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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Divina Commedia / Divine Comedy | |
장르 | 서사시 |
작가 | 단테 알리기에리 |
국가 | 이탈리아 |
언어 | 토스카나어 피렌체 문학 (고대 이탈리아) |
시기 | 1308년 ~ 132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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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우리 인생길의 한중앙, 올바른 길을 잃고서 어두운 숲을 헤매이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을 무서움으로 적셨던, 골짜기가 끝나는 어느 언덕 기슭에 이르렀을 때
나는 위를 바라보았고, 이미 별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 꼭대기가 보였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
단테 신곡 지옥편 첫 구절
이탈리아의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가 1308년부터 쓰고 죽기 직전인 1321년에 완성한 대표 서사시이다. 신곡은 이탈리아 문학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자 인류 문학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품으로 널리 평가받는다. 원 제목은 《LA COMMEDIA DI DANTE ALIGHIERI》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미디(희극)'가 된다. 신곡(神曲)이라는 번역명은 후대에 정착된 제목인 Divina Commedia를 참고하여 일본의 작가 모리 오가이가 새로 만들어낸 단어이다.[1] 한자 그대로 '신성스런(神) 노래(曲)'라는 뜻. 노래(曲)라고 한 것은 이유가 있는데, 행의 마지막 음절이 맞춰지는 압운이 계속해서 3번씩 반복되며, 한 행은 전부 11음절로 구성되어 마치 판소리처럼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내 마음을 무서움으로 적셨던, 골짜기가 끝나는 어느 언덕 기슭에 이르렀을 때
나는 위를 바라보았고, 이미 별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 꼭대기가 보였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
단테 신곡 지옥편 첫 구절
2.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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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신곡을 읽어야만 하는가? |
단테의 신곡은 하느님의 섭리와 구원, 그리고 그를 대하는 인간의 자유의지 문제를 중심으로 서구의 기독교 문명을 집대성한 문학작품이다. 다루는 범위는 예술과 문학, 역사, 전설, 종교, 철학, 정치학, 천문학, 자연 과학 등 인간의 삶과 지식에 관계되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서도 신곡은 균형과 절제를 통하여 문학작품이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업적을 이루어냈다. 수많은 비평가들은 단테를 우주의 보편성을 지닌 시인으로 평가했고, 뛰어난 문학적 장치의 설계자로 인정했다. 신곡과 함께 단테는 호메로스,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양 문학사 최고의 위치에 있다.
단테는 고대 로마 최고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젊은 시절 짝사랑했던 베아트리체의 인도를 받아 사후세계인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신화 혹은 역사의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이를 통해 당시 기독교 신앙과 윤리 및 철학을 고찰하는 내용이다.
영어로 하면 Divine Comedy다. 본래 고전 시대 그리스에서 Comoidia(코미디의 어원)라는 말은 희극 일반을 가리키는 말로서, 비극과는 반대로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극 장르를 의미했다. 극중의 단테가 천국에 이르게 되므로 해피 엔딩이기 때문이다. 또 당대에 진지한 책은 전부 라틴어로 쓰였고 각 나라의 방언으로 적힌 것은 진지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당시 단테가 이탈리아 피렌체 방언을 섞어서 만든 이탈리아어로 쓴 이 책은 commedia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또한 특히 지옥편에서는 악인들과 사회를 조롱하는 풍자에 가까운 장면이 많다. 결말이 해피엔딩이라는 점에서 단테는 <희극(La Commedia)>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1555년 베니스판 이래 희곡 앞에 "Divinia(신성한)"가 추가되어 <La Divina Commedia Di Dante>가 되었다.[2]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나뉘는데 지옥편이 가장 잘 알려졌다. 각 33곡인데 서곡을 더해[3] 총 100곡으로 이루어졌다.
이 작품은 당시의 문어인 라틴어가 아닌 토스카나 방언으로 저술되어 이탈리아어의 생성과 발전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근대까지 유명한 저작들은 모두 라틴어로 저술되었으므로 매우 특이한 작품이다. 당대에 당시의 지역 언어로 작품을 쓴 덕에 이탈리아어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실제로 당대의 이탈리아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옥에서의 형벌은 대부분 자신이 저질렀던 죄를 다시 되돌려받는 형식이다. 바람을 피우면 바람에 날아다니고, 과하게 탐식하면 괴물에게 먹히고, 인색하거나 낭비하면 돈주머니 같은 돌을 굴리는 형벌을 받는다. 이를 지상에서의 악행과 똑같이 대응하는 지옥의 형벌이라고 해서 '콘트라파소(Contrapasso)'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앞을 내다보는 점술가들은 더 이상을 앞을 내다보지 말라는 뜻으로 머리를 180도 뒤로 돌리는 형벌을 받으며[4], 위선자들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고통스러운 금빛의 납 망토를 입는 형벌을 받는다.
특이하게도 배신과 배반의 죄보다 이단이나 신성모독의 죄가 더 낮은 죄로 분류된다. 단테가 살았던 중세시대는 신에게 이르는 길이 구원이자 행복이었기에, 가장 큰 죄는 신을 어기는 일이 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5] 따라서 신성모독자를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 두어야하는데, 단테는 그러지 않았다. 이는 정치가로서의 단테가, '신'의 입장에서 보다는 어느 정도 '인간'을 기준으로 죄의 경중을 살폈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차용한 인물이나 요소들도 많은데, 미노타우르스나 케르베로스 등이 지옥의 악마로 등장하는 점이 흥미롭다. 또한 웬만한 고어물 저리 가라할 정도의 잔인한 묘사로 인해 말이 많다. 또한 무함마드와 그의 사위 알리가 기독교의 분열을 조장한 죄로 지옥에 있다는 설정 때문에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취급이 안 좋다.[6] 미국의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는 종교 차별, 기독교 우월주의로 점철된 구역질 나는 시를 명작이라고 언급하는 것이 어이없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현대의 잣대를 들이댄 것이라 좋은 비평이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아는 고대 신화와 고전 명작들 상당수는 '구역질 나는 작품'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타락한 성직자들도 지옥에 있다고 대놓고 묘사한 것 때문에 곳곳에서 금서로 지정할 때도 있었을 정도로 파격적이고 시대를 앞서간 면모도 있다.
특이한 점은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가 대접받는 데서 추측할 수 있듯이 트로이 전쟁에 대해 호메로스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본다는 것이다. 길잡이인 베르길리우스가 원래 트로이 옹호론자였으므로 거기에 영향받은 듯하다. 단테는 정치가이기도 했는데 로마의 제정과 기독교의 이상이 절대적으로 조화되기를 꿈꾸었다. 로마의 시조인 아이네이아스의 고향인 트로이를 옹호하고 베르길리우스를 길잡이로 삼은 것은 어느 것을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아야 적절하다. 또한 카이사르는 고통 없는 림보에서 편히 지내고,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와 롱기누스가 예수를 배반한 유다와 동급의 처벌을 받는 등, 로마 제정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들 유다, 브루투스, 롱기누스는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얼음지옥에서, 그 정가운데 존재하는 3개의 얼굴을 가진 루시퍼의 거대한 입에 각각 반쯤 물려져 있다. [7]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이 언급되지만 단테와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인물은 대다수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토스카나 지방 사람들로 한정되어 있다. 극중에서 단테가 세계사적으로 유명한 사람을 찾기 보다는 자기 고향 사람이 있는지부터 우선적으로 살피는데다 나누는 대화도 타지에서 우연히 만난 고향 사람들과 대화 나누듯 하기에 제3자가 듣기에는 도대체 이게 뭔 소리인지 난해한 게 많다. 13세기 이탈리아 도시국가사는 세계사에서 비중이 너무나 작아 이탈리아사를 집중적으로 파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헤맬 수 밖에 없기에 배경지식을 알려주는 주석의 필요성이 급증한다.
지옥편에 비해 연옥편과 천국편은 내용이 난해해서 상대적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천국편은 특히 수비학적, 신비주의적 묘사, 신학적 관점이 잔뜩 들어가서 혼란스럽게 하고, 특히 3주덕(믿음 소망 사랑)이 나오면 미친다. 심지어 단테 본인도 천국편의 서문에서 천국편은 '좀 되는' 사람만 읽으라고 하였다. 이 때문에 서양에서는 Comedia Divina라고 해서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을 따로 분리해서 팔기도 한다.
신곡의 내용이 매우 유명하고 그 영향력이 지대하다 보니 간과하기 쉬운데, 단테의 신곡의 내용은 기독교의 공식 입장이 절대 아니다. 신곡은 엄연히 단테가 당시 유럽에 알려져 있는 사후 사계에 관한 정보들을 수집해서 만든 창작물이지 기독교 교리서가 아니다.
3. 줄거리
단테가 35세 때 밤날에 길을 걷다 산짐승들에게 위협당할 때 베르길리우스(로마의 시인, 영어로는 버질)가 내려와 지옥, 연옥을 안내하고, 이후 베아트리체가 그를 이끌어 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4. 기타
- 서로 다른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최소 문자적, 알레고리, 도덕적, 신비적의 네 가지 방법론으로 읽을 수 있다.
- 신곡은 발매 직후 엄청난 히트를 치며 즉시 걸작의 반열에 올랐지만, 17세기 이후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이 신곡을 크게 폄하하며 '미개한 중세식 사고의 전형'이라고 무시했다. 덕분에 신곡은 계몽주의자들의 악의적인 중세 폄하의 일환으로 한동안 상당히 부당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다 19세기 낭만주의 진영에서 이 책의 가치를 재발견했고, 지금은 서구 문화 최고의 고전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 묘사가 굉장히 생생하다. 특히 지옥의 묘사는 매우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하다.
- 교양과 지식을 넓힐 수 있다. 중세에 살던 사람들의 세계관이나 종교관, 역사관 등을 알 수 있고, 당시의 신학, 지리학, 천문학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하다보니 수박겉핥기 식으로나마 신곡을 어느정도 숙지하고 있으면 어디가서 아는 척 해도 크게 창피당하지 않을 수준은 된다. 물론 저 정도를 넘어서 신곡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진짜배기 지식인이다.[8]
- 상술한대로 죄의 경중등 작중의 묘사는 무엇보다 '단테 본인의 인식'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죄인들과 선인들의 모습은 단테 본인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며 동시에 단테 본인의 생각과는 반대되는 당대의 사회를 비평한 것으로 볼수도 있다.
- 소설에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며 이들중 일부는 상당히 강렬한 모습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신곡중 기억나는 등장인물은 누구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단테와 그의 길잡이 역할을 해준 베르길리우스, 베아트리체 정도가 나온다. 이는 이런 대부분이 신곡을 대충 봤다기보단 등장인물이 약 1000명정도로 매우 많으며 이들이 단지 이름만 언급되고 지나가는게 아니라 이들에 의해 단테가 기쁨이나 짜증을 느끼는등 작중에서 나름의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이들을 일일히 기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 그리스 로마의 신화 및 고전 작품들의 인용 - 위에 언급된 그리스와 로마에 대한 언급은 물론이요 베르길리우스, 토마스 아퀴나스 등에 대한 단테의 평론이 나온다.
- 서사시의 전통 - 굳이 어렵게 설명할 필요 없이 호메로스만 생각해보자.
- 미주의 압박 - 예전의 번역본은 한 곡이 끝나면 주석이 마지막에 몰아서 기재돼있어서 한 구절 읽고 주석을 읽는 과정을 반복해야 됐었지만 요즘의 번역본은 본문 아래에 깔끔하게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본문을 읽는 건지 주석을 읽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지옥편의 묘사는 머리에 촥촥 들어오는데 연옥편과 천국편의 묘사는 뭔가 두루뭉술하며 이해가 안 되고 애매하기 짝이 없는 이유를 '현실이 지옥과 같기 때문'이라 했다고 한다.
- 한국의 '새벗'이란 출판사[9]에서 아동용으로 이 책을 번안한 적이 있다. 제목은 '낮도 밤도 없는 곳'. 주인공은 한국인 소년으로, 원작에서는 베르길리우스가 지옥을 인도하는데 한국판에서는 김삿갓이 길을 인도한다. 대체 조선의 김삿갓과 기독교의 지옥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겠지만, 아마도 저자가 신비주의적 성향이 강한 한국인을 꼽느라고 그랬던 것으로 추측한다.[10] 지옥편에서는 원서를 그대로 따르는 편이지만, 한국인 독자에게 메시지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원작에는 없는 한국인 죄인(주인공의 옆집 아저씨)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김삿갓이 지옥과 연옥[11]을 안내하고 천국편은 주인공의 어릴 적 담임 선생님이 인도하는데, 원서든 한국판이든 연옥편과 천국편은 재미가 덜하다. 삽화가 옛날식이라 붓과 먹을 사용해 아동이 보기에 무리가 없지만, 삽화가의 필력이 상당한 수준이라 겉보기에 엉성해 보여도 굉장히 그로테스크해서 무섭다. 특히 얼굴이 돌아간 죄수들의 모습은 삽화와 소설을 같이 읽어보면 소름이 돋을 지경.
- 미국의 어느 대학에선 지옥편 하나만 연구하는 학과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현대까지 와서도 서양 학계에서 꾸준히 인정받는 대작이다. 단테의 신곡이 이처럼 대작으로 인정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작품이 서양문화의 두 원류인 그리스, 로마 문화와 기독교 문화를 하나로 통합한 고전작품이기 때문이다.
- 단테의 신곡에서 나온다며 흔히 인용하는 문구가 있다. 바로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 보통 정치적 무관심이나 잘못된 형태의 양비론을 비판할 때 인용한다. 그런데 정작 신곡에서는 이런 문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비슷한 문구를 찾자면 지옥편에서 베르길리우스가 '하느님에게 순종하지 않았지만 반항하지도 않은, 불쌍한 영혼과 천사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언급하는 곳이 있는데, 이 곳은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이 아니라 연옥에 가깝다. 위치도 림보보다 오히려 더 위에 있다. 이렇게 왜곡된 이유에 대해선 존 F. 케네디에게 책임이 있다는 해석이 있다. 케네디는 196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및 1963년 평화봉사단 연설에서 단테의 신곡을 인용한 형태로 저 문구를 언급하였다. 케네디가 단순히 신곡의 구절을 잘못 읽었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문맥을 무시한 인용인지는 명확하지 않는다.
- 한편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출판되는 성경 또한 각 나라마다 그 나라에 존재하는 단어를 이용하여 해석을 하고, 그것이 다시 전해지고 전해지며 조금씩 해석이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듯이, 고대 문학 중 하나인 신곡 또한 그러한 부분이 없을 수는 없기에, "선과 악 중 어느 편도 들지 못하고 자기의 앞가람에만 치중한 비열한 사람들은 지옥과 천국 모두에게 버림을 받아 저승 언저리를 떠돌며 한탄하게 되리라" 라는 문장을 문맥적으로 이해해 보아야 한다는 의견 또한 있다.
- 단테와 신곡에 대해 설명해주는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원제: Reading Dante)"라는 책이 나왔다. 관심있는 사람은 읽어볼 것.
5. 국내 번역
1957년에 나온 첫 완역본이기도 한 최민순 신부의 번역이 가장 우수한 수준의, 기본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어와 이탈리아어는 완전히 상이한 언어로 그대로 번역해서는 서사시인 원문의 운율과 의미를 살리기가 불가능한데[12] 신부이며 시인이자 8개 국어가 가능한 어학천재이며 어렸을 때 한학을 배워 동양사상에 대한 이해도 갖춘 최민순 신부는 신학과 단테에 대한 이해, 동서양의 사상과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 언어를 다루는 감각까지 빼어나 한국어 고어를 능숙하게 활용해 특유의 운문과 리듬을 살려냈다.[13] 김진만의 캔터베리 이야기, 백석의 고요한 돈과 함께 예술번역을 꼽으라면 늘 꼽히는 명역.최민순 신부가 저본을 밝히지 않아 어느 역본을 참고했는지는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일부 한자어 사용 등을 근거로 일본어판을 참고했다는 주장도 있고, 이문학 원로들이자 역시 신곡을 번역했던 김운찬 교수는 영어나 스페인어일 가능성을 제기했고, # 한형곤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최 신부는 스페인어 역본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망스어 전반에 능숙했고 불가타 성경 아가와 시편을 번역하며 라틴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불어·영어·중국어 번역본을 모두 대조했다고 밝힌 최 신부가 과연 중역본을 썼을까 하는 반문이 제기된다. 이탈리아어 원문 번역 중 일본어나 스페인어 번역을 참고해 오해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최민순의 번역본은 경향잡지사에서 최초로 출간되었고, 60년대부터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하다가 지금은 가톨릭출판사에서 현대 맞춤법으로 다듬어 출간중이다. 아쉬운 점은 을유에서 가톨릭출판사로 넘어오며 귀스타프 도레의 삽화 32점이 전부 빠졌다는 것과 고어를 현대 맞춤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원문의 운율이 훼손되었다는 것. 최 신부가 고어를 사용한 것은 옛날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14세기 이탈리아어로 쓰여진 원문의 고풍스러움을 살리고 한국어로 일대일 번역해선 끌어낼수 없는 운율을 반영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현대 맞춤법으로 수정한 가톨릭출판사판은 읽기는 편하지만 최 신부가 의도한 운율과 글맛이 완전히 살지 않는다.
그래서 교보문고에서 POD로 판매중인 80년대 가로쓰기 을유판(상)(하)이 자주 추천되었으나 이 가로쓰기 역본도 문제가 많다. 을유에서 세로쓰기를 가로쓰기로 옮기는 과정에서 상당한 누락이 발생했기 때문. 최 신부는 빼놓지 않고 번역했는데 컴퓨터도 없던 시절 옮기는 과정에서 몇행이 빠져버렸다. # 일체 훼손되지 않은 최 신부의 정수를 담은 역본은 60-70년대 을유 세로쓰기 역본이다.#
서해문집에는 한형곤 역본이 있는데, 한권으로 합쳐진 합본이다. 신곡의 운문 형식을 유지했으며 최민순 역본보다 번역은 못하지만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을 위해 각주를 매우 많고 상세하게 적어줘서 종교나 철학, 단테가 살던 역사 관련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신곡을 쉽게 이해 할 수 있게 해준다.
동서문화사에도 신곡이 있는데 특유의 싼 가격(월드북 19800원, 반양장 12000원)에 함께 을유판 최민순 역에는 일부만 수록된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9할 이상(122점) 수록했다. 이탈리아어과 원로 허인 교수의 번역으로 학원사에서 출간되었던 역본이 떠돌다 동서로 넘어왔다.
그 외에도 세계문학전집 중에선 민음사와 열린책들에 포함되어 있는데 번역 평가는 좋지 않다. 열린책들 역본은 최민순 역이 스페인어 중역일 가능성을 제기한 김운찬 교수 역본인데 리듬감을 아예 느낄수 없는 단조로운 번역에 단어 선택도 지극히 평범하며 한형곤 역처럼 주석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동서판처럼 삽화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 평가가 많이 떨어진다. 그런데 민음사 박상진 역은 이보다 더 상태가 안좋은데, 의미 전달에만 너무 중점을 두어서 서사시인 원문에서 아예 멀어졌다. 민음사판은 지옥, 연옥, 천국 한 권씩 총 세 권으로 분권되어 있으며 그나마 윌리엄 블레이크의 삽화가 수록되어 있는 것이 장점.
열린책들은 2021년에 단테 서거 700주년을 기념해 합본 리커버판을 내놨는데 열린책들답게 멋들어진 표지가 특징이다. 하지만 그 단조롭고 딱딱한 번역은 전혀 손보지 않고 표지갈이만 한 데다 삽화도 전혀 수록하지 않았다. 기존 리커버판이 품절되고 얼마 안 있어 이번엔 삽화가 들어간 리커버판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서 진작에 산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1년 만인 2022년 3월 말 일러스트판이 출간되었으며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전부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새 표지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며 번역은 개역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변한 것이 없으며 드물게 몇 구절의 표현을 살짝 바꾼 수준이다.
6. 영향을 받은 작품
- 지옥편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단테 클럽'이라는 소설 등 많은 이야기의 영감이 되기도 했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도 신곡의 지옥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역시 단테의 신곡에 영향을 받았다. 보카치오는 단테를 연구하고 강의하는데 평생을 받쳐서 데카메론을 저술하였고, 괴테는 "신곡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낸 최고의 걸작"이라 말했을 정도. 낭만주의 시인으로 유명한 블레이크는 신곡의 내용을 담은 그림 102점을 남겼고, 들라크루아를 비롯한 수많은 화가들이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 프란츠 리스트는 단테 소나타를 작곡하기도 했다. 이 밖에 유럽의 수많은 문학가와 예술가에게 영향을 끼쳤다.
- 엥겔스는 "단테는 최후의 중세 시인인 동시에 최초의 근대 시인이다."라고 말했다.
- 그 외에 서양 뿐 아니라 1900년대 이후 동양에서도 지옥을 다룬 모든 작품은 적든 크든 신곡 지옥편의 영향을 받았다.
- 1d4chan에서는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에 지옥에 대한 모티브를 제공해줘서 고맙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세계 최초로 자캐를 삽입한 팬픽을 쓴 거니까[15] 그렇게까지 대단한 건 아니다고 까고 있다. 물론 단테 본인과, 신곡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보면 굉장히 불쾌해할 것이다. 단테 항목에서는 신곡의 저자 단테 대신 Warhammer 40,000의 등장인물인 챕터 마스터 단테를 설명한다.
- 세인트☆영멘에서는 하계에 머무르는 영들을 위한 천계 관광 가이드북으로 소개되는데, 하필 1권이 지옥편이라 다들 의욕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오는 사람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구성이라고. 작품 내에 등장하는 지옥과 천국의 모습은 이 신곡의 묘사를 그대로 따왔다.
-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의 끝판왕인 Malbolge의 이름은 제8지옥인 말레볼지아에서 따왔다고 한다.
-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함께가 신곡의 특징을 따라갔다. 신곡의 지옥 편은 갖은 죄를 지은 죄인들이 영원한 지옥 형벌을 받는 모습을 묘사한다. 읽는 사람들의 카타르시스를 유발하기 딱 좋다. 지옥에는 여러 단계가 나눠져 있기 때문에 다음 지옥은 어떤 형태이고 어떤 죄인들이 고통 받는가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다만 지옥 편이 가진 이야기로서의 흥미는 연옥 편, 천국 편에 가서 점점 흐려지며 특히 천국 편은 이 성인 저 성인들이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로선 지루하다. 신과함께도 지옥편이 가장 재밌다는 평가를 받는다.
- 게임 바이오하자드 레벌레이션스의 테러조직 벨뜨로는 이 작품의 추종자 수준이긴 하지만 현실은 그저 "이 세상이 얼마나 썩었는지 깨닫게 해주겠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이는 주제에 감히 이 작품의 구절들을 읆으며 테러를 벌이고 다니는 테러리스트들이다.
-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네더와 엔드라는 세계관이 신곡과 유사하다는 설이 있다.
- 게임 껍질소녀, 공허의 소녀, 하늘의 소녀로 이루어진 카라노쇼죠 시리즈 또한 신곡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밝히고 있는데, 각각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을 토대로 삼고 있다고 공식 화집에서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카츠라기 신의 소설인 네아니스의 알은 지옥편을 알기 쉽게 독자적 해석을 했다는 언급이 있으며, 구작 작품의 리마스터판과 하늘의 소녀에 동봉된 소설의 영칭에선 메인 히로인인 쿠치키 토우코는 베아트리체로, 메인 주인공인 토키사카 레이지는 단테로 비유되었다.
- 국카스텐의 1집 Guckkasten의 수록곡 림보가 신곡의 영향을 받았다.
- 게임 세포신곡의 제작자가 신곡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기 때문에 신곡을 모티브로 삼은 요소들이 게임 곳곳에 있다. 게임에서 신곡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나오며 1편에 해당하는 세포신곡 Cell of Empireo는 신곡에서 지옥편에 해당한다는 가설이 존재한다.
- 권지용(음반) 수록곡 중에는 아예 '신곡(神曲)[Divina Commedia]'이라는 곡이 있다.
-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킹 기도라가 얼음에 갇혀있는 삼두의 거악이라는 점에서 신곡의 사탄의 영향을 받았다. 감독이 트윗으로 기도라의 사진과 함께 신곡의 구절을 인용하고 작중 신이 패퇴한 후 십자가 앞에서 울부짖는 장면까지 등장.
-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에서 나오는 세컨드 임팩트의 폭심지 남극 상공의 L결계 아래 구조가 신곡의 지옥편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 숨겨진 숲의 비밀의 줄거리가 상당히 신곡의 지옥과 닮아있으며, 사후세계에 대한 내용과 '베아트리스'라는 등장인물이 나오는 등 신곡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 게임 Limbus Company의 모티브가 되었다.
-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오강우의 개문(開門)에 영향을 주었다.
-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살인마 잭의 집의 지옥 파트는 이 작품의 지옥편을 강하게 오마주하였다. 사실상 주인공이 지옥을 관광하는 입장이 아니라 거기에 떨어져야 할 입장의 인간으로 바뀐 일종의 비공식 후속작이라고 봐도 될 정도. 지옥편의 가이드인 베르길리우스도 이름만 바뀐 채로 재등장해 주인공을 지옥으로 인도한다.
- 게임 메타포: 리판타지오에서 신곡의 루시퍼가 최종보스의 디자인 모티브로 쓰였다
7. 외부 링크
[1] 덴마크의 동화 작가 안데르센이 1835년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인 〈즉흥시인〉을 모리 오가이가 번역하면서 책의 서문에서 단테의 이 작품의 제목을 신곡(神曲)이라고 거론하면서 아시아 문화권에 최초로 소개된 제목이다.[2] 피터 데피로 & 메리 데스몬드 핀코위시 저 <<천재의 방식 스프레차투라>> 이혜정 옮김. (서해문집 2003) 169쪽[3] 책에 따라 서곡을 지옥의 제1곡으로 넣기도 한다.[4] 원래 기독교에서 사사로이 점사를 행하거나 무당을 찾는 행위는 죄로 규정한다. 한 분이신 주님을 흠숭하라는 계율에 위배되고 주님의 뜻에 순명하지 않기 위해 점을 보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 기독교에서 존경을 하는 예언자는 사실 미래를 예언하는 점쟁이라기보다는 '선지자' 라는 개념이 더 알맞으며, 이들은 하느님의 목소리를 사람들에게 전하지, 사소한 미래를 예측하거나 불운을 피하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세례자 요한은 성경에 등장하는 예언자들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들 중 하나이지만, 자신의 죽음을 피하지도 않는다.[5] 은혜와 구원을 강조하는 신약에서조차 신성모독은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중죄였고, 이단에 대해선 적그리스도라 부르며 적대적인 스탠스를 보인다.[6] 그래도 고대 로마인은 5명이나 천국에 있는데 이슬람교도는 한 사람도 없다. 연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즉 이슬람교 출신 위인은 다 지옥에 있다. 그나마 취급이 좋은 게 지옥 중에서도 그래도 다 좋은데 하나님 믿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는(그래서 지옥이라지만 하나님을 뵐 수 없다는 것 외엔 대우가 좋다.) 지옥 중 최상층인 림보에 있는 살라딘, 이븐 루시드, 이븐 시나 등...[7] 사실 동기로만 따진다면 브루투스가 여기에 있는 것은 억울한 일일수도 있을 것이다. 살인죄로 지옥에 간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카이사르를 배신한 동기는 개인의 탐욕이 아니라 공화정 복귀에 필요하다는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돈받고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나 애초에 개인 영달과 원한 때문에 배신한 롱기누스와는 아예 사정이 다르다. 그러나 브루투스와 카시우스와 유다가 있는 곳은 은인을 배신한 이들이 가는 지옥이며, 동기가 고결하건 뭐건간에, 한번 목숨을 구해준 카이사르를 배신하고 죽인 것은 단테의 정치적 도덕관점에서는 도저히 용서받기 어려운 죄였다. 자신을 키워주고 또한 자신을 가장 믿는 사람을, 사상이 다르고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하여 죽이는 것은 어느 시대에서나 용서받기 힘들 것이다. 또한 문학이 탄생한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현대 시각으로 브루투스의 억울함을 탄원한다면, 이는 모든 상황과 평가를 여러 방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재 시대의 관점에서의 비평일 뿐, 과거의 한정된 정보와 시대 상황 속에서의 단테의 관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격이라 할 수 있다.[8] 실제로 신곡을 완벽히 이해하려면 당대의 언어체계, 문학의 특징과 단테의 불우한 인생, 피렌체와 로마를 위시한 주변의 정치적 상황과 그 사이에 끼인 단테 본인의 정치적 입지, 단테가 활동하기 이전 시기의 고전들에 대한 배경 지식등등 상술한대로 문학, 종교, 역사학을 포함해 다종다양한 지식을 두루 섭렵해도 이를 완벽히 숙지할 수 있는지 확답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때문에 이탈리아에선 아예 단테학(學)이라고 신곡과 단테 두가지 주제만으로하는 학문 분야가 신설되기도 했을 정도다.[9] 어린이 잡지 새벗을 오랜기간 동안 발행했던 개신교계열 출판사.[10] 김삿갓, 즉 김병연은 향시에서 자신의 할아버지를 욕해서 하늘을 볼 수 없다며 삿갓을 쓰고 방랑했다. 번안판에서 이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도 없는 셈.[11] 연옥이라는 단어가 독자인 어린이들에게 낮설게 여겨질 것을 감안한 건지 '예비 하늘나라'라는 명칭으로 나온다.[12] 신곡은 3행을 1연으로 구성하고 각운으로 운율을 살렸는데 이 각운을 한국어로 표현하는건 불가능하다.[13] 성경의 시편을 번역하며 라틴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불어, 영어, 중국어 번역본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제 시대 인물이라는 특성상 일본어에도 능통했다.[14] 외투, 수녀 안젤리카, 잔니 스키키. 각각 지옥, 연옥, 천국을 묘사했다. 잔니 스키키 중 소프라노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대중적으로 유명하다.[15] 위에서 설명한대로 천국, 림보와 지옥에 간 인물의 분류는 순전히 단테의 취향에 따라서만 나뉘고, 이탈리아 반도 출신의 인물들이 편애를 받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