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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7 18:27:29

병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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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유래3. 현황4. 사례5. 사회적 접근6. 병맛 만화에 대한 비판7. 병맛과 코미디의 관계8. 치명적 유해물과 연관성9. 같이 보기10. 슈르11. 의미 변화?

1. 개요

파일:병맛.jpg
만화와 병맛의 차이가 모호해지고 있다. 만화는 문화를 반영하는데 세상이 병맛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1]
엉덩국

같은 의 준말.

논리적 오류/비형식적 오류뜬금포를 주로 쓰는 개그 스타일. 과장된 표정과 똥오줌, 고어 개그를 주로 쓰는 엽기와는 구분된다.

학술적으로 보면 부조리 코미디, 부조리극, 전위예술 스타일이 21세기 인터넷의 트렌드에 맞춰서 변형된 장르라고 볼 수 있다.

2. 유래

디시인사이드 카툰연재 갤러리에서 맨 처음 무악공고가 등장하면서 '병신 같은 맛'이라는 말이 처음 생겼고 잉위 등의 병신 같은 맛 전문 만화가들이 나타나면서 '병맛'으로 줄어들었다.

본래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오거나 성의 없는 아마추어 작품들을 보고 혹평을 내릴 때 병맛이라고 한다. 다만 병신 같은 맛의 본좌 잉위가 등장하고 나서 '병신 같으면서도 웃기다'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2]

'병맛' 코드를 주요 골자로 하는 갖가지 스토리텔링의 파생 형태에서는 그 이야기의 전개 방식에 있어 문학이나 논설문 따위에서 사용되는 전개 방식인 기승전결에서, 마지막 '결' 부분이 병맛으로 날아가버리는 결말이라 하여 '병'으로 치환한 '기승전병'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확히 무엇이 '병맛'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으나 이야기의 개연성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약을 빨고 만든 듯한 작품을 두고 병맛 작품이라고 하기도 한다.

3. 현황

언뜻 보기엔 단순한 마이너한 인터넷 유행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이는 원체 병맛 코드가 일단 일반적인 상식으로 보기에 너무나도 파격적이고 낯설며 대부분 그 발현의 동기나 근원이 불성실하고 사회적으로 거리감이 있는 부분[3]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대중적인 주목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 '병맛'이라는 유행은 이제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은 현상이고 이 현상을 더욱 확장하여 분석하면 인터넷 문화의 주요 생산/소비층이자 그 사회의 주요한 문화 소비층인 10~20대들의 경향과 취향을 반영하는 현상으로까지 볼 수 있다.

병맛이 널리 유행된 것은 근래에 들어서이긴 해도 병맛에 대한 선호 취향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라기보단 옛날부터 있었지만 그것이 환경의 변화로 비로소 양지(?) 로 드러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병맛이 유행하기 훨씬 전인 7~80년대생 혹은 그 이전 세대들도 이미 소년 시절에 지금의 병맛 만화와 비슷한 내용의 낙서를 하고 형제나 친구에게 보여주며 낄낄대던 이들이 많았으나 성장하면서 사회에서는 그런 내용들이 통용되지 않으며 혼자 이상한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자연스레 숨기고 덮게 된다. 그러던 것이 인터넷 등의 성장으로 익명의 공간 안에서 숨길 필요 없이 그러한 개그 코드를 표현하고 혼자만 병맛 같은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나 외에도 많았다는 공감대 같은 것이 형성되며 성장해서도 인터넷 공간 안에서 함께 즐기게 된 셈이다. 예전 세대들은 남자 아이가 미소녀를 좋아하면 계집애 같다고 놀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꼭꼭 숨기고 살았으나 인터넷이 활발해지면서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서로 공감을 나누고 자신을 가지면서 이제는 드러내놓고 미소녀에 열광하는 남성들이 많아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여하튼 '병맛'이라는 단어는 이후 카툰갤러리 이외에 다른 곳에도 널리 퍼졌고 나무위키에서 유저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오래 접하는 젊은 남성\'을 타겟으로 잡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반대로 말하자면 작품을 접하는 독자 자신이 저 기준에서 하나씩 충족하지 못할 수록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평이 안 좋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나마 메이저에서 노는 작가들은 병맛 이외의 무기를 따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다. 이를테면 귀귀는 기본적으로 병맛을 깔고 들어가지만 정열맨으로 대표되는 스토리의 특이성이 갖춰져 있고, 조석은 그림체만 이쪽, 최불암은 스포츠 카툰이라는 베이스 등의 형태이다. 더구나 막장과 그나마 먹어주는 병맛은 종이 한 장 차이이고 그 종이의 두께는 얇다 못해서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까지 있기 때문에 안정된 퀄리티의 유지가 어려워서 말 그대로 한 방에 훅 가는 수가 생긴다. 그게 아니라도 팬층이 너무 좁아서 병맛 만화가 언제까지 살아남을지도 관심 대상.

하지만 점점 병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늘어가는 추세이다. 네이버만 해도 이상신/국중록 작가 같은 경우는 만화의 주제 자체가 병맛(...)이라고 봐도 될 정도. 이제는 마이너한 분위기의 취향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자리잡은 대중적인 장르 정도로 보아도 될 것 같다. 적어도 10대나 20대에서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병맛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

일부는 어원을 병신에게 두고 있는 만큼 이 단어가 장애인 혐오표현이라 쓰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병신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어느 부분을 갖추지 못한 물건'(용례: 장갑은 한 짝을 잃어버리면 병신이 되고 만다.)이라는 의미 역시 가지고 있으며,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로 만들어진 조어 역시 아니다. 그러나 '병신'이라는 단어가 현실적으로 장애인을 직접 비하하거나 모자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난할 때 쓰이고 있고, '병맛'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누구나 '병신'을 상기하는 만큼 충분히 장애인 혐오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 병신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하기 어려운 공적인 자리에서는 병맛이라는 신조어를 소개하며 '(음료수를 다 마시고) 빈 병(용기)을 빠는 듯한 허무한 맛'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 근거를 전혀 찾을 수 없으며 병맛이 병신에 어원을 두고 있다는 것이 너무 명백하기에 잘못된 내용이다.[4]

말이 안 되는 전개, 파괴된 형식으로도 웃음을 준다는 점에선 일종의 아방가르드이다. 해외에서 아방가르드와 코미디를 접목했다는 작품을 보면 병맛이나 다름없다. 해외에서도 한국에선 병맛 만화 작가로 분류하는 아라이 케이이치를 아방가르드 작가로 분류하기도 하고, 한국 병맛 만화를 아방가르드 만화라고 하기도 한다. 한국은 아방가르드에 대한 이해가 적어서 아방가르드를 대단히 심오하고 어려운 것,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병맛 만화 보듯이 즐기는 장르나 다름이 없다.

4. 사례

네이버의 웹툰 마음의소리를 연재하는 조석 작가의 호 비슷한 것이 '병맛'이다. 사실 마음의소리는 가장 '대중화'된 병맛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형태인데 어찌 보면 병맛이라기보다는 일본식 개그 코드와 한국식 개그 코드를 작가의 기량으로 적절히 버무려 마침 한국에서 유행하는 병맛이라는 코드와 적당히 융화시켜 완성시킨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반면 이말년의 병맛은 조석보다는 한층 한국의 인터넷 마이너 문화에 가까운 형태의 병맛으로, 사람에 따라 보기에 거슬릴 수 있는 병맛을 적절히 순화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유행어 및 코드를 넣는 식으로 발전시켰다. 즉, 기존 병맛 코드의 과격한 표현과 비상식에서 오는 거부감을 비문화 향유층에게 있어 그것이 덜 느껴지게끔 순화, 정제했다.

2009년 병맛 만화의 본좌는 웃긴대학의 '탁탁탁하다오줌싼놈'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의 병맛력은 디시인사이드의 잉위를 맞먹거나 그를 넘어선 역대 본좌 자리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해 12월 은퇴(?)를 선언하였으나, 2010년 1월 초에 복귀를 선언했다.[* 웃대의 '탁탁탁하다오줌싼놈'은 놀랍게도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으며 디시인사이드 '잉위'는 대학생으로 추정된다. 2010년 말~2011년 초에 엉덩국이 등장했는데 당시 유행하는 인터넷 유머 코드 중 하나인 '게이' 코드를 병맛과 함께 훌륭하게 융합해 낸 성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병맛 스포츠 만화로는 최의민이 만든 '이블 승엽'이 있다. 이걸로 인기를 얻은 최의민은 네이트에서 불암콩콩코믹스를 그리고 있다. 여기서도 병맛은 여전하고 매니아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5. 사회적 접근

2015학년도 숙명여자대학교 입시 논술에 인문계열 문항으로 병맛에 대한 내용이 출제되었다. 제시문 <가>에는 병맛의 시작과 유명한 병맛 만화들이 언급되며, 다른 제시문인 <나>와 <다>의 논지를 이용해 병맛이 유행하는 현상을 분석하라는 문항이었다.......
<가> 병맛은 ‘병신 같은 맛’의 약자다. 그리고 병맛은 잉여시대의 복잡 심란한 마음속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단어는 디시인사이드 카툰-연재 갤러리에 등장한 ‘무악공고’라는 유저가 그린 <정00>이라는 제목의 연재만화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무악공고는 김성모의 작품에 등장하는 고등학교이고, 만화의 제목인 <정00>은 이 만화를 그린 ‘무악공고’가 다니는 실제 고등학교의 선생님이다.
주제의식이 주제의식인 만큼 만화는 당연히 끔직[5]한 수준이었다. 그림판마우스로 대충 그린 그림에다 극단적인 대사, 이해할 수 없는 전개 등등 만화 작법의 ABC를 모조리 무시하고 있는 이것을 과연 만화라고 부르는 것이 옳은가라는 회의가 밀려올 정도였다. 그러나 개연성과 논리성이 결여된 이야기 전개야말로 병맛을 자아내는 원천이다. 인물들은 행동의 동기가 없고, 사건은 인과관계를 벗어나기 일쑤다. 한마디로 뜬금없고, 밑도 끝도 없이 인물들이 행동하고 사건이 벌어지며 종결된다. 플롯에 입각한 전통적인 내러티브, 즉 기승전결에 의한 이야기 전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를 기승전결에 빗대 ‘기승전병’이라고 한다. 병맛을 자아내는 뜬금없는 결말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여하튼 ‘무악공고’의 만화는 묘한 여운을 남기며 연이은 후발 주자들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 병맛 웹툰 작가들은 모두 정식 데뷔를 하지 않은 이들이다. 이들이 데뷔를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도무지 상업 만화로서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의 그림 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능을 봐야 한다거나, 누군가에게 걸렸다거나 등등의 이유로 이른 은퇴를 선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병맛 웹툰은 기어코 메이저에 진출하고야 마는데, ‘적어도 알아는 볼 수 있는 그림체’와 ‘지나치게 과격한 내용의 배제’라는 모종의 타협을 통해서였다. <마음의 소리>의 조석, <이말년 시리즈>의 이말년, <정열맨>의 귀귀 등이 초창기 메이저 병맛을 대표했고, <패션왕>의 기안84, <미숙한 친구는 G구인>의 최삡뺩 등이 웹툰에서 병맛을 떨치고 있다. 또 독자나 세간의 흐름에 매우 긴밀하게 반응하는 웹툰의 특성상 병맛의 요소들은 대부분의 웹툰에서 한 번쯤은 패러디하고 넘어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이렇게 병맛 웹툰은 순식간에 만화계를 잠식해 들어갔다. 그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것들이 병맛의 세례를 받았다. 이 독하고 매니악한 개그 코드는 그 태생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점점 확산되어 갔고, 오프라인의 메이저 문화 일부에까지 전파되었다. 하지만 매체들이 당당하게 ‘병맛’을 외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코드는 은밀하게 작동했다. 사람들은 예능 프로의 자막에 묻어나온 병맛의 여파를 보며 또다시 은밀하게 “ㅋㅋㅋ”라고 웃었다.
<나> ‘요즘 아이들은 표현력이 빈약하다. 차분한 대화를 할 수 없다.’ 이 또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을 수 있는 판에 박힌 문구이다. 주어진 규범에 집착하는 인간이 득의양양해 하는 ‘표현력’이라는 것은 진부한 형식을 고지식하게 반복하는 능력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대화 능력’이라는 것도 진지한 듯 보이지만 이미 정해진 결론을 향하여 나아가는 둔감함 이외의 것은 아니다. 국회 연설이나 질의 응답이라도 들어보면 그런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오히려 빈약해 보이는 요즘 아이들의 표현력에는 놀랄 만한 것이 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거뜬히 패러디해 버리는 가벼움, 규범적인 질문을 기발하게 얼버무리고 정합에서 도망치는 멋진 발놀림, 엄격한 말을 하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판에 박힌 형식을 반복하고 있을 뿐인 아빠들과 비교하면 얄팍한 말을 거꾸로 뒤집어서 대상으로 삼아 마음껏 다루고,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서 가볍게 산란시키는 아이들의 능력이 훨씬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정말 차이화의 달인인 것이다. 그러한 능력은 미디어라도 주어지면 얼마든지 뻗쳐 나갈 가능성을 숨기고 있다고 말한다면 과찬일까?
<다> 요즘 사회는 서사 불가능한 사회라고 한다. ‘서사의 불가능성’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먼저 거시적으로는 ‘삶의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복지제도가 발달한 유럽의 몇몇 국가들의 경우, 교육·의료·고용 등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발달해 있다. 예를 들어 가족이 큰 병에 걸렸다거나, 자녀를 출산하거나, 자식이 대학 등 상위 학교로 진급하거나, 일자리를 잃을 경우 등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인생의 고비에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출생에서 죽음까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존재하기 때문에, 각 사회 구성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구직·결혼·출산 등의 예측 가능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반면 복지 제도와 사회 안전망이 미비한 국가의 경우 삶의 예측 불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런 국가에서는 가족이 아프거나, 자녀를 출산하거나, 자식이 진학·결혼을 할 때 필요한 비용을 개인이 전담하다시피 해야 한다. 집에서 누구 한 명이라도 큰 병에 걸리면 모든 가족이 희생해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가정이 붕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말했듯이 현대 사회는 ‘위험 사회’인데, 이런 사회에서는 예고 없는 위험에 대한 비용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므로 삶의 예측 불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위험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해피 엔딩의 기승전결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불현듯 밑도 끝도 없이 닥치는 사고와 불행으로 ‘배드 엔딩’이 될 수도 있다. 삶의 예측 불가능성은 서사의 위기이자 서사의 불가능성이다.
‘서사의 불가능성’이 뜻하는 바, 또 하나는 ‘말할 것이 없음’이다. 대개의 전통적인 서사는 주인공이 시련을 극복하고 부·명예·사랑 등의 꿈을 이루거나, 시대 혹은 타자와 불화하고 갈등하던 주인공이 용서와 화해, 헌신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선택받은 소수가 아닌 한, 평범한 일반인이 도전할 수 있는 꿈의 크기는 이미 정해져 있거나, 꿈꾸기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 서로 다른 곳에 그어져 있는 출발선이 결승선의 절대 순위를 결정하는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때로는 거북이토끼를 이겨야 ‘서사’가 성립되는데, 토끼가 거북이를 매번 이긴다면 이야기는 불가능해진다.
그저 그런 집에서 태어나 그저 그런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못해 무기력한 일상을 사는 젊은이가 있다고 하자. 성공도 아니고 실패도 아닌 삶, 도전할 목표도 없고 꿈꾸기도 어려운 삶,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의 삶. 결국 오늘날의 사회는 점점 ‘말할 것이 없는 삶’으로 개인들을 내몰고 있다. 요컨대 ‘서사의 불가능성’은 말할 것이 없는 과거를 살아온 이들이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살아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가>는 병맛 만화의 개괄적 설명과 역사, <나>는 기성 세대와 구분되는 젊은 세대의 표현력, <다>는 '서사 불가능한 사회'의 두 가지 특징에 대한 내용이다.

이 문제는 병맛이라는 독특한 문화 코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교양 수준에서 읽어볼 만하다. 병맛 코드는 인터넷 하위 문화 중에서도 구석진 곳에서 출발해 양지로 나온 코드인 만큼 활발한 연구를 기대하기 힘든데, 그만큼 연구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고 신문 기자나 문화 평론가들이 곁다리로 다룬 내용이 주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토대에서 비교적 진지하게 병맛에 대해 논의된 내용들은 대개 각박한 현실과 병맛의 등장 및 흥성을 연결지어 설명하는 것이다. 즉, 위 문항의 내용이 대체로 그간 있었던 병맛의 사회적 논의를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 제시문의 구체적인 내용 및 그에 상응하는 이야기는 병맛의 발흥을 설명하는 데 자주 이용되었다. 고도로 복잡화되고 예측 불가능해진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이에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며 사회 안전망이 미비한 한국 사회의 경우 더욱 그렇다는 것, 개인이 달성 과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설정해 역경을 이겨 내는 환경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은 스스로의 삶으로 전통적인 성공 이야기를 창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예술관에도 영향을 미쳐서, 고전소설에서 이어지는 종래의 서사 구조는 개천용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 현실화되기 힘든 것이 되었다. 그 대안으로 서사구조를 갖추고 이어지지 않으면서 흔히 과격하고 이해하기 힘든 병맛 만화가 대두되었다. 현실 사회가 병맛 만화의 등장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는 보기에 따라서는 '멀쩡한 시대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지만, 사회가 어지럽고 삶이 힘드니 이런 것도 크게 유행하게 되었다'는 일종의 병리학적인 접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도서 '90년대생이 온다'에서는 병맛을 선호하는 것을 90년대생의 특징 중 하나로 보고 있다.

6. 병맛 만화에 대한 비판

웃음코드는 너무나 애매하고 X같습니다.
제가 그리는 만화는 병맛 만화라고 하지만 사실 이 병맛에도 종류가 갈립니다.[6]

여러분들이 제 만화를 볼 때 이런 걸 느낄겁니다.
"어, 이 만화는 재미있었는데, 이건 별로 재미가 없는데?"

그건 제가 삭막해졌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대개는 본인의 스타일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상이나 시사 풍자는 누구라도 비슷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화를 그렸을 때 괜찮은 반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토리성 병맛만화도 스토리라는 큰 틀이 있기 때문에 병맛을 섞어서 좋은 반응으로 얻기 쉽습니다.
다만 스토리성 병맛은 소재 짜는거나 그림그리는 게 훨씬 힘이 들죠... 그래서 잘 안 그립니다...

그래서 제가 자주 그리는 병맛이 생각을 오래 할 필요가 없는 간단한 병맛류입니다.(심리/과격/막장)

하지만 이런 병맛은 공감을 형성해주는 큰 틀이 없고, 만화내용 자체가 난잡하기 때문에, 본인의 웃음코드에 따라 극명하게 재미있음과 없음이 갈립니다.
- 엉덩국, 병맛의 웃음코드에 대한 고찰
단순하지만 병맛이라는 주제가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가야 하는지 명확히 설명하는 만화.

아무래도 영상에 비해 만들기가 쉬운 만화다 보니 생산량도 가장 많고 비판도 많다.

병맛 만화의 인기 자체는 부정할 수 없으나 최근 들어선 프로 작가들 사이에서도 지나친 병맛 만화로 인하여 만화의 전체적인 질적 저하가 지적되고 있다. 어차피 나중 가서 병신 같이 뒤틀어버리면 끝나는 게 병맛이기 때문에 내용이 좋아질 건덕지가 전혀 없기에 자정 작용도 일어날 수가 없다. 병맛 만화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기준도 '병신 같이 뒤틀어짐을 얼마나 센스 있게 표현했나' 이지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표현력보다는 한순간의 미친 센스가 중요하다는 것. 이 풍조가 서서히 확대되다가 실제로 2011년 중~후반에 네이버 웹툰에 하루에 하나씩 병맛 만화가 있었다. 결국 모든 병맛 만화가 패턴이 비슷해지는 상황으로 흘러가 대부분의 연재가 끝났다.

사실 병맛 만화가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는 것은 의외일지 모르지만 치밀함에 있다. 현재의 병맛 만화는 그저 막무가내로 이야기를 뒤틀기 밖에 없지만, 초창기의 병맛 만화가 인기를 얻는 것에는 어디서, 어떻게, 의외의 방식으로 뒤트는 것에 있다. 고로 병맛 만화가 진정한 재미를 내기 위해서는 치밀함이 필요로 한다.

병맛 만화 특유의 폐쇄성도 문제거리가 되는데 병맛 만화는 앞서 말했듯이 기존의 기준으로서 평가하기는 힘든 장르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평가는 기존의 기준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의 마찰은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되고 그게 언젠가는 터지게 된다는 것.

이는 만화계에 굉장한 악영향을 미치는데 폭력적인 요소와 성적인 요소, 개연성이 없는 인기 병맛 만화가 모든 만화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열혈초등학교'가 좋은 예다.

이와 같은 문제는 프로 만화가들이 병맛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과 독자들의 올바른 비판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등록된 병맛 작품들 중에 꽤 오래전 작품들도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지만 딱히 새로 나타난 풍조도 아니다. 병맛 개그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부조리 코미디의 연장선에 가깝다.

7. 병맛과 코미디의 관계

코미디 빅리그의 병맛대소동 코너에서는 흥부전, 별주부전 등 한국 고전, 그리고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 외국 고전을 주제로 병맛스런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사실 코미디와 병맛이 비슷하긴 해도 같다고 하기엔 조금 뭐한 게 병맛은 웃기다 못해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게 있는가 하면 코미디는 그냥 단순히 웃기는 거에 가까운 편.

8. 치명적 유해물과 연관성

이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한 동네에 지극히 평범한 한 가정에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있는 그대로 엮은 가슴 따뜻한 휴먼 스토리입니다. 거짓말 같으시다고요? 일단 한번 보시죠. 절대로 책임! 못 집니다~
괴짜가족의 애니 파트 전 대사.
낚시 요소와 클리셰 파괴 요소가 포함되어있을 뿐 충격요소를 전달하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몇몇 작품들은 정상적인 척 하면서 장르가 개판이라는 점 때문인지 치명적 유해물과 관련있나 싶지만 그렇게 비교하긴 조금 뭐하다. 물론 둘 다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쇼크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치명적 유해물은 정말로 큰 충격을 먹게 되지만 병맛은 다른 의미로 큰 충격을 전해준다.

다만 블랙 코미디라면 어느 정도 비슷한 편이라 블랙 코미디 계열인 경우에는 그 충격이 제곱으로 더하다는 경우도 있다는 모양이다. 이런 것 때문에 이런 류 병맛이 치명적 유해물 같다고 하는 것도 어찌보면 맞을지도...

9. 같이 보기

10. 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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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réalisme(프랑스어) → シュール(일본어)

초현실, 현실을 초월한 상태를 뜻하는 프랑스어일본어. '원리적, 이론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상태', '기괴함' 등의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넌센스(nonsense)와 혼용되기도 하는 이 단어의 어원은 제1차 세계 대전 후에 프랑스에서 일어난 쉬르레알리슴(surréalisme), 즉 초현실주의이며 이것이 일본에서 シュルレアリスム (슈르레아리스므)로 옮겨지고, 그게 줄어서 슈르(シュール)가 되었다. 일본어 특유의 생략법이 가미되었으나 프랑스어의 접미사 겸 전치사 sur는 영어의 over나 beyond로 초월의 의미가 담겨 있어 용례 자체는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

원래는 지식인과 학생들 정도에서 한정된 단어였지만 점차 초현실주의만이 아니라 초현실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도 슈르라고 부르게 되면서 일반적으로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는다. 대상이 원래의 '초현실'이 아니라 '비현실', '불합리', '환상' '등에 대해 이렇게 불리게 된 건 초현실주의 작품이 일본에 처음 들어왔을 때 (보는 입장에서) 기괴, 난해하다 못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건 아니었을까라고 추측되지만 뜻을 제대로 알고 적절히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의 일본에서는 은어로 쓰이며 주로 쓰이는데도 고작해야 서브컬쳐계, 보통 기괴하다 못해 난잡한 개그나 그림을 표현하거나, 이상한 성격의 사람을 형용하거나, 이해불능의 상황에 놓혔을 때를 가리켜 사용되고 있다. 단순히 현실에서 떨어진 것만 아니라 현실을 가장한 시니컬한 경우에 사용된다고 한다. 현재는 일본 내의 (장르를 불문한) 독자적인 표현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니코니코 동화에 있어선 굉장히 선호되는 장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일본 서브컬처 매체를 번역할 때 이 단어를 번역한 사례로는 이누×보쿠 SS 4권 정발판에서 쓴 '한 폭의 초현실', 가면라이더 W 극중 이사카 신쿠로의 대사에서 쓴 '현실적이지 못한 광경' 등이 있다.

11. 의미 변화?

원래 병맛은 '맥락이나 개연성을 고려하지 않은, 다듬어지지 않은 B급 감성으로서의 재미' 정도의 의미로, '부정적이지만 긍정적인' 뉘앙스였다. 내용 전개나 퀄리티가 병신 같긴 하지만, 오히려 그 병신 같음이 매력적이고 독특한 재미 요소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병맛을 그런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병맛은 '병신'과 완전히 같은 의미로,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한다. 그러한 몇몇 용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이와 비슷한 문장으로 이러니 개콘이 망하지가 있다.[2] 마음의소리 초창기 에피소드에서도 작가가 '병맛'이라고 불리는 걸 꺼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맛집남녀내일은 웹툰 같은 만화에서는 대놓고 병맛을 추구할 정도로 인식이 변했다.[3] '병맛'이란 대한민국 인터넷 문화의 생산지인 DC에 근원을 두고 있다. 일단 인터넷 문화 자체가 사회적으로는 마이너한 입지에 있고 실제로 디시인사이드가 사회적으로 어떠한 시선을 받고 있으며 여타 상황 등이 어떠한지 등을 고려해 보면 결국 '병맛' 자체를 서브컬처의 하위 갈래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앞에서 설명하는 부분에 대한 부연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4] 개요 문단의 짤처럼 음료수 병의 맛이라고 드립을 칠 때는 있는데 이런 이미지를 보고 잘못 알았을 수도 있다.[5] 원문에도 나타난 오타로, '끔찍하다'만 맞고 '끔직하다'는 사전에 없는 표제어다.[6] 작가가 예를 든 건 개막장 유치한 병맛, 시사성 풍자 병맛, 오묘한 심리 병맛, 스토리성 병맛, 공포 병맛, 일상 병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