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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도선사(導船士, pilot[1])는 항만이나 운하의 도선 구역에서 선박의 출입항을 인도하는 사람, 또는 그러한 직업을 가리킨다. '수로 안내인'이라고도 한다. 대한민국에서 도선사의 업무는 「도선법」에 따르며, 해양수산부장관이 면허를 발급한다. 선발 과정은 2024년부터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관리한다.도선사에는 국제해사기구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 도선구 밖의 외해로 선박이 항행하는 동안 도선업무를 수행하는 선원 이외의 인원을 가리키는 심해도선사(deep-sea pilot)와, 이를 제외한 각 항만의 도선 구역에서 선박에 승선하여 안전한 수로로 선박을 안내하고 입출항을 지도하는 항만도선사(harbour pilot)가 있으며, 일반적인 도선사는 후자를 가리킨다. 이 밖에 선박의 수리를 위해 조선소에 입거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는 사람을 도크 파일럿(dock pilot)이라고도 하지만, 이는 도크 마스터(dock master)라고 칭하는 것이 올바르다.
2. 역할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입출항할 때 배에 승선해 인도만 해 주는 단순한 직위 같겠지만, 사실은 해당 항구의 조류와 수심의 변화, 각종 선박의 조종술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직이다. 그래서 도선사들은 보통 20년 이상의 항해 경력이 있는 선박 운항의 전문가이며, 항해 관련 직종의 최종테크로서 '해기사의 꽃'이라고까지 불린다. 모든 항해사라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존경의 대상에 위치해 있는 직업이다. 그만큼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이 도선사다.주로 특정한 항구[2] 입구에서 배에 올라타서, 출입항을 대신 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차량을 주차할때 근처에서 벽, 기둥이나 옆차에 긁히지 않게 오라이를 외쳐주거나 직접 주차를 해주는 주차장 관리인과 도선사는 역할이 비슷하긴 하다. 문제는, 주차 대상이 자동차가 아니라 수만 톤 급 배라는 넘사벽급 차이가 있다.
도선사가 배에 올라오는 시점부터는 선장(또는 함장)의 모든 역할을 대행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도선사가 배를 몰다가 사고를 냈을 때의 책임은 선장에게 있다. 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사람은 선장이며 이는 타인에게 대리 혹은 위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선사는 어디까지나 항해 루트를 분석하고 선장에게 권고, 안내하는 수로안내인이다.[3]
대표적인 예로 해군에서는 함장이 배를 타거나 내릴 때 함내방송 및 타종을 하는데, 도선사 역시 똑같이 함내방송 및 타종을 한다. 민간인으로 군함에 타면서 타종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장관, 국회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도선사뿐이다.
군항의 도선사들은 그 특성상 상당수가 해군 출신 군무원이다. 항해나 기관 병과의 장교[4]가 퇴역 후 도선사가 된 것이라 당연히 해군사관학교의 선배이기 때문에, 함장이라도 도선사들 앞에서는 철저하게 거수경례를 한다.
민간 도선사와 마찬가지로 외국 해군 군함이 도선할 때도 현지 도선사가 승함해 도선한다. 미 해군 항공모함이라도 한국 군항에 도선할 때면 한국 도선사에게 맡긴다. 당연히 현지의 항구 인근 해역과 수로의 모든 것을 손바닥 보듯 아는 사람은 현지 도선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직업이 필요한 이유는 각 항구의 예측할 수 없는 조류나 수면 밑에 숨겨진 암초, 그리고 수심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지역 등의 상황이 천차만별이라서 각각의 항구에 입항하기 위한 방법을 선장이 일일이 다 외우고 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항할 때는 항구 옆까지 접근해서 홋줄로 배를 묶어 놓으며, 이렇게 하려면 먼저 배를 항구의 바로 옆으로 갖다 붙여야 하는데 부산이나 거제처럼 계획된 항구도시거나, 땅을 넓게 터서 길고 넓은 항구를 만들 수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오래 전부터 형성되었거나 항구로써의 조건보다 공업지구에 인접하는 걸 우선해서 만들어진 전 세계의 많은 항구들은 입구가 좁고 조류가 복잡하여 처음 배를 몰다 보면 쉽게 배를 원하는 대로 이끌 수가 없다.
설사 넓은 계획 항구라고 해도 바다의 변화는 워낙 변화무쌍해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조수간만의 차, 주변에 강이 있을 경우에는 강의 수량으로 인한 조류의 변화, 시간에 따른 바람의 방향과 세기 등 단순히 글로 암기만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군다가 요즘의 배는 수만 톤, 크게는 수십만 톤급으로 거대해지다 보니 더욱 그렇다. 때문에 주요 항구에는 그 항구의 지형과 조류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도선사가 필수적이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3면이 바다이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 항구 물동량이 굉장히 많으며, 서해와 남해라는 조류와 바람이 세고 태풍까지 매년 들어오는 나라에서 도선사의 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바닷길에서 생기는 피해가 커질 수 있어서 주요 수출입항의 도선사는 단순히 돈만 많이 받는 게 아니라 국가직 공무원에 준하는 업무량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제항은 강제도선하게 되어 있다. 항만시설 등을 보호하거나 선박사고가 발생하는 등의 불미스러운 일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선박이 등록되어 있는 국적[5]이나 해당 선박의 선장이 해당항에 출입한 횟수가 충분히 많다면 자력도선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경험이 많은 선장이고, 그 항구에 입출항했던 경험이 많은 선장이더라도 일반적으로 해당 항구의 도선사의 협력을 얻는다.
도선 시에는 도선사 본인이 직접 타륜을 잡거나 하지는 않고, 선교에서 선장과 의논하며 항해사와 타수에게 엔진사용과 조타 지시만 내린다.[6] 그리고 무전기를 들고 선/함교에서 예인선(Tug)들에게 밀어라 끌어라 하며 지휘하여 배를 원하는 위치에 갖다 대는 방식을 쓴다. 큰 배는 부두에 접안 시 자력 항해로는 섬세한 조정이 힘들어 안벽에 선체가 긁힐 수도 있고, 선박/항만시설이 손상[7] 그나마 화물이나 선박에만 피해가 가고 말면 불행 중 다행이지, 최악의 경우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고가 날 수도 있으므로 타이어 등을 배 전면에 두른 출력 좋은 예인선들이 밀고 당기면서 위치를 잡아 주는 것이다.
3. 자격
한국에서 도선사의 최소 경력 요건은 6,000톤 이상 선박의 선장으로 36개월(3년) 승선[8]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배의 선장이 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10년 정도의 항해 경력이 필요하다.거기에 면허증을 따는 나이가 아무리 도선사만 바라보고 미친듯이 선장 경력을 쌓으며 남는 시간에는 공부만 하면서 올라와 봤자 빨라야 40대 중후반인데(2023년 만 36세 나이의 도선사 시험 합격자가 배출되었다) 실제 합격자의 평균 나이는 만 53세 정도로 65세 정년(68세까지 연장 가능)까지 면허가 보장된다고 해도 그리 오랜 기간 도선사로 근무하기는 어렵다.[9] 같은 이유로 인해 여성 해기사는 꽤 배출되었으나 여성 도선사 수습생은 2023년이 되어야 겨우 나왔을 정도이다.#[10]
도선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선장들이 절이나 고시원에 틀어박히기도 한다. 그래도 못 붙은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도선사 시험을 준비하려면 그 기간 동안 일을 못 하니 선장으로 계속 근무하는 기회비용을 잃는 건 물론이고, 준비하는 동안 가족들 생활비도 대야 하고, 최종 합격한 다음에도 공탁금을 내야 한다. 기타 등등을 다 합치면 수억 원을 써야 한다.
2023년 5월 기준 도선사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259명이다. 2021년 시점에서 협회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항구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으며, 정년 규정이 있기 때문인지 현역으로 근무하는 인원은 큰 변동 없이 26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 도선사 시험 자격요건이 선장으로서 3년 승선이지만, 중국이나 싱가포르처럼 Pilot academy에서 특별한 교육을 통해 도선사를 배출하는 나라도 있다.
4. 보수와 만족도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직업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2009년 노동부 통계기준 1억 650만 원으로 직업별 순위 1위로,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지난 2007년 기준 도선사 1인당 연평균 매출액은 2억 9,800만 원에 달했다.엄밀히 말하면 도선사는 개개인이 개인사업자를 내고 협회 및 지회에 소속되어 업을 하고 있어 급여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2021년 기준 전국의 도선사 연평균 매출액은 약 4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도선사협회비, 사무실 임대료 등 기본적인 지출이 있고 고소득에 비례한 과세율도 높기 때문에 실제 통장에 찍히는 소득은 월 1,500만원 선으로 추정이 된다.
쉽게 접하기 힘든 직업인데다 손꼽히는 고액 연봉, 높은 직업 만족도 등으로 "무슨 직업이길래?" 등의 제목을 단 뉴스 기사가 종종 올라오고 사람들 관심도 많이 받아 '도선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올라오기도 한다.
또한 2012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직업' 10위에 올랐다.[11] 특히 하는 일이 사회에 기여하고 타인의 인정을 받는지를 묻는 '사회적 기여도'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 대한민국은 경제에 해상무역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근무형태가 매일 출퇴근하는 형태가 아닌, 항구별로 차이는 있으나 선박의 입출항 스케줄에 따라 며칠 일하고 며칠 휴무 또는 1주간 당직 1주간 휴무 식으로 빡세다면 빡세고 여유있다면 여유있는 패턴이다.
최소 수십 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한 데다 높은 난이도의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주말도 없이 배가 들어오는 대로 한밤중이건 새벽이건 나가야 하므로 고액 연봉을 준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항해를 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따내는 훈장 같은 자리이니 만족도가 높다. 은행 대출 심사에서는 비공무원과 변호사, 의치한약수를 제외한 직군들 중에서 실질 최상위권 직군이다.
5. 위험성
배에 있어서는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지만 가끔 배에 오르려다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는 도선사도 있다. 때문에 정년퇴임기준이 68세에서 65세로 하향 조정되었으나 심사를 받고 3년간 더 일할 수 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68세가 정년이다.실제로 도선사가 배에 오르는 일이 사실은 가장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줄사다리 하나에 몸을 맡기고 올라간다. 물론 대형 선박들의 십수 미터나 되는 갑판까지 사다리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도선사용 도어가 따로 흘수선 부근에 있다. 길이가 그리 긴 것은 아니지만 악천후에는 위험할 수 있다. 실제로 도선사가 도선사 자격증을 따고 나면 바로 실전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약 첫 3개월 정도는 사다리 오르내리는 훈련만 할 정도니...
줄사다리만을 이용하는 규정은 수면으로부터 9m까지만 가능하며 그 이상일 경우에는 현문 사다리를 결합해서 승선하지만 지역에 따라서 헬리콥터로 승선하는 경우도 있다. #
도선사를 맡는 연령대가 높기도 하거니와 바다는 사람이 딴 배로 가든 말든 전혀 신경을 안 쓰기 때문이다. 옮겨타는 중 갑작스레 파도라도 치면 사다리를 놓치고 떨어지기도 쉽다. 게다가 배와 배 사이의 좁은 틈은 해수의 흐름이 빠르고 예측이 불가능해 구조하기도 어렵다.
일례로 평균연령대가 높은 일본 도선사 같은 경우 2년에 한 두건 정도의 사망사고가 일어난다. 도선사들이 뱃사람들 중에서도 프로 중의 프로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많이 죽는 셈이다.
6. 기타
마크 트웨인과[12] 폴 고갱도 도선사로 일한 적이 있었지만, 오늘날의 위상과는 다르게 과거에는 그저 그런 직업으로 여겨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의 1992년 마지막 우승을 인도한 송정규 전 단장도 현재 본업은 도선사이다. 송정규 씨가 롯데 단장으로 선임되었을 당시에는 선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가 나중에 도선사 시험에 합격한 것.
2023년 7월 7일 해양수산부에서 2023년 도선 수습생 최종 합격자 26명을 발표했는데 이 중 한국해양대학교 60기 출신의 30대 여성이 포함됐다. 국내 최초의 여성 도선 수습생으로 2024년 2월말~3월초 정식 도선사가 될 전망이다. 또한 한국해양대에 여성이 입학한 건 1991년 여성의 입학이 허용된 이후 26년 만이며 국내에서 여성 도선 수습생이 나온 것은 1966년 도선사 시험이 도입된 후 처음이다. #1 #2[13]
[1] 영어로 '파일럿'이라고 하며, 항공기의 조종사를 뜻하는 '파일럿' 역시 다른 선박용어와 마찬가지로 비행기가 발명되기 이전 도선사를 가리키던 명칭이 확대된 것이다.[2] 특히 좁은 수로를 타고 들어가야 하거나, 해류가 빠르거나, 갑문이 있거나 해서 처음 배를 몰고 가다간 입항하기 무지 힘든 항구. 대표적으로 한국의 인천항이 있다. 인천항은 파나마 운하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갑문이 있고 수위 차이를 맞춰서 입출항한다. 문서 상단의 사진 위치도 인천항 갑문이다.[3] 비행기로 치면 관제사와 유사하다. 관제사/도선사가 항로를 제안하면 기장/선장은 우선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비행기 또는 배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안을 무시할 수 있다. 항해 관련 사고는 아니지만, 관제사의 말만 철떡같이 믿었다가 발생한 위버링겐 상공 공중충돌 사고 같은 참사가 나는 수가 있다.[4] 보통 예비역 중령~대령급이다. 제독들은 거의 안 온다. 제독급이 되면 굳이 도선사로 가지 않아도 연금도 두둑하거니와, 훨씬 편하고 처우 좋은 직업들도 많기 때문이다. 군사학 교수, 국방부 쪽 고위공무원, 정치인 등 선택지가 많은데 구태여 위험하고 힘든 도선사 일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5] 커다란 외항상선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선박의 오퍼레이터나 선주와 선박의 국적이 다른 경우가 상당히 많다. 대표적으로 바하마, 파나마, 라이베리아, 마셜 제도, 몰타, 키프로스 등. 이를 편의치적이라 한다.[6] 미디어에서 선장이 타륜을 간지나게 돌리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잘못 알려진 사례가 많은데, 도선사에게 입출항 도선 업무를 맡길 정도의 대형 선박의 선장이나 함장이 직접 조타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7] 2020년 4월 6일 부산신항에서 발생한 사고 같은 경우 배가 출항하면서 아예 크레인 한 대를 해먹었다. #[8] 원래 5년이였으나 원활한 충원을 위해 2019년부터 자격을 완화한 것이다.[9] 일정 규모 이상의 상선 선장이라면 이미 억대연봉이지만, 한 번 항해에 몇 달간을 망망대해에서 보내야 하는 외항선 선장과 항구에서 그때그때 도선업무를 보는 도선사는 업무 형태가 매우 다른 편이다. 이것 때문에 도선사에 도전하는 점도 크고, 해기사의 정점에 도달하고자 하는 로망을 이루기 위한 면도 크다.[10] 아직 도선 실습과 최종 시험이 남아있으므로 아무리 빨라야 2024년 초반은 되어야 여성 도선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해당 인물은 한국 최초 여성 선장이기도 한 인물이다.[11] 직업 만족도 1위에는 거의 십중팔구 매년 교수가 자리하는 편이다.[12] 특히 마크 트웨인이란 필명 자체가 젊은 시절 증기선에서 도선사로 일하면서 증기선이 항구로 도착할 때 물속 깊이를 재던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13] 원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