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서는 소포클레스의 희곡에 대해 다룹니다. 이 희곡의 주인공이자 그리스 신화의 영웅에 대한 내용은 오이디푸스 문서 참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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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테베 3부작(Theban plays)이라고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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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그리스 비극 3대 작가인 소포클레스의 대표작으로, 그리스 비극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오이디푸스가 살인범을 찾는 이야기를 연극으로 각색했다. 등장인물로는 오이디푸스, 크레온, 테이레시아스, 이오카스테, 테바이의 원로들로 구성된 합창대(코로스, χορός)가 있다.2. 줄거리
연극은 테바이의 사제들이 오이디푸스에게 테바이에 퍼진 역병을 해결해달라 호소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이디푸스는 아폴론의 신탁을 받기 위해 크레온을 보낸 상태였고, 이내 크레온이 신탁을 받고 돌아온다. 신탁은 '라이오스의 살인자를 도시에서 추방하거나 살해함으로써 도시를 정화하라'는 내용이었고, 이에 오이디푸스는 선왕의 살인자에게 복수하겠노라고 모두의 앞에서 맹세한다.이후 오이디푸스는 예언자인 테이레시아스를 데려온다. 예언자인 테이레시아스는 자신이 사실을 말할 시에 벌어질 참극을 알기에 궁전에 들어서면서부터 한탄을 내뱉는다. 뭔가를 아는 듯 하면서도 곧이 말하지 않고 말을 돌리는 테이레시아스의 모습에 오이디푸스는 그를 비난하고, 결국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가 찾는 살인자가 곧 오이디푸스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미 화가 나있던 오이디푸스는 이를 헛소리로 치부해 넘기고,[1] 크레온이 테이레시아스를 이용해 자신을 범인으로 몰고 왕좌를 차지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2] 테이레시아스는 내친 김에 살인자가 오이디푸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언급함과 동시에, 그가 이방이 아닌 테바이 출신이며, 이내 장님이 되고 추방당해 이방을 떠돌게 될 것을 모두 예언하며 떠난다.
크레온은 오이디푸스가 자신을 정죄하려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이디푸스 앞에 달려온다. 아까 일로 화가 나있던 오이디푸스는 당장 크레온을 비난하나, 크레온은 이미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에게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자신이 뭐하러 통치를 한답시고 왕위를 노리겠냐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고, 심지어 크레온을 추방하거나 또는 죽일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 상황에 이오카스테가 끼어들어 둘을 중재하며 오이디푸스에게 진정하고 크레온을 믿어달라 호소한다. 테바이의 원로도 그녀의 의견에 합세하여 오이디푸스를 진정시키고, 크레온은 자리를 뜬다.
오이디푸스가 이오카스테에게 자초지종을 말하자, 이오카스테는 '아들에게 죽을 것이란 예언을 들었지만 실제론 삼거리에서 강도(들)[3]에게 죽은 선왕 라이오스'의 사례를 들어 예언을 곧이 곧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고 위로한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그 사례를 듣고 더욱 동요하게 되는데, 자신이 마차가 다니는 삼거리에서 사람들을 죽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오카스테에게서 당시의 정황을 따져 묻던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들은 예언의 내용과 자신이 죽인 사람들 중에 라이오스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4] 고백하고 두려움에 떨게 된다. 하지만 원로들과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에게 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하인에게 사건의 전모를 들을때까지 희망을 가지라고 위로한다. 이오카스테의 말에 따르면, 그 하인은 양치기로 라이오스 왕이 죽을 때 도망쳤다가, 오이디푸스가 왕이 된 걸 보고 이오카스테에게 부탁해서 땅을 받아 먼 곳의 목장으로 보내달라 했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라이오스의 아이는 진작에 죽었다며 오이디푸스를 위로한다. 그러자 오이디푸스는 사람을 보내 그 하인을 부른다.
그 사이 코린토스의 사자가 테바이의 궁전에 도착해서 코린토스의 왕인 폴뤼보스가 죽었으며 코린토스인들이 아들인 오이디푸스를 왕으로 세웠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 소식을 들은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를 위로하고 그도 예언이 믿을 게 못 된다며 안심하나, 그래도 어머니가 살아계셔서 찝찝했기 때문에 코린토스의 왕위를 거절한다. 이 말을 들은 사자는 의아해하며 오이디푸스가 폴뤼보스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가 바로 국경에서 갓난 아기였던 오이디푸스를 주워온 양치기였던 것이다. 그에게 오이디푸스를 넘겨준 다른 양치기가 있다는 말을 사자에게서 들은 오이디푸스는 그 양치기가 생존자인 그 하인과 동일인물인지를 이오카스테에게 묻는다. 사태를 직감한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에게 이제 더 이상 사건을 추적하지 말아달라 부탁하나, 아직 이오카스테가 자기 어머니라고까지는 상상도 못한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천한 혈통으로 밝혀졌을 경우 그녀의 위신이 깎일 것을 이오카스테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오해하여 조사를 강행한다.[5] 이오카스테는 절망하며 먼저 집으로 돌아간다.
숨어 살던 그 하인이 궁전에 도착했고, 원로들과 사자는 그가 바로 그 하인/양치기임을 증언해준다. 오이디푸스와 사자의 질문에 응답하던 하인은 사태가 심각함을 눈치채고 테이레시아스처럼 더 이상 말하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의 협박에 결국 하인은 모든 사실을 고하게 되고, 오이디푸스는 절규한다.
아아, 모든 것이 이루어졌고, 모든 것이 사실이었구나!
오오, 햇빛이여, 내가 너를 보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기를!
나야말로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에게서 태어나, 결혼해서는 안 될 사람과 결혼하여, 죽여서는 안 될 사람을 죽였구나!
『오이디푸스 왕』, 「1182~1185행」, 소포클레스, 천병희 역
오오, 햇빛이여, 내가 너를 보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기를!
나야말로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에게서 태어나, 결혼해서는 안 될 사람과 결혼하여, 죽여서는 안 될 사람을 죽였구나!
『오이디푸스 왕』, 「1182~1185행」, 소포클레스, 천병희 역
이내 전령이 오이디푸스의 집에서 급한 소식을 갖고 테바이의 원로들에게 찾아온다.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를 낳고 그의 자식들을 낳은 침대에서 울부짖다 목을 매달아 자살하고, 뒤이어 그 광경을 보게 된 오이디푸스는 그녀의 옷에서 브로치를 뽑아 자신의 눈알을 찔렀다는 소식이었다. 뒤이어 집에서 오이디푸스가 나와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고 원로 중 하나는 어째서 그런 일을 벌였는지 묻는다.
오, 무서운 일을 행한 이여, 그대는 어찌 감히 그같이 그대 눈빛을 꺼 버리셨습니까? 대체 어떤 신이 그대를 부추겼습니까?
그것은 아폴론이었소, 아폴론이오, 친구여. 나의 불행을, 불행을. 나의 고통을 완성한 것은. 하지만 눈을 직접 찌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가련한 나 자신이었소. 왜 그랬냐 하면 ― 내가 눈을 뜨고 있을 이유가 무엇이겠소? 앞을 보더라도 아무런 즐거울 게 없을 이 사람이?
『오이디푸스 왕』, 「1327~1335행」, 소포클레스, 강대진 역
이후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자신을 죽이거나 추방해달라고 요청한다. 때 마침 크레온이 도착하는데, 크레온은 오이디푸스에게 이전의 일들은 따지지 않을 테니 이런 모습을 밖에 보이지 말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고 말한다. 예상과 다른 크레온의 대접[6]에도 오이디푸스는 자신을 추방해달라고 하며 이오카스테의 장례와 자신의 두 아들 및 두 딸의 장래를 맡긴다. 이에 크레온은 두 딸을 오이디푸스에게 데려오며 셋은 서로 부둥켜 안고 흐느껴 운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패륜으로 인해 망쳐진 딸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그들에게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라 당부한다.그것은 아폴론이었소, 아폴론이오, 친구여. 나의 불행을, 불행을. 나의 고통을 완성한 것은. 하지만 눈을 직접 찌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가련한 나 자신이었소. 왜 그랬냐 하면 ― 내가 눈을 뜨고 있을 이유가 무엇이겠소? 앞을 보더라도 아무런 즐거울 게 없을 이 사람이?
『오이디푸스 왕』, 「1327~1335행」, 소포클레스, 강대진 역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 불행 중에서 지금 여기 없는 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너희들의 아비는 제 아버지를 죽였단다. 자신의 씨앗이 뿌려졌던 바로 그 여인의 밭을 갈아 아이를 낳게 하였고, 자신이 태어난 그 사람에게서 너희를 얻었단다. 이러한 비난을 너희는 받을 것이다. 그러니 이후에 누가 너희와 결혼해 주겠느냐?
『오이디푸스 왕』, 「1496~1500행」, 소포클레스, 강대진 역
이후 딸들과 같이 도시를 떠나려던 오이디푸스는 크레온의 제지에 의해 결국 혼자 추방당하게 된다. 테바이의 원로들이 오이디푸스의 비극적인 운명을 합창하며 극이 끝난다.『오이디푸스 왕』, 「1496~1500행」, 소포클레스, 강대진 역
회수가 제대로 안된 떡밥이 있는데, 이오카스테는 유일한 생존자가 살해범은 확실히 다수였다고 했다며 오이디푸스를 안심시킨다. 뒤이은 생존자와의 대화에선 오이디푸스의 출생의 비밀이 확인되고, 그것만으로 모든 의문이 종결된다. 살인사건 얘기는 나오지도 않고, 어째서 생존자가 강도의 수가 여럿이라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앞서 오이디푸스가 고백한 살인의 정황이 라이오스의 죽음과 완전히 맞아떨어지고 있으므로, 단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단순한 오류일수도 있는 부분[7]에 매달리는 오이디푸스의 기구한 신세를 강조하는 요소로 볼 수 있다.
- 아직 사건의 전모가 완전히 드러나기 전, 라이오스가 죽음을 당한 정황이 자신이 길가던 건방진 노인네를 때려죽인 정황과 거의 완전히 일치하는 것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의 대사에는 "다만 내가 가진 희망은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라이오스 왕이 '강도들에게 살해당했다는 것뿐이다. 나 혼자는 '여러 사람들'이 될 수 없지 않으냐?"라고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이오카스테 역시 최악의 상황에 대한 불길한 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이디푸스의 이 말에 맞장구치며 오이디푸스와 스스로를 필사적으로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이 부분은 <파멸적인 진실이 시시각각 그 전모를 드러내며 자신을 얽죄어오는 상황> 에서 <고작 말 실수나 전달 과정의 오류에 불과한 사소한 문제를 유일한 희망으로 삼아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치이며, 이를 통해 <당면한 파멸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희망에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오이디푸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장치 본래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근현대 추리소설의 작법에 따라 본다면 <범인은 여러 명이라는 증언이 있었는데,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은 사건 당시 혼자였다>는 것은 해당 인물이 범인이라는 추리에 대한 강력한 반증으로써[8] 이에 대한 반증이나 설명, 논파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범인이 드러나고 작품이 결론지어진다면 이는 작품의 완성도를 크게 떨어트리는 중요 떡밥 미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오이디푸스 왕>은 '근현대 추리소설'이 아니라 '고전 그리스 비극'이고, 그 주제는 <라이오스 왕의 살해범을 밝혀내는 추리극>이 아니라 <어떠한 영웅이라도 운명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것이며 상기된 바와 같이 이 장치는 파멸의 운명 앞에 놓인 주인공의 마지막 희망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오이디푸스 왕이 현대 추리물을 연상시키는 강력한 미스테리 스릴러적 경향까지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르를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것.
3. 평가
비극의 모든 요건을 갖춘 가장 짜임새 있는 드라마.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거의 보편적으로, <오이디푸스 왕>은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그리스 연극으로 통한다.
세드릭 휘트먼(Cedric Whitman)
세드릭 휘트먼(Cedric Whitman)
[1] 테바이가 스핑크스에 의해 고통받을 때 그 예언술로 뭘 했냐고 예언의 신빙성을 의심한다.[2] 크레온은 이오카스테의 처남이니, 오이디푸스가 내쫒기면 테바이의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고 테이레시아스에게서 조언을 받을 것을 여러 번 주장한 자가 바로 크레온이었기 때문.[3] 이 강도가 하나인지 여럿인지는 작중에서 논란거리며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밝혀지게 된다.[4] 차마 곧이 곧대로 말하지 못하고 죽은 이가 '라이오스의 친척'이었으면 어쩌냐고 돌려 말한다.[5] 이때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는 내(오이디푸스)가 천한 출신이라면 자신에게도 불명예가 될 것이라 생각하여 조사를 반대하는 모양이지만, 설령 내가 천한 출신이라 해도 그것은 나의 수치일 뿐이지 어떻게 이오카스테의 명예를 더럽힐 수 있다는 것이냐"라고 여겨 조사를 강행한다. 즉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수치를 당한다 해도 그것이 자신이 당하는 것이면 감당하겠다는 태도로써 오이디푸스의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6] 이전의 분쟁 때문에 오이디푸스와 크레온은 사이가 심하게 틀어진 상태였지만, 오이디푸스가 당한 엄청난 재앙과 파멸을 본 크레온은 '이전의 불만과 원한을 잊고' 일단 오이디푸스의 수치를 조금이라도 가려주기 위해 모습을 밖에 보이지 말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고 한 것. 즉 크레온의 태도는 비참한 처지로 전락한 오이디푸스의 모습에 이전에 자신이 겪은 억울함이나 분노는 일단 접어놓는 자비심과 동정심을 보여주는 것이며, 오만하고 당당하던 오이디푸스의 모습과 대비하여 운명의 잔인한 장난 앞에서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필멸의 인간으로써 겸허함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7] 한명이라고 했을때 책임이 커질까봐 애매하게 강도'들'에게 당했다고 한 것일 수도 있다. 작중 인물들이 꺼려지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두려워 돌려 말하곤 하는 분위기에도 어울린다.[8] 고전적 작법으로 쓰여진 추리소설에서는 보통 범인의 알리바이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