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wiki style="margin: 0 -11px -2px; color:#d42020" {{{#!folding [ 비치크래프트 항공기 목록 ] {{{#!wiki style="margin-bottom:-26px" | 단발 프롭기 | Beech 16, Beech 17(스태거윙), Beech 19(스포트), Beech 23(머스케티어), Beech 24(시에라), Beech 33/35/36(보난자), Beech 77(스키퍼), |
| 멀티 프롭기 | Beech 18(트윈비치), Beech 55/56/58(바론), Beech 60(듀크), Beech 65/70/80/88(퀸에어), | |
| 터보 프롭기 | Beech 90/100/200/300(킹에어), Beech 99(에어라이너), Beech 1900(에어라이너), Beech 2000(스타쉽) | |
| 제트기 | Beech 390(프리미어), Beech 400(비치젯) | |
| 군용기 | Beech 3000(T-6 텍산II), Beech 3000(AT-6 울버린), Beech 45(T-34 멘토), A-38 그리즐리 | }}} ※ 제조사별 항공기 둘러보기 }}} }}} |
Beechcraft XA-38 Grizzly
1. 개발 배경
미 육군항공대는 1942년에 Douglas A-20 Havoc의 뒤를 이어줄 쌍발 엔진을 갖춘 복좌 중공격기에 관한 소요 제기를 거쳐 북미 항공기 메이커들에 참여할 것을 고시했다. 캔자스주 위치타에서 1932년에 설립된 비치크래프트(Beechcraft) 사는 주로 민간 항공기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었지만, 보다 큰 이문을 남겨줄 군용기 납품도 희망하고 있었다. 이들은 몇 가지 기종을 미 육군에 납품했으나 그 수는 적었고 전부 훈련기나 수송기 같은 비전투 항공기였다. 일단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기술 분석이 이뤄지는 2차 심사에 합격점을 받게 되자, 회사는 원형기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고 이것은 비치크래프트 사가 6번째로 개발한 군용기가 되었다.2. 개발자들
비치크래프트의 기술 주임인 테드 A. 웰스(Theodore Arthur Wells : 1907~1991)는 처음에 조금 독특한 설계안을 선보였다. 1942년 3월에 군에 제시된 도면에는 쌍발 엔진을 장비한 묵직한 동체에다 기수에는 무려 구경 75mm 속사포를 장착한 것이어서 폭탄과 기관총으로 지상 목표를 공격하는 기존의 공격기와는 그 개념 자체가 달랐다. 이에 흥미를 느낀 육군은 프로토타입 2대를 먼저 발주했고, 그 해 10월에는 더미 동체에 강력한 75mm T15E1포[1]를 장착해 지상에서 사격해 모의 시험을 보여준다. 무게가 816 kg에 달하는 포가와 장전 장치는 비치 사의 빌 캐시디(Bill Cassidy)와 제스 빈트(Jess Vint), 그리고 알렉스 오데브세프(Alex Odevseff)가 개량을 거듭해 516 kg까지 중량을 줄일 수 있게 된다.3. 엔진이 없다!
곧 사내 명칭 비치크래프트 모델 18의 1호기 제작이 시작되었다. 테드 웰스의 감독 하에 조종면은 빌 아이릭(Bill Irig)이 맡고 거스 에릭슨(Gus Ericson)은 주날개를, 머빈 메이어스(Mervin Meyers)는 유압 계통, 착륙장치는 랠프 하몬(Ralph Harmon)과 노엘 네이드노프(Noel Naidenoff)가 맡아서 설계하고 실물을 제작했다. 이제 남은건 육군에서 디스트로이어(Destroyer)라고 이름붙여진 이 중공격기를 날게 해줄 심장, 즉 엔진이 남았는데 적당한 것이 없어 엔진 나셀을 비워두고 나머지 작업을 시작했다. 사실 이들이 쓰고 싶었던 엔진은 R-2800 공랭식 엔진이었지만 육군은 전투기에도 쓰기 모자란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비치크래프트 사는 액랭식 엔진을 싸서 작업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았고, 그때문에 원형기의 완성도 자꾸만 늦춰졌다. 결국 가닥이 잡힌 것은 라이트(Wright) 사에서 B-29 폭격기 용도로 개발된 R-3350 듀플렉스 사이클론이었는데, 기본형도 2,300 마력을 발휘하는 이 엔진 2기라면 무난할 것으로 여겨졌다.4. 괜찮았던 시험 비행
엔진의 선정과 장착 작업 때문에 XA-38의 처녀 비행은 원래의 스케쥴에서 1년이나 늦어진 1944년 5월 7일에나 시작할 수 있었다. 라이트 필드에 운반된 비무장 원형기 43-14406호기는 개발진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그리즐리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는데, 처녀 비행을 맡게 된 테스트 파일럿 번 루이스 커스튼스(Vern Louis Carstens : 1901~1978)도 그 애칭에 공감을 표했다. 첫 비행에서 계획에 없던 터치&고 비행을 시험한 커스튼스는 승강타가 조금 둔한 느낌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덩치에 비해 민첩하다고 평가했다. 무장이 실리지 않은 1호기는 공기역학적인 평가를 위해 실제 대포와 똑같이 생긴 더미 포신을 달고 있었지만, 중량은 훨씬 가벼운 상태였다.커스튼스가 시험비행을 하면서 XA-38은 당시 라이트 필드에서 함께 평가를 받고 있던 P-51B와 자주 비교되었다. 비록 그리즐리는 완전 무장하면 15톤이 넘는 헤비급 공격기지만 가속이 붙으면 상당히 빨랐고, 쌍발기인만큼 속도를 유지하는 능력은 머스탱 보다 더 우월했다. 사실 용도가 전혀 다른 두 기종의 비교는 의미없는 일이었지만, 그 무렵 라이트 필드는 그리즐리 때문에 꽤 떠들썩하고 유쾌한 일상을 보냈다고 추억하는 이들도 있었다.
10월 13일부터는 육군의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잭 윌리엄스(Jack W. Williams) 대위가 조종간을 잡고 24일까지 38회의 각종 테스트 비행이 치러졌다. 윌리엄스 대위는 그리즐리를 침이 마르게 칭찬했는데, 주로 저공에서 쌍발기를 능가하는 기동성에 관한 평가였다. 2호기(43-14407)는 2차 대전이 모두 끝난 1945년 9월 22일에 다시 커스튼스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실은 이미 육군은 이 공격기에 관해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2호기는 처음 계획된 대포가 달린 상태였고, 이런 기종은 드물었으므로 무장에 대한 평가를 위해 비행은 계속될 수 있었다. 2호기의 주포(?)는 7월 1일에 오클라호마주 툴사에서 지상 사격 테스트를 끝냈지만, 공중 사격은 처음이었다. 2호기는 플로리다주의 에글린 기지로 옮겨져 합계 38시간을 비행하면서 그곳 사격장에서 다양한 실제 전차나 장갑차, 트럭, 엄체호 같은 표적을 상대로 사격 실험을 할 수 있었다. 20발이 장전되는 이 포는 Type N-6 리플렉터 조준기로 겨냥해 사격하는데, 연사속도는 1.2초당 1발씩 발사되었다.
이 육중하고 단단한 공격기는 아마도 전투기로 직접 공격을 받더라도 쉽게 격추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거의 600 km/h에 달하는 속도와 기동성도 만만치 않았었지만, 충분한 방탄 설비가 바이탈 파트를 보호하고 있는데다가 동체 후방에 앉은 사수는 동체 상단과 하부에 설치된 2기의 제네럴 일렉트릭제 전동 터렛을 원격 조종하여 하나의 목표에 M2 브라우닝 중기관총 4정의 집중 사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 각 기관총에는 500발씩의 탄창이 준비되어 탄약도 지상 목표에 대하여 건쉽처럼 퍼붓기에도 충분했다. 또한 이 총탑들은 전방으로 고정시켜 조종사가 앞으로 사격하는 기능도 있었다. 포신 길이만 2.13m인 75mm 자동포가 1.2초마다 6.8 kg짜리 포탄을 뱉어내고 4정의 중기관총이 뿜어내는 화력은 아마도 볼만했을 것이다. 동체 하부에 마련된 폭탄창도 빼놓을 수 없는 설비였다. 여기에는 범용 폭탄이나 네이팜탄 외에도 어뢰와 폭뢰까지 탑재할 수 있게끔 고안되어 있었다. 긴 체공시간이나 항속거리가 필요한 경우라면 폭탄창에 별도의 연료탱크를 탑재할 수도 있었다. 그리즐리의 억센 주날개 밑에는 무장 파일런이 각각 2개씩 마련되어 있어서 여기에도 무장을 장착할 수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1.2톤의 무장을 싣고 임무 수행이 가능했다.
5. 사라진 유물
기동성도 준수하고 화력은 탁월해 공격기로서는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준 그리즐리는 왜 채용되지 못했을까?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좁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선 첫 번째로 동력이 되어줄 R-3350 엔진의 공급이 여의치 않았던 것을 꼽을 수 있다. 이 거대한 공랭 엔진은 원래가 전략 폭격기에 쓰이게끔 만들어진 것이었고, B-29의 갑작스런 증산은 그리즐리가 가져갈만한 여유분을 남겨놓지 않았다. 둘째로는 두말할 나위 없는 종전의 영향으로 인한 군축 무드와 예산이 끊길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2대만 완성된 그리즐리는 만일 실제로 채용이 되었더라도 의회는 중복 투자라며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을 것이고, 필요한만큼 생산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그리즐리 같은 지상 공격기는 아마도 일본이 원폭을 연거푸 얻어맞고도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을 경우, 일본 열도가 전부 전장이 되는 몰락 작전이 실행에 옮겨졌을 경우에나 필요했을 것이다. 쓸모없게 된 그리즐리 중 1호기는 얼마 후 스크랩되었고, 무장이 설치된 2호기는 군용기 보관소인 아리조나주의 데이비드 몬산 비행장(Davis-Monthan Airfield)에 보관되었으나, 현재는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그렇지만 2호기에 떼어낸 그리즐리의 주포 만큼은 이 공격기가 사격 테스트를 받았던 에글린 공군기지에 있는 미 공군 항공무장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