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Le Général Hiver(겨울장군) 1916년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 신문 '르 프티 주르날' 1면. 거대한 카자크 기병 옷을 입은 산타 모습 군인으로 표현한 러시아의 추위와 러시아 장병들로 인해 후퇴하는 오-헝 제국군을 묘사하고 있다. |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의인화한 표현. 전쟁에 나타나면 공격과 방어를 막론하고 공평하게 힘들게 하지만, 주로 준비가 잘 된 방어측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은 장군님이다.
정확한 어원은 밝혀진 바가 없지만 1812년 나폴레옹이 러시아에서 패퇴하는 것을 보고 영국과 미국 신문들이 "General Winter", "General Snow", "General frost"라는 표현을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1]
이걸 일본에서 '동장군(冬将軍)'[2]이라는 한자로 번역했고 이게 한국으로도 알려졌다. 한국의 기록에서 확인된 바로는 1948년 10월 15일자 <동아일보>에서 "동장군"이란 말이 처음 나타난다. 참고 기사 나폴레옹 퇴각에서 유래한 만큼 프랑스에서도 이 단어를 역수입하여 "Général Hiver(제네랄 이베르)"라 불렀다. 현대 프랑스에서는 평년값을 밑도는 이상 한파 및 폭설[3]이 올 때 이 말을 쓴다.
러시아의 동장군은 백전불패를 자랑했다. 동장군의 도움으로 승리한 전쟁만 해도 대북방 전쟁,[4] 나폴레옹 전쟁, 제2차 세계 대전의 동부전선인 독소전쟁 등이다. 다만 이것이 너무 유명해지는 바람에 러시아가 오직 겨울의 추위만으로 외적을 격퇴해왔다는 식의 이미지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5] 반쯤 농담으로, 진흙장군과 쌍벽을 이루는 러시아의 명장이라 불린다.
하지만 그 러시아도 핀란드 동장군에게는 속절없이 털린 바 있다. 당시 투입된 소련군 중엔 따뜻한 지방에 살던 병사들이 많아서 핀란드의 혹독한 추위를 버티지 못한 경우가 상당하다.
전쟁에서 동장군은 단단히 대비해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다. 혹독한 추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장병들의 피로와 건강상태가 극심하게 악화되고, 물자와 무기가 사용 불능에 빠지기 때문이다. 극한으로 인한 동상이 심해지면 최악의 경우 발가락이나 손가락, 심지어는 발목을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전투화를 신을 수도, 방아쇠를 당길 수도 없어진 병력은 당연히 전투에 투입 불가. 심하면 저체온증으로 동사한다. 동장군을 막아보겠다고 아무리 내복과 내피와 야전상의와 방한외피를 껴입어도 민간 패딩 하나를 따라가지 못하는 군복으로는 추위를 막을 수 없다. 또한 껴입을수록 둔해지고 옷 무게가 증가해 기동력이 상실된다. 얼은 물자들은 해동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변형되어 손실된다. 그 중 식량 손실이 가장 심각하다. 식량을 데우는 데 추가로 연료를 써야 하고, 병사들이 얼은 음식을 제때 못 먹고, 급하게 해동한 음식은 맛이 떨어져 군의 사기가 저하된다. 혹한으로 연료에 타격이 가면 군대가 진격하지도 후퇴하지도 못해 고립되어 적군의 좋은 표적이 될 뿐. 탄약 관리를 잘못해 서리가 끼면 발사가 안 되며, 탄약 관리를 잘해서 발사가 되어도 총신이 급냉과 탄약의 열을 반복해서 받다가 휘어져 총의 수명이 떨어진다. 혹한으로 대설이 내리면 눈이 쌓여 눈 위 발자국 때문에 병력 이동이 포착되기도 하고 대지의 눈이 햇빛을 반사해 병사들의 시력을 악화시킨다. 눈 위에서는 일반적인 위장패턴 전투복으로 위장이 되지 않아 설원 위장복을 따로 지급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동장군을 완전히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지구에서 겨울이란 계절을 없애지 않는 이상 없고,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뿐이다. 그래서 동장군이라고 표현하는 혹독한 추위 속 전투는 동서양 전쟁사를 막론하고 다른 계절에 비해, 심지어 더운 여름보다도[6] 훨씬 지옥 같은 상황인 경우가 많았다. 장진호 전투 때 동장군으로 지옥을 봤던 UN군이 대표적이다.
동북아시아에서는 혹독한 추위를 가져다 주는 시베리아 기단이 남하해 오면 관습적으로 이 말을 쓴다.
영미권에서도 "동장군"과 비슷한 의미의 잭 프로스트(Jack Frost)가 있다. "잭"은 한국의 "철수"처럼 쓰이는 일반인명이고, "프로스트"는 "서리"라는 뜻이다. 겨울 노인(Old Man Winter)라는 비유도 쓰인다.
2. 대중매체에서
안녕 절망선생에 동장군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고(성우는 타치키 후미히코),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서도 케로로가 동장군(후유쇼군)을 "겨울의 침략자"라고 생각하고 경쟁자로 여기는 에피소드가 있다. 절망선생의 동장군은 기세가 꺾였던 것을 만회하며 동황제가 되는 게 목표지만, 장군까지 못 가고 대령으로 머무는 평가를 받아 절망한다.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래퍼 김간지는 동장군과 삼한사온을 기필코 패버리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다짐했다.
만화 페어리 테일의 등장인물인 잉벨 유라와 게임 명일방주에 등장하는 지마의 별명.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에서도 등장하였으며, 일본식 갑주를 입은 거구의 몬스터로 나온다. 그 명성답게 주인공 일행 정도는 쉽게 이긴다. 관대한 성격이라서 무기를 버리고 엎드려 빌면 용서해주기도 해서 다들 싹싹 빌었지만, 카즈마는 무기를 버리는 걸 깜빡하는 바람에 단칼에 목이 날아갔다. 물론 아쿠아가 순식간에 부활시켜줬다.
화유기에서도 등장하는데, 배우 성혁이 맡았다.
무한도전 1시간 전 특집에서 조세호가 기상캐스터에 도전했는 데, 두번째 예보에서 조선시대 장군 갑옷을 입고 동장군을 분해서 시청자들에게 큰웃음을 선사했다.
NHK 뉴스 워치 9에서는 동장군을 캐릭터로 묘사했다. 동장군만 있는 게 아니라 봄이나 여름의 캐릭터도 있다.
문명 6에서는 러시아의 고유 특성으로, 러시아와 전쟁 중인 문명은 눈보라에 두 배의 피해를 본다. 반대로 러시아는 피해를 입지 않는다.
배를 엮다에서 주인공 마지메가 러브레터의 인삿말에 해당 표현을 사용하여 핀잔을 듣는 장면이 나온다.
3. 기타
- 러시아에는 비슷한 의인화 개념으로 '추위 할아버지'[7]가 있다. 러시아말로 "데드 모로스(Дед мороз)"라고 부르며, 숲에서 한 여자아이를 주워서 자기 딸로 삼고는 "눈의 소녀"[8]라는 뜻인 "스네구로치카(Снегурочка)"라는 이름을 지어줬는데, 크리스마스 때마다 부녀가 함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일을 한다고 한다. 여러모로 서방의 산타클로스와 비슷한 인물.
[1] 추위도 추위지만,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실패는 프랑스군의 내부적인 문제가 컸다. 나폴레옹은 원정이 길어지자 지병이 도져 전쟁을 수행할 상태가 아니었고, 여기에 프랑스군의 문제들이 맞물리면서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2] 후유쇼군(ふゆしょうぐん). 冬(겨울 동)은 훈독이므로 직역하면 한자 그대로 "겨울장군"이라는 뜻이다.[3] 대서양 난류의 영향을 받는 프랑스는 피레네 산맥, 알프스 산맥 근처를 제외하면 겨울에 흐린 날은 많아도 눈은 별로 내리지 않는다.[4] 이때는 너무나도 강력한 지원군을 몰고 왔는데, 무려 500년에 한 번씩 러시아를 찾아온다는 대혹한이 찾아왔다. 표트르 대제가 한달 내내 자국을 불태워서 보급품을 적에게서 뺏는 걸 선호하던 카롤린에르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다.[5] 가령 레닌그라드 공방전은 수 년 간 계속되었고, 겨울뿐만 아니라 여름도 여러 번 거쳤다.[6] "하장군(夏將軍)"이라는 말은 동장군이라는 말보다 잘 쓰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7] '겨울 할아버지'라고도 한다. 성 니콜라우스에서 파생한 산타클로스와 닮아서 러시아의 아이들을 담당한다는 이야기도 있다.[8] 눈의 요정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