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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15 16:28:28

구렁이

구렁이
Amur rat snake, Korean rat snake
파일:태안 구렁이.jpg
학명 Elaphe anomala
(Boulenger, 1916)
분류
동물계(Animalia)
척삭동물문(Chordata)
파충강(Reptilia)
뱀목(Squamata)
아목 뱀아목(Serpentes)
뱀과(Colubridae)
뱀속(Elaphe)
구렁이(E. anomala)
멸종위기등급
파일:멸종위기등급_최소관심.svg
1. 개요2. 상세3. 언어별 명칭4. 인간과 구렁이5. 신화 및 전승6. 창작물7.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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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파일:ㅎㄱㄹㅇ.jpg
황구렁이
목 뱀과에 속하는 파충류한반도, 중국, 러시아 등지일대에서 서식한다. 먹구렁이와 함께[1] 한국에서 사는 뱀 중 가장 큰 뱀으로 길이가 1.5~1.8m에 달하고 큰 것은 2m까지도 자라며 간혹 그 이상의 길이를 가진 개체에 대한 목격담도 간간히 나타난다.

2. 상세

구렁이를 칭하는 방언, 사투리로는 구렝이, 구리, 구마기, 누굴미기, 데메니 등이 있다.

먹이는 쥐와 같은 작은 포유류와 새의 알, 작은 새 그리고 자신보다 작은 뱀이다. 이 없는 관계로 먹이를 죄여 죽인 다음 천천히 먹는다. 천적고슴도치, 더 큰 구렁이와 맹금류 등이다.

영어사전에서 파이선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구렁이'라고 나오는데, 사실 이쪽은 엄밀히 말해서 구렁이가 아니라 애완용으로 기르는 비단구렁이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구렁이와 같은 류는 '랫스네이크(ratsnake)' 즉, 잡이 뱀이라고 부른다.

제주도에는 구렁이가 없는 대신 구렁이와 같은 속()인 누룩뱀이 서식하며 제주도에서는 주로 '밀구렁이'라 부른다.

국내에서는 보호종으로 귀하신 취급을 받지만[2] 외국에서는 무당개구리, 유혈목이 등과 마찬가지로 애완용으로 키울 뿐만 아니라 알비노, 애잰틱 등 색 변이 개량도 한다.

일본 열도에는 구렁이의 근연종인 청대장이 서식한다. 류큐 열도를 제외한 일본 본토에 서식하는 뱀 중에서는 몸집이 가장 큰데, 한국의 구렁이와 흡사하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온 몸이 푸른 빛을 띤다.

독은 없고 여느 뱀들처럼 인간을 무서워해 대부분 도망가지만 계속해서 쫓아가면 "쉿" 소리를 내며 위협하며, 건드리면 문다.

3. 언어별 명칭

언어별 명칭
한국어 구렁이
중국어 棕黑錦蛇(俗名: 黃花松, 烏蟲)
일본어 カラダイショウ, チョウセンナメラ
영어 Korean ratsnake, Amur ratsnake

4. 인간과 구렁이

구렁이의 천적 중에는 사람도 있다. 문서에도 나와있듯이, 먹으면 정력에 좋다는 헛소문 때문에 남획당해서 요즘은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멸종위기 II급이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국회에 간 적도 있는 귀한 몸.

고대~근대까지 를 잡아먹으며 곡식을 털어먹는 쥐에 대한 피해를 막아주는 유익한 동물이면서 꽤나 온순한 편이라 인간 마을에서 함께 공생하던 생물. 또한 쥐를 잡아먹는 다른 뱀들 중에 몇 없는 독사가 아닌 뱀이라 더더욱 그랬다.

1950년대~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집안에 사람과 구렁이가 공존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건 꽤 일상적인 일이었다. 요즘 사람들이야 독사들 위주의 들을 볼 수 있는 마당에 그 큰 구렁이를 보면 기겁하겠지만, 옛날엔 구렁이가 초가지붕 밑에 터를 잡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지붕 밑은 비바람이 들지 않는데다 먹이인 쥐가 저절로 꼬이고 멧돼지왜가리같은 천적의 눈에도 띄지 않는 장점이 있다. 물론 항상 어두컴컴한 지붕 밑에만 있었던 건 아니고 밤이 되면 땅으로 내려와서 들쥐나 벌레를 잡아먹다가 새벽이 되면 다시 올라갔는데,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은 구렁이가 집 마당 여기저기를 기어다니며 사냥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엉을 새로 얹으려고 지붕을 걷어내면 구렁이를 볼 수 있었다. 구렁이는 독도 없고, 인간에 대한 적개심도 낮고, 먹이가 주로 벌레나 라 사람과 먹이 경쟁을 할 일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해를 끼치지 않았으므로 굳이 쫓아내지도 않았다. 사람이 사는 곳에 먹거리가 풍족하면 쥐가 꼬이고, 쥐가 꼬이면 자연스레 구렁이가 자리를 잡기 때문에 구렁이가 많은 집은 그만큼 곳간이 넉넉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또한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선풍기도 없던 옛날엔 더울 때 노인들이 지붕 밑에서 구렁이를 꺼내서 상자나 항아리 안에 넣고 그걸 껴안고 있으면 변온동물인 구렁이에게서 나온 냉기 덕분에 시원했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좁은 곳으로 끌려와서 아이스팩 역할을 해야 하는 구렁이는 별로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구렁이가 집을 떠나는 장면이 소설적 장치로 자주 등장하는데, 교과서에 실린 작품 중에는 1950년대 6.25 전쟁 중을 배경으로 하는 윤흥길의 소설 장마가 있다. 여기에서는 죽은 삼촌의 환생과 이데올로기 갈등에 희생 당한 우리 민족의 모습, 사건 전개의 전환점의 역할을 한다. 또한 명작으로 꼽히는 옛 어느 일본 영화를 봐도, 망한 집에서 구렁이가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구렁이가 떠난다는 건 그 집안의 곳간이 거덜났고 집안이 망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상징인 셈.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란 표현은 어쩌면 요란법석 망한 게 아니라 알게 모르게 조용히 집안이 망한 데서 생긴 표현일지도 모른다. 쥐를 잡아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점 때문에[3] 민간신앙에서는 업신이라는 신으로 숭상받기도 했다. 또 옛날에는 집 안이든 집 밖이든 구렁이를 함부로 쫓아내면 집안에 큰 화가 닥친다는 말이 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뱀 중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시선을 받는 뱀으로 대부분의 뱀을 싫어하는 사람도 구렁이만큼은 영물 대접하는 경우가 있다.

인간에 이로운 동물일수록 함부로 잡아 죽이지 못하도록 무서운 전승이 붙기 마련인데 이런 동물 중 하나가 구렁이이다. 비슷한 동물로는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4], 곤충에는 각종 해충을 잡아주는 사마귀[5] 등이 있다.

어떤 일을 마무리할 때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린다는 뜻의 표현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표현으로 능글맞고 처세에 능해 불리한 상황에서도 잘 피해가는 사람을 두고 구렁이보다 더한 "능구렁이 같은 사람"이라고도 한다. 다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구렁이와 능구렁이는 종이 다르긴 한데, 능구렁이는 온갖 독사를 퇴치해주니 구렁이의 상위호환이라고 여겨진 모양이다.


환경스페셜에서 특별한 구렁이가 나왔는데, 그물에 걸린 구렁이를 빼내어서 살려주었더니 구해준 사람의 집 근처에서 13년째 살고 있다고 한다.

5. 신화 및 전승

각종 신화 및 전승에서는 사악하거나 신비한 힘을 가진 존재로 등장하며, 각종 전래동화에서는 악역으로 취급된다. 허나 귀한 쌀을 훔쳐먹는 집안의 를 잡아먹어 가정을 지켜준다는 점에서 재산을 보호하는 신으로 숭배되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이쪽이 전래동화나 민간 전승에서의 일반적인 모습인데, 전승에서는 터주의 위치를 가지기에 복을 가져다 주며 죽이거나 하면 불이익이 돌아온다. 이를 구렁이라고 한다. 업구렁이는 보통 부엌의 쌀뒤주 뒤나 창고의 구석진 곳에 숨어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전래동화로 구렁덩덩 선비가 있다.

또 여의주를 품고 용이 되어 승천하기 위해 수행하는 상상 속의 짐승인 이무기를 두고 대체로 뱀, 특히나 구렁이로 표현하는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대체로 국내 전승과 전래동화에서는 뱀, 이무기라고 나오면 부정, 구렁이라고 나오면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물론, 크기를 강조하기 위해서 큰 뱀을 구렁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많으며 이무기가 긍정적인 존재로 묘사될 때도 있다.

'구렁이 아래턱같다'[6]라는 속담에서 나타나듯이 이무기나 여우 요괴들처럼 구렁이도 값지거나 신비한 구슬을 몸에 지니고 있다는 설화들도 있으며, 구렁이 자체가 영물의 성격이 강한 동물인 만큼 민간에선 산에서 만난 큰 구렁이를 두고 산신령으로 여기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제주도 구좌읍 김녕사굴에는 옛날에 처녀를 제물로 받는 커다란 구렁이가 살았으나, 판관이 이를 퇴치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6. 창작물

위에서 서술한 구렁이에 관한 전승을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박우근의 소설 《구렁이놀음》이 있다.

윤흥길의 단편소설 《장마》에 구렁이가 등장하는데, 작중에서 구렁이는 6.25 전쟁 당시 빨치산 대토벌 작전으로 죽은 삼촌을 대신해 등장한다. 구렁이의 의미를 모르는 아이들은 돌멩이를 던지며 괴롭히지만 외할머니는 구렁이를 정성스럽게 달래고 위로하고는, 사돈댁(삼촌의 어머니, 주인공의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태워 집을 떠나게 한다. 참고로 이 외할머니는 주인공이 철없는 행동을 해서 친할머니가 혼을 낼 때 주인공을 옹호하여 사이가 틀어진 상황이었다. [7] 하지만 막판에 구렁이을 괴롭히려는 주인공을 제지하고 위의 삼촌의 넋을 기리는 의식을 치러서 다시 친할머니와 화해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7. 기타



[1] 구렁이와 같은 종으로 여겨졌다가 별개의 종으로 분리되었다.[2] 2005년까지 멸종위기 I급이었다가 2012년에 II급으로 내려갔다.[3]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고양이양반들의 애완동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4] 목숨이 9개라든가 억울한 죽임을 당하면 반드시 복수한다는 등의 이야기.[5] 물리거나 오줌이 묻으면 사마귀가 난다는 둥의 이야기가 있다.[6] 구렁이의 아래턱에 귀중한 구슬이 있다는 뜻으로, 무척 소중하게 지키고 아끼는 물건이라는 속담이다.[7] 사실 주인공은 인민군에 징용되었다가 빨치산이 되어버린 친삼촌의 행적을 쫓던 군 관계자가 초콜렛으로 꼬드기는 바람에, 삼촌이 몰래 집에 왔었다는 사실을 뭣모르고 불어버린 것이었다. 불행히도 외삼촌은 국군에 징집되었다가 전사해버린 상황. 이런 저런 상황이 겹치면서 폭풍우치는 밤에 외할머니는 빨치산들이 모조리 비에 휩쓸리고 벼락을 맞으라고 저주하는 지경이 되어 그 빨치산 중에 아들이 있을 친할머니의 분노를 사고, 아버지는 주인공의 뜻하지 않은 밀고로 끌려가 고초를 겪고 반죽음이 되어 돌아오는 바람에 그런 주인공을 감싸준 외할머니와 주인공만 집에서 붕뜬 존재가 된다. 하지만 점쟁이가 말해준 아들(친삼촌)이 돌아오는 날 집에 온 것은 영문모를 구렁이 한 마리였고, 이것이 죽은 아들의 환생 혹은 넋일거라는 것을 짐작한 할머니는 혼절해버리고 외할머니가 이 구렁이를 달래어 보냄으로서 할머니는 자기가 기절했을 때 대신 넋을 달래고 떠나 보내준 외할머니에게 고마움을 느껴 화해하게 된다. 비록 진영은 달라도 똑같이 아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과,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일한 전통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치유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