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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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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역사3. 활용4. 펜로즈 과정5. 창작물에서

1. 개요

스윙바이(Swing-by) 또는 플라이바이(Fly-by)는 우주선이 적은 동력으로 먼 거리를 항해하기 위하여 다른 자연 천체중력을 이용하는 가속 방법을 말한다. 이러한 기법을 사용해서 우주선은 가속과 감속은 물론,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 중력 도움, 중력 어시스트, 중력 슬링샷 등으로도 부른다. 이른바 중력 돌팔매.

일반적인 우주항해로는 지구에서 해왕성까지 약 30년이나 걸리지만 스윙바이를 이용하면 약 12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파일:스윙바이.jpg
이동 중 쌍곡선을 그리면서 행성의 중력장을 이용한다. 중력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가속을 받으며, 행성 자체도 태양 주변을 공전하므로 행성의 중력장에 잡혔다가 행성의 운동량을 일부 얻어 빠져나가면 행성이 공전하는 방향으로 가속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행성이 공전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지나치면 우주선 속도가 줄어든다.[1]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가 앞에 트럭이 보이면 트럭에 갈고리줄을 던져서 매달려 가는 것과 비슷하다. 트럭과 목적지가 다르기 때문에 언젠가는 갈고리줄을 놓고 다시 자력으로 달려야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트럭의 운동에너지를 전달받아서 내 속도를 높힐 수 있다.

파일:스윙바이 보이저2호.gif
보이저 2호(분홍색) 스윙바이 궤적. 목성(연두색)과 토성(하늘색) 옆을 지나가면서 속도가 붙는걸 볼 수 있다. 천왕성(노란색) 스윙바이에서 속도 증가가 목성, 토성에 비해 매우 적은 이유는 천왕성은 공전 속도가 느려서 힘을 제대로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2] 그리고 해왕성(주황색) 스윙바이는 오히려 속도가 감소했는데, 이는 당시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을 탐사하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늦췄기 때문이다.

2. 역사

최초의 스윙바이는 1959년 소련 탐사선 루나 3호가 행하였으며[3] 최초의 행성 스윙바이는 1974년 화성으로 향한 미국 NASA의 마리너 9호이다. 이후로도 장거리 우주 탐사선은 거의 반드시 이용하는 기술이다. 스윙바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 로켓 기술로 로켓에 실은 물체(인공위성 등)를 목성 근처까지밖에 못 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켓을 더 멀리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추진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가속할 수 있고 우주 항해를 할 때 탐사 거리를 비약적으로 넓힐 수 있는 스윙바이를 이용한다.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721px-Voyager_Path.svg.png
보이저 1, 2호 스윙바이 궤도

파일:external/solarprobe.jhuapl.edu/SP_traj_lg.jpg
2018년 발사한 파커 태양 탐사선의 스윙바이 계획으로, 금성만 7번 스윙바이 한다.[4] 이동 거리를 몇 배로 늘리는 매우 비효율적인 구도로 보일 수도 있지만, 탐사선을 태양으로 바로 발사하면 지구가 이동하는 속도로 인해 태양 궤도로 진입하지 못 하고 진행 방향만 살짝 꺾인 채 우주 공간으로 이탈하게 된다. 스윙바이를 계속 하여 원일점을 점점 줄여야 태양 궤도로 진입할 수 있으며 최대 590만km까지 접근한다.
유럽 우주국(ESA)에서 만든 혜성 탐사선 로제타의 스윙바이 궤도 설명 동영상
보이저 탐사선은 목성에서 스윙바이를 하여 초속 21km로 가속하였다.[5] 상술했듯 작용 반작용 법칙으로 행성도 에너지를 잃지만 목성의 질량은 1.8x1024톤인 반면 보이저 같은 우주선의 무게는 0.7톤 정도라 목성의 공전 속도 변화는 매우 적다 못 해 관측하기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목성은 지구랑 비교해도 중량이 300배가 넘는지라 지구를 통째로(!) 스윙바이 시킬 수 있는 정도인데 목성의 고리를 이루는 암석 하나 무게 정도밖에 안 되는 우주선 쯤이야 어림도 없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지구로 충돌할지 모르는 위험한 소행성들 가운데 몇 톤 정도로 질량이 만만한 것들은 인류 기준에서 대형 우주선을 해당 소행성에다 스윙바이 시켜서 위험한 소행성을 저~멀리로 날려버릴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도출할 수 있다. 차르 봄바 같은 걸 날려서 소행성을 파괴하는 SF식 클리셰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6]
파일:Animation of C/1980 E1 orbit.gif
태양(노란색 점), 지구(파란색), 화성(노란색), 목성(하늘색), 토성(주황색), 혜성(분홍색)
여담으로 태양계 밖에서부터 710만년 만에 다시 근일점으로 다가오던 평범한(?) 초장주기 성간 천체 혜성 'C/1980 E1 (Bowell)'이 우연히 목성을 만나 스윙바이 당해 최대 이심률 1.066을 기록하며 자기 궤도 밖으로 쫓겨난(...) 사례가 있다.[7]

3. 활용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연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가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덕분에 절약하는 연료만큼 다른 장비를 더 넣을 수 있다. 단점으로는 행성으로 접근하기 위해 계산과 시간이 더 필요하며 행성과 궤도가 맞지 않을 경우 쓸 수 없다. 예를 들어 뉴 호라이즌스는 목성을 스윙바이 했는데 이 때 시기를 놓쳤다면 무려 11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인간 개개인적 관점에선 한번만 시기를 놓쳐도 절망적인 쿨타임을 가짐에도 그 한번의 스윙바이로 단축시킬 수 있는 탐사시간이 더욱 크기에 현재 인류 기술력으로는 스윙바이는 무조건 필요하다.

주로 장거리 항해를 위한 가속도를 얻기 위해 사용하며, 한 번의 가속으로 불충분하다면 연달아 다른 행성에서 가속도를 더 얻기도 한다. 보이저 탐사선은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비슷한 방향으로 늘어서는 황금같은 기회를 이용해 외행성을 탐사하였고 갈릴레오 탐사선은 6년 동안 금성, 지구, 한 번 더 지구 순서로 스윙바이 하여 목성으로 도착했다.

이렇게 스윙바이를 이용해 가속도 할 수 있지만 감속도 할 수 있다. 우주선 속도를 줄이고 싶을 때는 행성이 공전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탈출하면 행성 공전속도 만큼 우주선 속도를 줄일 수 있다.

도로 위 자동차는 지면과의 마찰을 이용한 브레이크로 쉽게 감속할 수 있지만 거의 텅 빈 공간인 우주에서는 마찰력이 없어서 우주선은 브레이크를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엔진 역추진으로 감속해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에서는 가속을 하는 것과 동일한 추진력과 연료가 필요하다. 이렇게 소모하는 연료를 절감하기 위해 스윙바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매리너 10호메신저 호가 감속하기 위해 스윙바이를 이용했다.

이러한 감속은 지구보다 안쪽에 있는 내행성(이래봤자 금성, 수성 둘 뿐이지만) 탐사에서 필수이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가장 많은 연료가 필요한 행성은 멀리 떨어진 외행성들이 아닌 수성이다. 지구와의 공전 속도 차이(delta-v)가 가장 크기 때문.[8] 얼핏 생각하기로는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서 수성 쪽으로 끌려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연료 분사나 스윙바이를 이용한 감속이 없으면 수성을 휙- 하고 스쳐 지나서 태양을 한 바퀴 돈 뒤 다시 지구궤도 거리로 돌아올 뿐이다. 궤도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감속을 해야 하는데 이게 현재 로켓 기술로는 가성비 따지기 이전에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정도라 수성이나 금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 차례 스윙바이를 하면서 감속을 한다.

가감속 뿐만 아니라 궤도경사각을 조절할 때도 스윙바이를 사용할 수 있다. 1990년 우주왕복선으로 발사한 미국 태양 탐사선 율리시스는 목성 궤도를 이용해 태양 기준 궤도경사각을 80도까지 변경하였다. 또한 1997년 발사한 AsiaSat의 통신위성 AsiaSat 3[9]은 발사체인 프로톤 로켓의 4단 엔진 이상으로 궤도경사각이 58도인 지구 저궤도에서 좌초하자 궤도경사각을 낮추기 위해[10] 을 스윙바이 하여 지구 정지궤도로 안착하였다.

지구에서 우주선을 발사할 때도 스윙바이 효과를 이용한다. 지구 공전방향과 자전방향(동쪽)이 일치하는 시각에 우주선을 동쪽으로 발사하면 지구 공전속도(초속 30km)와 자전속도(초속 0.5km)가 더해져 약 초속 30.5km 속도를 추가로 얻고 지구 밖으로 나갈 수 있다.[11]

상술했지만 스윙바이를 하면 에너지 보존법칙대로 우주선이 힘을 받은 만큼 행성의 속도가 떨어진다. 예를 들어 1989년 발사한 갈릴레오 탐사선은 지구를 스윙바이 했는데 이 때문에 지구는 1억년당 1.2cm 정도로 공전속도가 느려졌다고 한다. 이 정도면 행성에 딱히 영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만약 미래에 우주선이 매우 커진다면 행성 공전속도와 궤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사용하기 어려워질 것이다.[12]

4. 펜로즈 과정

스윙바이의 블랙홀 버전으로 '펜로즈 과정'이라는 것이 있다. 로저 펜로즈이론적으로 정리한 방법이라서 이렇게 부른다. 회전하는 블랙홀, 즉 각운동량이 있는 블랙홀을 '커 블랙홀'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경우 '에르고스피어'라는 도넛 모양 특이 영역이 존재한다. 이를 이용해서도 스윙바이가 가능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블랙홀 근처에서 버틸만한 강도의 우주선은 인류가 아직 만들지도 못 했고, 여기서 탈출할 수 있을 만한 추진력을 내지도 못 하기 때문에 완전히 이론적인 분야일 뿐이므로 SF에서나 가능하다. 과거 만화로 보는 현대과학의 세계에서 묘사한 적이 있으며, 인터스텔라 영화에서도 펜로즈 과정을 비중있게 연출한다.

5. 창작물에서

창작물에서는 일종의 클리셰 처럼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저 별로 가야 하는데 연료가 부족하다→중력턴이 출동한다'. 사실상 우주 항해 필수 테크닉이라 일반적으로 알고 있을 법한 내용임에도 비장의 카드 처럼 발견하는게 포인트. 물론 수시로 사용하는 창작물도 많다. 예를 들어 우주 공간에서 항해하는게 일반적인 기동전사 건담 등. 태양의 사자 철인 28호 후반 부분에서도 스윙바이를 이용해 지구에서 명왕성까지 항해하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는 비장의 카드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이 때 에너지 보존 법칙대로 우주선이 운동 에너지를 얻는 만큼 천체는 에너지를 잃지만, 행성과 우주선간 질량과 속도 차이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이론상 이렇다는 것만 알면 된다.[2] 태양계 행성은 태양과 거리가 멀수록 공전 속도가 느리다. 예를 들어 수성은 공전 속도가 초속 48km지만 해왕성은 초속 5.5km다.[3] 달을 스윙바이 함으로서 궤도면이 변했다.[4] 스윙바이 횟수 최다 기록이다.[5] 서울~부산 거리를 25초 만에 도착하고 지구~ 거리를 약 4시간 만에 도착하는 속도다.[6] 의외로 이런 내용이 나오는 영화가 있긴 하다. 바로 멜랑콜리아. 지구와 충돌 코스로 접근하는 멜랑콜리아라는 행성(?)이 지구의 중력으로 스윙바이를 한다. 문제는 지구 공전 방향 반대쪽으로 스윙바이를 했기 때문에 지구와 상대속도가 오히려 줄어들며 결국 지구로 다시 접근해 충돌한다.[7] 이를 컨트리볼 형식으로 그린 만화도 있다. A Galactic Game[8] 엄밀히 따지면 목적지까지 갔을 때 태양의 중력으로 인한 가속도로 얻는 속도와 해당 행성의 공전 속도 차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같은 원리다.[9] 이후 'PAS-22'로 명칭 변경[10] 대부분 상용 통신위성은 정지궤도에서 위치한다.[11] 만약 지구 공전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우주선을 발사한다면 우주선 엔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지구 밖에서 보면 마치 우주선이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12] 이럴 경우 태양이나 항성에서 스윙바이를 사용할 수는 있겠으나 열기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고 항성급 이동을 할 경우 스윙바이로 인한 추가 운동에너지는 무시할 정도이므로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13] 이 탈출 작전의 약점은 적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었기에 이렇게나 털린 것도 있지만 슈타인메츠는 어차피 가만히 있어봐야 포격으로 맞아 죽든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든 둘 중 하나이므로 이 방법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