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兒名
아이 때 쓰던 이름. 소자(小字)나 초명(初名)이라고도 한다. 본명과는 다르다. 주로 관례 직전까지 쓰인 이름이며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쓰였으며, 옛날에는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쓰지 않는다. 다만 노년층에서는 아명이 있었던 사람도 간혹 찾아볼 수 있으며, 오늘날에는 잉태된 이후 임신 중 태아에게 붙이는 '태명(배냇이름)'이 어떤 의미에서는 아명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부모가 태명으로 부르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 예를 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이동국 아들 '대박이'. 본명은 이시안.아명도 일종의 짓는 규칙이 있는데, 앞에 '아(阿)'나 뒤에 '노(奴)[1]' 자를 붙이는 경우도 있고, 부모의 태몽이나 출생 관련 사건에서 따서 아명이 붙는 경우도 있으며 널리 알려진 것처럼 오래 살라는 의미를 담아 일부러 천하게 짓는 경우도 보인다. 이름에 대한 금기도 참고.
사랑하는 자식에게 왜 이런 천한 이름을 지어주는지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당시 사람들은 자식에게 아명을 험하고 천하게 지으면 호환마마[2]도 무서워서 피한다는 전설을 믿었고 악귀가 퇴치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한다. 또한, 이렇게 천한 이름을 아명으로 지어준 이유가 이름마저 아름다우면 미인박명이 실제로 이루어져 장수하기 힘든 건 물론 기구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해서 그런 전통이 있던 거라는 설도 있다. 귀신을 피하기 위해서든 미인박명이라는 악운을 피하기 위해서든, 어느 이유에서든지 유년기를 탈없이 보내고 오래 살라는 뜻인 건 확실하다.
실제로 1970년대 초중반까지도 영유아기와 아동기때 죽는 경우가 상당했으며 1970년대 초반 까지에 출생한 세대의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면 형제 자매 가운데서 누구누구가 일찍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런 사례가 의외로 꽤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일제 시대때까지는 그냥 병도 아니라, 호랑이, 멧돼지 등이 오늘날에는 상상을 못할 정도로 마을에 자주 출몰하여 많은 사람들이 물려가고 목숨을 잃었다. 가정맹어호 같은 고사성어나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왜 나왔는지 생각해보면 당시 호랑이에 의한 인명사고가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백신과 항생제가 없고 상하수도 시설이 발달되지 않았던 그 당시 홍역, 천연두,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에 쉽게 노출되고 광범위하게 감염이 확산되어 다수가 사망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이들이 살아남아서 생존하기가 어려웠던 시절인 만큼 특이한 아명들을 지어서라도 아이들을 오래 살아남게 하려는 부모들의 간절함도 있었던 것.
일본에서는 유명(幼名, 요묘우, 요메이)이라고 불렀으며 원복(성인식) 전까지는 이 이름을 사용했다.
산다라박의 '산다라'가 김유신의 아명에서 따왔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사실무근. 김유신의 아명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다. 삼국사기 열전에 의하면 '유신'이란 이름이 김유신이 태어나자마자 아버지 김서현이 지어준 이름이다. 다만 김유신의 여동생인 문명왕후의 아명이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아 김유신 역시 아명이 따로 있었을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흔히 전근대 동양의 여성들은 이름이 없다고 아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사람에게 이름이 없을 수는 없었다. 다만 남성과 같이 공적으로 호적이나 족보 등 문서에 기재되는 이름, 즉 관명을 따로 짓지 않으니 아명을 그대로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으로 단종 복위 사건에 연좌된 부녀들에 대한 기록을 보면 # 성인 아이 할 것 없이 대부분 소사(조이), 막덕, 자근아지('작은아기') 등등 전형적인 아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일부 사람들이 단순히 뜻만 보고 유교사회인 조선에서 여성들에게 일부러 천한 이름을 지어줬다는 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저 아명을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그렇게 보일 뿐이다.
1.1. 역사 인물들의 아명
1.1.1. 한국
- 강감찬 - 은천(殷川)
- 강수 - 우두(牛頭)
- 고종 이형 - 개똥, 명복(命福): 개똥이는 유년기에 썼던 이름이고 아동이 되면서 명복으로 고쳤다. 그러다 신정왕후의 양자로 들어가 즉위하면서 '재황'이라 고쳤다가 뒷날 다시 '형'으로 개명한다.
- 공혜왕후 한씨 - 송이(松伊)
- 김구(백범) - 창암(昌岩)
-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 재복(再福)
- 김만중 - 선생(船生): 김만중의 어머니가 병자호란 와중에 배 위에서 김만중을 출산해서 이런 아명을 지은 것.
- 덕혜옹주 - 아지(阿只), 짐승새끼를 이르는 말 '아지' 또는 그냥 사람 '아기'를 음차한 것
- 동천왕 고우위거(고위궁) - 교체(郊彘): 동천왕의 생모가 나라 제사(郊)에 제물로 쓰려 했으나 도망친 돼지(彘)를 잡았던 일과 관련된 아명이다.
- 문명왕후 김씨 - 아지(阿之), 짐승새끼를 이르는 말 '아지' 또는 그냥 사람 '아기'를 음차한 것
- 명성황후 민씨 - 자영(慈英)
- 서희 - 염윤(廉允)
- 세종대왕 이도 - 막동(莫同), 막둥이의 음차 표기
- 송시열 - 성뢰(聖賚): 송시열의 아버지가 꿈에서 공자와 제자들을 보았다고 해서 이런 아명을 지은 것인데, '성인이 주신 아이' 정도의 의미가 된다.
- 숙종(조선) 이순 - 용상(龍祥)
- 순정효황후 윤씨 - 증순(曾順)
- 신숭겸 - 능산(能山)
- 안중근 - 응칠(應七): 응당 칠성(應當 七成)의 줄임말로, 태어날 때 점이 북두칠성 모양으로 났다 해서 지은 이름이다.
- 우왕 왕우 - 모니노(牟尼奴): '모니'는 석가모니를 뜻한다.
- 윤봉길 - 우의(禹儀)
- 원효 - 서당(誓堂)
- 윤동주 - 해환(海煥)
- 이규보 - 인저(仁氐)
- 이승만 - 승룡(承龍)
- 이이 - 현룡(見龍): 어머니 신사임당이 용이 나타나는 꿈을 꾸고 나서 낳은 아들이라고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
- 이황 - 서홍(瑞鴻)
- 인종(조선) 이호 - 억명(億命), 백돌(伯乭)?: 억명은 인종의 생모인 장경왕후 윤씨가 꿈에서 점쟁이를 만났는데, 그 점쟁이가 "아이를 낳으면 이름을 꼭 '억명'이라 지으십시오"라고 당부했었다. 백돌은 야사에서만 확인되는 이름이라 확실하진 않다. 인종이 세자 시절 불 속에서 죽을 위기에 처했었는데, 이때 중종이 이 이름을 부르며 인종을 애타게 찾았다고 한다.
- 일연 - 견명(見明)
- 장순왕후 한씨 - 냉이(冷伊)
- 장택상 - 삼욱(三旭)
- 장희빈 - 옥정(玉貞)
- 정몽주 - 몽란(夢蘭), 몽룡(夢龍): 몽주까지 포함하여 전부 꿈에서 모티브를 따 지은 이름이다.
- 정약용 - 귀농(歸農)
- 정일권 - 일진(一鎭)
- 정현왕후 윤씨 - 창년(昌年)
- 철종 이변 - 원범(元範)
- 최익현 - 기남(奇男)
- 최충헌 - 난(鸞)
- 최항 - 만전(萬全)
- 태조대왕 고궁 - 어수
- 한용운 - 유천(裕天)
- 황희 - 도야지(都耶只), 수로(壽老): 도야지는 '돝의 아지' 즉, 돼지새끼를 일컫는 말로 현대 한국어에서는 '도야지'가 '돼지'로 축약되어 원래의 '돝'을 대체하였다. 도야지는 유년기 이름. 수로는 아동기에 썼던 이름.
1.1.2. 중국
- 소역 - 칠부(七符)
- 송효종 조신 - 소양(小羊)
- 쑨원 - 제상(帝象)
- 양귀비 - 옥환(玉環)
- 왕안석 - 환랑(獾郞)
- 왕융 - 아융(阿戎)
- 유선 - 아두(阿斗): 태몽이 북두칠성이어서 붙은 아명이라 한다.
- 유유(유송의 건국자) - 기노(寄奴)
- 이임보 - 가노(哥奴)
- 이통 - 만억(萬億)
- 장제스 - 서원(瑞元)
- 장칭 - 숙몽(淑蒙)
- 조조 - 길리(吉利), 아만(阿滿): 아만은 거짓말쟁이라는 뜻이다. 아동기의 조조는 영악하고 잔꾀가 많아 늘상 남들을 엿먹였다고.
- 홍무제 - 중팔(重八)
- 홍수전 - 화수(火秀)
1.1.3. 일본
- 가토 기요마사 - 야사와카(夜叉若)
- 구로다 간베에 - 만키치(万吉)
- 니와 나가히데 - 만치요(万千代)
- 다케다 신겐 - 카츠치요(勝千代)
- 다테 마사무네 - 본텐마루(梵天丸)
- 도요토미 히데요리 - 히로이마루(拾丸): '주워 온 아이'라는 뜻이다. 한국 이름으로 치면 '업둥이'.
- 도요토미 히데요시 - 히요시마루(日吉丸)
- 도쿠가와 이에야스 - 타케치요(竹千代): 에도 막부 쇼군 가문 계승자들의 아명은 타케치요다.
- 도쿠가와 히데타다 - 나가마츠마루(長松丸)
- 마에다 토시이에 - 이누치요(犬千代)
- 모리 모토나리, 구로다 나가마사 - 쇼쥬마루(松寿丸)
- 미나모토노 요리토모 - 오니무샤(鬼武者)
- 미나모토노 요시츠네 - 우시와카마루(牛若丸)
- 사나다 노부시게 - 벤마루(弁丸)
- 사이고 타카모리 - 고키치(小吉)
- 아시카가 다카우지 - 마타타로(又太郎)
- 아자이 나가마사 - 사루야샤마루(猿夜叉丸)
- 오다 노부나가 - 킷포시(吉法師)
- 오다 노부타다 - 키묘마루(奇妙丸)
- 오오타니 요시츠구 - 키노스케(紀之介)
- 오쿠보 도시미치 - 쇼오케사(正袈裟)
- 우에스기 겐신 - 토라치요(虎千代)
- 이시다 미츠나리 - 사키치(佐吉)
- 이이 나오마사 - 토라마츠(虎松), 만치요(万千代)
- 이토 히로부미 - 리스케(利助)[3]
- 쵸소카베 모토치카 - 야사부로(弥三郎)
- 가쓰 가이슈 - 린타로(麟太郎)
- 호조 우지쓰나, 호조 우지야스 - 이즈치요마루(伊豆千代丸)
- 후쿠시마 마사노리 - 이치마츠(市松)
- 타카하시 쇼운 - 센주마루(千寿丸)
- 타치바나 무네시게 - 센쿠마마루(千熊丸), 야시치로(彌七郎)
- 오토모 소린 - 시오호시마루(塩法師丸)
- 시마즈 다카히사 - 토라주마루(虎寿丸)
- 오우치 요시오키 - 카메도마루(亀童丸) : 마사히로, 요시오키, 요시타카(義隆), 요시타카(義尊) 4대 모두 아명이 카메도마루이다.
2. 雅名
운치 있는 이름.특히 국악 정악곡은 본래의 이름 대신 길고 멋있는 이름을 붙인 것이 많은데, 이를 '아명'이라 한다. 하지만 수제천(정읍)이나 수연장지곡(밑도드리), 만파정식지곡(취타) 같은 경우 아명이 본래 제목보다 더 많이 쓰인다. 가끔 본래 제목으로 말하면 못 알아듣는 경우도 생긴다(...)
국악곡의 아명은 대부분 ~지곡(之曲)으로 끝나는데, 이는 '~의 음악'이란 뜻이다. 그래서 '지곡'부분을 생략해 부르기도 하고(예: 수연장지곡->수연장) 몇몇 악보에서는 '之'대신 한글 '의'를 집어넣기도 한다. (예: 수연장지곡→수연장의 곡)
나무위키에서는 국악곡 문서를 생성할 때, 한국음악 용어 통일안에 기초하여 아명 대신 원래 이름으로 항목명을 정하고 아명은 원래 이름으로 리다이렉트한다. 단 수제천은 행정구역인 정읍시와 혼동될 우려가 있으므로 수제천을 문서 이름으로 한다.
2.1. 국악곡의 아명의 예
- 관악 영산회상 - 표정만방지곡 (表正萬方之曲)
- 평조회상 - 유초신지곡 (柳初新之曲)
- 여민락 - 승평만세지곡(昇平萬歲之曲)
- 여민락 만 - 경록무강지곡(景錄無疆之曲)
- 여민락 령 - 태평춘지곡(太平春之曲)
- 해령 - 서일화지곡(瑞日和之曲)
- 보허자 - 장춘불로지곡(長春不老之曲)
- 보허사 - 황하청(黃河靑)
- 낙양춘 - 기수영창지곡(其壽永昌之曲)
- 청성자진한잎 - 요천순일지곡(堯天舜日之曲)
- 길군악 - 절화(折花)
- 길타령 - 일승월항지곡(日昇月恒之曲)
- 별우조타령 - 금전악(金殿樂)
- 대취타 - 무령지곡(武寧之曲)
- 웃도드리 - 송구여지곡(頌九如之曲), 서자고(瑞鷓鴣)[7]
- 염불타령 - 헌천수(獻天壽)
[1] 고려 우왕의 아명 모니노(牟尼奴)가 대표적인 예.[2] 당시 평민들은 전염병의 존재를 잘 몰랐기 때문에 이 병 자체를 역신이나 악귀로 생각했다.[3] 한국 위키피디아에는 '토시스케'라고 쓰여 있고, 일본 위키피디아에서는 '리스케'라고 독음이 달려 있다.[4] 자진한잎에 포함되는 모든 곡을 경풍년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풍년이라 하면 자진한잎 중 평조두거를 뜻한다.[5] 만파정식지곡은 관악 또는 관현악, 수요남극은 현악 버전을 일컫는다.[6] 정재 반주음악으로 사용될 때 말이다.[7] 현악기 위주 편성일 때 말이다.[8] 한바탕 전체를 모두 만년장환지곡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