에 비하면 위계와 서열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 올림포스 여신들 중에서는 지위와 서열이 가장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리한 신분 때문인지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들과 싸울 용기나 힘이 없으며, 제우스의 자식들인 올림포스 신들 중 아테나아폴론과 달리 아레스헤르메스, 헤파이스토스, 디오니소스와 더불어 한번도 아버지 제우스와 싸웠거나 거스른 일화가 한 개도 없다. 헤라에게는 일리아스에서 활과 화살을 무력으로 빼앗기고 심하게 맞는 치욕적 봉변을 당하고도 꼴사납게 눈물을 터뜨려야 했다. 그래서 자기보다 강한 그들이 님프들을 강간하거나 벌을 내리는 과격한 조치를 취해도 보복의 두려움에 어쩔 수 없이 내버려두어야 했다. 따지고 보면 칼리스토와 다프네, 히폴리토스를 구해주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이 강조되는 것도 그녀 본인의 능력 부족보다도 아버지와 아폴론의 권능이나 온 바다를 다스리는 제왕이자 제우스 다음 가는 삼주신인 포세이돈의 저주를 감히 막을 수 있는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르테미스 특유의 예민하고 냉혹한 성격도 올림포스 내에서 가장 권력이 나약한 여신으로 대접 받는 것에 대한 울분과 한탄일지도 모른다.

아버지 제우스를 포함해 자신보다 격이 높은 다수의 올림포스 신들에겐 기어오를 수 없는 최하위 서열의 여신인 듯. 하지만 제우스는 올림포스의 모든 신들을 합친 것보다 훨씬 강한 절대적인 존재이기에 정공법으로는 거스를 수 없음을 감안해야 한다. 하다못해 신들의 왕비/여왕/가정과 결혼의 신 헤라조차 강간을 저지르는 제우스를 직접 보복하지 못하고[27] 강간당한 혹은 같이 불륜을 저지른 여자와 사생아들에게만 화풀이하는 판국이고 아르테미스보다 훨씬 서열이 높은 언니 아테나 역시 마찬가지다.[28][29] 이러한 문제는 아르테미스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우스 휘하의 모든 신들에게 해당하며, 무조건 그녀 탓으로만 할 수 없다.

하지만 기간토마키아에서 활약하기도 하는데, 자신을 단번에 쓰러뜨린 헤라조차 당할 수밖에 없었던 기간테스의 대장인 그라티온이나 헤라를 겁탈하려던 에피알테스을 화살로 사살해버렸다.[30]

4. 여신들 간의 서열과 관계

신들의 여왕인 헤라는 말할 것도 없고, 헤스티아데메테르는 헤라의 친언니들이자 고대 그리스의 기본 단위인 가정대지를 주관하는 여신들이라 아르테미스보다 담당 영역에서 격이 높고, 아테나는 제우스가 가장 신임하는 적장녀 및 최측근이자 올림포스 신궁의 군기반장이다.

특히 아프로디테는 우라노스의 딸로 제우스보다 한 세대 앞서는 존재로 헤스티아와 헤라가 주관하는 '가정'의 근간을 이루고 인간의 원초적인 생식 본능인 (육체적, 정신적, 생리적 의미) 사랑과 성애를 담당하는 여신이라 권능과 영향력으로 싸우면 아르테미스가 열세다. 두 신의 분야가 순결과 사랑이라는 명확한 대척점의 관계를 이룬 탓에 한 차례의 접점조차 없다. 재밌는 건 이성과 합리성을 상징하는 신인 남매 아폴론도 올림포스 최고의 미녀신/미남신임에도 불구하고 아프로디테와 사이가 나빴으며 연인 관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언제는 아폴론은 아프로디테 앞에서 아레스와의 불륜 현장을 조롱하거나 사랑을 능멸하는 발언을 하여 아프로디테의 앙심을 자극하고 사랑의 보복을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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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나와 큐피드 / Diana and Cupid
관장 분야가 정반대인 만큼 사랑의 신들인 아프로디테나 에로스 모자와도 헤라 못지않게 관계가 나쁘고 얽힐 일도 없는 사이였다. 그 장난꾸러기 사고뭉치이자 신들의 왕인 부친 제우스와 남매인 아폴론, 아프로디테[31]도 두려워하는 우주적인 권능의 소유자인 에로스가 무서워하는 몇 안 되는 소수의 존재이며 아테나헤스티아, 헤라[32]와 더불어 금화살을 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신이다.

아르테미스 스스로도 에로스의 납화살과 금화살을 피하거나 손쉽게 잡아챌 수 있는 몇 안 되는 신이다. 아폴론과 달리 에로스가 화살을 쏠 때마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요리조리 피해버리기 때문. 심지어 에로스는 화살을 쏠 때 온몸을 투명화시켜서 접근하는데 아르테미스는 직감이 뛰어난지 에로스가 화살을 쏜 방향을 한눈에 감지하고 회피하니 에로스의 화살의 저주에서 가장 자유롭다. 이를 짐작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탈리아의 화가 폼페오 지롤라모 바토니(Pompeo Girolamo Batoni)가 그린 서양 명화 <다이아나와 큐피드>에서는 큐피드(에로스)의 애원도 무시하고 친히 빼앗은 활을 부러뜨리려는 다이아나(아르테미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화살 한 방만으로 인간이건 신이건 요정이건 괴물이건 살아 움직이는 모든 존재의 운명을 마음대로 지배하고 농락할 수 있고, 그 자신마저 예외가 아닌 무서운 권능을 가진 에로스가 자존심을 꺾고 알아서 무릎 끓고 싹싹 빌게 만들 수 있는 대단한 신이다. 그래서 아프로디테도 아르테미스와 아테나만큼은 금화살을 쏴서 복수할 수 없었으며, 대신 그녀 주변의 소중한 인간들이나 신도들에게 쏴서 간접적으로 복수해야만 했다.[33]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모자와는 히폴리토스 사건을 계기로 더욱 악화됐다. 아프로디테가 사랑을 능멸했다는 이유로 파이드라를 이용해 히폴리토스를 잔인하게 죽이자 크게 분노한 적도 있었다. 거기에 자신의 다른 님프들도 에로스의 화살에 맞아 미쳐버린 남자, 남신들에게 강간당하거나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본인의 신도였던 아탈란테히포메네스와 결혼하고 비참하게 사자로 변해버려 남편과 같이 키벨레의 수레를 끌고 다니게 된 가장 큰 원인도 아프로디테의 짓이었기에[34] 아르테미스 역시 아프로디테와도 사이가 안 좋았다.

그러나 트로이 전쟁 때는 두 여신 모두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았는지 같은 트로이 진영을 지지하기도 했고, 트로이가 패망한 이후에는 트로이와 싸웠던 그리스 연합군의 사령관이던 오디세우스가 포세이돈의 진노와 저주로 20년 넘게 고향 이타카에 돌아가지 못하고 바다를 표류할 당시 오디세우스를 무사히 귀향시킬 것을 아테나가 신들의 왕 제우스에게 탄원하자 아프로디테와 아르테미스 모두 찬성하고, 아레스의 재판 사건에서는 딸 알키페를 보호하기 위해 알키페를 겁탈하려던 포세이돈의 아들 할리로티오스를 때려 죽인 아레스가 승소할 수 있도록 힘을 실었다. 즉, 평소에는 서로의 분야의 특성상 웬만큼 만나서는 안 되지만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가 일치하면 망설임 없이 손을 잡고 협력하는 관계로 보면 쉽다.[35]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사랑에 대한 자존심과 자부심 때문에 아르테미스와 안 만나는 것뿐이지 아르테미스 본인을 증오 수준으로 미워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심지어 열정적인 사냥광인 아도니스와 데이트하기 위해 사랑의 여신으로서의 자존심마저 접고, 아르테미스가 주로 입는 하얀 튜닉으로 갈아입고 활과 화살까지 챙겨 생애 첫 사냥까지 나섰다.

5. 미모

더없이 지혜로운 페넬로페도 방에서 나오니
그 자태가 아르테미스나 황금의 아프로디테와 닮아 있었다.

오뒷세이아 19,52-53, 이준석 번역
외모는 적모이자 막내 고모이자 오촌 이모인 헤라, 이복 언니 아테나, 할아버지 우라노스 세대의 신인 아프로디테, 첫째 고모 헤스티아와 둘째 고모 데메테르에 비해 잘 부각되지는 않아도 우월한 스펙을 갖춘 올림포스 12신답게 매우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미녀다. 몸매가 우월하고 님프들보다 훨씬 키가 큰 기럭지를 갖춘 미모의 여신으로 묘사된다.[36] 어머니 레토부터가 강간인지 불륜인지는 알 수 없어도 그 제우스의 사랑을 받은 상당히 지위 높은 애첩 중 하나일 정도로 아름다운 미녀였으니 레토의 미모가 고스란히 아르테미스에게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궁술[37]과 사냥의 여신이라 매일 같이 여신도들을 데리고 넓은 산을 누비며 격하게 사냥을 하면서 꾸준히 신체 단련을 거듭했을 테니 건장하고 탄탄한 근육과 커다란 체격을 지녔을 것으로 보인다. 황금사과 쟁탈전에서 제외된 걸 생각하면 최소한 헤라와 아프로디테, 아테나에 비해 외모가 뒤떨어지는 편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이는 아르테미스의 외모 문제보다도 서녀라는 입장과 더불어 올림포스 여신들 중 지위가 가장 낮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원전 신화에선 16살이나 17살 정도 연령대의 은회색 눈에 달빛에 빛나는 흰 피부를 가진 글래머러스한 미인으로 묘사되며 주로 흑발이나 백금발로 나온다.[38] 사냥의 여신으로 숭배될 때는 붉은색으로 장식되고 무릎까지 오는 노란색 사냥용 튜닉에 초승달 모양의 티아라를 쓴 것으로 나오지만 달의 여신일 때는 긴 치마를 입으며 횃불을 들고 머리에 베일을 두른 모습으로 나온다.

정리하자면, 담당 대상인 처럼 희고 고운 피부와 흑발/백금발, 아름다운 얼굴, 건강미와 야성미 넘치는 근육질 몸매와 커다란 체격을 두루 갖춘 굴지의 미녀임이 확실하다. 그래서 신화 속 님프나 인간 여성들은 자신들의 외모를 아르테미스와 비교하면서 외모를 뽐내고 싶어하는 욕망을 드러내고, 아르테미스를 사랑하는 남성들도 존재했다. 아르테미스 본인은 남자를 혐오하는 강한 순결주의자이며 미인계를 적극 사용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점이 아이러니. 키오네가 아르테미스를 들먹이면서까지 아름다움을 뽐내다가 격분한 아르테미스에게 고통스럽게 살해당하는 일화, 오토스와 에피알테스 형제가 아르테미스를 본 순간부터 홀딱 넋을 잃고 올림포스의 주도권을 차지하기도 전에 아르테미스 쟁탈전을 벌이거나, 악타이온이 아르테미스의 실력과 비교할 뿐만 아니라 그만 실수로 아르테미스의 나신을 목격하자마자 속으로 홍조를 띄우며 눈부시다고 한 것만 봐도 확신할 수 있다. 올림포스 가디언에서 악타이온이 숲 속에서 아르테미스의 미모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6.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의 행적들

6.1. 악타이온

아르테미스의 순결주의 일화 중 하나로 초승달이 떠오른 어느 날 밤, 아르테미스가 시종 님프들과 함께 호수 동굴에서 목욕하던 중, 휴식을 취하던 테배의 남자 왕족이자 사냥꾼인 악타이온[39]이 잠깐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비스런 동굴을 탐험하려다가 하필이면 그 동굴이 아르테미스와 님프들이 몸을 씻는 목욕탕 겸 온천이었고, 남자들은 들어갈 수 없는 금남의 구역이었다.

동굴의 중심부까지 간 악타이온은 그만 신의 나체를 봐버리고 말았고 수치심을 느낀 아르테미스는 격앙된 분노를 쥐면서 악타이온을 죽일 활과 화살을 찾다가 님프들이 깊은 곳에 옮겨둔 바람에 사살하지는 못했고 저주가 실린 물 한 모금을 악타이온을 향해 튀기면서
"어디 그 잘난 입으로 아르테미스의 벌거벗은 몸을 봤다고 말할 수 있으면 말해 봐라!"
하고 무섭게 고함을 질렀다. 신이 던진 물을 맞자마자 악타이온은 뿔이 달린 수사슴으로 되버렸고 제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 사냥개 무리떼에 의해 몸을 물어뜯기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최후를 맞이했다. 전승에 따라선 아르테미스에 의해 사슴이 되버린 악타이온이 아르테미스가 자신의 사냥개에게 내 알몸을 바라 본 저 치한을 잡아 죽이라고 명령하면서 아르테미스의 사냥개들에게 물려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에우리피데스가 집필한 <박코스의 여신도들>에 따르면 아르테미스가 악타이온을 죽인 이유는 다르게 나온다. 악타이온이 키오네나 아가멤논처럼 난 아르테미스보다 솜씨 좋은 사냥꾼이라 자화자찬하는 휴브리스를 저지르자 여느 올림포스 신들처럼 분노를 느끼고 감히 궁술의 여신을 모욕한 대가가 무엇인지 톡톡히 보여주기 위한 본보기를 만들고자 수사슴으로 변신시켜 사냥개에게 죽임당하게 한 것이라 나온다.

6.2. 오리온

한편, 아르테미스는 거인 사냥꾼 오리온과 사랑에 빠져서 결혼할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쌍둥이 남매인 아폴론은 두 사람의 사랑을 좋지 않게 생각했고,[40] 어느 날 수면 위에 머리를 내놓고 수영하는 오리온을 보고 아르테미스에게 저것을 쏘아 맞힐 수 있냐고 부추겼다. 아르테미스는 아무 생각 없이 화살을 당겼고 오리온을 쏘아 죽이고 만다. 뒤늦게 바닷가로 떠내려온 연인의 시체를 보고 슬픔에 빠진 아르테미스는 오리온을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일화는 현대인들에게 그리스 신화를 소개하는 데 큰 공헌을 한 토마스 불핀치의 <신화의 시대>(1855년)에 소개되어 크게 알려졌다. 서구권에서 오리온이 '아르테미스가 사랑한 유일한 남자'라고 알려진 것에는 불핀치의 공헌이 커 보인다. 영미 작가들의 저서에서도 대부분 오리온이 아르테미스의 연인이라고 언급되며, 오리온자리의 유래를 소개하는 국내 서적들이나 영상 매체에서도 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의 관계를 사랑하는 사이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전승의 경우 연인을 쏘아 죽였다는 그 특유의 비극성과 낭만 때문에 오히려 현대에서 더 인기가 높은 전승이다.

한편 오리온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인 《오뒷세이아》에서는 아르테미스가 오리온을 좋아한 것도 맞고, 쏴죽인 것도 맞지만, 에오스와 오리온 사이를 질투해서 죽였다고 언급된다.
가 이렇게 말하자, 여신들 중의 여신인 칼륍소는 몸서리를 치더니
그에게 소리 내어 날개 돋친 말을 건네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유달리 시샘 많은 그대들이야말로
고집스러운 신들이외다. 여신이 인간 남자를 사랑하는 남편으로 삼아
120공공연히 그 남자 곁에서 잠들면 그대들은 여신들에게 질투란 걸 하더군요.
장밋빛 손가락의 에오스(새벽)가 오리온을 선택했을 때에도
수월하게 살아가는 그대들, 신들은 그녀를 내내 시샘했지요.
황금 보좌의 순결한 아르테미스가 오르튀기아에서
그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화살들로 숨통을 끊어놓을 때까지 말입니다.
...그런 그대들, 신들이 이번엔 죽게 마련인 한 사내가 제 곁에 있다는 이유로
130저를 시샘하는군요. 홀로 용골에 올라타 있던 그이를 구해낸 게 바로 접니다."
오뒷세이아 5.116-130, 이준석 번역, 아카넷, 2023
가장 고귀한 칼륍소는 몸이 얼어붙더니
소리 내어 그를 향해 날개 돋친 말을 쏘았다.
"가혹하네요, 신들이여, 질투심이 유별나서
여신들이 사내들 곁에 누워 있는 걸 시기하다니. 공개적으로
120여신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남편으로 삼기라도 하면.
장밋빛 손가락 펼치는 에오스가 그렇게 오리온을 취하자
안락하게 살아가는 신들이 계속 질투를 일삼다가
오르튀기에에서, 황금 옥좌 앉은 정결한 아르테미스가
오리온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화살로 죽였다고요.
...신들이여, 필멸자가 내 곁에 있다고 그렇게 지금 나를
130질투하네요. 그 사내는 내가 구한 거라고요, 그가 용골에
혼자 매달려 있을 때, 제우스는 그의 빠른 배를 제지하더니
번쩍하는 번개로 포도줏빛 바다에서 부숴버렸지요.
오뒷세이아 5.116-132, 김기영 번역, 민음사, 2022

헤시오도스의 《천문학》에선, 오리온은 단지 아르테미스의 총애를 받은 사냥꾼으로 묘사된다. 여기서 그는 자신이 죽일 수 없는 동물은 없다며 자신만만해하나, 그를 탐탁치 않게 생각한 가이아가 전갈을 만들어 그를 죽이게 한다.[41] 히기누스의 《이야기》에서는 아르테미스를 강간하려다가 아르테미스에게 죽었다고 기록됐다.

사실 전설, 신화라는 것이 널리 퍼지고 변형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판본이 맞다 틀리다 규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단지 어느 곳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졌고, 다른 판본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고 이해하면 된다.

6.3. 키오네

아폴론과 헤르메스, 이렇게 두 남신의 사랑을 받은 일로 우쭐해진 나머지 본인이 아르테미스보다 아름답다는 발언을 한 키오네한테 노해서 화살을 쏴서 죽인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엄청난 나비효과가 터진다. 키오네의 아버지 다이달리온은 키오네의 죽음으로 인해 실의에 빠져 자살하려고 하다가 아폴론이 이를 막고자 그를 독수리로 변신시킨다. 그리고 다이달리온의 동생인 케익스는 이 내막을 몰라서 아폴론한테 신탁을 들으려고 항해에 나서다 폭풍에 휘말려 죽는다. 더욱이 알키오네는 케익스의 시체를 보고 자살하려다 헤라의 자비로 물새로 변하고 케익스도 물새로 되살아난다.

6.4. 히폴리토스

아테네의 왕자이자 테세우스의 맏아들 히폴리토스는 아르테미스만을 숭배해서 영원히 동정을 지키며 독신으로 살 것을 맹세했다. 남자를 혐오하는 아르테미스에게 유일하게 순수한 호의를 받은 인간 남성이자 신도들 중 청일점이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만을 바라본 나머지 아프로디테에 대한 숭배를 소홀히 했고 아르테미스 외의 여성을 혐오하고 사랑의 가치를 우습게 봤다. 언제인가 자신에게 고백한 여인도 차갑게 비웃으며 무시했다. 이 때문에 사랑이라는 자신의 권위가 모욕당하는 걸 절대 참고 넘어가는 법이 없는 아프로디테에로스[42] 모자에게 제대로 찍히고 그들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아프로디테는 복수를 위해 아들 에로스에게 테세우스의 두 번째 왕비인 파이드라에게 금화살을 쏘라 명령했고, 에로스 역시 사랑의 신으로서 히폴리토스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기에 곧바로 실행에 옮긴다. 에로스의 금화살을 맞아버린 의붓어머니 파이드라는 화살을 맞은 후 처음 본 대상인 의붓아들을 사랑하게 된다.

금화살의 저주에 미쳐버린 파이드라는 이때 히폴리토스에게 우리 둘이서 테세우스를 버리고 몰래 사랑의 도피를 할 것을 제안했지만, 당연히 히폴리토스는 지금 어마마마와 제가 아바마마를 배신하라는 소리냐고 거절했다. 한 순간의 거절에 납득 못하고 분노와 치욕감을 느낀 파이드라는 결국 히폴리토스를 무고하는 편지를 쓴 뒤 자살해버렸고, 아버지 테세우스의 저주 때문에 바닷가에서 전차를 몰던 중 포세이돈이 보낸 바다의 말들에게 습격당해 억울한 죽음을 맞았을 때, 아들의 시체를 발견한 테세우스에게 구름 사이로 나타나 모든 진실을 설명하여 히폴리토스의 결백함을 말해준다. 그리고 졸지에 아프로디테의 증오와 파이드라의 무고 때문에 아들을 죽인 패륜아가 되고 만 테세우스를 가엾게 여긴 아르테미스는 자신이 아끼던 남신도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한 그를 죽이거나 저주를 내리지 않고 살려두는 자비를 베풀면서 시신은 자신이 가져가겠다고 한다.이것으로 히폴리토스가 또다시 죽고 조카까지 살해되자 만악의 근원인 아프로디테의 잔인함에 격노한 아르테미스는 "아프로디테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활로 쏴 죽이겠다."고 다짐하며 히폴리토스의 복수를 맹세한다.[43]

그리고 히폴리토스의 시신을 조카인 의사 아스클레피오스에게 가져가서 어떤 부탁을 하는데, 바로 인간뿐만 아니라 어떤 신도 저질러서는 안 되는 최악의 금기인 부활시킬 것을 협박조로 명령한 것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인간이었지만 의학의 신인 아버지 아폴론에게서 의학 능력을 물려받아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도 죽은 자의 생명을 되살리는 것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거부하고 싶었지만, 고모의 노여움을 촉발시키면 무슨 결과를 자초할지도 잘 알았기에 약초로 히폴리토스를 살리고 말았다. 하지만 정해진 순리에 따라 죽음이 예정된 인간을 살리고 운명을 거스르려 한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운명의 여신들인 모이라이와 황천의 신 하데스는 분노하여 아스클레피오스를 사형시키고 히폴리토스도 도로 황천으로 보낼 것을 요구했다.

결국 히폴리토스와 아스클레피오스 모두 제우스에게 벼락을 맞고 죽고 말았다. 아르테미스의 명령을 거부하든 순종하든 아스클레피오스는 끔찍한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들의 죽음에 격노한 아폴론은 히폴리토스를 살려달라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부활을 명령한 여동생 아르테미스에게 항의하거나 아들을 죽인 아버지 제우스에게 대들지 못하는 대신 아버지의 벼락을 만든 퀴클롭스 삼형제를 죽여버렸다. 결국 제우스에 의해 테살리아로 유배되어 그곳의 도시국가 페라이의 왕 아드메토스의 종살이를 하게 된다. 이때 있었던 일화가 바로 알케스티스 이야기다.

제우스의 벼락을 맞지 않고 되살아났단 전승에서는 이후 아르테미스가 비르비우스(Virbius)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고 그를 라티움 지방의 도시 아리시아 근처의 신성한 네미 숲에 보내어 살게 했다고 한다. 이쪽 전승을 정사로 친다면 아래의 브리토마르티스와 더불어 아르테미스의 신도들 중 몇 안 되는 해피엔딩인 셈.

6.5.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

칼리돈의 왕 오이네우스가 아들[44]멜레아그로스가 아르고 호 원정대에서 돌아온 후 제사를 지냈는데 실수로 자신한테 제사를 안 지낸 것에 크게 노하여[45] 멧돼지를 칼리돈으로 보내 쑥대밭으로 만든다.

그래서 멜레아그로스는 그리스 전역의 영웅들을 불러모아 멧돼지 사냥에 나서지만 아르테미스의 가호를 받는 멧돼지한테는 무기가 안 맞는 상황이었다.[46] 하지만 아탈란테가 쏜 화살은 어째서인지 명중했고 때를 노려 멜레아그로스가 창을 던져 멧돼지 퇴치에 성공한다.

그러나 직후 멧돼지 가죽 양도권을 이유로 멜레아그로스가 외삼촌들을 죽이고[47] 어머니 알타이아에 의해 곧바로 멜레아그로스도 죽는다.[48] 이후 알타이아도 죄책감에 자살하며 아르테미스는 '하필 남편 때문에... 한 가정이 박살났네. 저 집 딸들은 살려서 이 끔찍한 일을 잊게 하자.' 라고 죄책감에 딸들을 새로 만든다. 전승에 따라서 딸들 중 한 명인 데이아네이라는 친부 디오니소스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다. 알타이아 사후, 오이네우스는 페리보이아와 재혼해 티데우스를 얻는다.

6.6. 헤라클레스의 12과업

아르테미스는 한때 타이게테라는 님프를 시녀로 두고 아꼈는데, 제우스가 이 님프의 미모에 반해 눈독을 들이자 걱정이 되어 타이게테를 사슴으로 변신시키고, 그걸로는 안심이 안 되어 청동 발굽을 달고 황금 뿔까지 달아주어 수컷으로 위장시켰다.[49] 이 사슴이 바로 '케리네이아의 암사슴'으로, 훗날 아르테미스의 이복동생인 헤라클레스의 세 번째 과업의 목표물이 된다. 헤라클레스가 사슴을 잡으려 하자, 이를 목격한 아르테미스는 화살을 겨누며 "감히 내가 아끼는 성수를 잡아가려 하느냐?"며 꾸짖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대리인인 에우리스테우스 왕이 자신에게 내린 과업을 수행 중이라는 사정을 설명하고, 왕에게 사슴을 데려가 보인 뒤 그대로 도로 데려오겠다고 약속했다. 아르테미스는 사슴을 상처 하나 없이 도로 반환할 것을 조건으로 걸고 허락하며, 만일 사슴을 돌려주지 않거나 돌려주더라도 작은 상처라도 냈을 경우엔 신벌을 내리겠다며 엄포를 놓았고[50] 이 일을 시킨 에우리스테우스에게도 행여나 자신의 사슴에 욕심을 내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불호령을 내렸다. 헤라클레스는 정말로 사슴을 상처 하나 내지 않고 곱게 데려가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보여주고 에우리스테우스 역시 사전에 이미 아르테미스에게 경고를 들었던지라 곱게 돌려보냈다. 그렇게 무사히 돌아온 사슴을 본 아르테미스는 만족하여 더 말을 얹지 않았다.

6.7. 기간토마키아

기간테스들이 올림포스 산을 공격하면서 기간토마키아가 일어나자 아르테미스는 아버지 제우스, 쌍둥이 친오빠 아폴론, 이복 언니 아테나, 이복 오빠 아레스, 백부 포세이돈 등 다른 올림포스의 주신들과 아버지가 같은 이복 남동생이자 에우리스테우스 왕의 12과업을 성공시킨 반신 영웅 헤라클레스, 백부 포세이돈의 아들인 트리톤과 함께 전투에 참전해 싸운다. 궁술의 여신답게 활과 화살로 기간테스들을 모조리 쏴 죽였는데 이때 헤라를 살해하려던 대장 기간테스인 그라티온(Gration)을 사살하는 전공을 세웠다.[51]

결국 본의도 아니게 헤라는 죽도록 미워하던 내연녀 레토의 딸이자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로부터 도움을 받은 셈이 되었다.[52]

6.8. 파리스의 심판

유명한 파리스의 심판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위에서 말했듯 올림포스 여신들 중에서도 서열이 최하위라 나머지 신화들에서는 대접이 좋지 못하기 때문. 아프로디테가 제우스 아버지 세대[53]의 대표, 헤라가 제우스 세대의 대표, 아테나가 제우스 자식 세대의 대표라는 느낌이라서 아테나에게 밀렸다. 그리고 아르테미스의 성격은 여성의 강인한 자존심과 독립심을 상징하는 일환에 고작 남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외관적인 장치인 '아름다움'을 두고 걸고 넘어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6.9. 트로이 전쟁

그리스 군이 출항 전 그리스군의 총사령관이던 미케네 왕 아가멤논이 출정 전 자신에게 봉헌된 사슴을 쏴 죽이고 자신을 모욕하는 신성모독까지 한 데다가 똑같이 트로이를 지지했던 아폴론 역시 아가멤논이 전쟁 당시 트로이에 있던 아폴론 신전의 신관 크리세스를 모욕하는 등 남매 모두 아가멤논에 대한 적개심이 극에 달해있던지라, 남매 모두 트로이를 지지하였다.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이 화해한 이후 제우스가 마음껏 전투에 참여해도 좋다고 허락하자 트로이 쪽에서 신나게 날뛰면서 적군을 화살로 마구 쏴 죽였다. 일리아스 21권에서 포세이돈의 도발에 아폴론이 숙부와 싸우기 싫다며 정중히 거절하자 오빠를 매섭게 비난한다. 그렇지만 곧 헤라한테 걸려 심한 모욕을 들으며, 자신의 화살통을 뺏기고 처참하게 두들겨맞는다. 어찌나 세게 맞았는지 화살통에서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졌다고 묘사된다. 결국 모양 빠지게 활과 화살통을 두고 엉엉 울면서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달려가 "헤라 때문에 불사신들 사이에 불화와 싸움이 일어난다"라고 뒷담을 깐다. 그러나 제우스도 아내를 워낙 무서워하는지라 그저 아르테미스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달래는 게 전부였다. 신분이 후궁 혹은 정부에 불과한 친어머니 레토는 감히 헤라에게 대들지도 못하고 딸이 떨어뜨린 무기들을 조용히 회수한다.

헤라 입장에선 똑같은 그리스 편이자 서열에 따라 정비 메티스의 딸인 아테나를 우대하고, 레토와 아르테미스 모녀를 하대하는 게 당연했다. 현실의 왕족 관계에 비유하면 메티스는 왕의 정비, 헤라는 계비이고 레토와 아르테미스 모녀는 계비가 온 이후에 왕이 추가로 들인 후궁 소생과 그 후궁의 딸인 옹주인 것. 거기다가 둘다 그리스와 트로이 지지 세력으로 갈라지고, 아르테미스가 먼저 헤라에게 시비를 건 상황이라는 명분까지 합쳐져 과거 자신들을 괴롭히고 핍박한 헤라에게 굴욕적으로 두들겨 맞은 것. 아르테미스는 그동안 보여준 무서운 모습이 무색하게 헤라에게 생채기 한 번도 못해 보고 아버지 제우스에게 어린 아이마냥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가 억울함을 성토하는 게 전부였고, 레토는 니오베가 자신을 능멸하는 폭언을 퍼붓은 것에 대해 펄펄 날뛰고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등 자식들에게 니오베의 자식들을 학살하라고 명령할 때와는 반대로 속상해하는 딸을 어화둥둥 달래면서 속으로 굴욕감을 삭혀야 했다.

결국 정해진 운명에 따라 트로이가 패망한 이후에는 오빠 아폴론과 함께 그리스의 승전을 인정했다.

6.10. 미케네 왕가의 비극

그리스 군 사령관 아가멤논이 출항을 앞두고 성스러운 숲에서 무단으로 사냥을 해 자신에게 봉헌된 수사슴을 죽이고 자기가 아르테미스보다 더 뛰어난 사냥꾼이라고 자랑하자 아르테미스는 전쟁 초기에 바람을 모두 묶어두고 전염병을 퍼뜨려 그리스 군의 배가 더 이상 나갈 수 없게 하였다. 아가멤논은 자기 친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해서 아르테미스의 분노를 가라앉혔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에서 칼카스가 말하길, 아가멤논이 이피게네이아가 태어난 해에 아르테미스에게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바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아르테미스가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요구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죄 때문에 죽게 된 이피게네이아를 오히려 아르테미스가 가엾게 여겨, 딸이 희생되려는 찰나 사슴바꿔치기하고 데려가 타우리스의 사제로 삼았다고 한다. 원전의 아르테미스의 몇 안 되는 자비로운 면모지만 동시에 막판에 부린 변덕으로 인해 딸이 살아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증오를 품고 안 그래도 싫어했던 아가멤논을 죽이고, 자신의 아픔을 외면하고 아가멤논을 더 따르는 아이들인 엘렉트라를 학대하고 오레스테스를 죽이려고 하는 엄청난 비극이 발생했다.

아르테미스는 스스로의 변덕과 분노로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마지막 희망을 짓밟았고 이 일을 계기로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남편을 증오하게 된다. 사실 원래도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탄탈로스 2세의 부인으로 아들까지 낳고 잘 살고 있었는데 아가멤논이 그녀의 남편과 아들을 죽이고 겁탈한 것이었다. 아르테미스는 스스로 아무 죄 없는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라고 아가멤논에게 직접 강요한 당사자면서 마지막에 정작 딸을 잃은 깊은 상실감과 슬픔에 잠긴 클리타임네스트라를 그대로 방치하고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이피게네이아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54]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느꼈을 고통과 분노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방관하기만 했다. 이피게네이아를 살려준 다음 확실한 사후처리를 하지 않은 바람에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가멤논, 아가멤논의 편을 든 자식들 간에 잔혹한 칼부림과 살육이 닥치게 된다.

심지어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55]에서도 이피게네이아조차 아르테미스를 원망하고 비판하는 말을 남동생 오레스테스에게 전한다.아르테미스가 바로 이피게네이아를 죽이지 않은 게 다행
하지만 나는 우리 여신의 자가당착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어. 여신께서는 어떤 인간이 살인을 하거나, 출산을 돕거나, 시신을 만지면 그를 불결하다 여기시고 제단에서 물리치시면서도 자신은 인간 제물을 받고 좋아하시니 말이야. 제우스의 아내이신 레토께서 그처럼 분별없는 자식을 낳으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에우리피데스의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 380 ~ 386 / 천병희 역

6.11. 오디세이아

오디세이아에서는 비중이 적다.[56] 하지만 과거 트로이 전쟁에서 트로이를 지지한 자신과는 반대로 당시 그리스를 지원하였던 이복 언니 아테나가 백부 포세이돈의 분노에 맞서 오디세우스를 오기기아 섬의 주신 칼립소의 억류로부터 해방하고 고국 이타카로 귀향하게 도와줄 것을 아버지이자 신들의 왕 제우스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하자 오빠 아폴론과 다른 나머지 올림포스의 신들과 함께 찬성 의견을 표하며 이복언니 아테나와 당시 7년 넘게 칼립소에게 억류되어 고국의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잠겨있던 오디세우스에게 힘을 실어줬다.[57] 적어도 오디세우스는 처세술과 조심성이 뛰어난 지장답게 전쟁 당시 그리스군의 총사령관이던 아가멤논과 달리 자신에 대한 신성모독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고 아르테미스 자신도 이 시점에서 트로이의 패망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복 언니였던 아테나만큼 그리스 연합군의 장수였던 오디세우스에게 별다른 흥미나 호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가멤논 마냥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오디세우스를 간접적으로 도와주었다.[58]

여하튼 이러한 영향 때문이었을지 몰라도 오디세우스는 이후에 칼립소의 섬을 빠져나와 스케리아 섬에 당도하여 스케리아의 공주인 나우시카를 만났을 때 나우시카의 용모를 아르테미스 여신의 미모에 빗대어 그녀를 칭송하기도 했다.[59]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고국 이타카로 귀향한 뒤 자신의 공백을 틈 타 아내 페넬로페에게 재혼을 강요하던 구혼자들을 처단하는데 사용하던 오디세우스의 활 역시 아르테미스의 쌍둥이 오빠 아폴론이 주조한 활이었다고 한다.

6.12. 아이네이스

시퀄 격인 아이네이스 11권에서는 그녀를 섬기는 처녀 영웅 카밀라아이네이아스에 적대하는 투르누스와 동맹하여 참전했다가 아이네이아스의 동맹자인 아룬스에게 살해당하자 원수를 갚기 위해 수하 님프 오피스를 시켜 아룬스를 화살로 쏘아 죽이는 장면에서 잠깐 등장하며 아이네이아스 측과 은근히 대립한다. 어찌보면 트로이 전에서 트로이를 지지하였던 아르테미스 여신이 옛 트로이의 장수였었던 아이네이아스 진영의 적군 측이 되어서 나타난 셈이다.[60]

6.13. 오토스와 에피알테스

포세이돈의 아들들인 두 거인 오토스와 에피알테스가 있었는데 오토스는 헤라를 빼앗아 아내로, 에피알테스는 아르테미스를 아내로 삼기로 스틱스 강에 맹세하고 올림포스의 12신들이 사는 올림포스 산을 공격[61]했다. 당시 신들이 맞서 싸웠으나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어떤 신이나 인간도 이 쌍둥이를 못 죽인다는 신탁이 내려져 있었다.

이에 머리를 싸매던 신들 중 아폴론이 인간과 신들은 저들을 이길 수 없지만 저들이 내분을 일으켜 서로 죽이면 끝장낼 수 있다는 걸 알아냈고 이에 내분을 일으키기 위해서 아폴론은 아르테미스에게 미인계를 사용해줄 것을 권했고, 에피알테스와 오토스를 낙소스 섬으로 유인했고 아폴론은 에피알테스와 오토스에게 이 낙소스 섬에 아르테미스와 헤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낙소스 섬에는 헤라가 없었고 아르테미스 혼자였기에 두 거인은 아르테미스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말다툼이 생겼고 그게 점점 커져서 흥분하게 되었다. 이때 사슴으로 변신한 아르테미스가 그 둘 사이에 뛰어들자 반사적으로 두 거인이 사슴을 향해 창을 던졌고 아르테미스는 사라지고 날라간 두 창은 서로의 가슴을 관통해서 오토스와 에피알테스는 서로를 죽이는 것으로 허무하게 끝난다.[62]

6.14. 니오베의 자식 학살

아르테미스는 지상계의 인간 여인이자 테베의 왕후인 니오베가 자신의 어머니 레토를 자식을 둘 밖에 못 낳은 미천한 여신이고, 자기는 아들딸들을 14명이나 낳았다며 어머니를 모욕하는 하는 말을 대놓고 면전에서 하자 이 소리를 듣고 몹시 격분하여 오빠 아폴론과 함께 테베로 가서 니오베의 아들딸들을 활로 쏴 죽이는 학살을 저지르며 어머니를 모독한 니오베에게 보복했는데 아폴론은 니오베의 일곱 아들들을, 아르테미스는 니오베의 일곱 딸들을 겨냥해 이들을 화살로 쏴 죽였다.[63]

6.15. 아레스의 재판

아버지 제우스와 적모 헤라 슬하의 이복 오빠[64]이자 전쟁과 군사를 주관하는 신 아레스가 들판에서 꽃을 꺾고 있던 딸 알키페를 강간하려던 포세이돈의 아들 할리로티오스를 참살한 일[65]로 백부 포세이돈에게 소송당해 바로 아테네의 아레이오스 파고스에서 재판 싸움이 일어나자 아르테미스는 아버지 제우스가 판사 역할을 맡은 재판의 배심원으로 다른 신들과 함께 참여하여 이복언니인 아테나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복오빠 아레스를 변호하게 된다.[66][67]

이때 사건의 책임을 두고 원고 포세이돈과 피고 아레스 사이에 설전과 비방이 격하게 오가자,[68] 아르테미스는 피고가 된 배다른 이복 오빠인 아레스와 자기한테는 조카가 되는 사건의 피해자인 알키페의 편을 들어주었다. 아르테미스는 아레스가 딸 알키페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 정당방위를 취했을 뿐이라며 아테나[69], 헤라[70], 데메테르[71], 아프로디테[72], 헤스티아[73], 헤베, 에일레이티이아[74]를 비롯한 다른 여신들과 함께 아레스와 알키페 부녀를 변호하여 아레스가 결백과 정당방위를 증명할 수 있도록 힘을 실었다. 또한 올림포스를 침공한 포세이돈의 두 아들 오토스와 에피알테스에게 겁탈당할 뻔한 이력도 여기에 한 몫하였는데 오디세이아에서 이복언니 아테나의 의견에 찬성하며 포세이돈의 진노를 받아 고국인 이타카에 돌아가지 못하던 오디세우스를 도운 것과 더불어 포세이돈이 조카인 자신을 아내로 삼으려는 두 아들들을 말리지 않고 방관한 백부 포세이돈에 대한 아르테미스의 통쾌한 복수로도 볼 수 있다.

사실 포세이돈은 헤라의 진노와 방해 공작으로 지독한 산통에 시달리던 어머니 레토를 위해 델로스 섬을 파도로 감싸 남매를 무사히 순산할 수 있게 도와줘서 아르테미스에게 백부를 넘어 최대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이때만큼은 이례적으로 자신과 어머니, 쌍둥이 오빠/동생 아폴론을 핍박한 헤라와 그 동안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거나 소 닭 보듯이 여겼던 다른 여신들과 손을 잡아 포세이돈에게 강하게 맞서 싸워 승리를 거머쥐었다.

6.16. 브리토마르티스

브리토마르티스는 제우스와 크레타 출신의 곡식과 수확의 토착신 카르메의 딸이자 젊고 아름다운 처녀 사냥꾼이자 창술꾼이다. 자신과 똑같이 사냥을 관장하는 여신인 이복 여동생 브리토마르티스를 미노스의 성폭행으로부터 구출하여 신으로 만든 에피소드도 있다. 브리토마르티스는 혼자만의 힘으로 수렵용 그물을 능숙하게 짜낼 만큼 뛰어난 손재주와 탁월한 궁술과 창술을 자랑하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처녀 사냥꾼이자 올림포스의 12신이기도 한 사냥과 달의 여신 이복 언니 아르테미스의 열렬 추종자였으며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자신이 직접 짠 수렵용 그물을 봉헌하기도 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혼자서 숲에서 사냥하던 중 똑같이 제우스 소생의 이복 남매이자 아버지처럼 음탕한 호색한인 크레타미노스 왕과 눈이 마주치고 만다.

브리토마르티스의 미모에 홀딱 반해버린 미노스는 당장 내 여자가 되라고 강요했고[75], 당연히 미노스 같이 애먼 아내 파시파에를 두고도 불륜겁탈을 벌이고 손을 대는 여자마다 죽음에 이르는 저주에 걸리게 하는[76] 희대의 악한을 극혐했던 브리토마르티스는 바로 거부하면서 두 사람은 장장 9개월에 이르는 격렬한 추격전을 벌인다.

결국 9개월 간의 도망 생활 끝에 벼랑 끝까지 다다르자 강간당할 바에야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순결을 지키는 게 낫다며 스스로 바다에 투신했고, 델로스 섬에서 제사를 마치고 올림포스 신궁으로 돌아가던[77] 아르테미스는 이 모습을 목격하고, 브리토마르티스가 몸을 던진 바다로 날아가 브리토마르티스가 만들어 자신한테 바친 수렵용 그물을 바다에 던져 브리토마르티스를 구해주었다. 그리고 구출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끝까지 미노스의 유혹과 구애를 뿌리친 브리토마르티스에게 축복을 내려 그물과 수렵의 여신인 딕틴나(Dictynna)로 만들어주었다.

위를 봐도 브리토마르티스는 칼리스토다프네, 아레투사카밀라, 시링크스히폴리토스, 아탈란테의 예시만 봐도 남녀 불문하고 하나 같이 말로가 처참한 아르테미스의 네임드 추종자들 중 드물게 성폭행 피해를 당하거나 스토킹 끝에 동물이나 식물, 강물로 변신당하지 않고 비참하게 신의 저주를 받아 몰락하거나 죽지도 않았으며, 끝까지 온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남았다. 당당하게 불로불사의 몸이 되고 여신의 지위로까지 출세하는 해피엔딩을 맞이한 인물이며 전승마다 다르지만 1세대 달의 여신 셀레네처럼 언니 아르테미스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험난한 고생 끝에 아프로디테의 며느리이자 에로스의 정실부인으로 인정 받고 당당히 영혼과 마음의 여신이 된 프시케와 비슷하게 고진감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다.[78]

6.17. 티포노마키아

기간토마키아와 트로이 전쟁이 종결된 이후에 이번에는 티폰이 등장하여 파괴와 살육을 일삼으며 세상을 위협하자 겁에 질린 아르테미스는 다른 올림포스의 신들과 함께 동물로 변신해 이집트로 도주했다. 이때 아르테미스는 자신의 상징 동물 중 하나인 고양이로 변신했다. 그러나 이집트로 도망가지 않고 올림포스 신궁에 남아있던 주신들 중 아버지이자 신들의 왕 제우스와 전쟁과 지혜를 주관하는 이복언니 아테나가 결사적으로 티폰에게 맞서 싸웠으나[79] 아테나는 티폰의 공격을 받아 부상을 입었고, 제우스는 티폰에게 붙들려 힘줄과 근육이 다 뽑힌 채 티폰에게 잡혀버리면서 형세는 올림포스 12신들의 패배와 세상의 멸망으로 끝날거 같았다.

그러다가 아버지 제우스의 비서이자 이복남동생인 헤르메스와 헤르메스의 아들인 이 티폰을 속이는 계책을 써서 티폰의 소굴에 잠입하여 티폰에게 잡힌 제우스를 구출하는데 성공했고, 이후에 힘을 회복한 제우스는 티폰에 대한 반격 작전에 돌입해 올림포스의 여러 신들을 결집시키자 아르테미스는 정신을 차리고 변신을 풀어 다시 신의 모습으로 돌아가 여러 야생 동물들과 순결을 맹세한 자신의 여성 부하들로 이뤄진 사병들을 동원해 전쟁에 참전하여 아버지와 함께 티폰과 싸웠으며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아버지 제우스가 티폰에게 던진 커다란 암석덩이에 티폰이 완전히 깔려버려 티폰이 암석덩이와 함께 깔린 장소가 에트나 산으로 변하면서 티폰으로부터 위협받았던 세상은 평화를 찾게 된다.

7. 소아시아의 아르테미스 신앙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Statue_of_Artemis_Ephesus.jpg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는 고전기 그리스인들이 믿었던 아르테미스와는 조금 다른데, 이 시기의 아르테미스 신상은 아나톨리아의 전통적인 대지모신인 키벨레와 결합되어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수많은 유방고환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은 오늘날 유적으로 일부만 남아 있다.

워낙 토속신앙으로 뿌리박혀 있어서, 기독교의 기록을 보면 아르테미스, 디아나 등의 신앙은 중세 초 까지만 해도 농촌 지역에서는 상당히 널리 행해진 것으로 추측된다.[80] 헤카테와 동일시 되었으며, 중세에는 마녀들이 사용하는 마법이 아르테미스=디아나=헤카테에 기원했다고 여겼다.

8. 별칭



[1] 엄밀히 말하면 2세대 의 신이다. 1세대 달의 신은 1세대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여동생인 셀레네다.[2] 주로 사슴이나 사냥개들과 함께 등장하는 모습으로 나온다.[3] 참고로 누나라는 버전에서는 아르테미스가 먼저 태어난 순간 어른으로 장성했고, 직후 어머니가 아폴론을 낳는 것에 산파 역할을 했다는 설화도 있다.[4] 한국어의 누이는 영어의 sister와 마찬가지로 남자의 손위와 손아래 여자 형제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사실 오라비와 brother도 마찬가지.[5] 그렇다보니 다산은 물론, 출생아를 비호하는 역할도 맡고 있었다고 여겨진다고 한다.[6] 다만 쌍둥이 남매들 중 아폴론이 오빠, 아르테미스가 여동생으로 나오는 전승에서는 이복언니 격인 에일레이티이아가 출산의 여신으로 등장한다.[7] 피톤의 엄마는 프로토게노이 가이아이다. 티폰급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거의 신에 근접한 괴물이며 예언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8] 제우스의 둘째 배우자. 첫째 아내는 지혜의 신이자 아테나의 어머니 메티스.[9] 아폴론도 트로이 편이다.[10] 실제 신화 속에서도 아르테미스는 활과 화살이 아니면 물로써 권능을 부리는데 대표적으로 악타이온과 아레투사 신화가 그러하다. 이외로는 아폴론처럼 질병으로 벌을 내린다.[11] 아프리카나 인도, 스리랑카, 중동 지역에서 서식하는 개과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그리스 신화의 본고장인 그리스 등 남동유럽 지역 국가들에서도 황금자칼이 실제 서식한다.[12] 여기에 해당하는 자 중 하나로 아스팔리스란 처녀와 관련된 얘기가 있다. 당시 그녀가 살던 멜리테에는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다루고 아름다운 여자들만 보면 강제로 취해 타르타로스라 불리던 폭군이 있었다. 아르가이오스의 딸인 아스팔리스도 이 폭군에게 강제로 끌려갈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괴로워하던 그녀는 결국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스팔리스의 오빠 아스티기테스는 여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여자 옷을 입고 여동생으로 행세하며 폭군에게 다가가 품고 있던 칼로 그를 죽였다. 오랜 폭정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환호하며 폭군의 시신을 강에 버렸고, 이후 그 강은 타르타로스란 이름으로 불렸다. 왕으로 추대된 아스티기테스는 여동생의 시신을 매장하고 장례를 치르려 했으나 시신이 있던 자리에는 나무로 된 아르테미스 여신의 신상만이 덩그라니 남아 있었다. 이후 사람들은 아스팔리스를 아르테미스 여신과 동일시하며 그 신상을 숭배하였다고 한다.[13] 전승에 따라 그녀의 이부 여동생 에리고네도 포함된다.[14] 헤스티아는 제우스와 헤라와 동세대인 올림포스 12신임에도 다른 신들과 달리 그리스 신화 이야기 내에서 행보가 거의 없어 성품과 신격은 어땠는지 알 길이 없고, 아테나는 아버지에 대한 패드립 및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 입힌 아라크네에게 몹시 분노했음에도 스스로 죄를 깨닫고 체념하게 함으로써 속죄를 시켜 신에게 도전한 인간에게 자비를 베푸는 등 이복 여동생 아르테미스에 비하면 온건파이자 성품이 비교적 부드럽고 유하다. 하지만 그녀도 올림포스의 12주신이자 권력 서열이 아버지 제우스에 다음 가는 여신이기에 무조건 대인배인 것은 아니다. 아라크네 설화의 또다른 전승에선 자신과의 베짜기 대결에서 간신히 이긴 아라크네를 괘씸하다고 아라크네가 빛은 직조를 찢고 거미로 둔갑시키고, 하반신이 괴물뱀이고 상반신이 인간인 양아들 에릭토니오스가 들어 있는 궤짝을 절대 열지 말라는 약속을 어긴 아테네의 세 공주들(케크롭스의 딸들) 중 두 명을 절벽 위에서 투신자살시키는 충동행위를 벌이는 잔인함을 내보이기도 한다. 인간을 도와주는 것도 자기가 후원하는 인간들 한정이며 자기가 아끼는 인간과 적대하는 세력이면 망설임 없이 죽인다.[15] 테베의 공주(딸 부잣집으로 유명한 카드모스하르모니아 부부의 수많은 딸들 중 한 명)이자 악타이온의 어머니 아우토노에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테베를 떠나 메가라로 이사를 간 후 그곳에서 쓸쓸하게 병사했으며, 이피게네이아는 아르테미스의 몇 안 되는 자비로 생존했지만, 아가멤논에게 약탈혼당한 후 가장 아끼던 맏딸의 생존을 모를 수밖에 없었던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한순간의 어리석은 실수로 여신의 분노를 사 큰딸 이피게네이아를 영영 잃어버리는 죄를 지은 아가멤논을 용서하지 않고 증오를 품어 평소 아가멤논과 사이가 나빴던 아가멤논의 사촌인 아이기스토스와 함께 아가멤논을 암살해 정권을 장악하려는 쿠데타 음모를 계획했고, 트로이 전쟁 이후 미케네에 돌아온 아가멤논을 죽이고 아이기스토스와 재혼하여 아이기스토스를 새 왕으로 올리고 자신은 여왕이 되면서 둘이 같이 미케네의 권력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녀의 다른 자식들인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가 어머니를 증오하고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할 겸 왕위를 되찾고 살아남기 위해 죽이려드는 막장 드라마 수준의 끔찍하고 참혹한 패륜과 비극이 일어났다.[16] 하지만 사이가 돈독한 것과는 별개로 제우스의 악행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 제우스가 그리스 로마 신화 세계관 최악의 강간범이자 바람둥이라 자신의 님프들이 제우스에게 수차례 강간당하는 굴욕적인 참변을 겪어야 했고, 아르테미스는 이를 항의하고 싶어도 자신에게 많은 지위와 권한을 준 아버지에 대들 수도 없었다.[17] 특히 아폴론과는 태아 시절부터 레토의 뱃속에서 오랫동안 함께 헤라의 핍박을 버텨왔고 출산 이후 어머니 레토와 함께 유랑생활을 하면서까지 서로를 의지하는 강한 유대감을 지녔지만, 아폴론의 사랑을 받은 인간들이 자신을 모독할 경우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심판에 나선다. 인간 여인 키오네마저 자신보다 예쁘다는 말 한 마디했다고 자비 없이 사살했고, 아폴론의 아들이자 친조카인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허무하게 죽는 원인을 직접 제공했으며, 아폴론의 꾐에 넘어가 연인이었던 오리온을 죽이면서 두 남매의 사이가 잠시 나빠진 적도 있었다. 물론, 아폴론 역시 아르테미스의 님프인 다프네를 미친 듯이 쫓아다닌 것도 모자라 강간미수까지 저질렀고,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다프네가 최후의 발악으로 월계수로 변하는 계기를 제공한 장본인이고 심지어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월계수가 된 다프네를 자신의 상징으로까지 삼는 고인모독을 저질렀기 때문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한 관계가 아니다. 남매 둘다 서로에 의한 피해자이자 가해자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화해했다.[18] 일례로 자신의 시녀중 하나였던 산들 바람의 님프인 아우라가 아르테미스에게 성희롱적인 발언을 하며 그녀의 처녀성을 의심하는 망언을 했다가 아르테미스의 분노를 샀고 아르테미스는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게 본인을 모욕한 아우라를 벌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 네메시스는 또 에로스에게 부탁하여 디오니소스가 아우라를 사랑하게 만들어버렸고, 아우라에게 욕정을 느낀 디오니소스가 아프로디테에게 부탁해 처녀성을 소중히 여기던 아우라가 이성을 잃고 디오니소스와 동침하여 쌍둥이 아들을 낳았다. 문제는 당시 아우라가 미쳐있던 상태였다는 것으로 자신의 아들중 하나를 갈갈이 찢어 상가리우스 강에 던져버리고 제우스의 저주를 받아서 개울이 되어버렸다. 또 다른 아들인 이아코스는 다행히 아르테미스가 구해줬다고 하며, 아우라가 아르테미스의 외모를 까내리거나 본인의 사냥실력을 뽐내서 그렇게 되었다는 전승도 있다.[19] 하지만 아르테미스가 구해주지 못한 자신과 함께하고자 맹세를 나눈 님프 다프네, 시링크스, 칼리스토 등은 순결을 잃고 인생을 아예 나락 끝자락으로 내팽개쳐진다던가 순결을 잃기 직전 식물로 변해서야 간신히 빠져나간 듯 보였으나 스토킹 가해자인 아폴론, 판 등이 식물이 된 님프들로 피리, 관 따위를 만들어 기념하는고인능욕 일을 겪게 된다. 물론 상기의 세 피해자들의 인생을 망친 가해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아폴론 같은 경우는 금화살 때문이기는 했지만 일차원적으로는 에로스를 무시한 아폴론의 잘못도 크다.[20] 아폴론의 애인들 중 한 명이자 오르코메노스의 공주로 이복 오빠 아레스의 손녀이다. 즉, 촌수로 따지면 아르테미스는 코로니스의 고모할머니이자 시누이인 셈이다. 코로니스는 이스키스와 결혼할 당시 이미 아폴론과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를 임신 중이었다. 코로니스도 처음엔 아폴론을 사랑했지만 점점 신의 의무를 하느라 자주 찾아오지 않는 아폴론에게 심적으로 지쳐가고 있던 참이었고, 함께 늙고 죽는 필멸자에게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찾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가 나이가 들어 젊음과 아름다움을 잃고 할머니가 되면 아폴론이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토사구팽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폴론을 향한 미련을 끊고 이스키스와 결혼한 것.[21] 아르테미스가 아니라 코로니스가 이스키스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아폴론이 직접 활로 쏴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다.[22] 이는 아가멤논이 미케네의 왕이자 그리스군 사령관이었기 때문이다. 아가멤논이 미케네의 왕도 그리스군 사령관도 아닌 평범한 남성 1이었으면 전염병의 저주도 걸어버리지 않고 그냥 활 쏘고 죽여버리겠지만, 아가멤논을 지금 당장 죽이면 트로이 전쟁을 지휘할 구심점도 사라진다. 트로이 전쟁과 그리스군의 승리, 트로이의 멸망은 올림포스 12신 전원이 일어날 것이라 못 박은 운명이었고 아르테미스도 이를 거스르기에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적인 맥락을 빼고 봐도 내로남불성이 극명히 드러나는 일화.[23] 아프로디테는 성애의 여신이었던 만큼 지나치게 순결과 동정을 찬양하고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을 몹시 싫어해 이런 부류의 인간들에게 자주 저주를 내렸다.[24] 단순히 둘이 이복남매라서 봐준 건 아니다. 헤라클레스를 용서하고 넘어간 이유 역시 아가멤논과 비슷한데, 기간토마키아 때 올림포스를 침공할 기간테스를 토벌하고 천계를 구원할 운명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처벌하기는 어려웠다.[25] 전승에 따라서는 이 상황이 에우리스테우스의 흉계가 담겨 있는 걸 파악하고 에우리스테우스한테 약속을 안 지키면 신벌을 내리겠다고 아르테미스가 경고했다는 줄거리도 있다.[26] 대신 아탈란테는 키벨레 혹은 아프로디테의 저주에 의해 평생 암사자로 살게 된다. 그것도 자신의 죄가 아니라 남편 히포메네스가 아탈란테와의 경주에서 이기게 해준 아프로디테에게 제물을 바치는 걸 깜빡 잊어서 연좌제에 휘말린 것. 그런데 부부가 신전에서 성관계를 나누는 불경죄를 저질러 남편과 영원히 사자로 살아가는 저주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27] 한 번은 제우스의 계속되는 불륜에 참다참다 못해 폭발한 헤라가 아테나, 아폴론, 포세이돈과 합세해 제우스로부터 패권을 빼앗으려다 역관광당해 손목에 수갑을 차고 발목에는 모루를 단 채 천지의 한가운데 매달리는 벌을 받았는데다가 다시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풀려났다.[28] 대표적으로 헤라와 아테나 둘다 트로이 전쟁 당시 제우스의 명령도 어기고 그리스군을 원호하려 가는 걸 들키고 제우스가 작정하고 내 말 안 들으면 너희 모두를 평생 죽음보다 더한 끔찍한 고통 속에 시달리게 해주겠다고 협박조로 명령했을 때 두 여신들은 자존심이 상해 분노했지만, 어쩔 수 없이 순순히 복종했다.[29] 후에, 헤라는 후에 그리스군을 돕기 위해 제우스를 속이고 포세이돈이 활약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다른 신들 앞에서 제우스를 비판한다.[30] 다만, 헤라는 직전에 기간테스 최고의 전사인 포르퓌리온과 싸우다가 겁탈당할뻔하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때, 헤라를 겁탈하려던 포르퓌리온를 헤라클레스와 제우스가 저지했다고 하며, 판본에 따라 제우스가 헤라의 정절을 시험하기 위해 포르퓌리온이 헤라에게 욕정을 품도록 만들었다고도 한다.[31] 실수였다고 하지만 어머니 아프로디테와 함께 들판에서 놀고 있다가 실수로 아프로디테가 금화살의 화살촉에 찔려 때마침 같은 곳에서 사냥하고 있던 아도니스에게 반해버렸다.[32] 당장 신화 내에서 헤라가 제우스 이외의 다른 남자들에게 반하고 맞바람을 시도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에로스가 헤라에게 금화살을 쏘지 않는다는 증거. 물론 헤라의 영역은 가정과 결혼이므로, 에로스가 없었더라도 다른 남자를 좋아하거나 맞바람을 피우는 건 직무유기니 하지 않았을 것이다.[33] 히폴리토스디오메데스가 그 예시.[34] 히포메네스가 아탈란테와 결혼하기 위해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았지만, 아탈란테와 결혼한 뒤에도 아프로디테에게 보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노한 아프로디테는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가 키벨레 신전에서 동침하도록 유도했고, 키벨레는 둘을 사자로 만들었다. 다만 아탈란테는 아레스와의 사이에서 파르테노파이오스를 낳았다는 전승도 있다.[35] 곡식과 수확,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도 기아와 굶주림의 여신 리모스와 사이가 좋지 않고 만날 일도 없는 사이지만, 에리식톤이 부하들의 간청마저 무시하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참나무의 님프인 드리아스 요정을 도끼로 잔인하게 토막내 죽이자 두 신들 모두 분노했다. 데메테르는 신화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리모스에게 의뢰하여 에리식톤에게 영원히 걸신들려 자기 자신마저 잡아먹는 저주에 걸리게 해버리라고 명령했고, 리모스는 이때만큼은 데메테르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이행하였다.[36] 홍은영 작가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악타이온에게 아르테미스가 사슴이 되는 저주를 거는 에피소드가 나올 때, 님프들이 아르테미스의 몸을 가려주려 했지만 아르테미스의 키가 더 큰 탓에 다 가리지 못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전승을 고려한 묘사로 보인다.[37] 궁술은 고대 그리스에서는 '정면전을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나 쓰는 기술'이라고 조롱당했지만 상당한 팔의 근력과 동체시력, 반사신경을 요구하는 기술이자 올림픽의 스포츠 종목 중 하나이다.[38] 시인 아나크레온도 아르테미스를 "제우스의 금발 따님이여"이라고 언급했다. 출처는 《고대 그리스 서정시》 아나크레온 - 1E (김남우 역).[39] 그리스 전역에 양봉 기술을 최초로 전파한 아리스타이오스와, 카드모스하르모니아 부부의 딸 아우토노에 사이에 태어난 아들. 케이론의 문하에서 궁술을 배운 영향으로 아르테미스처럼 사냥을 열광적으로 사랑하는 사냥광이었는데, 케이론의 궁술 스승은 다름 아닌 아르테미스였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즉,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의 스승이고 제자의 제자인 셈.[40] 아폴론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겁할 일이었다. 누이가 직업 윤리를 내팽개치고 직무유기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오리온의 과거가 어땠는지를 생각하면... 그러나 오리온한테 빠져버린 아르테미스는 다 지난 과거일 뿐이라고 일축한다.[41] 이것저것 뜯어고치면서 전승 고증만은 잘하는 페그오에서도 이 전승을 반영해 전갈의 저주라는 디메리트 스킬이 구현되어 있다. 다만 이쪽에선 아르테미스에게 죽었다는 전승을 체택해서인지 '죽을 뻔한 적이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적어 놨지만.[42] 에로스도 자신의 얼굴을 보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등불을 키고 얼굴을 본 프시케에게 "사랑과 의심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소."라고 비난하며 떠나버릴 만큼 사랑의 신으로서의 긍지와 사명감이 강한 신이다. 하지만, 현대적으로 보면 연고도 없이 타지로 끌려와 실컷 가스라이팅당하며 살아온 여성을 가해자가 적반하장이랍시고 비난하는 꼴.[43] 그러나 실제 죽인 사람은 없었으며 로마의 창업군주 아이네이아스의 부친이자 아프로디테의 또 다른 배우자였던 안키세스 역시 아르테미스 여신에 의해 살해당한 게 아닌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로 사망했다.[44] 멜레아그로스의 친부가 아레스라는 설도 있다.[45]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오이네우스가 설마 그 정도로 아르테미스 여신이 쪼잔하겠냐고 비꼬는 모습으로 한층 악랄하게 묘사하였다.[46]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이아손이 창을 던지기 전 멧돼지를 보낸 장본인인 아르테미스한테 기도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나온다.[47]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플렉시포스와 톡세우스가 자신을 숭배하던 아탈란테를 모욕한 것 때문에 멜레아그로스를 부추겼다는 해석도 있다.[48]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장례가 치러지는 멜레아그로스를 보고 아르테미스가 비아냥거리는 모습이 추가로 나온다.[49] 여담이지만 이 대처는 결국 실패했다. 제우스는 기어코 타이게테를 취했고, 타이게테는 제우스의 아들 라케다이몬을 낳았으며, 이 라케다이몬은 훗날 어머니가 살던 타이게토스 산의 동쪽에다 자신의 이름을 딴 나라 라케다이모니아를 세웠다. 이 나라는 라케다이몬의 아내, 즉 초대 왕비의 이름을 딴 스파르타라는 국호로 더 잘 알려져 있다.[50] 전승에 따라 아르테미스와 헤라클레스가 언쟁하는 것을 본 아테나가 와서 두 이복동생의 갈등을 중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51] 근데 이 기간테스를 사살한 게 아르테미스가 아니라 헤라클레스라는 이야기도 있다.[52] 서술했듯 헤라가 헤라클레스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전승도 있는데, 어느쪽이던 헤라는 내연녀의 자식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하게 된 셈이다.[53] 우라노스에게서 나왔기에 우라노스의 딸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54] 이피게네이아를 살려놓은 다음 신업에 전념하느라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55]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라고도 불린다.[56]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인 오디세우스와 그의 일가족들을 가장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여신은 이복 언니인 아테나였다.[57] 2000년대 홍은영 작가가 원화를 맡은 가나출판사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17권에서는 아테나가 다른 올림포스 신들 사이에서 아버지 제우스에게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도와줄 것을 탄원하자 오빠 아폴론에게 엉겨 붙어서 이복 언니 아테나의 주청을 바라 보는 모습으로 등장한다.[58] 결국 트로이 전 초기 아르테미스를 모독했던 아가멤논은 전후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피살당하고, 사후 그의 일가족들도 서로를 적대하고, 죽이고 죽이는 참혹한 분열과 비극이 일어나 가정이 완전히 박살난 것에 반해, 아르테미스를 모욕하지 않았던 오디세우스와 아내 페넬로페, 아들 텔레마코스 등 그의 일가족들은 행복한 여생을 보내며 살았다.[59] 오디세우스의 아내인 페넬로페 역시 구혼자들에게 시달리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활로 쏴 자기의 목숨을 거둬달라며 기도하며 절규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에서 아르테미스가 여성의 죽음을 불러오는 사신으로도 여겨졌던 걸 감안하면 페넬로페가 아르테미스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재회에 찬성했던 아르테미스는 자비를 베풀어 페넬로페의 탄원을 들어주지 않았다.[60] 사실 이 당시에 아르테미스는 트로이 전쟁 시절 트로이를 지지하였던 이력들을 모두 옛날 자신이 벌인 흑역사이자 아픈 기억으로 묻어두고 현실에 충실하던 상황이었다.[61]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선 아들들을 타르타로스에 갇힌 것으로 원망을 품었던 가이아가 이들 형제를 부추겨서 신들을 공격하게 나온 걸로 나온다.[62]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른데 오토스와 에피알테스 형제 둘 다 아르테미스를 본 순간 첫눈에 반해서 서로 신부로 삼으려고 말싸움을 했다. 이에 아폴론이 오토스와 에피알테스 형제에게 낙소스 섬에서 아르테미스가 누구를 신랑으로 삼을지 정한다고 한다. 그뒤 낙소스 섬에서 아르테미스를 기다리던 도중 사전에 아폴론의 작전을 들은 아르테미스가 사슴으로 변신해 형제 앞에 나타나고 둘 다 사슴을 잡으려고 창을 던졌지만, 사슴이 사라지고 두 창은 서로를 찔러서 죽는 것으로 나온다.[63] 전승에 따라서는 죽은 육친들을 보며 신에게 목숨을 구걸했으나 이미 화살이 쏘아진 뒤라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는 얘기가 있다.[64] 그리스 신화 관련 2차 매체나 서적들마다 달라서 아르테미스와 아레스의 남매 관계가 아테나와 아레스처럼 이복누나와 이복남동생의 관계로 나오기도 한다.[65] 허리춤에 찬 검으로 할리로티오스의 목을 날려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주먹으로 때려죽이거나 창으로 찔러 살해했다는 이야기도 있다.[66] 트로이 전쟁 당시 두 신 모두 트로이를 지지하긴 했지만 트로이를 지지하게 된 배경과 이해관계가 달랐고, 다른 올림포스의 신들과 마찬가지로 아르테미스도 거칠고 포악한데다 자신의 친어머니 레토를 핍박하였던 헤라의 아들인 아레스를 좋게 보지 않았다.[67] 민담에 따라서 아레스가 어머니 헤라의 명을 받고 출산 전 복중에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남매를 임신하고 있던 레토를 살해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만약 이 전승대로라면 아레스는 아르테미스와 아폴론 남매의 입장에선 자신과 어머니를 해치려고 했던 철천치 원수인 셈.[68] 포세이돈은 아레스가 아들을 죽인 살인자라고 비난하며 아레스에게 부여된 올림포스 12신의 지위 박탈을 아레스의 부모이자 신들의 왕과 여왕인 제우스와 헤라에게 강하게 요구했고, 아레스는 백부가 자식 관리를 잘했으면 이런 살인사건은 없었다고 반론하며 판사로 참여한 아버지 제우스와 배심원으로 나선 어머니 헤라에게 결백과 정상참작을 호소했다.[69] 아테나는 아레스와도 트로이 전쟁에서 서로 그리스 지지와 트로이 지지로 갈려서 대립한데다 올림포스 신궁에서 두 신 모두 상대방을 비방하고 욕할 만큼 견원지간, 현실남매 수준으로 사이가 매우 나빴지만, 이전 자신의 영지이자 도시였던 아테네 시의 수호신 자리를 두고 포세이돈과 대립한 일이 있었다. 무엇보다 할리로티오스는 이전에 아버지 포세이돈의 만 믿고 자신의 도시인 아테네에 가서 아테나 여신을 섬기는 파르테논 신전노상방뇨를 수시로 하거나 신전 실내에 들어와 술을 마시고 뻗어누워서 자고, 자신의 신수이자 아테네 거리에 가로수로 심어져 있던 올리브 나무들을 무단으로 배어가는 등 온갖 신성모독 행위들을 저질렀다. 또 심지어는 아테네의 식당이나 여관에까지 가서 식비와 숙박비도 안 내고 무전취식을 수시로 저지르는 등 아테네 주민들 사이에서도 공공의 적이자 비호감으로 낙인이 찍혔기에, 아테나로서도 할리로티오스를 몹시 증오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아무런 인맥이나 배경이 없어 거미, 괴물, 장님이 되는 신벌을 받은 아라크네메두사, 테이레시아스와 달리 포세이돈의 아들인지라 대놓고 처벌을 못하고 포세이돈 눈치만 봐야 하는 골치 아픈 형국이었는데 어느날 사이가 안 좋았던 이복 남동생이 의도치 않게 이복 누나의 속을 썩인 악한을 자기를 대신하여 처단해준 셈이 되었다. 한번 받은 은혜는 반드시 갚는 아테나로서도 이때만큼은 아레스의 공훈을 인정하고 확실한 보답을 해야 했다. 정의와 지혜의 여신이자 순결한 처녀신으로서 가해자인 할리로티오스의 악행을 혐오하고 성폭력 피해자인 알키페와 알키페의 아버지인 아레스를 옹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70] 헤라는 이 사건 당시 아들 아레스와 손녀 알키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다 못해 할리로티오스가 알키페를 성폭행한 증거가 어디 있냐는 망언을 퍼붓는 포세이돈을 맹렬히 비난했다. 아레스의 성격이 하도 호전적이고 잔혹하다 보니 아테나가 맨주먹으로 아레스를 구타해도 신경 쓰지 않고 재밌게 구경하거나 아레스가 누나 아테나가 때렸다고 야단쳐달라고 호소해도 맞아도 싸다고 일갈할 정도로 모자 관계가 험악했지만 그래도 신들의 여왕이라 엄연한 친아들이자 신들의 왕자인 아레스의 위치를 은근히 신경 쓰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걸 다 떠나서 강간 자체를 몹시 혐오하는 헤라이기에 무고한 손녀인 알키페를 강간하려 했던 할리로티오스의 악행과 그 할리로티오스가 생전에 저지른 만행들을 부정하는 포세이돈의 행태에 이를 갈 만했다.[71] 데메테르 역시 아레스처럼 외동딸 페르세포네를 사랑하는 헌신적인 어머니이며 알키페처럼 할리로티오스의 아버지 포세이돈에게 강간당한 피해자였다. 페르세포네 역시 알키페처럼 이복 언니인 여신들과 님프들과 함께 들에서 꽃놀이를 하며 놀다가 형제인 하데스에게 납치당하고 잔꾀에 넘어가 지하세계의 음식인 석류알을 절반이나 먹어 1년 반만 지상에서 함께 지내고 나머지 1년 반은 명계로 떠나보내야 했고, 데메테르는 하데스의 만행 때문에 딸과 1년 반씩이나 헤어지는 슬픔을 영원히 간직하게 된 피해자이다. 이것도 모자라 딸을 잃은 슬픔과 자신을 방관한 신들을 향한 분노를 달랠 겸 제우스의 아들 이아시온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했지만, 내로남불이랍시고 질투에 미쳐 아들을 죽인 제우스 때문에 페르세포네 납치 사건 떄처럼 사랑하는 이를 또다시 명계로 보냈다가 간신히 맺어지기까지 험난한 고생길을 걸어야 했다. 페르세포네를 찾으러 온 대지를 방랑하던 중 때마침 여자를 찾아다니던 포세이돈에게 딱 걸려 도망치던 끝에 결국 강간당하고 아리온과 데스포이나를 낳아야 했다. 그래서 똑같이 형제이자 삼주신 포세이돈의 아들에게 딸이 겁탈당할 뻔하고, 성폭행 피해자 딸의 아버지로서 내로남불, 적반하장이랍시고 소송을 걸어온 성폭행범의 아버지와 부당한 재판까지 치르게 된 아레스의 분노와 억울함, 과거 포세이돈에게 겁탈당한 자신처럼 그 아들인 할리로티오스에게 끔찍한 짓을 당한 알키페의 고통과 공포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그래서 아버지와 똑같은 짓을 저지르는 할리로티오스와 강간범인 아들을 무작정 두둔하며 피해자 부녀를 핍박하는 포세이돈 부자를 향한 증오와 복수심, 과거의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된 이들 부녀에게 동병상련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도와주고 싶었을 것이다.[72] 아프로디테는 두말할 것도 없이 아레스와는 부부 같은 연인이자 정실부인이라 한결같이 아레스와 다른 여자인 아글라우로스의 사생아인 알키페의 편에 서서 부녀를 옹호했다. 또한 그녀의 직분이자 본질은 사랑의 여신이기 때문에 여성을 향한 추악한 흑심으로 강간을 저지른 할리로티오스의 악행에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또 트로이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이미 아내와 아들이 있는 유부남인 오디세우스를 멋대로 섬에 가둬 소유하려 했던 칼립소의 행각을 맹렬히 비판하고 고향 이타카로 귀향하게 해달라고 제우스에게 촉구했다.[73] 헤스티아 역시 조카들인 아테나와 아르테미스와 마찬가지로 순결과 처녀성을 중시하는 처녀신이었기 때문에 알키페를 겁탈하려던 할리로티오스를 타살한 조카 아레스를 옹호했다.[74] 비록 올림포스 12신에 들지는 못했지만 올림포스 산의 신궁에서 올림포스 12주신들과 함께 생활했고, 아레스와는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같은 친남매 사이였기에 친오빠인 아레스와 조카 알키페를 지지했다.[75] 브리토마르티스와 미노스 둘 다 크레타 섬 출신에 제우스가 인간 여자와 관계를 맺어 낳은 사생아들이자 이복 남매들이다. 즉, 근친상간하자는 망언을 퍼부은 것인데 남매건 남이건 간에 미노스는 브리토마르티스의 의사를 싹 무시하고 강간하려 든 희대의 악인이자 극악무도한 개쓰레기란 사실은 변함없다.[76] 남편의 바람기와 엽색 행각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분노한 파시파에는 미리 익혀둔 주술과 마법으로 미노스가 자신 이외의 여성과 접촉할 때마다 죽음에 이르는 저주에 걸리게 하였다. 파시파에 본인은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인 어엿한 반신에 불사신이라 저주에 해당되지 않는다.[77] 아티카 지역의 브라우론(Brauron)에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으로 돌아가려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78] 아르테미스의 부하들 중 가장 대우가 좋고 드물게 깔끔한 해피엔딩을 맞이한 점을 반영한 건지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들 시리즈에서는 아르테미스의 직속 보좌관이자 가장 신임하는 친구, 그물의 여신으로 나온다.[79] 본래 제우스는 숫양으로 변신해 고양이로 변신한 아르테미스와 같이 도망치려 했으나 신들의 제왕으로서 무슨 추태냐며 아테나로부터 야단을 듣고 티폰과 싸우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한다.[80] 신약성서에도 잠시 언급된다. 사도행전에서 에페소인들이 섬기는 아데미가 바로 아르테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