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겸

"무릇 순리에 의지하여 남은 것을 제거하고, 정의를 따르며 어리석음을 공격하는 일은, 그 운명을 거스르면서 공을 세우거나, 때를 맞추지 않으면서 업적을 이루는 법이 없었습니다. 모용씨가 무도하여 우리 국경을 침범하였는데, 군대는 노쇠하고 병사들은 피폐하니, 하늘이 그들을 멸망시키려는 때가 도래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사자를 보내 군사를 요청하며, 반드시 빠르게 도와주기를 기대하였습니다. 장군께서는 방소(方邵)의 직임을 맡고, 웅호(熊虎)의 군사를 통솔하고 있으니, 일이 기회와 맞물린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이를 기회 삼아 군사를 일으키면, 다시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전쟁을 마칠 수 있으며, 천 년에 걸친 공훈을 단 하루 만에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한 후에는 운중(雲中)에서 크게 회합하고, 군사를 몰아 삼위(三魏)로 나아가며, 술잔을 들어 장수를 축하할 수 있으니, 얼마나 유쾌한 일이겠습니까!"

"옛날 은나라의 탕왕은 명조(鳴條)의 맹세를, 주나라의 무왕은 하양(河陽)의 맹약을 맺었는데, 이는 신령의 도움을 빌어 충성과 신의를 밝히기 위함이었습니다. 대저 이웃과 친하게 지내고, 선하게 대하는 것은 옛 성인의 훌륭한 법도이므로, 피를 마시고 제물을 나누어 잡으며 영구히 화목함을 다짐하였습니다. 지금부터 동맹을 맺은 뒤로는 서로 우호를 지키고, 재난을 나누고 어려움을 구제하며,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해야 합니다. 만약 이 동맹을 어기는 일이 있으면 신령들이 이를 벌할 것입니다."

"지금 사태가 급박하니, 경(卿)이 아니면 어찌 다시 요씨(姚氏)의 군대를 오게 할 수 있겠는가? 경이 가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