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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23 00:00:19

나우시카

1. 그리스 신화의 나우시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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Ναυσικάα [Nausikaa]
나우시카아 / 나우시카
24...는 맨 몸으로 파이아케스인들의 땅에 표착(漂着)한다. 25 알키노오스 왕의 딸 나우시카아는 빨래하다가 그를 만나 탄원을 받고, 그를 알키노오스에게로 인도한다. 알키노오스는 그를 접대하여 선물을 주고는 호송자를 붙여 고향으로 보냈다.
『그리스 신화』, 강대진 번역, 민음사, 2022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카』 「요약집」, 7,24-25)

그리스 신화, 특히 오뒷세이아의 등장인물. 아타카 북쪽에 위치한 파이아키아/스케리아 섬[1]의 공주. 알키노오스 왕과 아레테 왕비의 딸이다. 처음 만나는 낯선 타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차분히 다루며 올바른 결정을 이끌어내는 용감한 기개와 고결한 인품, 그리고 지혜로운 두뇌를 두루 갖춘 뛰어나고 현명한 여걸.

키르케, 칼륍소, 레우코테아에 이어 지중해의 바다를 홀로 방랑하던 오디세우스가 네 번째이자 가장 마지막으로 만난 여성이다. 앞서 말한 나머지 셋은 각각 마법과 주술의 여신, 바다의 여신으로 영생의 삶과 초월적인 힘을 누리는 불로불사의 신인 데 반해 나우시카는 오디세우스가 모험길에 만난 세 여성들 중 유일한 필멸자이자 특출난 능력은 없지만 심성이 곱고 선량한 평범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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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품위를 갖추었고 사려깊은 마음을 가진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생각되었다. 거지 행색을 한 오디세우스를 두려워하지 않고 의연하게 행동했으며(시녀들은 모두 도망갔다.) 그의 사정을 들은 후에는 이를 딱하게 여겨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버지의 저택으로 안내할 때는 추문이 일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디세우스를 먼저 보내놓고 자신은 그 뒤를 따라가며 정결한 여성으로서 가져야 할 몸가짐을 고대 그리스의 기준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1.1. 오디세이아

어느 날 나우시카가 자고 있다가 아테나 여신이 꿈 속에 들어와 그녀의 친구의 모습으로 나타나 '날이 밝으면 시녀들과 함께 해변에서 밀린 빨래를 하라'고 말했다. 이를 따라 나우시카가 시녀들과 함께 해변에서 빨래를 마치고 잠시 공놀이를 하며 놀고 있디가, 풀숲에서 웬 봉두난발을 한 전라의 남자가 나타나 도움을 청했는데 그가 바로 오디세우스다.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 지중해를 표류하며 온갖 고난을 겪던 중 '이노(레우코테아)'[2]라는 바다의 여신의 도움을 받고 스케리아에 도착한 것.

듣도 보도 못한 웬 이상한 정체불명의 남자가 알몸으로 나타나자[3] 기겁한 시녀들은 일제히 경계 태세를 갖추거나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지만, 나우시카만이 평정을 유지하며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어떻게 자신의 섬으로 오게 되었는지 질문한다. 오디세우스의 딱한 처지를 들은 나우시카는 그를 아버지의 궁전으로 데려가 극진히 대접한 후 고향에 갈 수 있도록 배를 내준다.

너무나도 상냥하고 헌신적인 나머지 나우시카의 친절과 환대에 감격했지만, 한편으론 불안해했다. 나우시카를 만나기까지 장장 20년 동안 워낙 많은 일들을 겪어, 자연히 주변에서 도와주는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을 철석같이 믿기보다 의심부터 하고 보는 등 불신이 심해졌기 때문. 키르케에게 부하들이 잠시 짐승으로 변신당했던 적이 있고 칼립소에 의해 수년 간 섬에 묶인 경험이 있다 보니 '또 신들이 나를 골탕먹이려는 것인가?'라고 경계한 것. 나우시카는 신의 명령이 아닌 오로지 자신이 원해서 오디세우스를 도왔다는 것을 말해 안심시키고, 곧 안도한 오디세우스는 나우시카의 지원 하에 마음 놓고 고향을 떠난 이후 오랜만에 연회와 술,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나우시카가 준 배를 타고 오디세우스가 고향인 이타카에 도착해 장장 20년에 걸친 모험을 끝낼 수 있었다.

오디세우스와의 첫 만남에서는 하도 고생을 많이 한 오디세우스가 잔뜩 쫄아서 신의 이름으로 자비를 구하자, 어려움에 빠진 자를 돕는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그에게 입을 옷을 내 주었다. 인간은 신이 내리는 고난 앞에 평등한 존재이고 자신도 언젠가는 그런 고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키클롭스의 나라에서 만난 폴리페무스가 보여준 야만성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한쪽은 나그네를 잡아먹고 다른 한쪽은 환대한다. 또한 신의 이름으로 간청한 오디세우스에게 인간의 이름으로 답했기 때문에 문명사회가 갖고 있는 '인간조건(conditio humana)'의 발로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론은 엄친딸, 알파걸에 성격까지 착한 완전체.

키르케, 칼립소와 더불어 포세이돈의 증오와 저주로 20년간 바다 위를 떠돌며 조난과 방황을 반복하던 오디세우스에게 도움을 베푼 여성들 중 한 명이다. 엄연히 불로불사의 신인 둘과 달리 나우시카는 인간에 맨 마지막에 등장한 인물로서, 오로지 본인의 의지로 오디세우스를 도와주고 고향 이타카까지 직접 데려간 사람이라는 차이가 있다. 키르케와 칼립소는 맘만 먹으면 흑마술을 써서 오디세우스를 동물로 바꿔버리거나 영영 섬 안에 가둘 수 있었지만, 아테나의 청을 들어준 제우스헤르메스의 협박으로 도와준 케이스. 이들은 자기가 다스리는 섬 안에서는 거스를 자가 없는 최고 권력자지만 제우스나 아테나 같은 올림포스 12신의 명령 앞에선 복종 아니면 잔인한 형벌뿐이라 완전한 자의지로 도운 건 아니고 보내주기는 싫은데 나보다 강한 신이 협박하니까 살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도와준 것에 가깝다.

키르케는 오디세우스가 오기 전에 헤르메스의 경고를 받았고 칼립소도 마찬가지로 아테나의 항의를 들은 제우스의 명령을 하달하러 온 헤르메스의 전언으로 군말없이 포기했다. 상급 신의 강압 없이 오디세우스를 누르려 하지 않고 오로지 순수한 의지로 오디세우스에게 호의를 베풀고 고향에 보내주기까지 한 건 나우시카 공주가 유일. 아테나가 개입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직접 신의 모습으로 현신해 명령한 것이 아닌 나우시카의 친구로 변신해 현몽해서 해변으로 가서 빨래나 하러 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게 전부였다. 이후 조난당한 오디세우스에게 은혜와 환대를 베푼 것, 그리고 고향 이타카로 출항할 배와 선원들을 마련해주고 데려다 준 것은 모두 나우시카가 자의로 한 일들이다. 키르케와 칼립소는 영생을 누리는 신들이고 기본적으로 인간을 하대하는 입장이라 연심을 느꼈어도 본질적으론 오디세우스를 대등한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

반면에 셋 중 유일한 인간인 나우시카는 신의 이름과 상관없이 오로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위기에 처한 그를 돕는 것을 당연시했고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았다. 물론 나우시카 역시 오디세우스에게 반해 청혼을 했지만 끝내 페넬로페에게 충의를 지키려는 오디세우스를 존중하고 아무 미련 없이 고향으로 바래다 주는 선행을 베푼다. 한낱 인간의 거절에 처음엔 납득 못하고 제우스나 헤르메스의 최후통첩이 없었으면 오디세우스를 섬 안에 가둬서라도 가지려고 했던 칼립소와 키르케와도 천지차이다. 칼립소와 키르케는 신이면서 '다른 신인 아테나와 제우스의 이름으로' 도왔다면 나우시카는 인간이면서 '인간 대 인간', '자신의 이름으로' 행동했다.

오디세우스의 20년 방랑기에 종지부를 찍고 이타카로 무사히 귀국시킨 진정한 인물. 이 은혜와 인연으로 나우시카는 텔레마코스와 결혼함으로써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며느리가 된다. 오디세우스와 맺어지지는 못했지만 그의 아들인 텔레마코스와 부부의 연을 맺고 며느리와 시아버지라는 또다른 형태로 가족 관계를 맺고, 나아가 두 섬나라인 스케리아 왕가와 이타카 왕가는 사돈지간이 되는 더없이 깔끔하고 행복한 결말인 셈.

프쉬케, 브리토마르티스, 안드로메다, 라비니아, 엘렉트라, 알케스티스와 더불어서 잔인한 강간, 죽음을 당하거나 노예로 전락하는 등 여성들을 잔혹하게 다루기로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여인들 중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난 여인이기도 하다. 특히 나우시카는 프시케브리토마르티스, 알케스티스, 라비니아와 더불어 그리스 신화의 모든 인간 공주들뿐만 아니라 신과 인간을 통틀어 완벽할 정도로 선량하고 상냥한 대인배정상인이라는 점,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뱃길에 종지부를 찍은 중요한 역할과 포지션 때문에 현대에도 상당히 인기와 호감도가 높은 캐릭터이다. 실제로도 "이 이야기의 원형은 민담일 것이다. 낯선 방랑자가 나라에 나타나 경쟁에서 남들을 이기고 공주를 얻는 패턴의 이야기는 세계 어디에나 있다."[4] 그러나 오뒷세이아의 맥락에서는 "만일 여기서 어떤 로맨스가 있었더라면 칼륍소에게 선언했던 그 모든 것이 몹시 우스워졌을 것"[5]이므로 오뒷세우스와 맺어질 가망은 없었다.

소포클레스는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여 <나우시카>, <빨래하는 여자들> 이라는 작품을 썼으나 전해지지 않는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도 젊은 시절 <나우시카> 라는 희곡을 썼는데 150 페이지 정도만 쓰다가 미완으로 끝났다. 화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오디세우스와 나우시카>. 미야자키 하야오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나오는 나우시카 역시 오디세이아의 나우시카를 원형으로 하고 있다.

1.2.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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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영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의 모습
상당한 미인으로 묘사된다. 그녀를 처음 본 오디세우스는 그 위엄과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당신은 인간인가, 여신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확실히 고금의 작품을 보면 한결같이 미녀로 등장한다.

1.3. 관련 문서

2.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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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의 코르푸 섬 지역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아틀란티스에 영향을 준 지역으로 해석되기도 한다.[2] 테베의 공주이자 디오니소스의 이모인 이노가 맞다. 이노는 포세이돈에 의해 바다의 여신으로 환생하지만 환생한 뒤엔 인간의 이름을 버렸기에 신으로서의 이름은 레우코테아다. 뜻은 '하얀 여신'. 천병희 역 오디세이아 5권 333행에서 '카드모스의 딸 복사뼈가 예쁜 이노 레우코테아'라고 나온다.[3] 오디세우스가 칼립소와 헤어진 후 뗏목을 타고 이타카로 돌아가다가 그를 발견한 포세이돈이 분노하여 파도를 일으켜 뗏목을 파괴하여 오디세우스를 익사시키려고 했는데, 그때 부서진 뗏목을 잡은 채 버티고 있던 오디세우스에게 이노가 다가와 옷이 물에 젖어서 무거울 테니 다 벗어버리고 자신의 베일을 두르면 물에 가라앉지 않을 거라며 베일을 빌려주면서 오디세우스를 도와주고, 오디세우스는 이를 받아들여 베일을 몸에 두른 채 죽을 힘을 다해 스케리아 섬까지 헤엄쳐 온 후 이노에게 베일을 돌려주고 지친 채 숲 속에서 잠을 자다가 시녀들의 소리를 듣고 깨어나 그들에게 다가온 것이다. 상술했듯 헤엄쳐 오면서 옷을 버린 것 때문에 오디세우스는 나체 상태였다.[4] 오뒷세이아, 이준석 번역, 아카넷, 2023, p.155[5] 이준석 번역, 같은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