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습
용의자의 족적을 토대로 한 신발 모양
1. 개요
2006년 4월 11일 대전광역시 대덕구 송촌동에서 택시기사 김 모 씨(당시 56세)가 자신의 택시 안에서[1] 칼에 찔린 채 무참히 피살당한 사건. 피해자 김 씨는 얼굴과 몸에 무려 28군데나 칼에 찔린 채로 발견되었다. 특히 머리와 얼굴 쪽에서 10여군데나 치명적으로 찔린 흔적이 발견되었다. 경찰 측에서는 당초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보았으나 정황을 살펴본 결과 택시강도에 의한 소행으로 결론내렸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라고는 부러진 칼날과 신발자국 밖에 없었고 추가 증거나 단서가 나오지 않아 [age(2006-04-11)]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2023년 11월 4일 이 사건에 대해 방영했다.
2. 사건의 전개
피해자 김 씨는 본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살았던 사람이었는데 소싯적에 사업에 손을 댔다가 실패하여 생계를 위해 택시기사가 되었다고 하며 사건이 일어난 그 날도 저녁 무렵에 출근했다고 한다.2006년 4월 11일 아침 김 씨의 아내는 잠에서 깼을 때 남편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평소 새벽 4~5시쯤이면 귀가하던 남편이 7시가 넘어서도 돌아오질 않는 것이었다. 그 날 대전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던 데다 김 씨는 평소 지병으로 심근경색을 앓고 있었다. 혹 남편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아닌가 불안한 마음에 아내는 경찰에 신고했다. 부인이 경찰에 신고한 시각은 4월 11일 아침 7시 24분이었다. 그런데 신고한 지 불과 3분 후 부인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남편 김 씨가 택시 안에서 칼로 무려 28군데나 난도당한 채로 처참하게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김 씨의 시신과 차는 대덕구 송촌동 대양초등학교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한 택시기사가 대양초등학교 옆길에 시동이 걸린 택시 한 대가 사고가 난 채로 세워져 있고 뒷좌석에 누군가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는 걸 발견하고 신고했는데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던 사람은 바로 택시기사 김 씨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전동부경찰서 형사들이[2] 확인한 사건 현장은 실로 참혹했다. 택시 안에는 혈흔이 낭자했으며 피해자 김 씨는 뒷좌석에 상체를 기댄 채로 쓰러져 있었고 입고 있던 베이지색 점퍼는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피해자 김 씨의 얼굴과 몸에서는 흉기에 찔리거나 베인 상처가 무려 28군데나 발견되었으며 택시 안은 천장에까지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김 씨의 손에는 수차례 흉기에 베인 상처가 남아 있었는데 흉기를 든 범인에게 마지막까지 처절하게 저항했던 흔적이다.
김 씨의 택시가 발견된 곳은 평소에도 인적이 뜸한 곳이었다. 발견 당시 그의 검은색 소나타 택시는 주차된 덤프트럭에 조수석 쪽을 부딪힌 채 멈춰 있었으며 시동이 켜져 있었고 운행기록장치(타코미터)도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이런 상황에서 택시 뒷좌석에 쓰러진 채 발견된 점을 토대로 그가 택시에 승객을 가장해 탑승한 뒤 자신을 위협하는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여러 곳을 찔린 것으로 보았다. 사건 현장의 여러 모습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손에 난 여러 개의 상처는 흉기를 맨손으로 잡고 범인을 제압하려 했던 흔적으로 추정된다. 발견 당시 김 씨의 택시는 조수석 쪽 측면이 트럭에 맞닿아 문을 열고 닫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택시 운전석 앞 길바닥에는 김 씨의 왼쪽 신발이 떨어져 있었다. 택시에 탄 누군가가 김 씨를 사건 현장으로 유도한 뒤 흉기로 위협하자 김 씨가 범인이 도주할 수 없도록 일부러 조수석 쪽을 주차된 트럭에 밀착시키고 운전석에서 내려 범인을 잡기 위해 뒷좌석으로 향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택시의 운전석 쪽 뒷문이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안에서 열 수 없게 잠겨 있는 점을 감안하면 범인은 도주로를 차단당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범인도 김씨에게 필사적으로 흉기를 휘둘렀을 가능성이 있다.
3. 원한에 의한 소행인가? 강도인가?
당초 경찰에서는 이 사건이 김 씨에게 원한을 가진 자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현금 188,000원이 택시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금품이 없어지지도 않은 데다 김 씨가 무려 28군데나 칼에 찔려 참혹하게 살해당한 점을 미루어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이라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당시 여러 상황은 범인이 강도행각을 목적으로 벌인 범행임을 가리키고 있었다.경찰은 우선 타코미터가 꺼져 있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면식범이나 김 씨에게 원한을 가진 누군가가 택시 운행 경로를 사전에 파악해 특정 지점에서 탑승한 뒤 범행을 벌였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가족과 동료 기사들의 진술도 "(김 씨는) 평소 다른 사람에게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마지막 택시 승객이 강도로 돌변해 김 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강도행각을 벌이려다 김 씨가 완강히 저항하자 흉기를 마구 휘둘러 살해하고 금품을 챙길 새도 없이 황급히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었다.
경찰이 운행기록을 분석한 결과 마지막 승객은 사건 발생 장소로부터 3.4km 떨어진 장소에서 오전 4시 15분 쯤 탑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운행기록에는 주행거리와 택시가 가다 서다를 반복한 시간이 기록돼 있었다. 경찰은 탑승 예상 지점 16곳을 뽑아 수사에 착수했다. 주목할 점이 있는데 앞 손님의 하차 시간과 범인의 탑승 시간의 간격이 불과 16초밖에 안 되었다. 택시기사들은 이 경우에 앞 손님이 내리는 지점에 사람이 있어서 바로 탄다면 가능한 시간이라고 한다. 새벽에 연이어 손님을 탑승할 수 있는 곳이라면 아무래도 번화가일 가능성이 높았다. 16곳에서 제외해 남은 장소가 농수산물 시장과 고속버스터미널이었는데 전자는 대부분의 시장 상인들은 자가용을 타고 가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았고 후자는 근처 주점과 유흥업소들이 많았고 당시에는 업소들이 더 늦게 문을 닫았기 때문에 16초만에 연이어 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3] 그러나 아쉽게도 전 손님을 비롯해서 목격자는 찾을 수 없었다. 사건 현장 주변과 탑승 추정 장소 등에서 예상 시간대 기지국 수사를 통해 범인의 흔적을 찾아 나갔고 1,000여건의 통화기록을 확보해 수사했지만 용의자는 찾을 수 없었다.범인은 사건 현장 주변을 잘 아는 사람으로 추정된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평소 인적이 드물고 주변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가기도 힘든 곳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당연히 현장 주변 거주자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경찰은 현장 주변 4,000여 세대를 모두 탐문했다. 용의자는 발견할 수 없었다. 경찰은 범인이 과거에라도 해당 지역에 거주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전출자까지 수사 범위를 넓혔지만 역시 용의자는 특정할 수 없었다.
4. 너무나 부족한 단서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흔적은 부러진 흉기와 신발 자국이 전부였다. 택시 뒷좌석에서 발견된 부러진 흉기의 길이는 10.5cm로 김 씨의 몸에 난 자상과 일치했다. 흉기의 손잡이는 택시 안에 남아 있지 않았다. 칼날이 부러진 것으로 보아 싸움이 치열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고 시신 밑에 깔려 있던 탓인지 범인은 칼날은 가져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 결과 범행에 사용된 과도로 보이는 흉기는 전체 길이가 20.7cm인 중국산인데 보통 노점 등지에서 팔리는 저가형 제품이기 때문에 흉기로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택시 안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족적도 발견됐다. 신발 사이즈는 250∼265mm 정도로 추정됐다. 범인이 비교적 왜소한 체구를 갖고 있거나 보통 체격의 남성일 것이란 추론이 가능했다. 반면 김씨는 키 181cm에 몸무게 87kg의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김 씨가 자신을 제압하려고 하자 범인이 격렬히 흉기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칼날이 부러져 나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대전 지역에서 동일한 중국산 흉기를 판매하는 곳을 모두 뒤졌지만 뚜렷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신발 자국도 동일한 제품이 많아 범인을 추적하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경찰은 대전의 병원과 세탁소까지 탐문 범위를 넓혔는데 28차례나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흉기가 부러질 정도였다면 이를 쥐고 있던 범인도 최소한 손에 큰 상처를 입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병원 진료 기록을 토대로 한 수사도 성과는 없었다. 추적의 단서가 될 만한 진술은 세탁소에서 나왔다. 경찰은 탐문 수사를 벌이던 와중에 대전역 인근인 동구 중동의 한 세탁소에서 사건 발생 당일 오전 8시 쯤 한 남성이 찾아와 피 묻은 옷을 세탁할 수 있는지 문의해 그냥 돌려보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4] 경찰은 이 진술을 토대로 대전역 주변의 숙박업소와 PC방 등을 조사했지만 그 이상의 목격자는 나오지 않았다. 세탁소 주인의 증언으로는 20대 초반 학생으로 보이는 남성이었고 상의는 회색 티셔츠, 하의는 국방색 작업복이었고 상의에는 피가 묻어 있었으며 몸매는 호리호리하고 신장은 세탁소 사장의 키보다 약간 큰 170cm가량으로 보였다. 해당 세탁소에 보통 찾아오는 사람들은 단골들인데 그 남자는 처음 보기도 하고 동네 사람은 아닌 걸로 보았다.
세탁소에 나타난 남자가 범인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집에서 세탁하면 될 것이지 왜 굳이 세탁소에 맡기려고 했을까? 범인은 세탁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세탁소 주변에는 여인숙이나 쪽방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그런 방들에는 따로 세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지 않았다. 이로 보아 경제형편은 넉넉치 않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으며 세탁소에 아침 시간에 나타난 것은 직업이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마지막으로 경찰이 희망을 가진 단서는 혼합 DNA였다. 이렇다 할 단서가 없는 상태에서 반복적인 혈흔 감식을 한 끝에 남성 2명의 혼합 DNA가 나왔는데 혈흔에 2명의 DNA가 섞여 있는 것으로, 하나는 피해자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동일 수법 전과자 등 300여 명을 대상으로 유전자를 대조했지만 역시나 범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5. 범인에 대한 경찰 측의 의견
경찰은 이 사건의 범인이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제사건전담수사팀 석보현 형사는 "택시 강도는 접근이 쉽다는 점 때문에 소액의 현금을 노린 초범들이 벌이는 경우가 많다."며 "당시 동일수법 전과자 등에 대한 수사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점에 비춰봐도 이 사건 역시 강력범죄 전력이 있는 자의 소행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범인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선한 얼굴을 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이라도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제보가 있거나 차근히 재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어디선가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 사건 관련 제보는 대전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042-609-2473)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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