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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18 00:30:16

라스푸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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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티차
Распутица | Rasputica
파일:Распутица.jpg
<colbgcolor=#fff,#000><colcolor=#000,#fff> 라스푸티차의 모습
파일:attachment/라스푸티차/ras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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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rasputica car stuck.jpg
라스푸티차에 빠진 자동차
1. 개요2. 특징3. 전쟁과 라스푸티차4.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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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러시아어: Распутица (Rasputitsa)
우크라이나어: Бездоріжжя (Bezdorizhzhia)

러시아, 벨라루스, 북부 우크라이나 일대에서 가을(10월 중순-11월 하순)과 봄(3월 중순-4월 하순)이 되면 땅이 뻘로 변하여 통행이 힘들어지는 도로, 또는 도로가 이렇게 변하는 시기를 가리키는 러시아어 여성명사이다.

라스푸티차(распутица)는 길을 뜻하는 путь에 영어 dis-에 해당하는 접두사 рас-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로, 의역하면 '길이 없어지는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우크라이나어 명칭 베즈도리자(бездоріжжя)도 길(дорога)이 없다(без)는 뜻으로, 러시아어에도 같은 유래의 동의어(бездорожье)가 존재한다. 한편 현대 러시아어로는 진창을 뜻하는 슬랴코티(слякоть)[1]라고 부른다.

2. 특징

러시아 등에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비가 길게 내린다. 이렇게 비가 내리고 내리다 보면 흙이 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마치 곤죽처럼 변하는데, 흡사 과 비슷한 상태가 되어서 어지간한 차량은 감히 지나다닐 엄두를 내질 못한다. 이런 상태는 겨울이 되어 땅이 얼어붙을 때까지 지속된다. 이후 봄이 되어서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서 겨울에 내린 눈도 함께 녹는데, 아직 물기가 충분히 날아가지는 않은 과도기에 또다시 라스푸티차가 된다.

잘 포장된 도로라면 라스푸티차 시기가 되어도 차가 못 다닐 정도는 아니지만, 비포장도로라면 답이 없다. 2010년 완전 개통 전까지 아무르 고속도로에 질로프 갭(Zilov Gap)이라는 비포장 구간이 있었는데, 라스푸티차의 영향으로 공사가 진척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하면 무한궤도를 장착한 군용 전차장갑차조차도 진흙탕에 빠질 지경이 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차량 외 교통수단 이용이 늘어난다. 제정 러시아 때부터 러시아 교통체계에서 철도의 비중이 높은 것도 철도가 그나마 라스푸티차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장갑차가 아예 못 다니는 수준은 아닌지 MT-LB를 개조한 마을버스가 돌아다니기도 한다. 영상 또한 관광용이긴 하나 BRDM-2 장갑차 택시가 생긴 이유도 이 라스푸티차 때문.
파일:external/s001.radikal.ru/a2c2d3dc89c4.jpg
라스푸티차는 1년 내내 쉬지 않고 비나 눈이 꾸준히 오는 기후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쾨펜의 기후 구분에서 가운뎃자리에 f(feucht)가 들어가는 냉온대기후에 속하는 경우이다. 북한이나 대한민국강원특별자치도 내륙[2], 중국 북부지방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냉대 동계 건조 기후라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극단적으로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대신 도로에 흙먼지가 풀풀 날린다.

1년 내내 물기가 풍부하면서도 겨울도 추워야 라스푸티차가 일어난다. 강우량이 가장 많은 적도지방에서는 무성한 식물들이 증산작용으로 물기 대부분을 대기로 증발시키고 일부는 광합성에 사용하기 때문에 저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기는 겨울도 충분히 추우면 식물이 물을 소모하지 못하고 토양에 머금어진 채로 얼어붙어서 땅이 부풀어오른다. 이러다가 봄이 되어 기온이 올라가 땅이 녹으면 다시 넘치는 물기 때문에 진흙뻘이 되어버린다.

라스푸티차가 발생하는 곳은 얼핏보면 사람 살기 어려울 듯이 보이지만, 실은 농업생산력이 매우 높다. 단단히 다져진 토양에서는 식물이 뿌리를 내려 다양한 영양분을 흡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농사를 지으려면 '밭을 가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데, 인력으로 갈든 소나 말 같은 가축에게 쟁기를 걸어서 하든 한계가 있다. 하지만 라스푸티차가 발생하면 인력으로는 엄두도 못낼 정도의 면적과 부피가 자연스럽게 갈아엎어지면서 토양이 매우 비옥해진다. 따라서 라스푸티차로 유명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남부지방은 세계적인 곡창지대다.[3]

이렇다 보니 겨울의 눈길, 빙판길과 맞물려서 러시아의 운전면허 취득 난이도는 높고 운전자들의 운전실력도 평균적으로 높다. 또한 러시아에서 생산되던 라다 지굴리, 라다 니바 같은 국민차들은 라스푸티차를 돌파할 수 있도록 저속에서 풀토크가 발휘되도록 세팅된 차량들이 많을뿐더러 우아즈 헌터, 우아즈 부한카는 21세기에 와서도 기계식 수동변속기를 채택하였다. 러시아 수출용 모델들에도 4WD(사륜구동)는 꼭 들어간다. 한국산 4WD 차량들도 같은 이유인지 많이 선호하는데, 현대기아차의 갤로퍼,[4] 테라칸[5], 1세대 스포티지 등의 중고차량이 수출된 적이 있고, 그랜드 스타렉스도 사륜구동 모델 정식 출시 이전에는 사륜구동으로 개조한 중고차가 러시아로 많이 수출되었다. 쌍용자동차의 무쏘, 뉴 코란도도 중고품이 수출됨은 물론이요 아예 러시아 브랜드인 타가즈에서 2014년 파산하기 전까지 코란도를 타거, 무쏘를 로드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라이센스 생산도 했다.

3. 전쟁과 라스푸티차

라스푸티차는 본래 기후와 연관된 지리적인 현상이지만, 전쟁에서 적을 수렁에 빠뜨리는 천혜(天惠)의 무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러시아 쪽 라스푸티차는 지역 대부분이 늪이나 수렁, 뻘밭이 되기 때문에 여기에 걸리면 어떤 군대도 피해 없이 벗어나질 못한다.

이 시기에는 거의 모든 육상 공세가 불가능하므로, 반쯤 농담 삼아 동장군과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2대 명장인 진흙장군이라고 한다.

3.1. 바투수부타이의 유럽 원정

아래의 사례들과 비슷하게, 13세기에서도 라스푸티차에 대한 기록이 있다.

1235년, 2대 칸 우구데이의 명령을 받은 바투와 수부타이는 원정을 위해 구유크, 몽케와 함께 15만 원정군을 이끌고 유럽으로 향했다. 몽골군은 볼가강 중류의 볼가 불가르킵차크족을 정복한 후, 당시 여러 나라로 갈라진 러시아 제공국들을 향해 진격했다. 이때 몽골군은 가장 국력이 강한 블라디미르-수즈달을 정복하고 그 다음으로 노브고로드 공국으로 예봉을 향했는데, 토르조크라는 소도시에서는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두 달이 넘어서야 간신히 함락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봄이 되자 얼어있던 땅이 녹아 하천에 유입되었고 몽골군의 주 기동 장비였던 들이 진흙탕에 빠지는 바람에 고생해야만 했다. 몽골군은 하천과 진흙탕 사이에 고립되면 전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결국 노브고로드에서 후퇴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골은 이후 키예프 루스와 전쟁한 끝에 제공국의 대부분을 몽골의 속국으로 만들어버려, 루스인들은 킵차크 칸국의 지배를 받았다.

3.2. 나폴레옹러시아 원정

1812년 6월 프랑스 제1제국은 러시아 제국을 침공할 당시 속전 속결로 전쟁을 끝내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바르클라이 데 톨리(Баркла́й-де-То́лли) 장군이 프랑스군이 오기 전에 후퇴하는 일종의 청야 전술을 시행하여 계속 교전을 회피했다. 프랑스군은 러시아군과 한번이라도 전투를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강행군을 감행했는데, 하필이면 라스푸티차 시기에 진격한 탓에 온 힘을 다해 진흙탕을 빠져나가야 했고, 정작 의료품을 수송하던 마차는 뒤쳐져버려 부상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전투를 시작도 하기 전에 병력의 1/3을 상실했다.[6] 물론 러시아 제국도 청야전술을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자신들이 갈 장소에 프랑스군이 이미 왔다는 소식에 지레 겁먹고 후퇴해서 러시아 쪽도 제대로 싸우지 못했지만 라스푸티차 덕분에 병력을 비축할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아무튼 프랑스군은 꾸역꾸역 진격하여 9월 14일 결국 승리자로서 모스크바에 입성하긴 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경을 넘은 지 석 달이 지나 이미 겨울의 초입이 다가오는데, 프랑스군에는 방한복도 없고 식량도 사기도 떨어져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후퇴하는 과정에서도 러시아의 혹독한 북풍한설에 수많은 목숨들이 유명을 달리했는데, 이는 나폴레옹이 몰락하는 변곡점의 중요한 한 가지 요인이 되었다.

3.3. 독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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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attachment/라스푸티차/ras3.jpg
라스푸티차라는 단어를 가장 널리 알린 사례이다.

1941년 4월, 나치 독일은 무솔리니의 삽질을 수습하기 위해서 발칸 반도로 정예병력을 파견했다. 하지만 스탈린은 라스푸티차 때문에 같은 해 가을 무렵 독일이 침공을 개시하리라 생각하지 않고 경계심을 풀었다. 이 덕분에 독일군은 소련 중심부를 향해 파죽지세로 진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 11월 모스크바 공방전이 벌어지던 중에 라스푸티차로 길이 모두 엉망진창으로 변한 탓에 독일군은 공세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1941년 겨울의 라스푸티차는 찾아온 한파와 함께 소련이 승전하도록 도와준 중요한 자연 속 조력자였다.

이상과 같은 이야기는 독일 국방군 출신자들의 주장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에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었다. 물론 러시아의 한파와 라스푸티차가 결정적 요소가 되긴 했지만 단지 그 두 가지만이 독일군이 패전한 이유 전부는 아니었다. 독일군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격한 탓에 보급선을 한계까지 밀어붙인 데다가 소련군이 격렬하게 저항했기 때문에, 라스푸티차 시기 이전부터 독일의 강력한 기갑사단들이 연료부족으로 주저앉아 공세종말점에 다다르던 참이었다. 궤멸되면서도 끈질기게 저항하는 소련군, 독일군이 점령지에서 자행하는 인종 청소에 대경실색한 소련 인민들[7]이 저항하자 독일군은 발이 계속 묶였고, 그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독일군은 지나친 낙관론에 빠진 나머지 바르바로사 작전의 핵심인 속도와 길어지는 병참선 문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겨울이 다가오며 라스푸티차가 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보급로는 개판이 되고 보병 이동은 마비되어 안 그래도 느려지던 독일군 진격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게다가 독일군은 개전 초기에 모스크바를 방치하고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를 공략하는 데에 집중했는데[8], 이 때문에 소련군은 전력을 재정비하고 조직적으로 저항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얻었다. 여기에 독소전쟁 첫 해인 1941년에 겨울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는 바람에 독일군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던 소련의 겨울에 전쟁을 치러야 했다. 동계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독일은 소련의 반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바르바로사 작전은 전략적으로 실패하였고, 결국 스탈린그라드에서 패배했음을 기점으로 독일군은 점차 서쪽으로 밀려났다. 요약하면 라스푸티차와 동장군을 과소평가한 것 외에도 소련군의 병력 규모와 저항을 과소평가한 것, 슬라브족 거주지역에서의 제노사이드로 민사작전을 완전히 말아먹은 것 등이 독일군 패전의 주요 원인이라는 말이다.

라스푸티차는 자연현상인 만큼 인간의 국적 따위를 가리지 않으므로 소련군에게도 골칫거리였다. 그래도 이들에게 라스푸티차는 연례행사마냥 매년 찾아오는 일상이었기에 광폭궤도와 통나무로 그나마 대비할 수는 있었다. 물론 이런 준비를 갖춘 소련 역시 공수전환이 된 뒤에는 라스푸티차 기간에 곤죽처럼 변한 땅 위에서 진격하기를 매우 힘들어했다.

독일군 역시 나중에는 통나무 다리를 놓는 방법으로 진탕을 돌파하였다. 그러나 독일군에게는 생소한 자연 현상이기도 했고, 공격자가 거의 일방적으로 불리한 환경인지라 적어도 초기에는 혼돈의 도가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라스푸티차가 올 때면 공세를 포기하고 보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소련군과 게릴라들에게 습격을 받아 전력을 많이 손실하였다.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에 따르면 사람들이 말 그대로 진흙에서 수영을 해야 했다고 한다. 당시 전장이었던 곳들은 지금도 땅만 파면 독소전쟁 당시에 사용되었던 독일군과 소련군의 장비들이 튀어나온다. 2002년에 늪 속에 있는 3호 돌격포를 인양하거나 ISU-152를 끌어내서 움직일 수 있게 복원까지 한 사례도 있다.

3.4.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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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당한 러시아군 T-72
80여년 전 독소전 당시 소련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었던 라스푸티차가 이번에는 반대로 러시아의 발목을 붙잡았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라스푸티차가 독소전 때만큼은 아니어도 공격하는 러시아군 입장에서는 불리하고, 반대로 방어하는 우크라이나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였다.

개전 초기에는 라스푸티차가 전황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말이 과연 사실인지 반론이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매년 일어나는 익숙한 자연현상인 만큼 러시아군의 장비는 당연히 이에 대비되었으리란 추측이 많았거니와, 기술발전 덕에 현대의 기갑차량은 진탕 속에서도 어느 정도 기동력을 갖추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침공에서 러시아군의 초기 목표는 재빠르게 키이우를 함락한 뒤 친러 괴뢰정권을 수립하는 것이었다고 추정한다. 러시아군의 전략 역시 주요 도로를 타고 신속하게 전진하여 속전속결로 키이우를 위시한 주요 대도시를 점령하는 식이었는데, 우크라이나의 대도시를 잇는 주요 간선도로들은 전부 포장되었다.

실제로 러시아는 라스푸티차를 피해 우크라이나의 간선도로를 활용했지만, 우크라이나의 부정부패와 (돈바스 전쟁 장기화로 말미암은) 안보불안 탓에 동부지역 간선도로 전체가 관리부실 상태에 처해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이렇게 부실해진 도로로 대군이 마구잡이로 지나다니자 아예 통째로 붕괴되어 수렁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군과 민병대는 서방이 제공한 정보자산으로 파악한 위치에 서방이 제공한 재블린NLAW로 러시아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쳤으며 잘 포장된 국도나 고속도로 위에서만 움직이면 대전차 미사일에 의한 유격전으로 인해 진격에 더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개전한 지 한 달쯤 되어 3월 중순이 되자 전망대로 진행되어 러시아군의 기갑장비 진격을 늦추었다.

라스푸티차는 웅덩이가 많아지는 특성으로 인해 모기가 창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였고 전염병을 나르는 매개체가 되어 양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변수 문서 참조.

역시나 라스푸티차는 자연현상인 만큼 국적 따위를 가리지 않으므로 우크라이나군에게도 골칫거리가 되었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러시아군과 마찬가지로 공세와 수비를 반복하다보니 전선이 계속해서 변동되는 바람에 라스푸티차 기간에 곤죽처럼 변한 땅 위에서 진격도 힘들고, 수송차량이 진흙탕에 쳐박히면서 물자 수송도 매우 힘들어지고 있다.

1년 후 다음 겨울이 찾아왔을 때도 라스푸티차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전선에서 펼치던 공세가 지체되고 러시아의 동남부 반격 역시 더뎌졌으며 전선은 대체로 1차 세계대전참호전을 연상케 하는 교착된 소강상태가 되었다.

2023년 봄쯤으로 예상되었던 우크라이나의 반격역시 지속적인 악천후와 그에 따른 진창, 서방으로 부터 무기지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계속 연기되었고 러시아 역시 이를 이용해서 공격 예상 지역에 대규모 방어선을 구축한 한편 바흐무트 지역에 대한 공세를 지속했다.

4.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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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켈리리코[9]


[1] 실제 발음은 я에 강세가 붙어 '슬랴카치' 에 가깝다.[2] 그나마도 전세계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유니목을 위시로 한 제설차량들이 대규모로 배치되어 있어, 어지간한 도로는 하루 안에 제설된다. 또한 라스푸티차를 일으키는 비포장도로는 2024년 기준 임도가 아닌 이상 어지간하면 포장이라도 되어 있다. 때문에 당신이 엄한 오프로드에 차를 던지지 않는 한 뻘에 차가 빠져 구난이 필요한 상황을 마주하긴 힘들다.[3] 그 중에서도 우크라이나는 국기에도 자신들의 곡창지대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그려넣었을 정도로 곡창지대가 광활하다. 2022년에 러시아와 전쟁이 터지자 세계 밀 생산량이 폭락했을 정도.[4] 재도색이나 컨버전 등으로 인해 1세대 파제로와 구별이 어려울 수도 있으나, 범퍼에 등화관제등이 박혀있다면 빼박 갤로퍼이다.[5] 갤로퍼 만큼은 아니지만 D4BH 엔진이 탑재된 250모델은 미쓰비시의 차량들과 호환되는 부품이 많아 유지보수가 수월하기 때문에 오히려 290 모델 보다 선호도가 높다.[6]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프랑스군은 러시아 원정 초반부터 이질,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등 질병으로 고생하던 상황이었다. 이때 라스푸티차로 보급까지 안 되니 비전투 손실이 극심해졌다. 보급로를 털어먹는 카자크는 덤.[7] 원래 동유럽 소련 구성국들은 연방정부에 매우 불만이 많았다. 발트 3국은 전쟁 1년 전까지만 해도 독립국이었다가 소련에 강제로 병합되었고, 체첸은 스탈린이 자치권 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 지역은 우크라이나 대기근으로 인해 300만 명이 넘게 사망했다. 러시아라 해도 사정이 크게 달랐던것도 아닌것이, 우크라이나나 캅카스와 인접한 지역도 마찬가지로 대기근의 피해를 받았고, 또한 대숙청으로 피해를 본 사람과 그 친척, 가족까지 합치면 엄청난 수였다. 따라서 제노사이드 시행 이전에는 아예 점령지 주민들이 독일군을 환영했을 정도로 크렘린에 반감이 컸다. 그래서 이들을 잘 타일렀다면 러시아 일부지역에서도 안정적인 통치를 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독일군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현지인들이 그 이상으로 분노할 만큼 학살을 자행했다. 이 탓에 반독 게릴라 민병대가 조직되기도 하고, 그나마 있던 친독반소 민병대도 반독반소로 양면전에 들어갔다.[8]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내버려두고 바로 모스크바 공략을 시도했다면 2차세계대전 최고의 명장 주코프의 정예군이 모스크바를 공략하는 독일군의 측면을 공격해 역으로 독일군이 포위당할수도 있었기에 마냥 잘못됐다고 볼수는 없다.[9] 이쪽도 비슷한 원리로 형성되는 뻘도로지만 에 가까운 수준인 라스푸티차보다는 매우 단단하다. 신발이나 타이어에 진흙이 조금 묻을 뿐.[10]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90년대까지의 SUV는 모두 오프로더 형태였다.[11] 도로 바로 옆의 미확인 지뢰지대 때문에 확장이 어려운 경우들이 많다.[12] 특히 이 쪽은 서해안의 큰 간만교차도 영향을 주는데, 서해 밀물이 올라오면 사리 때의 경우 현재의 마포까지 거슬러 올라왔다.[13] 6.25 전쟁 당시 미 육군 9군단장으로 참전했던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