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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Κένταυρος[1] / (라틴어) Centaurus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괴인.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말로, 엄밀히 따지면 말의 목부분에 사람의 상반신이 붙은 형상이다.
어원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싸움황소' 또는 '황소살해자'란 뜻에서 유래한 듯하다.
그리스어를 따른 음역은 '켄타우로스', 라틴어를 따른 음역은 켄타우루스'이다. 그리스어 남성 단수명사의 주격의 어미가 -os인 경우에 라틴어는 어미를 -us로 바꾸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Centaur라고 적고 지역에 따라 센토 또는 센타알 비슷하게 발음한다. '켄타우르스'라고 하는 정체불명의 표기법도 있으나 아무 근거가 없는 오기이다. 공룡의 이름에 흔히 붙는 '사우르스'와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정작 그쪽도 사우루스가 맞지 사우르스는 틀린 표기라서 어쨌든 오기인 건 변함이 없다.
2. 전승
신들의 연회에 초대받은 인간인 익시온이 헤라에게 흑심을 품자, 제우스가 그를 시험하기 위해 구름을 헤라로 둔갑시켜 보냈더니[2] 익시온이 이를 헤라로 착각해 덮쳐 겁탈했고 당연히 익시온은 그 자리에서 제우스의 벼락을 맞아 사망한 뒤 타르타로스에 떨어져 불타는 수레바퀴에 묶인 채 영원히 돌게 되는 형벌을 받았다.[3] 이후 익시온에게 겁탈당한 해당 구름 혹은 님프 네펠레[4]가 낳은 것이 최초의 켄타우로스라고 전해진다. 이들 켄타우로스는 보통 괴물로 분류되기보다는 '인간과는 다른 이종족 지성체'로 받아들여진다.신화에 등장하는 켄타우로스는 대개 뛰어난 지적능력과 육체적 능력,[5] 높은 프라이드, 강한 전투력 등을 지니고 있어 인간보다 오히려 우월한 존재로 비춰지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케이론'이라는 켄타우로스는 신들의 가르침을 받아 궁술, 의학, 예언, 음악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헤라클레스, 아스클레피오스, 이아손 등 그리스 신화 속의 수많은 영웅들이 그의 문하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케이론은 황도 12궁 중 궁수자리(Sagittarius)의 모델이기도 하다.
반면 동물도 섞여있기 때문인지 성격이 급하고 식욕이나 성욕 등의 1차적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는 장면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신화 속에서 묘사되는 켄타우로스의 모습은 현명하고 강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본능적이고 야성적이기도 한데, 이들이 익시온의 욕망으로 인해 태어난 존재들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예컨데 네소스가 헤라클레스의 아내 데이아네이라를 태우고 달아나 강간을 시도하다[6] 역으로 헤라클레스에게 독화살로 죽던가, 페이리토스와 힙포다메이아[7]의 결혼식장에서 술에 취해 주변의 여자들을 납치하여 성폭행하려다 종족간 싸움으로 번지는 등 추태에 대한 묘사도 많다.[8][9]
특이하게도 주요 켄타우로스들이 남성만 등장해 남성만 있는 듯하지만 여성도 있으며, 이들은 켄타우리데스(Κενταυρίδες, Centaurides)라 부른다. 여성인 켄타우리데스들의 경우엔 평화를 좋아해 숲이나 동굴 안에서 어린 켄타우로스나 켄타우리데스를 돌보는 터라 바깥 활동에 소극적인 편으로 남성보다 비중이 적은 편.# 또한 켄타우로스들과 달리 켄타우리데스는 정조를 지킬 줄 아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페이리토스와 힙포다메이아의 결혼식에서 난동을 부리다 라피테스와 싸운 켄타우로마키아 당시 전사한 퀼라로스(Cylarus)를 따라 자살한 휠로노메(Hylonome)가 있다.# 신화를 표현한 매체에서 여성 켄타우로스는 잘 묘사되지 않아서 남성만 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는데 특히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남성 켄타우로스만 나온다. 원작인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여성 켄타우로스가 등장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다.
보통 켄타우로스는 그리스 본토, 정확히는 테살리아의 켄타우로스를 지칭하지만, 퀴프리아 지방에는 뿔이 달린 아종이 있다. 이들은 제우스와 가이아의 자식들로 아프로디테를 유혹하는데 실패한 제우스가 자신의 정자를 대지에 쏟았고 이로 인해, 가이아가 임신했다고 한다.#
바다에서 사는 이크티오켄타우로스(Ιχθυοκένταυροι: Ichthyocentaur)라는 존재들도 있다.# 이들의 외양은 켄타우로스와 대부분 같으나 앞발만 말의 다리이고 물고기 꼬리와 머리에 2개의 바닷가재나 게의 팔이 달린 것으로 묘사된다. 목 위부터 인간으로 대체된 히포캄푸스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말이 아니라 황소의 몸뚱이를 지녔거나 덩치가 큰 켄타우로스는 부켄타우로스(βουκένταυρος | Bucentaurus)라고 불렸다. 현대 판타지 창작물에서 등장한 것이지만, 사슴의 몸을 지닌 켄타우로스의 경우는 세르비타우로스(Cervitaur)라고 불린다.
3. 유래와 과학적 분석
켄타우로스는 그리스 북부 트라키아 지방의 기마 민족을 나타낸다는 설이 있다. 말 위에 직접 탄다는 개념이 없던 사람이 말을 탄 사람을 보고 인마일체의 괴물로 착각한 게 아니냐는 가설. 보통 켄타우로스의 원전은 페르시아 기마궁수들이라고 짐작한다. 케이론의 궁수자리처럼 명사수로 등장하는 점이나 하반신이 말인 것은 페르시아나 스키타이의 기마궁수에서 기원한 듯하다. 하반신이 말인 것은 그들이 말을 자신의 몸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 듯이 보인 데서 기인했을 것이다. 석양을 등지고 자신을 향해 말머리를 돌리고 서 있는 기병이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보자.[10]약탈과 살인, 성폭행을 일삼는다는 야만적 특징 역시 그리스 역사가들이 사르마티아인들을 묘사한 바와 일치한다. 대 플리니우스는 박물지에서 말을 타고 다니는 테살리아인의 풍습에서 유래되었다고 설명한다.[11] 출처는 세계 괴물 백과.#
신화에 등장하는 가공된 생명체 상당수가 그렇지만 특히 켄타우로스는 더더욱 생물학적으로 체내 구조가 매우 어색하지 않냐는 물음이 자주 나온다. 켄타우로스를 단일육체 본다면 상반신인 사람의 상체 안에 폐와 심장, 소화기관 등등이 있을 텐데, 하반신인 말 몸뚱이에도 마찬가지로 폐나 심장, 소화기관이 다 있을 테니 이상하다는 것.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동물들은 대부분 심장이 하나만 있고 그 양옆에 폐가 위치한다는 보편적 상식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기인한 궁금증이다.
몇몇 창작자들 또한 이 점을 인지하여, 켄타우로스를 작품 내에서 현실성 있게 다룰 경우 사람의 몸에는 사람의 장기가, 말의 몸에는 말의 장기가 있어서 사람의 소화기관에서는 사람의 음식을, 말의 소화기관에서는 말의 음식을 소화한다 등등 부가 서술을 붙여 앞서 서술된 모순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나니아 연대기가 대표적.[12]
보통 묘사되는 켄타우로스의 모습을 보면 말 형태의 하반신 크기가 보통 말에 비해 작으며 하체 높이가 인간의 하체와 별 차이 없는 경우도 많다. 물론 소형 말이라면 저 정도 크기가 가능하기는 하다. 아마 하반신이 원래 말처럼 너무 크면 비율이 차이가 매우 커져서 보기에 대부분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원래 말 크기로 하려면 인간 상체의 근육의 양이 아예 벌크업 되듯이 많아야만(...) 겨우 자연스러워진다.[13]
켄타우로스가 의자에 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대 로마인이 사용했던 눕는 의자를 쓰면 된다, 말에게는 의자가 필요없으니 베개 들고 바닥에 누우면 된다, 실제 말처럼 엉덩이를 의자에 끼워넣으면 된다 등등 합성 사진을 보여주기도. 단 이러면 등을 기댈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14] 그 외에 상체를 등받이에 기대는 안락의자를 고안하기 위해 앉는 부분을 길쭉하게 그리는 경우도 있다.예시 1 예시 2 엉덩이와 등을 모두 의자에 붙이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려면 이 그림처럼 상체의 위치가 지나치게 높아진다. 결국 인간과 높이를 맞추려면 엉덩이만 붙이거나 등만 기대거나 둘 중 한가지만 택해야 한다. 아래에 나오는 만화 센토루의 고민에서는 작은 탁자에 앉아 앞다리를 바닥에 붙이는 구조로 나온다. 몬스터 아가씨가 있는 일상의 센토레아 시아누스는 길쭉한 의자에 앉아도 의자가 박살났지만, 코미디 만화이니 그러려니 하자.
일반적으로 켄타우로스는 남성이지만, 여성의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켄타우로스 아기 상상도[15] 켄타우로스 해부도
4. 이름을 따온 것
- 센토어급 항공모함: 영어식으로 읽은 경우. 서구권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영향을 받아서 신화에 나오는 존재를 자기들 언어로 읽어서 많이 써먹는 편이다.
- Klon Centaur : 일렉트릭 기타용 오버드라이브 이펙터 페달.
-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 - 켄타우로스 변이: BA.2의 자식 변이다. BA.2에서 스파이크 돌기에만 9번의 변이가 일어난 반면에 내부 구조는 BA.2와 유사하다는 데에서 붙은 별명이다.
- 우크라이나의 고속정 - 켄타우로스급 고속정
- 별자리 - 센타우루스자리
5. 창작물
자세한 내용은 켄타우로스/창작물 문서 참고하십시오.6. 관련 문서
[1] 복수형은 켄타우로이(Κένταυροι)[2] 혹은 구름의 님프 네펠레를 헤라로 변장시켜 보냈다고도 한다. 구름을 단지 둔갑시킨 것이 아니라 헤라의 외모를 한 님프, 즉 생명체로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3] 오르페우스가 저승에 내려왔을 때를 제외하고. 오르페우스의 음악에 수레바퀴가 멈췄다고 한다.[4] 이름부터가 '구름'이란 뜻이다.[5] 인간과 켄타우로스를 비교해 보면 켄타우로스의 육체적 성능은 인간을 압도적으로 쳐바를 수 있다. 당장 기병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선 중무장한 보병 다수가 필요한데 켄타우로스는 인마일체의 완벽한 기병인 셈이니. 그러나 보병에 비해 커서 좁은 공간에서 활동하기 어렵다는 체격적 제한이 있고 세밀한 움직임이 힘들며 후술할 이유로 보병보다는 강하지만 기병보다는 약할 수 있다.[6] 헤라클레스가 자기 동족들의 술을 건드리다 싸움이 크게 일으킨 것과, 의도치 않게 자기 스승인 케이론을 히드라의 독으로 불구로 만든 사건이 한몫을 했다.[7] 펠롭스의 아내 힙포다메이아와 동명이인.[8] 반면 위에서 언급된 케이론은 이런 면모가 전혀 없는 온화한 성격으로 묘사되는데, 다른 켄타우로스들과는 달리 제우스 이전의 주신 크로노스와 오케아니스 필뤼라 사이에서 태어난 순수 신의 혈통인 데다가 레아에게 양육받고 자랐기 때문. 물론 케이론이 태어난 것도 익시온처럼 크로노스의 욕정 때문이긴 하다.[9] 이 싸움은 켄타우로마키아(Κενταυρομαχία / Centauromachy)라고하며 하객 중에는 테세우스도 있어 켄타우로스들의 패악질에 맞서 싸웠다고 한다.[10] 2014년작 영화 허큘리스에 바로 이 부분을 그대로 재현한 장면이 있다.[11] 실제 테살리아 지방은 그리스에서도 드문 평야 지대라 기병으로 유명했다. 알렉산드로스 원정 당시에도 테살리아 기병이 활약했으며 동로마 시기에도 군마의 주요 공급처 중 한 곳이 테살리아였을 정도.[12] 은의자 편에서 "켄타우로스 종족은 사람의 위와 말의 위가 둘 다 있기 때문에 두 종류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아침식사를 꼭두새벽부터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할 정도로 식사량이 굉장히 많다." 하는 설명이 나온다.[13]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헤라클레스의 네소스가 그 사례.[14] 단 위에서 서술했듯이 켄타우로스는 실제 말보다 몸집이 작음을 고려해야 한다.[15] 상체는 미숙한데 하체는 바로 달릴 수 있는 모순되는 구조다(...) 이는 고대 로마 시절에도 지적되던 부분으로, 루크레티우스는 걸음마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리는 인간과 태어나자마자 서고 달릴 수 있는 말을 합쳐놓은 것 자체를 말이 안 된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