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비(북위)

"지금 수도에 가뭄과 기근이 들어, 굶주린 가난한 사람들이 관문을 떠나 먹을 것을 찾아 다니도록 하고 싶다. 만약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자 한다면 시간이 지체되어 재난을 구제할 수 없을 것이고, 그들을 외부로 내보내면 정직한 사람과 사악한 사람을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그대들은 적절한 조치를 논의하라."

"각 부서의 대부(大夫)급 이상 관리는 각각 두 명의 관리를 대동하여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게 하면서 따로 관리하게 하십시오. 주와 군도 마찬가지로 시행한다면 3일을 넘기지 않고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성에 남아서 지키는 것은 오직 덕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태위는 나이가 많고 덕이 높아 총괄하는 아형(阿衡)의 지위에 있고, 사마우는 짐의 친동생으로 온화하면서도 결단력이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을 수도에 머물게 하고, 두 가지의 권한을 부여하며, 포상과 처벌 권한을 그들의 손에 맡긴다. 그들의 결정이 곧 법이고, 짐의 마음이다."

"삼가 목숨을 다해 받들겠습니다."

"태위께서 마땅히 전적으로 권한을 쥐어야 합니다. 신(臣)의 권한을 거두어 주시고, 부차적인 역할만 맡겨 주십시오."

"노인의 지혜와 젊은이의 결단력 필요한 마당에 어찌 사양하느냐."

"공이 마음을 기울여 짐이 돌아온 것을 직접 노래하여 그 뜻을 표현했구려. 이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짐은 잠시 동안 옛 수도에 머물고자 하니, 나중에도 이와 같이 할 것을 바라노라."

"작년에 폐하께서 직접 6군(六軍)을 이끄시어 소씨(蕭氏)를 토벌하시고, 낙양(洛陽)에 이르셨을 때 임성왕 탁발징(拓跋澄)을 파견하시어 조서로 저희들에게 수도 이전을 논의하도록 명하셨습니다. 처음으로 은혜로운 조서를 받들었을 때,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도 이전을 원한다면, 반드시 점을 쳐서 길흉을 보고 결정한 후에야 가능합니다."

"짐이 업(鄴)에 있을 때, 사도공 풍탄(馮誕), 함양왕 탁발희(拓跋禧), 상서 이충(李沖) 등이 모두 낙양 천도를 위한 거북점을 쳐 길흉을 묻고자 하였다. 그때 짐이 풍탄 등에게 말하길, '과거 주나라는 이윤을 불러 점을 치고 낙양을 도읍으로 하였으나, 지금 그정도의 인물이 없으니 점을 쳐봐야 이득이 없다. 점이란 사람의 의심을 없애기 위한 것일 뿐인데, 그러한 의심이 없다면 굳이 점을 칠 필요가 있겠는가? 옛날 헌원이 거북점을 치려 했을 때, 점쟁이들은 현명한 자를 만나보라 권했고, 결국 헌원은 천로(天老)를 만나 조언을 구하였으며, 그의 말을 따라 번영을 이끌었다. 물론 일의 경중에 따라서 지혜로운 사람의 통찰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었고, 점을 통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하였다. 하나, 어차피 짐이 이미 사해(四海)를 집으로 삼았으니, 남쪽이든 북쪽이든, 빠르지도 느리지도 일정하지도 않다.'라 하였다. 또, 짐은 남쪽으로 이동하는 백성들을 위해 미리 많은 저장고를 쌓아두었으므로, 이들을 궁핍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신(臣)은 자애로운 조서를 우러러 받들어, 기쁨을 이기지 못해 춤추고자 합니다."

"경들 중 일부는 짐의 천도가 옳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옛날 평문황제께서 땅을 넓혀 기반을 세웠고, 소성황제께서는 성락(盛樂)에 정착하셨으며, 태조 도무황제께서는 신무(神武)로 하늘에 응하시어 지금의 평성으로 이주하셨다. 짐은 비록 경험이 적지만, 다행히 승리하여 이제는 중원(中原)으로 이전해 황실을 창건하고자 한다. 경들은 선군(先君)의 영덕(令德)을 받들고, 그 행적과 큰 계략을 밝히는 데 힘쓰도록 하라."

"중원의 기초를 다지는 일은 짐이 친히 살펴보아야 하므로, 대(代)에서의 일은 모두 태부에게 위임하노라."

현재 낙도(洛都) 완공이 머지않아 짐은 이것이 완성하기를 고대하고 있는데, 어찌 천자가 중대한 일을 앞두고 장인의 장례식을 참가하기 위해 먼 곳으로 나갈 수 있겠는가? 비록 짐도 효도를 다하고 싶으나, 그것이 어찌 더 큰 효도에 미치겠는가? 의로움을 실현하고 싶으나, 그것이 어찌 더 큰 의로움에 미치겠는가? 천하는 매우 중요하고, 임금과 신하의 도(道)가 여기에 걸려있건만, 어찌 서로를 유혹하여 임금을 부덕하게 만드는 상황에 빠뜨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