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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역사3. 특징4. Private Clinic과 비교5. 위기론6. 여담

1. 개요

NHS, National Health Service (국민 보건 서비스)란 영국의 국영 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국가가 국민의 의료 서비스를 책임지므로 '의료보험'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국영 의료 서비스 시스템이다. 합법 체류 외국인 포함 모든 사람에게 무상 의료를 제공하며, 그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유명한 국영 의료 시스템이지만 그만큼 장단점과 갑론을박이 많다.

호주,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영연방 내지는 구 영국령의 의료 제도가 영국의 영향을 받아 NHS와 비슷하게 설계되었다.

2. 역사

제1차 세계 대전은 사상 유례가 없던 규모의 부상병을 만들어냈다. 세금을 써서라도 이 참전용사들을 치료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으나, 대공황으로 이는 여의치 않게 되었다. 이윽고 제2차 세계 대전영국 본토 항공전으로 참화는 민간에까지 밀어닥쳤고 부상자, 불구자가 속출했다.

1942년 영국 베버리지(Beveridge) 위원회에서 사회보험에 의한 전 국민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보고서를 공표하였다. 하지만 보고서 쓰는 거와는 달리 진짜로 정책을 만드는 건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당시 보건부장관이었던 어나이린 베번(Aneurin Bevan)의 말로는 "전국을 돌며 의사들에게 금덩이를 물렸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오랜 토론과 교섭 끝에 1946년에 와서야 법이 만들어졌으며, 이게 바로 NHS의 시작이었다.

'영국병'을 지적하며 복지 정책 축소에 앞장섰던 마거릿 대처 조차도 의료보험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에서는 전직 영국 노동당 총수의 말을 빌어 '대처나 블레어가 이걸(의료보험) 건드렸다면 혁명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 NHS에 대한 예산을 감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총리 자신이 코로나19로 입원 치료를 받은 이후로는 다시 예산을 증액했다.

3. 특징

미국의 The Commonwealth Fund라는 단체에서 2014년에 발행한 레포트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한 그 외 유럽, 오세아니아 주요 11개 선진국 중 영국의 헬스케어 시스템을 다방면에서 골고루 성공한 사례로 꼽았으며, 내용을 보면 영국의 의료 체계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1위를 달성했다.[1]

NHS에 대한 영국인들의 애정도 상당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 NHS를 다룬 퍼포먼스가 펼쳐졌을 정도다. CNN 리포트에 따르면, '영국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한다. # 영국인들은 NHS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높고 이에 대한 지지율도 매우 높다. 오죽하면 신자유주의의 광전사였던 마거릿 대처 시절 재무장관(Chancellor of the Exchequer)을 지낸 나이젤 로슨이 “The NHS is the closest thing the English have to a religion“(NHS는 영국인들에게 종교와도 같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국민들의 기본 마인드부터가 사람을 살려야 하는 의료 기술을 치료비 문제로 이용할 수 없거나, 차별 적용되거나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이념으로 깔려 있다. 의사들도 자신들이 배운 의술을 공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다른 나라, 특히 비유럽권 국가들의 유상 의료제도를 이상하게 또는 비도덕적으로 보기도 한다.

NHS는 분배나 사회보장제도 이야기를 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예시로 엄청나게 포괄적인 범위와 보장을 자랑한다.[2] 누구나 치료비 걱정 없이, 줄을 서서 기다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적어도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고 인권 사각지대에 처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국가에서 관리하는 제도이니만큼 정부나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NHS병원이 전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한국 상황에 맞게 비유하자면 대부분의 병원들이 지방의료원보건진료소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의료보장의 허들이 좀 있는데, 지정된 병원, 또는 주치의로 등록된 의사에게만 진료가 가능하며 불필요한 경우는 진료 자체를 할 수 없다. 이 '불필요한 경우'라는 게 한국과는 개념이 달라서, 한국에서 병원 가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영국에선 진료조차 보지 못하고 약국 선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영국제 감기약이 잘 듣기로 유명하다.

흔히 영국식 국영 의료서비스에 대해 비판할 때 암환자를 죽도록 내버려둔다는 식의 예시를 드는데, 암처럼 죽을 병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진료해주므로 틀린 비유이다. 생명에 관계된 분야이고 살릴 수 있으면 정상 진료이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치료 효율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한국 기준으로는 이상해보이는 상황이 나온다. 이를테면 갑상선이나 전립선암처럼 '천천히' 죽는 병이면 천천히 진료해주며 전이암처럼 생존 가능성이 10% 정도로 떨어지면 치료를 잘 안 해주려고 한다. 사회복지의 천국에 사는 사람들이 왜 비싼 돈 내고 민간보험을 들려고 애쓰냐면 한국 정도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다.

영국 의료 서비스의 질의 예를 들어 보자면 임산부의 경우 출산 때까지 초음파를 2번 시행해주며, 산부인과 전문의는 출산 1개월 전에 처음 만나게 된다. 고령임산부 등의 위험군이나 임신중독증같은 중대상황이 발생했을 경우는 당연히 예외이다. 또한 영국에서도 의료 시설의 수준이 지역마다 차이가 꽤 큰지라 postcode lottery(복불복)이란 표현까지 있는 게 현실이다.(기사) 특히 2016년 겨울부터 일명 NHS crisis라고 불리는 상황이 벌어지며 시스템의 문제가 가시화되었다. 구급차로 실려 오면 1순위로 치료받아야 정상이지만, 어쩌다 정부 지원이 펑크나면 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들이 10시간씩 병원에서 대기를 하고 수술이 취소되는 사태도 벌어진다.[3] 같은 접근성일 때 투자되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의료의 질이 낮은 것이다.

의사들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정부 재원에 따라 임금상승률이 널뛰는 편인데, 일각에서 단순히 생각하는(?) 그냥 공무원은 아닌지라 급여가 낮지는 않다. 영국 의사들이 그정도 수준으로 박봉이었다면 같은 영미권, 특히 미국으로 이민 행렬이 줄을 이었을 것이다. 영국 의사 급여가 미국 의사 급여의 1/3수준으로 낮기는 하지만 그건 미국 의사와 비교해서 그렇지 영국의 타직종과 비교하면 상당한 고소득 직군에 속한다. 괜히 남아공,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나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의사들이 영국에서 의사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치과 분야는 과거에는 개인이 부담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었기 때문에 소아의 경우에는 공공건강보험에서 커버해주지만 성인은 자비부담이라 치과진료비로 파산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현실로 인하여 영국인들이 치과 진료를 기피하는 건 당연지사고,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영국인들은 치아가 영 좋지 않다는 편견에 일조했다. 헝가리로 치아 의료쇼핑을 가기도 한다.

박리다매 수익모델로 30초 진료 같은 현상이 생기는 한국 병원과 달리#, 영국 NHS 계약 병원은 의사의 성향에 따라서는 간단한 병 정도라도 오랫동안 진료를 보기도 한다. 오랫동안 진료를 본다는 건 지출되는 의료비용도 크다는 의미인데, NHS는 응급상황이 아닌 이상 반드시 일반의의 판단 하에 상급진료를 받게 하는 주치의제로 병원문턱을 높여서 해결하고 있다.

4. Private Clinic과 비교

영국 의료는 크게 국가에서 총액계약제로 운영하는 NHS와 공공보험이 거의 적용되지 않고 운영되는 Private Clinic으로 나눌 수 있다.

영국의 대학 중 98%가 국공립이며, 자연히 그 산하의 대학병원은 거의 전부 NHS 시스템에 들어있어 사실상 대학병원까지 무료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병원 선택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한국으로 치면 빅5병원 대신 집 주변의 대학병원이나 지방의료원을 이용하는 것과 같다. 국민건강보험이 안되는 대신 해당 재원을 국공립 병원에 투자해 지방의료원과 보건소가 한국보다 훨씬 널리 깔려있고 국립대 병원도 무료로 운영하는 셈.

아무래도 대기시간이 있으나 완전 무료인 NHS와, 대기시간이 짧으나 비용이 다소 들어가는 Private Clinic은 비교대상이 되나, 응급상황 시 NHS에서는 A&E(accident and emergency)를 이용하여 즉각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NHS를 이용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Private Clinic을 이용할 수 있기에 이러한 단점은 상호 보완이 된다.

서비스 품질에 대해서는 당연히 대기시간이라는 측면에서는 사병원이 유리하지만, 공공의료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큰 수술이나 치료는 NHS가 더 잘한다. 암 같이 위중하고 큰 병에 걸리면 사병원에서도 그냥 NHS 가라고 한다. 암 수준으로 위태로운 병이면 입원, 치료 최우선 순위인지라 악명높은 대기시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기도 하고. 반대로 알레르기처럼 당장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대기 기간이 길고 GP에서도 그냥 약먹고 버티라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Private Clinic이 유리하다.

5. 위기론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NHS의 진료를 받으러 대기하는 인원이 크게 늘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 의회에서는 년간 12,000명이 의료대기로 Severe Harm을 겪는다는 예측자료가 제시되기도 했다#[4]

현지 칼럼은 이에 대해 의료수용한계의 증가를 제시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경우 자체 의료인 수 조절 이전에 해외에서 의료인력을 고용하는 정책을 도입했으나.# 결국 2023년 의대입학 정원을 2배 늘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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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자료는 A&E TYPE 1 환자의 대기시간을 통계로 나타낸 것이다. A&E Type은 3까지 존재하며, 1의 경우 중대환자에 대하여 4시간 이내의 대기 시간을 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무래도 코로나를 겪거나 불필요한 환자를 수용하는 바람에, 원래 목표인 대기시간 4시간을 이루기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2024년에도 대기시간은 길어지기만 하고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판데믹 당시 코로나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암, 심혈관질환 등 초긴급 케이스를 제외한 일반 환자들을 거의
받지 않았는데, 이때 쌓인 환자들이 코로나 해제 이후에 몰리기 시작하며 이 지경이 난 것이다. 진료수요가 많은 이비인후과 등의 전문의를 보기 위해서는 예상 대기시간이 52주 넘게[5] 찍힐 정도.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직접 걷는 돈 없이 간접세 형식으로 정부에서 돈을 타 쓰는 NHS의 특성상 코로나 재정난의 영향도 직격탄으로 맞았기에, 환자는 넘쳐나는데 돈이 없어 장비와 인력을 확충하지 못하고, 그 사이에 환자는 또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2022년에는 1/3에 달하는 주니어 닥터들이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는 설문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단, 미국에서 일할 의향이 있는 의사는 5%에 불과하고, 영국과 비슷한 시스템에서 대우는 더 좋은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를 선호한다고 한다#.

6. 여담

"하지만 현재 군 의료서비스 공급 체계는 영국의 의료체계로 잘 알려진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 중이다. 군 의료서비스 관련 민원의 대부분은 영국 의료제도의 고질적 병폐로 알려진 긴 대기 시간, 낮은 서비스 수준, 환자의 선택권 제한 등에 관련된 민원이다."
김대희, 김광묘, 김형남, 송지아, 전명욱, 최홍조. 장병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군 의료체계 실태조사.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258 p.


[1] 아니나다를까 미국은 여기서도 꼴찌를 했으며 '건강의 질적 수준' 또한 현저하게 낮았다.[2] 대기가 엄청나게 길긴 하지만, 성별 불쾌감 환자들을 위한 트랜스젠더 호르몬 치료성전환 수술까지 커버한다#. 그에 수반되는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은 사립병원에서만 실시하긴 하지만.[3] 무려 77시간 30분동안 대기하여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 단 이례적인 케이스로, 평균적으로 응급실 대기시간이 제일 긴 나라는 27시간 정도의 캐나다다.[4] 외삽법을 이용하여 1일의 자료를 1년까지 확대하였다. 아무래도 발표일자보다 미래의 인원까지 추산되었고, 영국 노동당자민당이 집권 보수당을 공격할 때 사용한 자료라 참고용으로 보는것이 적절하다. 한국 모 언론에선 12,000명이 영구손상을 겪는다는 잘못된 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12,000명은 영구손상이 포함된 예측수치다.#[5] 52주는 1년이다![6] 영국 공공의료의 대기시간은 악명 높지만, 사실 한국의 의료 대기시간은 비할 바가 없는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가령 그 비싸고 민영의료의 끝판왕인 미국조차 의사는 만나기 몇 주 전부터 약속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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