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001년 10월 강원도 속초시에서 암매장된 남성의 사체가 발견된 사건. 이 사건의 용의자들은 진범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고, [age(2001-10-01)]년이 지난 현재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2. 20개월 추적 끝에 밝혀진 살인 사건
2001년 10월, 고성군 출신의 23세 이 씨, 속초시 출신의 20세 황 씨가 강도상해 혐의로 체포되었다. 경찰은 이들이 특수절도 전과 5~6범인 데다 이 씨가 자주 구치소에서 "사람을 죽였다"고 말해 온 것을 근거로 여죄를 추궁하였다. 경찰은 나중에 잡혀 들어온 26세 방 씨에게는 "이 씨가 네가 사람을 죽였다고 진술했다."고 유도신문을 벌였으며, 방 씨는 "나는 강도살해 사건과 무관하다"며 "지나가는 소리로 사람을 죽여서 파묻었다고 말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경찰은 이들에 대해 강도 높게 심문을 이어갔고, 이 세 사람이 몇 달 전 강도를 저지르다가 사람을 살해했고 사체를 암매장했다는 진술을 받게 되었다. 이들 진술에 따라 재구성한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2001년 여름 새벽 2시경, 이 씨, 황 씨, 방 씨는 속초시 모 콘도미니엄 별관 3층에 직원으로 위장하여 침입해 방 안의 남녀를 흉기로 위협하였다. 이들은 남자를 5층 옥상으로 끌어내 쇠파이프로 구타한 후 칼로 찌르고 옥상에서 떨어뜨려 살해했고, 여자는 소화기로 내리쳐 실신시켰다. 이후 남자의 사체는 공동묘지에 암매장했고 실신한 여자는 그 자리에 버렸으며, 빼앗은 돈은 13만원이었다.
경찰은 이들 세 사람의 진술을 토대로 15일간에 걸쳐 수색을 펼쳤으며, 2001년 10월 강원도 속초시의 한 공동묘지에서 마대자루에 담긴 채 암매장된 한 남성의 사체를 발견했다. 사체는 키 175cm 정도에 40대 초반의 남성으로, 휠라 상의를 입은 채 마대자루에 담겨 있었다. 결국 이들 세 사람은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
3. 사건의 의문점들
그런데 1심 재판이 시작되자 피고인 3명은 갑자기 모두 "경찰의 강압수사에 못 이겨 허위로 자백했다"며 범행을 부인하였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씨에게 무기징역, 황 씨와 방 씨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7년을 선고하였다. 재판부가 이들을 유죄로 본 결정적인 근거는 실제 이들이 진술한 곳에서 진술한 차림의 사체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 도중 의문점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첫 번째, 콘도에서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피해자의 투숙 기록도, 유류품도 발견되지 않은 데다 가장 중요한 증인이 되어 줄 피해 여성도 발견되지 않았다.
두번째, 남자의 사체가 백골 상태로 발견되어 최소 1년 전에 암매장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 설령 이들이 범행 시기를 허위로 진술했다고 쳐도 세명 모두 당시 수감 중이었기 때문에 알리바이가 있었다.
세번째, 5층 옥상에서 떨어졌다는 남성의 사체에 골절의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네번째, 범행은 한여름에 벌어졌는데 사체는 면잠바에 티셔츠에 와이셔츠까지 착용하여 여름에 입는 의상으로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섯번째, 단순히 유흥비 마련을 위해 한창 성수기에 사람들이 붐비는 콘도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석연치 않았다.
여섯번째, 피고인들의 지적 수준이 낮아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의심되었다. 방 씨는 IQ 44의 정신지체인이었고 황 씨는 초등학교만 나왔으며 이 씨는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하여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오랜 수감생활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결국 2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심리를 시작하였다. 검찰은 여기서 엄청난 실수를 벌였는데, 시체의 신원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관할 곳이 없다'며 시체를 비롯해 시체가 입었던 옷, 시체를 담은 마대자루를 모두 불태운 것이다.[2] 당시 1심이 끝났을 뿐 재판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데다 사체의 신원도 파악하지 못했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렀다.
4. 결과
2003년 1월 2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5부 전봉진 재판장은 위와 같은 의문점들을 증거로 이들 세 사람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이 씨와 황 씨는 별도의 강도상해 혐의만 적용되어 징역 4년에 처해졌으며 2005년 만기출소하였다.이 사건은 실화극장 죄와 벌과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다루었다. <죄와 벌> 32화에서는 매우 상세하게 다룬 반면 <서프라이즈>에서는 "세 사람이 모두 정신지체장애인이라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전혀 없다"는 식으로 왜곡되었다.
유기된 40대 남자의 신원은 끝내 확인되지 않았으며 진범도 [age(2001-10-01)]년이 지난 지금까지 잡히지 않았다. 사체의 발견시점이 2000년 8월 이후라서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증거인 피해자의 사체가 소실되었고 현재는 그 신원조차 정확히 알 길이 없어 사실상 영구미제 사건이 되었다.
5. 관련 자료
암매장 시체 발견 기사진상 기사
표창원의 사건추적
6. 같이 보기
- 청양 소년 살인사건 - 죄 없는 사람들이 누명을 썼으며 당시 사법부의 무능으로 변사체의 신원을 밝히지 못한 것까지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단 이 사건은 범인으로 누명을 쓴 사람들의 진술을 먼저 받아낸 후 시신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제3자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후 범인으로 누명을 쓴 사람들의 진술을 받아냈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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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담이지만 피고인 측의 변호를 맡은 사람이 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에서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김형태 변호사다.[2]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에 송치되면 증거품도 검찰에 이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