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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레이더스/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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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303030><colcolor=#fff> 행적 <colbgcolor=#fff,#191919>작중 행적 · 전적
소속 알자노 제국 마술학원 · 제국 궁정 마도사단 특무분실
능력 전투력 · 마술 · 광대의 세계
가족 양부모 세리카 아르포네아 · 친부모 불명
하위 문서 특징 · 인간관계(특무분실) · 떡밥 · 어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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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히로인3. 알자노 제국 마술학원
3.1. 2학년 2반 학생들과의 관계3.2. 기타3.3. 교사들과의 관계
4. 제국 궁정 마도사단 특무분실과의 관계5. 기타
5.1. 남루스와의 관계5.2. 하늘의 지혜 연구회와의 관계5.3. 무구한 어둠과의 관계

1. 개요

글렌 레이더스와 작중 인물들 간의 관계를 정리한 문서.

기본적으로 글렌을 도와주는 조력자들은 특무분실의 옛 동료, 알베르트 프레이저, 버나드 제스터, 크리스토프 프라울알자노 제국 마술학원의 직장 동료 할리 아스트레이를 제외한다면 글렌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 히로인이 대부분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도 클리셰의 일종처럼, 글렌이 히로인들을 구원해주고 호감이 연심으로 커졌다는 데 있다. 강사인 입장상 히로인들, 특히 학생인 시스티나, 루미아[1]의 호감을 알고 있는 듯한 암시가 있지만, 본인은 일단 윤리적인 이유를 들어 선을 그었다.

친화력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추상일지 6권에서 학교 후배인 로잘리 디터트에게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 페지테 서쪽 지구의 노동자들과 격식없는 만담을 나누며 눈 깜짝할 새에 유용한 정보를 캐낸 게 그 좋은 예다. 가치관이 엇나간 인물의 경우, 저티스 로우판처럼 대놓고 적대하는 게 아닌 이상, 거리낌 없이 지낸다. 마술학원의 선배 강사인 할리는 그 주 희생양인데, 글렌은 아예 골탕 먹이듯 일부러 이름을 바꿔 부른다. 하게(대머리) 선배, 하베스트(추수) 선배, 할로윈 선배 등등. 심지어 본명을 말했음에도 아차 싶었는지 다시 틀리게 불렀다!

2. 히로인

2.1. 시스티나 피벨과의 관계

파일:rokuaka_glen_sistina.jpg

글렌이 사랑한 세라가 그에게 있어서 마도사라는 괴로운 생활을 견딜 수 있게 했다면, 시스티나는 글렌이 부자연스럽게 느끼는 평범한 생활을 도와주는 존재다. 여러모로 세라와 가장 큰 공통점이 있는 히로인. 글렌과의 접점은 시작부터 좋지 않았지만, 겉모습만으로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갔고 후에 스스로를 반성하며 히로인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세라라는 이름을 유이하게 알고 있는 학생이기도 하다.[2] 글렌을 「선도」하는 길잡이이자 조수로서 후반부에 가서는 시스티나가 없다면 일상에 지장이 올 정도다.

작중에서 초반에는 기껏해야 중학생에 불과한 아가씨답게 매우 연약했고 험한 상황에 패닉에 빠지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글렌에게 여러 가르침을 받고 여러 다사다난을 거치면서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나갔다. 급기야 작품 후반부에서는 세라처럼 전투에서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에까지 이르렀다. 즉, 다시 말하면 세라의 빈 자리를 대체하는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글렌의 입장에서, 썩 듣기 좋은 말은 아닌데 시스티나를 어떻게든 세라의 대체품으로 여기고 싶지 않은 글렌의 심리는 하얀 고양이라는 별명을 통해 잘 드러난다. 군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시절에 하얀 개라고 세라를 불렀는데, 죽은 세라와 얼굴, 성격도 어느 정도 닮은 탓에 둘 사이의 연관성을 부정하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저티스에게서 적확하게 간파되자, 더 엇나가면 저티스부터 죽이겠다느니 살벌한 살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글렌과 시스티나는 근본적으로 닮은 존재이기도 한데, 자신의 약함을 자책하면서 강해지고자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렌이 알자노 제국 마술학원의 학생들, 옛 동료들과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고 싸우듯, 시스티나는 자신의 일상에서 사랑하는 일상의 존재들이[3]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고자 싸우고 있다.[4] 또한 이러한 수단이 루미아와 같이 포용력 있는 느낌이 아니라 둘 다 자신의 감정에 서툴러서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나마 시스티나의 경우, 절친인 루미아의 영향으로 글렌에 비해 정도가 덜하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글렌이 강사로 부임한 게 첫 만남은 아니다. 과거 제국군 시절, 글렌은 학원에 입학하던 엘미아나 왕녀의 신변을 확인하던 상황이었다. 마도 고고학자라는 꿈을 모욕당한 시스티나가 루미아의 안전을 빌미로 주변 여선배들에게 당할 위기에 놓였지만, 글렌이 고유 마술 【광대의 세계】를 발동해 구해준 것이었다. 별 뜻은 없고 세라를 닮아서 그랬다고 한다. 지금은 둘 다 당연히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건물 옥상에서 마술을 쓰지 못하도록 멀찍이서 퍼스널리티만 발동했기 때문이다.

원작과 애니메이션 초반에는 글렌과 시스티나의 성격이 상극이었기에 둘 다 서로를 노골적으로 적대했다. 글렌이 그녀를 수도 없이 괴롭히면서 내심 즐겼는데, 이에 반발한 시스티나도 변변찮은 글렌의 꼬투리를 잡아 서로 물고 늘어지는 식이었다. 심지어 이건 교사로서 어느 정도 나아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글렌은 시스티나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인물로 지금까지 마술에 대해 이상적인 환상향을 품으며 공부해온 그녀에게 마술의 잔혹한 현실에 대해 직시하도록 알려주었다. 글렌과 같이 여러 험난한 사건을 극복한 덕에 그 현실을 깨우쳤지만, 시스티나는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 성장을 거듭해 비약적으로 실력이 향상되었다. 비단 실력 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일상과 뒷세계의 이면에 서서 망설이는 글렌을 선도할 수 있는 역할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었는지 체감된다.[5]

1권 사건 이후로 시스티나가 글렌에게 반한 묘사가 있었고, 또 실제로 5권 이후로 글렌에게 도움을 받은 뒤로 확실하게 푹 빠졌다.[6] 그러나 그게 무색하게도, 관계가 중반부가 지나가는 시점까지도 영 진척되질 않았다. 글렌의 시스티나에 대한 인식은 좀 틱틱거리고 건방지지만 능력 있는 제자 정도다. 시스티나가 아무리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다고 한들, 사실상의 연적인 루미아에 대해서도 질투를 드러낸 바가 분명히 있었지만, 글렌은 아직도 그걸 깨닫지 못했다. 결국 글렌을 좋아하지도 않는다면, 질투를 할 리가 없으니 말이다.

글렌은 시스티나를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이유를, 세라를 닮은 그녀를 돕는 것으로 지켜주지 못했던 세라의 일을 속죄하고 싶다거나, 꿈을 버린 자신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매달리는 모습이 세라를 닮았다고 했다. 세라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지만 적어도 그녀만큼은 꿈을 이루게 해주고 싶다고 얼버무렸다. 스스로도 잘 모른다고 하는 걸 보면, 시스티나를 한 명의 갸륵한 제자로 보고 싶은데 좀처럼 그게 안 돼서 혼란스러운 모양.

글렌도 사람이기에 당연히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순간이 있다. 글렌의 실질적인 엄마 격인 세리카가 글렌을 대신 내보내고 홀로 아르포네아 저택에 남아 대치했을 때, 그 여유가 넘치던 고상함은 어디 가고 처음으로 하늘의 지혜 연구회의 세력에 반감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글렌도 조급해져서 처음으로 명백한 살기를 내보이며 적들을 몰살하려던 마음을 굳힌 찰나에, 시스티나가 바로잡아줘 설득한 끝에 글렌이 길을 잘못 들지 않을 수 있었다.

아세로 이엘로라는 터무니없는 적 앞에서, 이블 카이즐의 옥약을 제조하기 위해 마술학원 지하에 있는 미궁을 탐사했을 당시엔 이 점이 더욱 도드라진다. 더더욱 강해져서 스승인 글렌이 이제는 등을 맡기고 한 명의 어엿한 파트너로서 싸울 수 있는 반열에 오르게 될 정도로 순조로운 성장을 이루었다. 그 이블 카이즐의 옥약조차 시스티나의 도움이 없었다면 못 만들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바로 글렌의 깊은 어둠 속, 명백한 살기를 드러내는 상징이자 자칫 외도로 빠질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라 글렌도 사용에 한참이나 망설이던 참이었다. 그러다 보니 군 시절에는 세라가 도와주어 제조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 세라가 죽은 현재 시점에서 글렌은 환청에 시달리며 계속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스티나가 곁에서 손을 거들어주자 깊은 어둠을 뿌리치고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 1권 때에 글렌의 등을 지켜만 보면서 보조했을 적과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불꽃의 배 사건 전까지는, 시스티나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세라의 대용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걸 지적당하면 차마 부정하진 못한 채, 시스티나는 시스티나일 뿐이라는 자기암시에 빠져 있었다. 저티스가 그 사실을 지적하자 뚜껑이 열린 글렌은 또 그렇게 말했다간 당장 죽이겠다고 위협할 정도였다.[7] 또 시스티나에게 무슨 위험이 생기면 세라의 죽음을 떠올리고 매우 불안해하는 등 과보호에 가까운 면모도 가지고 있어 다방면에서 입체적인 인물상을 그리고 있다. 이를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이브의 말을 빌려 세라라는 존재는 글렌 입장에서 절대로 넘으면 안 되는 성역이다. 이와 좋든 싫든 그녀와 엮인 시스티나로서는 글렌의 약점이자 역린 그 자체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주 티격태격대는 두 사람이지만, 상호 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끌어주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초반까지는 그 역할이 글렌으로 한정되어 있었던 반면, 대략 불꽃의 배 사건인 이후인 중반부부터는 진정한 마술사가 무엇인지 고찰하며 도리어 글렌을 선도하는 역할로 부상했다. '선도'라는 이미지는 실제로 작가인 히츠지 타로가 시스티나라는 캐릭터를 구상하며 글렌이 구심점으로 삼는 역할이 주어졌고, 시스티나는 그에 걸맞는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한 셈이다.

14권 '르 킬의 루프'에서는 끝없이 반복되는 시간의 역순환에 글렌이 초조해져 2반 학생들에게 무심코 군인 시절의 차가운 일면을 드러내듯 반감을 보였다. 그때 시스티나는 글렌에게 무슨 일이 있음을 반사적으로 직감했고, 루미아조차 눈치채지 못한 루프 세계를 홀로 무의식적으로 깨우쳤다. 이는 그녀의 퍼스널리티와도 관련이 있는데, '유전의 가속과 지배'는 변화를 촉진하는 특성으로서 눈에 띄게 피폐해지는 글렌의 모습이 그녀의 심적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천공의 타움 신전으로 향하던 도중, 진 가니스와 세 번째로 조우했을 땐 시종일관 그를 압도하기에 이른다. 글렌의 가르침을 깊이 이해한 듯, "잘 생각해 봐. 날 죽이면, 너도 똑같은 족속이 되는 거라고?" 라고 속으로 비꼬는 진에게 "그게 어때서? 그야 우리는 마술사인걸." 라고 반박했다. 과거 그녀의 허점을 일목요연하게 간파해낸 현재의 시스티나에게 진은 할 말을 잃고 그녀가 쏜 전격에 허탈하게 사망했다.[8]

그리고 역설적으로, 시스티나의 눈부신 성장은 동시에 글렌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 데에 한몫한다. 시스티나/루미아/리엘을 비롯한 2반 제자들이 급격하게 성장할수록 재능도 없고, 마술 자체에 회의를 느낀 지 오래되었기에 글렌은 제자리걸음만 하는 자신이 과거에 잡혀 사는 듯한 기분이 들던 참이었다. 확실히 마술 자체에 회의를 느낀 지 오래 되어 이렇다 할 만한 목표가 학생들을 지킨다 외엔 없었고, 정의의 마법사라는 꿈은 잔혹한 현실 앞에 짓밟혔다. 그런 상황에서 어른이었던 글렌은 세리카라는 구심점이 사라지자마자 빠르게 무너졌고, 자신이 오히려 보호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기댈 수 없어 결국 현실도피를 선택하기에 이른다. 유능한 제자들을 가르치는 기쁨을 얻게 된 반면, 과거에 사로잡혀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열등감이 드는, 현재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이 공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시스티나가 글렌을 무한정 믿고 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글렌은 다시 한 번 걸음을 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제자리걸음이 아닌 앞으로, 똑바로 말이다. 즉, 세라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낸 글렌이 정의의 마법사를 실현하듯, 만악의 근원무구한 어둠을 물리치는 데에는 시스티나의 공이 그 무엇보다 컸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로서 글렌에게 시스티나란, 더는 앞만 보지 않고 살게 해준,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은인이자 소중한 제자다.

2.2. 루미아 틴젤과의 관계

파일:rokuaka_glen_rumia.jpg

글렌의 마음 속 오아시스이자 가장 귀여워하는 애제자. 작가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글렌과의 관계는 「헌신」이라고 한다. 관계 그대로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는 글렌의 마음을 제대로 보살펴주는 치유계 히로인이다. 시스티나가 은발 등 세라의 외적인 면모와 함께 싸우는 전투력을 이어받았다면 루미아는 세라의 포용력과 몸매 부분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다.

3년 전 과거, 감응증폭자라는 이능력으로 인해 알자노 제국 제2왕녀에서 폐적당한 이후 추방되어 피벨 가에 입양된다.[9] 그러나 이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친절한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처지인 자신에 반해 부모님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시스티나를 질투했다. 결국 열등감을 참지 못하고 피벨 저택에서 가출한 순간, 피벨 가의 영애를 노린 괴한들에게 오인당해 납치당했다. 이후, 알리시아 7세의 부탁을 받은 글렌이 강간당할 뻔한 위험에 처한 루미아를 구해준다. 이때는 좌절에 워낙 심하게 빠져 있을 때라 세상만사 포기한 듯한 루미아에게 글렌이 말했다. "세상이 널 버릴지라도,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그것만 알아줬으면 해."라고 약속한 것. 그 약속을 계기로 루미아는 글렌이 적들을 물리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헤어진 뒤로도 줄곧 글렌을 사랑하게 되었다.
처음 글렌과 만났을 때는 재회의 형태였다 보니, 히로인들 중 유일하게 글렌에게 처음부터 연심을 품고 있었다. 오죽하면 루미아의 정체를 짐작한 글렌이 무례하기 짝이 없게 얼굴, , 치마 아래를 샅샅이 뒤져보는데, 응징한 것도 루미아 본인이 아니라 옆에 있던 절친 시스티나였다. 이후, 본격적으로 강사직으로 부임한 글렌이 비관적으로 마술을 바라봐도 존중한다는 듯 옆에서 묵묵히 글렌을 지지해준 유일한 2반 학생이었다. 이러한 루미아의 태도가 글렌에게 느껴지는 바가 있었는지 후에 그도 태도를 고치고 조부를 모욕한 시스티나에게 사과하는 등, 마술혐오적인 태도를 고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폐적된 왕녀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루미아는 줄곧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행복을 현실부정하면서도 어린애답지 않게 이상할 정도로 어른스러웠다. 이러한 루미아의 태도가 마음에 걸린 글렌은 이후로도 꾸준히 '그날 했던 루미아와의 약속'을 언급하며 루미아가 마음 놓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안심시켜주었다. 아직 학생은 어른도 아닌 어린애에 불과하니, 그저 있는 행복을 만끽하며 무거운 것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루미아의 헌신적 면모를 본 글렌은 그녀가 박해받는 감응증폭자인 걸 무척 가여워하기도 했다.

일단 과거에 불과한 납치 사건도 루미아의 입장에서는 큰 충격으로 남아 그 이후에도 착한 아이 증후군의 일종으로서 자기희생에 강박적인 면모를 보이게 됐다. 일반인보다 왕족으로 살아온 기간이 훨씬 긴 루미아에게 있어 언제라도 주변인이 죽을 수 있는 환경에 놓인다는 건 그다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보다 타인의 가치를 우선시했고 이상주의자였던 시스티나와는 대조적으로, 지독한 현실주의의 면모 또한 드러났다. 그리고 둘의 스승이었던 글렌은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을 중재할 수 있는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마술을 가르치는 강사의 입장에서 한때 글렌의 이상이었던 마술과는 누구보다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면서도, 도사리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학생들을 지켜야 하는 현실주의자로서의 면모 또한 존재했으니 말이다.[10] 루미아를 여러 번 설득하면서 그녀가 2반 학생들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런 점을 볼 때, 마술강사라는 그의 직업이 그야말로 천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왕녀라는, 한낱 마술학원과는 한참 동떨어진 신분에도 루미아는 글렌의 도움을 통해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후로 연심은 훨씬 커졌는지 10권 막판에서는 절친인 시스티나에게조차 웃으면서 라이벌 선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격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그 정도가 좀 심해서 글렌에게 웬만하면 잔소리는 잘 하지 못한다. 시스티나만큼 한다고 해봐야 청유하거나 살갑게 물어보는 정도가 고작이다. "슬슬 일어나셔서 수업 준비하셔야죠, 선생님." 대강 이런 식이다. 글렌도 루미아의 이런 유하고 부드러운 면을 좋아해서 마찬가지로 루미아에게만큼은 엄하게 혼내지 못한다.

시스티나와 다르게 글렌이 이성적으로 의식하고 있는 학생이다. 시스티나와 대조적으로 공식 거유에 몸매도 워낙 훌륭해서 본인도 이 점을 이용해 아예 몸으로 글렌을 유혹하려 든 적이 있다. 글렌이 무심코 말려들기 전에, 세리카가 때마침 들어와 아슬아슬하게 상황을 무마했다. 여기에는 재밌는 점이 한 가지 숨어 있는데, 츤데레인 시스티나에게 한 소리하는 듯하면서도, 막상 루미아 자신도 상황이 닥치니 머릿속이 새하얘져 진도가 좀처럼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 스스럼없는 절친 사이인지 알 것만 같다.

어떨 때는 글렌이 학교 후배인 로잘리 디터트와 피벨 저택으로 의뢰를 해결하러 찾아왔을 무렵, 하필 욕실에서 샤워하고 있던 루미아를 마주쳐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었다. 필사적으로 눈을 돌린 채, 글렌은 응, 하고 단답으로 끊는 리엘을 어떻게든 성대모사하며 당장은 위기를 모면했다. 그나마 루미아가 샴푸로 머리를 감고 있어 눈을 감았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루미아의 알몸을 볼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로잘리의 임기응변으로 어찌저찌 빠져나오긴 했다. 이 당시, 글렌의 평은 "이대로 가다간 사회적으로 죽음을 맞이할지도 몰라!" 였다.

시스티나가 점차 성장하는 성장형 캐릭터로서 그려진 반면, 루미아는 처음부터 완벽한 성품의 완성형 캐릭터라는 점이 대조적이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는 굳은 신념은 과연 왕녀답다고 할 만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자기희생으로 상황을 해결하려 했던 루미아에게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상황이 워낙에 절망적이었던지라 다른 대안을 고려할 여유도 없었고, 설령 있다 해도 한낱 소녀 하나에게 해결할 만한 역량이 있을 리 만무하다. 무엇보다 받으면 되돌려주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글렌에게 도움을 받은 뒤로 더는 의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 보다 과하게 나간 것도 있다.

애초에 루미아의 어머니도 무려 알자노 제국국가원수나 다름없는 알리시아 7세다 보니, 글렌도 루미아를 대할 때는 특히나 더더욱 조심한다. 초반부 리엘에게 루미아가 납치당했을 때는, 살기를 두른 채 사건의 배후에 있었던 라이넬 레이야총으로 쏘아 죽이려다 루미아의 만류에 금세 포기한다. 웬만한 악인도 사정 봐주고 용서하는 그 글렌이 말이다.[11] 신변을 보호해달라는 알리시아의 부탁에 최우선 순위로 배정된 것도 글렌이고, 글렌이 다치면 탁월한 솜씨의 백마술로 치료해주는 것도 루미아.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글렌은 루미아와 같이 있을 때 행복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셈이다.

단순히 보호받기만 하는 입장에서 이제는 그녀가 글렌을 다독여주고 위로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과거로 가기 위해 천공의 타움 신전을 방문한 글렌이 다시 조우한 레이크 포엔하임과 대치하면서 스스로를 삼류라고 자조하는 사이, 속으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보내면서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싸움이 끝난 뒤에도, "어쩌면 나도 이 녀석처럼 됐을지 모른다."라며 스스로를 비관하는 글렌을 향해 당신이 구해준 본인이 이렇게 서 있다고, 환상이 아니었다고 질타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세라와 분명히 닮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2.3. 리엘 레이포드와의 관계

파일:rokuaka_glen_re=l.jpg

평생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동료 랭킹 No.1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글렌과 옛 동료들 모두의 입장에서다. 그렇지만 동료로서 소중한 건 변함없으며, 리엘의 글렌에 대한 가치가 「의존」이라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일례로, 에테르 괴리증에 걸린 리엘의 목숨이 위급해졌을 때는 글렌이 평소의 냉정함을 잃고 해법이 없다고 하는 세리카의 멱살을 붙잡고 추궁하기까지 했다. 더불어 엘자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오빠로서 은근히 쓸쓸해하기도 했다. 사실 글렌은 엘자와 리엘 사이에 껴서 대화를 나누려고 시도를 한 적은 있는데, 둘 사이의 묘한 기류에 눌린 데다 리엘이 좋아하는 글렌에 대한 엘자의 질투가 어우러지니 글렌으로선 참으로 황당하고 억울할 노릇이다.

처음에는 일루시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의무감으로 리엘을 거두어들인 것에 가까웠다. 그렇다고는 해도, 리엘의 나신을 닦으면서 완전히 남인 여자애 몸을 다뤄도 되나(...)라고 망설이기도 했고, 막상 리엘이 생존한다는 보장이 없어져 보기 드물게 도와주던 세라에게 여유를 잃고 소리도 쳤다. 정의의 마법사에 목 메달 적의 당시 글렌은 리엘과의 접점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해서 순전히 많은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사명감이라고 보는 것이 시기적절하다.

단, 현재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의무감 외에도 나름의 가족애를 느끼고 있어 본인을 '대리 오빠'라고 칭하거나, 이브에게 '당신이 동생처럼 아끼는 리엘' 이라고 지적당하자 아무 말도 못하는 등, 거의 의남매나 마찬가지인 사이다. 리엘도 제국군 시절부터 글렌을 잘 따랐으며, 의존증에서 벗어난 지금도 글렌을 군말없이 따르고 있다. 스스로를 글렌의 검이라고 자처하며 생명의 은인인 글렌을 누구보다 보호하는 데 적극적이다.

처음에는 일루시아의 정체성으로서 살아가는 리엘이었기에 그녀 입장에서 친오빠였던 시온 레이포드와 닮은 글렌은 그녀가 무작정 의존하는 형태였다. 글렌도 그런 리엘을 챙겨주며 시간은 흘러갔고, 갑작스레 천사의 가루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일을 계기로, 글렌은 군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꺼버리고 잠적했다. 오빠 대용품인 글렌이 없어진 리엘은 처음에는 방황하듯 하다가 알베르트와 더불어 글렌에게 마음의 빚을 느꼈다. 그래서 처음부터 재회하자마자 글렌에게 대검을 들이대며 결투를 신청한 것이다.

그러나 글렌은 리엘이 정신 차리고 현실을 살아갈 수 있도록 몇 번이고 설득에 설득을 포기하지 않았다. 글렌에게서 오빠인 시온에 대한 진실을 듣게 된 리엘은 글렌의 기대에 부응하듯 더는 오빠에게 연연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를 털어내듯, 자신의 분신들인 리엘 레플리카를 해치우면서 눈물을 흘렸다. 다만 그러했기에, 오히려 글렌을 자신의 진정한 은인으로 생각해 서로 간에 신뢰가 두터워졌으며, 감정도 조금이나마 풍부해졌다.

2반 학생들과 처음으로 만났을 때 감정이 워낙에 없던 인형 취급이었는지라 쉽사리 뒤섞이지 못했다. 왕녀로서 호위 대상인 루미아, 그리고 그런 그녀의 절친인 시스티나 외에는 한동안 접점이 아예 전무했다. 그러나 글렌의 도움으로 마음을 연 리엘이 처음으로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며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그제서야 2반 학생들도 마음의 빗장을 풀고 친해질 수 있었다. 리엘이 잘 어울리지 못할까 봐 글렌은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일이 잘 풀려서 마음을 놓았다.

성적이 압도적으로 낮아서, 글렌의 우려를 사고 있다. 시험만 보았다 하면, 빨간 소나기가 밥 먹듯이 오고 빵점을 맞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 정도가 심한지 다른 반 교사인 할리 아스트레이조차 리엘이 재시험을 치르게 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 적이 있었다. 다만, 머리가 태생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고 순전히 노력을 하지 않아서 성적이 바닥인 것뿐이다. 그 근거는 그녀가 사용하는 '연금술'에 있는데, 웬만한 우등생 심지어 시스티나조차 복잡기괴한 수식을 보고 이해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12] 이렇듯 상상을 초월하는 열등생이라 성 릴리 마술여학원으로 전학을 간 적이 있었는데, 2반 학생들과 헤어진 게 싫은 나머지 금세 밤낮없이 공부를 거듭해 다시 알자노 제국 마술학원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성적은 다시 수직하락하였다.

그리고 독특하게 쿨데레라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순전한 사랑이라고 보기엔 애매하고, 가족애에 가까운 편이다. 그래서 호감은 둘째문제치고, 글렌을 동요하게 만든 시스티나루미아와 달리 리엘은 글렌 쪽에서 의식하는 묘사 자체가 하나도 없다. 키도 또래에 비해, 한참 작거니와 몸매가 너무 어린애 같아서 이성적인 감정이 생기면 오히려 위험한 거지만. 하지만 리엘도 독점욕이 없는 건 아니라서, 글렌이 다른 히로인들과 둘이 서 있으면 알아서 갈라놓으려 하거나 하는 등 보기보다 행동파다.

글렌과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엄연히 다른 타인특정 존재에 빗대어 바라본다는 점과 학생들 중 유일하게 군 시절 글렌과 접점이 있다는 점 등등. 그리고 서로의 알몸을 본 기묘한 사이다(...). 글렌은 미궁 탐사 과정에서 온천에 숨어 있다가 리엘에게 보였고, 리엘은 글렌이 그녀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알몸을 보여버렸다. 당연히 아무리 둔감한 글렌이라도 한계가 있어서 세라가 밥 먹듯이 도와주었다.

2.4. 세리카 아르포네아와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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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의미에서의 '가족'이다. 글렌의 스승인 동시에 길러준 부모[13]이기도 한 존재로 글렌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이자 누나이며, 친구 같은 존재로 여러 의미로 복잡하지만, 세리카나 글렌이나 서로 가족이라 생각하는 유일한 존재다. 과거 세라를 잃어버린 글렌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건 세리카라는 돌아갈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무분실에서 도망치듯 탈퇴하고 폐인이 되어버린 글렌을 1년 동안 돌봐준 것도 세리카였다.

그녀에게 앙심을 품은 전 최강 마도사 앙리에타 두울이 세리카의 마음의 약점을 이용해 처치할 목적으로 만든 인형의 이름이 '글렌 레이더스'였다. 그녀와의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고 죽고 싶어하던 세리카가 인체실험으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어떤 소년의 비명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를 구해주게 된다. 그리고 기억을 잃어버린 소년에게 자신의 잠시나마 마음의 안식처였던 '글렌 레이더스' 라는 인형의 이름을 그에게 주고 자신의 가족으로 거두게 된다.[14]

글렌에게 끼친 영향력은 가히 압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리카라는 사람 자체가 글렌이 정의의 마법사라는 막연한 꿈을 품게 된 계기인 데다, 글렌은 그녀 같은 사람이 되어 최대한 많은 사람을 구하고자 했다. 당장 글렌이 그녀 덕분에 목숨을 건져 구원받은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기억을 잃고 고통받던 그 시절에, 피 투성이의 모습으로 나타나 자신을 구원해준 세리카의 모습을 동경했으며, 글렌에게 있어 정의의 마법사는 다름아닌 세리카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특수한 힘으로 누군가를 구원해줄 수 있는 존재가 세리카고,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셉텐데, 즉 대륙 최고봉 마술사라는 칭송을 받는 걸 보며 자라온 글렌 입장에서는 세리카는 닿을 수 없는 데에, 까마득히 높이 있는 봉우리 그 자체였던 셈이다.[15]

결정적으로, 변마금이라는 서사의 시작은 세리카가 글렌에게 알자노 제국 마술학원의 강사직 자리를 제안하며 시작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는데, 마술 경기제 때처럼 글렌 홀로 극복하기 힘든 위기가 닥치면 보호자로서 힌트를 주기도 했다. 글렌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만큼, 세리카가 아들바보인 것과는 별개로 글렌은 세리카에게 당당하게 빌붙으려 든다. 하지만 반대로 번듯한 성인인 그가 슬슬 자립하길 원해서, 가차없이 응징했다. 자주 티격태격하는 사이지만 세리카는 글렌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마찬가지로 글렌 또한 세리카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실없는 만담을 주고받다가도 사태가 터져 세리카가 의견을 내면, 글렌이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라며 납득하는 식이다. 시간이 남을 때 둘이서 자주 하는 건 체스인데, 글렌이 이긴 적은 단 한번도 없다.[16]

글렌은 은연 중에 세리카와 같은, 뭐든지 가능한 정의의 마법사가 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을 떠안고 있었고 이것이 마술의 냉엄한 현실과 겹쳐서 글렌이 마술에 절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반대로 세리카는 글렌이 이미 나이를 먹지 않는 자신을 인간조차 아닌 것으로 여겨 곁을 떠나면 어쩌지, 하는 서로 상반된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글렌은 세리카를 엄연히 가족으로밖에 여기지 않았고, 마침내 안도한 세리카는 마음 한 켠의 두려움을 제거할 수 있었다.

어머니라는 특성답게, 글렌이 무슨 결정을 하든 무조건적으로 그를 지지하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준다고 말해주었다. 비록 꿈속이지만, 세라와 글렌이 자신에게 말도 없이 결혼하려 했을 때 세리카가 쳐들어와 날뛰었는데, 현실에서는 그녀를 과거에 떠나보낸 글렌이 단숨에 세리카를 껴안았다. 안긴 그녀가 글렌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짐작했을 정도로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두텁다는 뜻이다. 그 뭐든지 이루어준다는 꿈 속에서는 당사자가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는데, 세라와 세리카가 동시에 등장했다.

세리카가 과거로 떠났을 당시에는, 글렌이 아예 냉정을 잃고 빈껍데기만 남아 있는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과거로 따라서 떠나 그녀와 재회했을 때는 잠시나마 회복됐었으나, 시간의 인과율을 회수하기 위해 대 플라네타리움 장치를 수리하러 과거에 잔류한 세리카의 결정을 글렌은 억지로 막을 수 없었다. 이때 헤어지면서 울먹이듯 외친 첫 마디가 '어머니'였다. 현 시점으로 돌아온 뒤로는 결국 증상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있었다. 글렌의 태도에 위화감을 느낀 저티스가 오죽하면 "도대체 언제쯤 진심을 낼 거지? 글렌."이라고 일갈할 정도였을까.

후에 꿈속에서 세라와의 이별과 세리카의 만남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극복한 글렌은 규격 외의 강자로 거듭난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빌런들을 타개한 다음, 가장 먼저 한 일은 시공간을 왜곡시켜 과거에 갇힌 세리카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홀로 쓸쓸하게 죽어가려던 찰나, 세리카는 글렌이 구하러 오자마자 눈물을 흘린다. 글렌을 마스터로서 따르는 용 소녀, 르 실바도 과거에서 데려와 아르포네아 저택에서 함께 머물며 젊은이들의 따스한 나날을 지켜보게 된다.

작품 내외적으로 한 명의 히로인으로 취급된다. 심지어 글렌과 이어지는 if물이 없는데도 말이다! 세리카가 혹여나 그 아름다운 알몸을 선보이면, 글렌은 아예 눈까지 감으면서 당황하듯 버벅거리기 일쑤다. 일단은 메인 히로인의 한 축이지만, 그런 묘사가 일절 없는 리엘과 비교해보면 세리카의 캐릭터성이 얼마나 사기적인지 알 수 있다. 작중 공식 언급으로 가장 커다란 수준의 가슴을 가지고 있으며, 히로인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금발과 작중 최상위권의 미모를 겸비해 히로인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2.5. 이브 이그나이트와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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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빗대자면, 껄끄러운 악우 관계요 출렁거리는 롤러코스터에 비유할 수 있겠다. 본격적으로 사이가 틀어진 건 세라의 사망 때문이지만, 그 전까지도 사이는 좋지 못해 변동폭이 늘 심했다.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그리고 자존심의 영향으로 글렌과 이브는 서로 한 마디조차 지길 싫어한다.[17] 대화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그 사소한 걸로 기분이 좋아질 정도면 말 다 했다. 그야말로 글렌과 시스티나의 말싸움이 그나마 약과로 보일 정도다.

특무분실 소속 시절에는 글렌을 혹독하게 부려먹는 상사였다. 자신의 이상이자 꿈인 정의의 마법사를 깎아내린 탓에 빈말로도 좋은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장기말이 망가지면 곤란하다면서 적절하게 조치를 취해주거나, 배려를 한 적도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지휘관인 이브 입장에서 글렌은 어떻게 보면, 어딘가 나사 하나씩 빠진 다른 멤버들보다는 적어도 말을 잘 듣고 일도 깔끔하게 처리하는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한때 글렌처럼 모두를 구해주는 정의의 편을 꿈꾼 적이 있었기에, 이브는 글렌이 마음에 안 들어서 대놓고 반감을 표하면서 자주 싸우곤 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구경하는 다른 멤버들과는 다르게 보통 세라가 말렸고, 그것도 아니면 크리스토프가 둘 사이를 중재했다.

그러나 글렌과 맺어지기 직전까지 갔던 세라가 저티스의 사건에 휘말려 사망하게 되면서, 둘 사이는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병력을 보내주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이브가 그와 함께 있던 세라마저 내버렸두었다는 이유로. 글렌은 한때나마 이브가 죽어버렸으면 바랄 정도로 그녀를 증오했고, 이브도 세라를 죽게 내버려둔 스스로에게 짙은 후회가 남아 있었다. 글렌으로서는 전말이 어쨌건 현장에 있으니, 이브가 아버지에게 지원 요청을 해도 묵살되고, 끝내 글렌더러 세라와 함께 부디 무사귀환하라고 빌던 걸 알 리가 없었다. 결국 마도사를 접고 히키코모리로 돌아간 글렌은 군에서 잠적하고 이브와의 관계조차 끊겼다. 어떠한 말도 없이 사라져 세라의 장례식에조차 참가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영영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 재회한 장소는, 다름아닌 글렌이 일하고 있던 알자노 제국 마술학원이었다. 이 당시 이브는 친부인 아젤 르 이그나이트의 꼭두각시 노릇이었기에 순전히 글렌의 학생 중 하나이자 왕녀인 루미아를 미끼로 이용해 하늘의 지혜 연구회를 유인할 궁리만 찾고 있었다. 당연히 그걸 두고 볼 리 없던 글렌이 반발했지만, 이브는 이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알베르트를 필두로 글렌의 의견을 묵살하면서 다시 한 번 두 남녀 사이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글렌 입장으로서 당최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을 시샘하는 이브를 이해할 리 없었다. 그렇게 적을 얕보고 방심한 이브는 연구회의 계략에 제대로 말려들어 이번에는 아젤의 꼭두각시가 아닌, 자이드 발토스의 손발이 되면서 이브의 그 잘난 계획이 틀렸다는 걸 증명한 셈이 되었다. 자존심을 완전히 구긴 이브는 무도회가 끝난 뒤에 글렌에게 찾아와 다음에는 내가 옳은 걸 증명해보이겠다며 일방적으로 말한 뒤에 사라졌고, 9권에서조차 제3의 세력이자 빌런이었던 저티스 로우판을 해치우는 데 글렌을 끌어들이려 했다. 그러나 글렌은 학생들의 생사가 더 중요했기에 세라의 복수 운운하는 이브의 말을 들어줄 이유가 하등 없었다. 이번에도 이브는 그녀의 옛 부하에 불과했던 저티스에게 탈탈 털리는 것도 모자라 산 채로 팔이 잘리면서 취급이 최악을 달렸다.

알자노 제국 마술학원으로 이브가 부임을 온 뒤에는 그나마 마음에 여유는 다소 생겼는지 같은 나잇대인 글렌과는 티격태격댈 뿐, 물리적인 충돌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무엇보다 글렌 입장에서도 이브는 마음만 서로 어긋나는 옛 동료일 뿐이지 적대할 이유가 없다. 서로 상반된 가치관의 차이는 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죽이 척척 맞고 사실상 가족이 없다는 점과[18] 각자 소중한 사람을 잃고 인생이 기구할 정도로 수난의 연속이었다는 것도 공통점.

예전부터 글렌은 이브와는 종종 다투어왔지만, 서로의 능력만큼은 출중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글렌은 지휘관으로서의 면모도, 지능적인 면에서도 그녀 이상으로는 능가할 자가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녀의 언니인 리디아 이그나이트도 포함됐을 때의 이야기니, 글렌은 나름 이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글렌이 주로 이론적인 면에서 마술 지식에 탁월하다면, 이브는 실전과 전략전술 쪽에서 특화된 편이다. 한편으로는, 이브도 글렌을 높이 평가한다. 글렌이 못 푸는 시험 문제가 있어 이브에게 풀 수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당신이 못 푸는 걸, 내가 풀 수 있을 리 없잖아."라고 투덜거리면서도 글렌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글렌만 이브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고, 이브도 글렌에게 분명한 영향을 주었다. 에테르 괴리증으로 리엘의 목숨이 위태로워졌을 때, 이성을 잃은 글렌을 일갈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이브였다. 그리고 혹독한 환경에 놓여 근본부터 어긋나 있던 과거의 이브가 글렌과의 오해가 풀리자마자 사이가 급속도로 진전됐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서 있는 둘이라, 좀처럼 어린애처럼 감정을 드러내기란 쉽지가 않은데 서로 동등한 관계에 있어 거리낌 없이 본심을 토해낸다. 이 때문에 히로인으로서 중대한 위기감을 느낀 듯, 시스티나루미아는 연합전선을 펼쳐 이브를 견제하기까지 했다.[19]

각자 애증의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글렌은 자신을 제외한 특무분실 사람들이 죄다 차원이 다른 강자라는 사실에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이브는 무력한 자신의 처지 때문에 지독한 가문과 현실에 굴복해 강제로 연기를 하며 꿈을 접어야 한 반면, 글렌에게는 그가 자신보다 한참 뒤떨어져도 왜 자신처럼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지 질투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고뇌는 무도회가 끝난 뒤에 실패로 돌아간 자신의 계획으로 글렌에게 분노를 표출해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잘못된 판단으로 끝내 여러 참패를 겪고 나서는 글렌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많이 얌전해졌다.

세라의 사망으로 틀어진 사이임에도, 글렌은 이브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만큼은 짐작하고 있었다. 냉정해지고 현실을 돌아볼 수 있게 되면서부터 이브도 이때를 기점으로 글렌에게 미묘한 열등감이 생겨났고 글렌이 그걸 해소해줌으로서 관계는 비로소 개선될 수 있었다. 어찌 됐건 이브는 글렌과 세라가 서로에게 둘도 없이 소중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서 마술학원에 부임온 뒤에는, 진지한 태도로 사과에 임했고 글렌도 그걸 받아준 것이다.

아젤이 날뛰며 반란을 일으켰을 당시, 주인에 묶혀 명령을 따를 뻔했던 이브는 글렌의 도움을 받아 벗어날 수 있게 됐고, 결정적으로 그의 뼈 있는 한 마디가 이브를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겸사겸사 세라에 대한 오해도 풀 수 있었다. 언니를 뛰어넘어 결판을 낸 이브는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불태운 뒤, 힘없이 중얼거렸다. 울고 있는 얼굴에 화장 자국이 번질까 봐 쳐다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말은 관점에 따라서는, 한층 가까워진 두 사람을 상징할 수도, 이제는 밖에 남지 않은 이그나이트 가문의 절멸을 상징할 수도 있는 셈이다.

시스티나와 함께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갔을 때, 이바 이그나이트라는 소녀가 있었다. 이그나이트 가문의 직계 조상이었는데, 당대 마왕에게 대들어 처형당할 뻔한 그녀를 글렌이 구해주었다. 글렌에게 감사를 표한 소녀는 이 일을 계기로서 훗날, 나약한 시민들의 등불이 되는 이그나이트의 초대 모토를 만들어냈고, 그 광경을 이브는 격렬한 싸움 도중, 환상 속에서 보고 있었다. 이그나이트의 잊혀진 사명을 떠올린 이브가 각성할 수 있는 각성제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하 데사로 변모한 엘레노아 샤레트를 소멸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브 입장에서는 글렌이 무너진 꿈도 세워주고, 슬픔도 함께 나눠주니 반하지 않을 수 없을 노릇이다. 그래서 실제로도 반했다.[20]

과거의 세라까지 엮이면, 한층 미묘해지는 삼각관계가 된다. 아싸인 이브라 친구가 없어서 사실상 세라만이 유일한 친우였는데 글렌에게 그것마저 빼앗긴다면 졸지에 친구도 없는 신세로 전락할 게 뻔했다. 이런 이유로 글렌이 세라와 가까워지려고만 하면, 쥐 잡듯이 글렌을 감시하거나 부려먹었다. 둘 사이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세라만 고생이었다. 이는 즉, 세라라는 존재도 글렌과 이브 사이를 틀어막는 축 중 하나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상사와 부하 관계라 친해질 도리도 없어서 일적인 이야기만 주고받으니 관계가 나아질 리가 없다.

웬만한 일에도 초연한 글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두 가지 중 하나는 분노한 세리카,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이브가 손수 만든 요리다. 요리를 못하는 건 특무분실 전원이 다 알고 있었는데, 가엽게도 그 주된 희생양은 글렌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브의 요리에 극심하게 치를 떨 정도다. 요리뿐만 아니라, 홍차도 더럽게 못 탄다면서 불만을 갖는 글렌에게 오히려 자신이 맛있다고 하면 어디 덧나냐고 역으로 툴툴대는 걸 보면 만든 요리를 맛도 안 보는 모양이다.

히로인적인 측면에서, 세계관 최상위 미모를 자랑하는 세리카 아르포네아에게도 뒤지지 않는 상당한 미인이다. 오죽하면 싸우는 도중에조차 서로가 서로에게 외모는 썩 괜찮다는 말을 남기며 관계 개선에 여지를 남겼다. 남의 외모를 입에 담지 않는 글렌이기에 의미가 있다. 현재로서는 글렌과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히로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글렌과 사귀기에 앞서, 그녀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는, 살기와 적의로 꽁꽁 둘러싼 세리카를 이브가 상대한다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니 앞으로 이브가 갈 길은 험난할 듯 싶다.

3. 알자노 제국 마술학원

3.1. 2학년 2반 학생들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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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가르치는 방식은 귀차니즘이 심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방치주의에 가깝다. 그마저도 글렌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대부분 뒤가 구린 수작들뿐이다. 학생들도 글렌이 적극적이면 수상쩍게 여기고 뒤에 뭐가 있구나, 하고 눈치챈다. 그렇다고 해괴망측한 짓만 저지르는 건 당연히 아니고, 학생들에게도 교훈이 되는 일은 앞장서서 나서기에 보통은 사건에 휘말리는 일만 제외하면 학생들도 맹목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 편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추상일지 1권에서, 연금술 수업 때 마술 비품이 없자 무려 신체 강화 마술을 써서(...) 상점에서 비품을 사 왔다. 그것도 한 보따리씩 통째로. 마술 도구가 따로 있으니 재료는 그다지 많이 필요가 없었지만, 부수적인 재료들까지 세트로 구비해 학생들에게 마력 결정을 직접 제작하게 하는 건 글렌의 교육 방침을 잘 나타낸다. 이렇듯 글렌의 수업은 짜임새 있게 실용주의 위주로 하며, 자신처럼 인생의 쓴 맛을 보는 학생을 원치 않기에 목숨까지 걸 정도로 소중히 여기고 있다.

유일하게 저티스와 일시적으로 협력한 9권 '불꽃의 배 사건'에서는 루미아, 글렌과 저티스 앞에 이브가 나타나 저티스를 처리하자고 설득했다. 죽은 세라의 복수를 거론하며 불구대천지원수인 저티스를 보복하고 싶지 않냐고 물은 것이었는데, 글렌은 복수보다 지금은 내 학생들이 우선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이브가 의도를 굽히지 않고 사정까지 하자 정나미가 떨어진 듯 루미아를 데리고 길을 재촉했다.

가족인 세리카의 존재와 마술학원 학생들, 그리고 동료들의 목숨까지 저울질해야 했을 때는 수많은 고심 끝에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페지테를 지키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런 글렌의 본성조차 잘 알고 있었으니, 세리카와도 인연이 있으면, 결단코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데려오라고 등을 떠밀어준 것이다. 여왕인 알리시아 7세마저 발 벗고 나서 글렌에게 '여왕이 아닌 세리카의 친우로서' 부탁을 청하자 글렌은 보잘것없는 자신을 받아준 곳이 여기라며 세리카를 데리고 함께 무사히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 말을 실제로 지키게 되었다.

카슈 윙거는 시스티나를 이어 2반의 실질적인 리더 격이자, 글렌에게 가장 먼저 다가온 남학생이다.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는 사이라, 변변찮은 일을 벌리는 글렌을 그 인간이라고 허물없이 칭하지만 죽이 척척 맞을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 따로 마련된 여학생용 숙소에 목욕탕을 훔쳐보러 갈 때였다. 카슈가 1년 정도 유예해서 들어온 고참 격이라, 글렌은 특히 그의 재능을 보다 높이 사고 있다. 단순 실력을 제쳐두고, 전투 센스나 감각 면으로만 보면 히로인 삼인방 못지 않게 성장한 수준이었다. 재능은 없지만, 센스로 커버하는 글렌과 여러모로 닮은 면이 있는 셈이다.

기블 위즈덤은 처음에는 글렌을 하찮은 삼류 마술사라며 깔보았으나, 그의 격이 다른 수업을 받고 금세 태도를 선회했다. 내색하진 않지만, 글렌을 교사로서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글렌이 없자 불안해진 2반 학생들이 동요를 시작했을 때, 글렌 선생님이 언제 우리를 버린 적이 있냐며 큰 소리로 일갈한 학생도 기블이었다. 시스티나 못지 않은 호승심으로 수업 도중 기블이 때에 맞는 적절한 질문과 지적을 던지면, 글렌은 제법 날카롭다고 칭찬하곤 한다. 성적은 전교 2등에, 실력 면에서 시스티나 다음 가는 기블의 실력을 높게 치고 있다.

웬디 나블레스의 경우, 처음에는 글렌과 접점이 거의 없었다가 웬디가 가장 못하는 편인 마도 결정 연금술 수업을 글렌의 말을 듣고서 처음으로 성황리에 끝마친 뒤로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결정적으로는, 한 괴짜 마도공학 교수의 실험에 말려든 것을 계기로 히어로로 변장한 글렌이 구해주고 나서 그에게 호감이 더욱 커졌다. 당연히 글렌은 변장한 터라 알아보지 못했지만, 또 다른 흑역사가 하나 추가되었다. 글렌이라는 사람 자체에게 호감이 생겼는지 무려 세리카가 강제로 개최한 글렌의 신부 결정전에 참가한 학생 중 한 명이었다. 그녀 딴에는 재밌어 보인다고 참가했지만, 어떻게든 결승전 전까지 살아남은 모습을 보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다. 마술사로서의 재능은 높지만,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이 다소 부족해 시스티나보다는 명백한 한 수 아래다. 글렌에게 그 사실을 지적 당하면 손수건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유력 상회인 레이디 상회의 딸, 테레사 레이디는 수완이 워낙 좋아서 글렌을 농락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물론 싫어서 농락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호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천공의 타움 신전을 탐사하러 떠날 때는 글렌과 포커를 하고 있었는데, 이긴 것과는 별개로 시종일관 미소를 띠고 있는 묘사로 보아 적어도 호감 이상은 가질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글렌의 신부 쟁탈전에 재밌어 보인다느니 참가했으며, 나름 여유로운 태도를 고수했다. 글렌이 몰래 지켜본 결과, 가슴 크기는 그 세리카에게 필적할 정도라고 평했다.

린 티티스와는 나름 인연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2반 학생들의 글렌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할 때, 가장 먼저 마음을 열고 글렌에게 질문을 하러 온 학생이 린이었다. 게다가 위의 삼인방과 엮어서 본다면, 글렌을 좋아하는 연심이 가장 두드러지는 학생이다. 허나, 과하게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 그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한다. 글렌도 그것을 알고 있어서, 린을 유난히 챙겨주는 느낌이다. 린이 아뮬렛을 잃어버려 글렌에게 부탁했을 때는 오웰의 발명품을 팔아 챙긴 목돈을 전부 린의 아뮬렛을 사는 데 탕진하기까지 할 정도니, 못지 않게 특혜를 누리는 셈이다.[21] 글렌의 미드 스카우터는 그녀의 전투력을 루미아와 비슷할 정도라고 평했다. 재능은 평범하다 못해 마술 저격에서 표적을 한 번도 맞추지 못한 나머지, 고칠 점이 많다고 글렌에게 지적당했다.

3.2. 기타

스승으로서의 실력은 이전부터 인정받고 있었던 것은 물론, 10권에서의 불꽃의 배 사건과 11권에서 맥심 교장과의 마술학원을 내건 맹활약 덕분에 전교생으로부터 인망이 상당히 두터운 편이다. 13권에서 리엘이 쓰러지자 그 소식을 들은 전교생들이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한 치의 타산없이 심령수술을 도와줄 정도였다.

3학년 학생회장, 리제 필마는 추상일지 3권에서 약점을 잡혀서 강제로 도와주게 된 것을 계기로, 안면을 텄다. 하지만 귀찮은 것에 질색인 글렌은 전용 일꾼처럼 마음대로 부려먹는 리제를 평소 불여우라고 부르는 등 엮이길 꺼린다. 그러나 위험에 처할 땐 제 몸 불사하며 구해주었고, 붙잡혀 도와줄 때도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나름 끝까지 도와주곤 한다. 리제릿트 루치아노, 즉 유력 마피아 가문의 수장인 에이브럼 루치아노의 손녀인 것을 글렌 앞에서 밝혔지만, 이전처럼 스스럼없이 대하는 그의 태도에 리제도 호감이 생겼다.

1학년인 마리아 루텔그 글렌이 연심을 알고 있을 정도로, 아니, 오히려 질색팔색할 정도로 가감없는 호감을 드러내며 글렌이 있는 어디든 찰싹 달라붙어 따라다닌다. 구국의 영웅님이라며 글렌을 추앙하다시피 하고, 아예 의 말석 자리에 넣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글렌의 일사적인 모습들을 몰래 촬영해 세리카와 모종의 거래를 했다. 그런데도 마리아의 일방적인 구애가 계속되는 건 보호해야 하는 학생을 이성으로 보지 않는 글렌의 신념이 잘 드러난다.

시스티나, 루미아와 알고 있는 학교 선후배 사이인데, 독특한 점이라면 마리아는 두 사람이 글렌에게 품은 감정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루미아와 글렌을 커플 같다고 부르는 등, 딱히 연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애정도 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작중 히로인을 모두 압살할 정도다.[22]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글렌도 마리아의 근면성실한 면모를 알고 있어 그녀가 루나 프레아에게 납치됐을 당시엔 그 누구보다 분개해서 거리를 정처없이 뛰어다니기까지 했다.

마리아의 절친이자 같은 1학년인 비올라 시리스는 추상일지 9권 '속옷 도둑' 편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시작부터 질긴 악연이었다. 이미 알자노 제국 마술학원에서도 글렌의 명성은 자자한 상황이었지만, 비올라만큼은 글렌을 불신했다. 마리아가 속옷을 훔친 범인의 수사에 글렌을 멋대로 끌어들여서 탐정 자리에 앉혀놓았으니, 여성의 은밀한 치부를 남자가 도맡아 다룬다는 것은 그녀 입장에서 상식 밖의 일이었다. 비올라는 성 릴리 마술여학원 소속 프랑신과 비슷하게, 말라흐라는 인공 소환수를 소환해 경계의 끈을 놓치지 않았는데, 말라흐의 특성을 잘 아는 글렌은 오히려 하필 소환사인 비올라를 닮아서, 말라흐가 여성 속옷을 뒤집어썼다는 반전을 뒤늦게서야 간파했다.[23] 알고 보니, 마리아는 사실 친구들과 더불어 비올라의 성적 정체성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즉, 비올라 홀로 그 정체성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면서 쉐도우 복싱을 하고 있던 셈이었다.

3.3. 교사들과의 관계

학원장 릭 워켄에게는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으며, 주로 금전적인 면에서 쪼들리는 글렌이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루미아 관련 배경이나 본인의 과거를 처음부터 알고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 글렌이 시덥잖은 일을 벌이고 사고를 치면 감봉시킨다는 걸 빌미로 일종의 거래를 제안해 그를 사면초가에 가둔다. 결국 을인 글렌의 입장에서 학원장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는 데다, 거래 조건이 상당히 좋아서 글렌 본인이 오히려 먼저 의욕을 불태워 앞장선다. 여담으로, 로잘리 디터트의 조수로서 글렌을 신용하는 것도 있는데 루미아와 더불어, 글렌의 수사 능력을 높이 사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글렌의 보호자인 세리카와는 연이 있는데, 교수로서 학원장에게 추천서를 넣어 글렌을 강사직에 넣어준 것도 릭이다.

선배인 할리 아스트레이와는 티격태격하는 악우 사이다. 과거 글렌이 학원에 다니던 시절의 선배였고, 지금도 꼬박꼬박 선배라는 존칭을 유지한다. 인상적인 별명은 하베스트, 하게, 하드게이 등등. 자신을 싫어하는 할리의 이름을 골탕 먹이듯 아무렇게나 바꿔 부르며 놀리곤 한다. 심지어 어쩌다 한 번 본명을 맞게 부르면, 다시 고쳐서 틀리게 부르는 꿋꿋함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의외로, 할리는 글렌의 이레귤러다운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글렌도 할리가 마술사로서 걸출하다는 사실은 분명히 알고 있다. 단순히 성격만 다르다는 점에서, 가끔씩은 몇 안 되는 상황에서 의기투합하기도 했다. 추상일지에서 한 번 숲속 결계에 갇히는 바람에 별 수 없이 협력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한 번 진심을 내기 시작한 두 사람이 무려 천년 전에 구조에 대한 정보가 유실된 고대 마술 결계를 단둘이서 몇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서 돌파하는 쾌거를 이루었다![24]

오웰 슈더 쪽에서는 일방적으로 마음에 들어하고 있어 온갖 실험에 휘말리고 있다. 첫 실험은 마술학원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글렌이 괴짜인 오웰을 몰라서 얼떨결에 강사진들의 만장일치로 그의 실험에 휘말리게 된 것이 계기였다. 글렌도 제법 그 기똥찬 아이디어에 순수하게 놀라거나 도움을 받을 때도 있고, 오웰이 개발한, 생각보다 유용한 발명품을 팔아서 이득볼 때도 많다.

정신계 마술의 권위자 체스트 르 누아르에게도 제법 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좀처럼 사람을 칭찬하지 않는 글렌도 그의 격이 다른 정신계 마술 수준은 솔직하게 감탄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 학생들을 음흉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변태적인 자아가 튀어나올 때마다 가차없이 응징하기도 한다. 평소 행실이 워낙 경박해서, 대놓고 로리콘이라고 꼽을 줄 정도니 말 다 했다.

세실리아 헤스티아와는 동갑이기도 해서 꽤나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글렌은 세실리아의 법의사에 대한 신념과 꿈을 인정하여 내심 그녀를 존경하고 있다. 신뢰가 대단히 두텁지 않았다면 글렌이 그녀에게 극비인 리엘의 비밀을 밝힐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세실리아가 글렌을 신뢰하듯, 세실리아의 어머니 제시카 헤스티아는 글렌에게 따로 약 제조법을 전수해 가끔씩 폭주하는 세실리아의 치료를 도와줄 것을 부탁할 정도다. 피를 토하고 쓰러지면 글렌이 도와주고 살리는(?) 일이 반복되니, 세실리아 입장에서는 글렌에게 없던 호감도 생겼다.[25] 애정 면에서 본다면 프랑신도 뛰어넘을 정도로 결코 낮지 않은데, 정작 세실리아는 아직까지는 사랑이라는 자각은 없는 모양.

4. 제국 궁정 마도사단 특무분실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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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타

5.1. 남루스와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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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드 베리프, 세리카 아르포네아에 이어, 글렌을 제3대 마스터로 모시고 있는 충실한 천사와 주인의 관계다. 작중 초반부터 등장해 이름없는 자, 그러니까 남루스를 자처했던 그녀의 진짜 정체는, 천공의 타움 쌍둥이 천사 중 하나이자 시간의 천사 라 틸리카로, 변마금의 규모가 상당히 커질 것을 미리 암시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종관계임에도 사역마와는 개념이 다른데, 소환수 계약을 맺어 일방적인 우열관계가 확정된 소환 계약과는 달리 천사와 주인의 계약은 비교적 동등하게 맺어져 소환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소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수께끼 투성이였던 인물이고, 당시 19권에서 시간 여행을 하러 떠난 과거의 글렌과는 제법 기억의 괴리가 있었던 남루스는 시종일관 착한 성격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아무리 글렌과 세리카가 과거의 비밀을 푸는 열쇠 역할이라지만, 풍황취장 실 비사를 이기고 마왕이 잠시나마 패하기 직전까지 압박한 데에는 시스티나의 공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때는 남루스도 무려 6천 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기억의 괴리가 있었던지라 레 파리아의 환생인 루미아를 노골적으로 혐오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루미아가 그 전생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되어, 남루스는 오히려 루미아를 지지하며 사이가 원만해졌다.

시간의 천사라 나름 그녀와의 계약은 효과가 가히 사기적이다. 기본적으로 시간의 속박에 구애받지 않아 나이를 먹지 않는 영원자가 되는 건 물론, 남루스가 부리는 사역마 중 하나인 '르 킬'의 시간왜곡 능력도 활용할 수 있다. 세리카가 과거의 기억을 상실한 채 각성한 뒤부터 400년 간 나이를 전혀 먹지 않은 이유다. 그래서 펠로드 베리프의 행적에 실망해 라 틸리카가 곁을 떠나자, 효과에 더는 덕을 못 보는 펠로드도 타인의 몸으로 여러 차례 갈아타 젊음을 유지했다.

대체로 히로인 중 한 명으로 여겨진다. 글렌과 특별한 접점이 그다지 많지 않았음에도, 남루스의 연심이 유독 두드러지는 이유는 그녀가 지금껏 글렌의 행적을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실체도 아닌 분령의 일종으로 현세에 반투명하게 존재하는 남루스 특성상, 글렌과 상호작용이 강할 리도 없고 지금까지 글렌이 사건을 잘 극복하도록 지켜보면서 중간중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등장해 글렌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역할이었다. 일단 후반부에 가서는 아예 글렌을 대놓고 좋아할 만큼 호감이 드러나는 인물 중 하나다. 늘 최선을 다하면서도 매사에 인간적으로 구는 면모에 반한 것인데, 역시나 글렌답게 그녀가 자신에게 반했다는 자각은 없다. 엄연히 히로인 중 하나라서 나름 if물도 존재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글렌과 함께 있을 때면 기분 좋다는 듯 틱틱대는 것도 시스티나와 묘하게 닮아 있다.

일단 보는 안면이 많을 때는 남루스도 호감이 거의 드러나지는 않지만, 글렌과 단둘인 상황에 놓일 때는 묘하게 연심을 드러냈다. 사람이 많지도 않고, 혼자 있을 때라면 외로운 마음에 남몰래 보는 소설에 글렌과 그녀를 대입해 장면을 상상하는 기믹이 있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관능소설이다. 글렌과 데이트할 빌미로 인간들의 감정을 느끼고 싶다고 일단 포장은 했는데, 이게 실제로 나중 가서 효과가 꽤 먹혔는지 글렌에게 대놓고 자신을 데리고 같이 평생 살아도 된다고 사실상의 프러포즈까지 날린 상태다. 심지어 이제는 실체도 생겼으니, 스킨십까지 가능해진 남루스 입장에서는 뜻밖의 호재다.

글렌 입장에서는 그녀가 처음부터 영 탐탁치 않을 노릇이었다. 알아먹지 못할 말만 늘어놓아 그렇지 않아도 위급한 상황을 비꼬는 것처럼 들리니,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의 그녀는 말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직접적인 정보 전달은 아예 역사 그 자체를 통째로 뒤흔들 힘이 있으니, 글렌 일행이 알아서 유추하도록 내버려둬야만 했다. 쉽게 말하면, 역사라는 한 축이 있는데 우회해서 다른 길로 가는 건 가능하나, 지름길로 직행하는 건 흐름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존재감이 투명한 상태라 글렌 일행의 전투에 직접적인 도움은 되어주지 못했지만, 주로 시간을 벌어주거나 버프를 넣어주는 식으로 보조하는 쪽이다. 세계에 이렇게 간신히나마 교신이 가능한 것도, 정보의 일부를 저장해 현세로 전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주종 계약을 맺은 글렌의 눈에는 남루스의 실체가 흐릿하게 보인다.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세리카가 과거의 마왕, 펠로드 베리프를 무찌르기 위해 글렌이 있는 현재에서 사라지자 글렌에게 여러 조언을 넣어주는 등, 완벽한 촉매의 역할이다. 과거와 현재 사이의 고리가 점점 느슨해지면서, 글렌이 세리카를 따라 과거로 떠나지 않았다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세리카는 과거의 마왕에게 패배해 현재 시점의 세계가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마왕도 그 점을 미리 파악해 과거의 그가 소멸해도 연결 고리를 미리 끊어놓음으로서 여전히 현재의 현실에 존재했다.

유독 다른 히로인들에 비해, 글렌에게 매정하거나 메마르고 건조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은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일련의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조니, 남루스 입장에서는 좋아하고 자시고 그런 걸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일상적인 편에서는 성격이 유해져서 글렌과 데이트할 때, 나름 들떠서 충격적인 패션 감각으로 글렌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남루스나 일상적인 학교 생활을 즐기며 학생이 된 기분을 잠시나마 느껴보는 남루스를 볼 수 있다. 대개 이럴 때는 루미아의 정신을 동의 하에 잠깐 빌리는 식으로 몸의 주도권을 가져온다.

이런 일면이 겹쳐져서, 글렌에 대한 독점욕은 의외로 상당한 수준이다. 그 예가, 루나 프레아의 자장가에 빠져 미처 저항하지 못한 글렌이 의식을 잃기 직전에, 그의 의식 속에 멋대로 나타나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는, "이 바보! 내 주인 되는 자가 그렇게 쉽게 내가 아닌 다른 신성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란 말야! 이 바람둥이!" 라고 질책을 빙자한 질투를 하고 사라졌다. 더욱이 마술 제전 사이 잠깐의 휴식 도중에는, 알리시아 3세의 수기 속에 갇힌 글렌이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자, 당신이 여기 갇히면 내가 함께 있어줄 테니 감사부터 하라고 은연 중에 독점욕을 드러낸 바 있다.

마스터인 글렌이 그녀의 실체, 즉 외우주의 사신의 본체를 알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내심 그와 같은 사람으로서 존재하고 싶고, 더 나아가 사랑하는 글렌이 그녀의 실체를 직시하고 정신이 무너지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후, 남루스의 탄생 과정 및 과거와 실체를 환상 속에서 목격한 글렌에게 남루스가 스스로의 존재를 저주하듯 그의 곁을 떠나려고 했지만, 글렌은 너는 너일 뿐이라고 그녀의 존재를 긍정해주었다. 이러한 사실을 방증하듯, 차원수 너머로 떨어진 글렌과 연결이 끊겼을 때는 실종된 글렌을 찾아 따라가려 했을 정도로 그 연심은 상당한 수준이다. 다른 히로인으로 비유하자면, 시스티나와 루미아의 그 사이 어딘가 정도다. 단순히, 그녀가 표현을 못해 에둘러 말하는 것뿐.

하지만 글렌 역시 남루스가 등장하면, 마냥 사무적으로 대하는 거라고 섣불리 단정짓기는 어렵다. 실제로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남루스가 여러 차례 글렌 일행을 위기에서 꺼내준 적이 있기에 글렌도 고맙다고 확실히 감사를 표시했다. 나약해진 글렌의 정신을 질타하고 앞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니, 글렌은 세리카를 찾으러 과거로 넘어가서도 그곳에 있던 남루스, 즉 당대의 라 틸리카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러한 인연이 이어져, 과거의 남루스가 수많은 시간이 흘러, 결국 6권에서 천공의 타움 신전 탐사 당시 글렌을 처음 조우했을 때도 그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교육자답다고 해야 할지, 글렌은 비교적 감정이 무미건조한 남루스가 신경 쓰인 듯, 이곳저곳 끌고 다니면서도 내심 흐뭇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점점 감수성이 풍부해지고 글렌에 대한 표현도 서슴없이 하는 것에, 심심해지면 언제든지 루미아의 몸을 빌려서 찾아오라고 환영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제는 정도가 넘어서, 남루스가 글렌이 그녀를 호텔로 데려가려 하자 처음이라며 살살 해달라고 말했다. 당연히 그녀가 생각하는 그런 목적은 아니었고, 글렌이 데이트의 마무리로 호텔 레스토랑의 근사한 식사를 예약해 데려온 걸 알게 된 남루스는 부끄러워진 듯 오히려 글렌을 때렸다.

5.2. 하늘의 지혜 연구회와의 관계

궁극의 지혜를 얻기 위해 그 어떤 수단도, 방법도 가리지 않는 비열한 외도 집단이기에 매우 혐오하고 있다. 마술에 정이 떨어진 뒤에도 연구회를 적대한다는 사실은 변치 않았다. 또한, 글렌이 가장 처음 조우한 빌런도 연구회 소속, 포털스 오더인 진 가니스와 어뎁터스 오더인 레이크 포엔하임이었다. 누구보다 역겨운 본질을 잘 알고 있기에 글렌은 빌런들을 그의 손으로 사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세로 이엘로도 머나먼 과거에 글렌의 손에 처형되었고, 아젤 르 이그나이트 역시 글렌이 직접적으로 죽인 것은 아니나 목숨을 잃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혐오하는 것과 별개로, 일개 개인에게는 딱한 사정을 묻고 복잡해하는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레이크 포엔하임라자르 아스틸인데, 단지 힘이 절실히 부족한 걸 깨달아 외도로 흑화한 경우였다. 과거에 정의의 마법사로서 모든 사람을 구하지 못한 글렌도 한때나마 그 심정을 이해했기에, 만약 조금이라도 엇나갔다면 자신도 이렇게 됐을지 몰랐을 것이라고 동정을 표했다.

엘레노아 샤레트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작가가 끔찍한 과거를 가진 그녀에게 처음으로 만난 자가 펠로드 베리프가 아닌, 글렌이었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거라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실제로, 실질적인 간부라고 하기에는 파웰 퓌네와 더불어, 글렌과 대치한 적이 없다. 오히려 글렌은 마왕의 여덟 수하인 마장성들과 인연이 깊다. 잠시 무도회 때 접촉했을 당시에는, 과격파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엘레노아가 글렌에게 힌트를 주어 마곡에서 각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연구회의 수장이자 창립자, 펠로드 베리프와는 끈질긴 악연이다. 성력 4000년 전에도 글렌은 과거로 넘어간 세리카를 도와 당대의 마왕이었던 펠로드를 소멸시킨 전적이 있었고, 현재로 돌아와서도 글렌이 살아돌아온 걸 목격한 펠로드는 또 다시 각본을 망친 게 너였다며 노발대발하면서 글렌을 응징하려 들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그 사정은 조금은 안타까울 수 있는데,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적이 두려웠고 그럴 수단조차 전무해서 펠로드는 페지테를 바쳐 세계 전체를 시간대에서 분리해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려 한 것이었다. 물론 그 방법이야 잘못됐지만, 글렌은 다른 방식으로 만났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며 조의를 표하듯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된 그를 사살하면서 악연은 막을 내렸다.

아르 칸은 비록 마장성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한 인물로서 글렌도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는 숨겨놓았던 떡밥이 밝혀지며 그 자체가 무기가 되어 글렌과 함께 싸웠다. 자신의 진정한 주인이 될 자를 찾아다니고 있던 참에, 위계가 급격히 상승한 글렌을 인정하듯 스스로 무기의 형태로 변해 글렌에게 복속되었다. 무기의 이름부터 아르 칸(올바른 칼날)이다.

5.3. 무구한 어둠과의 관계

또 만났네요...나의 사랑스러운 사랑스러운 당신... 글렌. 아니, 제대로 이렇게 부를까! 글렌 레이더스면서, 신의 경지에 도달한 인간. 인간의 신. 이 다차원 연립병행 우주세계에 사는 모든 인간들의 희망이자 수호신. [ruby(구신, ruby=엘더 갓)] 《신을 참획한 자》라고 말이야.
- 무구한 어둠
그 저티스보다도 오래 이어진 악연.[26]

글렌의 정체가 신성, 신을 참획한 자임이 밝혀지며[27] 22권 서장에서 어릴 적의 저티스를 구해주고 무구한 어둠과 홀로 대적했던 건 글렌이었다는 사실 역시 드러났다. 묘사에 따르면 글렌은 이미 열 살도 채 안 된 어린 나이부터[28] 4대원연립 평행세계적 차원수[29]를 통틀어 최강의 힘을 지니고 있던 독보적인 마술사였다. 그러나 그런 그조차 무구한 어둠 앞에서는 그저 갓난 아기나 다를 바 없었고, 처참하게 패배한 채 그가 일으킨 멸망의 바람에 휘말려 다른 세계선으로 건너오게 된 것.

저티스와 승패를 내고 그가 소멸한 뒤, 글렌은 뿌리에 기대 잠든 마리아를 건드려 깨우려다가 무구한 어둠이 그녀의 몸에 직접 강림한다. 세계를 짊어지는 것보다 자신 홀로 맞서는 게 나을 거라고 판단한 글렌은 이미 붕괴될 대로 붕괴된 세계선의 일부를 자신과 무구한 어둠의 범위만 잘라내 공간을 고립시킨다. 그리고 레 파리아와 동화돼 육체를 되찾은 남루스가 따라오려 하자, 시스티나, 루미아, 리엘을 돌려보내라고 주인으로서 마지막 명령을 내린다. 기억은 어렴풋이 떠올랐지만 처음부터 왠지 이런 약속된 전개가 될 것 같았던 신기한 기분을 느낀 채 글렌은 차원수에서 분리되어 홀로 무구한 어둠과 영원토록 끝나지 않는 결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1] 리엘은 연심으로서 딱히 부각되진 않고 남매애가 주를 이룬다. 이브가 글렌을 독점하는 상황이면 오빠를 빼앗긴 여동생처럼 질투하는 게 그 예시.[2] 나머지 한 명은 리엘로, 현역 군인으로 활동한 시절 세라와 연이 있었다. 리엘의 과거 편에서, 세라는 생존의 기로에 선 리엘의 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글렌과 함께 도와주었다.[3] 루미아, 리엘, 글렌[4] 루미아 틴젤의 이타주의는 엄밀히 말하면 에미야 시로타치바나 히비키처럼 PTSD로 형성된 극단적 자기파괴 이타주의에 더 가깝다.[5] 외강내유인 시스티나는 과격하게 말하자면, 초반부에 마술 견습생은커녕 머릿속이 꽃밭인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리엘과 대치함으로서 마술의 현실을 깨달았을 때는 자신의 꿈마저 한 순간 잊었을 정도로 정신이 붕괴된 상황이었다. 아마 글렌을 통해 알지 못했다면, 순진했던 시스티나는 과거의 글렌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망가졌을 것이다.[6] 시스티나의 소꿉친구였던 레오스 크라이토스는 애당초 7살이었던 시스티나가 뭣모르고 결혼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 정말로 첫사랑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약혼 이야기도 결국 양가 부모님들이 반쯤 장난으로 던진 농담에 가까웠다.[7] 딱히 이상한 반응도 아니다. 사랑하는 세라를 죽이고 세라를 닮았다는 이유로 미끼로 시스티나를 유도한 저티스한테 글렌이 이런 말을 듣고서 당연히 가만히 있겠는가?[8] 진작에 불꽃의 배 사건 때, 저티스하늘의 지혜 연구회의 비밀 아지트를 찾아내 그곳에 있던 생체 정보와 재물, 의식 수단들을 개박살내놓아 더 살아날 여지는 없다.[9] 루미아의 어머니인 여왕 알리시아 7세가 시스티나의 어머니 필리아나 피벨과 학창 시절 소꿉친구다 보니 연이 닿아 있었다.[10] 만약 이런 면모가 없었더라면 루미아를 이용하려던 7권 당시의 이브에게 꼭두각시로서 순순히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전투도 불사했을 것이다.[11] 물론 이 경우는 시온/일루시아 남매까지 엮여 있어서 갱생의 여지가 없는 절대 악이긴 했다.[12] 묘사를 보면 세리카를 제외하면 이해하는 데 적수가 없다고 봐야 할 정도였다. 이것은 머리가 좋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고, 단순히 노력 차원의 문제라는 방증이다.[13] 친부모가 아닌 양부모다.[14] 이 소년이 바로 작중 주인공인 글렌 레이더스다.[15] 에미야 시로에미야 키리츠구를 동경해 정의의 사도를 추구하게 된 것과 비슷하다. 변마금은 실제로 페이트의 요소를 많이 오마주하기도 했고.[16] 참고로 글렌은 이브에게서도 아직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17] 무려 한참 지난 군 시절의 얘기까지 나왔다.[18] 이브의 경우, 이복자매이자 작은 언니인 아리에스 이그나이트가 있지만 일리아 일루주로 둔갑하고 있어 사실상 남남이라 봐도 무방한 사이다. 오히려 아리에스는 정체를 숨기고 순진한 동생을 놀리는 게 재밌는지 글렌과의 관계를 슬쩍 떠보며 고소해했다.[19] 그런데 그 견제라는 것이, 기껏해야 글렌 옆자리 먼저 뺏어 앉기. 도시락 먼저 싸주기 등등이다. 후자는 오히려 이브가 먼저 선수를 쳐서 의미가 없어졌고, 전자는 학생들에게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를 시전하는 글렌이니 미동도 할 리가.[20] 외전인 '이브 이그나이트의 궤적'에서는 레자리아 왕국으로 추방된 이브가 이미 알자노 제국에서는 절판된 애독서를 구했는데, 그 책 내용이 능력 뛰어난 군인 여자가 잠입처인 마술학원에서 교사인 청년과 좋은 느낌이 되는 이야기란다(...).[21] 그렇지만 할리 아스트레이와 하필 그 아뮬렛으로 경쟁이 붙어서 경매과 과열된 것도 어느 정도 있었다.[22] # 참조. 루미아세라가 비슷한 점수대에 놓인 반면, 마리아는 아예 한술 더 떠서 가장 높은 데 있다.[23] 비올라가 당연히 글렌을 일부러 범인으로 몰아간 건 아니었고, 순전히 주인의 본질을 따르는 말라흐가 속옷을 훔쳐 스스로의 흔적을 추적해냈던 것이었다. 움직이는 인공 생명체라 인간과는 구분이 되지를 않으니, 결계나 함정에 걸려도 무용지물이었다.[24] 하지만 그것이 무색하게, 의뢰비 대용으로 손에 넣은 황금 버섯들을 누가 더 많이 가질 거냐고 싸우는 글렌과 할리 두 사람 때문에 전부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25] 이쪽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26] 무구한 어둠과의 싸움을 지속한 루프를 되풀이한 횟수가 7.7x10397(...)라고 한다. 이젠 초일류란 말이 무색해진 글렌 정도가 되면 수명은 의미가 없는 걸 감안할 때, 탄생 이래 살아온 수명은 적어도 10400년 이상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27] 다만, 처음부터 외우주의 사신이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무구한 어둠과 대적하는 위치에 있는 자로서 외우주의 사신 급의 힘을 지니게 된 글렌을 나타내는 일종의 자격.[28] 액면가가 그렇다는 것이지 정확한 나이는 불명. 대도사가 그랬듯이 어린 모습으로 회귀하는 마술도 있으니 실제 나이가 훨씬 많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29] 모든 평행우주를 아우르는 말. 이는 가설로만 존재하는 멀티버스도 당연히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