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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와 윈스턴 처칠, 1912년. [1] | 영국 드라마 '남과 북'에서 나온 프록 코트. 배우는 존 쏜튼 역의 리처드 아미티지. |
신사용 대례복이자 정장. 길이는 무릎 정도까지 닿는다. 현대 프록 코트는 검은색을 중심으로 한 무채색이 가장 많지만, 현대 프록 코트의 정의가 확립되기 전이었던 20세기 이전에는 밝은 카키색 등을 쓰거나 체크무늬를 넣기도 하는 등 유행이나 개성에 따라 다르게 입었다.
옷의 구조는 더블 브레스트 형식으로, 단추를 닫지 않고 걸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닫아도 크게 상관은 없다. 추운 겨울이나 바람이 심하게 불 땐 단추를 닫고 입기도 했다.
남성용 정장 중에서 테일코트와 더불어 가장 높은 격식을 가진 옷이며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신사라면 반드시 입는 정장이었으나 이후에는 모닝 코트/드레스 코트(연미복)[2], 디렉터즈 수트/턱시도 등의 좀 더 편한 옷들에게 차츰 자리를 내주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행사나 공연을 위한 특별한 분장 혹은 개성적인 스타일을 위해 꾸미는 게 아니라면 입는 경우가 매우 적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도 그 압도적인 역사와 전통 덕분에 격식을 중시하는 유럽, 특히 서유럽에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입는다. 프록 코트는 현재 정장 위에 걸치는 겨울용 코트의 기원이 된 옷이기도 하며, 정장 자체로도 존재하고 있다.
현대의 클래식 정장, 즉 재킷 + 바지 + 넥타이 + 구두로 이루어진 세트는 에드워드 8세가 만든 것이다. 그 이전에는 프록 코트와 테일코트가 정장이었고 현대 클래식 정장은 승마복에 가까웠다.
프록 코트는 정장이며 따라서 실내에서 입어도 실례가 되지 않지만 보통은 야외에서 입는 옷이므로 구두, 바지, 실크 햇, 넥타이, 조끼[3]를 착용하고 그 위에 입고 지팡이 등을 소지한다.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코트는 정장을 입은 상태에서 몸의 따뜻함을 지키기 위해 재킷 위에 다시 입는 겉옷을 말하는데 프록 코트는 겉옷이 아니고 재킷에 해당한다. 즉 안에 테일러드 재킷 따위를 입고 그 위에 입는 것이 아니다. 현대에 테일코트를 입을 때 어떻게 입는지를 생각하면 된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테일코트가 프록 코트의 변형이다. 날씨가 많이 추울 경우에는 프록 코트나 테일코트 등의 정장을 입을 때 방한용으로는 위에 망토를 두르는 것이 기본이다. 겉옷도 있었지만 겉옷은 털 장식이 좀 과한(...) 모피 코트가 사용되었다.[4]
워낙 입지가 컸던 옷이기 때문에 근대 서양을 묘사하는 창작물에서 보통 귀족 남자는 프록 코트 차림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가 공산주의 진영의 프로파간다에서 부르주아들을 실크 햇을 쓴 채 프록 코트를 입고 거드름 피우고 있는 자들로 묘사한 것도 매우 유명하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런 복식을 접해 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옷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2010년대부터 개화기~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밀정이나 미스터 션샤인 같은 작품에서 등장한 덕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2. 역사
2.1. 기원
제일 오래된 코트는 타림 분지의 선주민들이 입고 있었던 복식이다. 타림 분지의 선주민들의 의복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이란계 유목민들이 코트를 자주 착용하고 다녔다. 그리고 고대 페르시아 제국에서도 병사와 귀족들이 코트를 자주 착용했다.2.2. 근세
17세기 ~ 18세기 쯤에 도입되어 바로크 시대 유럽 표준 남성용 정장이 된 쥐스토코르(justaucorps). |
2.3. 근대
정장형 | |
프록 코트 차림의 정장을 입은 조지 5세. 사진 왼쪽에 있는 남성. | 구한말의 정치인 김가진의 프록 코트 정장 차림을 찍은 사진.[7] |
군복형 | |
고종 황제의 프록 코트 정복 차림을 찍은 사진. | 19세기 군복, 그 중에서 정복의 모습을 간직한 프록 코트로써 최종 형태. 사진은 쇼와 덴노. |
군복으로서의 프록 코트를 상세히 설명한 글.
근대에 들어서 프록 코트는 정장계에서 빠질 수 없는 옷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당시 프록 코트는 신사의 정장 그 자체였기 때문에 현대까지도 여러가지 옷들의 기원이 되었다. 말을 탈 때나 실내 행사[8]에서는 의자에 앉을 때 불편했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움직이기 위하여 앞자락을 없애 버리고 만든 테일코트가 등장했다. 보다 편하고 디자인적으로 예쁜 데다 몸매가 날렵하게 보이는 테일코트는 프록 코트가 차지하던 예복의 자리를 점차 채워나가게 된다.
이 시절의 프록 코트는 있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의복이었으며 입지 않으면 하류층으로 분류될 정도였다. 일명 벨 에포크로 불리는 유럽의 전성기에 산업 혁명으로 값싸진 옷감을 구하지 못해 프록 코트 하나라도 만들어 입지 못하는 것은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던 노동자, 즉 저소득층 계층이었다. 나중에는 계급 간 문화적 위화감과 경제적 갈등의 상징으로써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에서 프로파간다로 쓰게 되었고 현실도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대한제국 시기인 1900년에 연미복과 함께 문관의 소례복으로 지정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대례복은 영국의 예복을 모방해 이각모와 자수문양을 놓은 예복이 지정되었다.
2.4. 현대
한국에서는 판매되지 않으나 옷 본을 따서 가져다주면 만들어줄지도 모른다.[9] 해외에서는 판매하는 곳이 있긴 하나 역시 이것도 많지는 않은 모양. 옷 자체가 역사가 깊고, 그 만큼 여러 곳이 손대어져 만들어진 대례복이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위엄이 압도적이고 일반 정장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거기에다가 격식있는 자리라면 실크 해트까지 쓰게 된다. 예복으로 입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10] 보통 프록 코트는 기성복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직접 맞춰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만큼 몸매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아무래도 예복이라서 분위기가 매우 무겁다. 키가 작거나, 마르거나, 혹은 얼굴이 너무 앳되어 보인다거나 헤어스타일이 너무 현대적이라면 오히려 프록 코트의 무게감에 눌려서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어깨가 넓고 다리가 긴 사람이 코디에 유리하다. 만일 몸이 다부지고 배가 좀 나온 몸매라면 테일코트가 어울리고 마른 체형이라면 턱시도가 낫다. 하지만 이름있는 양장점이라던가, 오랫동안 일해 온 전통있는 양장점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양장점 주인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므로 프록 코트 주인의 몸매를 고려하여 만들기 때문에, 입고 나면 별 다른 위화감없이 프록 코트의 멋만 살릴 수 있다. 물론 양장점에서 정장을 맞춰 입는다는 것 자체가 돈이 엄청나게 드는 것이므로 지갑 사정은 힘들어질 것이다. 단, 위에서 설명했듯 프록 코트는 외투가 아니다. 겨울용 반코트 같은 여러 코트의 길이가 무릎까지 온다고 이것이 프록 코트와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겨울에 극장 등의 실내에서 외투는 벗는 것이 예의이며 보통은 보관소에 맡기거나 하는데, 프록 코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현대로 오면서 프록 코트는 본래의 위치를 상실했고, 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테일코트가 대례복의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다. 하지만 테일코트도 현재에는 성악가나 결혼식의 신랑 등이 아니면 어지간하면 입지 않는다. 더 편한 턱시도에게 자리를 내주는 중.[11] 테일코트는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석간 행사에서 입는 테일코트는 이브닝 코트(석례복), 주간 행사에서 입는 테일코트는 모닝 코트(조례복)라고 한다. 이 둘은 허릿단 아래 잘린 모양새가 다르며 (모닝 코트의 경우 '컷어웨이'(Cutaway)라고도 한다) 안에 입는 넥타이나 드레스 셔츠, 바지 등등에서 보이는 코디 차이로 구분하고 보통 격식을 크게 따진다면 저녁시간의 실내 행사에서는 이브닝 코트만 허용되는 경향이 있다.[12] 자세한 것은 연미복 문서 참고. 프록 코트는 비록 그 역할을 상실했을지라도 프록 코트의 형태는 남아, 테일러드 재킷으로 대표되는 짧은 재킷이 등장한 이후에는 동계용 외투의 기원이 되었다. 보통 동코트, 롱코트라고 불리는 무릎 아래까지 오는 그레이트 코트(오버 코트)가 프록 코트에서 유래했다. 또한 함상에서 돛대를 오르고 갑판에서의 활동을 편하게 하기 위해 수병용 코트는 밑단이 없었는데, 여기서 피코트(Peacoat)가 유래되었고 참호가 물바다로 난리가 나 진창이 되거나, 비가 내릴 때에 입는 용도로 개량된 것이 트렌치 코트(Trenchcoat)이므로 사실상 프록 코트는 모든 코트의 원조인 셈이다.
3. 군복
초기 프록 코트 군복. 사진은 레드 코트. 재현배우들이 레드코트 리인액트먼트를 하는 모습이다. |
후기 프록 코트 군복. 이제는 전투복의 자리에서 물러나, 정복의 역할만 하게 된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에드워드 7세.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이 시절의 군복 정복은 예복과 별 차이가 없었다. |
프록 코트는 여러 곳에서 인기가 많았는데, 특히 군복으로 널리 애용되었다. 애초에 시작부터가 군복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과 패트리어트 등의 배경인 대항해시대의 해군 장교용 코트라든지, 영국 육군의 상징인 레드 코트 등은 전부 프록 코트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해군에서는 현지에서 작전 중에 기존 지휘관이 진급하게 된 경우, 하급자 중 최선임자에게 기존 지휘관이 임시계급을 부여하여 자기 직책을 대행하게 하면서 자기 프록코트를 그대로 넘겨주는 관행이 있었는데, 그로부터 이러한 행위 및 직책 계급장 개념을 가리키는 "Frocking"이라는 말이 탄생하기도 하였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면 동양에도 서구 제국주의의 영향력이 미치게 되면서 동서를 막론하고 군복의 예식복으로는 프록 코트를 사용하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였다. 메이지 유신 시절의 일본은 물론이고 개화기의 대한제국도 고종 황제 등의 예복은 프록 코트로 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일본 육군 사병용은 가쿠란의 원형이 되었다. 정확히는 19세기의 보편적인 신사용 약식 정장이었던 Sack Coat가 변형된 것인데, 군복에서 비롯된 것은 맞으나, 이는 Sack coat가 19세기 군복의 대세였던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Sack Coat는 맨 윗단추를 풀어 젖히고 넥타이를 드러낼 수도, 끝까지 채워 버릴 수도 있었는데, 주로 민간에선 윗단추를 풀었고 군대에선 다 채웠다. 이후 풀어 젖힌 형태가 그대로 고정된 게 현대의 서구식 정장 상의가 된다. 현대에도 한국,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 해군 장교/부사관 하정복은 흰색 가쿠란(하쿠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 프록 코트의 입지가 거의 사라지기 시작할 무렵에도 이런 디자인은 꽤 오래 계승되었다. 군복의 경우에는 20세기 초까지도 예복으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특히 전통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해군이 그러했다.[13] 프록 코트로 대표되는 예복 자체가 서양의 의복이라, 동양에서는 현대에 접어들면서 프록코트는 점차 사라졌어도 일부 병과의 정복(대표적으로 헌병 제복)에 그 흔적이 남았으며, 영국 등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에서는 여전히 제복으로 사용한다.
4. 주요 착용자
자세한 내용은 코트 문서 참고하십시오.일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만 이들 중의 일부는 프록 코트를 착용하고 있다.
5. 관련 문서
[1] 둘 다 당시에는 하원의원이었다.[2] 이하 해당 문서 안에서 테일코트로 명칭을 통일함.[3] 보통 '웨이스트 코트'라고 한다. 현대 정장용 조끼와는 다르게 옷깃도 달려 있고 여러 개의 단추로 장식되어 있다. 보통 격식을 차리지 않는 자리에서는 실내에서 드레스 셔츠 위에 이것만 입어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4] 일본 만화 원피스에서 크로커다일이 망토처럼 걸치는 그런 옷이었다.[5] 튀르크인들이 들어오기 전에는 복식 면에서 이슬람권도 중세 유럽과 딱히 다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고대 그리스, 로마풍의 튜닉을 입었다.[6] 참고로 이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옷을 동아시아에서는 '호복(胡服)'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다름 아닌 한복과 기모노의 조상이다. 즉, 서양의 정장과 동양의 한복, 기모노는 사실상 먼 친척인 셈이다.[7] 왼손에 든 모자는 페도라가 아닌 볼러다.[8] 극장, 연회, 무도회, 음악회 등.[9] 어느 양덕이 구글에서 구한 옷 본으로 만든적이 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첫번째 그림이 바로 옷 본. http://brassandmortar.com/frock-coat-progress/[10] 보통 드레스 코드는 보타이(보우 타이, 나비 넥타이)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드레스 셔츠나 넥타이만 제대로 착용하면 프록 코트를 입어도 된다.[11] 턱시도는 원래 격식있는 레스토랑이나 카지노 등에서 간단하게 입을 수 있는 용도의 준례복이었다. 턱시도는 입는 방법이 사실상 정장과 같아서 아마 정장이 사장되지 않는 한 프록 코트처럼 불편하다는 이유로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12] 보통 초청장의 드레스 코드에 '화이트(White)'가 써있으면 이브닝 코트를 입는게 원칙이지만 위에서도 말했듯 턱시도가 대세라...[13] 크릭스마리네, 영국 해군 뿐 아니라 미 해군도 1940년대까지 장교용 프록 코트 예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