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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한국적/한국형 라이트 노벨2007년, 한국 작가가 쓴 라이트 노벨이 시드노벨을 통해 본격적으로 출간되기 시작하면서 2010년대 초반까지 불거졌던 한국 장르문학 내에서의 논란거리다.
후술하겠지만 2010년대 후반 이후에는 웹소설의 부상으로 국산 라이트 노벨이 몰락하고 2020년대 이후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조차 비주류로 밀려나 존재감을 잃은데다 한국적 라이트 노벨에서 논의하던 한국적 서브컬처 소설 자체가 캐빨물 웹소설로 현실화되면서 대여점 책임론처럼 한국적 라이트 노벨 담론도 사실상 소멸하였다.
2. 역사
작가들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국내 창작 라이트노벨에 대한 열망은 ‘한국적 라이트노벨’에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시드노벨의 첫 라이트노벨 중 하나인 초인동맹에 어서 오세요의 작가 반재원은 “한국의 독특한 사고와 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3 학생의 압박감이나 야간자율학습 같은 상황을 넣는 것도 그래서다. 아직까지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작가가 늘어나고 시장도 좀 더 커져야 한국적 라이트 노블에 대한 감성이 형성되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처음부터 국내 작가들의 노력이 ‘한국적 라이트노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음을 밝혔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한국적 라이트노벨’에 대한 논쟁 역시 국내 창작 라이트노벨에 대한 그러한 열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적 라이트노벨’에 대한 고찰-<미얄의 추천(鞦韆) 시리즈>를 중심으로-》
시드노벨이 창간한 2007년 당시에는 시드노벨로 시작될 한국 라이트노벨을 두고 도서대여점 시장하의 한국 판타지소설계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대여점 책임론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시기였기 때문에 대여점에 납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시드노벨의 전략과 겹쳐 이 대여점 시장에 좋지 않은 인식을 지니고 있던 네티즌들 사이에서 라이트노벨이 한국 판타지소설계의 대체제로 여겨지기도 했고, 때문에 한국에서 자체적인 라이트노벨 시장을 만들기 위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진행한 시드노벨의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라이트노벨이라는 일본에서 비롯된 문화를 어떻게 변용해야 한국적인 라이트노벨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한국적 라이트노벨’에 대한 고찰-<미얄의 추천(鞦韆) 시리즈>를 중심으로-》
이처럼 관련된 논란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났던 곳은 시드노벨의 자체 게시판이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한국형, 한국적 라이트노벨을 두고 시드노벨이 처음 주창했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맨 처음 이 말을 사용한 것은 동인형식의 라이트 노벨 무크지 《드림아웃》이었다. 시드노벨이 출간되기 전이었던 2007년도 1,2분기 즈음에 드림아웃에서는 '이제는 한국적 라이트노벨의 시대가 와야 한다'는 요지의 글이 다수 올라왔었고, 지금은 사이트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지만 옛날 편집장이었던 사람이 쓴 글 중에 그에 대해 증언한 것이 있었다.
애초에 한국형 같은건 광고멘트였어요. 제가 바란 건 한국인이 썼을 뿐인 일본 라노베였어요. (자폭)
하지만 처음에 《드림아웃》 관계자들이 대화방에서 시드노벨 관계자를 사칭했었다는 루머도 있는 만큼[1], 이쪽과의 혼용을 통해 와전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또한 한국 라이트 노벨을 표방한 시드노벨이 창간하면 또 일본 쪽을 베꼈냐는 소리를 들을까 봐 간판을 한국적으로 내걸었다는 설도 있지만 정작 《뉴타입》 지에 게재된 광고 포스터들이나 홈페이지의 창간사를 뒤져봐도 한국적이나 한국형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 그때 사용된 단어는 한국 라이트 노벨. 결국 이것이 문제가 되자, 시드노벨 측도 홈페이지에 그런 표현은 무척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적 라이트 노벨'이란 표현은 쓴 적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표방했다.
그럼에도 시드노벨에 대해 의혹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전에 편집부가 한국적이라는 의도로 카피를 넣었지만 지금 와서 그걸 모두 지우고 "그런 적 없어요"라며 발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웹상에 올라온 모든 글을 다 지운다는 것은 불가능하고(다른 사람이 복사한 글은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나온 적도 없다. 시드노벨에서 직접적으로 사용한 한국적/한국형 표현은 꼬리를 찾아줘! 뒷면에 적힌 '한국형 전기 러브 코미디'라는 문구 정도인데, 이를 걸고 넘어지는 여론도 있었다.
폐간된 루트노벨 또한 나름대로 한국적 라이트 노벨을 표방하고 있었다.
정작 한국적 라이트 노벨 같은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이 출간된 《월하의 동사무소》가 의외로 초기 라이트 노벨 중 한국적 라이트 노벨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의견도 있다.[2] 그러나 여성향이다 보니 흥행성적은 다른 초기 라이트 노벨들에 비해서 밀렸다. 또한 작가의 과도한 오타쿠 개그와 이과덕질 때문에 많은 미덕이 묻히기도 했다.
참고로 관련 논의가 활발하던 2000년대 중후반~2010년대 중반까지 '한국적 라이트노벨'과 '한국형 라이트노벨' 중에 어느 쪽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는지 의문을 표할 수도 있는데, 시드노벨 출간 당시의 한국적 소재 찾기 열풍의 영향인지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적 라이트노벨'의 사용 빈도가 더 높았다. 엔하위키 시절인 2011년에 처음 이 문서가 생성됐을 당시의 문서 제목도 한국적 라이트 노벨이며, 당시의 흐름과 미얄의 추천을 중심으로 분석한 논문과, 크로이츠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최지인 작가의 칼럼들에서도 한국적 라이트노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가장 논의가 활발하던 시드노벨 토론 게시판은 비록 삭제되어 확인할 수 없지만, 게시판 검색 기능이 남아있는 노블엔진 자유게시판에서 검색한 결과(한국적 - 제목+내용,한국적 - 제목,한국형 - 제목+내용,한국형 - 제목)를 보면 2010년대 초중반 당시의 추세를 알 수 있다. 2020년도 들어 국산 라이트 노벨과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이 몰락하고 국산 캐빨물 웹소설의 등장으로 오덕계에서도 주류 매체로 노벨피아 등지의 웹소설이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적/한국형 라노벨 담론이 크게 줄어들면서 한국 특유의 문화나 소재 같은 요소들 보다는 이미 몰락한 한국의 라이트노벨 시장 자체를 두고 추억보정처럼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3. 논쟁과 한계
이런저런 인터넷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한국적인 라이트노벨에 대한 토론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이걸 소재로 사용하면 한국적인 것이 될 거다, 라고 한국적인 소재를 찾아서 나열하는 것에 그치곤 한다. 다들 한국적인 소재를 찾아내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있지, 그걸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여줄 것이냐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소재를 찾아봐도 소재는 소재일 뿐이지 소설을 재밌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은 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적인 라이트노벨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를 적당한 소재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소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인 것이다.
도깨비라는 건 그 자체로는 별다른 로망이 느껴지지 않고 어린 시절 동화책 등을 통해 갖게된 이미지가 선행되기 때문에 별로 매력적이지가 않은 소재다. 하지만 도깨비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치밀하게 설정을 하고 그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부풀려나간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가 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국적이어야만 한다’라는 강박관념을 버리면 의외로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다른 소재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인 창작의 방법론을 사용하면 되는 것이니까.
크로이츠(최지인) - 《내가 읽고 싶은 '한국적' 라이트노벨 #1: 한국적 소재 편》
아무튼 한국적 라이트 노벨이라는 논제가 주어지면서 어떻게 해서 한국적 라이트 노벨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고찰과 함께 시드노벨 사이트 게시판과 판타지소설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몇 달 간 이에 대한 끊임없는 토론이 오고 갔다.아무리 소재를 찾아봐도 소재는 소재일 뿐이지 소설을 재밌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은 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적인 라이트노벨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를 적당한 소재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소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인 것이다.
도깨비라는 건 그 자체로는 별다른 로망이 느껴지지 않고 어린 시절 동화책 등을 통해 갖게된 이미지가 선행되기 때문에 별로 매력적이지가 않은 소재다. 하지만 도깨비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치밀하게 설정을 하고 그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부풀려나간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가 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국적이어야만 한다’라는 강박관념을 버리면 의외로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다른 소재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인 창작의 방법론을 사용하면 되는 것이니까.
크로이츠(최지인) - 《내가 읽고 싶은 '한국적' 라이트노벨 #1: 한국적 소재 편》
따지고 보면 이 논쟁은 2001년도 전후 하이텔 시리얼 란에서 있던 작가들 사이의 논쟁을 시작으로[3] 끊임없이 일었던 '한국형 판타지 논쟁'과 이어지는 것이고, 그 한참 이전부터 여러 방면에서 논의되던 한국적인 게 무엇인가라는 해묵은 논제에서 갈라져 나온 논쟁 중 하나다. 게다가 저 '한국적'과 관련된 논쟁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말이 갖는 한계 때문에 확실한 결론이 도출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적, 한국형이라는 단어에 대한 대중의 집착은 왜색을 위시한 외부의 문화 요소에 대한 민족주의적 반감과 방어 심리가 적지 않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일본의 출판문화였고, 일본의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일본식 장르문학인 라이트노벨을 한국화하자는 것은 마치 한국식 가부키를 만든다는 시도처럼 그 자체로 성립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 논쟁의 대상인 라이트 노벨은 그 원류인 일본에서도 정의가 명확하게 내려지지 않은 두루뭉술한 개념이다.[4] 애초부터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대상에 또 한 번 두루뭉술한 개념을 얹어버렸으니, 그 정의와 토론이 처음부터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게다가 임시적인 라이트 노벨의 정의인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도입할 경우, 1970~80년대 문화탄압으로 오랫동안 주춤했었고 이후 그 빈자리를 채운 일본 서브컬처들을 토대로 재건한 것이나 다름없어 한국적 차별성을 거기에 논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1990년대 후반 《영혼기병 라젠카》의 폭망으로 주춤했고, 2003년 《원더풀 데이즈》의 대실패로 크리티컬을 맞아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게임계에서는 동시기 번들 CD 경쟁 시대의 폐해와 불법 공유 등으로 패키지 게임은 사멸해 버렸고, 온라인 게임밖에 안 남았다. 그나마 겜판소, 카드 수집형 모바일 게임이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간신히 2020년 들어서 한국 메이저 제작사에서도 AAA게임을 시도하는 상황이니 한국의 패키지게임은 거의 20년의 정체기를 겪은 셈이다.
출판만화 시장도 2000년대 후반 들어 급속도로 위축되었고, 다행히 그나마 웹툰이 출판만화 시장을 상당부분 대체한 상황이다. 그나마도 2016년 들어 웹툰 퀄리티의 하향평준화와, 실력과 인성 면에서 수준 미달의 작가들이 데뷔하는 부작용이 대두되어 해프닝이긴 했지만 웹툰 규제 찬성 운동까지 나타났다. 업계의 위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다행히 2020년도 들어서 몇몇 웹툰이 일본 만화의 인기를 턱밑 가까이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오는 등 웹툰의 작품성/작가 수준 미달 논란은 정말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후 2010년대 중반에 국산 라이트 노벨이 웹소설과의 경쟁에서 패배해 몰락하면서 이 담론이 가진 의미도 사라져 버렸다. 아무리 한국적 라이트 노벨을 논의해봤자 해당 논의를 수용할 국산 라이트 노벨 자체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3.1. 소재보다는 형식
하이텔 시절부터 이어진 한국형 판타지 논쟁의 한계를 이야기할 때 주로 나오는 비판이 "한국형 판타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들은 실상 반지의 제왕 같은 서구 판타지의 논리와 재미를 그대로 답습하면서도 한국형 소재를 잘 버무려낸 판타지 소설을 바랐지만 그런 것은 결코 있을 수가 없고, 억지로 만들어봤자 난해하기만 할 뿐 원산지의 작품을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한국형 라이트 노벨을 바란 이들 역시 일본 라이트 노벨의 재미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한국적인 소재를 대입해 만든 것을 바랄 뿐"이라는 지적이 있으며, 당연하지만 그런 라이트 노벨은 있을 수가 없다.당장 시드노벨 출범 초창기 시드노벨 게시판을 비롯한 웹상에서 독자들의 한국적 라이트 노벨에 대한 논의는 일본식 모에요소를 대체할만한 한국적 소재 찾기에 상당 부분 치중되어 있었다. 그마저도 한복과 태권도를 제외하면 '학원물에 야간자율학습을 넣자'거나 '스쿨미즈를 전신 해녀복으로 대체하자'는 정도로 사실상 개드립에 가까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적지 않은 시드노벨 초창기 작품들 역시 '일본식 학원물에 야자만 넣었다'는 비판을 받은 마법서와 수학정석과 같이 그런 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 한국형 라이트 노벨을 이야기하려면, 우선 '소재'에 집착하기보단 형식, 즉 소설의 뼈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새로 창조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이게 라이트 노벨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또 논쟁거리가 되겠으나 라이트 노벨이란 이름 자체의 정의가 모호한 만큼 정말 국내 장르소설계에 그런 소설 장르가 정립된다면 진정 한국형 라이트 노벨로 불러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한국 독자들은 일본 라이트 노벨을 보면 대체로 "일본 라이트 노벨이구나" 라고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라이트 노벨에 정형화된 형식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면 만화적 일러스트로 연출한 표지와 컬러/흑백 일러스트, 일본 만화와 매우 비슷한 말투와 스토리의 전개양상 등이 있다. 애당초 일본 라이트 노벨이 성장하던 기반에는 수많은 일본 만화와 신본격, 신전기를 위시한 일본 장르문학의 영향이 깔려 있었다.
문제는 한국 작가들이 만드는 라이트 노벨은 이러한 중간과정 없이 곧바로 일본 라이트 노벨→한국 라이트 노벨의 전이과정을 거쳤으며, 때문에 장르적으로 효과적인 사유와 해체 작업 없이 작가들에게 수용되어 왔고[5] 덕분에 그 결과물은 대개 일본 라이트 노벨에서 국적만 한국으로 바꿔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시드노벨의 초창기 작품 《마법서와 수학정석》에서 야간자율학습이 등장하면서 한국적인 소재를 썼다는 일각의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당시 대부분 독자들의 평가는 "일본 학원물 라이트 노벨에서 지명과 인명만 한국으로 로컬라이징 한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이 의견은 현재 만들어지는 상당수의 한국 라이트 노벨에도 적용 가능한 문제이다.
당장 적벽가를 예로 들어보면 적벽가는 한국 문화인 판소리이다. 이 적벽가의 배경은 《삼국지》의 적벽대전임에도 한국인들은 당당히 적벽가를 한국 문화라고 부를 수 있다. 《유충렬전》, 《소대성전》, 《조웅전》, 그리고 현대에 들어 농담삼아 최초의 라이트 노벨, 하렘 소설의 고전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구운몽》조차 배경이 중국임에도 한국적인 소설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판소리에는 한국인이 만든 고유한 형식이 있고, 이 고전소설들도 비록 중국의 영향을 받긴 했으나 군담소설, 몽유소설이라는 한국 고전 소설의 형식을 따랐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속한다.
그럼 라이트 노벨을 생각해보자. 현재 한국에서 나오는 라이트 노벨들이 따르는 형식은 무엇인가? 물건너와 정말 토씨하나 다를 바 하나도 없는 그런 형식에 따르지 않는가? 단순하게 한국적 소재만 이 일본에서 온 일본식 소설 형식에 억지로 끼워맞추려고 애를 써봐도 그 본질은 마치 한국을 배경으로 한 가부키와 별 다를 바 없다. 한국 사람이 만든 한국적 소재가 나오는 가부키는 한국식 문화일까, 일본식 문화일까?
물론 일본의 전통 문화 역시 그 근간은 고대 한국과 중국의 문화가 유입되어 일본의 특성에 맞게 현지화한 것이다. 아주 좋은 예로 기모노는 한복(북방 호복 계열 복식)과 한푸(한족 계열 복식)가 동시에 유입되면서 일본 풍토에 맞게 변하면서 지금의 형태에 이른 것이다. 이런 기모노를 한국의 것이나 중국의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환빠나 동북공정론자들이나 할 짓일 것이다.
한국의 전통 문화요소 역시 중국의 영향이 짙고, 하물며 그 중국마저도 몽골을 위시한 북방계 유목민족이나 인도를 비롯한 서역의 영향을 깊이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중일 각국은 저마다 차별화되는 국가색과 문화를 지니고 있다. 말인즉슨 문화 요소란 서로 오고 가는 것인 만큼 라이트 노벨이 일본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한국 고유의 색이 없다는 주장은 분명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6]
그러나 중요한 점은 외래의 것에 영향을 받았지만 성공적으로 자신들의 것으로 변용한 사례인 기모노나 한국 고전 소설과는 달리 한국의 라이트 노벨은 출발 이래 한국 풍토에 맞는 그렇다할 변화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결론은 한국적인 라노벨은 있을지 몰라도, 비일본적인 라노벨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3.1.1. 일부 다른 의견
3.1 문단의 비판 중 일부분은 다른 관점에서 볼 여지가 있다. 우선 한 국가에서 시작된 장르가 타국으로 전파될 때는 소재와 형식, 그 전부를 모방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모방시기는 장르의 전파에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형 판타지와 한국형 라이트 노벨을 간단히 같이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당시 판타지는 서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그대로 있었지만, 라이트 노벨은 당시 출간되던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만 존재했다.즉 일본 라이트 노벨을 모방하는 시기의 작품들이 그대로 한국을 배경으로 했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하고, 일본을 무대로 하려고 한 작가들도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시도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상 도리어 큰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여 한국 라이트 노벨은 한국을 배경으로, 일본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시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한국 작가들이 중간과정 없이 일본 라이트 노벨 → 한국 라이트 노벨의 전이과정을 거친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이러한 전이 과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볼 때 옳지 않은 비판이다. 한국에 라이트 노벨이 자생하고, 출간된지 십수년 이상 흐른 뒤에도 일본식 모에 일변도인 시드노벨을 위시한 작품군들이 주력인 2019년 현재에는 유효한 비판이 되고 있지만, 과거 2000년대 당시 한국의 서브컬처, 장르문학 관련 계보가 사실상 붕괴했었던 상태에서 출간 당시의 일본을 추종하는 풍토에 대해서는 무작정 비판, 비난하기만 할 수는 없다는 것.
새로운 계보를 써 나가고 있는 한국 판타지 소설도, 한국 무협소설도, 이런 시기를 거치고서 자생하기 시작했다.
국내의 1~2세대 판타지소설들 역시 《반지의 제왕》, 《로도스도 전기》, 《슬레이어즈》 등의 절대적 영향권에 있었고, 이면세계물의 선두주자 격인 《퇴마록》 역시 당시 일본의 오컬트 붐을 타고 일어났던 작품군, 그리고 신본격, 신전기 작품들로부터 받은 영향이 엿보인다. 심지어 퇴마록의 붐을 타고 이어 나온 한국 퇴마 소설은 만화 《공작왕》의 절대적 영향권 아래에 있었다. 게다가 위에서 말한 한국 문화라고 말하는 것들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친 것들이 대부분이다. 당장 《유충렬전》과 같은 조선 소설들이 중국 소설 《설인귀전》을 거의 그대로 따라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여기에 비교 예시로 판소리를 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 판소리는 독자적인 형태로 완성된 노래의 방식이 있고, 내용을 차용한 것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문화로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라이트 노벨처럼 스토리 형식-담는 내용이 주된 형식인 것이라면 그렇게 독자적인 문화다라고 간단히 주장하기 어렵다. 비판을 위해서 맞지 않는 예시까지 가져온 경우라고 봐야 할 것이다.
타국을 원류로 하는 일본의 독자적인 문화라는 것 역시 자체적인 형태를 갖기 이전, 당나라, 혹은 러시아의 문화를 거의 그대로 모방하는 시기를 거쳤다는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즉 타국의 형식을 옮기는 과정에서는 모방은 필연적인 과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드노벨 출범 당시 한국 라이트 노벨에는 일종의 환상과도 같은 기대감이 집중되어 있었다. 2000년대 당시 도서대여점 소설에 대한 비판- 양판소라 불리며 몰개성한 소설이 범람하던 시기, 그것에 대한 해결과 대응을 라이트 노벨에 기대하고 요구했던 것이다. 이 기대는 결국 한국 라이트 노벨이 모에를 주력으로 선택하면서 깨어졌고. 이로 인해 필요 이상의 비판과 비난이 라이트 노벨로 쏟아졌다.
그러나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시기의 한국 라이트 노벨은 그럴만한 역량도, 축적도 갖고 있지 못한, 우선은 모방을 해야 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모방은 필연적인 과정 중 하나였다. 이러한 비판과 비난은 라이트 노벨의 시기도, 전파의 과정도 생각지 않은, 그야말로 기기 시작한 아이에게 제대로 뛰지 못한다고 혼내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듯 장르가 출범한지 10년이 넘은 시점인 2010년대 후반의 라이트 노벨들이 과연 그런 개성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의견도 있는데, 사실 그런 비판은 타당하지만 이미 비판을 받아야 하는 대상인 2010년대 후반 이후의 한국 라이트 노벨은 웹소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몰락한 상황이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결국 주된 비판점이던 일본 라이트노벨과의 차별점을 가져가는 데에 실패해버린 것이 몰락의 주된 원인이었고, 산재한 문제점을 고치는 데에도 실패했으니 자업자득이다.
3.2. 수준 낮은 묘사
현대에서 라노벨이라 하면 모두가 대표사례로 미소녀 하렘물을 떠올린다.사실 미소녀 하렘물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인 로맨스 장르의 라노벨의 원류는 인물 일러스트가 등장하며 텍스트를 읽어나가는 비주얼 노벨이나 미연시이다. 따라서 19금 묘사가 드물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미연시와 유사한 클리셰가 사용되기도 하고 그림이 섞인 소설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특징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CLANNAD》와 《AIR》 같이 뛰어난 완성도의 감동 깊은 작품을 만든 다나카 로미오나 마루토 후미아키 같은 유명 미연시 작가가 라노벨 시나리오를 맡는 경우도 있다.
비단 미연시 작가가 집필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로맨스 요소가 있는 라노벨은 대부분이 청춘물로써의 묘사가 뛰어나거나 소설가로서의 서술 경력이 깊고, 심리묘사에 매우 뛰어난 경우가 많다. 예시를 들자면,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는 막판에 작가의 억지로 붕괴하긴 했지만 고찰글을 보면 알듯이 심리학의 전문지식을 베이스로 한 인물간의 심리묘사를 바탕으로 캐릭터성을 살리고 있으며 애니판에선 이를 눈치채기 힘들다. 《이야기 시리즈》의 니시오 이신도 캐릭터성뿐만 아니라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 정신이 망가진 사람의 심리묘사에 매우 탁월하다.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인간 내면에 있는 음습한 심리묘사에
비주얼 노벨 계열로 가도 《슈타인즈 게이트》, 《카마이타치의 밤》, 《월희》,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쓰르라미 울적에》 등의 작품이 있는데, 이런 작품들은 스토리와 캐릭터성도 좋지만 사건 묘사와 인물간 심리묘사가 허술하면 발상 자체가 초딩이 발로 끄적인 수준으로 폄하받기 쉬운 작품들이다. 결국 스토리와 캐릭터성이 아무리 좋아도 풍미깊은 사건묘사와 인물간 심리묘사가 핵심인데, 이런 묘사력에 주력하는 작가가 국내 라노벨계에는 매우 부족하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연애소설 작가가 라노벨을 쓰거나 미연시 시나리오 라이터가 라노벨을 쓰는 게 아니므로 상대적으로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가들이 러브 코미디 라노벨을 좌지우지해야 하는데, 겉으로 한국 문화 풍토만을 접목할 뿐 일본식 클리셰와 캐릭터성에 의존하고 번역체 문장과 패러디가 난무하는데 심리묘사와 사건묘사는 수준 낮은 경우가 많아 뽕빨 미연시 수준의 저질 시나리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명작 비주얼 노벨과 미연시를 보고 배워야 할 수준.
진지하게 한국형 라이트 노벨에 근접한 작품을 찾아보다면 귀여니 작품이 한국형 라이트 노벨 쪽으로 매우 근접할 것이다. 왜냐하면 라노벨의 기본 정의인 가볍게 읽는 소설에 부합되고, 또한 10대 한국 청소년들이 국내 문화풍토에 맞게 대리망상할 수 있는 내용과 하렘물(역하렘) 요소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3.3. 플랫폼과 작가들의 부진한 노력
최소한 작가들의 노력으로 이 한국에 도입한 일본 서브컬처를 다른 방식으로 재창조 해낸다면 일본에서 들어왔지만 엄연한 한국 서브컬처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한국형 라이트 노벨에 대한 논쟁이 불거진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재창조는커녕 원산지에서 나오는 완성도도 못 따라가며, 필력도 현저하게 떨어져 한장에 글자수가 몇 개밖에 안되는 그런 불쏘시개나 주구장창 내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제자리 걸음이나 계속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자력으로 발전을 못하고 있으니 그나마 버티기라도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또 일본 베끼기이다.물론 2000년대 초반에 일었던 한국형 판타지 논쟁은 2010년대에 들어서 레이드물 등의 한국적 현대 문화나 정서를 접목한 신생 장르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명쾌한 해답이 없었다. 한국형 판타지 논쟁의 연장선인 한국적 라이트 노벨 논쟁은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이니 이런 결과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허나 한국 판타지 소설계에서는 《퇴마록》이나 《눈물을 마시는 새》, 《룬의 아이들》과 같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관련 논의에서 준수한 기준점이 될 만한 작품들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2010년대 이후에는 레이드물이나 현대 판타지 등 한국의 정서와 현대 문화를 접목한 한국형 장르들이 오히려 기존의 이고깽이나 판타지 소설들을 몰아내고 주류가 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라이트 노벨계에서 이런 식의 성공적인 예가 있느냐?'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7]
플랫폼 역시 할 말은 없다. 출범부터 한국형 라이트 노벨을 표방했던 루트노벨은 한국적 요소에 집착하다가 방향성 자체를 잃어버리고 플랫폼 자체를 갈아엎어버린 대표적인 예시이며, 한국에서 가장 먼저 라이트 노벨을 표방했던 시드노벨은 《해한가》를 위시한 초기의 실험적인 작품들이 독자들의 평가와는 별개로 부진을 면치 못하자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 모에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결과 한국 고대사 만화 《천손의 시대》 같은 준수한 작품들은 방출 혹은 외면하고 《모애모애 조선유학》 같은 괴작을 대상씩이나 주고 내는 상황에 이른다. 실상이 이런데도 과연 이런 일련의 작품군을 한국 문화이자 한국적인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이런 복잡한 작업을 거치기 전에 우선 오덕계에서만 알아듣는 번역체 문장의 남발과 각종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내용의 패러디와 클리셰 남발부터 처리해야 할 것이다.[8] 한국 순수문학만 꾸준히 읽어도 상당수 해결되는 문제인데, 거의 진전이 없는 걸 보면 정작 작가들 쪽에서는 별반 관심도 없는 것 같다. 한국인 작가가 당당하게 "이것은 한국적인 라이트 노벨입니다" 라고 말을 하기 위해선 기존 일본식 라이트 노벨의 장점을 본받을 필요도 있겠지만 아예 일본 라노벨과 똑같은 수준의 필체나 말투, 클리셰 등 노골적인 왜색까지 본받지는 않아야 한다. 한국적 소재를 라이트 노벨에 끼워맞추는 것은 그 다음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3.4. 당시의 결론
앞서 서술되었듯이 시드노벨이 갈수록 더욱 모에(萌え)를 권장하는 추세로 흘러가면서 아예 포기하면 편해진 사람들도 많으므로 따져 봐야 소용이 없어졌다. 결국 해답이 보이지 않는 헛된 논쟁일 뿐인 상황이 되었다. 이 논쟁의 근본이 되는 문제점은 한국적 창작물의 한국적 서브컬처 개념에 대한 담론과 깊이 상관된다. 인문학 소양을 가진 작가의 부족과 창작자와 업계의 관심 결여 등, 수많은 문제가 쌓인 상황인 데다가 한국의 라이트 노벨 또한 분명 한국형 서브컬처 작품을 만들자는 기류에 속하지만 웹툰, 게임, 한국 판타지 소설과 같은 다른 장르에 비해 성과가 크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으나 2010년대 이후 국산 라이트 노벨 자체가 몰락하고, 2020년대 이후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이 몰락하면서 2023년 시점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담론이 되었다. 담론을 수용할 업계 자체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 참조 칼럼: <크로이츠>내가 읽고 싶은 '한국적' 라이트노벨 #1: 한국적 소재 편, #2: 한국적 학원물 편(아카이브)[9]
- 참고문헌 : 한양대학교 동아시아문화연구소 《‘한국적 라이트노벨’에 대한 고찰-<미얄의 추천(鞦韆) 시리즈>를 중심으로-》
4. 해결책
이 문단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본 문단에 적힌 해결책은 2010년도 초반 기준으로, 2020년대 현재 변화된 일본 라이트 노벨 업계의 동향과 2020년도 이후 사실상 몰락한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의 상황과는 맞지 않으며 틀린 주장이 많다는 사실이다. 2010년도 초반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감안해서 읽을 것.4.1. 라노벨의 정확한 인식
가장 먼저 라노벨의 정의와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일단 라노벨은 일본 미소녀물의 통칭이 아니다.일본에서 라이트 노벨의 정의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보다 훨씬 넓다. 문고(=노벨)에서 발매하여 단가가 싸고 3~4개월 내에 다음권이 발간되며 애니메이션 풍의 일러스트나 삽화가 중간중간 들어가 있어 접근하기 쉬운 연재 소설의 총체를 말하며 주요 타겟층은 당연히 유아나 성인이 아닌 청소년층이다. 즉 소설 중간중간 삽화가 실려있는 청소년층 대상의 소설이 실린 그림 동화가 바로 라노벨이다.
이 때문에 선정 장르도 비교적 넓다. 이 라이트 노벨이 대단해!의 역대 입상경력만 봐도 알듯이 추리 미스테리물이나 군상극, 대체역사물, 전쟁물, 순수 로맨스물 같은 다른 장르도 인정받는다. 정통파 판타지인 《슬레이어즈》와 일상+전쟁 SF물인 《풀 메탈 패닉》도 라노벨이며 미소녀 작화 없는 추리 미스테리물인 《고전부 시리즈》도 라노벨이다. 《채운국 이야기》도 라노벨이고, 《듀라라라》, 《바카노》 같은 군상극도 라노벨이고, 겜판소 같은 분위기의 《소드 아트 온라인》도 라노벨이다.
《부기팝 시리즈》 같은 컬트적인 소설이나 《고쿠도 군 만유기》 같은 다크히어로 판타지 소설도 라노벨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디폴메나 애니메풍 삽화와 일러스트가 중간중간 삽입된다는 점과 타겟층과 주인공이 청소년이라는 점, 배경 심리 묘사가 상세하다는 점 정도이다. 여기에 다양한 장르의 라노벨의 애니화나 만화화를 감안하면 청소년층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들 전부 삽화가 있는 소설 형태로 라노벨화하는게 가능하다. 이는 단지 삽화가 없고 연재 주기에 제한이 없을 뿐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장르 소설 전반도 마찬가지다.
4.2. 라노벨의 상업적 인식과 문화풍토
다만 다른 의미에선 순수 문학보단 상업적인 문학이므로 소년 만화와 같은 유행 문화로도 볼 수도 있다.실제로 라노벨은 주간 연재만화처럼 꾸준히 연재해야 하고 상업적 성공여부에 따라 흐름이 변화되어 왔으며 전개를 상의하는 편집자도 존재한다. 흥행여부가 불투명하면 단권으로 짤리는 잡지만화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때문에 이전에 유행한 코드를 쓰는 일은 드물다. 결국 현재에 들어서 라이트 노벨은 청소년층을 타겟으로 상업성을 띈 삽화 연재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상업성을 띈 라노벨은 주요 독자층인 일본 청소년들이 일본 문화풍토에 맞게 대리망상할 수 있는 소설에 가깝다.
청춘 라노벨은 당연히 일본인이 주인공이고 일본식 교복을 입으며 일본의 학창시절과 사건, 논란을 묘사하고 있으며 반의 군집형태나 화젯거리, 취미나 개그 코드도 일본 풍토에 맞게 묘사된다. 일본식 판타지는 일본 설화나 역사적인 존재가 등장하거나 일본 무기가 등장하고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과 근성론적인 가치관에 맞는 캐릭터가 활약하게 된다. 이런 특징은 일본 청춘만화나 역사 판타지 만화에서 충분히 묘사되고 있다.
즉 한국식 라노벨이란 일본 라노벨과 달리 주요 독자층인 한국 청소년들이 국내 문화풍토에 맞게 대리망상할 수 있는 내용에 가깝다.
청춘 라노벨은 당연히 한국인이 주인공이고 한국식 교복을 입으며 한국의 학창시절과 사건, 논란을 묘사하고 있으며 반의 군집형태나 화젯거리, 취미나 개그 코드도 한국 풍토에 맞게 묘사되어야 한다. 더욱이 한국식 판타지는 한국 설화나 역사적인 존재가 등장하거나 한국 무기가 등장하고 한국의 청렴결백 정신과 유교적 가치관에 맞는 캐릭터가 활약하게 된다. 이는 한국 웹툰이나 청춘만화, 역사 판타지 만화에서 충분히 묘사되고 있다.
현재까지 현대의 한국 풍토를 제대로 묘사한 라노벨은 손에 꼽는다. 친구끼리 가벼운 몸싸움이나 욕설, 장난은 기본이고 매점에 같이 가거나 PC방에서 온겜하거나 폰겜질하며 놀고 점수걱정 대학걱정 군대걱정하고 남자들은 게임과 뻘짓과 야한것을 좋아하며 수학여행 이벤트, 학원 째기, 야간자율학습, 입시위주 교육같은 학창요소는 물론이고 길거리에서 친구와 떡볶이, 순대, 닭꼬치를 먹거나 출출할때 짜장면, 탕수육을 시켜먹고 라면에 계란 얹고 먹거나 짜파게티 끓여먹는 모습이 얼마나 나올까?
일본과 한국 라이트 노벨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핍진성의 유무를 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연예인이나 유명인, 일본 만화나 문학, TV 프로가 간접 묘사되는 일본 라노벨과 달리 한국 연예인이나 유명인, 만화나 웹툰, 문학, TV 프로는 국산 라노벨에서 거의 묘사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산 라노벨들은 작정이라도 한 듯 실제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만한 현실적인 장치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경우가 흔하다. 당장, 시드노벨 극초창기 3대 소설이라고 불리던 《미얄의 추천》, 《초인동맹에 어서오세요》, 《유령왕》은 배경 묘사 부분에서 모두 현대 한국인의 일상과는 거리가 매우 멀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스갤문학이나 국내 유머나 개드립을 접목한 작품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여기에 폰겜을 즐기거나 페북, 카톡, 아프리카 TV, 유튜브, 트위치 등을 즐기고 오유, 디시, 루리웹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취미로 즐기는 모습이 얼마나 나오나 생각해보면 된다.
그나마 한국문화 묘사가 출중히 접목된 장르로 학교폭력물이 있으며 일진물일 지언정 이만큼만 리얼하게 묘사해도 한국형 라노벨이라고 충분히 부를만한 물건이 된다. 그 외에는 《굿모닝! 티쳐》 정도로 특히 굿모닝 티쳐는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 사이에서 폭풍공감을 쏟아냈던 전설의 작품. 한국 웹툰인 《우리들은 푸르다》도 일본식 클리셰가 주력이지만 국내 풍토를 제대로 접목한 흔적이 많아서 이쪽도 한국식 청춘 라노벨에 가까운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한국 풍토가 진한 고전 소설중에서 농담삼아 한국식 라노벨로 불리는 작품들이 있다. 하렘물 《구운몽》이나 한국식 츤데레가 등장하는 《운수 좋은 날》, 《봄·봄》, 《동백꽃》이 있고 《젊은 느티나무》는 무려 1960년에 피가 섞이지 않은 여동생, 브라콤, 츤데레, 도짓코, 집에 없는 부모 설정이 등장하는 내여귀의 한국판 라노벨이라고 볼 수 있다. 《홍길동전》과 《허생전》도 초월적인 능력으로 태생을 극복하고 사회 풍자를 한다는 점에서 어딘가 라노벨과 닮아있다.
사실... 한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고 한국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다소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담는다는 점에서 이미 여러 매체의 드라마나 웹툰이 크게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문화와 풍토의 묘사를 참조할만한 작품들은 차고 넘친다.
그래서, 막장 드라마도 따지고 보면 한국식 성인용 라노벨이나 다름없으며 《대장금》이나 《베토벤 바이러스》 같은 드라마 또한 한국식 역사물, 성장물 라노벨이라고 봐도 충분한 내용이다. 국내 명품 드라마 전반이 이미 훌륭한 한국식 라노벨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보면, 일본식 클리셰가 덜 반영되어있고 한국 현대의 배경을 다룬 작품인 《응답하라 시리즈》가 정말 좋은 사례일 것이다.
애초부터 독자들이 외치는 한국형 라이트 노벨이란 한국인의 문화와 풍토에 맞게, 한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과 한국이기에 가능한 방식으로 일상과 혼재하는 비일상적인 판타지 이야기를 만들기를 원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점만 제대로 깨닫는다면 일본식 클리셰를 어느 정도 배제하여 한국의 배경과 풍토에 맞게 심리 묘사만 잘 갖춰준다면 한국형 라노벨도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4.3. 국산 문화의 접목
흥행성 여부와 시대변화를 뒷전으로 두더라도 미소녀 뽕빨물의 편견을 버리고 장르들을 명확히 파악하면 한국 특유의 정서와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다른 국산 매체들도 라노벨로 접목하는건 의외로 쉽다.《퇴마록》이나 《룬의 아이들》, 《드래곤 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 같은 메가히트 소설도 삽화가 삽입된 형태로 3~4개월 단위의 분량으로 꾸준히 문고나 노벨에서 발매된다면 국산 판타지 라노벨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룬의 아이들과 드래곤 라자는 일본에서 라이트 노벨과 유사한 판본으로 삽화가 붙어 출간되었고. 청소년층 장르 소설을 쓰는 대히트 작가를 영입하고 일러스트를 붙여서 연재한다면 충분히 수작 이상의 라노벨을 낼 여건이 된다는 뜻이다. 애초에 국내 라노벨이 지탄받는 이유는 일본식 클리셰와 문화풍토 묘사, 편중된 장르, 번역체 문장과 패러디에 있기 때문.
《노빈손 시리즈》는 뚜렷한 기승전결, 이야기의 박진감, 삽화, 그리고 한 이야기가 당 권 내에 마무리되는 단권완결성, 지속적인 연계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역시 소설화하면 라이트 노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먼저 디스토피아 세계관인 《녹색전차 해모수》나 인명구조 메카물인 《레스톨 특수구조대》, 정치적 암투의 SF물 《가이스터즈》, 역사 SF물인 《바다의 전설 장보고》, 강아지의 사회적 투쟁을 다룬 《하얀마음 백구》, 이세계 생물 능력자 배틀물 《유니미니펫》, 레이싱 배틀물 《트랙시티》 등도 라노벨화가 가능하다. 캐릭터 연령을 높이면 《아기공룡 둘리》도 비일상물로 연재가 충분히 가능하고, 《아스타를 향해 차구차구》 같이 캐릭터가 많은 스포츠물도 청춘물로 묘사가 가능하다.
그 외에도 드라마 시나리오도 충분히 접목이 가능하다. 로맨스물 대히트작인 《겨울연가》나 《파리의 연인》, 《천국의 계단》, 《미안하다 사랑한다》, 《최고의 사랑》도 청춘 라노벨화가 가능하며 역사물인 《선덕여왕》, 《대장금》, 《불멸의 이순신》도 굳이 연애물 없이도 충분히 역사물 라노벨로 어필할 수 있다. 판타지 드라마인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너의 목소리가 들려》, 《주군의 태양》, 《별에서 온 그대》,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등도 한국의 일상적인 배경 묘사와 판타지가 결합된 드라마로, 판타지 라노벨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더욱이 청춘 드라마물인 《베토벤 바이러스》, 《제빵왕 김탁구》, 《순풍산부인과》, 《학교 시리즈》, 《논스톱 시리즈》, 《응답하라 시리즈》도 현대의 한국 문화풍토를 묘사한 청춘물 라노벨로 충분히 승화가 가능하다.
웹툰의 경우 《구속녀와 집착녀》, 《랜덤채팅의 그녀!》, 《결계녀》 등이 있다.
고전문학도 마찬가지다. 우스갯소리로 하렘물 장르인 《구운몽》이 국산 하렘소설의 원류로 취급받고 《운수 좋은 날》과 《동백꽃》이 국산 츤데레 소설의 원류로 불리는 것을 생각해보자. 《홍길동전》은 서자로 태어난 홍길동이 도적질로 깽판을 치고 왕조를 뒤흔들고 자기 국가를 세웠다는 점에서 국가나 권위에 하극상을 일으키는 라노벨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허생전》은 라노벨계의 희대의 사기꾼 주인공들과 비교해도 견줄만 하다.
결국 청소년층을 포괄하는 시나리오를 갖추고 작품성만 충분하면 한국식 라노벨도 마냥 환상은 아니란 것이다.
4.3.1. 위 문단의 의견이 가지는 한계
한국적인 라이트노벨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질 때 ‘한국적 소재’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말이 ‘한국적 정서’다. 대개 ‘한국적 소재’ 열거하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대부분의 국산 라이트노벨이 ‘일본적 정서’를 담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인만의 정서를 담아야 진정한 한국적 라이트노벨이 완성된다고 주장할 때 사용되는 단어다.
그런데 사실 이건 ‘한국적 소재’를 발굴해서 집어넣으면 한국적 라이트노벨이 완성될 거라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한국적 정서’라는 개념 자체가 ‘일본적 정서’라는 애매한 개념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더욱 애매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적 라이트노벨’에 관한 담론에서는 그렇다.
흔히 라이트노벨에 대해서 말할 때 사용되는 ‘일본적 정서’는 사실 보편적인 일본인의 국민적 정서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실제 일본인한테 이런게 일본적 정서냐고 보여주면 어이없어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라이트노벨에서 ‘일본적 정서’를 느꼈다는 말은 단순히 오타쿠적인 코드에 어색함이나 반감을 느꼈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도 그런 코드가 드러나는 작품들을 멀리 하던 사람들이 그와 같은 허구의 ‘일본적 정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간혹 그런 작품들을 즐겨보던 사람들도 그런 코드를 캐치해서 지적하는 것이다.
크로이츠(최지인) - 《내가 읽고 싶은 '한국적' 라이트노벨 #2: 한국적 학원물 편》
근본적으로 예시로 든 작품들은 매체 자체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대중성 면에서 비교가 불가능하다. 일본에서조차도 라이트 노벨의 대중성은 드라마나 영화 같은 다른 매체보다 떨어지는 편이며, 일본의 것을 따온 한국은 그 차이가 훨씬 심하다. 게다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일본 라이트노벨의 일본적 정서 역시 대개는 오타쿠 문화와 접점이 있는 특유의 코드와 클리셰를 뜻하는 경우가 흔한 편이고 이것을 온전히 일본의 일상적 정서나 문화라고 보기는 어렵다.그런데 사실 이건 ‘한국적 소재’를 발굴해서 집어넣으면 한국적 라이트노벨이 완성될 거라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한국적 정서’라는 개념 자체가 ‘일본적 정서’라는 애매한 개념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더욱 애매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적 라이트노벨’에 관한 담론에서는 그렇다.
흔히 라이트노벨에 대해서 말할 때 사용되는 ‘일본적 정서’는 사실 보편적인 일본인의 국민적 정서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실제 일본인한테 이런게 일본적 정서냐고 보여주면 어이없어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라이트노벨에서 ‘일본적 정서’를 느꼈다는 말은 단순히 오타쿠적인 코드에 어색함이나 반감을 느꼈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도 그런 코드가 드러나는 작품들을 멀리 하던 사람들이 그와 같은 허구의 ‘일본적 정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간혹 그런 작품들을 즐겨보던 사람들도 그런 코드를 캐치해서 지적하는 것이다.
크로이츠(최지인) - 《내가 읽고 싶은 '한국적' 라이트노벨 #2: 한국적 학원물 편》
그리고 과연 위에서 언급한 대중 매체와 라이트 노벨을 1:1로 대입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존재한다. 같은 논리라면 모든 일본의 대중매체도 일본 라이트 노벨로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애초에 가정 자체가 잘못됐다. 물론, 라이트 노벨은 워낙 두루뭉술한 장르 개념이기에 예시를 든 작품의 시나리오를 라이트 노벨 판본으로 내면 라이트 노벨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당장 명작 판타지 소설로 꼽히는 《드래곤 라자》와 《룬의 아이들》이 라이트 노벨 판본으로 일본에 출간된 예시도 있고. 그러나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의 대중 매체를 라이트 노벨에 도입하면 흥할 것이다'리는 가정 식의 주장은 2000년대 후반 라이트 노벨이 한국에 처음 들어왔던 시절 한국형 라이트 노벨 담론에 대해 '한국 전통적 요소를 넣으면 일본의 것과 차별화될 것이다' 라며 독자들이 공허하게 벌였던 탁상공론과 별 다를 바 없다. '대중매체의 라이트 노벨화' 혹은 '대중매체의 수준높은 스토리텔링의 라이트 노벨화'는 말은 그럴싸해도 당장 위에 예시로 든 대중매체를 선호하지 않거나 접점이 거의 없을(독자층과 소비 성향이 거의 겹치는) 라이트 노벨 작가층이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10] 2010년대 한국에서 출간되는 라이트 노벨들이 한국의 완성도 있는 대중매체를 본받고는 있는지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가령 원작 드라마의 존재를 논외로 두고 《별에서 온 그대》와 완전히 동일한 스토리의 라이트 노벨이 나온다고 해도 라노벨이 드라마처럼 대히트를 할 가능성은 훨씬 낮을 것이다. 그런 시나리오가 라이트 노벨의 주 소비층에게 어필할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이와 같은 가정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더군다나 명작 판타지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은 모두 검증된 작가가 스토리텔링을 맡는 반면, 한국의 라이트 노벨은 그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생산될 만큼의 인력 풀이 없으며 전반적인 작가 역량도 뒤떨어지는 편이다.
2010년도 초반, 라이트 노벨계의 작품의 질이 점점 나아지리란 기대와는 반대로 한국 라이트 노벨 시장은 위축되고 작품의 질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다가 끝내 2010년대 후반 이후로 완전히 몰락했다. 반대로 위의 예시를 든 작품들은 한국의 문화 풍토 묘사뿐 아니라 기본적인 스토리텔링의 완성도부터 매우 우수하고 라이트 노벨보다 접근성도 좋고 대중성도 높은 매체를 통해 소비되었다. 그 작품들을 두고 한국 라이트 노벨이 본받아야 할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그런 명작들이 라이트 노벨로 그대로 전이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일본 라이트 노벨을 그대로 전이하면 흥할 것이라고 생각한 초창기 업계인들과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관점을 무시하고 라이트 노벨의 가능성에만 집중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5. 2020년대 이후의 관점: 변화한 라이트 노벨 업계와 성장한 독자들
위 주장이 나왔던 2010년대 초반과는 달리 2020년대 이후에 접어들면서 일본에서 소설가가 되자와 일본식 이세계물, 추방물, 악역 영애물 등 서양 판타지 계열 라이트 노벨과 인터넷 소설의 서적화가 유행하고 버츄얼 유튜버와 모바일 게임 등 다른 매체가 오덕계의 주류로 떠오르고 라이트 노벨은 오덕계의 비주류 매체로 추락하고 주요 독자층의 연령대가 상승하면서 당시 논쟁에서 전제하거나 정의한 전제 조건의 상당수가 당시 논쟁의 현실과 맞지 않게 되었다. 정확히는 일본 오타쿠 문화에 큰 거부감을 가지지 않거나 오히려 호의를 보이는 한국의 1980~90년대생들이 사회인이 되고 구매력을 가지게 되면서 시장 상황이 변화하게 된 것.5.1. 라노벨 주요 독자층의 연령대 상승
한국적 라이트노벨 담론이 크게 돌았던 200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까지는 10대~20대 초반의 청소년, 청년 계층이 라이트노벨의 주요 소비 대상으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상술한 대상이던 청소년층이라 할 수 있는, 2000년대~2010년대 초 라이트 노벨을 읽던 독자층이 자라서 사회인이 되면서 2020년대 이후의 라노벨 시장 주요 독자는 통념과는 달리 한일 상관없이 2030 성인 독자층으로 이동하였다.2023년 11월 일본 주간문춘에서 이를 분석했는데 주간문춘에 따르면 라노베 시장은 2016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7년 전 대비 반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노베를 읽기 시작하는 중학생 독자들은 라노베보다 아동문학이나 라이트 문예를 선호하고 있다. 라노베의 주 소비층이었던 여고생은 완전히 이탈했고, 남중생도 거의 이탈했다. 남고생은 라노베를 읽기 시작하지만, 현재의 라노베 주류와는 거리가 있다. 라노베를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은 대부분 30, 40대이지만, 그들의 독서량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고 있다. 즉 결론은 라노베 읽는 중고생이 줄었고, 라노베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중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출처, 번역
2010년대 중반 이후 일본 라이트노벨의 주요 독자들이 과거와는 달리 학생이 아닌 사회인이 주류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령 '평범한 사축 직장인이던 주인공이 모종의 이유로 이세계로 넘어가게 된다'는 골자의 작품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는 등, 라노벨 주인공으로 성인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라노벨 시장, 10년 동안 독자층은 어떻게 변했나?
5.2. 유행 장르의 변화와 신전기, 청춘물에만 국한된 장르 논의
신전기나 청춘물이 주류였던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과는 달리 2010년대 후반에는 양판소를 연상시키는 서양 판타지 배경의 일본식 이세계물, 악역 영애물, 추방물이 주류 장르로 떠올랐다.[11] 반면에 한국적 라이트 노벨 담론이 2010년도 후반에 끊김에 따라 담론 역시 청춘물, 신전기와 한국적 소재의 접합에만 머물러 있었다.심지어 2010년대 초에 유행했던 또 다른 장르인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낙제 기사의 영웅담 등으로 대표되는 학원 배틀물은 양산형 뽕빨물, 하렘물, 미소녀물 성향이 짙다는 이유로 한국적 라노벨의 대상으로 논의조차 되지도 않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유행하는 일본식 이세계물은 사실상 대여점 양판소와 차이가 없으며, 2010년대 초반 논의가 한창 진행되었던 당시에도 제로의 사역마, 델피니아 전기, 늑대와 향신료, 성각의 용기사, 전설의 용자의 전설, 소드 아트 온라인, 액셀 월드 같은 일본 판타지 소설이 라노벨로 나오고 있었지만, 이에 대응했던 한국 판타지 소설과 대여점 양판소, 게임 판타지 소설은 저급하다거나 라노벨이 아니라고 여겨져 서양 판타지, 게임 판타지 장르와 라노벨의 접합은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었는데도 한국적 라노벨의 논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저 일부의 룬의 아이들도 라노벨로 출판되면 라노벨이다 라는 형식적인 주장에만 그쳤을 뿐이다.
모에속성과 미소녀, 하렘물이 라이트 노벨의 전부는 아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라이트 노벨은 실질적으로 오타쿠를 타겟으로 모에속성, 미소녀, 하렘물 요소를 넣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한국적 라노벨 담론에서는 지나치게 과도할 정도로 모에요소와 양산형을 배척하고 라노벨의 다양성과 작품성, 한국 문화와의 접목만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결국 90년대 신무협[12]처럼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내는 데 실패하고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90년대 신무협은 그래도 태극문, 대도오라는 걸작이라도 남겼지 한국적 라이트 노벨 논쟁은 아무런 결과물도 남기지 못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의 소모적인 키보드 배틀로 이어지다 국산 라이트 노벨의 몰락과 함께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당시 한국적 라노벨 논의 자체가 표면적으로는 상기한 것처럼 '라노벨의 범위는 넓다, 라노벨은 오타쿠 미소녀물의 통칭이 아니다'면서 라노벨은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며 거기에 한국적 소재를 접합하면 한국적 라노벨이라 떠들어댔지만 실상은 다양한 장르가 아니라 신전기, 청춘물 같은 매우 좁은 장르만, 특히나 당시 시드노벨, 노블엔진 게시판에 있던 극히 일부 한국적 라노벨 논의자들이 선호하던 특정 취향과 장르만 언급되었다. 실제로 2007년 당시에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나 작안의 샤나 같은 작품들이 일본 라이트노벨의 주류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당시에 웹상에서는 라이트노벨=신전기/청춘물 취급을 받았었고, 결국 그 시기 한국적 라노벨 논쟁은 말이 한국적 라이트 노벨이지 사실상 한국적 신전기/한국적 청춘 러브 코미디 논쟁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특정 장르에만 국한된 인터넷 키보드 배틀에 가까운 소모적 논쟁과 토론에 가까웠다는 것이 현실이었던 것이다.
당연하지만 신전기와 청춘물, 일상과 혼재하는 비일상적인 판타지 이야기만 라노벨이 아니다. 이는 실제로 2020년대 이후 등장한, 한국적 라노벨이라 할 수 있는 캐빨물이 청춘물, 신전기가 아니라 일본식 이세계물에서 유래된 용사물, 추방물과 학원 배틀물과 유사한 아카데미물이 주류라는 데서 알 수 있다. 실제 한국적 라노벨로 나타난 장르는 담론에서 논의되던 신전기, 청춘물이 아니라 담론에서 배척하던 학원 배틀물과 일본식 이세계물이었던 것이다.
5.3. 오타쿠들의 소비 매체 다변화
라이트 노벨이 오덕계의 주류 매체였으며, 대부분의 오타쿠가 라이트 노벨을 소비했던 2010년대 초반과는 다르게 2020년대에는 원신, 블루 아카이브,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의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과 hololive 같은 버츄얼 유튜버가 오덕계의 주류 매체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버튜버, 모바일 게임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라이트 노벨은 오덕계에서조차 비주류 매체로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였다. 2020년대의 오타쿠들은 라이트 노벨보다는 모바일 게임, 버츄얼 유튜버를 더욱 선호하며 버튜버와 모바일 게임을 소비한다.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나 일본에서나 라이트 노벨에 대한 관심은 2010년대 초반보다 상대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거기에 후술하겠지만 2020년도 이후 국내 오덕계에서는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 자체가 몰락하면서 소수의 마니아층을 제외하면 라이트 노벨 자체가 국내에서는 완전한 논외 장르로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적 라이트 노벨을 만들자고 해봤자 큰 호응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한국형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은 이미 에픽세븐, 승리의 여신: 니케, 블루 아카이브 등으로 성공적인 상업적 성과를 거둬서 더욱 그렇다. 블루 아카이브와 승리의 여신: 니케 같은 경우는 아예 오타쿠 문화의 본토인 일본에서도 유의미한 상업적 성과를 거뒀을 정도이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오타쿠 문화와 왜색에 대한 방어 논리를 기반에 둔 것이나 다름없던, 시드노벨을 위시한 해당 한국적 라이트노벨 논란이 무색하게 2020년도에는 블루 아카이브 같이 아예 일본식 명칭과 세계관을 차용한 작품이 한국 개발사에서 만들어져서 한국은 물론, 역으로 일본에서도 대히트를 하거나 여러 한국 국적의 버츄얼 유튜버가 일본식 이름으로 활동하는 등. 서브컬쳐에 호의를 보이는 부류의 향유자와 창작자를 중심으로 문화의 방어가 아닌 적극적 수용과 재창작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마치 중국을 배경으로 하던 조선시대 고전 소설처럼 창작자들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준, 오타쿠 문화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을 추종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단 한국 컨텐츠 뿐 아니라 소녀전선, 원신 같은 중국 창작물들도 일본 성우나 일본식 인명을 적극 차용하고 있다. 초창기 미국과 일본의 것을 추종하고 본따던 한국 아이돌을 위시한 케이팝 시장이 2020년대 들어서는 누가 봐도 한국적인 컨텐츠로 평가받으면서도 세계적인 입지를 지니며 역으로 아이돌 종주국이던 일본 시장까지 잡아먹었듯이, 이런 창작 과정이 이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국가색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5.4. 한국적 콘텐츠의 완성과 한국적 담론에 대한 적대감, 피로감의 확산
한국적 라노벨 담론의 배경이었던 2000년대~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자국 혐오보다는 국수주의, 민족주의, 국뽕 정서가 대세였다. 2000년대~2010년대 초반에는 국산 라이트 노벨뿐만 아니라 창작문화계 전반에 걸쳐서 '한국적/한국형'을 고집하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만연해 있었다. 노벨상 컴플렉스와도 유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2000년대는 오랫동안 장르문학이나 만화, 게임 등을 천시하던 풍토가 이어져서 사실상 황폐화되어 있던 한국 서브컬처 시장에 서양/일본을 위시한 외산 창작물을 밑거름삼아 토양이 다져지는 시기였지만 상술한 하이텔 한국적 판타지 논쟁처럼 외산 컨텐츠에 대한 배타적, 방어적인 여론 역시 적지 않았다.그래서 그 당시에는 온라인 게임에서조차 서양 판타지풍의 설정과 캐릭터가 나온다고 한국적이지 않다며 비난을 받는 일이 많았다. 특히 왜색이라며 일본 문화나 일본의 영향을 배척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2000년대~2010년대 초반에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일본 서브컬처를 즐기는 오타쿠층마저 국산 창작물에 모에속성, 모에 그림 같은 일본 문화의 영향이 조금만 드러나더라도 왜색이라며 탐탁지 않게 여겼다. 츤데레의 순화어로 흥헤롱, 새침부끄 따위의 신조어를 만들고 모에 그림을 적대시한 것도 당시에는 왜색에 대해 적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외국에서 유입된 비디오 게임, 판타지 소설, 라이트 노벨 등의 외국 유입 문화에 대한 민족주의적인 반감에서 한국적 담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많았다.
2000년대 ~ 2010년대 초반은 한국 문화 산업과 국산 서브컬처 산업의 과도기였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 경제는 외형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한국 문화 산업을 포함한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의 경제력과 하드 파워를 따라오지 못하고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문화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일본, 서구권처럼 한국적 전통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세계에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2010년대 초반까지 한국적 담론의 주요 논지였다. 이 당시 국산 라이트 노벨은 국수주의, 애국 마케팅에 일정 부분 의존하기도 했다. 국산 서브컬처 발전을 위해서 독자들이 국산 라이트 노벨을 구매해야 한다는 주장이 종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호응을 얻었던 이유는 당시에는 민족주의 정서가 대세였기 때문이었다.
2010년대 중반에 들어 한국적 라노벨 관련 논의는 사실상 '한국적 라노벨 무용론(아카이브)' 쪽에 가까운 편이다. 시드노벨이 창간되기 이전부터 이어진 밑도 끝도 없고 답도 보이지 않는 논의에 피로감을 느껴 해당 담론 자체에 적대감을 품는 독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위 링크의 게시글처럼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는 이들조차 "한국산 라이트 노벨의 창작 스타일들이 자연스럽게 축적되어 나타나게 될 양식이 곧 한국적 라이트 노벨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임시로 내렸다. 일견 무책임한 결론이기도 하지만 앞서 서술되었듯이 한국적/한국형+라이트 노벨이라는 애매한 개념이 중첩된 논의인지라 처음부터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오는 게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그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논의하나 마나다.
하지만 한국적 담론을 둘러싼 이러한 상황은 2010년대 후반 이후로 달라졌다. 2010년대 후반 이후 한류와 K-POP, 한국 영화, e스포츠, 한국 드라마, 웹툰, 웹소설 등의 한국 문화 산업이 2010년대 전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자국 혐오 정서가 사회에 만연해지면서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대세였던 한국적 담론에 대해 소비자들은 점차 피로감을 느끼며 한국적 담론 자체를 적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반대급부로 왜색이라며 거부하던 모에요소, 모에 그림 같은 일본 문화 차용에는 관용적으로 변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이는 한국적인 요소를 집어넣는다고 해서 그 창작물이 반드시 한국적인 창작물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한국적인 것이라는 개념은 철저히 한국 전통 문화만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적 담론이 논의되던 시절 제대로 대안이 등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201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의 문화 산업이 성장하면서 등장한 K-POP, 영화, 드라마로 대표되는 한국적 문화는 기존 한국적 담론에서 논의되던 한국 전통 문화가 아닌 한국 현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 콘텐츠였고, 이러한 2020년대 이후 한국적 현대 문화 콘텐츠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한국의 문화 산업과 소프트 파워 역량이 급상승, 2010년대 초반에 제기됐던 한국적 콘텐츠 담론을 사실상 종결하였다. 이러한 현대 한국의 이미지를 이제는 역으로 외국 기업에서 수용하여 프로게이머 캐릭터인 오버워치의 D.Va와 K-POP 걸그룹 캐릭터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K/DA가 등장하고, 이러한 캐릭터들이 한국적이라며 국내 게이머에게 찬사받는 사례까지 등장하였다.
심지어 한국적 라이트노벨 논란 당시에 집착하던 전통 문화 역시 한국의 문화 컨텐츠가 세계적 영향력을 획득하면서 자연스럽게 거론되고 주목을 받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통해 한국의 전통의상. 특히 갓, 전립을 위시한 전통 모자가 해외에서 매력적인 요소로써 어필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런 흐름이 원인인지 중국의 한복 왜곡 논란을 통해 중국이 한국 복식을 위시한 한국 문화를 예속화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07년 당시에 소재 찾기에 집착하며 거론되던 전통문화 요소조차도 훌륭한 컨텐츠가 뒷받침되어야만 빛이 난다는 것을 증명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헬조선 담론으로 자국 혐오 정서가 확산되고 국수주의, 민족주의가 위축되면서 한국적 담론에 대한 피로감을 넘어 적대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적대감은 클로저스 티나 성우 교체 논란, 소녀전선 K7 업데이트 연기 논란 등 오덕계에서 일어난 일련의 젠더 갈등 상황에서 와이토레케, 인간실격, 서시현, 류호성 등 다수의 한국 라이트 노벨 작가들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욱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한국적 라노벨과는 반대로 국산 서브컬처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모두 맞물리면서 201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는 한국적 담론 자체를 수용자층에서 배척하기 시작하였고, 한국적 담론 자체도 2010년대 후반에 등장한 한국적 현대 문화 콘텐츠들의 흥행으로 사실상 종결되어버리면서 2020년대 이후 한국적 담론은 사실상 사장되었다. 이미 2020년대 이후에는 K-POP으로 대표되는 한국적 대중문화, 서브컬처의 구축이 완료되었기 때문이다. 후술하겠지만 한국적 라노벨 역시 2020년대 이후 캐빨물의 형태로 사실상 완성되었다.
수용자들 자체가 한국적 담론에 대해 적대감을 느끼고 이미 K-POP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적 문화 콘텐츠가 완성되어 한국적 담론 자체가 사장된 2020년대 이후의 환경에서 과거와 같이 한국적 라이트 노벨 담론이 다시 호응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5.5. 국산 라이트 노벨, 한국 라이트 노벨 시장의 몰락
라이트 노벨이 유행했던 2010년대 초반과는 달리 2014년의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할인이 대폭 줄어들고 웹소설이 부상하면서 점차 위축되던 한국 라이트 노벨 시장은 2018년 소설 속 엑스트라 유행 이후 국내 웹소설에서 라이트 노벨과 유사한 캐빨물 유행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몰락하게 되었다.국산 라이트 노벨은 아예 몰락하였고, 일본의 것을 수입해서 판매하던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도 한국에도 잘 알려져서 어느 정도 팬덤이 형성된 소드 아트 온라인, 무직전생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 같은 극소수의 인기작을 제외하면 애니화된 작품조차 정발이 중단되는 등, 사실상 소수의 마니아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외면받을 정도로 몰락하였다. 한국적 라이트 노벨을 아무리 논의해봤자, 해당 담론을 수용할 시장이 없다면 무의미한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이다.
5.6. 국산 캐빨물 웹소설의 주류화와 국내 라이트 노벨 대체
후술하겠지만 2020년도 이후에는 라이트 노벨적 감성인 모에속성, 미소녀 등을 차용하고 한국적 장르인 헌터물 등을 접목한 캐빨물이 국산 남성향 웹소설의 주류 유행 중 하나로 자리잡은 상태이다. 사실상 한국적 라이트 노벨이 캐빨물 웹소설의 형태로 정립된 이상, 한국적 라이트 노벨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으로 변했다.5.6.1. 2010년대 이후: 웹소설의 부상
가장 중요한 사실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시드노벨, 노블엔진으로 대표되는 국산 라이트 노벨이 완전히 몰락했다는 사실이다. 논쟁과는 관련없이 한국적 라이트 노벨 담론을 수용해야 할 국산 라이트 노벨 자체가 몰락한 시점에서 한국적 라이트 노벨 담론은 사실상 탁상공론의 영역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이후 201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 한국 판타지 소설 업계가 레이드물 등으로 결실을 맺은 한국형 판타지 장르로 포진한 웹소설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해 도서대여점을 완전히 대체한 건 물론, 도서대여점 시대의 전성기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받는 것과 다르게 국산 라이트 노벨 업계는 웹소설을 통한 기존 장르소설들의 부활 이후 주류에서 밀려나게 되면서 완전히 몰락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 라이트 노벨 레이블들은 웹소설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웹소설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처럼 일본 라이트 노벨 요소를 차용하는 게 아닌, 레이드물 같은 국산 판타지 소설의 요소를 도입한 국산 라이트 노벨들이 등장했다.[13] 이런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기본 베이스가 라노벨이라 수요에 한계가 있었고, 아예 라노벨에 한국 판타지 소설의 소재를 넣는 게 아니라, 역으로 한국 판타지 소설에 라노벨적인 요소를 넣으려는 시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에도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14], 장르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모에요소를 조금만 드러내도 왜색이라며 경기를 일으키는 독자가 많았기에 극소수 작품에서 시도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판타지 소설은 현실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기에 캐릭터성을 부여할 때 독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가 무협이나 현대 판타지보단 높아 온갖 화려한 개성이 들어간 캐릭터, 학원물적 성격이 강한 마법 아카데미 등이 적지 않게 등장했지만 이도 조금만 삐끗하면 바로 혹평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오히려 작가의 능력 부족으로 캐릭터를 몰개성하게 구현했을 때 왜색이 없다며 캐릭터에 대한 별다른 비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2018년 소설 속 엑스트라가 등장하며 상황은 완전히 뒤바뀐다.
5.6.2. 2018년 이후: 캐빨물 웹소설의 등장
그런데 2010년대 들어 일본 서브컬처에 익숙한 세대(80년대 중후반~90년대생)가 성장해 구매력을 가지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해당 세대는 소위 왜색이라 불리던 라노벨적 요소에 대해 둔감하거나 오히려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 대여점 시장을 통해 한국 판타지 소설에도 익숙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성인이 된 이들에게 어린 청소년이 학원에서 무쌍을 찍는 라노벨은 슬슬 공감이 안 가거나 유치해지기 시작했고, 그런 상황에서 라노벨적인 요소가 들어간 한국 판타지 소설은 좋은 대체재가 될 수 있었다.때문에 이들의 구매력이 웹소설 시장에 추가된 이후 소설 속 엑스트라의 메가히트를 기점으로 라이트 노벨처럼 캐릭터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아카데미물 유행이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캐빨물' 웹소설들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자신감이 붙은 작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라노벨적 요소를 차용하게 되면서 실험적이었던 요소들이 점점 자연스러운 요소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그 예 중 하나로 예전엔 소설 표지에 무조건 극화체에 가깝게 그린 인물을 그려넣고 만화 캐릭터 같은 인물을 그릴 바엔 그냥 아무것도 안 그리고 마법진 같은 문양만 넣는 게 선호됐는데, 이제는 모에 캐릭터 수준은 아닐지언정 2D 일러스트 캐릭터를 그려넣은 표지가 매우 흔해지게 되었다.[15] 또한 일부 작품에서만 시도되던 캐릭터 일러스트도 웹소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마왕은 학원에 간다》, 《헌터 아카데미의 최강투신》, 《빌어먹을 환생》처럼 작중에 라노벨과 유사하게 흑백 삽화를 삽입하는 작품들도 등장하였다.
그리고 학원물은커녕 판타지 배경에서 마법 아카데미 파트가 좀 길어지거나 경우에 따라 그냥 나오기만 해도 온갖 혹평이 쏟아지던 문피아에서, 학원물 설정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소설 속 엑스트라》가 대히트를 치면서 이제 라노벨적인 판타지 소설도 먹힌다는 걸 완벽하게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예전이었다면 온갖 설정으로 우회해서 써야 겨우 욕이나 덜 먹었을 라노벨적인 판타지 소설이 장기간 1위를 차지한다는 건 감히 상상도 못했을 텐데 말이다. 가히 놀라운 트렌드의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다만 날것 그대로의 일본식 모에 캐릭터가 나온다거나 하면 독자들이 큰 거부감을 드러내는 건 여전하다. 윗세대는 원래 싫어했고, 아랫세대 역시 '일본의 라노벨'은 좋아하더라도 '일본 라노벨 냄새 나는 한국 판타지 소설'은 "한국인이 무슨 저렇게 행동하냐"는 등 현실과 픽션의 괴리가 극심하게 느껴져서 싫어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 판타지 소설에 허용되는 라노벨적 요소란 '현실적인' 베이스 위에 '라노벨적인' 양념을 뿌린 형태라 볼 수 있다. 그 선이 예전엔 극미량을 넣기도 힘들었다면, 이제는 좀 팍팍 뿌려도 독자들이 맛있게 읽을 수 있는 정도가 됐다고 보면 된다.
결론적으로 한국형 라이트 노벨이란, 이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던 당시에 기대했던 한국적 신전기 또는 한국적 청춘물의 형태는 아니겠으나 일본의 라이트 노벨적 요소가 한국의 판타지 소설에 흡수되는, 소위 말하는 캐빨물의 형태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판타지 소설은 판타지 소설일 뿐 라노벨이라 하긴 애매한 면이 적지 않고 따라서 독자층이 100% 겹치지도 않기에 이에 대한 논의가 완전히 끝났다곤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일본적인' 라노벨은 그냥 일본 라노벨을 읽는 게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많아졌고, 과거의 라노벨 독자 상당수가 웹소설로 대체재를 찾는데 성공하면서 이제 "굳이?"라는 반응이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일본에서도 라이트 노벨과 판타지 소설의 경계가 상당히 흐린 편이라 상술했듯 《룬의 아이들》이나 《드래곤 라자》가 일본식 모에 스타일 일러스트를 달고 라이트 노벨 판본으로 일본에 출간되기도 했고, 한국 판타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슬레이어즈》만 해도 라이트 노벨 판본으로 나온 작품이다. 판타지소설 《로도스도 전기》도 2020년도까지도 일본과 한국의 판타지, 라이트노벨, 만화 등의 장르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판타지 소설들이 라이트 노벨의 색깔을 지니게 됨으로써 한국형 라이트 노벨의 이상적인 형태 중 하나가 판타지 소설 장르 안에서 완성되어 가고 있다고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당장 2000년대 시드노벨이 집착하던 (타입문 작품군이나 《부기팝 시리즈》, 《작안의 샤나》 등을 위시한) 일본식 신전기물은 라이트 노벨 레이블 형성 이전에도 한국 판타지계에서 《부서진 세계》, 《스트레이》 등의 작품으로 이미 시도되고 있었으나, 일본에서도 러브 코미디-학원 배틀물-일본식 이세계물의 유행 속에 신전기의 인기가 점차 떨어져가면서 이런 시도들은 한국 판타지 독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도태되었고, 신전기와 어반 판타지, 게임 판타지 등의 여러 장르들의 DNA들이 현대 이능력물을 통해 조금씩 양판소에 흡수되는 형태로 현대물, 레이드물의 형태가 되면서 일부 작품에서 라이트 노벨적인 감성이나마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라이트 노벨이 출범했을 당시 독자들이 바라오던 만화화나 애니화 같은 미디어 믹스화 역시 헌터물 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의 경우 이미 웹툰으로 만들어져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서구권에서 애니화 운동까지 열리게 될 정도로 수요도 생겨나자 결국 실제로 TVA 장편 애니화가 기획되는 등, 과거 라이트 노벨 팬덤이 그토록 바라던 소설의 미디어 믹스화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그밖에 일본식 이세계물과 한국식 이세계물의 요소들이 적당히 섞인 작품인 《이계 검왕 생존기》 같은 경우에도 애니화 기획이 확정된 상황. 나혼렙 이외에도 카카오웹툰과 네이버 웹툰의 양대 거대 플랫폼에서 웹소설 원작 웹툰이 활발하게 발매되고 있으며, 카카오웹툰은 아예 웹소설 원작 웹툰을 소설원작으로 따로 카테고리를 구분해놓고 노블코믹스라는 별도 브랜드까지 출범시키는 등 2020년 이후로 웹소설의 웹툰화는 웹툰 업계 전반에 완전히 정착한 상태이며, 일본 라이트 노벨이 하고 있는 역할을 국내에서는 아카데미물 등의 캐빨물 웹소설이 완전히 대체하였다. 이는 2020년대 이후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의 몰락으로 현실화되었다.
이렇듯 한국에서 라이트 노벨을 표방하는 소설이 극히 줄어들고 라노벨적 요소가 많은 작품도 굳이 라노벨이라 자칭하지 않고 웹소설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그 위상과 역할도 큰 차이가 없게 된 결과, 라이트 노벨은 일본의 장르소설을, 웹소설은 한국의 장르소설을 가리킨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국산 라이트 노벨은 거의 의미를 잃은 주제에 가깝다.
오히려 본고장인 일본의 라이트 노벨은 이고깽으로 대변되던 과거 한국 판타지 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구닥다리 설정을 대거 도입한 이세계물이 판치게 되면서 신전기, 학원 배틀물, 러브 코미디가 주류였던 예전 일본 라노벨 특유의 느낌을 상당수 잃게 되었다. 일본 이세계물 라노벨을 읽을 바엔 그냥 요즘 나오는 한국 판타지 소설을 읽어도 충분하게 된 것이다.[16] 물론 이세계물을 선호하는 독자층도 한국에 무시 못할 정도로 존재하기는 하지만[17], 과거 이고깽과 퓨전 판타지가 판쳤던 도서대여점 시절을 겪었던 독자층들은 오히려 이런 이세계물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세계물이 아닌 라노벨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수요가 있지만 이세계물의 파이가 워낙 커져서 이세계물이 아닌 라노벨을 원하는 독자층으로서는 점점 일본 라노벨을 찾아 읽을 이유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며, 그나마도 이세계물이 아닌 라이트 노벨을 원하는 독자층을 위해서는 라이트 문예라는 훌륭한 대체재가 존재하고 있다.[18] 일본 라노벨을 지향하는 한국 라노벨은 말할 것도 없고, 결국 수요 자체가 소멸해가는 한국형 라이트 노벨이란 웬만한 이변이 없는 이상 이제 의미를 잃은 주제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6. 최종 결론: 2020년대 이후 캐빨물로 정립된 한국적 라이트 노벨
2021년 이후 노벨피아에서 일본식 이세계물과 소설가가 되자의 영향을 받은 추방물, 용사물 비틀기 등의 일본식 이세계물 웹소설과 아카데미물, 캐빨물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노벨피아 한정으로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아카데미 창술사가 되었다》,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우리 집 메이드는 학교 제일의 미인입니다》 등으로 대표되는 웹소설보다는 라이트 노벨에 가까운 작품이 실시간으로 투고되고 괄목할만한 상업적 성과를 이끌어낸 건 물론, 라이트 노벨 태그를 단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노벨피아에서 소위 캐빨물 유행도 이끌고 있다.2020년대에 이르러 하렘물, 모에요소, 정실대전 등을 위주로 다루는 캐빨물 유행은 완전히 국산 남성향 웹소설 주류 유행 중 하나로 편입되었으며, 따라서 2020년대 이후에는 사실상 국산 캐빨물 웹소설이 국내 한정으로 라이트 노벨을 대체하며 주류화되었다. 캐빨물의 라이트 노벨 대체로 자연스럽게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은 사실상 몰락하였다. 이제 서사만으로는 캐빨물 웹소설과 라이트 노벨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 상술하듯 이런 서브컬처, 오타쿠 감성의 웹소설을 묶기 위해 캐빨물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할 정도이다.
시드노벨과 노블엔진이 시도했던 국산 라이트 노벨이 처참하게 실패한 이후 2021년, 마침내 노벨피아에서 탁상공론으로만 논의됐던 한국형 라이트 노벨이 현실화되었다고 평할 수 있다. 하지만 노벨피아의 라이트 노벨형 웹소설 작품들은 과거 시드노벨, 노블엔진의 계승이 아니라 소설가가 되자와 일본식 이세계물의 클리셰 위에 갑질, 사이다, 아카데미물 등의 한국 웹소설의 정서를 일부 받아들여 탄생한 작품군이다. 이는 노벨피아 비성인 작품의 주류가 과거 시드노벨, 노블엔진의 주력이었던 러브 코미디가 아니라 소설가가 되자와 국산 웹소설의 영향을 받은 추방물, 용사물 비틀기, 일본식 이세계물, 게임빙의물, 아카데미물, 유열물, 집착물, 후회물 등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2010년대 초반에 논의됐던 러브 코미디, 신전기, 라이트 문예 등의 장르와 시드노벨, 노블엔진 등 서적판을 중심으로 일본의 모에속성과 한국적 소재가 적절하게 융합된, 기존 팬덤에서 기대하던 이상적인 한국형 라이트 노벨의 모습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모습이며 과거 서적판 시드노벨, 노블엔진의 작품과 연관성도 없다. 하지만 러브 코미디, 신전기, 라이트 문예만이 라이트 노벨의 전부가 아니기에 소재 면에서 과거와 다르다고 해도 라노벨을 자칭하며 라노벨의 매력을 살린 작품은 충분히 라노벨이라 부를 수 있다.
거기에 국산 캐빨물 웹소설은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한국형 판타지 장르인 헌터물을 배경으로 하거나, 현대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수용하는 등 사실상 2000년대에 논의되던 한국 고유의 문화와 소재를 반영한 한국적 라이트 노벨의 모습을 그대로 현실화하였다. 노벨피아 간판작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의 배경은 현대 한국이며, 한국적 라노벨 담론에서 그토록 부르짖던 한국 현대 문화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표현된다.
물론 이런 작품들은 노벨피아 탄생 이후로 갑자기 나온 게 아니며, 기존부터 라노벨적 요소가 섞인 작품은 계속 시도되어왔고 노벨피아가 성공한 배경 역시 이런 노력들로 인해 시장에 수요가 형성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웹소설이 메인인 상황에서 몇몇 작품들이 일부 라노벨적 요소를 가지고 올라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라이트 노벨 태그를 달고 소재도 그에 맞춘 상업작품들이 최상위 인기작으로 흔하게 올라오는 유명 연재처는 노벨피아가 유일하다. 기존 라이트 노벨 팬덤이 그토록 바라던 유의미한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는 지속 가능한 국산 라이트 노벨 생태계의 구축이 노벨피아에서 현실화됐다고 할 수 있으며, 2020년대 이후로 캐빨물은 계속 유지·발전 중이기에 한국형 라이트 노벨이 캐빨물의 형태로 정립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2020년대 이후에는 애니화된 일본 라이트 노벨조차 국내 정발이 중단되고, 인기작이 아니라면 1년에 1~2권 간격으로 느리게 정발되는 등 사실상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 자체가 도서정가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포함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완전히 몰락하였으며, 그 수요를 노벨피아를 위시한 국산 캐빨물 웹소설이 흡수하여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을 대체하는데 성공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2000년대 과거 한국형 판타지 논쟁처럼 한국적 라이트 노벨 논쟁 역시 해당 담론이 의미를 잃은 2020년대에 접어들어서야 다른 방식으로 구현되면서 해결되었다.
7. 관련 문서
[1] 성상현 작가가 쓴 시드노벨 전쟁사 참고.[2] 동사무소, 공무원 시험 경쟁률, 수학의 정석, 서울시 내 여러 랜드마크와 같은 현대적인 한국적 소재와 한국 전래의 무속과 귀신을 버무렸다는 점에서.[3] 심지어 해당 논쟁의 중심에는 이영도, 이우혁, 김경진, 안병도 등, 1세대 판타지 소설이 부흥하던 시기에 PC통신에서 주로 활동하던 유명 장르소설 작가들이 있었다. 거기다 김경진 문서에서 서술되어 있지만 이영도가 김경진, 안병도에게 인신공격을 당해서 자리를 떠버리는 바람에 논쟁의 결말도 그리 깔끔하지 않았다.[4] 전격문고 편집장을 지냈던 미키 카즈마는 자기들이 출간하는 것들이 라이트 노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5] 설상가상으로 한국의 만화와 장르문학은 계보가 매우 불분명하다. 한국 만화는 만화 검열제와 정병섭군 자살사건 등 정부의 탄압으로 몰락했고, 장르문학은 딱히 젊은 작가들에게 롤모델이 될 만한 원로 작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장르문학계는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일본 작가들의 영향을 받고 있다.[6] 이영도는 2001년도의 논쟁에서 "미국은 유럽(의 문화와 문학적 요소 등)을 가져다 쓰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장르 판타지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7] 그나마 관련 평론에서 언급되는 사례가 《미얄의 추천》 정도이며, 작품성을 배제하고 단순 흥행작으로 기준을 확대해도 《나와 호랑이님》까지인데, 예시로 든 이들 작품이 라이트 노벨계에서 눈마새 수준의 롤모델인지에 대한 판단은 스스로 하자.[8] 《마음의 소리》나 《선천적 얼간이들》 같은 인기 웹툰들도 일본 애니메이션 패러디는 흔하게 사용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라이트 노벨이 지향하는 애니메이션 패러디는 예시로 든 웹툰과 같이 깨알같은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그들만의 리그를 고착화시키기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9] 최지인이 이글루스에서 유명한 리뷰어로 활동하던 시절에 올린 글을 보존한 것이다. 작가 등단 이후 원본이 올라온 작가 당사자의 이글루스는 폐쇄됐다.[10] 당장 현학적인 묘사와 미스터리 오컬트 드라마의 형식을 차용한 한국 라이트 노벨 《해한가》는 높은 평가와 별개로 라이트 노벨 주 독자층에게 외면당했다.[11] 연도별 국제 사이모에 리그 수상 캐릭터를 보면 장르의 변화가 눈에 띄는데, 2000년대 중후반에는 신전기물인 작안의 샤나의 히로인 샤나가 강세를 띠다가 2010년도 중반 들어서 이세계물인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의 히로인 렘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다.[12] 80년대 양산형 구무협에 대한 반동으로 작품성을 추구했던 무협 흐름이다.[13] 《탑클래스》, 《배드 엔딩 메이커》 등.[14] 한때 《묵향》, 《달빛조각사》 등과 함께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던 《비뢰도》를 예로 들면 다양한 캐릭터성을 부여한 등장인물들, 판타지의 아카데미를 무협식으로 치환한 천무학관 등 라노벨적 요소가 상당한 걸 알 수 있으며, 도서대여점 시절에도 《오라전대 피스메이커》나 《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였던 학교》 등 라이트 노벨과 비슷한 판타지 작품들이 출간되기도 하였다.[15] 심지어 표지만 모에계 일러스트로 바꿔서 라노벨 독자층을 노리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16] 레이드물 등 과거 2000년대 라이트 노벨의 주요 장르였던 현대 전기물의 유전자를 다소 이어받은 퓨전 장르가 국내에서 크게 인기를 끌면서 선택지가 넓어졌다.[17]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에 정말로 이세계물 수요가 하나도 없다면 일본 이세계물 작품들이 국내에 정발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18] 한국 라이트 노벨에서도 노블엔진 팝 등으로 라이트 문예를 시도했었으나,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여 웹소설에 흡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