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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군(錢塘君)은 당나라 때 소설 『유의전(柳毅傳)』에 등장하는 거대한 용이다. 천 척이 넘는 키, 번개처럼 번쩍이는 눈, 핏빛 혀, 붉은 비늘과 불길처럼 날리는 갈기를 가졌다. 성격이 상당히 불 같고 난폭하여 온갖 대형사고를 치는 편이다. 본래 전당강(錢唐江)의 용왕으로 요임금 때 9년 간 홍수를 낸 장본인이었다. 훗날 천계의 장군(天將)과 뜻이 맞지 않아 오악(五岳 - 태산, 항산, 화산, 형산, 숭산)을 물에 잠기게 하여 벌로 동정호의 궁전에 금사슬로 묶이게 되었다. 사실 이것도 동정군이 겨우겨우 사정한 끝에 이 곳에 근신하게 된 것으로 원래는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였지만.
동정호의 용왕인 동정군(洞庭君)은 전당군의 친형으로, 동정군의 딸인 자신의 조카가 경하군(逕河君)의 망나니 차남과 혼인 하였는데, 망나니로 악명 높은 남편은 노는 데 정신이 팔리고 하녀와 정분이 나서 딸을 홀대하였다. 딸은 시부모에게 하소연하였으나 오히려 시부모는 말을 들어주긴커녕 아들만을 감싸고 돌았고 결국 아들을 무고한단 누명을 쓴 채 시가에서 쫒겨나게 되었다. 억울한 마음에 슬퍼하고 있을 무렵 유의라는 유생을 만나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유의는 사연을 듣고 직접 동정호를 찾아가 동정군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에 동정군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하며 슬피 울고 아내에게도 이 소식을 전하자 아내 역시 귀한 딸이 잘못된 가정으로 가서 모질게 학대받는 소식을 듣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린다. 이에 기겁한 동정군이 급히 아내를 말리라 당부하는데, 성격이 불 같기로 유명한 아우가 바로 이 전당군이기 때문에 이 소식을 들으면 반드시 그 집단을 요절낼 성미이기에 절대로 당부한 것이었다. 그러나....
하필 이 소리를 궁전 옥기둥에 묶여 있던 전당군이 듣게 되었다. 평소 조카딸을 아끼던 전당군이니만큼 바로 불같이 화를 내며 날아가는데 커다란 소리가 나고 전당군 주위에 천둥과 번개가 내려치고 눈보라와 우박이 몰아치더니, 사슬을 끊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4시간 뒤, 전당군은 다시 궁전에 나타나 유의에게 예를 갖추어 감사함을 전했다. 전당군은 동정군에게 4시간 동안 경수(逕水)로 날아가 경하군 일족과 싸웠다고 털어놓았다. 전당군은 60만명을 죽이고, 800리의 농지를 망가트렸고, 경하군의 아들을 잡아먹었다고 했다. 동정군은 전당군을 잘 타이른 뒤 딸의 억울한 사연을 알린 유의를 위해 이틀 간 잔치를 베풀었다.
연회가 계속되면서 전당군은 술기운에 유의에게 자신의 조카를 아내로 맞이할 것을 권하였다. 그러나 유의는 억압에 가까운 전당군의 태도를 질책하며 거절하였다. 전당군은 즉시 사과하였고 이튿날 유의는 모두의 환대를 받으면 궁전을 떠났다. 유의는 궁전에서 받은 재물의 100분의 1을 팔아 억만금을 얻었다.
몇 년 뒤, 유의는 2번의 결혼을 했으나 모두 사별하였고 금릉으로 이사하였다. 어느날 중매노파가 찾아와 한 여인을 소개하였고, 둘은 결혼하여 일년 뒤 아들을 얻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의는 부인이 전날 만났던 동정군의 딸 임을 알아내었다. 둘은 40년 동안 남해군에서 풍요롭게 살았고 다시 동정호로 돌아갔다.
이 전당군은 김만중의 소설인 구운몽에서도 간접적으로 등장한다. 작중 히로인인 백능파는 동정군의 딸로, 유의전에 나온 용왕의 딸이 백능파의 언니이다. 양소유가 백능파를 구출한 뒤 동정호 용궁에서 잔치를 열었는데, 이 때 동정 용왕이 '과인의 장녀가 예전에 경하군의 집안에 혼인을 갔다가 학대를 당해서 유의라는 마음씨 좋은 선비의 도움으로 전당강의 관리자인 아우가 딸을 구출한 적이 있다.'라고 언급한다.
일본 만화가 사메지마 엔의 단편집인 용왕의 딸: 중국환상선이란 만화에서 이 일화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