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의 운하 |
1. 개요
운하(運河, canal)는 선박의 통행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물길을 말한다.2. 용도
인류 역사에서 수로 운송은 거의 언제나 육상 운송보다 우위에 있었다. 산지나 사막으로 막힌 지형이 많은 육상과 다르게 수로는 자연적으로 길이 강과 바다에 의해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 그렇다. 게다가 그 강과 바다 연안에 도시들이 형성되는 문명의 특성은 수로 운송을 더 중요하게 만든다.현재의 한국같이 도로망 정비가 잘 되어있으며, 육상 운송이 경쟁력 있을 정도로 적절한 크기의 나라는 현대에도 많지 않다. 조선은 왜 수레를 사용하지 않았는가? 참조. '그나마' 육상 운송에서 좋은 효율을 보인 사례가 바로 '사막의 배'라고 불렸던 단봉낙타[1]인데, 한 마리가 500kg 정도의 짐을 운반할 수 있다. 반면 콜롬버스가 타고 신세계를 탐험했던 산타 마리아 호의 배수량은 80톤. 짐을 얼마나 싣는지는 항행목적에 따라서 다르지만 10%만 짐을 싣는다고 해도 8000kg이 넘는다. 여기서 벌써 10배가 넘어가건만, 이동 내내 가축의 식료도 감안해야하는 육상운송과 달리, 선박운송은 선원의 식량만 감안하면 되기에 유지비도 저렴, 거기에다 속도조차 선박이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니 그야말로 엄청난 차이다.
현대에는 철도의 등장과 함께 육상 운송 기술의 발달로 운송 속도에서는 육상 운송이 해상 운송을 앞질렀으나, 아직도 장거리 운송에서는 해상 운송이 경제성 면에서 육상 운송을 압도, 국제 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항공 운송 역시 속도는 철도보다 더욱 빠르지만 수송량이 너무 적고 연비가 나빠 가성비 측면에서는 여전히 해상 운송이 훨씬 우위다. 대한민국의 수출입은 물동량 기준으로 해상 운송이 99%, 항공 운송이 1%에 불과하다.[2] 북한 때문에 지정학적 섬나라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총 물동량 기준으로 따져도 대한민국이든 전세계든 철도의 비중은 생각보단 매우 낮다.
따라서 지협을 보고 일반인들은 "육로가 이어져있다"고 생각하지만, 상인이나 운수업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해로가 막혀있다"는 쪽이 현실적인 인식이었던 셈. 그러다보니 폭이 좁은 육지로 분리되어 있는 두 수계(水系)가 있으면 "저 땅을 박살내서 물길을 연결하기만 하면 운송비용을 아껴서 떼돈을 벌 수 있겠네?"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운하가 건설되어 있는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 킬 운하, 코린토스 운하 등등은 모두 옛날부터 운하 건설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었다. 특히 수에즈 운하는 아예 머나먼 고대 이집트 때부터 건설 계획이 있었다.
비행기가 발명된 지금도 화물선의 물동량은 매우 거대하기 때문에 대양과 대양을 잇는 운하는 지금도 매우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당장 2021년에도 배 하나가 수에즈 운하를 길막하는 바람에 전세계 물동량에 영향이 갔을 정도이다.
카자흐스탄과 같은 내륙국에서는 운하를 만들어 대양과의 연결을 꾀하기도 한다.
3. 건설 난이도
운하는 막대한 교통 편의성을 제공해주지만 인간의 힘으로 지형을 바꾸는 일이기에 매우 큰 노동력과 기술력이 필요했다.애초에 자연적으로 조성되어있던 환경을 인간의 편의성 하나를 위해 임의로 마개조한 산물이니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원상복구되는 문제가 있어서, 지속적으로 꾸준히 관리를 해주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물론 이러니저러니 해도 운하를 유지보수하는 비용이, 운하가 아예 없을 때 들어가는 추가 운송 비용보다 싸게 먹히니까 계속 관리는 되고 있지만. 인간이 자연을 일시적으로 뒤집어엎을 수는 있어도 완전하게 정복할 수는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4. 법적 지위
운하는 일반적으로 운하 소유국의 전속적인 관할 하에 놓이며, 국내 하천과 유사한 법적 지위를 갖는다. 그러나 일국의 영토 내에 개설되었음에도, 조약에 의해 국제 운하로 지정될 경우 외국 선박에 대해 자유 운항을 보장하여야 한다. 즉, 국제 운하를 소유한 나라가 그 운하를 통과하고자 하는 외국의 선박에 대해 운항을 거부하여선 안 된다.국제 운하인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 모두, 조약에 의해 평시/전시의 모든 외국 선박의 평화적 운행을 허용하도록 보장된다. 수에즈 운하의 경우 교전 대상국의 선박도 허용하도록 보장되어 있으나, 파나마 운하의 경우 조약에 해당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5. 역사
위에서 보듯 운하 건설에는 막대한 노동력과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근대 이전까지는 필요성은 인지하더라도 실제로 운하가 완성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물론 드물다는 거지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국은 막대한 인력과 물자, 기술, 행정력을 총동원하여 터무니 없는 스케일의 대운하를 2번이나 파냈고, 심지어 송대에는 현대에도 써먹는 갑문을 발명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거대한 중국 대륙의 거대한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해서라도 곡창지대인 강남의 식량과 물자를 강북으로 실어나르는 물류통로로써의 내륙 운하 건설이 중국 왕조의 중대과제였던 것. 단 건설을 시작한 왕조는 건설비용을 문자 그대로 때려박다보니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국력을 까먹어 망하고, 운하의 이득은 후대 왕조가 누렸다.중국의 대운하를 제외하면, 세계사에 이름을 남긴 운하들은 대부분 19세기에 완성이 되었다. 건축기술의 발전과, 제국주의로 인한 식민지화에 따라 늘어난 해상 물동량이 운하의 실효성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운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운하를 건설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크게 상회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는 19세기에 정점을 찍은 중상주의적 제국주의의 기념비적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수에즈 운하는 공사 과정에서 인부가 9천명 넘게 죽은 힘든 작업이었지만 그래도 평지에 삽질해서 물길만 뻥 뚫는 공사였다보니 상대적으로 쉽게 팠다. 반면 파나마 운하의 경우, 중간에 산이 떡하니 놓여 있는 파나마 특유의 지형 때문에 높이 차이가 나는 곳마다 갑문을 설치하고 물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조금씩 배가 산을 올라가는 방식으로 운하를 팔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그 산에 서식하고 있던 모기가 말라리아까지 퍼뜨리며 약 28,000여 명의 천문학적인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 이렇게 큰 인명피해와 함께 당시로서는 최신의 기술과 천문학적인 건축비를 총동원하여 가까스로 완공시킬 수 있게 되었다.
6. 한국
6.1. 현대 이전
6.1.1. 태안
수도를 서해안에 둔 고려 시대때부터 운하를 파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 당시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올라오는 세곡(세금으로 거둔 곡식)은 해상으로 실어날랐는데, 지형이 복잡한 서해안, 특히 태안 근처 안흥량에서 가라앉는 일이 많았다. 조선 시대 때는 울돌목, 황해도 인당수와 함께 물길이 험하기로 손꼽히는 지역이었다. 이로 인해 태안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운하를 뚫으려는 시도를 많이 하게 되었다.고려 인종 12년(1134년)때 서해 태안 쪽의 천수만과 가로림만을 연결하는 굴포운하의 개착을 시도했다. 공사는 무려 500여년간 중지와 재개를 10여차례 반복하여 파들어갔으나 결국 7km 중 4km 정도만 파고 중지되었다. 당시 기술로는 공사 중 드러난 암반층을 뚫고 물길을 이을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
이후 진척이 보이지 않자 차선책으로 조선 인조 때 안면읍 창기리와 태안군 남면 신온리 사이를 파내는 시도를 한다. 이 공사는 성공하여 1638년에 판목운하가 완공되었다. 이 운하의 개설로 안면곶이 육지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한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인 안면도가 되었다. 단, 판목운하 자체는 물길로 이용하기보다는 앞에서 언급한 안흥량의 험한 조류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측면이 더 크다.
위의 그림에서 (다)가 끝내 파내지 못한 굴포운하이며, (라)가 안면도를 섬으로 만들어버린 판목운하이다.출처 (나) 지역이 바로 문제의 안흥량 해역이다.
태안군의 면적이 504.94㎢이므로 굴포운하를 통째로 다 팠다면 '태안도(가칭)'가 거제도(378.795㎢)를 제치고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큰 섬이었을 것이다.
6.2. 일제강점기
- 통영 운하
비교적 최근인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다. 통영시의 통영반도와 미륵도를 관통하며 길이 1,420m. 너비 55m, 수심 3m정도이다. 1927년 5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5년 6개월 후인 1932년 12월 완공되었다. 이 때에 통영 해저터널도 같이 만들어졌는데, 통영 운하를 파기 전에 물을 막아놓고 비교적 쉽게 터널을 지은 후에 묻고 물을 터서 만든 해저터널이다.
본래 한산도 대첩 때 이순신 장군의 수군에게 쫓긴 왜군들이 운하가 만들어지기 전에 도망쳐 들어왔다 퇴로가 막히자 땅을 파 도망쳤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판데목이라고 불렸다.
다음지도로 살펴봐도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 (통영대교와 충무교 좌우) 이 운하가 개통된 후 여수에서 부산가는 배들이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 서울 선통물천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서울 시내 운하이다. 현재의 서강대교 북단에 복개되어있는 봉원천과 현재의 마포대로 아래를 흐르는 아현천 사이를 이어준다. 과거 아현천 하구의 마포 일대는 장마철이 되면 아현천이 넘쳐 쉽게 범람이 되었는데 아현천의 방수로 역할을 해 범람을 방지하고 마포를 향하는 선박 물동량을 일부 분산하기 위해서 개설되었다.
다만 물동량 분산은 부차적으로만 이뤄졌는데 봉원천과 아현천 사이에 쌍용산(현 마포자이 더센트리지 아파트)이라는 야트막한 야산이 있어서 지하 수로로 운하를 개설한 특이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으로는 큰 배가 드나들 수 없었다. #
숭문고등학교 남쪽의 마포아트센터 부지는 원래 숭문고의 일부분이었는데 선통물천으로 인해서 남북으로 부지가 갈라져 학교에서 남측 부지를 별도로 활용해왔고, 이 사이로 선통물천을 복개하는 도로가 개설되면서 학교에서 사용하기 어려워짐으로써 마포구에서 부지를 넘겨받게 되었다.
6.3. 현대
2006년 말 이명박이 공약으로 한강과 낙동강 등을 연결하겠다는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제시한 뒤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어 공약의 실현을 놓고 큰 논란이 일어났다. 한동안의 논쟁 이후 2008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이 구상은 포기,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전환되었다.한반도 대운하 사업과는 별도로,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경인운하가 건설되어 개통되었다. 원래는 홍수대비용 방수로 사업이었던 것을 운하로 확대한 것으로, 역시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 참조.
한편 포항에는 포항운하가 존재하는데, 40년 전에 매립된 곳[3]을 다시 파내 물길을 뚫었다. # 앞으로 포항시는 포항운하 및 해수욕장 등을 활용하여 포항을 관광 도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현재 포항운하 일대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이 운행중이다. 포항운하 홈페이지
2024년 9월 6일,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은 기조연설에서 국방적 차원에서 임진강과 한탄강을 연결하는 포일운하(포천-일산)건설을 제안했다.
6.4. 북한
현재 남한에서는 내륙 수운이 완전히 죽어있는 반면, 북한에서는 큰 강에서 가깝고 약간 내륙에 있는 도시의 항구 기능을 위해 수운이 어느정도 활성화되어 있다. 한편 황해도 사리원시에서는 1954년에 운하가 개통되어 재령강, 대동강으로 연결되고, 송림시, 남포시까지 화물선이 운항한다고 한다.북한은 동해와 서해가 서로 막혀있어서 남한의 제주도 남쪽으로 돌아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에 대동강과 용흥강을 잇는 '동서 대운하' 를 구상한 적이 있다.#
이 운하는 이명박의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도 포함된 운하로 엄청난 거리를 단축시키지만 중간에 엄청난 산악지대가 있는 게 문제. 단순히 비교하더라도 경부운하 계획조차 영(嶺, 재/고개)을 넘어가는 반면 이쪽은 태백산맥 북부를 넘어야 한다.
더군다나 김일성조차 내부에서 진행하던 제 3차 7개년 계획의 실패를 공언하고 고난의 행군을 겪어야 했던 1990년대라니 현실성은 전혀 없었다. 물론 돈이 많고 기술이 있다면 1,000m 이상의 산을 두쪽내거나 무한 갑문 설치로 배로 타고 오르는 대신에 터널을 뚫으면 되기는 한다. 현재 기술이 발전해서 CAM 공법으로 뚫을 경우 30m 정도 폭은 확보할 수 있어서 이 정도면 옛날의 파나마 운하 수준은 된다.
한편, 북한지역의 운하로 남한에서 구상된 운하는 이밖에도 경원운하로 예성강/임진강/북한강 - 원산과 경의운하로 예성강부터 대동강, 청천강, 압록강을 이어서 운하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경원운하의 경우 고도가 높지 않고 험준하지 않아서 비교적 진지하게 학술적으로도 어렵고 남북통일이 안 되어서 검토되고 있지만, 일단 남북통일이 되어야 뭐든지 답이 나올 것이다. 현재로서는 한중해저터널, 한일해저터널 떡밥과 비슷한 수준으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2022년 9월에 김정은이 "나라의 동서해를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 정확한 추진 계획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이미 계획이 수립되는 것으로 보인다. 훨씬 낮은 조령을 통과하려던 한반도 대운하도 대단한 난공사로 전망되었는데 북한의 운하는 동서해를 이으려면 최소 진부령 이상의 고도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어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주성하 기자는 현재 있는 철도, 고속도로도 활용하지 않는 상황으로 보면 그냥 일을 많이시켜서 딴 마음을 못 품게 하기 위함이 운하의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 그러나 최근 주성하 기자는 이상한 주장들[4]을 많이하므로 신빙성은 없다. 아무리 북한이지만 단순히 딴 마음을 품지 못하게 하려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을 구상한다고 보는 것은 너무나도 터무니 없는 해석이다.
북한이 계획하는 대운하는 북한 대운하 사업 문서 참조.
7. 하천 운하
흔히 운하 하면 바다와 바다를 잇는 것을 생각하지만 모든 운하가 그런 것은 아니다. 강과 강을 연결하거나, 혹은 전혀 물길이 없는 내륙에서 수운(水運)을 활용하기 위해 건설하기도 하였다. 1930년대에 매워지기 전까지 내륙의 밀라노와 포강을 연결했던 나빌리오가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베네치아는 이런 하천 운하의 대표격인 도시로, 섬 내 교통은 아예 차도가 없고 도시 내 운하를 오가는 곤돌라로 이루어져있다.운하의 나라 네덜란드에는 정말 많은 운하가 있다. 네덜란드의 길거리 운하는 'kanaal'보단 'gracht'나 'singel'로 더 많이 불린다.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5개의 운하가 구시가지를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으며, 이외에도 수많은 운하가 있다. 네덜란드의 운하는 현재도 수운 목적으로 쓰이기는 하지만, 공사를 위해 땅만 파면 물이 나오기 때문에 이 물을 뺄 목적으로 운하를 파기도 한다. 더군다나 국토의 대부분이 평지나 다름없어서 운하를 파기도 쉽다. 재미있는 건 자동차가 운하를 건널 때 다리를 건너가기도 하지만, 초소형 페리를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 먼나라 이웃나라에도 소개됐지만 매우 추운 겨울엔 이런 운하들이 꽁꽁 얼어붙어서 스케이트 경기가 열리기도 한다.
운하의 상업적 가치는 막대하기에 배가 다닐 수 없는 작은 물줄기만 있거나 심지어 아예 물줄기 아예 없는 맨땅에까지 운하를 끌어들여 내륙지역을 항구도시로 만들기도 한다. 모스크바, 카이펑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영국 또한 전국적으로 깔린 운하로 유명하다. 산업 혁명이 증기기관의 발전을 가져오긴 했지만, 사실 영국 내에서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산업혁명의 시작을 떠받쳐준 운송수단은 운하였다.
당시 운하 옆길에서 말 한마리가 줄을 당기는 형태로 운용하는 운하용 운반선 한 대가 30톤까지도 실을 수 있었는데, 이는 마차나 수레의 10배 무게에 해당한다. 이렇게 대량 운송이 가능하자 석탄의 운반도 쉬워져 석탄의 가격이 떨어졌고 산업 혁명을 가속시켰다. 이 성공을 보고 업계 관계자들은 운하를 많이 더 많이 깔자고 광분했으며, 자연적인 수로를 이용하거나 보충하는 운하 외에 완전히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고 배가 들어갈 수 있는 갑문을 갖추고 수로의 경로도 상품 운반을 위해 결정되는 현대적인 운하망이 갖춰진다. 실제로 운하를 만들어 큰 이득을 본 사람이 나오자 운하를 깔기 위한(그리고 통행료를 받아 이윤을 올리기 위한) 자본을 모으는 회사도 버블 급으로 난립했다.(당연히 이익을 보지 못하는 사례도 상당하다.) 이렇게 해서 열린 영국 운하의 황금기 동안 깔아제낀 운하의 길이는 6,400 km에 달한다.
한편 동아시아에는 이런 운하 도시들이 흔치 않다. 몬순 기후의 특성상 하상계수[5]가 높아 하천 운하를 건설하기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나마 송나라 시대의 수도 개봉(카이펑시)이 운하 도시로 유명하다. 일본 후쿠오카현 야나가와시도 일본의 대표적인 운하 도시이다. 도쿄와 요코하마 사이 구간에도 해안선을 따라 수로가 밀집해 있긴 하다. 일본의 오타루 운하는 유럽의 운하처럼 거미줄처럼 서로 이어진 것은 아니고 창고가 있는 곳까지만 파낸 것이다.[6]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의 캐널 시티(Canal City)는 인근의 강물을 끌어와 운하처럼 꾸며놓은 곳이다.
7.1. 쇠락과 재발견
그러나 육상 교통이 발달하고 도로망이 잘 갖춰진 현대에는 이러한 내륙운하는 경쟁력을 상실하였다. 영국의 경우 1840년 즈음부터 철도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운하가 쇠퇴하기 시작했다. 특히 기차는 화력에 따라 속도 뿐만 아니라 중형급 배가 수송할 수 있는 화물을 한꺼번에 수송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특히 화물철도가 발달한 미국은 마일 트레인이라는 엄청난 길이[7]의 화물철도를 그것도 2단~3단으로 운영하며 편성 하나가 웬만한 중형선박 한 척 수송량을 운반할 수 있는 실로 아메리칸 스케일을 보여준다.헌데 이렇게 영국 운하의 사용이 공공재가 되자 관광용으로 다시 작게 부흥했다. 더이상 화물 운반용으로는 쓰이지 않으나, 내로우보트라고 부르는 특유의 폭이 좁고 기다란 배를 타고 수로를 돌아다니며 관광하거나, 아예 (캠핑카에서 사는 것과 비슷하게) 보트 위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생긴 것이다. 내로우보트는 영국의 좁은 갑문 규격을 맞추기 위해 폭 7피트, 길이 72피트 이하의 규격을 가진다. (일부 더 작은 갑문은 57피트 길이 규격도 있다.) 현대의 생활용 내로우보트는 작은 디젤 엔진을 달고 느린 속도로 항행하며, 내부에는 작으나마 의식주와 생활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내로우보트는 잔잔한 운하에서만 운용하는 것이지만, 됭케르크 철수작전 당시 민간 요트까지 동원했었는데 그 와중에 내로우보트도 끼여 있었다는 실화인지 조금 의심이 가는 전설(?)까지 있다.
비단 영국뿐 아니라 상당수 하천 운하는 오늘날 관광용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매우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는 일본 오타루 운하도 운하를 1바퀴 도는 유람선을 운용하고 있으며, 베네치아의 주된 관광 상품이 도시 전체를 감싼 운하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운하의 비중이 높은 곳들은 운하가 관광 아이템으로는 좋지만 일상 교통으로는 쓰이지 못하고 연약 지반 특성상 현대의 지하철 등의 교통이 진입하기 어려우며 수질 관리가 어려운 등 일상 생활에는 좀 불편이 있고, 그런 반면 관광객만 너무 많아 오버투어리즘 현상도 종종 불거지고 있다.
8. 게임에서
- 게임 대항해시대 시리즈에서는 운하가 구현되지 않았고 이후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는 구현되었다.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 항목 참조. 때문에 대항해대시대 시리즈에서는 지중해에서 인도양으로 나가기 위해 아프리카를 한 바퀴 돌 때나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가기 위해 남아메리카를 한 바퀴 돌 상황이 되면 현실에서 운하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절감하게 된다고 한다. 다만 대항해시대 4에서는 유저 패치로 구현할 수도 있다. 한 번 패치해보면 도저히 지울 생각이...
- 문명 시리즈에서는 지협이 한 칸일 경우에 한해서 그 자리에 도시를 지으면 운하도시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시스템적 편법으로, 해상 유닛은 원래 육지를 이동할 수 없지만 도시에서 생산된다는 특징 때문에 도시는 바다처럼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운하에 해당하는 위치에 도시를 지으면 해상 유닛이 양쪽 바다로 모두 왕래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것을 공식 시스템으로 도입하여 운하를 지을 수 있는 시리즈는 문명 4와 문명 6 몰려드는 폭풍이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도시 이외에도 요새를 건설하면 요새가 도시 기능을 수행하여 운하 역할을 한다.[8] 후자의 경우 정식으로 운하가 특수지구로 등장하여 팬들을 환호하게 했으며, 파나마 운하가 불가사의로 나오기도 한다.
9. 관련 개념
영어의 canal은 선박의 통행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수로도 뜻하지만 우리말의 운하는 한자의 뜻대로, 선박이 지나다닐 목적으로 조성한 수로만을 뜻한다. 선박 운행 목적이 아닌 강이나 호수의 유량 조절 목적으로 만드는 인공 물길은 방수로(放水路)라고 따로 부른다.이집트와 , 캄보디아, 파키스탄, 탈레반정권의 아프가니스탄등 중앙아시아 일부분 국가들은 녹지.경작지 확보를 위한 차원에서 인공 강.하천을 만들기도 한다.
해자는 마찬가지로 사람이 인공적으로 파낸 물길이긴 하지만 교통이 아닌 군사적 방어를 위해 만든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다만 해자의 정상적인 기능을 위해서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기에 평시에는 운하로 쓰면서 관리하다가 전시에 해자로 기능하는 식으로 쓴 것들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최근 운송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로 운하를 건설하고 있다. 이유는 바로 무시무시한 물 부족. 중국의 물 부족은 해안 내륙을 가리지 않고 정말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이 풍부한 지방의 물을 부족한 지방으로 끌어다가 물 부족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물의 흐름을 바꾸는 것 자체가 수자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10. 여담
- 배를 지나가게 하려는 목적으로 판 인공적인 시설물이니 폭이 그리 넓지 않다. 건설 난이도가 높으니 필요 이상으로 넉넉하게 만들 여력은 없기 때문이다. 관통형인 파나마 운하마저도 폭이 33m라서 그 이상되는 배는 지나갈 수가 없었다. 미국 최대 전함이었던 아이오와급이 32.97m로 33m 안쪽에서 간신히 끊은 것이 이 때문이다.[9] 이후 2016년 확장하여 현재는 폭 49m, 만재배수량 12만톤 규격의 선박이 지나갈 수 있다.
- 근대에 화성 관측이 이루어졌을 때, 1877년 스키아파렐리의 관측이 잘못 번역되면서(이탈리아어로 갈라진 틈, 도랑 등을 뜻하는 'canali'가 영어로 인공적인 수로, 운하를 뜻하는 'canal'로 오역) 화성에 인공적으로 건설된 운하가 있다는 소문이 과학계를 한동안 뒤흔들었다. 이러한 오역이 화성에 외계인이 살고 있다는 환상을 대대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했으니 나비 효과가 매우 컸던 셈이다.
- 댐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동물인 비버들은 가끔 나무를 옮기려고 할때 목적지가 너무 멀면 운하를 파서 나무를 옮긴다고 한다.
- 일본에서도 종종 하천 운하를 건설하곤 했다. 일본의 흔한 성씨인 호리에(堀江)는 이름의 뜻이 '파낸 강', 즉 운하를 가리킨다.[11] 오사카의 도톤보리 역시 '도톤'이라는 사람이 파낸 운하라는 뜻에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11. 목록
11.1. 건설된 운하
- 경인 아라뱃길(경인운하)
- 그랜드 유니언 운하
- 나빌리오 운하 (이탈리아 밀라노 소재)
- 맨체스터 쉽 운하
- 칼레도니아 운하
- 중국 대운하
- 라인-마인-다뉴브 운하[12]
- 미디 운하
- 백해-발트해 운하
- 볼가-발트해 운하
- 모스크바 운하
- 볼가-돈 운하
- 쿠마마니치 운하
- 브라이어 운하
- 사이마 운하
- 수에즈 운하
- 북해 운하
- 암스테르담 운하 - 에렌 운하, 프린센 운하, 케이자르 운하
- 암스테르담-라인 운하
- 이리 운하
- 코린토스 운하
- 카라쿰 운하
- 킬 운하
- 파나마 운하
- 포항운하
- 오타루운하
- 북 크림 운하
- 폴란드 운하[13]
11.2. 계획, 건설 단계의 운하
11.3. 계획이 논란중인 운하
- 징진 운하(베이징~발해만 운하) : 만들어질경우 베이징의 물부족과 미세먼지문제 해결, 서울처럼 베이징이 직접 바다로 나가는 길을 확보할 수 있게 되지만 여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자오라이 운하(발해만~황해 운하)
- 유라시아 운하(카스피해~흑해간 운하) : 카스피해권역 내륙국가들은 볼가-돈 운하 즉, 러시아를 경유 않고 흑해로 직통하게 되지만 러시아의 반발과 여러문제를 뚫고 나가야할 과제들도 있다.
- 카스피해-아랄해 운하[16]
11.4. 계획이 폐기, 철회된 운하
- 남미 대수로 : 전쟁으로 인해 바다를 잃고 졸지에 내륙국이 된 볼리비아와 파라과이로서는 파라과이강을 대서양으로 오가는 뱃길로 활용을 통해 유일한 탈출구가 될수 있으나 비용과 환경문제등 여러 문제로 백지화가 되어 다시 해양으로 나가려는 꿈도조차 꾸기 어렵게 되었다.
- 한반도 대운하
- 크라 운하
[1]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사막에 쓰이던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바로 그 낙타. 쌍봉낙타는 주로 추운 지방에서 쓰인다.[2] 단, 항공 운송하는 물품들은 반도체, 의약품 등 무게나 부피 대비 고부가가치인 경우가 많으므로 톤수가 아닌 액수를 기준으로 하면 항공 운송의 비중이 상당히 커지긴 한다. 이를 자유입지형 공업이라고 한다.[3] 송도다. 포항에서 ~도로 끝나는 지명은 다 과거에 섬이였다가 매립된 지역이다.[4] 주성하 기자는 2022년 4월 15일 태양절에 북한이 열병식을 거행하지 않자 당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이 롤모델로 여기는 러시아군이 고전하자 열병식을 개최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였는데 실제로는 태양절에는 민간 행사위주로 했고 열병식은 북한이 주장하는 이른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인 4월 25일에 거행했다. 심지어 러시아도 5월 9일 승리의 날에 열병식을 거행했다[5] 河狀係數, 유량변동계수, coefficient of flow fluctuation)란 하천 임의 지점에서 특정 연도 최대유량을 최소유량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6] 한국이나 일본에는 유럽 도시들처럼 도시 내 소형 운하가 흔치 않기에 운하 하면 보통 파나마 운하나 수에즈 운하 같은 대양 운하를 떠올리는데, 그래서 오타루 운하를 보고 '이런 게 운하인가?' 라는 반응을 보일 때도 종종 있다. 오타루 운하는 크기는 별로 크지 않지만 창고에서 바다로 물건을 운송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파낸 강이므로 정의상으로도 운하가 맞다.[7] 미국은 최소 3마일(약 4.8km)부터 마일트레인으로 본다. 미국에서의 화물수송 기차는 화물칸 100개 이상이 기본이고, 심심해서 세어보다가 300을 넘기고나서 질려서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8] 특히 Earth1000AD의 살라딘의 경우 수에즈 운하가 절실한데, 하필 그 자리가 카이로와 예루살렘으로부터 정확히 대각선 2타일 거리라서 3타일 거리 제한인 도시 건설을 못한다. 따라서 해당 자리에 요새를 건설해야만 해상 유닛 통행이 가능해진다.[9] 반면 후계함인 몬태나급 전함은 처음부터 성능을 위해 파나마 운하 통과를 포기하고 함폭을 36.9m로 설정했다.[10] 특히 민물-바닷물 간 운하 공사의 경우 염분 농도 때문에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데, 대표적으론 아라뱃길이 뚫리면서 운하의 물고기들이 때죽음 당한 사례를 들 수 있다.[11] 일본 성씨에는 이런 지형지물로 된 것이 많다.[12] 마인강과 다뉴브강을 이은 운하로 이 운하 덕분에 네덜란드부터 루마니아까지 오직 수운만으로 이동할 수 있다.[13] 2022.9.18 개통. 폴란드 북동부 크리니차 모르스카 서쪽으로 약 5㎞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1,300m가량인 운하이다. 폴란드 북동부 지역에서 발트해 남동부 그단스크만을 직접 잇는 운하를 개통하였다. 폴란드 북동부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맞닿아 있으며, 두 지역 사이에는 비스툴라 석호가 있다. 이에 따라 비스툴라 석호에 면한 폴란드 북동부 도시이자 화물, 관광, 여객의 요충지인 엘블롱크를 가려면 부득이하게 러시아 영해를 통과해야 했다. 폴란드는 4억 6,700만 달러(약 6,477억원)를 투입한 새 운하 개통으로 자유롭게 비스툴라 석호와 발트해를 왕래하게 됐다. 운하는 현재 작은 선박만 통행이 가능하지만, 2023년 공사가 마무리되면 길이 100m·폭 20m의 큰 선박도 오갈 수 있다.[14] 아조프해-카르키니츠카만 사이에 건설되는 폭 600m의 운하다. 이 운하가 건설된다면 굳이 케르치 해협을 경유할 필요가 없어진다.[15] 캄보디아 내륙과 해안을 연결하는 운하로, 중국의 지원을 받아 2024년 8월 5일 착공했다. 4년 걸려 건설 예정이고, 캄보디아는 더이상 베트남 항구에 의존하지 않는 것을 기대하며 중국은 일대일로 목적을 밝힌 바 있다. 베트남, 미국은 메콩강 물부족과 중국군 진출을 우려하고 있다.[16] 난개발로 인해 수량이 적어진 아랄해를 살린다는 구상이지만 어떤 부작용과 환경문제, 운하가 통과할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진도는 나가지 못하고 있다. 만약, 성사된다면 우즈베키스탄은 운하를 통해 카스피해를 거쳐 흑해, 지중해등으로 진출하는 국가로도 변모하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