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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11 15:55:45

원로원 최종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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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명칭3. 기능과 법적 근거4. 역사
4.1. 로마 공화정과 원로원 권고4.2. 권력 구조 이탈 우려와 최종 권고의 등장4.3. 공화정 몰락과 폐지
5. 적용 사례

1. 개요

원로원 최종 권고(Senātūs consultum ultimum, SCU) 또는 원로원 비상 결의고대 로마에서 입법 기관인 원로원(세나투스, senātūs)에 주어졌던 초법적인 국권(國權) 발동 권한을 가리킨다.

2. 명칭

원문 세나투스 콘술툼 울티뭄(Senātūs consultum ultimum)은 현대 영어 'final decree of the senate'에 대응한다. 라틴어 어휘 울티뭄(ultimum)은 울티무스(ultimus)의 형용사형으로 '궁극적인(ultimate)', '최종적인', '종국적인', '극적인(extreme)', '완전한(utter)' 등의 의미를 가지며, 콘술툼(consultum)은 본래 '권고(consultancy)'라는 뜻이나 이는 법문에 사용하는 표면적인 명칭이었고, 실질적으로는 하술하듯 강력하고 절대적인 효력을 가졌으므로 보다 뉘앙스가 강한 칙령, 법적 명령, 판결, 조치라는 의미의 'decree'가 쓰인다.

이를 번역한 한국어 명칭은 논문이나 서적에 따라 '원로원 최종 권고', '원로원 비상 권고', '원로원 최종 결의', '원로원 비상 결의' 등으로 번역되는데, '비상', '결의' 등의 번역명은 영어와 마찬가지로 뉘앙스를 살린 의역이다.

3. 기능과 법적 근거

원로원 최종 권고는 '로마 공화정의 체제를 보전하기 위하여 법령과 시민의 권리를 정지시키고 정무관에게 모든 권한을 양도한다는 선언'이라 요약할 수 있다. 유신헌법 시대 대한민국의 긴급조치와 비교해도 더 전제적인 권력의 발동이었으며, 공화정 말기에 몇 차례 적용되었다.

현대 계엄령의 원형으로 언급하기도 하나,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실행 절차와 한계가 정해진 계엄령과 달리 로마 원로원은 법적으로 로마 시민에 대해 전권을 몰수하거나 특수한 예외를 설정하는 권고를 할 권한이 없었다. 따라서 이는 로마 시민에 대한 명백한 월권행위였다. 법에 의하지 않았으므로 실제 권고의 내용 또한 통일된 명칭이 존재하지 않았고, 집정관(consul)과 법무관(praetor) 등 지휘, 집행 계통의 정무관(magistrate)들에게 치안 유지를 위한 행동 실행을 촉구하는 형태였다. '원로원 최종 권고'라는 명칭은 이 초법적인 권고들을 후대에 정리하면서 탄생한 용어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자신이 내전에서 원로원과 싸운 것에 대해 기술한 《내란기(Commentarii de Bello Civili)》에서 처음 언급하였다.[1]

원로원은 권고를 통해 정무관에게 적법성에서 벗어난 수단들, 즉 공공의 안전을 위해 특정 또는 불특정 시민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권한을 부여하고 이에 대한 권력의 지지와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정무관의 재량에 맡기는 식으로 책임 소지를 희석, 회피하려 하였다. 이것이 로마법의 어떤 부분에 위배되는지는 불문에 부쳐졌으며, 어느 정도의 물리력을 어떤 방식으로 동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자유로운 사법살인, 학살을 유도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공화정의 몰락 이후 법학자들에게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2]

4. 역사

4.1. 로마 공화정과 원로원 권고

통상적인 원로원 권고(senatus consultum)는 원로원 성립 이래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 이 권고가 발효되면 집정관들이 따르는 형태로 반발없이 수행되었다. 원로원 권고가 모두 받아들여지는 배경엔 공화정 초기와 중기의 정치구조에 기인하는데, 집정관은 이미 원로원 의원이 되는 데 성공한 사람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정치가들이 출마하는 직책이었고, 1년이라는 짧은 집정관 임기는 그들로 하여금 집정관으로서의 활동보다는 원로원으로서의 활동을 염두에 두게끔 하였다. 그 결과 그들은 원로원의 결정에 순종적이었다.

호민관들은 1년이라는 짧은 임기와 10명에 달하는 동료들, 임기 후 법무관 출마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스스로를 정책 결정의 주체라 여기지 않았다. 게다가 평민 귀족 출신으로 구성된 이들의 경우 원로원 의원들과 친인척 관계인 경우가 많았으므로 원로원의 결정에 반발할 동기가 없었다.

평민들의 경우 원로원 계급과 정치적 충돌이 잦았으나 그들은 이러한 문제를 주로 그들의 파트로누스(Patronus, 복수형 Patrones)를 통해 해결하려 하였다. 파트로누스는 클리엔스(Cliens, 복수 Clientes)의 문제를 해결함함으로서 새로운 클리엔스를 더 많이 확보하려 하였고, 이것은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법이었다. 따라서 파트로누스는 클리엔스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들은 원로원 의원들이었으며, 평민들의 문제들의 대부분은 파트로누스들의 집단인 원로원 내부에서 해결되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원로원 권고는 반드시 따라야하는 정책결정으로 여겨졌고 이러한 전통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4.2. 권력 구조 이탈 우려와 최종 권고의 등장

그러나 로마가 포에니 전쟁의 승리 이후 지중해 세계의 수도로 급부상하며 유입된 부와 노동계급들, 그리고 소작농들이 구성하는 평민이 다양한 직업을 가진 구성원들로 변화하면서 이러한 파트로누스-클리엔테스 구조(클리엔텔라)가 쇠퇴하게 되었고, 전쟁으로 얻은 부를 원로원 의원들이 주로 독점하게 되자 평민들의 불만은 고조되어 갔다. 수백년간 유지되어 온 정치 구조는 점차 분열되었다. 원로원에 불만을 갖는 평민들은 그들의 불만을 그들의 대표자인 호민관을 통해 표출하려 하였으며, 티베리우스 그라쿠스와 같은 호민관이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후대에 포풀라레스(민중파)라 불리는 정치계급이 등장하게 된다.

이로써 원로원은 그들이 수백년간 누려온 원로원 권고의 '전통적으로 모든 계급이 순종하여 따라온 초법적인 효력'이 무력화되었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도전하는 가이우스 그라쿠스를 제거하기 위해서 새로운 조치가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이에 원로원은 기존의 권고에 더해 로마 시민의 권리를 정지시키고, 재판 없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등 초법적인 권한을 부여하였는데, 이것이 원로원 최종 권고로 공화국의 적으로 규정된 사람과 그 지지자들에 이르기까지, 불특정 다수에 대한 광범위한 즉결심판이 허용되었다.

워낙 고대라서 오늘날 해당 권한의 위력을 실감하게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면, 원로원 최종권고가 발동된 그라쿠스와 카틸리나의 사례를 본다면 두 경우 모두 약 3천 명 단위의 지지자들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키케로의 언급이 등장하는 기록물에 나오는 대로 집정관 1명을 뽑는 투표에 대해 오늘날 역사가들이 추산한 결과, 약 6천 명에서 1만 6천 800명 사이의 총 투표수가 나왔을 것으로 파악된다.[3] 편의를 위해 중간값에 가까운 1만명 정도를 당시 집정관 투표의 통상적인 투표수로 상정해본다면 3천명 단위의 학살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수 있다.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지지자 전체가 5천명가량이면 집정관이 당선을 점칠 수 있는데, 그 중 3천을 죽인 것이다.

도주하거나 숨은 사람들 중 화를 피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까지 감안한다면 3천 명가량의 지지자를 죽인다는 것은 그냥 법치주의를 무력화하고 반대파를 보이는 족족 학살한 것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았고, 이는 투표로 돌아가는 공화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잔혹한 폭거였다.

4.3. 공화정 몰락과 폐지

이는 로마법 어디에도 규정되지 않은 초법적인 명령이고, 따라서 원로원 의원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언제든 활용할 수 있다. 가이우스 그라쿠스의 죽음 이후로도 그러한 수단으로서 사용되었으며, 그 결과 민중파 정치가들, 특히 신체불가침권을 인정받는 호민관이 그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최종권고는 민중파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원로원 최종권고라는 조치의 등장 이후 불만을 로마 정치 구조 하에서 어필하고 반영할 수 없게된 민중파들은 군사력의 수단에 의지하였으며 그 결과 동맹시 전쟁, 마리우스술라와의 갈등과 뒤이은 내전, (폼페이우스에 의해 저지되긴 하였으나) 집정관 레피두스의 로마진군을 낳게 하였으며, 최후엔 율리우스 카이사르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의 내전으로 인해 원로원 주도의 공화정 체제 자체가 몰락하면서 원로원 최종권고도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5. 적용 사례

상술하듯 원로원 최종 권고는 원로원이 따로 명명한 것이 아니라 후대에 이러한 초법적 권고를 정리하며 분류된 개념으로,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최종 권고로 분류되는 권고는 기원전 121년부터 기원전 49년까지 8건이며, 카이사르 이후 유사한 내용의 권고('국가의 적' 등)는 기원전 40년 퀸투스 살비우스 살비디에누스 루푸스에 이르기까지 5건의 기록이 남아 있다.
다만 원로원이 최악의 상황에서 폭군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는 권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국가의 적 선언이나 기록말살형 등의 권한은 존속되어 황제 견제에 이용되었다. 또한 유력 장군이 반란을 일으켜 무능한 황제를 죽일 때도 원로원의 동의가 기본적으로 요구되었다. 이런 순기능은 원로원 최종권고와 연관이 없다. 애초에 원로원 최종권고는 폭군을 제거하는 역할을 했던 적이 없었다.[6]

[1] Momigliano, A; Lintott, A. "senatus consultum ultimum" 2012, The Oxford classical dictionary (4th ed.). Oxford University Press.[2] Oxford Reference "senātūs consultum ultimum", Oxford Dictionary of the Classical World 참조.[3] 심지어 그라쿠스 형제와 키케로 사이 기간에는 동맹시 전쟁으로 로마 시민권이 이탈리아 주민 전체로 확대되었다. 비록 투표소를 로마시에만 설치하는 원로원의 꼼수로 실투표자가 비약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전과 비교해서 유권자의 확대가 추정된다.[4] 물론 피살당한 그라쿠스 형제의 정책과 의지는 추후 민중파 귀족이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계승되어 거의 실현된다.[5] 카이사르는 기원전 100년에 태어났고 30대 후반에야 공직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연히 재판 당시 피고는 이미 오늘내일하는 노인이었다. 이 재판은 처벌을 목적으로 시도한 것이 아닌 본인이 민중파라는 선언에 더해 원로원 최종권고의 위법성을 부각하고 나아가 원로원에 정당성 없음을 선언하기 위해서 한 것이다.[6] 왜냐하면 원로원 최종권고의 레퍼토리가 바로 '저 자는 왕이 되려고 한다'였기 때문이다. 왕이나 황제가 없는 공화정 시대였으므로. 그리고 왕이 되려는 자를 제거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득권층에 반발하는 자들을 탄압하는데 주로 이용되어 왔다는 것도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