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밝은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10-27 22:08:16

로빈슨 크루소

파일:틀_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png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 개요2. 모티브3. 줄거리
3.1. 후속편
4. 평가5. 등장인물6. 여담7. 외부 링크
7.1. 한국어7.2. 영어7.3. 일본어7.4. 중국어
8. 미러 링크

1. 개요

Robinson Crusoe

잉글랜드소설가 대니얼 디포의 장편소설(1719년 발매) 및 그 소설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현대까지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는 무인도 생존물의 원조격이다.

60세의 무명작가였던 디포를 순식간에 유명하게 만들어준 소설이다. 디포는 그 전에도 정치학자이자 독설로 유명한 언론인으로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지긴 했다. 언론인으로서의 디포는 초반에는 독설 언론인으로 유명했고 정권이 바뀐 후로는 정권 친화적인 언론으로 변모하여 유명해졌다. 그러나 나중에 남해거품사건으로 디포는 전 재산을 잃어버리고 비참하게 살다가 쓸쓸히 세상을 떠나야 했다.

원제는 흔히 알려진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문장형 제목이다. 이 소설의 첫 출간 당시 제목은 다음과 같다.
《조난을 당해 모든 선원이 사망하고 자신은 아메리카 대륙 오리노코 강 하구 근처 무인도 해변에 표류해 스물 하고도 여덟 해 동안 홀로 살다가 마침내 기적적으로 해적선에 구출된 요크 출신 뱃사람 로빈슨 크루소가 들려주는 자신의 생애와 기이하고도 놀라운 모험 이야기》
《The Life and Strange Surpriz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Mariner: Who lived Eight and Twenty Years, all alone in an un-inhabited Island on the Coast of America, near the Mouth of the Great River of Oroonoque; Having been cast on Shore by Shipwreck, wherein all the Men perished but himself. With An Account how he was at last as strangely deliver'd by Pyrates》[1]
이렇듯 원래의 제목이 상당히 긴 탓에 '로빈슨 크루소'로 줄여 부르게 되었고, 그게 후대에 와서는 원제급으로 유명해진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축약어인 로빈슨 크루소만 불리다보니 이런 원제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발매될 당시 유럽의 책 제목은 이런 식의 기나긴 문장형 제목을 짓는 것이 트렌드였기 때문에 이 소설만 유독 특이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저작들의 제목 길이는 거의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작품들 다수가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혀버린 반면, 이 작품은 현대에까지 읽히고 있기에 이러한 긴 제목이 화젯거리가 된 것.

제목이 이렇게 긴 이유는 본 작품이 통속소설인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잠재적 독자층의 흥미를 끌기 위해 제목에 내용을 도배한 것이다. 참고로, 동시기(1726년)에 출간한 걸리버 여행기의 원제도 이런 문장형 제목이다. 이는 현대에도 웹소설이나 라이트 노벨을 비롯한 장르문학계에서 작품의 시놉시스나 내용을 스포일러하는 스포일러성 제목이나 엄청나게 긴 문장형 제목을 짓는 이유와 거의 일맥상통한다. 때문에 이러한 긴 제목을 두고 원시 고대 웹소설/라이트노벨 드립이 따라다니곤 한다.

최초의 영국 소설로 지목되는 작품 중 하나다. '최초 중 하나'인 이유는 소설의 정의나 기준에 따라 어떤 작품을 영국 최초의 소설로 인정할지가 달라지기 때문.참조 어쨌든 그만큼 영문학 역사상으로도 중요한 작품일 수밖에 없다.

2. 모티브

스코틀랜드사략선원 알렉산더 셀커크의 1704~1709 총 5년간의 무인도[2] 표류기에 영감을 받아 쓰였다고 한다. 여기에 디포의 상상력이 더해져 독창적인 테이스트의 소설이 되었다. 이후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아 수많은 무인도 표류 소설들이 나왔다.

상술된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알렉산더 셀커크가 홀로 살았던 섬은 칠레 앞바다에 있는 '마스 아 티에라' 섬이다. 이 사람은 로빈슨 크루소처럼 난파한 게 아니고, 항해 중에 자신이 탄 배가 너무 낡아서 침몰할 상황에 이르자 자진해서 이 섬에 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예감이 맞은 게, 그 배는 이 사람을 섬에 내려놓고 계속 항해를 하던 중 실제로 침몰했다. 이 소설이 유명해져서 섬의 이름을 '로빈슨 크루소 섬'이라고 고쳤다고 한다. 지금도 관광객들이 그리 많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다. 이 섬은 2010년 1월에 발생한 칠레 대지진의 진앙지와 가까워 다시 한 번 뉴스를 탔다. 이 지진 당시 섬에 있는 3층짜리 호텔이 붕괴되어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소설에서는 로빈슨 크루소가 난파한 섬이 대서양 쪽인 오리노코 강 하구와 트리니다드 섬 사이에 있는 것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3. 줄거리

1651년부터 1687년까지가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다. 잉글랜드 요크 태생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가 원주민과의 거래를 위해 항해에 나섰다가 무어인들에게 잡혀서 노예가 되었고 이후 탈출하는 내용의 1부와 탈출 이후 안정된 생활을 하다가 역마살 때문에 또 배를 타고 나가고 파도에 휩쓸려 배가 난파하여 혼자 무인도에 조난되는 2부가 있다.[3] 주로 알려진 것은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로빈슨의 삶을 그린 2부로, 자세하게 묘사된 무인도에서의 생활 모습과 많은 이야깃거리들로 무인도 생존 가이드라는 평까지 얻고 있다. 무인도에서 홀로 살게 된 집의 위치 선정, 목장 경영, 섬에서 탈출하기 위한 배 만들기 등 서바이벌 쪽에 관심 있는 사람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들이 넘쳐난다.

로빈슨의 생존력과 생존 기술은 베어 그릴스 못지 않다. 양산을 제작하거나 빵을 어떻게든 만들어서 먹기 위해 간이 오븐을 제작하고 그저 어깨 너머로 일하는 사람들을 쳐다봤던 것을 기억해내서 숫돌을 만들어내는 등 놀라운 능력을 지녔으며 심지어 무인도 탈출을 위한 보트를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몇 십 년간 섬에서 생활하면서 그가 인간적인 외로움에 시달리는 내면의 심리 묘사가 의외로 상당히 적은 것으로 봐서는 정신력 또한 극강이다. 인간적인 외로움에 대한 묘사는 미미하나 대신 종교적인 고뇌에 대한 묘사는 본 소설의 주제라 할 만큼 자주 등장한다.

한편으론 발자국만 봐도 식인종이라며 집에 숨을 정도로 겁이 많은 것으로 보아 신중함도 있다. 물론 이게 정상이긴 하다. 굳이 식인종이 아니더라도 그런 무인도에서 처음 마주치는 사람들은 우호적 관계가 아닐 가능성이 큰 데다가 특히 로빈슨 크루소는 혼자인 만큼 처음 보았을 때 일이 벌어진다면 자신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화약무기가 있긴 하지만 전장식 총기 수준으로 혼자서 수십 명을 상대하긴 턱도 없이 부족하고 나중에 프라이데이를 구했던 건 순전히 우연의 일치였다. 이후 다른 포로들을 구할 땐 사격술을 익힌 프라이데이라도 있었고 의식에 정신 팔린 식인종에게 원거리 기습 선공을 가해서 이길 수 있었다.

로빈슨이 표류한 섬의 정체는 소설 후반에 밝혀지는데, 실은 완전히 고립된 무인도가 아니었다. 이 섬은 바다 건너에 있는 땅에 사는 야만인들이 식인을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섬이었다. 물론 '사람이 방문하는 섬'이라고 해서 무인도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무인도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섬을 뜻하기 때문이다. 야만인들은 몇 년에 한 번씩 당일치기로 왔다갈 뿐이었으니.

로빈슨은 식인종들에게 잡아먹힐 뻔 했던 다른 부족 야만인을 구해내 프라이데이(Friday)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영어로 금요일라는 뜻이며, 로빈슨이 금요일에 그를 만났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그리고 프라이데이를 하인으로 삼고, 말과 문화, 기독교의 교리 등을 가르치며 함께 살게 된다. 프라이데이도 처음엔 습관적으로 사람의 고기를 먹으려고 하지만 로빈슨의 명령으로 그만두었다. 프라이데이는 인육이 맛있는데 왜 못 먹게 하냐며 불평한다. 그나마도 염소고기를 좀 주니까 염소고기가 더 낫다며 다신 사람고기를 안 먹겠다고 하지만 여튼 로빈슨 크루소는 프라이데이의 식인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다시 식인을 한다면 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로빈슨에게 구출된 이후로도 한동안 프라이데이의 원시인 기질은 남아있어서 배를 만들 때 반으로 쪼갠 나무의 속을 태워서 파내자고 했으나, 로빈슨은 연장 사용법을 가르칠 겸해서 로 속을 파내도록 지시한다. 원래 속을 그냥 태우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기술이 수반된다. 잘못하면 나무가 그냥 다 타 버려서 이 일을 하려면 필요한 부분만 태우고 끄고 태우고 끄고를 반복하는 수준 높은 스킬이 필요하기 때문.

얼마 뒤 프라이데이의 아버지와 스페인 사람[4]이 먹힐 뻔한 것을 구해주고 이들을 섬에 살도록 한다. 이들이 준비를 해서 오기 전에 지나가던 잉글랜드 배에서 반란이 일어나 이 섬에 정박하였다. 반란자들은 선장과 고급선원들을 무인도에 버릴 심산이었다.

로빈슨은 선장 일행을 도와 반란군을 진압한다. 첫 번째로 선장과 그와 같은 편에 선 선원들을 구출한 후 섬에 상륙한 자들을 때려눕히고 포로로 잡는다. 선장의 말로는 그들 중에서는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이들이 두 명 있지만 나머지는 겁에 질려서 혹은 억지로 반란에 참여한 자들이라고 말하는데 이에 로빈슨 크루소는 그들만 제압하면 나머지들은 저절로 항복할 테니 그 두 놈만 해치우고 나머지는 용서해주자고 했고, 로빈슨 크루소 말대로 그 두 선원이 죽자 나머지들은 버로우 타고 항복했다. 이 때 선장의 용맹성이 묘사되는데, 선원들의 총격에 맞서 똑같이 총격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접근해서 개머리판으로 때려잡는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보여준다.

배에서는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자 다시 사람을 보냈다. 문제는 숫자로, 저쪽의 수가 많은지라 기회만 노리는데 이들이 동료들이 다 죽은 줄 알고 돌아가려고 하자 프라이데이를 시켜서 숲으로 유인했다. 그리고 밤이 되자 붙잡힌 이들 중에서 한 명을 시켜 항복을 유도한다. (우연히도 이 사람의 이름도 로빈슨이었다.) 이때 선장이 윌 앳킨스만은 용서할 수 없다고 하고 윌 앳킨스는 나만 잘못한 게 아니라며 울고불고 하는 해프닝이 일어난다. 하지만 선장 말에 의하면 윌 앳킨스는 반란을 일으킨 부선장 명령에 가장 충실했다고 한다.

이때 선장은 이곳에는 총독님과 그 부하 50명이 있다는 거짓말을 했고 날이 어둡고 사방이 적이라 이 말이 진짜인 줄 철석같이 믿었던 부하들은 그대로 항복하고 일부 믿을 수 없는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죄다 반란에 참여한 자들을 공격해 갑판장과 부선장 등을 죽이고 배를 탈환한다. 그때까지 손수 만든 염소가죽옷을 입은 모습을 숨긴 채 총독 행세를 하던 로빈슨도 배에서 가져온 정장을 갖춰 입고 본격적으로 총독 행세를 한다. 그리고는 문명인들의 옷이 이렇게 답답하고 불편했는지 몰랐던 것처럼 생각에 잠긴다.

이후 반란자들 중 생존자들을 섬에 두고 개척을 시킨다. 어차피 당시 잉글랜드 법상 반란에 단순 가담하더라도 사형 내지는 평생 노동형에 처해진다. 이들로서는 무인도에서 사는 게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주인공은 가축을 모으고 곡식을 재배하는 것을 오랜 세월 혼자 해왔는데, 그 기반을 전부 양보해준 대인배인 것이다. 한편 그 와중에도 몇몇은 사형을 당해도 좋으니 제발 살려달라며 여기에 있다간 쟤네들에게 죽을 거라고 하면서 배에 태워달라고 애원하는 이들도 있어서 하는 수 없이 그들의 소원을 들어 준다. 물론 그들은 배에 타는 대가로 채찍으로 맞고 그 상처에 소금식초를 바르는 형벌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 아주 얌전해졌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무려 28년 만에 조국인 잉글랜드로 돌아가게 된다. 이후로 자신이 과거 운영을 맡겨둔 농장이 잘 되어서 그 돈으로 영국에서 풍족한 삶을 살게 된 로빈슨과 프라이데이 이야기가 번외편으로 짤막하게 나온다. 이후 늘그막에 자신이 살던 섬을 다시 방문하여 필요한 물자를 전해주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한편 로빈슨 크루소의 부모님은 그 사이 죽고 없었는데 로빈슨 크루소가 죽은 줄 알아서 그에게 남긴 재산은 한 푼도 없었다. 그런데 작중에서 선장이 워낙 많은 것을 선물로 주었고, 상술했듯 운영을 맡겨둔 농장도 잘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재산 문제는 별탈없이 넘어갔다.
All these things, with some very surprising incidents in some new adventures of my own, for ten years more, I shall give a farther account of in the Second Part of my Story.
그 이후로도 나는 십 년 동안 새로운 모험을 하며 몇 가지 놀라운 사실들을 겪었는데, 내 이야기의 두 번째 장에 대해서도 더 이야기를 풀어주겠다.

소설은 300년차에 달하는 떡밥을 던지며 끝난다.

3.1. 후속편

디포가 《몰 폴랜더스》 등으로 인기를 얻은 말년에 속편을 쓰는데 여기서 로빈슨 크루소는 이제는 발전한 그 섬[5]을 방문하고 바다를 통해서 중국러시아를 방문한 후 시베리아를 횡단해서 영국으로 온다. 이 작품은 1993년 책의 해를 맞아 문학과 지성사에서 최인자역으로 국내에 단 한 번 번역되었다.

디포의 크루소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되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은 첫 1편이다. 그러나 1편의 여행이 2편으로 3편으로 연결되는 구성이 아니라 3편 같은 경우에는 그냥 굴러다니던 잡문들을 긁어모아 붙였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전편 로빈슨 크루소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돼버린다. 3편은 <로빈슨 크루소의 명상록>이라는 제목으로 로빈슨 크루소 1, 2편에 나오는 종교적인 내용을 따로 묶어 정리한 책이다. 책의 주제 역시 '내가 무인도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하나님의 교리에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니 너님도 하나님 믿으셈'이다.

디포는 1인칭 화자를 통해 실존하는 인물의 실제 이야기를 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던 작가였다. 따라서 로빈슨 크루소라는 인물이 실제로 할 법한 이야기를 엮어 속편을 만든 셈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실제로 한 이야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이름을 걸지도 않았다.

4. 평가

널리 사랑받는 영국 소설계의 고전. 후대에 와서는 노예 문제로 까이기도 하는 작품이다.[6] 아무튼 이 소설이 쓰인 17세기는 노예 무역이 활성화되어있던 시기였다. 그 당시에 노예 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노예 제도는 굉장히 보편적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것.

이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쓰였는데, 당시에는 이런 시점에서 쓴 소설이 흔하지 않았으므로 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에는 이 책을 '로빈슨 크루소라는 사람이 실제로 조난을 겪고 쓴 일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어쨌거나 근대 소설의 맹아라는 점에서 《돈키호테》 등과 함께 대단히 많이 연구되었던 고전.

주인공 로빈슨은 개신교 신자이다. 그런데 초반부의 로빈슨은 독실하다고 할 수는 없다. 브라질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본인을 가톨릭 신자라고 속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다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면서 스스로 고뇌하게 되며 또한 하나님을 찾는 모습이 매우 자주 나온다. 주로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로 병에 걸렸을 때 그랬고 섬을 빠져나가려다가 오히려 죽을뻔했을 때도 그랬다. 그리고 열병에 걸려 간신히 살아난 후에야 독실한 신자가 된다. 심지어 나중에 무인도에서 탈출한 이후에는 본인을 가톨릭이라고 속였던 것이 걸려서 브라질의 재산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사실 누구라도 혼자 무인도에 표류하는 상황에서 을 찾을 수밖에 없지만, 그냥 마구잡이로 신앙심을 강조한 건 아니고 상술했듯 처음의 로빈슨은 별로 신앙심이 없는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곡식 이삭이 돋아난 걸 보고 하나님의 기적이다!라며 감동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니 빈 자루를 털 때 그 안에 있던 낟알 몇알이 떨어져 나와 싹이 자랐다고 이해하면서 신은 무슨 신... 하다가 만약 자신이 이런 양지바른 흙밭이 아닌 바위 위에서 털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몇개 안되는 낟알이 혼자서 뿌리내리고 이삭 돋고 동물에게 안먹힌 건 마찬가지로 신의 기적 아닌가... 로 생각이 전달되어 마음을 고쳐먹는다.

이후에는 아예 프라이데이에게 포교까지 하는데 작중에서는 이 포교가 힘들었다고 한다. 이유는 프라이데이가 기독교를 거부한 건 아닌데 일부 교리에 의문을 품어서라고. 가령 하나님이 악마보다 더 세다고 하자 프라이데이가 그럼 왜 하나님은 악마를 벌하지 않냐고 질문했다. 이에 로빈슨 크루소는 프라이데이의 식인을 언급하였는데 그러자 프라이데이가 이해를 했다. 로빈슨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허를 찔린 나머지 당황하다가 "네가 식인을 했을 때도 하나님이 바로 벌하지는 않았지. 그것과 비슷한 거다."라고 해서 이해시켰다. 사실 로빈슨 입장에서는 대충 둘러댄 건데 프라이데이가 "아, 그러니까 주인님, 저, 악마 모두 나쁩니다. 모두 살아남아 회개합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모두 용서하십니다."라는 문장으로 이해해버려서 로빈슨이 프라이데이의 총명함에 탄복하는 묘사가 있다.

작중 천주교개신교의 각각의 특성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기독교 전반의 모습으로만 묘사한다. 대신 로빈슨이 천주교를 다른 종교라고 강조하는 장면은 많이 등장한다. 세월이 지나 섬에 다시 방문할 때도 성서를 전해주고 그곳에서 살던 반역 선원들을 개심하게 만든다.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은 매우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고립된 무인도에서 단 한 명의 생산자인 로빈슨 크루소가 효용을 최대화하는 생산자 선택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예이기 때문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 1권에서 생산이 사회적 관계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로빈슨 크루소의 예를 드는 경제학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미시경제학에서는 매우 좋아하는 예. 프라이데이를 상대방으로 추가해서 경제학의 다른 분야에서도 써먹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일부 종교계에서 이 소설이 곧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고 이성의 시대의 인간고백의 성향이 짙다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물론 작가의 성향이 포함되었겠지만 로빈슨 크루소는 당대 흔하디 흔한 모험소설 중의 하나라는 것이 통설이다. 인기 현대물이나 라노벨이 현대까지 살아남은 격. 예나 지금이나 당대 대중들이나 이후에 재평가되어서 인기 있던 작품들이 살아남는 건 사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작품들도 책이 막 나왔을 당시에는 흔한 대중 문학작품인 경우가 많았다.

사실 철학적 사유가 담긴 소위 '고전'과 대중적 통속소설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지 않다. 대중적 인기를 목적으로 쓴 통속소설이라도 작가 나름의 사유나 관점, 가치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고,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작가일수록 이러한 성찰을 통한 메시지가 강하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즉 꼭 "나는 무슨무슨 철학적 사유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작품을 써야겠어!" 라고 결심하고 쓴 작품이 아니라 그냥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으라고(=그래야 많이 팔리니까) 쓴 작품이라도 모든 창작물이 그렇듯 인간의 이야기인 이상, 인간고백의 성향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며, 오히려 이런 인간고백적 측면이 없으면 작품에 생동감이 없어 재미있는 작품이 될 수 없는 셈.

다른 유명 소설들처럼, 원래 아동용 소설은 아니었으나 아동용으로 편집되어 널리 읽힌 소설이다. 특히 이 소설은 섬에서 하나하나 자원을 모으고 생존수단을 찾는 부분이 무척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읽다 보면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특징은 게임이 없던 시절의 아동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로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5. 등장인물

5.1. 로빈슨 크루소

파일:상세 내용 아이콘.svg   자세한 내용은 로빈슨 크루소(캐릭터) 문서
번 문단을
부분을
참고하십시오.

5.2. 프라이데이

로빈슨이 구해준 잘생긴 원주민. 금요일에 구해줬다고 이름을 프라이데이로 붙였다. 본래 로빈슨이 사는 섬은 프라이데이가 사는 지역의 식인종들이 전쟁을 하고 나서 붙잡은 포로를 잡아서 먹는 데 쓰던 곳이었다. 적대 부족에게 잡혀서 잡아먹힐 뻔한 것을 로빈슨이 구해줬기 때문에,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로빈슨의 충복이 된다. 나중에 로빈슨은 프라이데이의 아버지도 구해줘서 더욱 깊이 탄복한다. 로빈슨이 고향에 돌아갈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고향에 돌아간다는 것 자체는 좋아했으나, 로빈슨이 자신을 떠나서 고향에 돌아가도 좋다고 하자, 차라리 죽이라며 자신은 로빈슨을 떠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식인종이지만, 원래 프라이데이의 부족도 적대 부족의 인육 이외에는 먹지 않았던 듯하다. 실제로 프라이데이의 부족은 표류한 스페인 사람들을 구해주고 같이 살기도 했다. 어쨌거나 로빈슨이 염소 고기를 요리해서 먹게 하자 이쪽이 더 맛있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인육을 먹지 않겠다고 맹세하기도 한다. 그래도 처음 로빈슨에게서 식인을 금지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실망하기도 했다.[7] 소금의 존재를 몰랐으며, 로빈슨이 고기에 소금을 찍어 먹는 것을 보고 따라했다가 뱉어내고 입 안을 몇 번이나 부신다.

처음에는 을 무서워했지만 나중에는 로빈슨에게 총 다루는 법을 배워서 사격에 능해진다.

3권에선 로빈슨과 같이 마다가스카르 섬을 지나가면서 거기 사람들에게 로빈슨을 주인으로 섬기라는 명령을 내리다가 그들의 저항으로 죽는다.

6. 여담

로빈슨 크루소는 Robinsonade라는 아류 장르가 발생하여 여기에서 언급되는 방드르디 외에도 쿳시의 포나 스위스의 로빈슨 가족, 로스트 인 스페이스 등 기타 셀 수도 없이 많은 작품이 생겨났는데 일반적인 아류와 다르게 Robinsonade의 경우 그 작품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

로빈슨 크루소가 섬 생활 중 고열과 두통으로 사경을 헤멨을 때, 담뱃잎을 생으로 씹고 에 담뱃잎을 담가 우려낸 걸 마셔서 병을 치료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하고도 병이 낫긴 하는데, 당시 담배가 약용 식물이라는 인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루소의 작품인 에밀 3부에서는 아이들에게 소년기 시기(12~15세)까지는 독서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와중에 이 책만 딱 꼬집어서 허용한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로빈슨 크루소 자체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책이기 때문에 루소의 사상과 어우러져서 그런 듯.

15소년 표류기》 역시 로빈슨 크루소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작중에서 서비스가 매우 즐겨 보는 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십시일반의 작품중 하나에서는 프라이데이와 로빈슨 크루소의 관계를 외국인 노동자와 악덕업주와의 관계로 묘사한다. 이 책뿐만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을 비판하며 프라이데이의 입장에서 이 로빈슨 크루소를 해석하는 책들이 종종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는 백인 로빈슨과 원주민 프라이데이의 관계를 식민주의 비판의 관점에서 3인칭으로 재구성한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가 나오기도 했다. '방드르디'는 프랑스어로 '금요일'을 뜻한다. [8] 여기서는 로빈슨과 프라이데이가 동성애 관계를 갖게 된다. 마지막에 로빈슨은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지만 문명사회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섬에 남기로 한다. 반면 프라이데이는 영국 배에 남는다. 외로이 혼자 남게 된 로빈슨은 살던 동굴로 돌아가는데, 그곳에서 다른 선원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신에게 친절히 대해준 로빈슨과 살기 위해 배를 나온 소년 수부와 만나게 되고 로빈슨이 소년에게 '쥬디(Jeudi)'라는 이름을 지어주면서 끝난다. Jeudi는 프랑스어목요일이라는 뜻이다.

노빈손 시리즈의 주인공 노빈손이 여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9]

만화 《도라에몽》의 노진구는 로빈슨 크루소를 흉내내려고 스스로 무인도로 갔지만, 그때마다 낭패를 겪었다.

1996년 MBC에서 방영한 '로빈슨 스크로'라는 애니메이션은 이 소설을 패러디했다. 원제는 Robinson Sucroe. 프랑스-캐나다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1994년에 제작했다. 로빈슨이 무인도에서 정착해서 사는데, 사실은 무인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사람들이 사는 섬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이다. 여기서 로빈슨은 이 섬이 무인도라고 철저히 속여야한다는 설정이다.

흔히 오랫동안 면도를 하지 않아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를 보고 로빈슨 크루소같다고 이야기한다.

7. 외부 링크

7.1. 한국어

7.2. 영어

7.3. 일본어

7.4. 중국어

8. 미러 링크




[1] Who lived부터는 부제목이기 때문에, 이 점을 살리면 '요크 출신 뱃사람 로빈슨 크루소가 들려주는 자신의 생애와 기이하고도 놀라운 모험 이야기: 조난을 당해 모든 선원이 사망하고 자신은 아메리카 대륙 오리노코 강 하구 근처 무인도 해변에 표류해 스물 하고도 여덟 해 동안 홀로 살다가 마침내 기적적으로 해적선에 구출된 사람'에 가깝다. 수식어가 앞에 오는 한국어의 특성상 더욱 더 구구절절해 보이는 것.[2] 현재 칠레령인 후안 페르난데스 제도의 마스 아 티에라 섬에서 지냈다. 참고로 이 섬은 1966년에 공식적으로 로빈슨 크루소 섬으로 개명되었다.[3] 다만 로빈슨 크루소는 평생에 걸쳐 총 세 번 항해를 떠난다. 단지 첫번째 항해는 폭풍우로 금세 끝났다.[4] 이 사람은 표류한 후 프라이데이의 나라에서 동료들과 살고 있었다.[5] 스페인 사람과 남겨진 반란자들을 위해서 원주민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이들이 가족을 이루어서 섬은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한다.[6] 사실 로빈슨 크루소는 노예를 상품으로 취급하러 가다가 난파된 사람이다. 더 나아가서 프라이데이를 만나서 아메리카 원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바로 노예로 삼아버리고 프라이데이 역시 이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으며, 사실 프라이데이는 로빈슨의 구출이 없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것이므로 차라리 노예가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7] 이를 본 로빈슨은 인육을 먹겠다면 죽여버리겠다는 말로 협박한다.[8] 국내에서는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라는 제목으로 민음사에서 번역본이 나왔다.[9] 첫편에서 환영 비슷하게 나타나 노빈손을 도와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