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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3 09:05:30

장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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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특징3. 기타 동물의 장제사4. 미디어 속의 장제사


/ Farrier

1. 개요

편자를 박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을 말한다. 말의 발굽이나 편자의 상태를 점검해 적합한 편자를 선택한 후 말발굽을 깎거나 편자를 연마해 이를 장착한다.

말발굽은 손톱과 똑같은 성분인 케라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실제로도 손톱처럼 자란다.[1] 원래 야생마는 먹고 마시고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광대한 영역을 끝없이 다니면서 발굽이 닳아 자연스럽게 자신이 쓰는만큼 적정 길이를 유지한다. 가축화된 말은 마방에 오래 갇혀있는 만큼 활동량이 적어 발굽이 통제하기 힘들만큼 길어지기 때문에 사람이 발굽을 깎아줘야 하고, 로마 가도 같은 돌길에서부터 아스팔트 도로에 이르기까지 단단하게 포장된 도로를 다니면 반대로 발굽이 지나치게 빨리 닳아버리기 때문에 보호하기 위해 편자를 박아줘야 한다. 한편 편자를 달았을때는 편자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굽이 닳지 않아 발굽이 마구 웃자라므로 편자에 의해 발굽을 깎을 필요가 또 생긴다. 이 때 말의 발굽을 깎아주고 편자를 박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장제사이다. 말발굽은 평균적으로 4주에서 6주마다 장제가 필요하다.

2. 특징

말의 두번째 심장 역할을 하는 발을 직접 다루는 만큼 업무의 전문성이 매우 강한 직업이다. 크기, 깊이와 강도가 천차만별인 개별 말의 발굽 특성에 맞춰서 발굽을 정리하고 용도에 맞는 편자를 가공해서 장착해야 한다.[2] 실력 좋은 장제사는 다리를 다친 말을 다룰 때 수의사와 함께 공동 작업을 할 정도로 말의 해부구조 지식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말의 다리 구조와 발굽 끝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며, 너무 깊이 깎으면 마치 사람의 손톱을 너무 짧게 깎은 것처럼 피가 나며 통증을 느낀다. 말이 통증을 느껴 고통스러워하게 되면 다리를 마구 휘두르는데 그러다가 말발굽에 채여 뼈가 부러지거나 심지어는 뇌진탕으로 죽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직업이다. 현대의 말들은 잘 순치된 품종이 많아 장제 하려고 다리를 기둥에 묶거나 조선시대 과하마처럼 뒤집어서 묶는 생난리를 피울 필요까진 없지만, 네발 짐승인 말도 다리 하나를 들고 오래 서는 건 피곤해서 장제하는 도중에 발을 빼려고 수시로 몸부림친다. 말이 얌전하더라도 그런 말을 달래가며 말의 체중 일부가 실린 말 다리를 무릎에 끼고 허리를 숙인 채로 빠르고 정교하게 칼질을 해야 하므로 매우 고되다.

요즘엔 편자가 사이즈 별로 나온 기성품이 있어서 약간씩만 수정해 쓰면 되지만, 근본은 장제사가 직접 쇳덩어리를 달궈 매우 빠른 시간 안에 해당 말의 발굽 크기와 모양에 맞게 편자 모양으로 단조하는 것이다. 현대의 대장장이는 보통 대장간에 대형 파워 해머를 두고 편하게 작업하지만, 최소한의 장비만 가지고 출장 다녀야 하는 장제사는 직접 망치질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장제사들 중에는 전문적인 대장장이 못지 않게 쇠를 잘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많고, 대장장이 일을 겸업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미국의 서바이벌 예능 Forged in Fire에 출전하는 장제사 출신 대장장이들이 망치질 하나는 달인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또 타임어택 형식의 경연에서 은근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편자 부착은 편자가 차갑거나 뜨거운 상태에서 이루어지는데, 뜨거운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달아오른 편자를 갖다대면 편자 모양에 딱 맞게 발굽이 타기 때문에 (또는 탄 흔적을 보고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주기 쉽기 때문에) 편자의 밀착도가 높다. 발굽 자체는 손톱 같은 거라 잘못 깎은 게 아닌 이상 달아오른 편자를 갖다대도 말이 뜨거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말이 워낙 예민한 짐승이라 자기 발에서 연기가 푸확 나니까 기겁하거나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차갑게 식은 편자를 장착하는 경우는 그런 경우.

발굽에 편자를 박을 때는 보통 편자못을 사용한다. 말 발굽은 화이트라인 바깥쪽의 단단한 각질층이 꽤나 두꺼우며, 이 두꺼운 층에 못을 박기 때문에 말에게 아무 고통이 가지 않는 것이다.

대형 마장과 목장의 전속 장제사라면 마장 내에 장제 설비를 두지만, 목장주가 취미로 말 몇 마리 정도 기르는 일이 많은 해외에서는 출장 장제사를 불러 작업시킨다. 그래서 출장 장제사는 경트럭에 가스 화로와 대장장이 장비 일식을 싣고 다닌다.

2022년 기준 한국에 단 91명 뿐인 희귀직업이라 제대로 된 훈련기관이 없고 오로지 도제식으로 배울 뿐이어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나마, 장흥군에 있는 한국말산업고등학교가 장제이론을 가르치는 곳 중 하나이다. 경주마나 승용마의 수 자체도 적으니 수요도 적고, 일도 매우 고된데다, 제대로 된 이론은 해외의 영어, 일본어 원서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배우는 사람 대부분이 나가떨어진다고 한다. 대신 고된 일을 하는 만큼 수입도 엄청나게 높다. 말이란 동물이 원래 돈이 많이 들어가는 동물이다보니 업계에서도 귀중한 인력인 장제사를 높게 대우한다. 한국마사회에서 장제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들은 경주마에 대한 장제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민간 승마장과 목장에서 장제를 수행한다.

3. 기타 동물의 장제사

같은 기제류 가축인 당나귀나, 기제류가 아니더라도 유제류 가축인 또한 발굽 관리가 필요하다. 소나 당나귀에는 편자까지는 박지 않더라도 웃자란 발톱을 깎는 삭제(削蹄)를 한다. 수의사나 농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경우도 있으나 사육 두수가 많은 경우 전문 삭제사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소의 경우 가축의 수가 말에 비해 훨씬 많긴 하나 대부분 일정 기간 내에 도축을 당해서 말에 비해서는 비교적 장제사의 필요성이 떨어진다.

보통은 비교적 오래 기르는 젖소의 발굽 관리를 위해 삭제사가 일하는데, 말은 그나마 비교적 얌전하게 따르도록 훈련받은 생물이라 사람 힘으로 다리 잡고 작업이 가능하지만(그래도 거친 말이나 체중이 엄청 나가는 중종마 등은 기둥에 다리를 묶을 때도 있다), 소는 그런 훈련도 안 받고 무겁기도 해서 말보다도 발을 들게 하는 것이 힘들어서, 소가 버둥거리지 않게 고정하는 슈트라고 부르는 전용 케이지 겸 기계에 집어넣고 다리를 한짝식 기계로 잡아 올려 작업한다. 이때 소의 몸 아래로 통과하는 띠로 소를 들어올린 상태가 되기 때문에, 세 다리로 설 필요가 없어서 소가 피로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가 겁이 많고 걱정이 심한 짐승이라, 슈트 내에서 거품 섞인 침을 뚝뚝 흘릴 때가 많다. (이는 소가 겁먹었을때 보이는 반응이다.)

삭제시 단순히 자란 발굽을 깎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소 발굽에 흔한 병변의 처치도 해야 한다. 소의 발굽은 말의 것에 비할 바가 못될 정도로 두께가 얇고 연약하다보니 작은 돌멩이를 밟는 것만으로도 박혀 파고들고, 소가 급격히 방향 전환을 하는 등의 사소한 충격으로도 발굽 내부에 금이 가고 흠이 생길 정도다. 이렇게 발굽에 흠이 생기면 혐기성 박테리아가 파고들어 물집이 잡히고 고름이 차기 십상이다. 결국 발굽 밑창에 층이 생겨서 발굽 박리가 일어나는데, 박리된 층은 언젠가는 떨어져 나가고 발굽 생성층에서 새로운 발굽이 생겨나 대체하긴 하지만, 그 동안 소가 불편해하는데다 박테리아 감염이 자꾸 안으로 파고들며 오래 지속된다. 빠른 치유를 위해 바깥쪽 층을 깎아내서 공기에 드러내고 혐기성 박테리아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소독약을 듬뿍 발라 아물고 새 발굽층이 생길 동안 재발하지 않도록 처치해주는 것 또한 삭제사의 일.

발굽이 두 개이고 발굽 두께가 얇은 구조상, 소에게는 편자를 못박기는 어렵다. 대신에 위에서 설명한 발굽 고름이 차는 상황이 되면 두 개의 발굽 중 다친 쪽은 병변이 드러날 때까지 발굽을 파내서 소독하고 붕대를 감고, 멀쩡한 쪽 발굽은 접착제로 나무나 플라스틱 깔창을 붙여주곤 한다. 소는 다친 발굽이 있으면 안 다친 쪽을 주로 사용하도록 스스로 발디딤을 조정하므로(그래서 소의 걸음걸이나 자세를 보고 병변이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도 있다), 깔창으로 발 높이를 높여 다친 쪽이 자연 회복할 동안 지면에 닿지 않도록, 안 다친 쪽만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당나귀의 발굽 구조는 말과 비슷하고, 깎는 방식도 말과 비슷하다. 하지만 당나귀 발굽은 말에 비해 원통형으로 자라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깎는 각도도 말과는 좀 다르다. 서양식 당나귀 발굽 관리는 도구나 방식이 말과 대동소이해서 세세하게 자르고 깎고 다듬는데 반해, 중국식은 웃자란 발굽을 적당한 위치에서 커다란 칼로 썩둑 잘라버리고 끝내는 무지막지한 식이다.

노새는 혼혈인 특성 상 발굽 구조가 말의 것에 가깝거나, 당나귀의 것에 가깝거나의 반반의 확률이 있다.

4. 미디어 속의 장제사

경주마를 인간 여성으로 모에화한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에서는 장제사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발'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정한다면 본인이 스스로 신발에 편자를 장착하며, 발굽에 문제가 있어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했던 일화가 있는 경주마들의 경우 손톱이나 네일아트에 연관지어져 특기, 취미, 관심사 등으로 짧게 설정이 작성되었다. 장제사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는 우마무스메 신데렐라 그레이벨노 라이트로, 경주마 오구리 캡을 커리어 내내 보조해준 장제사를 모티브로 해서 본인도 편자를 직접 만들 수 있다.

TikTok 등의 숏츠나 유튜브에서 장제사가 작업하는 영상은 제법 인기 있는 장르다. 지저분하던 말 발굽이 전문가의 손길로 깨끗하게 정리되는 모습, 샥샥 깎여나가는 모습이 마치 ASMR이나 귀파는 영상처럼 보기 좋고 묘한 쾌감이 있기 때문이다. 장제사/삭제사 영상에서도 그냥 묵묵하게 작업하는 스타일, 발굽이 길게 웃자라거나 고름이 찬 심한 상태를 해결하는 스타일 등으로 나름 장르(?)가 나뉘는 것도 특징. 종종 장제사나 목장 측에서 기르는 개가 장제사가 자른 발굽을 주워먹는 귀여운 장면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말 발굽은 개에게 인기가 좋은 간식이라고 한다. 굽 바깥쪽의 딱딱한 부분이나 밑창보다는, 말랑말랑하면서도 질긴 편인 프로그 부위가 개껌으로 제일 좋은 부위라고.


[1] 사실 딱히 신기할 일은 아닌데, 우제목기제목 동물들의 발굽은 발톱이 변형된 것이기 때문이다.[2] 유명 경주마인 골드 쉽, 젠틸돈나, 딥 임팩트편자를 비교한 사진을 보면 개체마다 발굽에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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