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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시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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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008080> 프시케 (Psyche)
마음과 영혼의 여신
파일:external/www.victorianweb.org/1.jpg
그리스어 Ψυχή
라틴어 ANIMA
그리스어 로마자 표기 Psyche
1. 개요2. 어원3. 기원4. 행적5. 평가
5.1. 신화적 관점에서5.2. 클리셰 관점에서5.3. 알레고리 관점에서
6. 왜 제우스는 프시케를 넘보지 않았는가?7. 미술작품8. 대중매체
8.1.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8.2. 올림포스 가디언8.3.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8.4. 안데르센 이야기

1. 개요

과거 인간 왕족이었던 마음영혼여신.

다양한 미남미녀들이 등장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인간 시절 때도 사랑의 신을 한눈에 사로잡은 최고의 미녀였으며 여신이 되고 나서도 아프로디테 다음 급으로 아름다운 여신이다. 사랑의 신 에로스(큐피드)의 첫사랑이자 아내. 올림포스 12신 중 한 명이자 사랑아름다움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며느리다.

2. 어원

고전 그리스어 프쉬케를 영어로 읽으면 사이키(psyche)로, 'Psych-'가 접두사로 사용되는 ('정신' 의 의미) 단어들의 직접 어원. 큐피드라틴어식 발음은 "쿠피도(Cupido)"이며 이는 '사랑'이란 단어를 일컫는 보통 명사이기도 하다.

현대 그리스어로는 psychí로 읽는다. 라틴어로는 ANIMA(아니마)로 쓴다지만 로마인들도 이 인물을 이를 때에는 ANIMA보다는 '프시케'(Psyche)를 더 많이 썼다.

일반 명사로서의 프시케는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진다:

3. 기원

프시케의 이야기는 오리지널 그리스 신화 중에는 없고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고대 로마에서 서기 170년 경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Lucius Apuleius)가 쓴 《황금 당나귀》에서다. 도적 소굴에서 도적의 한패인 노파가 잡혀온 처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나온다.

<황금 당나귀>는 AD 2세기 무렵의 작품으로 신화가 만들어지기에는 이미 늦은 시대인데, 기원전 4세기 헬레니즘 시대의 조각에도 에로스와 프시케의 모습을 조각한 유물이 남아있어 아풀레이우스의 완전한 창작이라고만 보기는 힘들다. 아무래도 원전이 있긴 했는데, 아풀레이우스가 그대로 혹은 각색의 과정을 거져 자신의 소설에 기록했고, 헬레니즘 원전은 소실되어 아풀레이우스의 저작에만 전해지고 이것을 토머스 불핀치 등의 후대 작가가 그리스 신화에 맞춰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1] 때문에 보통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리스 신화가 로마 신화로 편입되는데, 프시케 설화는 정반대로 로마 신화가 그리스 신화로 편입된 특이한 케이스에 속한다.

4. 행적

프시케 설화는 당대에나 후대에나 최고의 인기를 끈 신화인 만큼 후대 사람들에 의해 다양하게 어레인지되어 이야기의 큰 줄기는 같아도 상당히 많은 전승과 판본에서 디테일은 조금씩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본 항목에서는 기원이 되는 《황금 당나귀》에서 서술된 설화를 기본으로 서술하고 바리에이션이나 신화적 해석에 대해서는 짧게 설명하도록 한다.

옛날 어느 왕국의 3녀 중 막내 공주 프시케는 신의 혈통을 잇지 않은 순수 인간 처녀임에도 굉장히 빼어나고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당대의 신화 세계관 최고의 절세미녀로서 명성이 자자했으며 인품도 선량하고 상냥했다. 모든 인간들은 아름다운 프시케를 찬탄하고 칭송하다 못해 현세에 출현한 영혼의 여신으로 받들었으며, 심지어 미의 신이 올륌푸스로 올라가 불멸을 얻은 형상은 아프로디테고 땅으로 내려와 인간이 볼 수 있는 형상을 한 것이 프시케라는 소문까지 나돌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볼 수 없는 여신인 아프로디테보다 자신들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인간 프시케를 더 좋아하여 아프로디테에게 올리는 제사를 게을리했고 신전을 갈 이유가 없어졌기에, 아프로디테의 신전은 향불이 꺼지고 기둥과 제단에는 거미줄이 쳐지고 먼지들이 쌓였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결국 분노했고, 신과 인간을 공평하게 사랑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신이자 아들인 에로스를 불러 '저 오만한 인간 여자에게 금 화살을 쏘아 세상에서 가장 비천하고 혐오스러우며 평생 공포에 시달리게 만들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벌을 내려라'라고 명한다. 천한 추남이나 못생긴 거지, 끔찍한 괴물 등 전승에 따라서 다르게 묘사되는데, 핵심은 '여자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정말 싫어할 만한 남자와 결혼하게 해 불행하게 만들고 프시케를 찬미의 대상에서 웃음거리로 만들어 몰락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프시케가 '직접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지만 그리스 신화의 관점으로 보면 사랑과 미의 여신인 자신에게 돌아와야 할 찬사를 멋대로 가로채고선 그걸 적극적으로 부정하지도 않고, 더구나 자신의 신전이 방치될 정도로 소극적이고 무심했던 것은 교만의 죄였다. 아프로디테에게 돌아갈 찬사를 자신이 받아 신전이 방치된 원인이자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 행동하지도 않았다. 아프로디테가 받아야 할 최고의 아름다움이라는 칭송을 받으면서도 그 결과가 어떻게 찾아올 것인지 두려워 하는 마음이 없었으니, 아프로디테를 두려워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2] 흥미로운 점은 아프로디테는 미의 여신으로서의 힘과 권능을 발휘해 반신도 아닌 평범한 인간인 프시케를 손쉽게 죽여버리거나 미모를 영원히 빼앗아 못생기고 추한 여자로 만들 수 있었음에도[3] 그러지는 않았는데, 프시케가 어쨌건 적극적으로 신의 권위를 부정한 것은 아니고 무관심 내지는 소극적인 정도였기에 직접적인 벌을 내릴 짓이라고 여기지 않은 것 같다. 거기다 프시케같이 젊고 아름다운 절세미녀가 요절해 버리면 인간들의 마음 속에 더더욱 우상화, 신격화되어서 더 골치 아파진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만물의 운명을 쥐어 흔들 수 있는 최고신 이상의 권위를 쥔 모이라이도 프시케의 최후를 아프로디테에 의한 파멸로 결정짓지 않았던 모양. 어찌되었거나 프시케 입장에서는 가히 천운을 타고난 셈이다.

그렇게 프시케가 잠든 침실에 들어온 에로스는 사랑을 샘솟게 하는 황금 화살촉으로 찌른 뒤 돌아와야 했지만, 반대로 화살촉에 자신이 찔리는 바람에 오히려 프시케를 사랑하고 말아 일이 틀어지고 만다. 전해지는 판본에 의하면,

1) <황금 당나귀>에서는 프시케를 보고 한 눈에 반한 에로스가 어머니의 명령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다 스스로에게 화살을 박아버렸다고 한다. #
2) 프시케의 미모에 놀라 화살을 손에 쥐고 넋을 잃다가 실수했다.
3) 프시케가 갑자기 눈을 뜨는 바람에 놀라서 실수했다.[4]
4) 프시케를 결혼시켜야 할 '끔찍한 최악의 남자'를 사랑의 신인 자신으로 해석했기에 스스로를 찔렀다는 전승도 있다.

원전이 아닌 토머스 불핀치를 필두로 한 그리스 신화에서는 이때 에로스가 프시케에게 반하고 나서 다른 이가 차지하지 못하도록 몇 가지 수작을 부려놨다고 한다. 에로스가 임무를 위해 금화살 외에도 아프로디테의 뜰에 샘솟는 단물과 쓴물을 담아 왔고, 프시케의 입술에 쓴물을 부어 이성의 사랑을 받을 수 없게 한 뒤 금화살로 찌르려 했으나 실수로 그 화살에 자신이 찔려 사랑에 빠진 에로스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단물을 부어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었다는 것. 이윤기는 에로스가 프시케의 이마에 단물을 부어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 대신 입술에는 쓴물을 부어 모두가 프시케를 아름답다고 여기기는 하나 사랑을 느끼게는 하지 못하게 했다고 정리했다. 보통 프시케의 입술의 아름다움을 훔치고 머리에 아름다움을 불어 넣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 쪽이든 에로스는 미의 신인 어머니 아프로디테를 비롯한 천상의 여신들을 수도 없이 봐 왔을 텐데, 그런 에로스를 넋이 나가게 만들 정도의 미모였다는 전승은 동일하다. 이때 사랑에 빠진 에로스순진무구한 아이에서 건장한 청년으로 모습이 성장했다고 해석된다. 옛 그리스 미술품이나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서양의 그림 작품들을 보면 프시케와 함께 그려지는 에로스는 거의 항상 건장한 청년으로 그려졌다.[5]

한편 에로스가 임무를 실패한 뒤, 프시케의 두 언니는 결혼을 하고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프시케를 찬양하는 사람은 많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구혼하는 이가 없었다. 상술한 단물 / 쓴물 설화와 연동하는 경우도 있고,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나머지 남자들이 프시케를 우러러보았지만 감히 구혼할 용기는 내지 못해서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를 이상하다 여긴 부모는 아폴론 신전을 찾아가 신탁을 받는데, 왕은 결코 인간 사위를 맞이할 수 없으며 프시케는 독사와 맹수 같은 장난꾸러기이자, 창공을 날아다니며 이글거리는 날끝으로 모든 이들을 불행하고 슬프게 만드는, 제우스를 비롯한 신과 스튁스 강조차 벌벌 떠는 끔찍한 힘을 가진 괴물을 남편으로 맞이할 것이니 산 위에 데려다놓으라는 신탁이 내려진다.

이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괴물'은 에로스를 지칭하는 것인데, 이는 에로스가 다루는 사랑의 힘은 삼주신을 포함한 모든 신들조차도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무기이기 때문이다. 신탁을 내린 당사자 아폴론다프네 설화와 같이 에로스의 심기를 거슬렀다가 비극을 맞이하기도 하는 등[6] 에로스의 화살은 정말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힘이다. 신화의 알레고리 측면에서 보자면 사랑은 신들조차도 어찌 할 수 없는 요소라고 해석된다.

아무튼 자신들의 딸을 괴물에게 먹이로 바쳐야하는 신세가 된 왕과 왕비는 신탁을 거스를 수도 없어[7] 관례에 맞춰 준비를 하고 모든 백성들에게 조기(弔旗)를 게양하게 하며, 결혼식을 가장한 화려한 장례 행렬을 떠나보낸다. 그렇게 하고도 딸을 보내기 싫어하는 마음에 행진을 우물쭈물했으나, 프시케는 자신의 부모에게 이것은 아프로디테가 받아야 할 찬미를 빼앗은 나의 죄를 받는 것이며 그렇기에 운명을 피할 생각이 없다며 위로하고는 험준한 산 위에 홀로 남는다.

산 정상에 홀로 남은 프시케는 두려움에 흐느끼고 있었는데, 그러자 부드러운 바람과 함께 서풍의 신 제퓌로스가 프시케를 들어올려 꽃이 만발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비경에 데려다준다. 도착한 곳은 신들이 살 법한 궁전이었고 규모는 물론 벽화와 조각에 보석이 장식된 가구들 역시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호화로움이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시종들이 극상의 예와 솜씨로 요리, 음악을 비롯한 모든 편의를 제공했다. 그렇게 만찬을 즐기고 밤에 홀로 침실에 누워 있었더니 남편이 조용히 찾아와 프시케와 관계를 맺었다. 남편은 새벽이 밝기 전 어디론가 사라졌고, 다시 그 날 밤에 돌아오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동거하게 된 남편은 이름도 모습도 어둠 속에 숨긴 채 절대로 불을 켜지 말라고 하며 자신의 모습을 보면 결별이 찾아올 것이라 경고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내를 달래며 "내 외모가 아닌 그저 나로서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힌다. 다른 판본에선 "나를 동등한 인물로서 사랑해주길 원하지, 날 경외하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이유를 댄다.[8]

프시케는 여왕 같은 호사를 누리게 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세상과 단절된 처지였다. 처음에는 두려웠던 남편도 시간이 지나자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지만, 밤에만 만날 수 있는 정체불명의 남편만으로는 외로움이 다 해소될 수 없었다. 점차 궁전이 감옥으로 여겨지게 되었다는 표현들을 보면 투명한 시종들은 유능했으나 인간관계를 기대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한편 프시케가 괴물의 손에 잡혀갔다는 소문은 왕국 너머로 퍼져나갔고, 프시케의 두 언니는 자신의 동생이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에 허겁지겁 왕국을 찾아온다. 두 언니는 매일마다 프시케를 내려놓고 온 그 산꼭대기에 올라가 프시케의 이름을 서글프게 부르짖었는데 이것을 프시케가 듣고 만다. 남편은 프시케에게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나에게는 커다란 불행이 오고 당신도 파멸의 길을 걷게 될 테니 결코 휘둘리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당연하게도 걱정하는 언니를 달래줄 수 없다는 슬픔에 식사도 하지 못하고 하루종일 눈물을 흘리는 프시케를 보고 결국 두 언니와 만나는 것을 허락하게 된다. 다만 그들에게 궁전의 음식과 보석을 얼마든지 주어도 좋지만, 두 언니는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으니 결코 그 사악한 충고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러자 제퓌로스가 나타나 프시케의 이름을 부르짖는 언니들을 궁전으로 데려다주고, 프시케는 언니들과 감격스런 재회를 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프시케를 만나자 언니들은 화려한 궁전과 동생이 준 온갖 값어치 높은 선물들, 보이지 않는 시종들의 마법같은 조화를 보고 질투심과 증오가 생겨 버린다. 심지어 두 언니가 프시케에게 남편에 대해 묻자 프시케는 남편은 아주 근사한 남자고 낮에는 사냥을 다닌다며 둘러대느라 그 질투는 더 커지게 된다. 그 날 프시케와 헤어져 왕국으로 돌아가는 두 언니는, 자신들은 왕국에서 떠나 식모같은 나날을 보내는데[9] 프시케는 여신과 같은 풍요를 누리는 것이 말이 되냐며, 프시케에게 받은 선물도 모두 빼돌리고 자신의 부모에게도 프시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숨기며 동생을 함정에 빠뜨릴 계략을 짜게 된다.[10] 프시케의 남편은 이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프시케에게 절대 언니들의 말에 속지 말라고 경고하며, 우리는 곧 아이를 얻게 될 것인데 당신이 침묵을 지킨다면 그 아이는 신이 되겠지만 비밀을 밝히려 한다면 그저 인간으로 추락할 뿐이라고 주의를 준다.

그리고 마침내 계략을 짜낸 두 언니는 다시 프시케에게 찾아가 적당한 말로 구슬린 뒤 남편의 존재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꼬드긴다.
아폴론 신탁을 기억해 보렴, 네가 무시무시한 괴물과 결혼할 팔자라 하지 않았니.
이 근방의 사람들이 말하길 네 남편은 커다란 괴물 뱀이고 네가 아이를 밴 지 아홉 달이 될 때 너를 아이와 함께 잡아먹을 속셈이란다.
목소리밖에 없는 포악한 남편의 품에서 인생의 종말을 맞이하는 대신 정직하고 애정 있는 언니들의 말을 들어보렴.
우선 잘드는 칼과 등잔을 준비해 네가 자는 침대 머리맡에 숨겨놓고, 그가 잠들면 몰래 불을 켜봐.
그 다음에 그 흉악한 뱀의 목을 칼로 싹둑 잘라야만 네가 살 수 있단다.
두 언니의 꾐에도 남편을 믿으려 한 프시케였으나, 밤에만 찾아오고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 남편보다는 가족인 두 언니의 말에 더 끌렸는지 결국 굴복했다. 혹은 더 단순한 이야기로 프시케가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남편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행동했다고도 한다.

남편의 정체를 알아내기로 마음먹은 프시케는 밤일을 치른 뒤 그가 잠시 잠든 틈을 타 숨겨놨던 단검을 손에 들고 등불에 불을 붙인다. 그러나 불빛에 드러난 자신의 남편은 괴물은커녕 새하얀 날개를 가진 최고의 절세미남이자 신이었고, 프시케도 그에 대해서 들은 게 있었던지라 자신의 남편이 사랑의 신 에로스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천상의 미모에 홀린 프시케는 자신이 해야 할 일도 잊고 에로스에게 경탄하고 있다가 문득 침대맡에 에로스가 내려놓은 금화살의 화살통을 발견했다. 신의 무기에 흥미를 가진 프시케는 금화살을 들어 만지작거리다 실수로 화살촉에 찔려버렸고, 그 순간 에로스에게 격렬한 사랑을 느껴 자신이 등잔을 들고 있는 줄도 모르고 깊은 키스를 하게 된다.[11] 당연히 등잔을 든 상태로 몸을 숙였으니 펄펄 끓는 등잔기름이 에로스의 어깨에 쏟아지고 만다. 어깨가 타들어가는 감각에 놀라 깨어난 에로스는 등잔을 든 프시케와 널브러진 단검을 보며 상황을 파악한 뒤 분노와 실망을 터뜨린다.
어리석은 여인아, 나는 내 어머니의 명조차 어기며 당신을 사랑했건만, 어찌 당신은 나를 괴물로 의심하여 죽이려 했는가? 어찌 사랑(에로스)이 의심하는 마음(프시케)에 깃들 수 있겠는가?
그렇게 싸늘히 돌아선 사랑의 신은 망연자실한 프시케를 버려둔 채로 창밖으로 날아 사라진다. 그렇게 에로스가 떠나가자 화려한 궁전과 비경 역시 사라져 한순간에 폐허가 되어 버렸다. 이때 프시케는 슬피 울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이 눈물들이 땅에 떨어져 도라지꽃으로 피어났다고 한다. 도라지의 꽃말도 '소망, 영원한 사랑' 이다.

프시케는 절망해 강에 몸을 던졌지만 에로스를 두려워한 강의 물고기들이 그녀를 물가로 밀어냈고, 목동의 신 이 나타나[12] 에로스가 격정적인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므로 다시 남편을 찾아 위로해주면 될 일이고 자살같은 건 생각하지 말라고 프시케를 위로하고 쉬게 해 주었다. 이는 미물들과 올림푸스에 들지 않은 하급 신들조차 알고 있을 정도로, 에로스가 프시케의 죽음을 원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화도 나고 언약도 지켜야 하니 떠나긴 했지만 에로스는 여전히 프시케에게 가호를 내려주고 있었다는 소리. 사실 당시에는 도시국가 사이사이는 무법천지나 다름없었고 안전은 여행자의 책임이었던 시대임에도, 절세미녀가 홀몸으로 남았는데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의 가호를 받고 있었다 봐야할 것이다.

이후 프시케는 언니들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쳐, 언니들에게 돌아가 자신의 남편이 사실 사랑의 신이었는데 불경을 저지른 자신을 쫓아내고 당신의 언니와 재혼하겠다고 호통을 쳤다고 하소연하는 척 거짓말을 한다. 언니들은 이 거짓말에 속아 자신이 먼저 에로스의 아내가 되겠다며 앞다투어 프시케가 남겨졌던 그 절벽에서 투신했으나, 당연히 제퓌로스가 이들을 인도할 리 없었고 언니들은 바위암벽에 떨어져 산산조각나 죽고 만다.[13] 이현세의 만화에선 아예 제퓌로스가 프시케의 언니들에게 너희에게 어울리는 곳은 궁전이 아니라 지옥이라는 대사를 하며 떨어뜨린다.

한편 에로스가 프시케와 사랑에 빠져 어느 비경에서 궁전을 짓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은 온갖 수다쟁이 새들의 입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산책 도중 이를 전해들은 아프로디테는 어떻게 내 아들이 벌을 내리라고 명령한 프시케에게 외려 빠져서는 도둑장가를 들이고 속도위반까지 했냐며 극대노를 하며 신전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어깨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채 쓰러진 에로스가 있었다. 아프로디테의 시점에서는 에로스가 의도든 아니든 간에 신성모독을 저지른 인간인 프시케를 마구잡이로 납치혼하고 아내로 삼은 것은 어떤 식으로든 도저히 옹호할 수 없는 명백한 배신이자 패륜이었을 뿐 아니라, 주군이자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에 대한 모욕이자 하극상이기도 했다. 새들이 아프로디테에게만 그 말을 한 것도 아닌지라 올륌포스에도 에로스의 성추문과 납치혼이 동네방네 퍼지는 바람에 개쪽을 당했다. 아프로디테는 처음으로 믿었던 아들에게 실망하다 못해 분노와 배신감, 경멸이 솟아 에로스에게 무지막지한 욕지거리를 퍼부었으며, 에로스도 욕먹어가는 와중에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어머니의 비난과 처분을 묵묵히 참고 받아들여야 했다. 이후 아프로디테는 어머니이자 상관으로서 단호한 엄벌을 위해 에로스를 감옥에 가둬 버리는데, 이는 형벌일 뿐 아니라 에로스가 지금 당장이야 빈정 상해서 돌아왔지만 사랑하던 사이였으니 어차피 정신 못 차리고 또다시 프시케에 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한편 그렇게 하고도 분노를 삭이지 못하던 아프로디테는 데메테르헤라를 찾아가 내 아들이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하소연을 하는데, 헤라는 되려 "네 아들 나이가 몇 살인데 언제까지 사랑도 네 허락 맡고 해야 해? 사랑의 신으로서 온갖 사랑을 맺어준 네가 왜 정작 아들의 사랑은 억압하고 오히려 그 상대를 파멸시키려 하지?"라며 에로스를 편들자 대판 싸움이 일어났고, 데메테르는 말싸움을 보다 못해 둘을 내버려두고 자신의 신전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그렇게 돌아간 신전에서는 방금 막 이야기가 나왔던 프시케가 힘겹게 신전을 정돈하고 있었다.

사실 프시케는 정처없이 방황하던 중 산꼭대기에 있는 신전을 발견하고 혹시 저기에 에로스가 있지 않을까 찾아온 것이었는데, 그곳은 데메테르의 신전이었고 곡식 낟가리들과 도구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된 상태였다.[14] 프시케는 자신이 저지른 신성모독을 떠올리며 속죄의 의미로 어질러진 곡식과 도구를 잘 정돈해 신전을 힘이 닿는 만큼 정리한다. 이를 어여쁘게 본 데메테르는 프시케에게 내가 방금 보고 오니 아프로디테가 극대노해서 널 죽이려 혈안이던데, 너는 한가롭게 농기구를 정리하는 게 놀랍다며 신들의 대화를 살짝 알려준다.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프시케는 데메테르에게 자신을 도와줄 수 없냐고 물어보지만, 데메테르는 그건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대답한다. 프시케는 멘탈이 나간 채로 신전을 나와 방황하는데 그곳에는 헤라에게 바쳐지는 제단이 있었다. 프시케는 가정의 신인 헤라에게 자신이 당신의 수호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묻지만, 헤라는 나도 너를 도와주고는 싶지만 결과적으로 남편의 뜻을 어기고 가정을 파탄낸 것은 프시케이기 때문에 나의 영역에서 도와줄 수 있는 건이 아니라고 거절한다.[15]

데메테르도 헤라도 도와줄 수 없다는 말에 프시케는 좌절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이 지은 죄를 더 이상 다른 신들에게 빌어도 용서받을 수 없다면 차라리 도망치느니 용기를 내어 뒤늦게라도 아프로디테를 찾아가는 것이 옳다며 각오를 굳힌다. 한편 이 때 아프로디테는 프시케를 찾기 위해 제우스의 허락을 받고 헤르메스의 입을 빌어 "프시케라는 여자가 숨은 곳을 알아내는 자에게는 아프로디테가 일곱 번의 키스를 해 주겠다"라고 온 세상에 확성기를 돌렸기에, 어차피 각오를 굳히지 않아도 세상 모든 남성이 프시케를 찾으려 혈안이 된 상태라 프시케가 마음먹지 않더라도 아프로디테와의 대면은 확정된 일이었다. 결국 자의로든 타의로든 프시케는 시어머니인 아프로디테를 찾아가게 된다.

분기탱천한 아프로디테는 프시케를 보자마자 '이제야 네가 네 주인이 누군질 알아보는구나. 요망한 네년 때문에 잘난 내 아들이 상처를 입고 몸져 누웠는데 용서를 빌어?'라며 자신의 시녀인 솔리시토(고독)와 트리스티에(슬픔)를 불러 프시케에게 채찍질을 가하라고 명령했는데, 프시케가 배를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든 몸을 웅크리는 것을 보고 에로스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깨닫는다. 그것을 보고 더욱 화를 내며 머리채를 끄집고 뺨을 몇 번이고 때리지만, 일단 배를 때리는 것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아프로디테는 용서를 받고 싶다면 자신이 내리는 임무를 해 내라고 명령했는데 그 임무라는 것이 하나같이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즉, 용서할 마음이 없으니 신전에서 나가든가 죽든가 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아프로디테는 두 가지를 간과했다. 하나는 미물부터 주신들까지 직접 드러내지만 못하지 사실상 에로스와 프시케의 편이었다는 것, 그리고 프시케가 생각 이상으로 심지가 굳은 여인이라는 것이다. 프시케가 각각의 임무에 임할 때마다 적재적소에 도움의 손길이 프시케에게 다가온다. 여기서 내리는 네 가지 임무가 특별한 의미나 여성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그렇게 모든 과업을 마친 뒤 아름다움이 담긴 상자(혹은 병)를 들고 이승으로 나온 프시케는, 이제 모든 과업을 마쳤으니 곧 에로스를 다시 만날 텐데 그 때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아름다움을 약간만 사용하고 싶다며 상자를 연다. 그러나 상자 속에 들어있던 것은 영원한 잠(스튁스의 잠)으로, 프시케는 기껏 모든 과업을 마치자마자 영원한 잠에 빠져 정신을 잃어버린다. 왜 아름다움의 상자 속에 영원한 잠이 들어있는 지에 대한 해석은 분분한데, 앞서 언급되었듯 페르세포네가 사이 나쁜 아프로디테를 골려주려고 넣은 잠이었기에 그랬다는 것, 혹은 '신의 아름다움'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었다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더 본질적으로는 '깊고 충분한 수면이야말로 아름다움의 비결'이라는 사실을 은유하는 묘사로 보기도 한다.[25]

한편 이 때쯤 몸을 추스린 에로스는 한 때의 격정이 가라앉아 사랑하는 프시케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고, 결국 아프로디테 몰래 환기창으로 탈옥을 하여 프시케를 찾아갔다가 영원한 잠에 쓰러진 프시케를 발견했다. 신은 인간과 달리 잠의 기운을 만지고 다룰 수 있었기에 에로스는 프시케의 몸에서 잠을 걷어내 상자에 도로 담은 뒤 화살촉으로 찔러 프시케를 깨운다.[26] 에로스는 깨어난 프시케에게 "호기심 때문에 나를 해하고선 이번엔 또 호기심 때문에 자신을 해할 뻔했어"라며 팩트로 때리고(...) 아무튼 과업을 마쳤으니 어머니를 찾아가 마지막 임무를 마저 완수하도록 보내놓고, 자신은 올림포스로 날아가 제우스에게 프시케의 일을 주청한다. 원전에서는 제우스가 항상 말썽꾸러기 어린아이였던 에로스가 성숙한 청년이 되어 정중히 부탁하는 걸 가상히 여기고, "너는 나한테 금 화살을 막 쏴대서 내가 비열한 간통을 일삼게 하여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책망하는 척 하다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 달라는 조건을 내세우며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 나왔다.

그리고서는 제우스는 아프로디테를 포함한 올륌포스 12신들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며 "이제 슬슬 에로스에게 결혼이라는 족쇄를 채울 때가 왔다."는 식으로 얘기했고, 에로스에게 직접 피해를 입었던 다른 신들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계속 언급되지만 에로스신들도 두려워하는 권력의 소유자로,[27] 따지고 보면 올륌포스 12신 전원이 에로스의 피해자들이며[28][29][30][31] 신화에서 강간미수, 강간, 치정살인, 납치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성범죄와 비극들도 에로스가 원인이다.[32] 제우스, 포세이돈, 헤르메스를 비롯한 수많은 신들이 틈만 나면 욕정에 사로잡혀 여성을 강간하거나 불륜을 밥 먹듯이 일으킨 것도 근본적으로 보면 에로스의 소행이었다. 그 중에서도 트로이 전쟁은 에로스의 금 화살로 일어난 비극 중 단연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레퍼토리가 지겨울 정도로 지속되다 보니 저마다 개성이 확고하고 자존심 강한 신들은 에로스의 꼭두각시로 놀아나는 것 자체를 굴욕적으로 여기게 되었고, 민폐나 다름없는 '사랑'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축소시켜 더 이상 쓸데없는 치정에 놀아날 필요 없이 각자 해야 할 업무와 영역에 매진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기이자 호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제우스의 열렬한 중재와 결과적으로 모든 과업을 마친 프시케로 인해, 아프로디테는 프시케를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중재를 들은 아프로디테가 "프시케가 올림포스로 올라오면 사람들이 자신을 제쳐놓고 프시케를 찬미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라는 속내로 순순히 에로스와 프시케의 결혼을 허락하는 걸로 나온다. 애니메이션인 올림포스 가디언에서는 처음에는 제우스의 제안에 말도 안 된다며 끝까지 반대했지만, 제우스가 '에로스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의 어린 아들이 아니에요. 자식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면 그 모습이 추할 수도 있어요.'라며 설득하고 다른 신들도 제우스의 의견을 따르는 모습을 보이자 결국 고집을 꺾는 모습으로 묘사하며 에로스의 성장에 중점을 두었다. 학산문화사에 발매한 그리스 로마 만화에선 에로스에게 상처를 입히고 페르세포네의 선물인 잠을 훔쳤다는 이유로 프시케를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제우스는 실수를 한 건 오히려 그녀가 신처럼 완벽하지 않은 필멸자라는 걸 보여준 것이고, 상처 문제는 에로스 본인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며 일축하며 에로스의 뜻을 묻는다. 이에 에로스가 결혼을 요청하자 승낙해 주는 식으로 나온다.
파일:Hugh Douglas Hamilton - Cupid and Psyche in the nuptial bower.jpg
큐피드와 프시케의 혼례 인사, 휴 더글러스 해밀턴, 1792-1793, 캔버스에 유채, 아일랜드 국립박물관 소장.
제우스헤르메스에게 명해 신들을 모이게 한 뒤 자신이 공식적으로 에로스와 프시케의 결혼을 지지한다 선언했다.[33] 그리고 제우스는 아프로디테에게 당신의 아들이 결코 신과 인간 사이의 불완전한 결혼을 하도록 두지 않겠다 타이른 뒤, 프시케는 제우스의 주관 하에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와 신들의 술인 넥타르를 마셔 영생의 자격을 얻고 새로운 여신인 마음영혼여신으로 각성해서 에로스와 정식 부부로 인정받는다.

이후 둘의 사이에서는 기쁨과 환희, 쾌락의 여신 헤도네(Hedone, 로마의 볼룹타스(Voluptas))가 태어난다. 신분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은 프시케의 결실로 어울린다.

5. 평가

5.1. 신화적 관점에서

의도치 않게 신들을 상대로 불경죄를 지었지만, 절망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앞으로만 나아가며 주어진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영웅이다. 새드 엔딩과 배드 엔딩이 일상다반사인 신화 속에서도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해피엔딩을 맞이하고 여신의 반열에 오른 대표적인 인물.

인간 시절에도 여신으로 칭송 받을 만큼 아름다운 얼굴과 착하면서도 결단력 있고 강직한 인품을 겸비한 절세미녀였고, 사랑의 성취와 여신이 된 인간이라는 고진감래에 걸맞은 감동적이고 완벽한 해피엔딩에 이르기까지 서사와 이미지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긍정적인 호감형이다. 선악의 잣대로 나눌 수 없는 극단적인 양면성과 입체적인 면모를 보이는 신화 속 등장인물들, 특히 인간 여성들 중에서도 나우시카페넬로페와 더불어 드물게 해피 엔딩을 맞이한 결점과 하자가 없는 깨끗하고 선량한 인간이라 오늘날까지 엄청난 호감도와 인기를 누리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시어머니 아프로디테와의 관계 서사만 봐도 일목요연하지만, 한편으로는 신화 속에 최초로 기록된 악독하고 성질 더러운 시어머니에게 시집살이를 당한 대표적인 네임드 며느리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이다. 물론 프시케는 며느리가 되기 이전부터 올림포스에도 소문날 정도로 신적인 미모를 지녔다는 이유로 아프로디테에게 온갖 질투와 미움을 받고 있었다. 아프로디테도 처음부터 프시케를 며느리로 맞아들일 생각 따윈 없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명령불복종하고 직무유기까지 저지른 아들의 계략에 의해 원치 않게 시어머니가 된 억울한(?) 케이스이다.

로마 시인에 의한 작품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프시케처럼 을 상대로 불경죄를 저지르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 인간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스 신화에서 웬만한 인간들은 특별한 혈통이나 능력, 운이 뒷받쳐주지 않는 이상 신들의 눈 밖에 나면 죽음, 타르타로스로 끌려가거나 동식물로 변신당하는 최후를 맞이하며 심하면 니오베처럼 온 가족이 몰살당한다. 당장 칼리스토도 자의로 신을 모독한 게 아님에도, 제우스에 의해 강제로 강간당하고 상관인 아르테미스와 헤라에 의해 2차 가해까지 당하기도 할 정도로 인간에게 가혹한 세계관이다. 거기에 니오베처럼 자만심 등으로 인해 신의 권위를 손상 입히는 경우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더욱 잔혹하고 끔찍한 결말을 맞이했다. 그리스 사람들은 이런 인간의 오만함을 휴브리스라 하여 인간이 항상 주의해야 할 하나의 대죄로 보았으며, 휴브리스에 빠져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이들은 히폴리토스, 아라크네, 카시오페이아, 익시온페이리토오스 부자, 피에리데스의 아홉 딸들 등등 수도 없이 많다. 특히 스미르나사실상 프시케의 안티테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정반대의 결말을 맞이한 비운의 여인이자 프시케가 될 수 있었던 또다른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어지간한 인물들의 서사는 배드 엔딩을 맞이하고 심지어 주신이나 기타 신들을 모독하면 해피엔딩은커녕 고통만 안 받아도 다행인 그리스 신화의 세계관에서, 프시케는 오뒷세우스와 같이 주신을 모독한 인간이면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몇 안 되는 사례로 꼽힌다. 개중에도 호기심으로 세 번이나 불행을 자초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해피 엔딩, 그것도 닫힌 결말로 끝났다는 점도 이채롭다.

사실 오디세우스의 경우에도 아테나가 굉장히 총애를 해주었던 면도 있고 거의 2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트로이의 멸망에 대한 업보 청산을 위해 죽기살기로 험난한 바다를 방황하며 고생이라도 했던 반면, 프시케는 정말 여러모로 굳은 심지와 인간성, 본인의 명쾌하고 뛰어난 잔꾀와 지략, 처세술, 그리고 천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운이 겹쳐서 해피엔딩을 맞이한 케이스이다. 아프로디테를 향한 신성모독으로 파멸한 스미르나와 히폴리토스의 선례를 보자면 아프로디테가 프시케를 비천한 자에게 시집 보내는 것으로 끝내려 한 것은 당대 그리스 신 치고는 꽤나 관대하고 자비로운 처분이었는데, 심지어 에로스가 반하는 바람에 그조차도 안 받았다. 에로스도 프시케가 자신의 말을 어기고 에로스를 죽이려 들고 직접 상처까지 입힌 것은 그대로 신벌을 내려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지만 죽이기는커녕 아무런 벌을 내리지 않았고, 미리 경고를 한 데다 몸이 다 낫기 전에도 어머니의 뜻을 거슬러 프시케를 도운 것을 보면 온갖 강간범과 난봉꾼이 난무하는 그리스 신화에선 상당히 양호한 편이었다.

그리고 나서 엔딩 후에는 기쁨과 환희의 여신 헤도네(로마 신화의 볼룹타스)를 낳고 화목하게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커플 외의 주신들 중 가장 멀쩡한 부부 생활을 보여준 것이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인데, 당시의 풍습인 납치혼 형식으로 페르세포네를 정식적으로 아내로 맞이한 하데스마저 딱 한 번이지만 코퀴토스 강의 님프 멘테와 바람피운 적이 있고 페르세포네도 아도니스를 애첩으로 들여 1년 4개월 동안 자신과 함께 지낸다는 식으로 납치혼에 대한 보복 겸 맞바람을 피웠던 반면, 프시케와 에로스 부부는 결혼 이후 바람 한번 피웠다는 얘기조차 없다.

5.2. 클리셰 관점에서

고귀한 신분이었지만 잃을 게 없는 거지로 전락한 세상 물정 모르는 착하고 아름다운 미녀 주인공이 자기보다 고귀한 신분의 남자를 만나 시집 가는 이야기, 자기보다 더 예쁘고 뛰어난 여자 주인공을 질투하여 괴롭히고 학대하고 여러 고난과 시련을 내리는 계모/시어머니 포지션의 악역[34][35], 여주를 질투하고 잘 안 되기를 바라고 견제하는 자매들, 핍박 받는 여인에게 자연스레 다가오고 선뜻 도움을 주려는 유능한 조력자들[36], 괴물인 줄 알았던 남편이 사실 절세미남에 고귀한 왕족/신족 신분이란 점, 금기를 깨는 바람에 이별하고 재결합하기 위해 시련을 겪는다는 점 등 후에 여러 동화와 민담, 21세기에 들어 눈에 띄게 범람하고 있는 로맨스 소설과 로맨스 판타지 애니/만화/드라마/영화 장르에 클리셰와 모티브가 된 부분이 많다. 특히 서양과 한국의 고전 동화들 중 가장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작품을 꼽자면 신데렐라, 백설공주, 콩쥐팥쥐, 미녀와 야수가 있으며 2020년대 일본에 이르러서는 나의 행복한 결혼이 있다. 노래하고 뛰노는 종달새 같은 경우 거의 캐릭터와 이벤트만 바꾸어놓은 짝퉁 수준이다. 개구리 공주는 성반전 버전. 이런 형식의 신화와 설화는 전세계에 도처한 "잃어버린 남편을 찾아서" 타입으로 구분되며 한국 역시 구렁덩덩 선비라는 설화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저승에 해당하는 지하세계를 살아있는 인간의 몸으로 탐험하고 죽음까지 경험했다가 부활에 성공한 것은 엄연히 영웅의 신화적 업적에 해당한다. 프시케의 경우 외모만 아름다울 뿐, 보통 대중이 생각하는 위풍당당하고 강인한 고대 그리스식 영웅상과 대비되게 공주에서 거지 신분으로 전락한 연약하고 가녀린 인상의 여성에다가 그런 영웅적인 부분이 부각되지 않은 것뿐이다. 신화 속 유일무이한 강인한 여성 영웅의 표상인 아탈란테처럼 1인분의 몫을 할 만한 뛰어난 전투력과 무력을 갖춘 것도 아니고, 메데이아오르페우스처럼 마법과 음악을 비롯한 독자적인 전공 분야만으로 괴수를 혼자서 처치하는 영웅적인 활약을 선보인 것조차 아니다. 시련을 받는 과정 역시 비운의 여주들이 흔히 치르는 시집살이처럼 그려졌고, 아프로디테가 시킨 네 과업들도 아래의 헤라클레스처럼 혼자만의 지혜와 능력이 아니라 대부분 에로스와 에로스가 사주한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해결했기 때문에 무력하고 수동적인 인상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물론 앞서 말한 셋은 순수 인간임에도 그 신으로부터 직접 거두어져 영재교육을 받았거나 부모 중 한 사람으로부터 신의 피를 이어받은 반신인 케이스라 신과 아무런 혈연도 인연도 없었던 평범한 인간인 프시케와 비교하기에는 애매하긴 하다. 냉정하게 보면 프시케가 모든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에로스의 도움 덕분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남편과 재회하기 위해 기꺼이 저승에 가려고 한 것이나, 그 무시무시한 명계의 여왕 페르세포네 앞에서 시험을 능수능란하게 회피한 것을 보면 절대로 보통 배짱이 아니다. 고전적인 영웅상의 핵심 조건인 무력과 지혜가 없을 뿐이지, 프시케 역시 영웅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일신의 용맹과 행동력을 지닌 인물이다.[37]

이러한 프시케의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 최고의 영웅 헤라클레스와 행적과 서사가 비슷하다. 둘 다 올림포스 12신에 해당하는 지위 높은 여신(헤라, 아프로디테)의 미움과 저주를 받고 자신의 죄와 잘못을 뉘우치기 위해[38] 여신이 주는 온갖 시련을 받고 저승까지 갔다와 자신을 미워하던 여신에게 인정받고 그 여신의 자식(헤베, 에로스)과 결혼하여 정식으로 부부 관계가 되었으며, 그 자신도 진정한 불로불사의 신으로 각성한다. 그 여신들이 자발적으로 자기가 가장 아끼는 자식들을 배우자로 주고 사위/며느리로 맞아들인 것 또한 공통점. 남성들이 주인공인 절대다수의 신화에 비해 이 유형의 신화들은 분명 여성 중심으로 서술되기에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이렇게 사랑의 승리, 평범한 인간이 지하 세계를 거쳐 진정한 영웅, 신으로 거듭나는 과정, 부활, 고부갈등까지 여러 가지 신화소가 복합된 프시케와 에로스 신화는 지금도 인기 있는 스토리이자 소재로 많은 가상 매체에서 다뤄지고 있다.

신화 외적으로 현대인이 보기에 인신공양의 형태를 한 납치혼에 가까운 형식으로 신부를 데려온 신랑, 그리고 부부 관계가 아닌 마치 불법업소 손놈처럼 신원은 물론 얼굴까지 숨기고 일방적인 육체관계만 가지고 사라지는 에로스의 행동은 프시케 입장에선 남편이 아닌 괴물로 의심하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사실 심의 때문에 프시케가 성숙한 성인 여성으로 묘사되는 서적이 많지만, 원전에서는 "프시케는 자신이 처녀성을 상실한 것과 배가 나오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몰랐다"처럼 프시케가 상당히 미성숙한 여성이었다는 묘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당시 시대상 평균수명이 엄청 짧은 시대이다보니 여자는 10대 초중반, 즉 2차 성징이 시작되면 시집갈 나이로 간주했다. 프시케가 나이가 차도 시집을 못 가서 부모가 근심했다는 대목이 나온 것으로 볼 때, 그 때 프시케의 나이는 아무리 많아봤자 10대 후반이었을 것이다. 거기다 서민 여자면 세상물정을 익힐 기회나 있지, 공주인 프시케는 대접을 받으며 궁궐 안에서만 지내고 행차는 정해진 시일에만 했으니 세상 물정을 제대로 몰랐을 게 뻔한 상태였다.

신성모독 건만 빼고 봐도 에로스는 프시케한테 화낼 자격이 없다. 결국 어머니 아프로디테의 명령에 따라 프시케의 운명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날붙이(화살촉)을 들이대려고 한 것은 에로스 자신이었다. 그리고 자신도 프시케의 침실에 몰래 들어와서는 프시케의 미모를 실컷 감상해 놓고, 정작 프시케가 자신의 모습을 보면 안 된다는 건 빼도 박도 못한 적반하장, 내로남불이다. 에로스도 어머니 아프로디테를 닮아 상당한 기분파라 화를 내면서 떠나버렸으나, 막상 곰곰히 생각해 보니 후회가 된 듯하다. 결국 원전 작가의 의도에 따라 고생하는 프시케를 보고 마음을 돌려 처음부터 했어야 했을 정식 결혼식을 제우스의 주례로 올리게 된다.

5.3. 알레고리 관점에서

흔히 프시케 설화의 알레고리는 에로스사랑, 프시케는 영혼을 뜻한다고 풀이된다. 두산백과에서는 에로스와 프시케를 모델로 소녀와 그녀를 괴롭히는 소년을 조각한 공예품이 많이 만들어졌으며 그 뜻은 영혼(프시케)을 괴롭히는 애욕(에로스)의 법칙이라 한다. 또한 에로스와 프시케 사이에서 태어난 딸 헤도네는 쾌락(헤도니즘)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에로스와 프시케의 관계는 인간의 생명을 움직이는 위대한 힘이라는 관념이 있었다. 결국 영혼과 애욕이 만나 쾌락을 결시롤 맺었으니, 이 신화의 주제는 영혼의 고통을 견뎌내고 사랑의 희열을 얻는다가 될 것이다.

프시케는 저승에 갔다가 살아 돌아왔고 영원한 잠에 빠졌다가 깨어났으므로, 혹은 애벌레처럼 땅을 기다 하늘로 올라가 신으로 탈태했다는 의미로, 고치에서 잠들어 있다가 "재생", "부활" 하는 나비에 비견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시케는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될 때 나비 날개를 단 처녀로 많이 묘사된다. 이 때문인지 프시케는 나비의 뜻도 가지고 있다. 다만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나비로는 'πεταλούδα(petaloúda, 페탈루다)'란 단어를 더 널리 쓴다. 물론 '프시히'(프시케의 현대식 발음) 역시 문맥에 따라 나비란 뜻으로 쓸 수 있다. 또한 영혼은 정신과 밀접하기에 정신병을 뜻하는 Psychosis는 물론 Psychology(심리학), Psychiatry(정신의학)등의 단어에서 정신을 뜻하는 접두사 사이키Psych-는 프시케Psyche어원으로 한다.

6. 왜 제우스는 프시케를 넘보지 않았는가?

한국과 일본, 서양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 세계의 그리스 로마 신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올림포스 최고의 바람둥이 남신이자 희대의 연쇄강간마제우스가 아프로디테보다 더 아름답기로 이름난 절세미녀 프시케를 먼저 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편으론 왜 프시케에겐 눈독들이지 않은 거냐고 진지하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39][40]

냉정하게 보면 제우스도 처음엔 프시케에게 관심을 갖다가도 결국 사정상 포기하고 그만 물러났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지도자인 제우스로서는 개인의 감정을 떠나 한낱 인간인 프시케보다는 아프로디테의 권위를 더 존중하고 우선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아프로디테는 엄연히 우주적 권능을 지닌 미와 사랑의 신이며 우라노스의 직계 혈통이자 자신의 이모/고모이면서 엄연한 맏며느리[41] 혹은 딸[42]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세상 모든 인간들이 프시케를 자신을 능가하는 미의 여신이라고 찬양하는 탓에 올림포스 12신 중에서도 상당히 다혈질에 변덕도 심한 그 아프로디테가 어느 때보다 분기탱천한 상황인데, 제우스마저 프시케를 함부로 편들었다가는 신계와 인간계 사이의 질서와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또한 제우스 본인마저 아프로디테를 폭발시키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뜨거운 견제와 보복을 받아 최악의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 그때는 정실인 헤라마저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고 명분을 얻고 본격적인 반란을 일으켜 제우스의 권력을 빼앗을 것이며 프시케에게 보복할 게 뻔하다. 제우스는 이처럼 음탕한 강간마 이전에 최고신이라는 입장이 있기 때문에 프시케를 건드리는 건 객관적으로 봐도 위험 부담이 매우 크다.

프시케가 인품이 선한 절세미녀라 해도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인 아프로디테가 받아야 할 미의 여신으로서의 명예와 찬양, 지위를 일시적으로 빼앗았다. 차라리 이 모든 명예를 겸손하게 거절하고 아프로디테에게 돌리겠다고 하면 모를까 프시케 본인도 이를 적극적으로 부정하지도 않는 소극적인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암묵적으로 즐기기까지 한 신성모독을 지은 엄연한 죄인이기 때문[43]. 애초에 제우스 눈에 세상 모든 미녀들이 다 들어왔을 리도 없으며 제우스는 한번 눈에 들어온 여성을 향한 욕정을 품다가도 만약 그 여성과의 결혼으로 인해 앞날이 어두워지면 망설임 없이 포기한 사례가 몇 번이고 나왔다.[44] 이 부분은 사실상 제우스가 포기했거나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하면 끝이다.[45]

그래도 제우스는 프시케 자체를 싫어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아프로디테에로스 모자의 신격을 손상시킨 죄인이라 직접 도와주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코지를 가한 적은 없다.[46] 프시케에게 신성모독당한 아프로디테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입장에 따라 직접 개입하지는 않되 에로스의 부탁 혹은 협박에 따라 프시케를 할 수 있는 선에서 은밀하게 도와줬다. 프시케가 과업을 다 이루고 속죄하자 넥타르암브로시아를 대접하며 둘의 결혼을 축복하고 신으로 만드는 역할을 주선했다.

프시케가 기간토마키아와 트로이 전쟁 전후에 태어난 인물이라서 제우스가 굳이 건드릴 이유가 없었기에 관심이 없었다는 가설도 있다. 원작인 황금 당나귀에서 묘사되는 프시케 설화에서 극초반부 아프로디테가 "제우스의 선택을 받아 양치기 왕이 씌여준 나의 명예가 저런 계집 때문에 빛이 바래야 한다는 것이냐?"라고 구체적으로 화내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를 보면 프시케의 타임라인은 트로이 전쟁 이후에 위치해있을 가능성이 높다. 제우스가 강간과 불륜을 일삼고 다닌 이유는 기간토마키아 때 기간테스에게 맞설 영웅을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마침내 희대의 영웅 헤라클레스를 낳고 기간토마키아에서 승리한 후부터는 헤라 이외에 다른 여자들한테 관심을 보이는 묘사가 없다. 그리고 헤라클레스 한 명을 만들기 위해 양산품 찍듯 다른 여자에게서 태어난 제우스의 자식들과, 이를 비롯한 영웅들이 너무 많아지자 그들을 숙청하기 위해서 신들이 벌인 행동이 바로 트로이 전쟁이다.

신화의 세계에 실제 역사를 대입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는 편이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의 타임라인은 일반적으로 '기간토마키아/헤라클레스의 올림포스 등극-헤라클레스의 후배뻘 영웅들이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거기서 살아남은 아이네이아스의 로마 건국'인지라 로마 시대에 기록된 프시케 신화는 기간토마키아와 트로이 전쟁 이후의 일로 끼워맞출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한 파리스의 심판 이후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트로이 전쟁 발발 전에 있었던 일일 수도 있다. 신들의 시간 관념은 인간의 그것과 전혀 같지 않다보니, 황금 사과를 놓고 신들끼리 다툼을 한 것이 파리스가 태어날 때부터 장성한 청년이 될 때까지 지속된 거라고 한다. 애초에 신화이고 주된 스토리에서 벗어난 신화라서 언제 시점에 끼워넣든 상관없긴 하다.

7. 미술작품

보통 미술작품에선 나비 날개를 지닌 여성으로 묘사되고 그녀에게 사랑에 빠진 에로스가 아이에서 청년으로 변했다는 이유인지 보통 에로스는 프시케의 나이(청년기)에 맞춰 청년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어떤 작품에선 둘 다 에로스가 프시케에게 아직 사랑에 빠지기 전의 나잇대에 맞춰서 어린아이들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미지 이외에도 다른 작품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8. 대중매체

프시케 신화의 시련과 금기, 재결합과 극복은 후대의 여러 동화민담의 모티브가 된 부분이 많으며, 저승에 해당하는 지하세계를 인간의 몸으로 탐험하고 죽음까지 경험했다가 부활에 성공한 것은 엄연히 영웅의 신화적 업적에 해당한다. 이러한 프쉬케의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 최고의 영웅 헤라클레스와 행적과 서사가 비슷하다. 둘 다 올림포스 12신에 해당하는 지위 높은 여신(헤라, 아프로디테)의 미움을 받고 자신의 죄와 잘못을 뉘우치기 위해 여신이 주는 온갖 시련을 받고 저승까지 갔다와 자신을 미워하던 여신에게 인정받고 그 여신의 자식(헤베, 에로스)과 결혼하여 정식으로 부부 관계가 되었으며, 그 자신도 진정한 불로불사의 신으로 각성한다. 그 여신들이 자발적으로 자기가 가장 아끼는 자식들을 배우자로 준 것 또한 공통점.

이렇게 사랑의 승리, 평범한 인간이 지하 세계를 거쳐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 부활, 고부갈등까지 여러 가지 신화소가 복합된 이 프쉬케와 에로스 신화는 지금도 인기 있는 스토리이자 소재로 많은 매체에서 다뤄진다.

8.1.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파일:attachment/프시케/롤빵.jpg 파일: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프시케.jpg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
홍은영 작가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구판 3권에서 등장하는데, 주황색 페플로스 차림에 (약간 회색을 띤) 연갈색 롤빵머리의 그리스인 아가씨로 화려한 느낌의 아프로디테와 대비되는 청순가련한 미녀로 그려진다.

이후 홍은영 작가의 리메이크작으로 새로 발매한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약간 금빛이 도는 주황색 머리카락의 아가씨로 그렸다. 몇몇 캐릭터는 기존 디자인에서 다듬은 정도지만, 프쉬케는 이미지가 거의 싹 바뀐지라 가장 호불호가 심한 캐릭터 중 하나다. 물론, 바뀐 이미지도 구판에 비해 화려하고 요염해졌다고 좋다는 반응이 있지만, 부담스럽게 생겼다는 평도 많다. 구판의 청순한 이미지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이후 서영수로 그림 담당이 바뀐 신판에서는 롤빵머리가 없어지고 평범한 곱슬머리가 됐는데, 홍은영이 맡았던 구판 프쉬케의 연갈색 롤빵머리가 더 예쁘고 청순해 보여서 사람들은 연갈색 롤빵 쪽의 디자인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프쉬케에로스의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손꼽히는 로맨스이기에 여러 대중매체에서 오디세우스페넬로페의 사랑이야기인 오디세이아와 더불어서 꼭 한 번씩은 다루는 인기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8.2. 올림포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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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 가디언
올림포스 가디언에서는 상, 하편 2회 분량으로 방영되어 단역 중에선 꽤 비중있게 나온다. 성우는 이현선.[47]

원래 해피 엔딩을 맞는 캐릭터라 내용에 별 다른 각색은 없지만 아무래도 애들용이라 언니들이 프시케를 질투했다는 대신 진심으로 걱정해서 충고를 했다는 언급으로 나오고, 언니들이 죽는 장면은 아예 나오지 않는다.

이후로는 오리온 에피소드에서 남편과 잠깐 언급되는데 금슬이 너무 좋은 탓에 전갈이 집게 테스트 꼬치구이가 될 뻔했다고 언급한다. 연인을 각각 양 집게로 잡아서 전기가 통하는지 알아보는 테스트. 전기가 통하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시어머니 아프로디테가 크게 반대하고 프시케를 심하게 구박했지만, 제우스의 충고로 결혼할 수 있게 되었고 아프로디테의 며느리가 된 셈이다.

그리고 재발굴된 오르페우스 에피소드에서도 잠시 등장한다. 에로스의 아내이다 보니 같이 오르페우스의 결혼식에도 참석한 듯. 당연하지만 에로스와 정식으로 결혼한 이후라서 평범한 사람이 아닌 나비 날개를 단 신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페르세포네 에피소드에서는 아프로디테가 데메테르에게 딸과 하데스의 결혼에 대해 에로스와 프시케의 일을 이야기하며 그런 거 못 막는다고 말하는 것으로 언급된다.

프시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의 제목은 사랑과 영혼.

8.3.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 12권의 주인공. 외모는 금갈색 머리에 적안의 미녀로 묘사되었다. 아프로디테도 질투할 만한 외모라는 설정을 반영했는지, 어린 외모로 표현하는 이 만화 특성에도 불구하고 헬레네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될 정도로 작화에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캐릭터 소개에 성격은 '호기심이 강하고 용감하며 결단력이 있음, 어떤 시련이 와도 밝고 꿋꿋하게 맞섬', 능력은 '시련과 위기에 강함', 특기는 '청소와 정리정돈, 뗏목 만들기', 한마디는 "에로스 님만 되찾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래!" 캐릭터 소개에 붙은 해시태그는 #아프로디테의 질투 #호기심이 부른 고난 #지상의 여신 #내 사랑 에로스! #용감한 미인 #두려움 없는 사랑.

자신의 미모에 빠진 사람들이 아프로디테 신전을 방치해서 의도치 않게 아프로디테의 분노를 산다. 프시케의 언니들도 '또 우리는 들러리 신세잖아!'라며 속으로 투덜댔다. 아프로디테는 분수에 맞지 않게 아름다운 걸 후회하게 만들겠다며 분노하고, 에로스를 시켜 프시케를 엿먹이려 한다. 에로스는 어머니의 명령대로 쓴물을 프시케의 입술에 발라놓고, 단물을 머리에 바른 후 프시케에게 금 화살을 쏘려다가 역으로 본인이 찔려서 프시케를 사랑하게 된다.

에로스가 바른 쓴물 때문에 입을 열면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프시케에게 청혼하려던 이웃 나라 왕들도 우디르급 태세전환을 보이며 프시케의 언니들에게 앞다투어 청혼한다. 아폴론이 프시케는 괴물과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내리자 체념하고, 제피로스를 통해 새 집에 도착한다. 에로스와 결혼해 호의호식하지만 에로스가 밤에만 찾아와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언니들의 말에 넘어가 남편의 본모습을 확인했다가, 남편이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라는 걸 알게 된다. 에로스가 떠나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에로스를 만나기 위해 아프로디테 신전에 가지만 아프로디테에게 시집살이를 당한다. 아프로디테가 시킨 일에 모두 에로스가 개입했고, 프시케도 에로스가 자신을 도와준 걸 알고 있다.

에로스가 개미들을 시켜서 프시케 대신 곡식을 분류하고, 이나코스에게 프시케를 도와달라 부탁해서 황금 양털을 모을 수 있었다. 폭포에서 물을 떠오려다가 휩쓸려 익사할 뻔 했지만 독수리로 변신한 에로스가 구해줘서 살았다. 명계에서 페르세포네에게 아름다움을 얻으려 갈 때, 에로스는 탑 뒤에서 명계로 가는 방법을 알려준 후 페르세포네가 준 상자를 열지 말라고 경고한다. 페르세포네가 준 아름다움을 얻어오는데 성공했지만, 사실 상자 안에 든 건 잠이라서 호기심에 상자를 열였다가 깊은 잠에 빠졌다. 아프로디테는 페르세포네가 자신을 엿먹이려 한 것에 놀라면서 프시케를 방치하고 가버린다. 원전에서는 하데스 건, 아도니스 건으로 원한을 샀지만, 여기서는 아프로디테가 자신이 페르세포네보다 아름답다고 자부해서 페르세포네의 원한을 산 걸로 나온다. 그래도 이때만큼은 신들끼리의 일에 휘말리게 한 것에 대해, 순간적인 연민을 느낀 듯한 표정을 짓는다.

에로스는 잠든 프시케를 보고 절망하지만 때맞춰 나타난 아폴론의 조언으로 프시케를 깨우는 데 성공한다. 에로스와 프시케는 눈물의 재회를 하고, 제우스도 이 둘을 이어주려고 한다. 아프로디테가 둘의 사이를 반대하자, 제우스는 아프로디테와 아레스가 불륜했다가 헤파이스토스가 친 그물에 걸려서 망신당한 사건(출처는 11권)을 언급한다. 결국 프시케는 신이 되어 신들의 축복 속에 에로스와 정식으로 결혼하고 이후 헤도네를 낳는다.

그 와중에 과업을 하다 말고 잠드는 일이 허다하다. '미인은 잠꾸러기' 라는 은유를 반영한 듯.

또 공주로 자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신체 능력이 좋다. 남편 찾으려고 떠돌다 데메테르의 신전을 청소하고, 또 새벽까지 걸어 아프로디테의 신전에 도착하고, 에로스의 비호가 있다지만 양털을 들고 양떼들에게 도망쳐 강을 건너고, 장작을 베어 배를 만들고, 폭포에 휘말리기 전에 급류에서 헤엄쳐 빠져나가고, 또 걸어서 저승까지 가는 등 행적만 보면 영웅들 못지 않다. 그만큼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 모른다.

8.4. 안데르센 이야기

무시 프로덕션이 제작한 안데르센 이야기의 한 에피소드에 등장했다. 옛날 그리스에 '킬트'라는 남자아이가 살고 있었다. 어려서 부모를 여읜 킬트는 자신이 조각하여 만든 목각인형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파일:프시케01.jpg

어느 날 킬트가 목각인형을 팔러 시장에 가다 해변을 지나게 되었는데 아주 예쁜 여자아이가 바위 위에 앉아 킬트에게 인사를 했다. '프시케'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아이는 그냥 킬트가 너무나 좋아서 그를 따라다녔고, 둘은 그 자리에서 친구가 되어 즐겁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다. 이렇게 정이 들어가던 어느 날 킬트가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프시케를 좋아한다!"라고 외쳤고, 프시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린다.

다음 날 킬트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프시케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집 주변 곳곳을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프시케는 어디에도 없었다. 킬트는 너무나 상심한 나머지 조각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프시케를 영원히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정을 잡고 프시케를 처음 만났던 해변에서 돌을 깎아 프시케가 사슴을 타는 모습을 새기기 시작했다.

파일:프시케02.jpg

작품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던 어느 날, 나비를 모티브로 한 요정 한 명이 킬트 앞에 나타났다. 그 나비 요정이 바로 프시케였던 것이다. 킬트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들은 프시케는 어른이 될 때가 와서 킬트의 집을 나오게 된 것이었다. 판본에 따라선 킬트가 매우 기뻐하며 프시케를 안는 걸로 끝난다. 하지만 킬트는 자신이 그렇게나 좋아했던 여자아이가 너무나 빨리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프시케 조각상만 아꼈다. 어른이 된 프시케는 자신이 어린이였을 때의 모습을 잊었는지 그 조각상을 부수려고 했다. 그래야 킬트가 자신을 알아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킬트가 온몸을 날려 프시케가 조각상을 부수려는 것을 막았고 킬트는 프시케가 휘두른 정에 등이 찍혀 숨지고 말았다. 자신을 그렇게나 좋아했던 킬트를 실수로 죽인 프시케는 너무나 큰 슬픔에 킬트의 시신을 안고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1]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원전에서는 프시케가 영원한 잠에 빠져 두 번 다시 깨어나지 못하는 엔딩으로 끝났다가 이를 로마 신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뒷부분을 해피 엔딩으로 각색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2] 이는 현대인들이 '신'이라고 하면 자애로운 절대자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괴리감을 느끼는 것인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의 신들은 그런 이미지보다는 각자 담당하고 있는 분야 자체를 의인화한 존재로 행동하기 때문에 현대인 기준으로는 굉장히 쪼잔해 보일 수도 있다. 인간끼리 하는 사랑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고 바람도 피우고 무게감도 다르고, 제우스의 상징인 하늘이 언제나 맑고 상쾌한 날씨인 것이 아닌 것과 같다.[3] 트로이 전쟁 당시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변장을 간파하고 여신을 상대로 차갑게 쏘아붙이는 헬레네에게 "네가 누리는 절세미인으로서의 명성은 모두 내가 만들어 준 것이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의 아름다움을 도로 빼앗아 아무것도 아닌 초라하고 못생긴 여자로 만들 수 있으니 말조심해라."라고 제대로 겁을 주어 입 다물게 한 적이 있다. 헬레네는 평범한 신분의 인간이 아니라 트로이 전쟁의 승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트로피이자 본인이 파리스에게 준 선물인 데다 신화상 극소수에 불과한 최고신 제우스의 반신 딸이라는 고귀한 신분이었다. 최고신의 혈통을 물려받은 반신 격인 존재라 아프로디테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는데도 이 정도로 강하게 경고할 수 있었다.[4] 이 경우 에로스는 프시케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신이 스스로가 보이지 않는 상태라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면 프시케를 보고 크게 동요하고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5] 사실 이는 에로스를 아프로디테의 자식으로 보는 헬레니즘 시기의 작품과 후대의 문학, 미술가들의 해석이고, 본래의 에로스프로토게노이라는, 카오스, 뉙스, 에레보스, 가이아와 같은 항렬의 태초의 근원에 해당하는 존재로 역사만 보면 최고신 제우스보다도 오래된 신이다. 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생긴 에로스의 설정에 대한 모순을 프시케 설화의 내용으로 채워넣은 것이다. 이러한 요소 때문에 아프로디테와도 모자 관계라기보다 일종의 동업자, 유사가족 및 연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출처: 아뇰로 브론치노, 《미와 사랑의 알레고리》)[6] 이 때문에 다프네 건으로 에로스에게 앙심을 품은 아폴론이 거짓 신탁을 내렸다는 전승도 있으며,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에로스(사랑)가 가진 긍정적인 측면을 숨기고 부정적인 측면만을 늘어놓아 에로스를 괴물인 것처럼 묘사하여 '거짓말은 안 했다' 식 신탁을 교묘하게 내렸다는 해석도 있다. 혹은 사랑에 빠진 에로스가 아폴론을 찾아가 다른 남자가 프시케를 빼앗지 못하게 신탁을 내리지 않으면 또 다프네 시즌2 찍게 될테니 처신 잘하라고 협박했다는 판본도 있다.[7]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알겠지만 오이디푸스, 페르세우스 등의 설화에서 수많은 자들이 신탁을 어떻게든 피해보려다가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돌고 돌아 신탁이 이루어져 훨씬 큰 비극을 겪는다.[8] 이는 자신의 정체가 신임이 인지되는 순간 프시케가 남편을 더 이상 인간 대 인간으로 동등한 사랑이 아니라 본인보다 높은 신으로서 경외감과 두려움으로 대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두려움이든, 신에 대한 경외감이든, 자신의 외모를 보고 반하든, 남편이 신이라는 것을 알면 더 이상 진실한 사랑과는 멀어지기에 일부러 모습을 감췄다는 것이다. 세멜레 설화에서 보듯 고대 신화에서 자격이나 준비를 갖추지 않은 인간이 신의 모습을 보는 것은 금기에 속했다.[9] 두 언니의 남편들 중 한 명은 아내에게 땡전 한 푼 안 주는 구두쇠에다 아버지보다도 더 늙은 대머리였고 다른 한 명은 허리병에 걸려 아내와 관계를 맺을 수 없을뿐더러 병수발을 직접 해야 하는 등 시집살이가 고달팠다고 언급된다.[10] 이 대목은 원전인 <황금 당나귀>에서의 서술이며 토머스 불핀치가 정리한 그리스 신화에서도 같이 나오지만, 이런 질투심 없이 그저 프시케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격하는 착한 언니로 나오고 후술할 계략도 진짜 걱정돼서 했던 충고인데 일이 틀어진 것이라고 각색된 전승도 많다.[11] 눈치빠른 사람은 알 수 있겠지만, 상대방의 미모에 놀라 본래 목적도 잊고 몰래 미모를 감상하다가 실수로 금화살을 자신에게 찌르게 되는 건 에로스가 프시케의 침실에 몰래 들어와서 한 행동과 정확히 똑같다. 부부는 알게모르게 서로 닮는다는 것을 은유한 전개과정인 듯하다.[12] 판의 연인이자 메아리의 정령인 에코가 프시케가 겪은 일들을 이미 다 들어서 미리 판에게 알려주었다고 하는데, 이는 로마 신화에서의 에코는 저주는 받았지만 육체가 소멸하지는 않아서 파우누스(그리스 신화의 판)의 연인 중 한 사람처럼 그려지기 때문이다.[13] 어떤 판본에서는 프시케는 단지 하소연만 했을 뿐인데 언니들이 제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투신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반대로 언니가 질투심보다는 걱정해서 그런 짓을 시켰다는 판본에서는, 소박을 맞고 온 프쉬케한테 "미안하다... 우린 그저 네가 힘겨워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라고 울면서 사죄하는 장면이 추가되거나, 혹은 언니들과의 재회가 생략된다.[14] 신전이 어질러진 이유는 원전에서는 무더위에 농부들이 지쳐 정리도 안 하고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나오는데, 다른 전승에서는 데메테르가 외동딸 페르세포네를 찾기 위해 떠도는 바람에 자기 신전도 관리 못할 정도로 피폐해졌다고도 한다. 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프시케는 에로스를 찾아 임산부의 몸으로 무더운 여름에 떠돌아 다녔다는 얘기가 되며, 후자로는 데메테르가 페르세포네를 빼앗긴 상태에서 프시케에게 동정을 가져 도움을 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15] 토머스 불핀치의 판본에서는 이러한 이야기 없이 데메테르나 헤라가 "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해줄 순 없지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알려줄 수 있다. 아프로디테한테 가서 싹싹 비는 것만이 네 살 길이다"라고 충고했고, 그걸 들은 프시케가 아프로디테에게 찾아갔다고 한다.[16] 원전에서는 단지 그 광경을 보던 개미 한 마리가 개미집으로 돌아가 '사랑의 신의 아내가 시어머니의 손에 부조리한 박해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근면함으로 저 불쌍한 여인을 도와줍시다.'라고 말하자 개미들이 모두 동의하여 자의적으로 이를 도와줬다고 한다. 토머스 불핀치의 판본에서는 그냥 깔쌈하게 에로스가 개미 군단을 매수했다고 한다.[17] 전승에 따라 이 양들은 헬리오스의 양이라고 한다.[18] 혹은 양들이 괴수인 줄은 몰랐고 그냥 임무를 위해서 저너머 양이 있는 강으로 갔다가 정령들이 멈춰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19] 토머스 불핀치의 판본을 비롯한 상당한 그리스 신화 판본에서 이 과업은 생략되어 있다.[20] 가니메데 항목에서 보듯 가니메데와 에로스는 거의 친형제지간처럼 친했다고 한다. 그래서 둘 간의 관계를 나타내기 위한 설화가 굉장히 많은데, 비둘기를 에로스가 도와줬다는 것도 그 설화의 일환이다.[21] 황금 당나귀에서는 모든 과업을 딱딱 해 오는 프시케를 보고 어지간한 과업으론 안되겠다 싶어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어려운 과업을 내렸다고 언급되며, 그리스 신화 판본에서는 대개 앞선 과업들을 자신의 힘으로 한 게 아님을 눈치채서 이번에는 반드시 네 힘만으로 과업을 완수하라는 의미로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이 과업을 시킨다.[22] 원전이 아닌 그리스 신화의 판본에서는 아예 탑 지하 금고에 준비물들을 미리 다 넣어주고 그걸 가져가라고 서비스까지 해준다.[23]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던 에로스나 제퓌로스, 데메테르라는 설도 있는데, 죽음의 신이라 저승길에 밝은 타나토스라는 전승도 있다. 이 전승에 따르면 프시케가 자살을 하려고 탑에 왔기에 타나토스가 영혼을 인도하는 저승사자로서 출두했는데, 막상 보니 프시케가 죽을 운명이 아니었기에 대신 안전하게 저승을 갔다 오는 방법을 알려주고 떠났다고 한다. 이 전승에서는 죽음의 신의 눈에 프시케가 죽을 운명이 보이지 않았다는, 일종의 해피 엔딩 복선을 깔았다 해석된다.[24] 본인이 이 방법으로 명왕 하데스의 아내로 귀속되고 만 당사자인 만큼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페르세포네가 뜬금없이 물귀신 작전을 펼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인간 영웅이 저승에 와서 하데스나 페르세포네를 만났다는 신화는 프시케 외에도 몇 가지 더 있지만 그 중 환대의 의미로 음식을 내주었다는 신화는 프시케에게만 있는 것을 보면 저승의 관습 때문이라 보기는 어렵다. 오직 자신을 만나기 위해 산 자의 몸으로 명계까지 찾아오는 위업을 이룬 프시케 개인에게 흥미를 느끼고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겠으며, 혹은 아도니스 설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페르세포네는 아프로디테와는 거진 원수지간에 가까울 정도로 악연이 매우 깊은 신이었기에 아프로디테의 며느리인 프시케를 좋게 봐 줄 이유가 없으니 함정을 팠다는 설도 있다. 페르세포네 항목에서 보이듯 페르세포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명계의 여왕이 된 이후에는 그 자리에 걸맞은 카리스마와 위엄, 냉철한 머리를 자랑하는 무시무시한 여신이다.[25] 올림포스 가디언에서는 이 설들을 조금씩 섞어, 하데스가 "아프로디테랑 사이가 별로 좋지도 않으면서 왜 순순히 넣어준거요?"라고 묻자 "그래서 적당히 꺼내쓰면 아름다워지지만 너무 많이 쓰면 스스로를 망치는 것으로 넣어뒀지요"라고 대답하는 식으로 각색되었다.[26] 올림포스 가디언을 비롯한 판본에서는 프시케를 껴안은 에로스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키스를 하자 저절로 잠의 기운이 사라져 프시케가 깨어났다고 묘사된다.[27] 만일 에로스가 작정하고 신들과 인간들에게 마구잡이로 금 화살과 납 화살을 쏴댔다면, 신이 인간을 사랑해서 책무를 내팽개치거나 반대로 인간을 증오해서 마음대로 없애버릴 수도 있고,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증오하고 사랑해선 안 될 사람들이 윤리를 어기고 사랑하는 등 세상이 사랑으로 인한 아수라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더 무서운 건 이게 인간만이 아닌 신들에게도 효과가 똑같이 적용되며 소유자인 에로스조차 효과를 거스를 수가 없다. 이러니 거절했다가 수틀린 에로스가 작정하고 트롤링을 시작했다간 세상에 뭔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었다. 앞서 언급된 헤라와 데메테르가 아프로디테와 언쟁을 벌이는 장면에서도 원전에서는 '그들은 그 자리에도 없는 에로스에게 아부를 하듯이'라고 직접적으로 에로스를 두려워한다 묘사되었다.[28] 특히 혼인과 가정 윤리의 여신이자 신들의 여왕인 헤라는 날이면 날마다 불륜과 강간을 연달아 저지르는 제우스 때문에 뒷목 잡고 고생해야 했고, 에로스의 폭주로 인해 불륜을 일으키는 가정을 일일이 찾아가며 신벌을 내리느라고 진땀을 뺐다. 한편으로는 막무가내 남편을 두었으면서도 어떻게든 인내하면서 가정을 지키려는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도 보았기 때문에, 프시케에게 동정적이었다. 그리고 헤라는 애초에 혼인과 가정의 여신이기에 에로스와 프시케의 결혼은 자신의 직무상 찬성하는 게 당연했다.[29] 아폴론의 경우 어머니의 원수 피톤을 죽이고 델포이에 신전을 세운 자신의 업적에 너무 오만해진 나머지 아프로디테에로스 모자를 나란히 조롱했다가 둘의 보복에 의해 매번 하는 연애마다 실패로 끝나는 저주를 받았고 첫사랑인 다프네에게 집착에 가까운 욕정을 느껴 강간미수까지 갔다가 끝내 다프네가 스스로 월계수로 변하는 비극으로 끝났다. 어른이 된 에로스는 이 사건을 들먹이며 델포이 신전을 방문할 프시케의 부모에게 거짓 신탁을 내리지 않으면 또다시 사랑의 쓰라림을 맛보게 해주리라고 협박했고, 아폴론은 다프네 사건의 트라우마와 공포를 떠올리곤 곧바로 협박에 응했다.[30] 사랑과 진작에 담을 쌓은 모태솔로 처녀신 아테나아르테미스 역시 본인을 따르는 여사제와 신도들이 에로스의 화살을 맞아 욕정에 들린 남자들에게 강제로 겁탈당하거나 불륜을 나눈 탓에 어쩔 수 없이 쫓아내거나 억지로라도 잔인한 신벌을 집행하느라 골치를 썩었다.[31] 심지어 프시케의 시련에 종지부를 찍어준 페르세포네 역시 에로스의 저주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이복 언니들처럼 순결의 처녀신으로 살려고 했지만, 처녀신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걸 우려한 아프로디테의 견제에 의해 에로스의 금 화살을 맞은 하데스에게 납치혼을 당하고 1년의 절반은 명계에서 살게 되었다. 이들 모자 때문에 소중한 딸을 잃고 슬픔에 잠겨 온 세상을 대기근에 빠트린 데메테르 역시 피해자인 건 마찬가지이다. 뿐만 아니라 제우스는 하데스의 페르세포네 납치를 도왔고, 데메테르는 페르세포네를 찾다가 포세이돈에게 겁탈당했다.[32] 이는 로마 신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로,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하자면 이런 잘못은 아프로디테 쪽의 잘못도 있겠지만, 로마 신화의 비너스(베누스)는 아이네이아스의 어머니이자 군신 마르스의 처인 국모(國母)로서 다뤄졌고, 개인 간의 격정적인 사랑은 큐피드(에로스)의 영역이었으며 국가를 지탱하는 어머니로서의 사랑은 비너스(아프로디테)의 영역이었다. 로마 신화의 프시케 설화 원전을 보면 비너스가 좀 과할 정도로 표독하게 나오는데, 이것 역시 로마 신화의 영향이다.[33] 이 둘의 결혼식은 그림으로도 많이 그려졌는데, 신화에서 이렇게 많은 신들이 모인 경우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한 그림에 많은 신들을 묘사할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많이 그려지는 다른 신들의 연회는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이다. 보통 이러한 그림에선 신랑 신부인 에로스와 프시케가 가운데에 있고, 그 옆에 제우스와 헤라가 앉으며, 나머지 신들은 서열대로 앉는다.[34] 아프로디테신데렐라백설공주의 계모. 프시케는 시어머니에게 많이 구박받은 대신 친모는 사랑하는 막내딸이 만인의 경외와 숭배를 받되 시집가지 못하는 걸 보고 걱정되어 남편과 함께 델포이 신전으로 가서 신탁을 물을 정도로 딸을 몹시 사랑하는 어머니이다.[35] 신화가 한국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된 올림포스 가디언에서도 아프로디테가 "우리 아들이 원래 이러던 애가 아닌데 여우같은 네년이 홀리는 바람에 내 명령을 어겼어" 같은 뉘앙스로 핍박하는 등 한국식 막장 드라마에 나올 법한 시어머니 캐릭터처럼 나온다.[36] 육안으로 볼 수 없는 투명한 상태로 프시케에게 화려한 의식주를 제공한 시종들과 쌀들을 차곡차곡 분류해준 개미들, 해가 질 때쯤에 양털을 가져가라고 조언한 강의 신, 독수리를 시켜서 드래곤들이 지키는 검은 물을 대신 떠준 제우스, 프시케에게 산 자의 몸으로 명계로 가는 방법을 알려준 정체모를 신 등. 사실상 계모인 왕비가 실권을 장악한 고국에서 추방당하고 거지 고아가 된 백설공주에게 아무 조건 없이 따뜻한 집과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준 일곱 난쟁이들과 신데렐라에게 아름다운 드레스와 마차, 유리 구두를 선물한 요정. 야수에 의해 성 안에 감금당한 벨에게 맛있는 진수성찬과 노래를 대접하는 식기도구가 된 시종들. 하늘에서 내려와 베짜기를 대신 해주고 콩쥐에게 고급 한복을 준 선녀.[37] 프시케는 비록 몇 번이나 신성모독을 저지르긴 했지만 신벌이 다른 사람들에까지 미치는 것을 피하게 하려고 본인이 신탁에 따라 괴물과의 결혼을 스스로 결정했고, 아프로디테가 내린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에 절망하긴 했어도, 일단 시도는 하고 봤다. 에로스가 프시케를 계속 도와준 것도, 이런 책임감 있는 성품에 반한 것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38] 물론, 완벽한 선인으로 묘사되는 프시케와 달리 헤라클레스 난폭하고 다혈질적인 구석이 있었다. 당장에 12가지 과업이된 가족살해도 자의가 아니라 헤라가 미치게 만들어 첫 번째 부인 메가라와 어린 두 아들을 죽이게 되었지만, 본인의 순수한 의지와 선택에 따라 악행을 저지른 경우도 많았다. 언제는 아무 죄 없는 힐라스의 아버지가 키우는 황소들을 허락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빼앗아 먹다가 여기에 항의하는 힐라스의 아버지를 적반하장으로 죽여버리고 그 아들인 힐라스를 노예이자 전리품으로 삼아 데려가는 잔혹함도 보였다. 심지어 아우게를 강간하거나 데이아네이라를 냅두고 이올레와 불륜을 저지르는 등 인간적으로도 쓰레기이기도 했다.[39] 대부분의 신화에서 제우스는 상대가 자신의 , 할머니, 어머니, 이모, 고모, 사촌, 오촌, 누나, 여동생, 손녀, 증손녀 등등이라고 해도 마음껏 납치하고 강간해 왔다. 신, 인간 가릴 것 없이 유부녀도 예외 대상은 아니었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스파르타의 왕 튄다레오스의 왕비이자 헬레네와 클뤼타임네스트라, 디오스쿠로이의 어머니 레다, 암피트뤼온의 아내이자 헤라클레스의 친모 알크메네, 별의 여신이자 페르세스의 아내 아스테리아가 있다.[40] 아스테리아는 1세대 티탄 신 코이오스와 포이베 슬하의 2녀 중 둘째로 남편 페르세스와 결혼해 마법과 교차로, 주술을 관장하는 강력한 여신 헤카테를 낳았으며, 어머니와 달리 밤의 여신 뉙스와 더불어 제우스조차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위대한 권능과 영향력을 자랑하는 여신이다. 레토의 여동생이자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이모이기도 하다. 이쪽은 강간당한 피해자들인 레다와 달리 강간미수로 끝난 사례인데 성추행이나 다름없는 제우스의 구애와 스토킹을 뿌리치고 도망치기 위해 메추라기로 변신해 도망치다가 독수리로 변신한 제우스와 추격전을 벌인 끝에 거대한 바윗덩어리 섬으로 변신해 어디로 마음 편히 정착하지 못하고 떠다니고 다녔다. 언니가 헤라의 추적을 피해 무사히 조카들을 출산할 수 있도록 도피처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렇게 섬이 된 아스테리아는 '오르튀기아'라고 불렸다가 장성한 첫째 조카 아폴론이 이모에게 영광을 기리고자 신전을 세우면서 '빛나다'를 의미하는 '델로스 섬'으로 바뀌었다. 제우스의 사악한 저주와 괴롭힘 때문에 두 번 다시 본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안타깝고 불쌍한 여신이지만 조카들 덕분에 많은 신도들이 방문하고 순례하는 성지가 되고 딸 헤카테 역시 사촌 동생 아르테미스와 같은 달의 여신이자 원수인 제우스가 감히 손댈 수 없는 올림포스의 막강한 명신으로 출세했기에 자식복과 조카복은 최고인 셈.[41] 아프로디테는 우라노스의 딸이라 사실상 12인의 티탄들과 이복 남매지간으로 촌수상 제우스보다 1세대 앞선 이모이자 고모이기도 하며, 신들의 여왕 헤라와의 적장남이자 매번 자신을 위해 아스트라페를 만들어주는 최고의 장인이자 측근인 헤파이스토스의 정실 부인이기도 하다. 다만 아프로디테는 신계에서 가장 못생긴 추남신인 헤파이스토스를 혐오하는지라 남편의 이복형제들인 아레스와 헤르메스를 비롯한 다른 남신들, 아도니스와 아이네이아스의 아버지 안키세스를 비롯한 인간 남자들과 바람 피우는 일이 잦고 헤파이스토스 역시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불륜 행각을 만천하에 까발리고 나서 포세이돈의 제안에 따라 이들에게 바쳐진 제물 중 절반을 자기가 차지한다는 식으로 깔끔하게 해결을 하고 오직 대장간 일에만 전념 중이다. 물론 정식으로 이혼했다는 묘사가 없는 이상 법적인 부부 관계는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42]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는 아프로디테제우스와 디오네의 딸로 묘사된다. 대부분의 신화와 전승에서 아프로디테를 바다에 떨어진 우라노스의 성기에서 태어난 딸이라고 일컫는 것과 대조된다.[43] 다만 이런 계통의 신성모독을 한 죄인중에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다른 신성모독자들은 본인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신과 자신을 비교하거나 신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한 적이 있고 신으로부터 경고를 받아도 정신을 못 차리던 반면에 프시케는 본인이 나서서 신성모독을 하지는 않았으며 신에게 경고를 받고도 반성없이 본인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은 인물은 아니다. 더군다나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방치된 데메테르 신전을 보고 여신의 신전을 방치해둬서는 안된다며 스스로 나서서 치워주는 봉사를 한 것을 보면 신에 대한 경외심은 분명히 있다.[44] 여신들 중 최고로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의 미모를 인정했지만, 다른 남신들을 모두 몰아내고 홀로 독점하지도 않았으며 되려 남신들의 전쟁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헤라와의 적장남이자 가장 못생긴 추남신 헤파이스토스와 결혼시켜 정식으로 맏며느리로 삼았다. 똑같이 네레우스와 도리스가 낳은 50명의 딸들인 네레이데스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명성이 자자한 바다의 여신 테티스를 넘봤지만, 그녀가 낳은 아들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프로메테우스의 예언 때문에 미련을 접어야 했다. 대신 자신의 손자이자 뮈르미돈 민족의 왕 펠레우스와 강제결혼시켜 손자며느리로 들였고 그렇게 둘 사이에는 아킬레우스가 태어났다.[45] 신화를 재구성한 한국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에선 제우스가 아프로디테가 올림포스 회의장의 식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보고 걱정을 표하자, 이유를 알고 있다는 헤르메스에게 프시케 이야기를 듣고서는 "얼마나 예쁘길래 그 아프로디테가 질투하냐?"고 얼굴을 붉히며 호기심을 보였으나 바로 옆에 있던 헤라한테 귀를 뜯어잡히면서 "예쁘면 뭐 어쩔 건데요?"라는 일갈을 듣고 혼쭐이 나는 씬이 나온다.[46] 정실부인이자 셋째 누나인 헤라와 둘째 누나 겸 처형 데메테르 역시 프시케를 싫어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우호적이었지만, 아프로디테의 권위와 그녀와의 친분을 더 우선시해 직접 도와주지는 않았고 "아프로디테에게 가서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 용서해 줄 것이다."라고 조언하는 선에서만 끝냈다.[47] 남편인 에로스의 성우는 강수진으로, 두 성우는 영혼기병 라젠카에서도 같이 나온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