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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등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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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배경3. 죽음의 트라이앵글4. 정권마다 내놓은 교육개편안5. 등급 산출 방법6. 수능 등급제에 관한 의견
6.1. 옹호6.2. 비판
7. 수능 등급제 실시 및 결과8. 참고 항목

1. 개요

파일:IMG_8879.jpg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2002년부터 성적을 원점수, 표준점수, 백분위와 등급으로 제공하던 것을 2007년에 등급만을 제공하기로 개편한 것. 이듬해부터 다시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제공하게 되면서 2007년에 치러진 수능을 가리켜 등급제 수능이라고 하기도 한다.

2. 배경

2008년 입시의 등급제 수능의 배경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2008년 입시정책은 해당 학생들이 중학생일 때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2003년에 발족한 대통령 자문기구 교육혁신 위원회의 개혁안이 2004년에 가시화되었는데 그것에 대해 교육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청와대의 조정을 거쳐 대입 제도 개선안이 2004년 10월에 발표되었다. 교육혁신위원회는 5등급제를 주장했고 교육부는 9등급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학 쪽에서는 정말 여타 자료를 안 주고 수능 성적표에 등급만 기재해서 줄 거면 15등급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조정을 거쳤다고 하지만 순수한 등급제라는 점에서는 교육혁신위원회의 안이 관철된 것이고 9등급제라는 점에서는 교육부의 주장이 고수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집권세력과 갈등을 겪은 안병영 교육부 장관은 2005년 1월 퇴임했다.

등급제 수능이 예고되자 그것이 가져온 효과는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정부는 내신수우미양가 식의 절대평가를 배제하고 과목 석차를 따지는 상대평가로 바꾸어 반영하고 학생생활기록부를 더욱 상세하고 표준화된 형태로 작성해서 대학에 제공하기로 했으며 더불어 대학의 자율 선발을 확대하기로 했는데 대학의 자율적 선발 방안으로 교육혁신위원회가 논의한 것은 입학사정관제였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입학사정관을 채용하고 양성하며 사정 방법에서도 대학별 노하우를 갖추어야 하는 실시를 위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제도다.[1] 따라서 당시 대학은 자율 선발을 위해 논술 제도로 몰려갔다. 이로 인해 2005년부터 사교육비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2] 수능·내신·논술의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2008년 입시가 닥쳐왔다. 2007년 수능시험은 다른 때보다 더 엉망으로 출제되었다. 수리 가형의 1등급 컷이 만점인 100점이 되었는데 이만큼 난이도 조절에 크게 실패한 일은 별로 없었다. 결국 이와 관련된 논란들이 겹쳐 2007년 수능은 여론의 격심한 역풍을 맞으면서 당장 이듬해부터 백분위와 표준점수가 부여됐다. 참여정부는 격심한 논란을 겪으며 도입한 제도를 한 번 시행하고 곧장 철회한 셈이었다. 5년제 단임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대통령은 단 한 번의 교육개혁의 기회를 가진다. 입시제도는 임기 첫 해에 개혁안이 도입되어도 3년 뒤에야 처음 실시하게 되며 그렇다면 그런 입시 제도의 귀결이 무엇인지 모니터할 시간조차 1년 남짓일 뿐이다. 참여정부는 교육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논란 속에서 개혁안을 만드는 데 거의 2년이 걸렸고 그 제도를 시행하자마자 철회하는 것으로 그냥 끝이었다.[3]

3. 죽음의 트라이앵글

수능 - 내신 - 학교생활기록부
이전까지는 대체로 수능이 우월하고 내신은 약간 보조적인 정도였는데 2004년에 대입제도개선안이 발표된 후부터 이 기조가 확 바뀌기 시작했다. 무조건 학생부 비중, 특히 내신을 위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개선안 초기에는 극단적으로 수능을 폐지한다는 안까지 나왔다가 최종적으로는 수능을 약화시키자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수능을 약화시키면 자연스럽게 대학들은 학생부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수능을 덜 준비해도 될테니 학생들의 부담이 적어지고 공교육이 살아날 것 아니냐는 의도였다. 최상등급인 1등급의 비율도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이나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7%까지로 하자고 했다가 역시 교육부에서 날뛰어서 4%로 결정된 것이었다. 당시 기사로도 나왔고 나꼼수 시절 정봉주가 증언하기도 한 내용이다. 시사인 기사 조선일보 기사 #

4. 정권마다 내놓은 교육개편안

2019년 8월 21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대선 교육 공약 1호인 고교학점제가 2020년에 전국 51개 마이스터고(직업계고)를 시작으로 일선 학교에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폐지 후 일반고 역량 강화 방안으로 고교학점제를 내세웠다. 하지만 일반고 적용 시기(2025년)를 다음 정권으로 미뤄 둔 상태라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2008학년도에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대명사로 쓰이는 말이지만 이쪽은 보통 등급제 수능이라 부르고 수능 등급제는 수능에 영역/과목별 등급을 공개하는 제도 자체를 말한다. 참고로 내신/수능 9등급제 문서와 중복되는 내용이 있다.

국어사전식 정의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수능 등급제(修能 等級制)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통지 방식에 있어서 영역/과목별 표준점수에 의한 등급만을 제공하고 표준점수, 백분위 따위는 일절 제공하지 않는 방식.

원래 수능성적표는 2001학년도 수능까지 전국 단위로 총점 및 석차가 공개되어 자신이 전국 몇 등인지 어느 과목을 잘 보았는지 일목요연하게 모두 알 수 있었고 어느 정도 대학에 지원할지도 별 다른 자료 없이도 추정이 가능했지만 국민의 정부 시절 교육부와 청와대 교육 개혁파(?)들의 주장으로 2002년 학년도 수능부터 기존의 총점과 석차 백분율[5]이 폐지되었으며 등급제가 신설되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과목별로는 원점수가 공개되었기 때문에 그래도 원점수 합산으로 총점을 계산하기도 하였고 총 등급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5학년도 수능부터는 아예 원점수 변환표준점수가 비공개되었고 과목별 등급 과목별 표준점수 과목별 백분위만[6] 공개하게 되었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이전의 수능을 사교육을 부풀리는 주범으로 보고 치열한 점수 경쟁을 완화하고 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을 낮추고[7][8] 자격고사화한다는 취지로 2004년 후반에 향후 수학능력시험에서 수험생에 제공하는 성적표에는 등급만을 표시하기로 했고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1989년생 전반의 학생들이 보는 2008학년도 수능시험에서 등급만 적어 성적표를 제공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참고 기사

결국 많은 우려와 논란 끝에 2007년부터 과목별 등급만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참여정부에서 실시되었다가 그 다음해에 정권 교체가 일어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없어졌다. 참여정부에서는 2009학년도 수능에서도 실시하기로 했지만 정권교체가 되면서 롤백되었다. 수능 등급제뿐만 아니라 의전원 정책 등 참여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서 거의 폐지되었다.

그리고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한국사 영역에서 등급만 공개하는 수능 등급제가 실시되었고[9] 2018학년도 수능에서는 외국어(영어) 영역에서 등급만 공개하는 수능 등급제가 실시되었으며 2022학년도 수능 제2외국어 영역 및 한문 영역에서 수능 등급제가 실시되었다. 다만 2008학년도 수능 등급제와 차이점은 한국사 영역과 외국어 (영어) 영역과 제2의 외국어 영역 및 한문 영역에서의 수능 등급제는 절대평가로 등급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5. 등급 산출 방법


파일:정규분포.png

내신이나 수능 등급 산출은 학생들의 성적을 일렬로 세우고 상위 누적 4%에 해당하는 학생에게 1등급을 부여하며 다음의 7% 학생들(누적 백분위 11% 이내)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2등급을 부여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등급 상위 누적 백분위
1등급 4%
2등급 11%
3등급 23%
4등급 40%
5등급 60%
6등급 77%
7등급 89%
8등급 96%
9등급 100%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계급간 비율은 5등급을 기점으로 좌우대칭(1-9, 2-8, 3-7, 4-6)의 종 모양 형태(정규 분포)를 이룬다.

등급은 아래와 같은 방법에 의하여 매긴다.

1. 해당 영역/과목[10]에 응시한 전체 응시자[11]의 원점수 평균과 표준편차를 매긴다.

2. 표준점수를 산출한 후 소수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한다.

3. 표준점수의 점수 급간별 도수분포표를 작성한다.

4. 표준점수 급간별 누적 비율을 구한다.

5. 당해 점수까지의 누적 비율이 4%를 넘는 최초 지점을 1,2등급을 구분하는 등급구분점수로 하고 해당 점수 이상을 받은 수험생에게는 1등급을 부여한다.

6. 1등급컷 바로 밑의 점수부터 당해 점수까지의 누적 비율이 11%를 초과하는 최초의 지점을 2등급컷으로 하고 그 점수 대역까지는 2등급을 부여한다.

7. 이런 식으로 8등급까지 등급을 부여한 후 8등급컷 바로 밑의 점수부터 원점수 0점을 받은 수험생에게 최하 등급인 9등급을 부여한다.

등급별 비율은 스테나인 방식을 따르지만 산출은 스테나인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스테나인 방식은 2Z+5로 계산하는데 수능에서 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1등급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표준정규분포를 따르지 않고 편포를 따르기 때문이다.

표준 스테나인 방식에 의한 등급을 구하려면 다음과 같다.

1.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의 경우에는 자신의 (표준점수-100)/10+5
2. 탐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의 경우에는 자신의 (표준점수-50)/5+5

이러한 스테나인은 9점이 최고점이고 1점이 최저점이다. 수능 등급과는 정반대임을 유의해야 한다.

6. 수능 등급제에 관한 의견

6.1. 옹호

애초에 인간의 정신적 능력을 자로 재듯 정확하게 계량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만 18~19세쯤에 치르는 대입 시험은 교육의 종착점이 아니라 중간 지점일 뿐이다. 대입 이후에도 인간에 대한 교육은 계속되며 얼마든지 학업 성취도나 능력의 변화는 생길 수 있다. 거의 대부분 고등학교 비평준화 체제로써 고등학교 입학도 쉽지 않았던 1970~80년대, 대입 정원 자체가 부족했던 1990년대까지는 대학입시가 교육의 종착점(?) 비슷하게 취급받았을지도 모르나 21세기에는 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되어 이후에 입시가 또 있다. 의대, 치대, 한의대, 법대 등에서 전문대학원(4년제) 체제가 도입되어 학사 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입시를 치른다.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는 비판은 애초에 소수점까지 제공하는 성적표 제공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당장 초등학교수우미양가 방식이나 대학교에서의 ABCDEF 학점 부여 평가 방식도 대략적인 위치나 성취 수준만을 알 수 있게 해 줄 뿐이며 소수점까지 점수를 제공하거나 모집단의 1등부터 최하위자까지 기계적으로 순위를 매겨 정보를 별도로 제공하지는 않는다.

"1점짜리 하나 틀려서 등급이 내려간 사람이랑 턱걸이로 하나 위의 등급을 받은 사람이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는 수우미양가 방식이나 대학의 ABCDEF방식도 동일하다! 어떤 형태로 배점제를 만들든 경계선에 있는 사람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12] 그리고 하나 틀려서 등급이 내려가는 사람이 있다면 하나 맞아서 등급이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응시자 집단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무의미한 일이다. 애초에 수능 등급제의 도입 취지 자체가 과도한 대학 서열화 방지와 학생들의 비인간적인 석차 경쟁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는 취지였다. 즉, 문제 하나 맞고 틀리고에 너무 집착하는 풍토가 없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지엽적인 지식보다는 거시적 안목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 논술이나 서술형 평가가 존재하는 것이다.

"위치를 정확하게 모른다"는 비판에는 위치를 기계적으로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그것이 가능한가라는 비판을 할 수 있다. 애초에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을 정확한 것처럼 판단하는 것은 더욱 모순된다.

예를 들면 지능이라는 개념에 대해 교육학계에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진행 중이며 다중지능이론 등 대안적인 이론도 나온다. 신뢰도가 높은 아이엘츠 같은 시험도 성적 표기를 대략적인 위치만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표기한다. 교육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학생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존중하는 등급제가 수능시험의 실시 취지에 걸맞은 것이다.

6.2. 비판

가령 1등급 컷이 88점이라고 하면, 100점과 88점은 같은 것으로 취급되는데 88점과 87점은 천지 차이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등급컷의 커트라인 정도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한 문제 틀리고 말고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등급제에서는 한 문제 틀리고 말고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성적이 나온 후 이야기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한 문제를 틀리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표준점수제 하에서는 한 문제 더 틀려도 2~3점 떨어지고 그만이지만, 등급제 하에서는 한 문제를 맞추느냐 틀리느냐에 따라 아무 상관이 없을 수도 있고 사실상 10점 떨어진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

등급제를 통해 한 문제 더 맞고 틀리고를 덜 걱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못 봐도 항상 모든 과목에서 상위 4%, 즉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극상위권뿐이다.

옹호 측에서는 능력을 정확하게 잴 수도 없고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대학이 비평준화된 현실에서 입시에서 능력을 그나마 공정하게 측정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알 수 없다고 아예 못 알게 막아버리는 것은 단지 대학서열화 방지를 위해 수능 평가를 방해한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또한 참여정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능을 약화시키고 내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와 같은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내신 자체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 학교 내부적으로는 내신이 학생들의 능력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각 학교간의 편차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목고, 비평준화 지역 및 평준화 지역의 인문계 고등학교와 실업계 고등학교 간에는 학교간 편차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비평준화 지역 A 고등학교의 중위권 학생과 B 고등학교의 중위권 학생의 실력을 같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두 학생의 실력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 평준화 지역에서는 이런 격차가 작은 편이지만 평준화 지역 간에서는 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대학교는 지원자들을 실력대로 줄을 세워 학부, 학과 입학 정원 만큼 신입생을 선발한다. 즉, 공정하게 실력대로 줄을 세우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동등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대한민국 입시제도에서는 수능, 논술이다. 즉, 수능이 자격시험화되면 논술이 본고사화될 수 밖에 없는 것.

문제는 참여정부는 논술의 대입 본고사화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고 그냥 좌시하지 않는다는 정도가 아니라 응징을 가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13] 참여정부가 원한 논술 수준은 학교 수업만 그럭저럭 잘 따라가면 누구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난이도였다.

참여정부의 의도는 각 대학들이 내신을 믿고 거기에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는 학생들을 골라가라는 것이었다. 이런 정책이 실시되려면 전국 모든 고등학교가 국가 단위의 평준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내신에 들어가는 시험도 공정하게[14] 출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무턱대고 내신만 믿으라고 대학에 강요했고 이러면 결국 논술을 본고사화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은 또 무조건 안 된다고 막으려고 들었다.

더욱 큰 문제는 누가 보아도 결국 논술과 다양한 입시 전형 중 어떤 입시전형을 택할지가 중요해질 것인데 논술은 현행 교육제도에서는 준비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역시 교육제도 안에서 논술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개혁해야 하는데 이것 없이 무턱대고 밀어붙였다. 게다가 이런 정책은 각 대학의 입시전형 세분화를 요구하는데 이와 같이 세분화된 입시전형에 학교가 일일이 대응할 능력은 없다. 결국 논술을 배우기 위해 세분화된 무수히 많은 입시전형 중 자신에게 맞는 입시전형을 고르고 준비하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대학이 다양한 전형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사가 발생했다는 비난도 존재하는데 이는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회사가 직원을 채용할 때 다양한 전형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대상이 '성인' 이기 때문이다. 무한한 자유로운 시간과 다양한 경제활동 참여의 자유가 보장된 성인을 대상으로 회사가 채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형을 만들어내도 거기에 맞는 사람들을 골라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은 성인과 전혀 다른 처지에 속해 있다.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도 매우 낮을 뿐더러 그나마도 아르바이트다. 그렇다고 무한정 시간을 주는 것도 아니다. 1년에 4번 치르는 학교 시험은 모두 내신에 반영되기 때문에 최소한 학교 진도는 정해진 시간 내에 반드시 쫓아가야 내신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단순히 내신 점수 문제가 아니라 학교는 어쨌든 정해진 속도로 일방적으로 진도를 나가기 때문에 어느 순간 정신 놓으면 정신 차렸을 때 진도는 달나라에 가 있게 된다. 이러다보니 고등학생들 및 작은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고등학생들이 모두 다 확연히 다르고 개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학습적 면에서는 극히 소수를 제외하면 전부 별 차이 없는 고만고만한 학생들이라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서 전국의 고등학교 회장들은 총 몇 명일까? 동아리 회장들은? 반장들은? 무언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대학 입장 - 즉 전국 고교 단위로 놓고 보면 정말 미미한 차이에 불과해진다. 입시 컨설팅 업체들은 배치표만 보여주며 돈 받는 게 아니다. 고만고만한 학생들을 어떻게든 포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입시 컨설팅 업체다. 그러니 대학에서는 시험 외에 다른 전형을 만들기 어렵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오히려 세세한 전형들을 만들면 위에서 말한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의 현실로 인해 몇몇 부유층 자녀들을 위한 전형으로 전락하고 이는 원래 목적이 어쨌든 전사회적인 지탄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논술 고사 외에 더 많고 다양한 전형을 대학들에게 준비하고 학생들에게 제공하라는 것은 잘못된 주장일 수밖에 없다.

애초에 모순 위에 세워진 정책이자 당시 상황에 아예 맞지 않는 정책인데 강제로 밀어붙이면 사회가 거기에 맞게 변할 것이라는 앞뒤가 바뀐 정책이었다. 즉, 실패는 당연했으며 단지 얼마나 큰 참사가 벌어질지만 남아 있었다.

7. 수능 등급제 실시 및 결과

수능 30년 역사를 통틀어서 역대 최악의 수능은 단연코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 것입니다.
메가스터디 수학영역 대표강사 현우진, 2022 개정 대비 설명회 중.
2005년부터 시작된 내신 등급제는 일시적으로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내신 관련 사교육이 성장했다. 물론 사교육 금지법이 2000년 4월에 위헌 판결되고 계속 사교육 시장이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신 등급제만의 문제였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결국 저 제도가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더군다나 2005년 봄 중간고사 즈음해서 이 등급제로 내신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들이 속출하였다. 당연히 학생들 사이에서 분위기는 뒤숭숭해졌고 1~2회성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상당한 규모의 반대 집회가 학생들의 주도로 일어나기도 했다.

이것보다 수능에서의 등급제가 더 심각한 문제였는데 일단 등급만 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었다. 가령 자신의 성적이 3등급이라면 기존의 방식대로는 백분위와 표준점수가 제공되어서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었는데 등급만 공개되고 나머지는 묻히면서 1점짜리 하나 틀려서 등급이 내려간 사람이랑 턱걸이로 하나 위의 등급을 받은 사람이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15].

게다가 채점이 잘못되었다는 항의는 원천봉쇄당했다. 가채점 백날 해봐야 등급으로만 뜨니까 항의를 할 수가 없다는 것.

교육부에서는 전체 1등급을 받는 학생은 전국에서 400명 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비판 여론을 묵살했지만 그 이하 등급부터는 거의 기하급수 수준으로 늘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즉 다시 말해 자기 실력에서 한 등급이라도 미끄러지면 자신의 앞으로 수천 수만명의 학생들이 짓밟고 지나가서(…) 회복불능의 치명타를 입는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표준점수제로 하면 더 높아야 할 학생이 등급제에서는 더 낮은 등급을 받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기고 말았다. 물론 기존에도 상위권에서 5점, 그러니까 두 문제 정도 차이가 나면 대학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등급제보다는 말이 되는 소리다…

특히 2008학년도 수능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난이도를 낮췄다가 수리 가형 1등급 커트라인이 100점까지 치솟는 등[16][17] 난이도 조절에서도 완벽하게 실패하며 뭐, 언젠 성공한 적 있었냐마는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이로 인해 중·하위권에서는 원래 성적으로는 넣지 못할 높은 대학교에 원서를 접수시키고 상위권에서는 원래 성적으로는 생각도 안 하던 낮은 대학교에 원서를 접수시키는 기현상이 일시적으로 벌어졌다. 실제로 서강대학교성균관대학교, 한양대학교 이하로는 모두 등급컷이 내려갔는데 연세대학교고려대학교에 이상할 정도로 지원이 몰려서 등급컷이 올라가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기존의 표준점수제로 환원시키면서[18] 이 제도는 흑역사가 되어 버렸다. 이로 인해 2009학년도 수능에서 상위권에서는 재수생이 늘고 중·하위권에서는 줄어드는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되기도 했다. 실제로 중상위 이상에서 반수생이 늘기도 했다. 물론 사교육 시장은 입시제도와 상관없이 언제나 쭈욱 성장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천편일률적인 수능 위주의 중고등교육을 좀더 다양한 교육으로 바꾸기 위한 제도였다. 일본에서는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일본식 지식위주 입시에서 미국식 능력위주 입시로 바꾸는 20년에 걸친 변화의 마지막 단계였다.[19]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학 입장에서는 수능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대신에 다른 전형을 개발하는 등의 합리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계획아래 실행된 정책이었다. 사실 노무현 본인은 실제로 시행된 9등급제가 아닌 5등급제로 수능을 실시할 것을 원했지만 대학은 그에 따라서 변화하지 않고 2005년에 발표된 정책에 대한 대비를 2008년이 될 때까지 안 했으며 교육부도 제대로 대학을 통제해서 체제를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나온 게 2007년의(2008학년도 입시) 대혼란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참여정부(2003.2~2008.2)가 들어서고 교육혁신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이 교육혁신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모셔온' 사람이 강하게 드라이브한 결과다.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경남 거창의 대안학교 교장을 지낸 전성은이 바로 주인공이었는데 거창고와 샛별중학교의 교장을 역임한 사람이다. 전성은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10년 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전성은 교육혁신위원장이 주장하고 추친한 사업은 다음과 같다. 1)수능성적표에 석차 표준점수를 지우고 수능 등급만 보이게 하는 수능 등급제 실시, 2)성적우수자 중심 학생선발 중심에서 벗어나 비교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전형인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기가 대표적이다.혁신위 2008년안 국가기록
2003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2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식문화강국의 실현을 위해 교육혁신 기구 설치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03년 5월에 교육혁신위원회 설치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고, 6월 23일에 교육혁신위원회규정이 제정되고, 이어서 7월 31일에 제1기 교육혁신위원회(위원장 전성은)가 발족되었습니다. 제1기 교육혁신위원회는 참여정부가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 중 4대 과제인 ①학교교육체제 혁신, ② 대학입학제도 개혁 및 대학교육력 제고, ③직업교육체제 혁신, ④지역 교육력 강화를 제시하고 그 로드맵을 마련하였습니다.(중략) 교육혁신위원회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2008학년도부터 적용될 새로운 대학입학제도를 마련하였습니다. 대학입학제도 개선의 목적은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을 중시하여 이를 바탕으로 대학은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교육의 중심축을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전환시켜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도 제고 및 반영 비중을 확대하였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원점수와 과목별 석차등급제를 도입하여 성적 부풀리기 요인을 제거하였습니다. 둘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개선하였습니다. 점수 대신 등급(9등급)만을 제공함으로써, 치열한 수능점수 경쟁을 완화하고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대입전형을 유도하였습니다. 셋째, 학생 선발에 있어서 특성화ㆍ전문화를 강화하였습니다. 성적 우수자 중심의 학생 선발에서 재능, 소질, 특기, 적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전형이 되도록 하였고, 대학은‘입학사정관’을 두어 학생선발의 전문적 역량을 키우도록 하였습니다. 특수목적고교의 경우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전문교과 운영을 강화하고, 아울러 동일계 특별전형을 촉진키로 하였습니다. 교육혁신위원회는 이 방안을 2004년 8월 19일 제53차 국정과제회의를 거쳐 곧 교육인적자원부에 정책 제안 하였습니다. 교육부는 수차례의 공청회를 거친 후 2004년 10월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을 확정하여 발표한 바 있습니다. 국민의 관심이 지대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대학입학제도 개선 방안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위원회와 교육부는 상호 협조체제 속에서 지속적으로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입니다.-출처: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그 결과 2004년에 대입개선안이 발표된 다음해인 2005년 신학기에만 중간고사를 못 봤다거나 중간고사를 보기 직전에 자살하는 고등학생들이 속출하였다. 교육 당국은 "(수능의 중요도, 난이도, 비중은 줄이고) 학교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고, 내신 성적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겠다"며 상대평가제에 기반을 둔 내신등급제를 2008학년도부터 전격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학생들은 '내신등급제 때문에 더 힘들다'며 하소연하던 실정이었다.프레시안기사, 고교생 또 자살

그리고 2008학년도 수능에서는 원점수나 변환표준점수나 백분위석차 같은 정보는 하나도 없고 달랑 9등급 중 어느 한 등급만 나오는 수능 성적표만 받게 되어 지원 가능한 대학을 결정하기 힘들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수능 등급제 논란이 발생했으며 입학사정관제 추진에 따라 2006년에 중앙대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처음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여 2007학년도 신입생을 선발하였고 2007년에는 서울대 등 10개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해 2008학년도 신입생 3백여명을 선발했다. 2008년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2008.2~2013.2) 들어서는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을 포함해 12개 대학에서 실시되어 2009학년도 신입생을 선발했다. 2010학년도에는 2008학년도의 10배인 3천여명을 선발하였다.기사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명칭 변경 후에도 실시되고 있다.
참여정부 때 교육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내가 역점을 두고자 했던 것이 수능 등급을 완화하고 직능교육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입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수능 등급을 대폭 줄여서 아예 2등급 정도로 만들자는 것이 내 제안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당시 비서실장), 이정우(정책실장) 세 사람 빼고 나머지는 다 게거품을 물고 반대하더라. 그래서 5등급까지 양보했는데, 결국 교육부 최종 발표에서는 이것이 다시 9등급안으로 바뀌었다. 안병영 당시 교육부 장관이나 이해찬 국무총리가 9등급안을 고집했다던데, 나는 지금도 그분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전성은(全聖恩) 전 교육혁신위원장-2014년 시사인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참여정부 초기에는 수능을 없애고 지역단위의 학력고사 및 서울대 폐지까지 검토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5년 임기 내에 가능한 일은 아니라서 그것으로 가는 과정 중 등장한 것이 수능 등급제다. 수능을 당장 폐지했다가는 뒷감당이 안 되니 일단 수능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등급제를 도입한 것이다. 당연히 명문대는 수능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논술을 도입했는데 이때 죽음의 트라이앵글(수능, 내신, 논술)이라는 말이 생겼다.차라리 서울대생을 공무원, 공기업에서 무조건 탈락시키는 게 훨씬 효과적일텐데 일을 복잡하게 꼬아놓았다.

사실 이 제도의 궁극적 목적은 대학 평준화였는데 점수보다는 적성과 흥미에 따라 대학을 가게 함으로써 대학 평준화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노무현은 수능에 대해 1~2점 차이로 대학이 갈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을 강조한 만큼 대학은 점수에 맞추어 가는 것이 아니라 적성과 흥미에 따라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위에서 잠깐 언급한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원래 성적과 상관 없는 대학교에 진학하더라도 그냥 다니게 함으로써 이런 식의 제도를 수년간 유지한다면 결과적으로 대학 입학성적의 평준화를 이룬다는 것.[20] ~ 대학평준화는 불가능 함으로 완전한 수능 등급제라도 해보자는 것인가 ~

또 이 제도는 대학을 위해서라면 어떤 데라도 돈을 쓸 수 있다는 한국의 풍토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학원은 수능만을 위해서 가는 곳이 아니다. 수능의 비중을 줄인다면 사교육 비중도 줄겠지라는 지나치게 안이한 전제를 한 것서부터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이다. 수능의 비중을 줄이려면 난이도를 낮춰야 하고 난이도를 낮추려면 기출문제에서 약간만 변형하거나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줄여야 한다. 따라서 학원 뺑뺑이로 숙제 으로 밀어붙여 유형에 익숙해진 학생들만 양산한 꼴이 되었는데 그 결과 소수가 하는 고액과외는 줄일 수 있었어도 이전 같으면 학원 안 갈 학생들도 학원에 가게 만들어 결국 사교육비의 총량은 더 늘어나게 되었다. 더욱이 수능은 원리의 이해, 복합적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에 단기간으로 보았을 때 될놈될에 가깝다. 공부를 못 하는 학생은 단기간 수능 준비해 봐야 성적이 오를 수 없다. 하지만 내신은 시험범위가 매우 적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적을 뛰게 만들 수 있다. 단기간 쥐어짜도 성과가 나오는 내신의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평소 내신 관리를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근데 어차피 수능이나 내신이나 사교육을 많이 하는 건 마찬가지며 다양한 입시 제도에 대한 대처 및 준비 역시 학생 및 학부모 개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것이기도 했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은 수시 제도의 확산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는 하지만 노무현의 수능 등급제 정책은 이런 현상을 크게 늘리는 데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겠다고 내세운 정책인데 정작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깔아 주었다.

애초에 학생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대학이 아닌 취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에서는 최상위권 대학의 취업 독식을 막는 데 치중해야지 동점자를 양산하는 쓸데없는 짓을 했다. SKY를 나온 학생들에게 공직을 떨어뜨려 버리면 역차별 소리는 듣겠지만 SKY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없어진다는 건 확실해진다. 하위권 대학이야 뭔 짓을 해도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게만 된다면야 학생들이 눈돌릴 학교가 많아진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3개 학교를 생각할 거 10개 학교를 생각하고, 10개 학교를 생각할 거 20개 학교를 생각할 수 있다.

혹은 교육부가 다양한 관점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미국식 교육 제도를 도입하려는 데 급급해서 학생들이 겪게 될 혼란을 무시하고 무리한 정책을 진행시켰다고 볼 수도 있다. 언제나 힘없는 사람의 고통은 무시하는 게 관료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니까 말이다.

뭐 이전이나 이후나 고생한 건 똑같지만 사교육 시장이 커졌다는 것은 학생들이 그만큼 안 놀고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21]

특히 내신으로 대학을 갈 수 있다는 대통령과 교육부의 말을 순진하게 믿어버린 학생들에게는 크나큰 타격과 배신감을 안겨 주었다. 이 정책 하나로 많은 푸르른 새싹(?)들이 노까로 전향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안그래도 개나소나 노무현을 까던 때였는데 기름을 부은 격. 결과적으로 '젋은 보수'의 씨앗을 제공한 셈(…).[22] 이 사람들은 참여정부가 대학의 준비가 갖추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무리하게 평등지향적 정책을 밀어붙여 발생한 바람에 생긴 폐단이라고 생각한 듯. 심지어 이 제도에 영향을 받은 학생들은 참여정부 시절에 대기업의 요구와 국회를 장악하던 야당의 협조하에 만들어진 비정규직법에 직격타를 맞기도 했다. 이래저래 운이 없던 세대.

이 제도는 수십 곳의 2009학년도 입시설명회와 각 대학의 입시 자료집에서도 그리고 대학 훌리건들의 훌짓용 자료에서도 흑역사 취급을 받았다. 실제로 이 때문에 과거 데이터 비교에서도 2008년 자료는 빠졌다.

여담으로 2008학년도 수능은 총 550,588명이 응시했으며 이는 2018학년도 수능때 최저 기록(531,327명)이 갱신될 때까지 역대 수능에서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하였다.[23] 이 제도와 관련된 교육 계통 종사자들 일각에서는 만약 정책이 만약 제대로 안 풀렸을 때의 후폭풍을 대비해 일부러 학생 수가 가장 적은 2008 수능 응시생들을 실험쥐로 삼았다는 시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수능 등급제는 진짜 무서운 제도인가 보다.

그리고 여담으로 2017학년도에 신설된 한국사 영역과 2018학년도에 영어 영역, 2022학년도에 제2외국어/한문 영역[24]에서 등급만 표기하는 절대평가에 기반한 수능 등급제가 실시되었다. 이걸 두고 부분적으로는 수능 등급제가 실시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8. 참고 항목



[1]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는 시범 대학 10개(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한양대학교, 중앙대학교, 경희대학교, 경북대학교, 건국대학교, 인하대학교, 가톨릭대학교)를 선정하고 대학당 1.35~4억 원씩 지원#하여 2008학년도 입시에 서울대를 비롯한 10개 대학에 시범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였고 2009학년도 입시에서는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한양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경희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동국대학교, 건국대학교, 경북대학교, 부산대학교, 인하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강남대학교 총 16개교로 늘어났다. 2010학년도에서는 추가로 공주대학교, 부경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전남대학교, 전북대학교, 충남대학교, 충북대학교, 충주대학교, 한국교원대학교, 건양대학교, 경원대학교, 경주대학교, 계명대학교, 단국대학교, 동서대학교, 동아대학교, 동의대학교, 배재대학교, 부산가톨릭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순천향대학교, 신라대학교, 아주대학교, 인제대학교, 전주대학교, 조선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한동대학교, 한림대학교, 한신대학교, 호서대학교, 홍익대학교까지로 확대되어 총 45개교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였다. #[2] 학교대사전에서도 시행되기 전 이 부분에 대해 우려한 적이 있었다.[3] 출처: "左충右돌", 200페이지~203페이지, 김종엽, 문학동네, 2014[대학은] 논술, 실기고사 등을 실시할 수 있으나 국어, 영어, 수학 등 특정과목 위주의 본고사는 계속 금지되었다.[5] 총점 과목별 전국 석차가 공개 되었다.[6] 소수점 단위 비공개[7] 정봉주 의원의 나꼼수의 발언을 보면 당시 청와대의 여당의 개혁파들은 9등급도 모자라 5등급으로(!) 초안을 잡았다고 하다가 교육부 관료들이 경악해서 15등급제를 주장했고 결국 타협으로 9등급제가 되었다고 한다. 좀 더 정확히는 전성은 교육혁신위원장은 처음에는 2등급을 원했으나 결국 5등급을 제시했고 이에 당시 안병영 교육부장관은 반발하였다.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당시 비서실장), 이정우(정책실장) 세 사람 빼고 나머지는 다 게거품을 물고 (2등급에) 반대하더라. 그래서 5등급까지 양보했는데, 결국 교육부 최종 발표에서는 이것이 다시 9등급안으로 바뀌었다. 안병영 당시 교육부 장관이나 이해찬 국무총리가 9등급안을 고집했다던데,결국 정부안은 9등급이 되었다"고 전성은 전 교육혁신위원장이 언론에 말한 바 있다. 변별력 문제가 있다며 당시 대학들은 15등급을 요구했지만 결론적으로 9등급으로 결론났다.[8] 더 자세한 실시 계기와 과정은 이 문서의 '실시와 결과' 문단 참조[9] 2017학년도에 한국사 영역 첫 신설.[10] 언어 영역 또는 사회탐구영역 정치 과목 같은 식.[11] 6차 교육과정까지는 계열별로 분리하여 성적을 산출했다.[12] 육상 100m를 예를 들면 0.01초까지 따지고 구분이 어려울 때는 비디오 판독까지 해서 석차를 가린다.[13] 대한민국의 대학교 중 정부 지원 없이 대학이 재정 자립하고 있는 대학교는 사실상 없다.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은 단순히 대학 운영 자금을 보조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정부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것. 정부에서 대학 재정 지원을 완벽히 끊어 버리면 제 아무리 일류 대학이라도 그 위상이 확 떨어지는 것은 금방이다.[14] 지금처럼 학교 교사가 직접 출제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 모의고사처럼 국가단위 출제.[15] 예를 들어 2008학년도 수능의 언어 영역 1등급이 90~100점인데, 100점을 받은 학생과 운 좋게 90점을 받은 학생이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16] 선택과목에 따라 달라지지만 당시 수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미분과 적분 선택자는 1등급 커트라인이 100점이었다. 1등급 커트라인이 100점이라는 것 자체가 난이도 조절을 완전히 실패했다는 의미일뿐더러, 이게 터진 과목이 사실상 자연계열 수능의 변별력의 바로미터인 수리 가형이라는 데에서 문제가 매우 컸다.[17] 실제로 당시 수시모집으로 치대를 합격해서 최소등급 컷인 '언수외 1등급'을 맞으면 됐던 수험생이 있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수리 가형 1번 문제를 실수로 틀려서 떨어진 사례도 있다.[18] 원칙적으로는 입시제도는 일정 기간의 유예를 거쳐서 변경되는게 일반적이지만 등급제의 부작용이 너무 심해 거의 대부분의 입시 관계자와 학생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표준점수제 환원이 곧바로 이뤄졌다.[19] 일본도 이미 유토리 교육 을 위시한 지식 위주 입시를 탈피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역시 완전히 흑역사화되고 유토리 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타격이 컸다. 일본식 교육을 벗어나려는 발버둥이었으나 결국 일본의 실패를 그대로 따라가게 된 것이다.[20] 실제로 수능 등급제 찬성론자에게 '연세대/고려대 갈 성적인데 이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에 지원해야 되었다'고 주장하면 찬성론자에게서 '뭐 어때서. 연고대보다 낮아도 인서울 대학교면 좋은 대학이다. 전교1등이 꼭 SKY에만 가야 하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등급제의 속뜻이 담겨 있는 말.[21]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원래 성적으로는 생각도 안 하던 낮은 대학교에 원서를 넣어 진학한 학생들은 거의 대다수가 반수했다. 자기가 들어간 대학에 만족하고 얌전히 전공 공부하라는 정책입안자들의 생각과는 정반대 행동을 한 것.[22] 실제로 보수 성향 젊은이들의 상당수가 참여정부의 수능 등급제에 한이 맺혀서 보수 지지로 전향했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23] 참고로 응시자 수가 많았던 수능은 2000학년도 수능으로 무려 868,366명이 응시하였다. 그때랑 비교하면 30만명 차이[24] 단, 이쪽은 상대평가 시절에도 대학 환산점수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았다.[25] 3등급 이내는 약 23%이고 약77%의 학생들은 3등급 안에 들지 못한다. 정규 분포상 대부분의 인구는 중간값에 집중 분포하며, 3등급부터 인원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구간이다. 대학에서도 A+, A0 학점을 받으려면 대략 상위 20~30% 안에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