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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베로스의 목줄을 쥔 헤라클레스. 왼쪽의 에우뤼스테우스 왕이 항아리에 숨고 있다. |
Cerberus(그리스어 Κέρβερο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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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지옥의 문을 지킨다는 신화의 개이다. 지옥 태생에 머리가 3개라서 '지옥의 삼두견(三頭犬)'이라고도 불린다.기간테스의 우두머리인 최강의 괴물 튀폰과 그의 아내 에키드나 사이에서 나온 자식들 중 하나로, <신들의 계보>에 의하면 둘째이다. 네메아의 사자, 스핑크스, 키마이라, 히드라, 오르토스 등과 형제관계다.[1]
하데스의 경비견쯤 되는 신수로, 잠도 자지 않고 지하세계의 문을 수호하며 살아있는 사람의 출입을 막고, 죽은 사람이 들어갈 때는 순순히 비켜주지만 나가려고 하면 달려들어 갈기갈기 찢어버린다고 알려져있다. 헤라클레스에게 끌려서 강제로 잠깐 나온 것 외에는 지하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2. 명칭
2.1. 어원
'케르베로스'라는 명칭의 어원은 확실치 않다. 오그든에 따르면 인도유럽어 계열 어원을 찾는 것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한 주장에 따르면 케르베로스란 단어는 산스크리트어 샤르와라(Śārvara)와 관련이 있는데, 이 단어는 '점박이'란 뜻이다. 인도 신화에서 샤르와라는 샤마(Śyāma)라는 개와 짝을 이루어 저승의 신 야마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감시한다. 원시 인도유럽 신화에서 저승의 개는 인도 신화에서처럼 두 마리였고, 그 두 마리의 색이 서로 달라서 보기에 얼룩덜룩하다고 '점박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것. 케르베로스는 머리가 여럿이지만, 샤르와라와 샤마는 눈이 4개씩 달렸다고 한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케르베로스는 저승신의 개가 두 마리에서 한 마리로 전승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옛 전승에서 유래한 이름이 여전히 흔적처럼 남은 사례이다. 본 항목의 맨 위에 있는 그리스 도기에 그려진 케르베로스 또한 머리마다 색이 다른 것이 이 때문일 수 있다.
링컨과 그 외의 언어학자들은 이 가설에 반론을 제기한 바 있다. 링컨은 케르베로스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개인 가름과의 연관성을 주목한 바 있는데, 두 이름 모두 원시 인도유럽어의 어원으로 '으르렁대다'라는 뜻의 접두사 '게르-'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한 마디로 케르베로스란 이름의 뜻은 그냥 '멍멍이' 또는 '워리'일 수도 있다는 소리.(...) 점박이나 멍멍이나 저승의 번견치고는 심히 앙증맞은 이름이다.
오그든에 따르면, 이 가설 역시 '케르베로스'와 '가름'이 전혀 어원이 다른 두 형태소('케르'와 '게르')를 설명해야 하는 탓에 두 이름의 연관성을 딱히 규명하진 않는다고 여긴다.더욱이 현재 대부분의 언어학자들은 북유럽 신화의 garmr의 뜻을 개와는 전혀 관계없는 '누더기'로 본다.
아마도 그리스어는 아닐 것이지만, 그리스어 어원이 제시되긴 하였다. 4세기경 베르길리우스 작품의 평론가였던 세르비우스가 그리스어 어원을 제시한 바 있다. 오그든은 이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2.2. 한글 표기
주로 사용되는 표기는 고전 그리스어 발음 /kér.be.ros/에 입각한 '케르베로스'로 표기되며 현대 그리스어 발음으로도 마찬가지로 '케르베로스'로 표기되나 현대 그리스어로는 β가 /b/가 아닌 /v/의 음가를 지니므로 /kér.ve.ros/로 발음된다. 영어 발음을 따를 경우 '서버러스(\[sə́ːrbərəs])'로 표기될 수 있는데, 이는 그리스어 Κέρβερος에서 유래된 라틴어 Cerberus[2]를 그대로 현대 영어식으로 읽은 것이다. 라틴어를 따를 경우 고전 라틴어(/ˈker.be.rus/)를 기반으로 한 관행 표기를 따라 '케르베루스'로 표기하며,[3] 교회 라틴어[4]로는 '쩨르베루스(/ˈt͡ʃer.be.rus/)'에 가깝게 발음한다.비표준어이지만 간혹 r 부분을 받침으로 집어넣은 '켈베로스'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여타 신화 및 판타지 관련 명칭들과 비슷하게 일본어로 표기된 'ケルベロス(케루베로스)'를 번역할 때 철자를 고려하지 않고 ル 부분만을 보고 번역한 과도 교정으로 추정된다.
3. 특징
3.1. 형태
가장 잘 알려진 외양은 머리가 셋 달린 개의 모습이다. 원시적인 구전이나 희곡에서는 머리가 50개였지만 후에 3개로 줄어들었다. 시인에 따라선 그냥 "무수히 머리가 많은", 혹은 "머리 100개가 달린"이라고 묘사되므로, 아무튼 머리만 많으면 상관없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원전에는 머리가 50개에 등에는 뱀들이 튀어나오고 꼬리도 뱀이라고 하지만, 도공들은 도자기를 만들며 케르베로스를 보통 머리 3개로 그렸기에 이 형태가 가장 잘 알려진 모습이 되었다.그 외에는 머리가 3개에 독사의 꼬리, 뱀들로 이루어진 갈기에 사자의 발톱을 가졌다고 한다. 머리가 쉰 개라는 묘사는 갈기를 이루는 뱀들까지 포함한 숫자라고 설명하는 말도 있다. 그런데 후대에 케르베로스를 재묘사하는 그림들은 어느새 뱀은 대충 안 그리게 되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꼬리가 뱀인 것이 아니라 뱀의 꼬리만 기다랗게 달려있는 모습이다. 즉, 뱀의 머리가 꼬리에 붙어있는 건 많지 않다는 것.
덩치 또한 표현하는 매체마다 제각각.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마냥 평범한 대형견 수준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올림포스 가디언이나 퍼시 잭슨 시리즈처럼 집채만 한 크기로 묘사되기도 하는가하면 헤라클레스에서는 아예 웬만한 빌딩조차 아득히 초월하는 티탄들과 비슷한 초대형 괴수로 묘사되기도 했다.
3.2. 능력
여러 영웅담에서 언급되고 실제로 주인공과 싸우기도 하는데, 대체로 아이템 때문에 바보가 되는 기믹이 많다. 프시케의 빵[5], 오르페우스의 리라, 시빌레의 수면제 과자[6] 등. 케르베로스가 등장하는 설화가 거의 다 돌파당하기 위한 장면인지라 유능하다는 느낌은 별로 없다.하지만 이는 좀 억울한 게, 그 중에서 힘으로 돌파한 것은 신 중에서도 육체적 힘만 따지면 상대할 자가 없는 헤라클레스뿐이다. 그러니까 케르베로스가 만만해서가 아니라 "이 영웅들은 케르베로스조차 뚫을 만큼 대단했다"는 걸 강조하는 의도였다. 애초에 지하세계란 곳이 대영웅이나 신의 도움 없이 갈 수 있는데가 아니다. 그러나 케르베로스 자체가 주인공이거나 재앙인 설화는 별로 알려진 게 없고, 오히려 '케르베로스도 뚫을 정도로 대단한 영웅적 인물'의 신화에서 중간 보스로 나오는 역할이다보니 이미지가 이상해진 케이스. 말하자면 전투력 측정기였던 셈이다.
3.3. 일화
헤라클레스에게는 12과업의 일환으로 케르베로스를 생포해 오라는 임무를 하달받고 지옥으로 내려가자, 하데스가 "무기를 쓰지 않고 잡아갈 수 있다면 허락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역시 간판이 괜히 저승의 문지기가 아닌고로 그 헤라클레스도 꽤나 고전했는데, 결국은 그 형제인 네메아의 사자처럼 목을 졸라 기절시켜 제압해 지상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이후 헤라클레스가 다시 저승으로 돌려보내준다.<신들의 계보>와 <변신 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그리스, 로마 작가들의 작품에 따르면 머리 셋 달린 저승의 경비견에서 그치지 않고 꽤 다양한 묘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꺼번에 몰아서 설명해보자면 들쭉날쭉한 이빨을 지니고 덥수룩한 털로 뒤덮여 있는 개로, 짖는 소리는 머리가 많은 만큼 컸지만 쇳소리처럼 듣기 거슬렸다. 입술에서 흐르는 거품 가득한 침은 투구꽃을 피워내거나 티시포네와 메데이아가 쓰는 독극물의 재료로 쓰였으며[7] 눈은 대장간이나 화산의 불꽃마냥 타오르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마지막 과업 때 이승으로 끌려나왔을 때는 밝은 하늘 때문에 눈이 부신 나머지 눈을 찡그린 채 필사적으로 그늘만 찾는다던가[8] 보리가 잘 자라는 도시 미데이아의 교차로에서 아녀자들의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다는 모양이다. #
4. 대중매체
-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1권, 3권, 6권, 8권, 20권에 등장했다. 외형은 청동색 털을 가졌고 머리가 3개이며 뱀 같은 꼬리를 가진 대형견이다.
- 수학도둑 5부에서 에키드나의 장남으로 등장.
- 하데스 시리즈에서도 등장한다. 케르베로스(Hades) 참조.
- 해리포터에서도 등장
5. 여담
- 사실상 형제들 중 유일하게 생존했다.
- 제2차 세계 대전 중반, 프랑스의 브레스트 항구까지 진출했던 독일 해군은 연일 계속되는 영국 공군과 해군의 공격을 피해 북해로 이동하는데, 이때 보호대상인 순양전함 그나이제나우, 샤른호르스트, 중순양함 프린츠 오이겐 등 3척의 주력함을 케르베로스의 머리에 비유해서 케르베로스 작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 아버지 튀폰이 저래 보여도 신이기 때문에 케르베로스와 그 형제들은 반신이다.[2] 그리스어를 라틴어로 옮길 때 Κ(카파)는 대개 K가 아니라 C로 옮긴다. 본래 C는 Γ(감마, 발음상 G에 대응)가 변형된 문자인데 라틴어에서는 K를 밀어내고 Κ(카파)에 대응되는 문자로 자리 잡았다. 이에 대해서는 C, G, K를 참조. 그래서 라틴어나 라틴어에서 분화되어 나온 여러 로망스어군의 언어에서 K는 잉여 문자가 되었다. 어미 -ος(-os, -오스)는 발음 그대로 옮기지 않고 라틴어 어미 -us로 변환해서 옮긴다.[3] 다만 한국어의 ㅋ은 /kʰ/ 발음이기에 실제 발음을 따르면 '께르베루스'에 가깝다.[4] 현대 이탈리아어의 철자-발음 대응 규칙에 따라 발음하는 방법. 가톨릭 표준 발음이다.[5] 더 자세히는 달콤한 포도주를 발라 구운 보리 과자라고 한다.[6] 이건 아이네이아스가 동행하기 위해서였다. 꿀과 밀로 만든 케이크였다고.[7] 테세우스는 하마터면 이 독에 당해 죽을 뻔 했었다.[8] 소(小) 세네카의 <헤라클레스>에선 역으로 태양이 케르베로스의 흉흉한 기운 때문에 겁에 질려 창백한 빛을 뿜어댔다고 하는 묘사도 있다. 이 전승에서는 케르베로스를 잡아오라고 명령한 헤라마저도 겁먹었다는 듯.[9] 이 공룡과 같은 지역에서 발견된 카로노사우루스가 똑같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저승과 관련된 등장인물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