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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16 17:44:48

책벌레

먼다에서 넘어옴
1. 을 먹는 곤충2. 을 읽는 것을 아주 좋아해서 책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
2.1. 애서가2.2. 시력독서2.3.
2.3.1.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
2.4. 책장이 버틸 수가 없다!2.5. 기타 이모저모2.6. 책벌레들에 대한 이야기2.7. 목록

1. 을 먹는 곤충

특정한 벌레 종류가 아니라 오래된 책의 종이를 조금씩 갉아먹고 사는 벌레류를 총칭해 부르는 말. 보통 좀벌레, 그리고 인삼벌레 등의 유충이나 진드기 종류를 의미한다.

먼지다듬이라고도 하는데 한자로는 서두(書蠹)라고 쓴다.

방역학, 환경위생학, 보건위생학, 서적 및 곡식 관리 분야에서는 다듬이벌레과의 먼지다듬이 또는 책다듬이를 지칭하는 별명이다.

흰개미와 거의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눈의 구조에 있어 약간의 차이를 띈다.

현대에 생산되는 책은 대체로 섬유질이 아닌 돌가루가 들어간 인쇄용 종이를 코팅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찾아보기 힘들다. 돌가루 때문에 책이 무거워지긴 했지만.[1] 지금 즉시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던 한자 가득한 책이나 오래된 고서적을 꺼내 보면 책꽂이 사이에 눌려 죽은 책벌레들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올 벌레는 나오는 모양이다. 기사

포르투갈코임브라 대학교 조안니나 도서관에는 박쥐가 서식해서 밤에 고서들에 서식하는 책벌레들을 정리해주는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도서관 책상에 떨어지는 박쥐 똥을 막기 위해서 식탁보를 항상 올려놓고 폐관한다. 기사

헌책방이나 중고서점을 애용하면 어디선가 옮겨온 책벌레를 한 번쯤 볼 가능성이 높다. 애지중지하는 책들이 많다면 이놈을 발견하는 순간 패닉에 빠질 것이다. 나프탈렌이나 햇빛에 쥐약이긴 한데 이걸로 처리하다간 책이 변색될 수도 있음이 문제. 기사. 보이는 족족 털어내고 겨울까지 버텨야 한다. 겨울되면 추위에 못버티고 사라진다. 아니면 책을 냉동실에 넣어도 된다. 단, 성에가 생기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등장인물 빅비는 이 책벌레를 소탕하는 전용 마법을 개발한 바 있다. 이름하여 '빅비의 책벌레 소탕 Bigby's bookworm bane'. 최신 판본인 D&D 5판 기준으로는 정식으로 구현되지 않았다.

책 속 말고도 습한 곳이면 어디든 보인다.

2. 을 읽는 것을 아주 좋아해서 책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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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씹을수록 맛이 나고, 책도 읽을수록 맛이 난다. 다시 읽으면서 처음 지나쳤던 것을 발견하고 새롭게 생각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백 번 읽고 백 번 익히는 셈이다.
세종 이도[2]
(책을 읽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지 못 하는 것이 아니다. 공무를 보느라 여가가 적기야 하겠지만,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읽고자 한다면 그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과정을 세워 날마다 규칙적으로 해 나간다면 일 년이면 몇 질의 경적을 읽을 수 있고, 몇 년간 쉬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간다면 칠서를 두루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정조[3]

1번에서 유래된 말이다. 하도 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독서를 자주 하는 사람에게 붙여주는 별명이 책벌레. 일부는 자칭하기도 한다. 영어로는 bibliomania가 의미가 비슷하다고 하나 이는 굉장히 딱딱한 표현이며, 한국어의 책벌레와 의미가 통하는 "Bookworm"이라는 말도 있고 "Bookish person"이라는 말이 좀 더 구어체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책밖에 모르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말로 쓰인다. 이 경우 한자로 1번의 서두(書蠹)를 쓰는데 이것은 책을 많이 읽기만 하고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을 비꼬는 말로 쓰인다.

흔히 서브컬처에선 모범생이나 도서관 캐릭터가 이런 유형이며, 현실이건 가상이건 타인에 비해 상식이나 기타 등등에서 유식한 면을 보여준다. 비슷한 것으로는 글서생, 책 오타쿠 등이 있다. 문학소녀 문서도 참고해보자.

현실이건 만화건 어째 이런 유형에 속하는 사람은 대다수가 안경 속성도 보유한다. 선천적으로 시력이 나쁘거나 다른 이유로 안경을 쓰는 사람이 마침 책벌레이기까지 한 경우도 있지만, 눈에 좋지 않은 방식으로 너무 오래 책을 읽다가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쓰게 되는 경우도 많다. 창작물에서는 안경과 책이 둘 다 가진 '지적인 이미지' 때문에 서로 조합되는 경우가 많은 듯.

2.1. 애서가

이들의 특징이라면 책이 많은 환경을 보면 희열을 느끼며, 대부분의 경우 장서광 속성이 기본으로 붙어 수중의 돈을 책 사는 데 쓰는 경우가 많다.

간혹 책벌레가 진짜 책에 미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하루 종일, 며칠[4] 동안 자는 시간, 공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빼고는 다 책으로 때우는 사태가 일어나는데...이런 경우 밥을 먹으면서 반찬으로 책을 보고, 새벽에 몰컴도 아닌 몰독하는 사태가 일어난다.[5] 이 경우 스탠드 달랑 하나 켜고 침상을 뒹굴면서 책을 보는데, 이때 스탠드를 등지면서 보거나 스탠드와 거리가 멀어지면... 참고로 어떤 책벌레는 이러다가 안경 바꾼 적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이런 상태의 책벌레들은 여의치 않으면 핸드폰 액정 불빛이나 휴대용 게임기 등으로(!) 책을 읽는다. 리모컨 불빛에 의지해서도 읽을 수 있다.[6]

2.2. 시력독서

물론 인간의 시력 변화는 독서 경험 등과는 그다지 상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인들이 안경을 자주 쓰는 것은 옛날 사람보다 작은 글씨를 읽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지 시력 자체가 현저하게 나빠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장정일 등 세간에 잘 알려진 독서가들 중에서는 안경을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타고난 체질과 생활 습관으로, 을 많이 보는 것 자체보다 이상한 환경에서 책을 보는 게 문제인 것이다. 물론 눈의 초점이 고정되면 수정체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보고는 있다.

가성 근시라 하여, 일시적으로 피로하여 수정체 조절 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근시와 유사한 증상이 일어난다. 이때 눈의 피로가 풀리면 다시 시력이 돌아오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안경의 도움을 받게 되면 진성 근시로 발전한다. 안과에서 시력 검사를 할 때 눈에 아트로핀을 넣는 이유는 이 가성 근시 증상을 없애기 위해서이다. 예전에 어른들이 "어린애가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이유에서 자녀에게 안경을 씌우지 않는 일이 있었는데, 가성 근시의 경우에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근시는 대부분 가성 근시라는 점에서 다만 가성 근시는 임상에서 천명에 한 명 꼴로 나타나는 드문 현상이다.

경험자의 조언에 따르면 밤에 불 제대로 밝히고, 피곤하면 일단 잠부터 한번 자는 게 좋다.

2.3.

을 사기 시작하면 돈이 당연히훈훈하게 든다. 생각을 요하는 책이라면 며칠씩 생각해 가면서 다시 읽고 또 읽고 주변의 읽은 사람들과 토론도 한다. 하루에 보통 한 권씩 소모한다고 보면 딱이다.[7] 사실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하면 그런거 없다. 한국에도 한 달에 200~300만 원씩 책값으로 지출하는 책벌레가 여럿 있다. 책에 빠지다 보면 한국 도서로는 한계가 있어 책에 갈증을 느끼게 마련이고 외국 도서에 눈이 돌아가게 되는데[8] 그리되면 순식간에 지출이 늘게 된다. 심심풀이 책이래도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다.

책벌레라고 해도 그 특기 분야가 각양각색이라 일견 가치 없어 보이는 외설 책이나 싸구려 잡지, 만화책 등을 모아들이다 하나의 개인 도서관을 만들게 되고 그런 콜렉션이 문화사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도서관은 돈은 없고 책은 읽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건립된 것이다. 하지만 골수 책덕이 되면 도서관이 있어도 답이 없다. 일단 도서관이라고 해도 주변에 도서관이 여러개 있지 않은 이상 모든 이 다 구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자신이 원하는 책을 고르려면 서점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확실히 좁고[9] 경우에 따라서는 웬만큼 큰 도서관이라도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은 별로 없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책은 건물의 하중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에 도서관들은 주기적으로 장서 정리를 한다. 따라서 전에는 개가제로 볼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신청을 해야 볼 수 있는 책도 적지 않다. 거기에다가 집 근처에 크고 좋은 도서관이 없다면 더더군다나 별 도움이 안 된다.[10] 또한 책벌레가 되면 책에 대한 소유욕이 엄청나게 강해지고[11] 언제나 끌릴 때 당장 다시 뽑아서 보는 식이라 결국 이것저것 사게 된다. 대체로 정말 재미용은 대형 서점에서 처리하고, 살 만한 거만 추린 게 이런 식으로 나타난다. 결국 중요한 건 소유욕이다.

2.3.1.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

옛날의 책벌레(아버지 세대)들은 훔치는 경우가 많았던 듯하다. 다만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옛말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배우고자 하는 뜻을 가진 사람을 막지 말라는 뜻이지 진짜로 책을 훔치라는 뜻이 아니다. 이전 세대의 일화들은 단순히 가난했기 때문에 생긴 일에 불과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활판 인쇄 기술이 개발되기 이전은 말할 것도 없고, 인쇄술이 보급된 20세기 중반까지도 책은 소위 정보화 혁명을 거친 21세기에 비하면 상당히 귀한 물건이었다. 책을 일일이 한 권씩 필사해야 하던 시절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인쇄기술이 발명된 이유에도 책 한 권을 인쇄하기 위한 활판을 짜서 그걸 인쇄기에 얹는 비용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으며, 그렇게 짠 활판을 보관하는데도 비용이 소모되었기에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원판 자체를 디지털 파일로 영구적으로 보존 가능하고, 최소한의 분량[12] 단위로도 인쇄할 수 있는 현대와는 달리 한번 판을 짜서 대량으로 인쇄하여 발행했을 때 사지 못하면 그 후에는 서점의 창고와 헌책방을 샅샅이 뒤지지 않고서는 그 책을 구하기 어려웠던 것이다.[13]

정말 가난해서 값이 없는 사람들도 많았고, 책 값이 있어도 정말 물건이 없어서 살 수 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기에 꼭 보고 싶은 책이 있는데 다른 방법으로는 구할 수가 없으니 훔쳐서라도 가지고 싶다는 독서가들의 욕망이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 라는 말로 표현된 것이다. 이태준같은 당대의 대가가 자신의 수필집에서 "처음부터 돌려주지 않을 작정으로 책을 빌려왔는데, 돌려달라고 하도 졸라대서 할 수 없이 돌려주었다"는 뻔뻔한 소리를 대놓고 했는데도 대부분의 독자들이 웃어넘긴 것 역시 이런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고서는 정말 갖고싶은 책을 갖지 못하는 사정을 당대의 독서가 대부분들이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 증가+출판량 증가로 일단 책을 사기 쉬워졌고, 도서관 시스템의 확충으로 책을 직접 사지 못하더라도 책을 읽을 기회를 얻을 여지가 넓어지면서 이런 변명은 그 의미를 크게 상실하였으며, 게다가 건식복사기의 보급 이후 (사실 이 역시 엄밀히 말하면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크기는 하나) "책의 내용이 그렇게 필요하면 복사라도 뜨면 되지, 도둑질하는 핑계가 되냐?" 는 반론에 재반론할 방법이 없어진 것. 이 외에도 인쇄 및 제본기술의 발달, 전자문서나 e북의 발달까지 생각하면 현대 기준으로는 책도둑은 그냥 도둑이다.

아버지 세대들의 절도(?) 스킬은 간단하다. 부잣집인데 부모가 을 사줘도 안 보는 놈과 친해진다. 빌린다. 달라고 하면... 아직 안 봤어, 깜빡했어, 두고 왔어를 돌려가며 시전... 현대의 경우는 교내 도서관에서 직접 절도(주머니가 큰 경우) 또는 등록 전 미리 밀수, 또는 도서관 이동 시 노동력을 빌려주는 척봉사활동하며 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서점은 절대 털지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위의 경우는 어떻게든 무마가 가능하지만 서점의 경우는 얄짤없이 현행범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학 도서관, 시립 도서관이나 대형서점은 입구에 감지기를 무조건 설치하기 때문에 금방 걸린다. 그냥 도서관 죽돌이가 되자. 아님 브래테니커보다 정확한 위키백과 영어판을 보던지..

2.4. 책장이 버틸 수가 없다!

보통 책벌레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자신만의 도서관'이나 '사면이 책장으로 덮힌 자신만의 방'을 대답할 것이다. 이 정도까지 오면 이제 어디선가 돈이 생기면 바로 을 사서 읽는 것 자체가 당연한 수준이 된 것이며, 동시에 이사 가기가 대단히 골치 아픈 지경에 빠졌다는 의미다. 이삿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간혹 이런 서재에서 더 나아가, 사면을 가득 채운 책장들 속 한켠에서 은은하게 타는 벽난로와 그 옆의 포근한 카우치를, 그리고 옆에서 나른하게 졸고 있는 고양이를 꿈꾸기도 하는데, 안타깝게도 벽난로와 고양이 모두 책과는 영 궁합이 좋지 않다....귀중한 책들이 고양이 발톱에 찢겨 바람에 날려다니는 모습을 보고싶거나 "불이야!" 비명소리 한번에 홀라당 땔감으로 만들 게 아니라면(…) 로망은 그냥 로망으로 남겨두자. 현실적으로 화재 위험이 너무 크다. 책 중에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는 책에서 이런 환경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는데, 도시가 정기적인 화재로 고생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또, 책벌레의 지상 최대 걱정은 책장이 모자라거나, 책장이 이미 넘치거나, 책장 놓을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온 가족이 책벌레라면 집안에 책이 굴러다닌다. 주변의 책벌레 아버지와 책벌레 어머니, 책벌레 자식이 있는 집의 경우를 들자면 32평 아파트의 현관부터 책장이 있으며, 거실, 부엌, 화장실(!)까지 꼭 필요한 가구나 집기를 제외한 빈 공간에는 반드시 책장이 있었다. 거기다 책장들은 모두 천장 크기와 책 크기에 맞춤제작한 책장들. 문제는 그 책장으로도 부족해서 바닥에 책이 쌓여 있는데 세 명은 돈이 생기면 또 책을 지른단다. 사실 어지간한 대학원 박사 과정 정도를 이수하면 32평 아파트를 책으로 채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너무 자책하진 말자.

집에 장서가 많은 것을 합리화하는 방법에 대해(라기보다 "이 많은 을 다 읽으셨어요?"라고 묻는 방문자에게 대답하는 방법으로) 지식계의 T-렉스라 불리는 움베르토 에코는 이런 대답을 제시했다.(<서재에 장서가 많은 것을 정당화하는 방법>,『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저것들 중에 읽은 책은 단 한 권도 없어요. 이미 읽은 책을 뭐 하러 여기에 놔두겠어요?"(경멸하는 듯한 어조로. 하지만 "그러면 다 읽은 책은 어디에 두세요?"라는 질문이 또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저는 이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지요. 여기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책들을 말입니다."(상대는 아연실색하며 경외의 눈으로 당신을 바라볼 것이지만, 그렇게 무자비한 대답으로 상대를 불안에 빠뜨리는 것은 너무 심할 수 있다.)
"여기 있는 책들은 지금부터 다음 달까지 읽어야 할 것들입니다. 다른 책들은 대학의 연구실에 놓아 두지요."(상대는 당신의 귀중한 독서 시간을 빼앗았다는 자책감에 빠져 냉큼 돌아갈 것이다.)

책꽂이에 정리를 하지 않고 차례로 쌓아둔 덩어리가 무너져 에 깔리거나 발등을 같은 곳을 찍는 경우가 발생하며 이런 경우를 북 드래프트라고도 부른다. 사실, 책은 상당히 무거운 물건에 속하며 질이 좋은 종이일수록 더욱 무거워진다.[14] 괜히 도서관 지을 때 별도의 설계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15] 위에서 언급했듯이 도서관들이 주기적으로 장서 정리를 해 활용도가 낮은 책들을 보존서고로 돌리는 큰 이유다.

이삿짐 센터가 가장 싫어하는 이삿짐이 책[16]인 것도 당연하다. 포장이사도 책에는 소용이 없다. 거기다 맞춤 책장이라면 또 갈아치워야 한다. 한국에서도 책 도매상 직원이 책꽂이가 무너져 압사한 사고가 있었으니 잠자는 머리맡에 책을 너무 쌓아놓지 말자.[17] 일부 책벌레들은 이사 할 때 책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포장하는 진성 덕후짓을 한다. 책에 사람손 때와 먼지가 타는 게 싫기 때문. 약 600여 권의 책을 에어캡으로 일일이 2중 포장을 하는 근성을 보여준 사례도 있다는 모양이다. 600개뿐이라고? 참고로 이사 전에 미리 상자에 집어 넣을 때에는 작거나 적당한 크기의 상자가 좋다. 너무 큰 상자를 사용하면 이삿짐 센터 직원이 도저히 들 수가 없어서(...) 양해를 구하고 상자를 뜯어버린다.

현대에 와서는 책꽂이가 부족한 것 때문에 몇몇 이단책벌레들은 텍본이나 스캔본으로 가공을 해서 전자 매체로 저장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전자책으로 대여 및 구매도 가능하지만.

2.5. 기타 이모저모

영국소설가 닉 혼비는 "책장에 안 읽은 책이 아직 남아 있더라도 새 책을 사 오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지성인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김영하 소설가 역시 알쓸신잡에서 “책이란 건 읽으려고 사는게 아니라 사놓은 것 중에 읽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더라도 너무 탓하지는 말자. 라이브러리에 안 한 게임이 아직 남아있더라도 새 게임을 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게이머다.

속독이라는 특수 스킬[18]을 익힌 경우도 있다. 스킬을 시전한 책벌레의 모습을 보면 마치 나선력이 발휘되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책벌레의 경우 속독을 '진정한 책읽기'로 인정하지 않고 까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가벼운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의 경우 속독하여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심층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요하는 서적(특히 철학 서적 등)들을 속독하는 것은 가히 책낭비라고 부를 만한 행위다. 속독 문서 참조. 이쯤되면 같은책을 여러번 읽는다.

을 많이 읽다보니 책 두께 기준이 일반인들과 다른 경우도 있다. 이는 보통 대중적으로 읽히는 양산형 자기계발서의 분량과 비교했을 때 책벌레들이 주로 읽는 책들의 분량이 꽤나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300쪽 이하는 얇은 책, 600쪽 이하는 일반적인 두께의 책, 1000쪽 이하는 조금 두꺼운 책, 1000쪽을 넘는 책은 두꺼운 책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친구가 얇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300쪽 분량의 책을 추천해준 경우도 있었다고...

책벌레라고 하면 몸이 약한 문학소녀가 떠오르기 쉽지만, 사실 양장본 하드커버 400페이지 이상의 책들은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의 무거운 무기이다. 문서에도 있지만, 돌이나 마찬가지인 책들을 주로 들고 다니고, 서서 계속 들고 다니며 읽어 대는 책벌레의 근력은 예상 외로 강하다. 가방에 600쪽 이상 책을 몇 년간 세 권씩 넣고다녀 보자. 단단해진 어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유사시 들고 있는 책을 던지거나, 휘두를 수 있는 책벌레를 자극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짓이다. 각 분야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 책벌레라고 해서 몸이 약한 것만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자.[19]

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라도 보관에 신경 쓰는 사람과 보관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앙숙지간이다. 아래의 신숙주와 김수온의 이야기는 좀 극단적인 예이지만 책 하나 때문에 관계가 안 좋아질 수 있다. 그러니 남아 도는 책 하나 안 빌려준다고 뭐라하지 말자.

간단히 얘기해서, 책벌레는 두 가지로 나뉜다. 책갈피를 사용하는 사람과 책날개를 사용하는 사람. 명심하자. 책날개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책을 빌려줬다면, 책이 온전히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둬야 한다. 책을 엎어두는 안돼! 사람은 특히. 극히 드물면서도 악질적인 경우로 읽던 페이지 귀퉁이를 접어두는 경우도 있다. 세 번째 유형으로 훼손은 싫은데 책갈피 구하기 귀찮아서 마지막 페이지를 외우는 사람도 있다 내용을 외워두면 페이지 번호를 몰라도 된다 이 경우 읽는 중에 남이 책을 닫아도 의미가 없다고 한다

책벌레의 주요 딜레마 중 하나는 겨울철에 발생하는데, 바로 방에 가습기를 놓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사이의 갈등이다. 에게 습기란 쥐약과도 같기 때문에 책을 보관하는 공간의 습도는 항상 낮게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겨울철의 건조한 공기와 사투를 벌이는 호흡기는 강력히 수분을 요구하는 것도 현실. 결국 책벌레들은 호흡기의 안녕과 책의 수명 중 하나를 다른 하나와 등가교환하게 된다... 물 많이 마시자 만일 물을 마시며 책을 읽다가 물을 책에 쏟는다면?

책벌레가 덕질중에 가장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책벌레들이 사회에서 지위가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명문대를 나왔다면 최소한 수많은 교과서를 완벽하게 '섭렵'하고 완벽히 이해했다는 것이다. 명문대를 나오지 않았더라도 사회적으로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이라면 그에 준하는 수많은 을 탐독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정 분야(소설 등)에 치우친 독서를 하는 책벌레도 있는데 이경우 언어능력이 특출나게 좋은 경우도 있다.

2.6. 책벌레들에 대한 이야기

책벌레들에 관한 에피소드만 모아놓은 '젠틀 매드니스'(신사적인 광기)라는 도 나와 있으며 책이 무려 1100쪽을 넘는 엄청난 두께다. 그리고 정가도 48,000원으로 매우 비싸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흥미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으니 이런 쪽에 관심있는 사람은 사서 보거나 근처의 지역 도서관에서 찾아볼 만한 서적이다.

2.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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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닌 게 아니라 한국 도서는 외국 도서보다 대체로 용지에 돌가루를 많이 사용하여 무겁다. 2007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돌가루를 8% 정도 쓴다면 한국은 무려 27%나 쓴다고 한다.[2] 세종대왕도 고기도 병적으로(아닌게 아니라 진짜로 성인병에 시달릴 만큼 먹고 눈병이 날 만큼 읽었다!) 좋아하던 사람이었던 걸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알 수 있다.[3] 정조의 독서 습관은 책을 완전히 외울 때까지 읽고, 읽고, 또 읽는 것이라 경연 때 어느 책, 몇 쪽, 어떤 구절이 무엇무엇이라고 줄줄 암송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소설이나 패관문학은 싫어했다.-[4] 그래도 보통 한 주 이상 못 간다. 대개 체력의 한계가 와서...[5] 세종대왕이 왕자 시절 하도 만 읽어서 걱정한 아버지 태종이 처소에 있는 책을 다 치우게 하자 숨겨 놨던 한 권을 겨우 찾아내 그야말로 몰독을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6] 야간 도보 중 독서 시 핸드폰 액정은 기본, 가로등 주기에 따라 이동 속도 조절은 매너. 가로등 아래 잠시 정차는 개념이다. 물론 사고 안 나게 조심해가며 읽자. 아예 이동 중 을 읽기 위해서 운전을 안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7] 물론 하루 한 권으로 만족하는 애서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별로 없다.[8] 다만 원서를 읽으려면 어린이 동화 같은게 아닌 이상 외국어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나야 한다.[9] 특히 현대에는 인터넷 서점이 워낙 발달해 있어서 시판되는 책들도 다양하게 쉽사리 구할 수 있고 중고책들도 웬만한 것은 다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도서관에 비하면 훨씬 범위가 넓다.[10] 그래도 현대에는 주민센터에도 작은 도서관이 구비되어 있는 등 책을 접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는 하다.[11] 특히 도서관 등에서 대여한 책은 기한 내에 반납해야 하므로 좋은 책을 반복해서 보거나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도서관보다는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12] 권당 단가가 좀 오를 것만 각오하면 수십부 정도도 가능하다.[13] 출판물의 서지정보에서 'O판 X쇄'가 반드시 명시되는 것이 이 당시의 흔적이다. 몇번째로 짜 둔 원판으로 몇번째 인쇄한 결과물인지 표시하는 것.[14] 보통 종이의 질을 좋게 하기 위해 돌가루 같은 것을 첨가하며 종이 질이 좋을수록 돌가루가 더 많이 뿌려진다.[15] 다른 건물을 용도 변경한 도서관들은 매우 골치 아파진다. 예산과 시간이 받쳐주기만 하면 아예 내부 설계를 싹 뜯어고치기도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서도 서점을 고층에 설치한 게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16] 현장의 언급에 따르면, 그쪽 은어로 책을 돌덩이벽돌이라고 한다.[17] 얇은 종이만 보면 느낌을 잘 모르겠지만 종이의 원재료는 나무가 베이스에 돌가루를 첨가한다. 통나무 & 벽돌이 쏟아진다고 생각해보자.[18] 사실상 많이 읽다보면 자동으로 따라붙는 기술이다보니 책벌레의 필수 패시브이긴 한데, 속독을 싫어하는 책벌레들도 종종 있다. 주로 의 내용을 깊이 음미하며 읽는 경우 이렇다.[19] 다만, 단순히 책벌레라는 특징만 보면 실제로 유사시라고 책을 휘두를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책벌레일수록 자신의 책에 대한 애정이 강하고, 그만큼 책을 함부로 접거나, 찢거나, 던지거나, 함부로 대한다는 상상 자체를 하기가 쉽지 않은 성격이 많기 때문이다.[20] 근대 이전에는 인쇄술이 발달하지 못해 책이 정말 귀했기 때문에 그 당시 100권이면 현대 기준으로 수만 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 동급이라 봐도 무방하다.[21] 그래서 옛날 만화에 이런 개그가 있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내가 네 나이땐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다 읽으면 한장, 한장 찢었었더랬지."라고 하니 그 아들이 대답하길, "전 그래서 아예 한영사전을 먹었습니다."[22] 지금도 책값이 비싼 편인데 저때는 책 1권값이 0.5말에서 2말 정도 하던 수준이고 지방 벽지에서 책값이 더 비쌌는데, 쌀 1말이 대략 18KG에 해당된다. 이러니 책 몇권 정도 가지고있는 정도면 몰라도 수십권씩 가지고 있는것은 어느정도 먹고사는 계층이라는 얘기이고, 책을 수백권~수천권씩 가지고 있으면 명문가나 거상급의 부자라는것을 인증하는거나 마찬가지였다. 즉, 김수온이 엄청난 민폐를 저지른 셈.[23] 판본에 따라서는 워낙 귀한 책이라서 찢어서 버리기는 아까워 벽에 붙여서 외웠다고 변명을 하는 경우가 있다.[24] 곤혹스럽게도 신숙주도 책벌레로 유명한 사람이다. 세종대왕때 얘기는 너무 유명하니 패스하고 유언으로 남긴 것도 저 세상에서 읽게 책 몇권 좀 무덤에 넣어달라는 것이었다.[25] 또다른 얘기로는 이 책이 무려 세조가 직접 하사한 책이라서 신숙주가 빌려주기 거부했고 그래도 김수온이 졸라 대자 빌려줬더니만 역시나 찢겨있었다. 다만 버리지는 않았는데 김수온은 "어찌 임금님께서 주신 책을 길바닥에 버리겠는가?" 라고 말했다고... 신숙주:그럼 임금님이 주신 책을 찢는건 잘 하는 짓이냐?[26] 당시 단위로 억(億)은 10만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