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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Egill Skallagrímsson(904[1] ~ 995)고대 노르드어 | 에길 스칼라그림손 |
현대 아이슬란드어 | 에이틀 스카틀라그림손 |
한국어 | 대머리 그림의 아들 에길 |
아이슬란드의 바이킹이자 스칼드. 그의 아버지는 노르웨이 출신의 바이킹이자 시인인 스칼라그림(Skalla-Grímr, 대머리 그림)[2]으로, 당대 노르웨이의 국왕이었던 하랄 1세 하르파그리의 통치에 반발해서[3] 아이슬란드로 온 이주민이었다.
아이슬란드 문학 중 하나인 <에길의 사가>(Egils saga)의 주인공[4]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그의 행적 역시 대부분 이 사가를 출처로 한다. 에길 자체는 실존인물로 추정되지만, 사가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그렇듯 후술할 행적들은 과장 또는 허구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 사가에서
작중에서는 바이킹 치고도 충동적이고 잔인하며 무자비한 모습으로 그려지며, 이런 성격 탓에 에이리크 1세 블로됙스와 그의 아내 군느힐드 코눙가모디르의 원한을 사서 이들 부부와 수 십 년 동안 기나긴 악연을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적이고 정이 많은 듯 한 모습도 보여주며, 이런 복합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안티히어로로 분류되기도 한다.전설상으로는 룬 마법에 능통한 마법사이기도 해서 마법으로 독이 든 음료를 판별해내고, 적들을 저주해서 불운에 쫓기게 만들고, 돌팔이가 치료랍시고 걸어준 엉터리 마법에 고통 받던 소녀를 제대로 된 룬 마법을 써서 구해주기도 한다. 영웅답게 나름대로 이름있는 무기들의 주인이기도 했는데, 젊은 시절에 쿠를란드(Courland)[5]로 원정을 떠났다가 나드(Naðr)[6]라는 명검을 손에 넣었으며, 이후에 친우로부터 드라그벤딜(Dragvendill)이라는 전설적인 검까지 받게 된다.
2.1. 어린 시절
에길은 어릴 때부터 언변이 유창하고 고작 세 살에 시 다운 시를 써낼 정도로 박식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 스칼라그림을 닮아 다혈질에 난폭한 성격을 가져서, 일곱 살 때 동네 아이들 중 한 명이 자신을 이겨먹자 분노해선 집에서 도끼를 가져와서 그 아이의 머리를 쪼개버리기도 했다.[7] 또한 여느 영웅들 처럼 어린 시절부터 동년배에 비해 키가 크고 강건했다고 묘사되지만, 그런 영웅들이 보통 미남미녀인 것과는 달리 외모 역시 아버지를 닮아 험악하고 흉측했다고 한다.사실 스칼라그림의 흉측한 외모와 광증 역시 에길의 할아버지 되는 베르세르크 크벨드울프(Kveld-Úlfr, 저녁의 늑대)[8]에게서 물려받은 것으로, 평소에는 멀쩡하다가도 해가 저물면 성격이 음침해지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한번은 에길과 같이 공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광폭화해서 아들을 죽일 뻔 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에길의 유모 토르게르드(Þorgerðr)가 스칼라그림의 어그로를 끈 틈에 에길은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토르게르드는 스칼라그림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아 살해 당한다.
도망쳤던 에길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조심스럽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스칼라그림은 그 사이에 광증이 가라앉았는지 다시 온화해져서는 사람들과 함께 태연하게 앉아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분노한 에길은 아버지가 아끼던 참모를 죽여버렸고, 한동안 아버지와는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고 한다.[9]
2.2. 청년기
삼촌 소롤프가 하랄 1세에게 충성했던 것 처럼, 그의 이름을 물려받은 에길의 맏형 소롤프[10] 역시 우연히 하랄의 아들 에이리크 왕자를 만나 친분을 쌓고 그의 신하가 됐으며, 이후에 왕자비가 된 군느힐드와도 친구가 된다. 어느 날 가족들을 만나러 아이슬란드에 들렀던 소롤프를 본 에길은 자신도 형을 따라서 노르웨이로 가겠다고 졸랐고, 소롤프는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에길을 데리고 함께 돌아갔다.어느 날 에길은 일행과 함께 노르웨이의 아틀로이(Atlóy)에 갔다가, 에이리크와 군느힐드가 총애하는 가신인 바르드(Bárðr)라는 사람의 농장의 묵게 됐다. 식사시간이 되자 바르드는 맥주가 떨어졌다면서 대신 커드와 유청을 음료로 내놓았고, 일행들이 식사를 마치자 바로 잠자리로 이끌었다. 사실 바르드네 농장에는 맥주가 차고 넘칠 만큼 많았지만 하필 그날은 바르드가 에이리크 부부를 초청해서 파티를 연 날이었고, 귀빈들이 마셔야 할 맥주를 낭비하기 싫었기에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다행히 에이리크는 농장에 자신들 말고도 손님들이 있으며, 그게 하필 지인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에길의 일행을 연회장에 불러들이라 명했고, 덕분에 그들은 비로소 제대로 대접받게 됐다. 이로인해 내막을 알게 된 에길은 바르드가 왕자 부부에게 아부하느라 손님들을 푸대접 한 것에 분노했고, 즉석에서 이를 조롱하는 시를 읊었다. 이에 바르드가 맥주나 먹고 그 입 다물라고 일갈하자, 에길은 보란 듯이 자신의 몫은 물론이고 이미 취해서 뻗어버린 일행들이 마실 것까지 전부 마셔버린다.
그 모습에 질색한 바르드는 군느힐드에게 달려가서 자신을 조롱한 것도 모자라서 맥주를 축내는 손님이 있다고 일러바쳤고, 하소연을 들은 군느힐드는 그에게 몰래 독약을 쥐어줬다. 바르드는 그 독을 맥주에 타서 에길에게 건냈는데, 수상함을 감지한 에길은 잔에 룬 문자로 주문을 새겨넣고, 자신의 손바닥을 칼로 베서 흘러나온 피를 룬 위에 문지르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맥주를 담고 있던 잔이 터지듯이 깨져버렸고, 에길은 이를 통해 바르드가 건내준 술잔에 무언가 부정한 것이 섞여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분노한 에길은 술잔을 독을 탄 것을 질책하며 검을 뽑아 바르드를 찔러 죽이고 도망쳐버린다.
이후 소롤프가 에이리크를 찾아가서 동생이 저지른 살인을 용서하길 빌며 보상금을 지불한 덕에 에길은 범죄자가 되는 일은 면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에이리크 부부는 아끼는 가신을 해친 에길에게 원한을 품게 됐다. 둘중에 특히 군느힐드가 에길을 매우 미워해서,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에이리크에게 반드시 에길을 처벌하길 주장했으며, 갓 성인이 된 두 남동생들을 불러서 에길을 목표로 살인청부를 넣기도 했다. 그러나 군느힐드의 동생들은 에길에게 덤볐다가 둘 다 죽어버렸고, 이 일로 에길을 향한 군느힐드의 증오는 더더욱 깊어졌다.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에길은 그 어느 때보다 강건하고 튼튼해졌으나, 동시에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탈모 유전자가 발현된 탓인지 서서히 이마가 넓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에길과 소롤프는 반란을 진압하려던 애설스탠 왕에게 용병으로 고용돼서 잉글랜드로 떠났는데, 전쟁에서는 승리했지만 안타깝게도 소롤프는 전사하고 말았다. 에길은 전쟁이 끝나고 소롤프의 장례를 치른 뒤, 한동안 애설스탠의 성에서 손님으로 머무르다[11] 그 해 여름이 오자 관습에 따라 형의 유산을 물려받고 형수 아스게르드(Ásgerðr)와 조카 소르디스(Þórdís)를 돌봐주기 위해 노르웨이로 돌아갔다. 애설스탠은 귀국하는 에길에게 은으로 가득 찬 보물상자 두 개를 주며 아이슬란드에 가거든 아들을 잃은 스칼라그림에게 보상금으로 주고, 남은 건 소롤프의 친척들에게 나눠주라고 부탁했다. 또한 에길이 애설스탠을 위해 지어준 시들에 대한 보답으로 묵직한 금반지 두 개와 자신이 둘렀던 귀한 비단 망토도 선물했다.
그런데 형의 부고를 전하려던 에길은 형수 아스게르드를 보고 그만 사랑에 빠져버렸고, 이로인해 그 해 가을 내내 상사병에 시달리며 좋아하는 술조차 마시지 않고 우울하게 지내게 된다.
결국 에길은 그를 걱정해서 찾아온 절친이자 아스게르드의 사촌인 아린뵤른(Arinbjórn)에게 자신의 연심을 담아낸 시를 읊으며 고민을 털어놓았고, 아린뵤른은 둘이 맺어지는 것도 좋다면서 에길의 사랑을 응원했다. 친구의 응원을 받은 에길은 용기를 내어 아스게르드에게 청혼했고, 아스게르드의 집안도 이에 동의해서 둘은 부부로 맺어진다. 결혼식을 치른 에길은 아내와 이젠 딸이 된 소르디스까지 셋이서 함께 아이슬란드로 돌아갔다.
고향으로 돌아온 에길은 아버지 스칼라그림이 사는 보르그(Borg)에 정착해서 농장과 재산을 관리하며 살았으며, 넓어져가던 에길의 이마는 이 시점에서는 아예 시원하게 벗겨졌다고 한다.
헌데 에길은 어째서인지 애설스탠에게 받은 보물상자를 아버지나 친척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고이 간직했다.
2.3. 중년기
그렇게 에길은 12년간 전사가 아닌 지주로서 평화롭게 살았지만, 어느 날 장인 뵤른(Bjórn)이 죽고 아내 아스게르드가 이복자매를 상대로 유산 분쟁에 휘말리는 일이 벌어진다. 에길과 아스게르드는 이 분쟁을 해결하려고 다시 노르웨이로 갔는데, 하필 그 이복자매의 남편 오눈드(Onundr)가 얼마 전 승하한 하랄 1세의 뒤를 이어서 왕위에 오른 에이리크와 왕비 군느힐드의 측근이었고, 그들도 이 분쟁으로 인한 재판(Gulaþing)에 참석한지라 에길 쪽이 불리했다.재판에서 오눈드는 아스게르드의 어머니가 노예나 다름 없는 여자였으니 자신의 아내에 비하면 상속을 받을 만한 급이 딸린다고 주장했고, 설상가상으로 군느힐드가 재판장에 부하들을 풀어서 아스게르드를 지지하는 증인들을 해산시켜버렸다.
이에 분노한 에길은 오눈드에게 결투재판을 요구하지만,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함을 우려한 아른뵤른의 만류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나게 된다. 그러나 에길은 떠나는 도중에 다시 돌아서더니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외국인이건 내국인이건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이, 그 중에서 특히 오눈드가 장인의 유산인 농장으로 이득을 보는 것을 금지하길 요청하며, 이를 어기는 사람이 있다면 법과 평화를 파괴하는 불한당이라 비난하고 저주하겠다고 외친다.
에길의 태도에 화가 난 에이리크는, 그가 배를 타고 떠나자 자신도 부하들과 함께 배를 타고 에길의 뒤를 쫓았다. 바다 위에서 에이리크와 에길의 일행 사이에 교전이 벌어졌고, 그 결과 에길의 일행 중 열 명이 전사했지만 에길 본인을 포함한 나머지는 무사히 빠져나왔다. 도망쳐나온 에길은 아내가 머물고 있던 아린뵤른의 집으로 가서 한동안 그곳에서 은거했다.
그 일이 벌어진 직후 에이리크는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는 두 동생을 제거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데, 전쟁터로 떠나기 직전에 에길을 무법자로 선포해서 사형선고이자 노르웨이에서의 추방령을 내린다. 여행 중에 이 소식을 전해들은 에길은 "왕비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형제들을 죽이는 멍청이" 라는 에이리크를 향한 비난과 그 교활한 왕비 군느힐드가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다는 내용이 담긴 시를 읊었다. 한편 오눈드는 에길을 감시하라고 심어둔 첩자들에게서 그가 여행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혹시 자신에게 해꼬지 하러 오는게 아닌가 우려하며 에이리크가 소유한 대농장에 은거했다. 그 곳에는 이제 열 살 된 에이리크의 아들인 로근발드(Rógnvaldr) 왕자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 여행 중이었던 에길이 대농장 근처의 항구에 정박했고, 그 곳에서 야영을 하던 와중에 정찰하러 갔던 동료에게서 저 밑의 농장에 로근발드 왕자가 머물고 있는데, 오눈드 역시 그 곳에 숨어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에길은 동료들과 함께 무장을 하고 대농장을 기습해서 오눈드를 포함한 일원들을 학살했고, 농장에서 많은 물품을 약탈해서는 배로 돌아왔다. 로근발드 왕자는 기습 당시에는 농장을 떠나있어서 화를 면했지만, 하필 배로 돌아오던 에길 일행을 마주치는 바람에 전투가 벌어졌고 결국 어린 나이에 호위병들과 함께 살해당했다.
오눈드를 죽여서 에이리크를 향한 보복을 마치고, 덤으로 로근발드까지 죽인 에길은 긴 막대에 룬으로 저주의 주문을 새기고 꼭대기에는 잘린 말의 머리를 꽂아 넣어서 비난의 기둥(níðstang)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들고 근처의 언덕으로 올라가서 말의 머리가 노르웨이 본토 쪽을 향하게 세워두고 에이리크와 군느힐드를 저주했고, 이어서 노르웨이의 수호신들(Landvættir)에게 까지 "그 부부를 노르웨이에서 쫓아내기 전까지는 너희도 편히 못 쉴 줄 알아라." 하고 저주를 내린다.[12]
그리고 에길은 아이슬란드로 돌아갔고, 이 저주가 먹힌 건지 에이리크는 약 1년 뒤에 동생 호콘 1세에게 왕위를 넘기고 노르웨이에서 추방 당한 뒤 잉글랜드의 노섬브리아로 망명했다. 남편을 따라 추방 당한 군느힐드는 에길이 자기 눈 앞에서 죽는 꼴을 반드시 보고 싶었는지, 에길에게 그녀와 재회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아이슬란드에서 안식을 얻지 못하는 저주를 걸어버렸다.
2.4. 악연의 끝
이후 에길은 군느힐드의 저주 때문인지, 아니면 아버지 스칼라그림이 노환으로 사망한 것 때문인지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던 이듬해 여름, 에길은 오랜만에 애설스탠을 방문하려 했으나, 배를 타고 가던 도중에 폭풍을 만나 하필 에이리크가 다스리는 노섬브리아의 요크에 좌초하고 만다.누군가가 에길을 알아본다면 바로 잡혀서 끌려갈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주군을 따라 함께 노섬브리아에 와있던 친구 아린뵤른이 자신의 집에 에길을 숨겨줬다. 이후 입궁한 아린뵤른은 에길이 요크에 와있다고 에이리크에게 알렸고, 그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자고 왕을 설득했다. 군느힐드는 기회고 뭐고 지금 당장 에길을 잡아와서 처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린뵤른의 설득에 넘어간 에이리크는 에길에게 마지막으로 딱 하룻 밤의 기회를 줄테니 멋진 스칼드 시 한 편을 써오면 살려서 보내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에 에길은 살기 위해 시를 쓰려 했으나, 창가에 웬 제비 한 마리가 앉아선 밤이 늦도록 쉬지 않고 지저귀며 신경을 긁어대는 바람에 도무지 집중하지 못했다. 친구의 하소연을 들은 아린뵤른은 지붕을 통해 밖으로 나가 에길의 방 창가에 올라서서 그 제비를 살펴보려했는데, 제비인줄 알았던 것은 사실은 변신한 마법사였으며 아린뵤른이 나타나자 후다닥 도망쳐버렸다.[13] 아린뵤른은 그것이 다시 나타나지 못하도록 그날 밤 내내 창가에 앉아서 경비를 섰고, 덕분에 에길은 무사히 "머리에 걸린 몸값"(Hǫfuðlausn)이라는 시를 완성해냈다.
다음 날 아린뵤른을 따라 입궁한 에길은 에이리크의 앞에서 그 시를 완벽하게 낭송해냈고, 만족한 에이리크는 에길을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들 사이의 원한은 시 하나로 해소되기엔 너무 깊고 깊었던지라, 에이리크는 시가 만족스러웠던 것과는 별개로 에길을 용서한 것은 아니며, 한 번만 더 자신의 눈에 띈다면 그 땐 정말 뼈도 못 추릴 줄 알라고 경고했다.[14]
무사히 요크를 빠져나온 에길은 자신을 도와준 아린뵤른에게 애설스탠에게서 받았던 두 개의 묵직한 금반지를 선물했고, 아린뵤른은 옛날에 에길의 형 소롤프에게서 받은 명검 드라그벤딜[15]을 돌려줬다.
에길은 이후로도 모험과 약탈을 하다가 말년에는 다시 아이슬란드에 정착해서 여생을 보냈다.
2.5. 말년과 죽음
싸우다가 요절할 것 같은 인상이지만 의외로 매우 장수해서 91살 까지 살았고, 그의 시신은 가족이 소유한 영지에 묻혔다고 한다. 그가 죽고 약 백 년이 지난 뒤, 영지 내에 교회를 세우기 위해 공사를 하던 에길의 후손이 땅을 파다가 에길의 뼈를 발견했는데, 그 뼈는 골격 자체가 크기도 했지만 특히 두개골이 매우 두껍고 뭉툭했으며, 신기하게 도끼로 찍어도 맞은 부분이 하얗게 변할 뿐 깨지거나 흠집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사가에서는 에길의 뼈를 두고 웬만한 상처로는 쓰러트릴 수 없는 강건한 전사의 상징이라는 식으로 설명해놨고, 현실에서도 한동안은 전설 특유의 초자연적인 묘사로 치부돼왔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이러한 뼈의 특징과, 에길의 험악한 외모와, 그가 종종 앓던 두통과 신체적 고통을 근거로 에길이 실제로는 골 파제트 병(Paget's disease of bone)을 앓던 환자였을 것이라는 이론을 도출해내기도 한다.#
한편 에길은 수 십 년 동안 애설스탠에게 받은 은들을 아무에게도 나눠주지 않고[16] 꿍쳐뒀다가, 죽기 직전에 모스펠스바이르(Mosfellsbær) 어딘가에 묻어놓고 그 위치를 비밀에 부쳤다. 심지어 땅을 파는데 동원된 하인들까지 죽여서 입막음 시킨 바람에 그 위치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며, 아이슬란드에서는 현대에도 에길이 숨겨둔 보물이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으며 실제로 보물찾기를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1] 910년이라는 말도 있다.[2] 본명은 그냥 그림(Grímr)이지만, 탈모 증상이 심했는지 고작 25살에 머리가 전부 벗겨져서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대머리 그림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3] 사가에서는 하랄 1세가 모함에 넘어가서 스칼라그림의 형 소롤프(Þórólfr)를 죽이고 그의 재산을 몰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4] 다만 그의 배경과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노르웨이 왕조와의 악연을 설명하기 위해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및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분량을 많이 할애했으며, 에길은 전체 분량의 약 3분의 1이 지나고서야 탄생힌다.[5] 현 라트비아 서부이며 발트족의 일파인 쿠로니아인(Curonian)들에게서 유래한 지역명이다.[6] 고대 노르드어로 살무사라는 뜻이다.[7] 드라마 바이킹스에서 어린 이바르가 자신을 따돌리던 아이들을 도끼로 쳐죽인게 바로 이 에피소드에서 따온 것.[8] 아들처럼 본명은 그냥 울프(Úlfr)였으나, 밤이 되면 늑대로 변신할 수 있는 셰이프시프터(hamrammr)였기 때문에 저녁의 늑대라고 불렸다고 한다.[9] 정작 그림의 형이자 에길의 삼촌되는 소롤프는 어머니를 닮아서 잘생긴 얼굴과 매력적인 성격을 타고나서 어딜가나 호감을 샀으며 저런 광증도 물려받지 않았다고 한다.[10] 이름만 물려받은게 아니라 아예 삼촌의 캐릭터성을 복붙한 마냥 험악한 동생에 상반되는 호감가는 미남이며 요절할 운명까지 물려받았다.[11] 종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에길은 애설스탠과 친구가 됐으며, 잉글랜드에 정착해서 그의 신하가 되라는 권유까지 받았지만 후술할 형수와 조카를 위해 거절하고 떠나게 된다.[12] 즉 수호신들이 알아서 에이리크와 군느힐드를 쫓아내라는 뜻.[13] 이 인물의 정체가 밝혀지진 않았으나, 마법을 쓰는데다 에길을 엿먹이려 한 행적을 근거로 군느힐드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다.[14] 에길에게는 다행히(?) 이후로 몇 년 지나지 않아 에이리크는 반란을 일으켰다가 전사한다.[15] 영웅 "송어 케틸"(Ketill hængr)이 라플란드의 왕 구시르(Gusir)를 토벌하고 얻었다는 전설적인 검이며, 이후 케틸의 아들 그림이 물려받았다가 에길의 삼촌되는 소롤프에게 넘겨줬고, 소롤프는 동생 스칼라그림에게, 스칼라그림은 아들 소롤프에게 물려줬다.[16] 스칼라그림이 에길에게 자기 몫의 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받아내려 했으나, 에길은 "아버지, 요즘 돈이 부족하신가요? 사정이 안좋다면 드렸겠지만 제가 알기로는 아버지껜 이미 은으로 가득 찬 상자 한 두 개는 있는 것 같던데 말이죠." 하면서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