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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10 10:55:23

수평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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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해석3. 범위4. 활용5. 사례6. 매체에서7. 관련 문서

1. 개요

노동자 계급은 부르주아지 집단과 마찬가지로 그들 내부에서 항상 경쟁 상태에 있다. 기계직기의 직조공은 수직기의 직조공과 경쟁 상태에 있으며, 실업자나 저임금 직조공은 취업자나 고임금 직조공과 경쟁 상태에 있으면서 항상 서로는 대치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 계급 사이의 경쟁은 노동자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나쁜 측면이며, 부르주아지가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이다.[1]
-프리드리히 엥겔스, 「영국 노동계급의 상태」

수평 폭력(Horizontal Violence)은 프란츠 파농이 제시한 사회 이론으로, 사회의 계층 사회에서 하류 계층이 상류 계층으로부터 압력과 공격을 받으면서 쌓인 증오 감정을 같은 하류 계층에 풀려는 현상을 의미한다. 본질을 찌르지 못하니 다른 쪽에 화풀이한다는 뜻이다.

단순한 화풀이가 아니면 강자의 것을 나눠야 하지만 그것을 나누는 것은 리스크가 크니 약자의 것을 빼앗아 자신의 지분을 올리는 것이다. 이러는 상황에서 강자는 별다른 간섭 없이 그냥 내버려두면 서로 알아서 싸우니 이득이다. 약자들의 싸움은 이러는 강자가 볼 때 찻잔 속의 태풍인 셈이다.

아래에는 엄밀히는 수직 폭력인 것도 섞여 있으며, 같은 하류 계층에서 벌어지는 하극상도 수평 폭력이다. #

2. 해석

갈등론적 입장에서 볼 때 사회의 계층 및 집단은 항상 서로 갈등 관계를 가지고,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상호간의 증오와 배척의 감정이 쌓이게 된다. 하지만 각종 기득권의 유무 때문에 하류 계층은 상류 계층에 그 불만을 풀지 못하고, 사회 모순이 계속 유지된 채로 그 모순에 피해한다. 이게 계속 쌓이면 대신 같은 하류 계층(또는 더 약한 계층)에 증오심을 돌려서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수평 폭력이다.[2] 괜히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다가는 서로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이 서로 싸우다 보니 역사에서 극단주의적 주장이 먹히는 것은 사회체제를 변화시키는 방법보다는 이런 특정 개인 또는 특정 사회적 약자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 더욱 쉽기 때문이다.

3. 범위

왜 같은 하류층끼리 못 뭉치냐는 말은 왜 같은 한국인끼리 못 뭉치냐는 말과 같다. 실제로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 자체가 일제에 편입되어 하류층이 되었을 때도 왜 조선인끼리 못 뭉치고 싸우냐고 했는데 조선인도 세부적으로 보면 양반 계층 출신부터 노비 계층 출신까지 다양했기 때문이다. 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에 산대도 엄연히 남남이고 다른 사람들인데 누군가 층간소음 갈등을 보고 왜 같은 계층끼리 싸우냐면 어떻겠는가. 인류의 전쟁도 오히려 국경선을 맞댄 이웃나라들과의 싸움이 더 많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국가와 동맹을 맺으라는 원교근공의 법칙까지 나왔다. 한국만 봐도 가까이는 같은 민족인 북한은 물론, 인접한 일본과 중국 등 같은 동북아시아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공주교도소 살인 사건을 보면 중범죄자들만 모인 공주교도소에서도 S1 등급부터 S4 등급까지 다양했으며 S4 등급의 무기수가 그것도 권력이랍시고 다른 재소자에게 온갖 갑질을 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 당시 교도소에서는 '갑'인 교도관들이 질서유지를 위해 무기수에게 방장 권한을 일정 부분 위임했는데, 그걸로 수평 폭력이 벌어졌다.

수평 폭력은 인종간에도 발생한다. 호주 등 서방국가에서 백인들은 동북아시아인들을 잘 못 구별한다. 같은 이방인인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은 잘 어울리냐면 그것도 아니다. 이처럼 도토리들도 서로 우등해지려고 하다 보니[3] 도토리들간에 수평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

수평 폭력은 국가간에도 발생한다. 강대국이 자신보다 약한 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하면 국익에 도움이 되니 약소국은 수없이 털렸으나 국익에 치명적이니 강대국은 침략을 잘 받지 않는다. 폭력도 결국 이익을 위하는 수단이라면 국가든 개인이든 '약육강식'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자신보다 약한 자에 대한 폭력은 '먹을' 수 있으나(지배) 강한 자에 대한 폭력은 '먹힐' 수 있기(피지배) 때문이다. 가정폭력, 아동 학대도 비슷하게 사회에서는 약자인 가장이 처자식에게 폭군처럼 굴거나 또는 아내가 남편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자녀에게 푸는 사례가 많다.

수평 폭력은 '체급'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정치인들은 '정적'과 싸우고, 지지자들은 지지자들끼리, 그리고 상류층은 상류층끼리 싸운다. 스포츠에서도 2군 선수는 2군 선수와, 1군 선수는 1군 선수와 싸우고, 관중은 관중들끼리 싸운다. 급이 다르면 싸움이 잘 나지 않는다. 직장내 갑질로 자살한 9급 공무원은 같은 말단 공무원들끼리 갈등이 일어났는데 말단 공무원이 청와대와 갈등을 빚는 것도 급이 맞질 않아 모양새가 이상하긴 하다. 설사 대통령이 싫어도 직접 충돌을 빚을 일은 없기도 하고, 아무래도 직장에서 사사건건 충돌하는 상대와 감정의 골이 더 깊게 패일 가능성이 높다. 어른과 아이는 싸우지 않고 아이들끼리 싸우는 것과 같다.[4] 결국 싸움도 '서열을 가리는 행위'이므로 체급이 너무 차이가 나버리면 아예 싸울 생각을 안 해버리니 싸움을 내지 않는 것이다.

계층간 '노는 물'이 다른 것도 수평 폭력의 원인 중 하나다. 맹견 대처 요령이 개와 시선을 마주치지 말라는 것인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일단 눈을 마주치면 기싸움(서열정리)이 시작되니 아예 엮이지 말라는 것이다. 계층간 사는 지역이나 학교, 직장 등 소속된 세계가 다르다 보니 유유상종이라고 비슷한 계층끼리 연애와 우정이 싹트는 만큼 갈등이 싹트거나 부딪힐 확률도 높다. 특히 묻지마 범죄는 대개 잃을 게 없어야 벌어지므로 잃을 게 없는 자들이 속한 하류계층에서 괜히 이들과 마주쳤다가 변을 당하기도 한다. 물론 '선택적 분노조절장애'란 말처럼 조폭들에겐 눈 마주치면 눈깔고 꼬리를 말고 도망치면서 괜히 만만한 약자들에게는 눈 마주쳤다고 자극받아 시비를 거는 등 범행도 대개 수평 폭력 형태로 나타난다.

어깨빵으로 말미암은 사건도 대부분 같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게 특징이다. 2022년의 대구에서는 19살 여성이 어깨빵으로 시비가 붙어 앙심을 품고 커터칼로 동갑의 여성 3명에게 얼굴을 그어버리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경기도 동두천에서는 20대 남성이 상가 화장실에서 나오다 고3 학생들과의 어깨빵으로 무려 64차례나 찔러 죽인 엽기적인 동두천 헬멧 살인사건도 보도되었다. 고딩들에게 멱살을 잡혀 지하주차장으로 끌려가 얻어맞던 게 분했어도 주먹으로는 안 된다 생각했는지 집에서 흉기로 무장하여 무력의 우위를 점한 뒤에 맹수가 사냥감 찾아헤매듯 그 학생들 발견하고 "내가 누군지 기억해?"란 다음에 무려 64차례나 찔러죽였다고 했다. 최소 50차례는 저항도 못 한 채로 시체처럼 축 늘어진 상대에게 무의미하게 퍽퍽 찌르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이런 '오버킬'은 극단적인 원한일 때 보이는데 고작 처음으로 만나 '어깨빵'에서 시작된 갈등으로 극단적인 원한까지 품을 수 있다면, 하물며 매일 같이 학교나 직장에서 부딪쳐야 하는 인간관계에서는 어떻겠는가. 이들이 다른 곳에서 갈등을 빚은 게 아님을 명심하자. 아무리 외부의 적이 내부를 단결시킨다지만 서로 부딪히는 관계에서 갈등이 싹틀 확률이 훨씬 높다. 잃을 게 없는 자들이 사소한 시비에도 목숨걸고 끝장승부를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격투기 선수 유튜버들을 보면 상대가 시비를 걸어도 그냥 엮이기 귀찮아서 먼저 사과한다고 한다. 잃을 게 많아지면 '부자 몸조심'이란 관용어구처럼 격투기 선수들이 시비를 피하듯이 일부러 져주는 경우도 많아지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는 건데, 마치 굳이 맹견과 눈싸움하지 않으려하고 피하려는 것과 같다.

개도 약자와 강자를 구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맹견과 대치할 때 절대로 등을 보이지 말라고 한다.# 맹견이라고 아무에게나 달려드는 것이 아니고 본인이 더 강하다고 판단할 때만 폭력을 쓰는데, 갑질러들이 사람을 가려가며 갑질하는 것과 같다. 맹견 역시 사람과 대치할 때 눈치를 조용히 살피다가 틈을 보이면 신호탄처럼 확 튀어나가는데, 이렇게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는 폭력의 습성으로 인해 국가나 가정은 물론이고 사람과 동물간의 폭력도 수평 폭력 형태로 나타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다. 층간소음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시공사와 정부의 책임도 있으나 이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다소 막연한 감이 있다. 이웃이 쿵쾅거려서 괴롭다고 하면 먼저 이웃부터 조용히 시키고 정부와 시공사에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해야지, 지금 당장 이웃이 직접적으로 가해를 입히는데 이웃에게는 관심없고 무조건 정부와 시공사만 원망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법적 소송을 한다 한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설사 승소해도 아파트를 뚝딱 다시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일단은 이웃부터 조용히 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데, 그 과정에서 '수평 폭력'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노동자 입장에서 과도한 업무는 정부와 회사의 책임도 있으나, 지금 당장 나에게 직접적인 충돌을 빚는 것이 직장동료라면 먼저 이쪽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서다. 마치 과거 제국들이 다른 열강들과 싸우기 전에 주변의 소국들부터 정복했듯, 회사와 싸우기에 앞서 먼저 텃세를 부리며 갈구거나 왕따를 주도하는 직장동료부터 제압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이렇듯 먼저 주변부터 정리하려다 발생하는 것이 바로 수평 폭력이다.

범죄심리학적으로도 수평 폭력 경향이 관찰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1999년 파주 택시기사 살인사건' 편에서 나온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에 따르면 적어도 범인의 입장에서는 전혀 낯선 곳에 가서 사건을 저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대체로 범인은 자신이 거주하거나 일하고 있는 지역(지리가 익숙한 곳)에서 피해자를 만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 소위 '방구석 여포'처럼 자신의 '나와바리'에서나 힘을 쓴다는 것이니, 이는 전형적인 수평 폭력이다. 자신의 동네에서 선량한 이웃들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자해공갈' 사건도 그렇고, 조두순보다 더 무서운 놈이 출소한다며 난리난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도 인근 동네에서 미성년자들에게 짐 드는 거 도와달라고 부탁한 뒤에는 호의를 베푸는 미성년자들에게 비열한 성범죄를 저질렀다. 선행을 했는데 복을 받기는커녕 범죄 피해자가 된 이들은 그저 동네 이웃 아저씨를 도와준답시고 시간 내어 따라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혼란스럽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 혼란이 점점 더한 건 과거 사악한 집단으로 여겼던 자본가나 기득권층이 직접 만나보면 상당히 젠틀하고 착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낄 때다.

화가 나서 미치겠다. 문제는 지금 그들이 창업자나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아니라 2세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성장 과정에서) 꼬인 게 없는 자들이다. 그래서 착하다. 그러니까 더 화가 나는 거다. 예전엔 못 가지고 무식한 사람들이 착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렇지도 않다는 것.[F][G]

빈부의 격차가 인격이나 인성마저도 그렇게 비틀고 있다. 어떻게 이 세상을 바라봐야 할지 참 답답하다. 『말』을 보면 운동권 내부에도 참 비리와 문제가 많은 것 같고……참으로 진실이 뭔지 혼란스럽다.[7]
영화감독 박찬욱, 2003년 2월 월간 말과의 인터뷰 중에서 진보 진영에 대한 쓴소리를 해달라는 기자의 물음에 길게 침묵하다 꺼낸 말.

상류층이라고 다 나쁜 사람들인 게 아니듯 하류층이라고 다 착한 사람들인 것도 아니다. 아무리 착취되고 불쌍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또 다른 착취와 폭력이 존재한다. 프리모 레비의 수기 "이것이 인간인가"에 따르면 홀로코스트 당시의 유대인 강제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서는 독일인이 유대인을 핍박한 사례만 있는 것도 아니라 수감된 같은 유대인 사이에서도 핍박이 벌어졌다고 했다. 즉, 수감된 사람들 사이에서도 힘의 차이가 발생하였고, 서로 착취하였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 배급이 지체되지 않도록 손목에 새겨진 번호를 보여주었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늦었을 때 먼저 온 수인의 무자비한 폭행에 당했다고 했다. 'La zona grigia(회색지대)'라는 그의 표현처럼 아무데서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창업을 해 본 사람들은 알고 있듯이 세상은 흑백 둘로만 나뉜 게 절대로 아니다. 약하다 해도 자기보다 더 약한 사람 앞에서는 목소리가 커지기 마련이다.[8] 사회 최하층인 아Q도 자기보다 약한 아녀자들을 패고 다녔다.

대표적으로 과거는 노동운동을 한 대학생들이 이러한 것을 겪었다. 당시 대학생들은 위장취업을 하는 일이 많았는데 실제 노동자들의 모습에 환상이 와르르 깨지면서 큰 충격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했다. 노동운동가 출신[9] 정치인 은수미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실제 사례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10]
은수미(은): 그 동네가 원래 공장에 시다로 들어가면 절대 미싱사를 안 시켜줍니다. 그래서 메뚜기를 하게 되는데, 다른 공장에서 시다 하던 아이들이 미싱사로 바로 들어가는 거죠. 저도 나이도 속이고 미싱사로 들어갔는데, 처음에 미싱을 한번 시켜 보더니 바로 하는 욕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이런 개씨부랄년...”
공장에서는 바로 알아본 거죠. 나이도 어리고 생긴 것도 어리고 미싱도 시원찮으니까 다른 공장에서 시다 조금 하다가 미상사입네 하고 들어온 걸로 알아본 거예요. 다른 친구들은 초등학교 졸업하고 오거나 그런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평생 그런 욕을 들어온 처지이지만 저는 평생에 처음 그런 욕을 들어봤어요.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물음(물): 원래 처음 들어본 욕은 기억에 남기 마련.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심한 욕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신 것 같다.

: 그러면서 하루 종일 내가 여기에서 뭐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즈음에 우리 집이 강남으로 이사를 갔는데, 삼층집이었어요. 아무리 집을 나왔어도 부모님께 미안하니까 두어 달에 한 번은 집에 가거든요. 그게 너무 생소한 거예요. 그 동네에서 길에 나서 다녀보면 사람들이 너무나 평온하고 행복해보이는 거죠.
왜 이 동네는 이렇게 다를까 하는 겁니다. 그런 생소함에 적응하는 것이 정말로 힘들었어요.
거기다가 학교에서는 항상 노동자는 정의롭고 항상 옳고 그런 것처럼 얘기들을 해요. 너무 모르는 얘기죠. 정의는 개뿔...

-이 부분, 운동권 학생들이 사회를 접하게 되면서 겪는 중요한 충격이다. 특히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는 정의의 상징인 것처럼 묘사를 하지만 그걸 듣고 배운 사람들이 겪는 충격은 상상외로 크다. 노동자는 결코 정의의 화신 따위는 아니다. 다만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생활인들일 뿐이다. 그들의 생활환경과 그들의 용어는 거칠고 투박하다. 노동의 정의는 그들의 말투나 습관에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공장에서는 항상 싸움이 벌어집니다. 나오시라고 했던 것 같은데 불량을 내면 머리채 잡고 싸우고, 불량을 니가 냈냐, 내가 냈냐 하면서 싸웁니다. 그걸 또 회사가 이용을 해요. 누구는 급여를 더 주고, 누구는 급여를 덜 주고 하죠.
하루에 열두 시간 이상 일을 하면서도 급여를 서로 모르게 합니다. 그렇게 차별을 해요. 제 시다가 초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온 아이인데 무슨 일인지 무단 결근을 했어요. 그러고 다음날 나오게 되면 그냥 마구 밟아버립니다."

: 때린다는 얘기인가?

: 그냥 때리는 정도가 아니에요. 실제로 구두발로 마구 밟아 버립니다. 그걸 나름대로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온 저도 그냥 옆에서 바라 볼 수밖에 없어요. 말릴 힘이 없죠. 그러고 나서 또 일을 해야 해요. 저도 해야 되고 맞은 아이도 퉁퉁 부어서 또 일을 해야 됩니다. 그저 빨간약이나 좀 발라주는 거죠. 그 장시간 노동을 그렇게 맞아가며 해야 되는 거죠.

: 드디어 민중의 삶의 현장을 목격하시는 건가?

: 미싱사 선배들은 얘길 합니다. A급 미싱사가 되려면 손톱이 세 번 빠져야 된다고. 저도 한 번 겪어 봤는데 기계식 미싱에 드르륵 하면서 바늘손톱을 관통한 거죠. 그 때 반장이 뛰어옵니다. 물론 그 친구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그게 당연한 거죠.
반장이 오더니 하는 말이...
“야, 이 멍청아, 옷감에 피 묻잖아..”
-매우 순화시킨 표현일 것이다.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러면서도 그냥 손가락을 싸매고 빨간약 바르고 또 일을 하는 거예요. 폭력에 익숙해 진 사람들은 그걸 모릅니다. 참는 게 아니라 그냥 저항할 생각 자체를 못하는 거고, 좌절하고 포기하는 거고, 적응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회사는 그걸 너무 잘 알고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사람들은 참 무력하구나..."
출처

결국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할 뿐이고 하류층이 상류층에 대항하는 것도 타인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 때문이다 보니, 상류층의 권력자에게서 권력 부스러기라도 쥐어받으면 좋다고 상류층 편에 서서 하류층을 공격하기도 하고 기존 상류층을 몰아내고 자신이 상류층이 되어도 기존 상류층과 똑같이 당하기 싫으니 하류층을 공격하기도 한다. 중국에 기밀을 팔아먹은 연구원들도 매국노라는 욕을 얻어먹지만 한국에서 섭섭한 대우를 받아 외국에 포섭된 사례다. 2022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3산록교 추락 사망 사건' 편에서는 어머니가 보험금을 위해 자신의 딸을 죽였다고 의심되는 사건을 다뤘는데 보험금을 노리고 딸과 친구, 남편을 연쇄 살인한 김해 9세 여아 독극물 살인 사건만 봐도 가족임에도 돈 때문에 살해할 수도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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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활용

독재 국가에서는 국민들이 기득권 지배층에 대항할 꿈도 못 꾸게 수평 폭력을 활용한다. 일단 비판이 허용되어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 터인데 비판만으로 중범죄이고 밀고자는 기득권자에게서 감투와 포상을 받으니 그 맛에 인민들끼리 서로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므로 인민들끼리 뭉쳐 기득권에 대항하는 일이 발생할 수가 없다. 특히 곳곳에 프락치를 침투시켜 감시하거나 비판을 유도하므로 인민들 서로도, 심지어 기득권자들 서로도 적이고 경계하며 의심할 수밖에 없다. 마치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 통치하에서 자신은 '살아남아야 하는데' 비판이 허용되지 않으니 다들 탈레반 찬양하며 충성 경쟁을 하는 것과 같으며 계급 배반 투표와도 비슷하다. 영화 '백두산'에서 북한인 리준평(이병헌 扮)을 밀고한 사람은 아내이며, 실제로 어느 탈북자는 본인이 푸념식으로 비판 한마디 했는데 누가 듣고 있다가 신고하여 두려움에 탈북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나부터 살아남는 게 지상 과제가 된 각자도생 사회, 나 아닌 남은 힘이 아닌 짐이 되는 시대다. 지난해 온라인 세상에서 가장 유행했던 밈인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함의 준말)은 "내 알바 아니다"의 조롱 버전으로 통했다. 소소한 일상 투정부터 불합리에 억울하다는 하소연까지, 다른 사람의 입을 틀어막을 때마다 누칼협은 소환됐다. "네 선택에 따른 책임이잖아, 그러니까 징징대지마."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누칼협 세상에서 가장 득을 보는 이들은 정치인이다. 그릇된 사회 구조와 제도를 뜯어고쳐야 할 사명을 다하지 않고도 모르쇠로 버틸 수 있어서다. 멀찌감치 서 팔짱 낀 구경꾼이 된 정치인들은 게으르고 뻔뻔해진다. 올해는 누칼협으로 응수하는 대신 당신의 TMI를 들려달라고 하면 어떨까. 누칼협에 맞설 진짜 무기는 다정함일지 모른다.
누칼협 시대, 다정함이 무기네이버 뉴스, 한국일보, 2023년 2월 7일
비판이 꼭 중범죄가 아니래도 각자도생, 먹고사니즘도 활용하여 공동체 유지에 인색해지고 속을 좁혀(속 좁은 사람이 되어) 기득권 대항보다는 자기 단속·검열에 선택과 집중으로서 힘을 쏟으며 특정 상황에서 민간인들끼리 싸우게 유도하기도 한다.(관련 글)

특히 인종이나 민족을 경계선으로 하여 '내부 식민지[11]'가 존재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한국은 그런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더 고약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부 식민지'처럼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근본적인 억압의 기제가 있으면 그 억압은 사회 곳곳에 내재되어 있는 위계에 따라 약한 곳을 파고든다. 일본의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가 말한 '억압적 위계의 이양'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현상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나기 마련이다.[12]

윗선 범죄 조직의 '차도살인' 전략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서민범죄인 보이스피싱도 자기도 돈이 아쉬워서 그런 알바라도 하는 것인데 정작 현금 수거책들은 영세한 서민들이다. 피해자들에게도 피같은 돈일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범죄조직의 돈 몇 푼을 쥐어받으면 기꺼이 범행에 가담한다.

특히 염전노예 사건과 대구 코로나 확산 당시에 언론의 혐오 부추기기에 힘입어 사건 해결 문제는 어느새 묻히고 대구 봉쇄론 같은 영호남 혐오 여론 조장과 폭증이라는 끔찍한 결과만 낳게 되었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 또한 수평 폭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 약자들이 특정 강자를 물리치고자 그 강자보다 더 센 자에게 빌붙기도 한다.

5.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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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매체에서

7. 관련 문서



[1] 고용주를 공격하기보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끼리 싸움 벌이는 것이 고용주로서는 덜 골치아픈 것이다. 그리고 이들도 고용주를 공격했다가 해고되거나 불이익 당할 것이 뻔하니 더 약해보이는 쪽을 공격해 살아남는 것이다. 참고로 엥겔스는 사회주의자로, 수평 폭력을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방해하는 부르주아의 음모'로 해석했다.[2] 힘이 달리고 무서우니 만만한 상대를 찾아 대신 화풀이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흔한 모습이고 우리의 모습이다.[3] 신용카드조차 플래티넘을 너도나도 갖자 상위 0.05% 전용 블랙 카드까지 등장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카드다 보니 그 자체로 특권으로 인식된다.(관련 글) 플래티넘의 하위등급인 티타늄은 개요에 '개나소나 다 받을 수 있는 플래티넘'이라고 나와있다. 명품 한정판 오픈런도 그렇고, 별로 남들과 평등해지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착한 남자가 좋다'는 여성 유명인들도 착한 하류층 남성이 널려 있음에도 굳이 소수의 VIP급 상류층과 연애한다. 심지어 공정, 평등 외치는 학자들도 자신이 명문대 교수임을 어필하며 '개나소나'가 아닌 특별한 존재임을 강조하고, '공정팔이'로 번 돈으로 자녀들은 일찍이 해외유학 등 금수저 코스를 밟으며 계급사회를 공고히 한다. 북한에서도 '개나소나' 인민들은 절대권력과 부를 독점한 최고존엄을 선망하며 우러러본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다들 따뜻한 말을 하나, 정작 배달부, 청소부 등의 일탈 행위 기사에는 '그러니 그런 일이나 하지' 등등 직업 폄하하는 댓글 천지가 된다. 상대가 딱 봐서 직업이 하찮아 보이면 겉으론 존중하는 척해도 은연 중에 무시하거나 낮춰보고 깔보며 자신의 우위를 슬쩍 과시할 수도 있다. 그래서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명언처럼 아예 인간혐오에 빠져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사람들을 피해 혼자 사는 등 1인 가구가 부쩍 늘어났다.[4] 다만 아이를 어른들 싸움에서 이기는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F] 밑바닥 출신에서 벗어난 자수성가자들이 오프라인에서나 온라인에서나 밑바닥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혐오하는 발언을 하고 다니는 경우도 많이 찾을 수 있다.[G] 비슷한 속담으로 '곳간에서 인심난다'가 있다.[7] 성선설에 배고프고 못 배우면 짐승이 된다. 라고 일침했기에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8] 심지어 약자 중에서도 힘이 가장 약한 자조차 반드시 선한 것도 아니다.[9] 금수저 출신이지만 노동운동에 뛰어든 사람. 노조 활동 때문에 안기부에 잡혀가 가혹행위를 당한 적도 있고, 그 때문에 불임이 되었으며 감옥에도 갔다왔다.[10] 사실 이러한 약자는 착할 것이라는 환상이 깨진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대표적으로 브나로드 운동이 있다. 러시아 제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농부들이 선하고 무지하므로 이들에게 가르치면서 이들을 계몽시키면 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당연히 이러한 순진한 인식은 직접 농촌 현장에 갔을 때 박살났다. 러시아에서 브나로드 운동의 목적은 입헌군주제 확립을 위했던 것이기 때문에 당시 농민들의 반발이 극심했다. 이들에게 차르는 아버지이자 위대한 신이었는데, 그러한 차르를 비판하는 젊은이들이 좋게 보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당연하게도 브나로드 운동은 실패했다. 얼마 뒤 식민지 조선에서도 브나로드 운동이 시작되었는데, 현실은 시궁창임을 깨달은 참여자들이 대거 친일파로 돌아섰다.[11] 예: 유대인(옛 서유럽), 이슬람계 이주민 및 집시(서유럽), 흑인(미국), 각종 소수민족(중국), 아이누, 오키나와 및 부라쿠민(일본) 등[12] 강준만&강지원, '빠순이는 무엇을 갈망하는가?' . 인물과사상사. 53-54쪽. 앞으로 이 책을 강 부녀, \'빠순이'라 표기함.[13] 강 부녀, 「빠순이」. 한편으로 해당 책에서는 '빠순이 혐오'가 기성세대의 팬덤 문화에 대하는 혐오('고작 딴따라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게시판에 불지르고 난리냐?')에 '연령차별("빠순이='오빠' 순이='어린 여자' 혹은 '생각이 유치한 여자'")'과 '성 갈등'이 혼재되어 나타난다고 한다.[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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