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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
주요인물 정도전 이성계 · 이인임 · 최영 · 정몽주 · 이방원 | ||
주요 인물 주변 인물 | ||
<colbgcolor=#676767><colcolor=white> 정도전 측근 | 최씨 부인 · 득보아범 · 남은 · 윤소종 | |
이성계 측근 | 신덕왕후 · 이방우 · 이방과 · 이방석 | |
이지란 · 무학대사 · 배극렴 · 조준 · 권근 | ||
이방원 측근 | 하륜 · 원경왕후 · 조영규 · 이숙번 | |
고려 지배층 | ||
고려 왕실 | 우왕 · 정비 안씨 · 공양왕 | |
권문세가 | 임견미 · 염흥방 · 박가 | |
신진사대부 | 이색 · 박상충 · 이숭인 | |
군부 | 변안열 · 조민수 | |
기타 | ||
인물 | 양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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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등장인물. 배우는 안재모이며, 사실상 본작의 진 최종 보스.2. 캐스팅 관련
안재모는 유동근과는 사극에서 무려 세 번째로 부자관계로 나온다.[1] 더욱 특이한 것은 유동근이 용의 눈물에서 태종 이방원을 맡았고 안재모는 용의 눈물에서 세종대왕을 맡았다. 즉 어제의 태종이 태조가 되고 어제의 세종이 태종이 되는 것이다. 캐스팅 공개 전에도 이방원 역으로 이민우(양녕대군), 안재모, 정태우(이방번) 등이 거론되었는데 이 셋 모두 용의 눈물과 관련이 있었다. 어느 경우든 리턴매치가 된다.[2]여기에 배우 개그가 몇개 더 있다. 연개소문에서 유동근은 연개소문을, 안재모는 연남생을 맡음으로서 또 한번 부자간의 악연과 갈등의 배우 개그가 한 개 더 성립할 뿐더러, 야인시대의 중년 김두한을 맡은 김영철은 대왕 세종과 장영실에서 장년의 태종을 맡았다! 이러면 사실상 왕자의 난을 겪고 왕위를 계승하는 때가 안재모, 이후는 김영철로 매치되는 셈.
여러 가지 소소한 개그를 더 추가하자면, 안재모는 익히 알려졌듯이 야인시대에서 청년 시절의 김두한을 연기했고, 천복이 역을 맡은 장태성은 비슷한 시기에 방영했던 KBS 시대극 동양극장에서 김두한 역을 맡은 바 있다. 게다가 안재모는 SBS 연개소문에서 연남생으로 나왔고, 임호는 대조영에서 연남생으로 출연했다. 거기에 안재모는 왕과 비에서 연산군을 했고 왕과 나에서는 용의 눈물의 이방번 역을 맡았던 정태우가 연산군 역을 맡았기 때문에 안재모는 자신의 도플갱어 셋을 모두 정도전에서 자기 손으로 없애버리는 희대의 배우개그가 나오게 되었다. 또 하나, 장태성은 무신에서 최씨 가문의 호위무사이자 최의의 장인인 원발 역으로 나왔는데, 김준(김주혁 분)이 최씨의 무신정권을 뒤집어 엎는 과정에서 임연 역을 맡은 안재모가 최씨 가문을 지키던 원발을 제거한다. 따라서 장태성은 2년 연속으로 사극에서 안재모에게 죽는 악연이 생겼다.
3. 극중 묘사
작중 주요 정치인들 중 유일하게 처음부터 괴물에 가까워 보이던 인물이자, 조선 건국과 함께한 수많은 이상주의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돋보이는 현실주의자이며, 주인공 정도전과 정반대의 세계관[3]과 국가관[4][5]을 가진 완벽한 대척점에 서있는 악역이자 최후의 승리자.3.1. 악연으로 시작된 삼봉과의 첫만남과 정치 수업
12화까지 등장이 없다가 13화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과거 준비한다는데 노루사냥을 나간 것에 이성계가 미덥지 못해하는 것으로 처음 언급되며, 더 큰 노루를 잡으려고 작은 노루를 연습용으로 일부러 빗나가게 쐈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다. 정도전과는 이때 정도전의 눈앞에서 천복이를 왜구로 오인하고 쏴 죽이며 처음 만난다. 천복이가 왜구의 길잡이 노릇을 하다가 잡힌 것을 정도전이 급히 풀어준 것이라서 왜구 옷을 입고 있었기에 오해한 것으로, 처음에는 이방원도 정도전의 설명을 듣고 실수했구나 했다가, 살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여[6] "미안하네. 부디, 극락왕생하시게"라는 말과 함께 단검으로 천복이의 가슴을 찔러 천복이를 안락사시켜버린다.[7]이게 무슨 짓이냐는 정도전의 일갈에 이방원은 죽음의 두려움과 내장이 썩어가는 고통보다는 지금 보내주는 게 낫다고 대꾸한다. 이에 정도전은 어디서 요설을 내뱉냐며 '사람의 목숨은 하늘이 결정한다(人命在天, 인명재천)'고 분노한다. 이방원은 정도전에게 한 방 맞고 쓰러졌다가, 옆에 있던 조영규가 정도전을 칼로 위협하자 일어난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정도전에게 사람의 목숨은 하늘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결정하는 것[8][9]이라고 반박하며, 이어서 정도전에게 지금 죽는 건 하늘의 뜻인지 누구의 뜻인지 비아냥거리다가 '하늘을 원망하지 금수를 원망하겠느냐'며 디스하는 정도전에게 자꾸 그렇게 나오면 진짜 금수가 되어드릴 수도 있다고 하다가, 은병을 던져주며 수의라도 입히라는 말을 하며 빠져나온다. 냉정하게 대꾸하기는 했지만 내심 조금은 죄책감이 들었는지 천복의 시신을 붙잡고 서럽게 우는 정도전을 안쓰럽게 돌아본다.[10] 그야말로 악연의 시작. 나중에 정도전과 이방원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첫 만남이다.
14화에서 이방석이 태어나자 술을 마시고 이성계의 심부름으로 찾은 양지의 무덤으로 안내하기 위해 개경집으로 오는데, 이때 '방에 들어가면 냉기가 들어가 아기와 출산하신 어머니가 고뿔이 들까 못 들어가겠다.' 하고 이성계는 술냄새 때문에 못 들어오는 거구나 하고 알아서 납득한 뒤 심부름에 나갈 채비를 하러 잠시 이성계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조영규에게 "둘러대다 그만 어머니라고 불러 버렸어. 입을 씻을 것이다. 물 한 사발 가져와"라고 하여 강씨와의 대립을 드러냈다. 작중 묘사를 보면 분명 효자인데 아버지 이성계와 친모 한씨에게만 효자다.
이성계가 평생을 두고 사랑했던 강씨에게는 홀로 날을 세워 강씨를 '그 여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강씨조차 아직은 이방원에게 별 감정없이 자식으로 대하고 있고, 다른 아들들도 어머니로 대우하는 것과는 천지차이. 오죽하면 심복 조영규도 "아니, 다른 나으리들은 안그러시는데 왜 유독 나으리만 개경 마님을 싫어하시는겁니까?"라고 물어볼 정도. 사실 실제 역사에서 저 시점의 이방원은 해봤자 16~17세 밖에 안된 청소년이니, 강씨를 적대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상황은 아니다.
15화에서 이성계가 호바투와 맞서기 위해 출진한 동북면 진중에 어사화를 머리에 꽂고 과거합격장인 홍패(紅牌)를 든 채 이성계를 찾아와 과거에 급제한 것을 알렸다. 이 때 정몽주가 이방원에게 최소한 몇 번은 과거용 개인교습을 해줬다고 한다. 이성계 가문의 첫 과거급제자이고, 실제 역사에선 이성계가 이 사실을 상당히 좋아했는데, 본 사극에선 어찌 무덤덤하다. 하지만 어사화 꽂힌 관모를 집어들고 어루만지며 흐뭇해하는 듯한 묘사를 봐서는 좋으면서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전형적인 아버지상을 연출하려고 한 듯 하다[11]. 이후 이방원은 과거급제해서 아버지의 소망을 들어 드렸으니, 다음은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싶다며 무장으로 입신출세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건 현 고려 정치 실태에 실망해서라고 본인이 정몽주와의 대화에서 드러낸다. 하지만 이성계는 전쟁이란 사람이 할 게 못 된다며 역정을 내고, 전쟁은 자신의 대에서 끝내고 너희 세대는 인간답게 살라는 충고를 한다. 그리고 호바투를 토벌한 공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견제하는 조정이 못 미더워 아버지에게 반란을 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성계에게 무너뜨리는 건 쉬운데 다시 세우는 건 어려워서 못하는 것이란 답을 듣고 입단속을 명받는다.
16화에선 정도전의 안변책을 읽고 그것을 조정에 보내 이성계의 소환을 막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정도전의 식견을 높이 사며 맞아들일 생각을 한다. 정도전을 경계한 아버지 이성계와는 달리 오히려 정도전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셈. 이때 신경쓰지 말라는 아버지를 설득하는데 대사가 이렇다. "탑을 쌓으려면 좋은 석공이 많아야 하는 법입니다. 아버지께서 재능있는 인물들을 많이 거느리시면 그만큼 탑을 쌓기도 쉬워지지 않겠습니까. 대학연의에서 이르길, 임금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을 밝음으로 삼는다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능히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이성계는 별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이후 대학연의를 구해서 읽고 제왕의 도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고 단독으로 정도전을 포섭하기 위해 나선다. 재회한 자리에서 정도전을 부친의 책사로 맞이하겠다는 제안에 "내가 겨우 네 아버지의 책사 노릇이나 할 사람으로 보이느냐? 함께 대업을 이룰 동지라면 몰라도…"라고 배포를 보이며 받아치자 이를 허세라 여기며 물러난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선 정도전을 역시나 범상찮은 인물이라 여기며 포섭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얼마 후 이인임의 음모에 개경에서 이성계의 가솔들이 모조리 연금당하는 신세가 되자 이성계의 신상이 위기가 닥쳤음을 깨닫게 된다. 이성계의 집을 연금하던 병사들과 마주치는데 야인시대 때의 내공을 드러나는 액션을 보이다가 숫적으로 불리하자 조영규의 도움으로 혼자 빠져나온다. 그 와중에 정도전을 포섭하려 했을때 "이성계 대감을 살릴 수 있는 건 나뿐이다"라고 했던 정도전의 말을 떠올리면서 아버지가 있는 동북면 대신 삼봉재로 달려가 정도전을 찾는다. 정도전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정도전은 이미 정몽주가 이성계에게 동북면으로 데리고 간 뒤라서 어찌되었든 목적은 이뤘다. 그 후 동북면으로 달려가 반란을 도모할 것을 주장하다 정몽주의 꾸지람을 받는다. 결국 개경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정한 아버지와 함께 하는데 불안해하는 이지란에게 이미 호랑이굴에 들어왔으니 걱정한들 아무 소용없다. 하지만 만약 아버지가 변을 당하게 된다면 이인임은 물론 정몽주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며 싸늘한 눈빛으로 정몽주를 바라본다. 선죽교에서의 훗날을 생각하면 싸해지는 부분. 거의 말끝마다 죽여야 한다, 멸망시켜야 한다, 반역을 도모해야 한다는 등의 위험한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개경으로 돌아온 뒤에는 아버지에 대한 걱정이 겹쳐 계모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는 집을 나서다 정도전을 만나 이성계에게 곤경에서 벗어날 계책이 담긴 서찰을 전해줄 수 있도록 정도전을 의관으로 변장시키는 기지를 발휘한다. 이때 정도전이 처음으로 이방원을 칭찬해주면서 그럭저럭 죽이 잘 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9화에서는 정도전의 부탁을 받고 조영규와 함께 이인임의 측근인 호위무사를 미행한다. 무사가 지나간 약방에서 이인임이 복용하고 있는 약재를 입수하여 정도전에게 가져다 주고, 약재를 관찰한 정도전은 이인임이 노체(=폐결핵)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담으로 정몽주에게도 그랬지만, 이방원이 19화부터 정도전을 숙부님 이라 칭한다. 용의 눈물에서 정도전의 최후에서 이방원이 정도전을 아저씨라 칭하고 정도전은 이방원을 조카라 칭한 적이 있어 이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묘한 감흥을 주는 장면이다. 둘 다 능력도 출중하고 가슴속에 야망을 품고 있고 이성계를 돕는다는 점에서 통하는 면도 있고 이방원의 혈기방장한 모습이 정도전의 젊은 시절과 겹치는 모습도 있고 해서 급속도로 친분을 쌓은 듯 하다. 활터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이건 뭐, 조정에 따를 만한 사람도 없고…삼봉 숙부같은 분이 재상이 되신다면, 한번 출사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며 서로 진심을 감추고 떠보기만 하지만 알건 다 안다는 눈빛을 교환하며 능구렁이 포스를 겨루고 있다. 일처리가 똑부러져서 정도전은 이인임의 뒷조사나 이성계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 등 중요한 심부름들을 시키며 신임하고 있다.
이인임을 기습할 당시 이성계와 동행하였는데 그때 각혈을 한 이인임을 목격한다.
전반적으로는 10대 나이에 벌써부터 역성혁명을 꿈꾸는 열혈 야심가로서의 면모를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다만 정치판에서 이래저래 견제로 힘들어하는 아버지 이성계에게 섣부르게 역성혁명을 논하다 바로 갈굼크리를 먹고, 정도전의 진가를 알아보고 책사로 삼으려하나 도리어 정도전에게 논박을 당하는데다 이성계의 소환을 막으려 정도전이 쓴 안변책을 조정에 보내지만 오히려 이인임 일파에게 더 큰 견제를 받게 되어 개경에 있는 가솔들마저 인질로 잡히게 되는 등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건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안변책을 안보냈으면 곧 소환될 형편이었고 안변책을 보내 소환을 일차적으로 막는데까지는 성공했다. 소환이 불가피해지고 가솔들까지 잡히게 된건 이성계의 대학연의가 염흥방에게 발각된 탓이다. 이 시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도전 말마따나 이인임의 당여가 되는 것말곤 없었다.
사실 이방원은 그 시점에서 겨우 만 16세였다. 겨우 16세에 저 정도 능력과 배포에 이성계나 휘하 중진들을 상대로 발언권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버프다. 고증을 살리고자 했다면 이방원은 집에서 책이나 보고 있어야했다. 조선개국과정에서 이방원의 공적이 알려진 것보다 적다고 보는 연구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연구자도 이방원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시기는 위화도 회군 이후~정몽주 참살 시점으로 본다.
그 후로도 재기는 있지만 무모한 면모를 자주 선보여, 이러한 혈기왕성한 모습에서 향후 어떤 식으로 정치적 권모술수에 눈을 뜨게 되는가도 관심거리이다. 그리고 20화 초반까지의 전개를 보면 엄청 똑똑하지만 아직 어려서 미숙한 면이 있는 이방원에게 맨투맨으로 권모술수를 강의해주는 선생이 다름아닌 정도전이다. 그러니까 정도전이 이방원의 정치적 스승 역할을 하고 있는 셈.
3.2. 역성혁명의 기린아
22화에서 남은과 정도전의 집에서 처음으로 만나는데 눈빛이 워낙 매서워서 그런지 남은이 바로 쫄아 정도전에게 "저놈 도대체 누군데 눈빛이 매섭소?!"라고 물어본다. 정도전은 눈빛말고 성질도 매서운 놈이라며 괴물잡을 사냥개 아들이고 꽤 똘똘하다고 일러준다.23화에서 아버지가 수시중이 되었는데 이제 출사를 하라고 권하는 강씨에게 관직에 뜻이 없고 자기 인생을 자기 뜻대로 살겠다고 하다가 소자가 아닌 소생이라고 말해 은연 중에 반감을 내비치고 만다. 소자는 부모 앞에서 스스로를 칭하는 말이고 소생은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을 부르는 말로 이는 강씨를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는 뜻. 향처와 동등하게 아내 취급을 받는 경처 입장에서는 향처 소생이라곤 해도 엄연히 부모자식간인데 자신을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다니 불쾌할 수밖에 없다. 이에 강씨가 질책하자 아예 작정하고 자기 하나 정도는 고향의 어머니만 생각해도 되지 않겠냐고 말하고 방을 나왔다가 이성계와 정도전의 대화를 우연히 듣고, 정도전이 말한 대업이 역성혁명임을 알게 된다. 이때 정도전에게 발설하지 말라며 이를 어길시 내 손으로 베겠다는 경고를 듣는다. 참고로 정도전과 정몽주의 대립 암시 떡밥인 둘의 대화를 뒤에서 슬쩍 쳐다보는 모습이 마치 훗날을 예견하는 거 같다는 짤방이 올라왔다.
24화에선 최영의 요동정벌과 명의 철령위 요구로 심란해하는 정도전에게 고려가 도탄에 빠질수록 대업의 날이 가까이 오는데 기뻐하진 못할망정 걱정은 왜 하냐며, 자신은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말라고 태연하게 말한다. 자신보다 한술 더 뜨는 이 말에 정도전도 뭔가 싸한 걸 느꼈는지 일순간 이방원을 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25화에서는 정도전에게 네가 이성계의 아들이기 때문에 대업의 대의보다 사리사욕을 강조할 수 있다면서 다시금 깊게 관여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는다. 정작 이방원은 한숨 한 번 쉬고 귓등으로 넘긴 듯하다. 그리고 그 회차 후반부에서는 인질이 될 우려가 있는 이성계의 개경 가족들을 피난시키려는 정도전과 함께 개경 자택에 방문한다.
26화에서는 서경에 있는 이방우와 이방과의 연락으로 상황이 긴박해진 걸 알고 정도전에게 다시금 지체없이 강씨를 데리고 도성을 떠 동북면으로 가라는 말을 듣는다. 그 즉시 강씨를 찾는데, 이때 강씨는 향처인 한씨가 있는 화령으로 내려가면 서로 불편할 것이라 생각해 동북면이 아니라 친정이 소유한 농장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27화에서 강씨의 위치를 알아내지만 한발 늦어서 강씨 일가가 인질로 잡혀가는 것을 발견했다. 이 때 군사의 수가 많은 것을 보고 조영규가 어찌할 바를 몰라하자 "고민한다고 해서 병사 수가 줄어든다더냐?" 하면서 화살을 날리며 행동파적인 면모를 선보였다. 이후 강씨를 보호하면서 싸우다가 등 뒤에서 습격을 받는데 강씨가 몸을 던져 막아내려 했다. 이후 은신처에서 여전히 강씨에게 차갑게 대하지만 어째서 자기 대신 칼을 받으려고 했냐는 말에 꼭 이유가 필요하냐는 강씨의 말을 듣고 표정을 보면 뭔가 심경에 변화가 생긴 모양. 복잡한 와중에도 이복동생 방번과 방석에게 이불을 덮어주기도 했다.
28화에선 자연스럽게 강씨를 어머니라 부르고, 이를 본 조영규가 "물 한 사발 떠올까요? 입 씻으시게"라고 농담을 해도 좋은 날이니 술이나 한 잔 하자며 받아 넘길 정도로 마음을 열게 되었다. 훈훈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더없이 씁쓸해지는 장면. 오랜 세월 남처럼 살다가 어머니의 사랑으로 겨우 하나가 된 가족이 그 어미의 욕심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는 결말을 맞게 생겼다.
29화에서는 정도전 앞에서 '조민수를 처리해야 한다'는, 역시나 혈기 넘치는 모습을 보이다 정도전에게 꾸중을 듣는데, 정도전의 말이 더 가관이다. "내가 너를 꾸짖는 이유는 너의 의견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그런 중요한 뜻은 숨겨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말을 할 당시 조민수는 아직 본심을 드러내지 않은 때다. 그리고 조민수를 지지하는 이색에게 따지러 가는 정도전을 따라가서 정도전과 같이 이색에게 따졌다. 거기서 권근이 이방원에게 버럭했지만, 이방원이 살기등등하게 째려보자 순간 움찔했다.
30화에서는 기나긴 백수생활을 접고 드디어 관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대업을 위해서이다. 이성계가 정치에 싫증을 느끼고 하야하려 하자, 아버지가 하야할 경우 말리지는 않겠으나 그 대신 자기가 대업의 주체가 되겠다며 관직을 받은 것. 아직 20대 초반에 조선이 건국되기도 전이건만 벌써부터 아버지 자리를 노리고 있다.
3.3. 대업의 고비에서 괴물을 쓰러뜨리다
31화에서 이성계가 대업의 결심을 굳힌 후 정도전, 남은, 윤소종, 조준과 함께 대업의 결의를 다진다. 도중 이방원이 새로운 나라는 어떤 나라여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하고 각 멤버가 새로운 나라에 대한 구상을 말하는데, 이방원은 이걸 경청한다. 거기다가 구상을 말하지 않은 것은 이방원 뿐이라 상황이 흡사 이방원이 개국공신들에게 가르침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방원을 제외한 대업 멤버들의 구상을 보면 조선의 기틀 그 자체인데, 이걸 듣는 태종 이방원이 조선 역사에서 어떤 입지에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묘한 장면이다.조준의 상소로 사전 혁파가 공론화되고 찬반 양론이 격해지자, 정도전이 이를 통해 적과 동지를 확실히 가리려는 속셈인 걸 확인하고, 이성계 역시 대지주로 형들이나 이지란이 사전 혁파에 부정적일 때 아버지가 동참해야 뜻이 설 것이라고 찬성한다.
32화에서는 이성계가 명나라 사신으로 떠밀려 갈 위기에 처하자, 이성계를 대신해 이색과 함께 명나라에 다녀온다. 이때 정도전이 명나라 사신으로 갔다 죽은 사형의 절명시를 건네며 내 뜻을 알겠느냐 묻자 알다마다라며 외려 반기듯 웃는다. 바로 죽을지도 모르는 곳에 위험을 감수하고 이성계 대신 가 달라는 뜻. 이성계는 어느 부모가 자식을 대신 사지로 보내냐며 반대하지만, 이방원은 이성계가 간다면 주원장이 후환을 없앨 목적으로 반드시 죽이려 할 것이나 자신이 가면 자신을 죽여서 이성계와 원수가 될지 환대해서 이성계를 친명파로 둘지 저울질하게 될 것이니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두 배로 는다면서 자기가 가야한다고 주장, 정도전도 그 의견에 가세하여 결국 이성계의 고집을 꺾는다.(그리고 게시판에서는 주원장의 선진문물을 배워온다, 숙청 조기유학 등의 드립이 나오고 있다.) 여담으로 명나라로 떠나는 날 이성계는 내색을 안하려고는 해도 눈에 띄게 침울해져 있고 강씨는 눈물을 삼키는데, 이방원은 그런 강씨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소자,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강씨는 그런 이방원에게 며칠을 밤새워 짠 수필낭을 건네며 잠긴 목소리로 몸 성히 돌아올 때까지 부처님께 빌고 또 빌 것이라 기원한다. 어쨌거나 무사히 돌아왔다.
이후 조준의 계민수전과 이색의 1전1주제 중에서 표결로 이색의 안이 통과되자 정도전에게 찾아와 이색 일당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33화에서 정몽주가 이성계를 찾아왔을때 이방원의 모습이 미래를 아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안한 느낌. 게다가 역성을 지금 할지 아니면 미룰지를 결정하는 자리에서 조준이 명분의 부족을 상기시키자, 이방원은 "명분은 만들면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하여 미래의 태종으로서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34회에서 이방우가 찾아와 정도전의 멱살을 잡으며 대노하자 이는 아버님께서도 바라는 바라며 말리는데, 닥치라며 거의 절규하다시피 하는 방우의 표정에 순간 자신도 표정이 흔들린다. 예고에서의 대사와 엮어 생각해보면 모두가 아버지의 계획에 동참하지는 않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뒤를 잇겠다는 야망을 품을 계기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35회에서 큰형 이방우가 아버지의 역성 계획을 알고서 집을 나가 행방불명되자 큰 형의 행방을 쫓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자택에서 이성계와 정도전이 이방우와 관련된 대담을 나눌 때 밖에서 무언가를 골똘히 사색하는데, 너무 깊이 빠져 정도전이 말을 걸어도 전혀 눈치 못챌 정도였다. 이에 조영규가 뭔 생각에 그리 깊이 빠졌냐고 질문하자, 자신이 임금이 돼서 용상에 앉는 상상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스로 '허황된 상상'이라고 했으며 어차피 아들만 많은 집안 맏형 하나 준다고 다섯째인 자기 순서가 오겠냐는 식으로 말해 아직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을 생각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정도전이 이성계에서 '(이방우는)세자가 되실 분'이라는 말을 하자 미묘한 브금이 흐르며 이방원도 미묘한 분위기로 정도전을 바라보기도 했다. 아직 개국전이고 방우 말고도 형이 셋이나 더 있어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방원이 단순히 이성계의 아들로서가 아니라 그 이상의 야망을 품고서 역성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36회에서는 예리한 감으로 정몽주의 연막작전을 꿰뚫어보고 정도전 축출 계획을 눈치챈다. 이를 막기 위해 아버지를 만나지만 이성계가 관여를 거부한다. 그런데 이성계가 거부하면서 이지란에게 곡괭이를 가져와서 저놈 좀 패야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때 이방원의 말이 더 가관인데, 자기가 직접 실한 놈을 찾아오겠다면서 맞장구를 쳐버린다. 이성계가 관여를 거부하자 직접 정몽주를 찾아가 정도전에 대한 탄핵을 그만두라고 경고 한다. 경고가 통하지 않자 그는 자신은 아버지와 다르다며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1차 협박을 하지만, 되려 아버지의 인망을 이어받지 못해서 역적의 무리와 어울린다는 정몽주의 꾸중이 돌아온다.
그러자 이번엔 자신은 삼봉 숙부와도 다르다며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나 고사 쾌도난마와 비슷한 예시를 제시하며 자신은 정도전과 달라 단칼에 잘라버린다는 말과 함께 2차 협박을 한다. 이방원이 아버지와 숙부의 보좌역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행보를 시작할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이 말다툼은 정도전이 평양행을 택하면서 흐지부지되지만, 방원은 이제 정몽주를 더 이상 숙부라고 부르지 않으며, 아버지 앞에서도 정몽주라고 이름만 불렀다가 "말조심해라. 네 숙부다"라고 꾸짖음을 듣고, 역성혁명파 인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아예 저 자라고 부를 정도. 더불어 이성계가 정몽주의 편을 드는 것은 대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몽주에 대한 적개심을 보인다.
37화에서는 이성계에게 한 하늘에 해와 달이 함께 떠있을 수는 없듯이 정도전과 정몽주 둘 다 얻는다는 것은 욕심이라고 일침한다. 이후 조영규에게 이성계와 정몽주의 대립이 극에 달해 언제 일전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상황을 전해듣는다. 양어머니와 척을 지면서까지 극진하게 여겼던 친어머니의 빈소를 차마 떠나기가 힘들어 갈등했으나 '아들만 여섯을 남기신 어머님이 즐비한 아들들 사이에 끼어 곡을 하는 것과, 개경의 아버님 곁에서 칼을 쥐는 것 중 어느 것을 효도라 하시겠느냐'는 아내 민씨(뒷날의 원경왕후)의 충고에 마음을 다잡고 개경으로 향한다.
38화에서는 조준을 먼저 만나 상황을 파악하려다가 조준, 남은, 윤소종이 잡혀가는 걸 보고는 급히 집으로 가 이성계의 부상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바로 치료 중인 벽란도로 가서 이성계를 만난다. 도중 정몽주가 보낸 숙위군에게 위협받기도 하지만 이성계의 기지덕분에 아버지를 무사히 개경으로 모셔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성계가 의식불명이고 정몽주의 기세는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는 등, 갈수록 상황이 안 좋아지자 배극렴, 이지란과 함께 공양왕에게 정몽주를 막아 줄 것을 주청하나, 공양왕은 정몽주가 실권자임을 내세워 계속 이를 회피하고자 한다. 그러자 돌연 공양왕에게 궁 바깥에 왕이 정몽주의 당여다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는 말을 하여 그를 비꼬고, 이것을 들은 공양왕은 기가 막혀한다.
그 이 후로도 이성계의 용태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혼비백산에 빠진 가족들과의 대화에서 상황을 타파하고자 "방도는 단 하나. 정몽주를 죽이는 것입니다!"라는 제안을 한다. 여기에 큰형 방우가 격렬하게 반대하자, 대업을 이루면 형님이 장차 장남으로 세자가 되어야 한다며 설득하지만, 방우는 방원의 따귀를 올려붙이며 그깟 세자 자리 지나가던 개나 주던 네가 하던 마음대로 하라며 끝까지 반대하다 나가버린다.
39화에서는 정몽주와 정도전이 마지막 술자리를 가진 걸 알고는 정몽주를 찾아가서 우정이 눈물겹다고 비야냥거린다. 정몽주는 이젠 인사조차도 하지 않는 것이냐고 반문하자 자신은 아군에겐 인사, 적에겐 칼이라고 대답한다.[12] 이를 들은 정몽주는 이성계의 아들이 아니었으면 너도 사약을 기다리는 신세였을 거라 응수한다. 이후 이방원은 아버지가 다쳤을 때 살수를 보낸 답례를 해주겠다고 말하지만, 정몽주는 그를 한심한 녀석이라고 칭하며 철없는 위험한 놀이는 이제 끝이니 대업 따윈 잊고 유자로 되돌아오라는 말을 하고는 이방원과 헤어진다.
이성계가 깨어난 후 정몽주가 찾아오자 만약을 대비하여 방 밖에서 경계하며 둘의 대화를 들은 후 고민을 하는데, 순군부에 갇혀 있는 삼봉 숙부에게 찾아가서 어떻게든 정몽주를 정치적으로 제거를 할 수 밖에 없으니 숙부님이 도와드렸으면 한다고 부탁하지만 그 삼봉 숙부도 차라리 대업의 순교자로서 죽을지언정 포은을 죽일 수는 없다, 아니 죽이면 안된다고 거절한다. 아버지와 숙부까지 저러니 방원으로서는 그저 답답할 지경. 이 때 아내 민씨가 영감도 실은 망설이고 있는 거 아니냐며 말하는 걸 듣고 마침내 결심을 굳힌다.
"숙부님의 대쪽같은 지조와 절개는 분명 만인의 귀감일 것입니다. 허나, 산에는 대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틀리고 꺾인 칡넝쿨도 있는 것입니다. 그것들이 어우러져 비로소 산이 이루어지는 것일진대 어찌 숙부님께서는 대나무만 고집하시는 것입니까? 한번쯤은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몸을 맡기실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하여가를 적은 서신을 정몽주에게 보내 집으로 초청한다. 이 자리에서 오랜만에 정몽주를 숙부라 부르며 마지막 설득을 한다. 이때 만수산에서 따온 칡으로 담근 술이라며 내놓는다. 여기서 기존의 하여가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내놓는데, 이렇게 저렇게 산들 상관 없으니 부귀영화나 누리고 살자는 뜻을 넘어 산에는 위로 자라는 대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자라는 칡넝쿨이 있고 그것이 어우러져 산이 되는 것이라며 정몽주를 설득한다. 하지만 정몽주는 이성계의 혁명은 아래에서 위로 역류하는 물같은 것이라며 끝까지 반대하고 단심가를 적은 서신을 답례로 주고 갔으며, 결국 조영규 등의 수하들을 보내 한 때 숙부로 대했던 남자를 암살한다.
하지만 정몽주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수하들을 시켜 정몽주를 살해하는 동안 그답지 않게 초조해 하던 모습이나 정도전이 정몽주의 시신을 안고 통곡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착잡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심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을 보면 죽이라고 했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이방원 스스로도 부인 민씨가 지적했던 것처럼 정몽주와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은 남아있었던 모양이다.[13] 생각해보면 이게 이방원의 첫 정치적 살인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이방원이라도 첫 살인 대상이 엄청난 정치적 거물이자 존경하던 이였으니 그만큼 더 압박감과 죄책감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40화에서 정도전을 먼저 만나 그에게 정몽주를 죽여야 했던 정당성을 말하며 이해를 해주길 바라지만 되려 자기를 숙부라 부르지 마라는 절연 선언을 듣게 된다.[14] 그 이후 이성계가 이방원이 정몽주를 죽인 사실을 알고 그를 부르는데 이방원은 맞을 매는 먼저 맞는 게 낫다며 이성계에게 간다. 거기서 분노한 아버지가 던진 목베개를 머리에 맞아 피를 흘리고,[15] 거기다가 칼 맞을 뻔하고 자기가 사람 새끼가 아니라 짐승 새끼만도 못한 놈을 키웠다는 말까지 듣게 된다. 이에 이방원은 아버지인 이성계에게 진심으로 정몽주를 죽일 마음이 없었느냐, 아버님은 절대로 대업을 포기하실 분이 아니지 않느냐며 오히려 반항하나 결국 아버지에게 자신의 대의를 인정 못 받고 방을 나오게 된다. 인정받지 못한 것이 좀 분했는지 조금 흥분한 이방원은 그대로 배극렴과 자기 형 이방과를 불러 이색, 이숭인, 우현보 등의 정몽주 일파를 족치게 한다.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역성파의 막내였던 그가 드디어 역성파의 핵심에 우뚝 선 것이다. 그리고 귀양갔던 조준 등이 복귀하고 이성계 일파가 요직을 독식하면서 이방원도 밀직제학 벼슬을 받는데, 이때 공양왕이 그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나 신하인 이방원이 노려보자 왕이 금세 움츠러 들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성계가 권력에 싫증을 느끼고 모든 관직으로부터 사직하자 '용상을 비우고 밀어넣으면 되지 않겠냐?'며 공양왕의 폐위, 그러니까 고려사직의 종결을 앞장서서 이끌게 된다. 중도에 공양왕의 이성계와의 동맹시도라는 황당한 상황을 겪고 공양왕을 "당신, 헛물 그만 좀 켜시죠" 하고 직접 비꼬기도 했다. 더구나 이때 군왕인 공양왕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어쨌든 결국 공양왕은 이방원의 눈앞에서 폐위된다.
" 피 흘리지 않는 대업은 몽상입니다. 숙부님께서 추구하는 선위는, 요순시대에나 가능한 것이란 말입니다! 대업은 새로운 권력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권력은 칼! 정적의 선혈이 배인 칼에서 나오는 것이란 말입니다!"[16]
그러나 이성계가 도저히 보위를 오를 생각을 안하자 정도전의 설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를 찿는다. 그의 예상마나 정도전은 정몽주의 묘소에 나타나자 찾아가는데, 정도전이 정몽주에게 사과하고 싶어 온 것이냐고 묻자, 자신은 지나간 일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한다. 그는 정도전에게 아버지를 설득해 달라 부탁하지만, 정도전은 다시 한 번 자신을 숙부라 부르지 말라고 하며 대업의 정당성이 다 이방원에 의해 날아갔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이방원을 대업에 끌여들였다는 것이 천추의 한이라는 말을 남기며 떠난다. 이방원은 떠나는 정도전에게 "피 흘리지 않는 대업은 몽상입니다. 숙부님께서 추구하는 선위는, 요순시대에나 가능한 것이란 말입니다! 대업은 새로운 권력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권력은 칼! 정적의 선혈이 배인 칼에서 나오는 것이란 말입니다!"라고 외친다.[17]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하륜이 의미심장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쨌거나 결국 정도전은 이성계 앞에 나타나 그를 설득하기로 하고 이를 본 이방원은 일이 잘 됐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3.4. 믿었던 이들의 배신
조선 개국 이후 정안군에 봉해지지만, 정몽주 격살 사건 이후 아버지와 정도전은 노골적으로 냉랭한 태도를 보인다. 덕분에 이방원은 큰 공을 세웠는데 죄인 취급이라며 불만을 표하는 한편 자신을 만나 주지 않는 아버지, 그리고 자신을 변호해주지 않는 숙부 때문에 노심초사한다.[18] 큰형 진안군 방우가 사라진 후 둘째 방과와 더불어 세자 후보에 오르며, 이에 마누라와 함께 상당히 설레는 모습을 보인다. 말이나 행동을 보면 형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게 확연히 보일 정도이다. 대신들의 여론도 평화로우면 방과가 좋지만 혼란스울 땐 방원도 나쁘지 않다며 그에게 호의적이었다.그러나 정도전은 세자 자리를 두고 이성계가 조언을 구하는 자리에서 "덕이 있는 왕자를 국본으로 삼으라"고 대답하는데, 이를 정몽주를 살해한 이방원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우회적 표현으로 이방원은 해석하고 정도전이 자신의 세자책봉을 거부할 것, 때문에 자신이 세자가 되긴 글렀다고 추측하며 우울해 한다. 이에 아내의 조언에 따라 중전 강씨를 찾아가 협조를 구하나 '네 공은 잘 알지만 응당 적장자가 세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방우가 떠나면서 적장자 계승 원칙은 이미 깨졌으므로 형제 중 누가 세자가 되더라도 상례를 어기는 게 아니라고 하여 능력 있고 공 있는 자신이 세자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말이 오히려 강씨에게 그렇다면 자신의 아들도 세자가 될 수 있다라는 깨달음을 주게 된다. 그래서 방원은 중전 강씨에게 심사숙고하겠다는 대답을 듣고 좀 실망한 기색을 보인다.[19] 이 때 장인 민제가 찾아와 그에게 하륜을 소개받았으나 당장 만나지는 않았다. 하륜은 민제에게 "세자 자리에 오르고 싶으면 중전 강씨를 멀리하라"는 충고를 하고 자리를 떠나고, 중전은 하륜의 이야기대로 이방원이 설득하면서 꺼낸 떡밥에 각성해 친아들인 방석을 세자로 삼겠다는 약속을 이성계로부터 받아낸다. 그리고 이성계는 이방원을 부르는데 대답을 기다리던 이방원은 드디어 아버지와 만날 수 있다는, 그리고 세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에 화색이 되어 궁궐로 간다. 그러나 이성계의 명은 동북면으로 가서 조상들의 묘에 자신의 즉위를 알리고 왕릉으로 조성할 것이었고, 이에 이방원은 분한 듯 세자는 누구냐며 돌직구를 날린다. 그리고 이방원은 이성계로부터 그 폭탄선언을 듣게 된다.
42화에서는 이방원은 이성계에게 의안군은 너무 어리고 개국에 공적이 없으며 대안은 자신이라는 말로 자기어필을 한다.[20] 그러나 이성계는 요지부동.[21] 이에 울분에 찬 이방원은 왜 자신은 안되냐며 이성계에게 항의하자, 이성계는 전쟁터에서 가장 큰 승리는 피를 흘리지 않은 승리라는 예시를 들며 왕이란 칼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22] 이방원에게는 그 마음이 없다며 왕의 자격이 없음을 단언해 버린다. 이에 분에 몸을 겨누지 못하며 궁궐을 나온 그는 밖에서 아내 민씨의 마중을 받으며 자신이 세자자리에서 탈락했고 그 자리에 의안군이 올랐음을 알린다. 이를 들은 민씨가 모두 중전 강씨의 모략이었다며 분을 터트리자, 처음에는 어머니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아내에게 화를 내지만, 그래도 뭔가 의심이 존재했는지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중전의 거처로 간다. 그리고 거기서 강씨가 자신을 배신했음을 알고 만다. 배신감을 느낀 이방원은 민씨가 들어와 말릴 때까지 강씨와 말다툼을 하게 되고 오늘 일을 절대로 잊지 않을 거라 말하고 거처를 나간다. 방원이 나간 후 강씨는 민씨를 잠시 붙들어 나중에 방원을 불러 위로할테니 알려달라는 부탁을 하지만, 민씨는 남편은 어머니를 잃은 기분일테니 그러긴 힘들 것이라며 대꾸하고 나오는데, 그 말처럼 밖으로 나온 이방원은 분노와 슬픔으로 인해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리고 눈물까지 흘리는데...
그리고 아직 입장표현을 하지 않은 정도전을 찾아가 "우리는 항상 같은 길을 향해 가고 있었고, 도중에 길이 엇갈렸지만 같은 길을 가고 있으니 다시 만날 것이며, 그것이 오늘이었으면 한다"라고 말하곤, 무릎까지 꿇으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정도전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강력한 왕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왕권이 아닌 재상중심의 통치체제를 꿈꾸는 정도전의 경계를 샀다.
그리고 나오는 도중에 의안군과 마주쳤는데 의안군에게 사람에게는 어울리는 자리가 있으니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 보겠다고 반은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한다.[23] 그러나 정도전이 의안군을 지지했음을 알리자 다시 한 번 분노한다. 설상가상으로 정도전은 의안군의 권위에 위협이 되는 한씨 소생의 왕자들의 공신자격을 모두 박탈했고 방원도 1등 공신의 자격을 빼앗긴 채 동북면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본회가 끝나기 직전 동북면에서 돌아오는데 장인인 민제가 손님을 모시고 왔음을 알게 되는데 바로 하륜이었다. 방원은 아버지 눈밖에 난 자신을 찾아온 것은 잘못이라고 하지만 하륜에게 보위를 노리고 있음을 지적받자 눈빛이 달라진다.
43화에서는 이방원은 자신의 야심을 눈치챈 하륜의 속을 떠보아 그의 야심을 확인한다. 그래도 신뢰가 안 가는지 이방원은 자기 당여가 되고 싶다면 내 도움없이 혼자서 도당에 입성해보라는 과제를 내리고, 하륜은 당시 정치적 이슈였던 도성천도에 끼어들어 음양산정도감의 책임자가 됨으로서 이를 멋지게 수행해낸다. 이를 보고 이방원은 하륜을 신뢰하게 되고 자기도 제갈량을 얻었다며 크게 기뻐한다. 더불어 천도문제로 이성계와 공신간의 틈이 벌어질려 하자 이 상황을 정치적 기회로 삼고자 한다. 그러나 천도문제는 중도에 정도전이 종결지어 버리는 바람에 하륜 말마나 밥은 다 됐는데 뜸은 되다 만 상황이 만들어지고, 되려 정도전의 권력만 더 커지자 이방원은 못마땅해한다.[24] 이후 이방원은 정도전과 윤소종의 상가의 술자리에서 대면한다. 이방원은 정도전과 자기, 그리고 조준, 남은이 모인 현 상황을 보며 대업을 결의하던 그 때를 회상하고 그리워하는 한편 정도전의 권력이 과도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게다가 이젠 정도전을 숙부라 부르지도 않는다. 그러나 정도전은 아직 그런 비난을 듣기엔 이르다며 앞으로 왕자들의 사병혁파를 할 것임을 단언한다. 이에 분개한 이방원은 정도전을 나라의 주인인양 행세한다는 비판을 한다. 그러자 정도전은 왕은 군림만 할 뿐 실질적인 국정운영은 집정대신이 할 것이라며 재상통치체제를 주장한다.
이를 들은 이방원은 기막혀 하는데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이 "이 나라는 이씨의 나라지 정씨의 나라가 아니다"라고 하자 정도전이 "이 나라는 이씨의 나라도 정씨의 나라도 아닌 백성들의 나라"라고 대꾸한 장면과 유사하지만 이방원은 여기서도 왕권의 중요함을 지적한다면 정도전은 민본을 강조한 용의 눈물과 달리 집정대신, 사대부에 의한 나라 조선을 꿈꾸고 있다는 인상이 더 강하다.
44화를 보면 드디어 본격적으로 정도전과 충돌하는데, 43화에서는 정도전을 숙부라 부르지 않더니 조선경국전의 부당함을 설명하며 이젠 아예 간적이라 칭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아버지에게 정도전이 자신의 이상을 위해 아버지를 이용해먹었다며 그를 믿지 말라고 한다.[25] 이성계가 말을 안 듣자 이번에는 형제들과 함께 신덕왕후와 세자를 설득하러 가지만 역시나 별 소용이 없었고 덤으로 세자와 이방원의 논쟁이 벌어지는데[26], 이방원은 비타협적이고 강경할 정도로 정도전을 굳게 신뢰하는 세자의 말에 흥분했는지 정도전을 비호하는 세자에게 "이거 세뇌를 당해도 너무 당하셨습니다"라는 말까지 날려버린다.[27][28] 덕분에 신덕왕후의 화를 불러 쫓겨난다. 하륜은 이를 실책이라 평했는데 신덕왕후라고 조선경국전이 맘에 들리가 없을 터인데 그녀를 자극함으로서 협력을 얻기 힘들어졌다는 것. 이방원도 자신의 실책을 인정한다.[29] 한편 명나라의 요구로 조선의 왕자를 보내야 하자 정도전의 주장으로 인해 자기가 끌려가게 생겼고, 이에 아예 스스로 명나라에 갈 것을 이성계에게 알린다. 한편으로 정도전을 믿어선 안된다며 이성계를 설득한다. 그러나 이성계는 그 말을 듣고 울면서 왜 다른 형제처럼 조용히 못사냐며 꾸짖음보다는 한탄에 가까운 말을 하다, 결국 아들을 사지로 몰아야 한다는 슬픔을 참지못하고 이방원을 끌어안고 울부짖는다.[30]
사실 이방원의 행보의 뒤에는 하륜이 있었다. 하륜은 명나라에 이왕 가게 될 거라면 자발적으로 나서라고 조언했고 그러면 대외적 이미지도 좋아지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방원을 매우 아끼는) 이성계가 마음을 풀게 될거란 계산 하였다. 덕분에 서먹서먹했던 이성계와도 화해하게 된다. 다만 이성계가 방원을 끌어안고 울자 방원도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인걸 보면 그 역시 어느정도는 진심이었던걸로 보인다.[31] 이방원은 가기 전 아버지에게 사병혁파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성계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도전은 이방원은 어차피 명으로 갈 운명이었고 이성계와 한 약속이 자기와 한 약속도 아니라며 곧 다시 할 것임을 이방원에게 선언. 이에 이방원은 분해하면서도 스리슬쩍 뭔가 믿는 구석이 있음을 내비치고 정도전에게 "살아서 돌아올 것이다"란 말을 남기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길을 떠난다. 참고로 이방원이 믿고 있던건 하륜이 천도 이야기를 다시 꺼냄으로서 만약 살아서 돌아온다면 그때까지 사병혁파를 미뤄두는 것이였다.
45화에서 포박당한 채 끌려와 귀향과 옥살이 중 하나를 택하라는 주원장에게 정도전의 위험성을 설파하였고, 이때 이방원이 보인 당당한 태도가 마음에 든 주원장은 포박을 풀어주라 명하면서 "조만간 선물을 보낼 것이니 기쁘게 받아서 잘 써라"라고 하며 조선으로 돌려보낸다. 즉, 주원장을 자신의 숨겨진 지지세력으로 만든 것. 귀국 후, 정도전의 위세를 지켜보면서 하륜과 함께 와신상담하던 중 주원장이 자신에게 보낸 표전문의 내용이 너무나 오만불손하다는 이유로 초안을 작성한 정도전의 압송을 요구한다. 형제들과 함께 진법 훈련에 참가하여 정도전을 기다리던 중 이것을 알게 된 이방원은 '선물이 드디어 당도하였다'고 말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46회에서 주원장의 숨은 지원을 받으면서 당여들로 하여금 정도전을 정치적으로 공격했다. 하륜이 떠나기 전에 정도전을 만나 사직한 기분을 어떠하시나 하며 말한다. 이 말은 듣은 정도전은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말했다. 그후 하륜이 명나라로 사신으로 떠난 후 하륜의 추천을 받은 이숙번을 만나는데, 권신이 아닌 강력한 군왕이 다스리는 나라를 이상으로 여긴다는 이숙번의 말에 흡족해하면서 나이를 묻고는 주군이 아닌 형님이라 부르라 하면서 이숙번을 동생으로 대한다.[32] 주원장이 하륜에게 정도전을 제거하라는 밀명을 내린다.[33] 또한 이 회차 초반에 중궁전에 온 정도전과 신덕왕후의 대화에서 신덕왕후가 왕자들 중 최상위 경계대상[34]으로 여기고 있음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즉, 한씨 소생 왕자들의 중심 축이 되어있음을 모두가 인정한 것.
47회에서는 신덕왕후의 처소로 병문안을 가는데, 이 때 이방원이 과거 신덕왕후가 준 수필낭을 아직도 지니고 있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신덕왕후의 처소에서 좀 쉬라는 핑계로 이방석과 이지란을 내보내고 나인들을 물려 둘만의 자리를 마련하다. 그리고 신부전으로 온 몸이 마비되고 의식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신덕왕후에게 처음 개경에서 강씨를 만났을 때 너무 아름답고 상냥한 그녀가 내 친어머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철이 들고 강씨의 존재가 친어머니를 괴롭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미워하려 노력했음을 실토한다. 그리고 그렇게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던 중에 회군 당시 강씨가 그를 구해준 그 때부터 그녀를 친어머니처럼 생각하게 되었는데 왜 자신을 버리고 방석을 선택했냐며 쌓아왔던 울분과 한을 토해내며 그 때 차라리 자길 구하지 말고 내버려 뒀어야 했다고 그녀에 대한 애증을 드러낸다.
그러나 곧이어 이게 다 권력 탓이니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다면서, 이제 아무런 미련없이 보위를 노릴 것이다라고 선포한다. 경악하는 신덕왕후에게 그는 예전에 그녀가 만들어 주었던 수필낭을 갈갈이 찢겨진 상태로 되돌려주며 머지 않아 방석이를 똑같이 만들겠다는 엄포를 하고 작별을 고하며 자리를 떠버린다. 그러나 이방원의 이 행위는 두 번의 위기를 불러 오는데, 첫 번째는 한 상궁나인이 이방원의 선포를 엿들었지만, "저 여인보다 오래 살고 싶거든, 알아서 처신해야 할 것이다."라는 단 한마디의 협박으로 제압해 넘어간다[35]. 두 번째는 신덕왕후가 임종 전 마비된 몸을 어떻게든 움직이면서 이방원의 역심을 알리고자 한 것. 이는 신덕왕후의 다잉메시지가 실패함으로서 넘어갈 수 있었다.
얼마 안 가 하륜이 조선으로 돌아오면서 주원장의 밀명도 이방원의 귀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방원은 "주원장이 날 사냥개로 여긴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낸다. 그리고 거사 강행을 주장하는 이숙번의 주장에 반대하면서 거사의 명분이 부족하여 자칫하면 내전이 일어날수도 있다고 하고, 하륜 역시 주원장이 노리는 게 누가 이기든 내분으로 조선이 약화되는 것일 거라 하여 밀명에 대해선 탐탁치 않은 모습을 보인다. 결국 이방원의 입장은 정도전 제거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주도로 조선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여 진행하는 것이지, 명나라의 의도대로 꼭두각시로 움직일 생각은 전혀 없다.[36][37] 대신 정도전의 사람을 빼돌리자는 하륜의 의견을 따라 조준을 꼬신다. 그러나 정도전은 이미 이를 파악하고 하륜을 귀양보내버린다. 곧이어 정도전이 와 자신이 이미 주원장과 이방원이 커넥트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말을 하며 주원장은 포기하라는 권고를 날린다. 이방원은 자기가 외세의 힘을 빌릴 사람으로 보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자신의 힘으로 정도전을 이길 것이라는 비아냥을 날린다. 그러나 정도전은 그 힘도 곧 없어질 것이라며 조선은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이방원은 정도전의 마지막 말을 신경쓰는데, 얼마 안가 정도전은 요동정벌론을 내놓는다.
3.5. 모략 속에서 건진 최후의 승리
48화에서 요동정벌론을 들은 이방원은 이를 조선을 위기로 몰아 놓는 행위로 보지만, 정도전은 이를 단연코 실행하려 할 것이라며 불안을 표한다.[38] 설상가상으로 명나라에서 볼모로 잡힌 조선 사신들을 처형하면서 요동정벌론이 힘을 얻을 상황에 놓이자 당황스러워한다. 하지만 이성계가 요동정벌론을 거부하고 정도전을 좌천시키면서 한 숨 돌리게 된다. 그러나 정도전과 적대하게 되었으면서 그를 대신하게 된 조준 또한 이방원에게 우호적이지 않았고, 이성계의 명으로 사병들을 모아 진법훈련이 시행되자 훈련의 최고지휘를 맡은 세자를 겁박하며 반발하지만, 이성계가 직접 훈련을 지도하기 위해 훈련장소로 오면서 이는 실패로 끝난다. 이후 이성계가 요동정벌론에 찬동하면서 정도전을 다시 불러오자, 항소를 위해 이숙번과 함께 이성계에게 가지만 중도에 정도전에게 걸려 조용히 물러날 것을 권고받는다. 뒤이어 자신에게 반발하는 이숙번에게 정도전이 밥버러지라며 그렇게 살기 싫으면 불가능한 꿈을 하나 정도 가지라는 말을 하자, 좋은 조언을 들었다며 순순히 물러난다. 이후 형들과 자기 당여들을 모아 거병을 하자는 의견을 내놓지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도전이 사병혁파를 위해 보낸 군사가 그의 자택을 기습한다. 이에 이방원은 칼을 빼들기 까지 하며 반발한다.[39][40]자신을 제지하려는 무장을 칼로 베면서까지 사병혁파에 강경하게 반발한 이방원이었으나 결국 정도전의 사병혁파는 전하가 윤허한 것이니 반항하면 죽인 뒤에 재가를 받으면 될 일이라며 이방원을 죽이고 무장을 다치게 한 일에 대해서 문책하려하나 민씨가 무릎꿇고 눈물을 흘리며 이방원의 목숨을 구걸하여 겨우 살아남는다. 그 후 술을 마시면서 폐인이 된 것처럼 위장하고 하륜이 충청도에서 거병하여 한양에 당도할 때까지 시간을 보낸다.[41] 그러나 갑자기 이성계의 병환이 위중해지고 이성계가 죽을 경우 정국이 혼란해질 것을 두려워한 심효생이 정도전에게 왕자들을 죽이자하여 한밤 중에 대궐로 불려가 죽을 위기에 처한다. 당시 대궐은 병사나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불도 모두 꺼져 있었다. 이를 본 방과등 다른 왕자들은 뭔가 이상하다며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돌아가지만, 방원은 홀로 들어갔다[42]. 그리고 정도전에게 '죽일 거라면 문에서 죽였겠지'라고 하자, 정도전은 '거기서 도망쳤으면 용상을 노릴 깜냥도 안되니 죽일 필요가 없지만, 여기까지 들어올 정도라면 죽여야겠다'라고 한다. 그러나 결국 정도전은 이방원을 죽이지 못하고 그 대신 강제로 동북면 낙향 선언을 하게 하여 겨우 살아남는다. 그리고...
드디어 거병하여 자신을 감시하던 병사들을 죽이고 난을 개시한다.마지막인 50회에서는 부하들이 도성의 주요 시설을 장악하는 동안 행방이 묘연한 정도전을 찾는 한편으로 정도전과 갈라선 도당의 주요 중신들을 설득하는 일을 민씨에게 맡긴다. 대세는 이방원에게 기울고 끝내 이숙번이 정도전의 행방을 알아낸다. 정도전이 있는 송헌방으로 가 남은 등의 저항을 물리친 이방원의 반정군은 정도전의 포획에 성공한다.[43][44] 그리고 이방원은 정도전을 만나 자신을 세자로 삼지 않은 것이 큰 실수였다며, 정몽주를 죽이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정도전에게 마지막으로 요동정벌이나 사병혁파, 숭유억불, 병농일치, 민생, 민본 등등 다른 정책은 모두 받아들일테니 신권정치만 포기하고 자신의 신하가 되라고 회유하지만 정도전은 신권정치를 포기할 의향이 없고 정도전이 말한 신권정치의 목적은 자신의 생각과 완전히 대치되는 것이었다. 정도전이 추구하는 신권정치는 왕을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과는 다르게 신권인 재상은 백성을 통해 탄생되는 만큼 신권정치가 백성과 가깝기에 이상적이면서도 안전한 나라이며 그렇기에 왕은 오로지 백성을 위한 도구여야만 한다는 논리여서 이방원과는 함께할 수가 없다는 것.[45]
이방원은 결국 정도전을 끌어내어 죽이기로 결심한다. 죽이기 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더냐'는 정도전의 말을 "손바닥 말고, 다른 하늘을 가져와 덮어버릴 것이오"라고 말하며 조선은 이제 충심의 상징인 정몽주를 숭상하는 나라가 될 것이며 정도전은 조선이 있는 한 역적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그렇게 정도전의 모든 것은 부정되고 비록 기록이 남더라도 자신이 없애버릴 것이라며 정도전을 저주한다.[46][47] 그리고 절명시를 남긴 정도전이 백성이 존재하는 한 민본의 대업은 이어질 것이니 잘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기는 것을 듣고서 헛웃음을 짓고선 잘 가란 말과 함께 자기 손으로 정도전을 베어버린다.[48] 이후 반정군에 의해 장악된 대궐로 가는데 도중 민무구, 민무질 형제가 세자 이방석을 베자 정도전의 장남 정진이 세자마마라며 울부짖자 "누가 세자라는 것이냐?"라는 말과 함께 등장한다. 그리고 방석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정도전의 허수아비라며 세자로서 부정한다. 그리고 정진도 죽이라는 민무구에게 그럴 것 없다며 제지한 후 가문의 대는 잇게 해주겠다며 아버지를 잊고 살라는 말과 냉소를 남기고 대전으로 들어간다.
"어떻사옵니까? 소자…제법 군왕다워 보이지 않사옵니까?"
"어찌 말씀을 아니 하시는 것이옵니까? 소자가 임금처럼 보이지 않느냐 여쭙고 있지 않사옵니까?"
"아바마마, 임금의 재목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이 용상을 차지할 힘을 가진 자가 임금의 재목인 것이고, 이 용상에 앉는 자가 바로 임금인 것입니다. 아시겠사옵니까?"[49][50]
"어찌 말씀을 아니 하시는 것이옵니까? 소자가 임금처럼 보이지 않느냐 여쭙고 있지 않사옵니까?"
"아바마마, 임금의 재목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이 용상을 차지할 힘을 가진 자가 임금의 재목인 것이고, 이 용상에 앉는 자가 바로 임금인 것입니다. 아시겠사옵니까?"[49][50]
이방원은 정도전을 벤 칼을 든 채 피투성이가 된 채 아버지와 드디어 대면한다. 이방원은 이 모든게 아버지의 잘못이라며 그를 탓한다. 또한 삼봉이 어찌 되었는지 묻는 아버지에게 칼에 묻은 삼봉의 피로 화답한다. 이에 이성계가 슬퍼하자 정도전이 눈물 콧물을 질질 짜면서 살려달라고 애걸했는데 아버지께 보여 드리지 못한 게 유감이다라며 정도전의 최후를 왜곡[51]해서 아버지에게 알린다. 배신감과 분노, 슬픔으로 정신줄을 놓은 이성계는 이방원이 왕이 되면 온 세상을 피바다로 만들 것이라며 이방원을 부정한다. 더불어 이성계에게 용상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지옥의 불구덩이인지 듣고 그게 그렇게 탐이 났냐는 질책을 듣자 미친 듯이 탐이 났다며 곧이어 용상에 앉는다. 그리고 정신줄을 놓은 아버지 앞에서 "제법 군왕처럼 보이지 않습니까"라고 말한다.
역성혁명 과정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하며 아버지 이성계를 도왔지만 부왕이 된 이성계에게 군왕의 자질이 없다고 외면당하고 줄곧 찬밥 신세가 되어 정도전에게 계속 위협을 당한 아들 이방원의 그 동안 쌓인 서운함과 울분, 반감이 그야말로 폭발한다. 용의 눈물에서는 왕에 오른 뒤 결국 아버지의 품에 안겨 어린아이처럼 통곡하며 죄송하다고 용서를 비는 모습을 생각하자면 본작에서는 왕좌에 대한 아쉬움과 욕심만이 아닌 그 동안 아버지를 비롯하여 양어머니, 스승이자 숙부로 모셨던 정도전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욕과 견제에 큰 수치와 배신감에 대한 반동인지 상당히 광기가 넘치고 비정한 모습으로 나온다.[52] 마지막 장면에서 이성계에게 자신의 야심을 공표하던 순간에는 눈물섞인 광기를 보여주며 이러한 자신의 울분을 모두 토해낸다. 용의 눈물에서 정도전을 죽이기 이전에 마지막까지 그를 설득을 했고, 죽이고 나서도 인간적인 고뇌를 하면서 그에게 존경심을 표한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어찌보면 정도전의 이방원은 인간미가 많이 떨어졌지만 다르게 보면 <용의 눈물> 때의 이방원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다. 같은 배우가 맡았던 이 사람이 연상되어 더더욱 소름끼친다.
이 때 정도전이나 아버지에게 자신을 세자로 세우지 않은 게 실수였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왕의 재목이라는걸 인정해주기 바라는듯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들의 실수는 방원을 세자로 세우지 않은 게 아니라 진작 죽이지 않은 거라며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
용상에 홀린 아들의 모습을 본 이성계는 네가 어쩌다 그런 꼴이 되고 말았냐며 방원에게 눈물섞인 연민이 담긴 탄을 하자, 이방원은 "아바마마, 임금의 재목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이 용상을 차지할 힘을 가진 자가 임금의 재목인 것이고, 이 용상에 앉는 자가 바로 임금인 것입니다. 아시겠사옵니까?"라는 말을 한다. 마지막으로 이성계에게 "이제 아바마마와 삼봉의 시대는 끝났사옵니다. 이제 소자의 시대이옵니다, 지켜보시옵소서."라고 말하는 한편 "언젠가 아버지처럼 왕이 되어 세상을 호령하겠다. 하지만 아버지와 같은 왕은 절대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53]을 남기고 대전을 나선다.
얼핏보면 이 시퀀스는 이방원의 이성계에 대한 패륜적인 행동만 있어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것이 이방원이 용상에 앉아 임금 같아 보이지 않느냐며 외칠때 그의 눈에선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또 나서기 전 잠시 멈추어 서서 정줄놓은 아버지를 고뇌하는 눈으로 바라보다, 내키지 않은 발걸음을 내딛듯 나가버리는 걸 보면 방원의 아버지에 대한 효성은 아직 남아있던 걸로 보인다. 극중에서 보여주지 못한 이후 벌어질 두 사람의 애증관계에 대한 복선이라 봐도 문제없을 것이다. 여담으로 대전에 쳐들어온 이방원과 이성계의 대화 도중 흐르는 bgm의 제목은 용서인데, 이방원이 사실은 아버지의 용서를 받고 싶었던게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사실 이 장면은 정현민 작가의 스타일이 구체적인 지문을 쓰기보단 배우에게 일임하는 면이 강하다는 측면에선[54] 대본보다는 배우의 연기 보정과 연출의 승리라고 봐야 할 듯. 이성계 vs 이방원
이후 에필로그에선 조선의 3대 국왕인 태종으로 화려하게 즉위한다. 이때 정면을 보다가 옆에서 흡족해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눈빛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55]
4. 그 외
황천복을 죽게 만든 첫 만남 때문에 처음부터 정도전과 대립각을 세울 것 같이 보였으나 정도전이 이성계의 참모 역할을 하게 되자 자연스레 숙부라고 부르며 맡긴 일들을 충실히 수행하고 정도전은 그 과정에서 정치와 권모술수를 가르치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가진다. 직접적으로 사제 관계라고 언급되지는 않다가 세자 책봉 문제로 정도전을 설득할때 이방원 본인이 정도전의 제자였다는 말을 꺼낸다. 정도전 입장에서는 자기를 잡아먹을 호랑이 새끼를 키워버린 셈이다. 아직은 장성한 두 형과 쟁쟁한 숙부들에 가려 단순한 행동대장처럼 보이지만 앞으로의 역사를 알고 있는 시청자들에겐 행동이나 말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게 보인다.기록상 조선 건국 이전까지는 이방원 등 신의왕후 소생의 자식들과 신덕왕후의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용의 눈물에서도 이방석의 세자 책봉 전까지는 이방원이 신덕왕후를 극진히 모신 것으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본 드라마에서는 이런 것들을 뒤엎고 처음부터 이방원이 신덕왕후를 싫어하는 것으로 나와서 팬들은 처음에는 조선 건국 후 세자책봉 과정에서 두 사람이 멀어지는 부분을 간략하게 위한 것이 아니겠냐는 추측했으나, 뚜껑 열리고보니 대립-화해-다시 대립하는 극적 전개를 위한 포석이었다. 제작진의 의도는 적중해서 시청자들 사이에선 차라리 역사를 몰랐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다.
극 중 최종보스, 그것도 극강의 최종보스 보정을 가진 상황이다보니 정도전 시청자 커뮤니티에서는 '킬방원', '정브라더스 슬레이어', [56] 등 화려한 예명으로 불리고 있기도 하다. 또한 정몽주나 정도전 등의 인물을 바라볼 때마다 살생부 적는다[57]고 어떤 사람들에겐 씁쓸한 농담거리가 되고 있다. 40화 이후 이방원이 주역급으로 떠오르면서 정갤에선 왕자님이라고 부르는 팬들이 늘어났다.
극중에서도 논의를 할 때마다 이방원은 유독 죽이자, 제거하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서 더더욱 킬방원 이미지가 올라가고 있는 중. 물론 젊은 나이의 과격함을 강조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39화를 기점으로 그 말이 사실이 되어버렸다. 오죽했으면 팬들 가운데서는 이방원만 나오면 작품이 호러물이 된단 소감도 있다.
39화에서 정몽주를 제거한 이방원의 이 한 수가 조선 개국에는 결정적인 한 수가 되었지만, 반대로 이성계와 정도전, 대업의 정당성에 있어서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해 조선 개국 후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1차 왕자의 난을 불러일으키는 전개로 흘러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의미심장하게도 40화에서 정도전과 절연하는 자리에 하륜이 뒤에서 지켜보는데 하륜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군주상인 이방원의 모습을 보면서 하륜이 그의 휘하로 들어갈만한 계기를 마련했다.
42화에선 상당히 불안정하고 격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 좀 뜬금 없는 행동이라는 평과, 이방원 나이대(20대 중반)에는 오히려 저런 행동이 더 어울린다는 평으로 나뉘었다. 사실 이방원이 이미 완성된 캐릭터라면, 그 이방원을 왕 자리로 이끌 하륜이 굳이 등장할 이유가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긴 한다. 또한 작중 이방원은 현실적이고 권력 중심적이며, 냉혹하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겐 정을 보이는 모습을 보인다. 극중의 젊은 이방원은 먼저 배신하거나 정몽주처럼 정말 피치못할 상황이 아닌이상 주변 사람들을 두텁게 대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야심은 있지만 아버지와 양어머니에 대한 효심과 숙부 정도전에 대한 존경만큼은 언제나 지극했다. 후자는 이방원이 첫 등장 때부터 너무 무게감 있게 등장해서 약간 미묘하게 처리되긴 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전자는 확실하게 그려왔다.
그런데 숙부로 모시던 정몽주를 죽여가며 옥좌에 올린 아버지와 친어머니와 다를바없이 믿고 의지했던 새어머니, 함께 대업을 결의해 옆에서 보좌해왔던 숙부가 모두 자신을 배신하고, 매도하고 그것도 모잘라 자신의 공적을 모두 지워버린 것이다. 배신감도 배신감이지만 자신이 그들을 위해 해온 모든 행동이 통째로 부정당한 것이다. 이 정도면 이방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도 정신줄 놓고 돌아버리기 딱 좋은 상황이다. 사실 아무래도 비교대상일 수밖에 없는 용의 눈물 이방원도 이런 뒤통수 상황에서 좀 더 의뭉스럽고 진중하긴 했지만 아버지 면전에서 여색 멀리하라고 대들고 신덕왕후에게 전설의 노루투척을 시전하기도 했고.
더욱이 극중에서 과거 이방원은 자신이 다섯째이기에 자기가 아버지의 후계자가 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푸념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런데 둘째 형 다음으로 가능성이 높은 세자 후보까지 올라갔으니, 그 기쁨이 말로 표현 못할 정도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41화를 보면 이방원은 화 내내 기대심리와 초조함과 함께 기쁨이 얼굴에 서려있다. 그런데 그 기대를 자신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고 존경했던 자들이 박살내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모든 것을 짓밟아 버렸으니, 그 때 이방원이 느낄 실망감과 배신감을 생각해보면 이방원의 속이 뒤흔들릴 만도 한 것이다.
이방원은 정도전이 추구한 민본의 진의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는 정도전이 자신의 진정한 이상을 그 누구에게 알리거나 사회적으로 퍼트리거나 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혼자서 간직한체 살아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방원은 정도전이 죽기 직전 정도전의 진의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의미를 깨닫고 정도전의 목숨보다 정도전의 사상을 더 위협시 하는 모습을 보이며 정도전을 역적으로 만들어 그의 존재와 사상을 조선에서 없앨 것이다라는 선언을 한다.
근데 생각해볼 것이 이후 이방원이 진짜 그랬을까? 그의 사상을 담은 삼봉집이나 조선경국전은 그대로 남았으며, 그가 이룬 신왕조 창건 공적도 다 기록이 남았다. 결국 그의 사상은 남았고 덕분에 우리는 그의 사상을 연구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가 지탄받던 조선왕조 내에서도 그에 대한 연구는 존재했다. 단지 대놓고 못했을 뿐이지. 이방원이 의도한 바와는 전혀 결과가 다른 것. 더욱이 태종의 후계자인 세종이 시행한 의정부서사제는 사실상 정도전의 재상총재제와 태종 이방원의 절대왕권이 서로 타협한 형태다. 세종의 사상과 정치는 세종의 세자 시절부터 태종도 아버지로서 스승으로서 이미 알고 있었을터. 결국 태종은 정도전의 사상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관한 셈이 된다. 아니 멀리 볼 것도 없이 분명 정도전을 역적으로 몰겠다고 했지만 결론 내려진 정도전의 죄는 종친모해죄다. 역적이었다면 정도전의 사상과 엇비슷한 건만 내놓아도 그대로 대역죄인이 되니 효과적이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 그렇기에 극중에서 보여주지 않았을 뿐, 승자의 여유를 지니게 된 이방원이 이후 정도전에 대한 생각을 바꿨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여담으로 이를 암시하는 듯한 대사가 있다. 다음은 42회에서 이방원이 자신을 세자로 지지해 달라며 정도전과 나눈 대화다.[58]
이방원: 처음부터 삼봉 숙부와 나의 뜻은 다르지 않았다.
정도전: 중도에 길이 엇갈린듯 하다만.
이방원: 민본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같으니 결국 어디에선가 다시 만날 것이다.
OST 중 '방원의 꿈'이라는 곡이 있는데, 흡사 이방원의 테마곡같은 제목이지만 정작 극중에선 그렇게 많이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방원과 정몽주·정도전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중심으로 '되돌려야 한다'라는 OST가 더 애용된 감이 있다.
5. '최종보스로서의' 이방원 캐릭터에 대해
5.1. 비판론
극 최후반에 들어서 캐릭터의 깊이나 스탠스 측면에서 아쉽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전까지의 악역이나 조연들이 나름의 사상이나 이념을 가지고 행동하며 복잡한 면모를 보여줬던 것에 비해[59] 이방원은 소위 '킬방원'으로 대표되는 냉혹함과 권력욕만으로 똘똘 뭉쳐있는 걸로 묘사되어 너무 단편적이고 일차원적인 3류 악당이 되어버렸다는 것. 후반으로 갈수록 그런 면모가 강해져서 마지막화에서 절정에 이르는데, 왕자의 난 당시 이방원을 지지했던 공신들과 종친들은 무력을 동반한 협박때문에 그런 것으로 나왔고 '민본의 나라가 지척에 있었는데 망쳐버렸다'는 정도전의 대사 등을 통해 '위대하고 고결한 혁명가 정도전의 이상'을 '자신의 이기적인 권력욕과 비열하고 폭력적인 수단으로 망쳐버린' 전형적인 3류 블록버스터에 나올법한 악당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안재모의 호연 덕에 어느 정도 커버가 되었지만 본인의 능력과 수완, 들끓는 야심, 비정한 손속, 자기 합리화와 변명 등이 복잡하게 엮여있었던 용의 눈물의 이방원에 비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점. 관련글1234이미 이방원은 오래 전부터 고려를 대신할 새 나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던 사람이며, 조선 건국 당시부터 왕을 노리고 있던 인물이다. 다시 말해 구체적이지는 않을지언정 어떻게 해나갈 것이라는 자신 나름대로의 비전을 가지고 있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60] 게다가 역사상 정도전의 죄목은 역적죄가 아닌 종친모해죄이며, 그밖에 1차 왕자의 난 당시 지방에 있어 화를 피한 정도전의 아들 정진을 처형하기는 커녕 몇년 안 돼 벼슬을 줘서 복권시켰으며, 국가의 공식입장으로만 부정했지 다수의 대다수의 사대부들은 이미 '선유(先儒)'로 존경하는 등 15세기 중반부터 이미 역사적으로 복권이 된 상태였던 점 등 드라마와 같이 개인의 감정까지 상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관계라고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비교하자면 이방원을 너무 단편적이고 일차원적인 3류 악당으로 만들었다는 비평은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정도전의 졸기에는 '이방원은 그를 역적으로 매도하고 그의 업적 또한 폄하하는 작업을 펴는 동시에 사병혁파 등 정도전의 정책을 대부분 수용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걸 보면 일부러 나쁘게 묘사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주었다. 그것 뿐 아니라 세자 방석과의 언쟁에서 밀리고 '정도전은 요동 정벌 끝나면 명으로 가서 전부 뒤집어 쓰려고 했는데 이방원 이 개념없는 새끼가 권력욕으로 전부 말아먹음'하는 듯 하게 묘사를 해 놓았다. 아무리 주인공인 정도전을 띄워주어야 한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한 수준이다.
아직 젊은 나이라서 정치적 비전이 결여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옹호론도 있는데, 이는 이방원의 인생여정을 제대로 고찰하지 않은 매우 단편적인 해석이다. 정도전이 처음 이성계를 찾아온 것이 1383년인데 이 해가 이방원이 과거에 급제한 해이다. 정도전은 관직 생활 초기를 공민왕의 비호 아래 비교적 무탈하게 보내다가 나이 30줄에 들어서야 이인임을 비롯한 권문세가와의 대립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냉혹한 정치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지만, 이방원은 사회에 첫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고려 최강의 명장이자 고위관료인 아버지 이성계를 둘러싼 치열한 정치적 암투를 몸으로 겪으며 성장한 사람이다. 적어도 드라마상의 묘사로는 그렇다. 중앙정치판 경험의 밀도 면에서는 정도전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심지어 본격적으로 대업의 일익을 맡으면서는 혁명파 주요 멤버들의 국가관과 비전을 일일이 경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 그가 정작 강한 왕권의 이유로 제시하는 것은 권신의 등장을 막는다는 것 정도다. 정도전이 줄곧 '백성'을 내세울 때 이방원은 그에 맞서서 대체 왕권을 가지고 뭘 할건지, 강한 왕권이 어떻게 국가와 백성들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제대로 제시해 본 바가 없다. 아직 젊어서 그렇다? 그가 세자가 되어 사병혁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혁을 추진한 것이 고작 1년 8개월 뒤, 1400년 4월부터의 일이다. 단 2년도 안되는 시간 동안 정도전이 남긴 기록들을 읽고 갑자기 각성하여 정치적 비전이 완성되었다는 것이 더 비현실적이지 않겠는가?
이방원을 너무 단편적이고 일차원적인 3류 악당으로 만들었다는 비평은 아무래도 이방원이 지닌 비전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탓이 크다. 이전의 상대역들이 각각 기존의 고려를 유지하려는 이인임과 최영, 고려란 나라를 유지하되 내부를 개혁하려는 정몽주처럼 나름의 비전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와 싸우는 정도전이 민본사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나라를 만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방원이 주요 상대가 된 조선 건국 이후로는 재상총재제라는 비전을 보인 정도전과 달리 이방원은 어떠한 비전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나온 적이 없다. 재상총재제 외에는 정도전의 모든 것을 받아 들이겠다고 하여 정도전과 사상적 공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음을 내비쳤지만 단지 그것뿐. 나름대로 대안을 가지고 서로 부딪쳤던 이전의 상대들과 달리 이방원은 반대는 있지만 정작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개인 감정과 권력욕때문에 싸운다는 평을 듣게 된것. 게다가 왕자의 난에서 이방원을 지지했던 공신들과 종친들을 설득이 아닌 무력을 동반한 협박때문에 그런 것으로 표현함으로서, 정도전을 대의를 가진 이로, 이방원은 권력욕때문에 무력으로 타인을 억지로 따르게 하는 무뢰배로 만들어버렸다.
5.2. 옹호론
1차 왕자의 난 당시 이방원의 나이 32세다. 아직 경험적으로 사상적으로 무게감을 가지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다. 지금은 상당히 입체적인 모습을 보이는 정도전만 해도 젊은 시절에 힘도 깊은 생각도 없이 허세와 객기나 뿌린다며 비난받은 경우가 많은 적이 있었는데 이 때 정도전 나이 33세. 그때의 정도전보다도 젊다. 게다가 극 종결시점까지 아직 이방원은 사상도 정치도 전혀 시작하지 않았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명군 태종의 정치는 바로 이 드라마가 종결된 1차 왕자의 난이 이후가 바로 시작이기 때문이다. 진정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이방원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사실상 시즌2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61] 또한 자문을 맡은 이덕일이 정도전빠에 이방원까적인 성향이 있기에 이 부분도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이다.또 재상총재제외에는 정도전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여 정도전과 사상적 공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음을 내비쳤고 한편 개인적 원한은 집어넣고 정도전을 등용하려는 포용력을 보여주기도 하였으며, 정도전을 죽인 이유도 원한이 아닌 그의 사상의 위험성을 이유로 들었다. 정도전이 재상총재제의 진정한 목적을 거창하게 말해서 이방원이 부정적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이방원 입장에서는 단지 정도전의 사상이 왕권을 위협했기에 이를 부정한 것뿐이다. 충신 정몽주를 숭상하는 나라를 만들 것이다라는 말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 즉 이방원이 개인적 원한으로 정도전을 죽이고 저주한건 아니며, 오히려 이미 강력한 왕권을 통한 부국강병이라는, 정도전의 사상과 비슷하지만 정반대인 확고한 비전을 지니고 있었고 정도전의 재상총재제가 자신의 비전과 공존불가능이기에 그를 부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아버지 앞에서 자신이 꿈꾸는 나라를 만들 것이다라고 외쳐 스스로 비전을 지니고 있음 내비쳤다. 즉 뭔가 있긴 한데 드라마에서 제대로 말 못한 것이라 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분량 부족, 분량조절 실패, 정도전이 주인공이란 요소 때문에 이방원의 사상을 제대로 설명하긴 무리였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방원은 왕자의 난 이전에 정도전의 충고를 회상하면서 이를 기억못하는 정도전의 행태를 씁쓸해 하기도 했고, 대는 잇게 해주겠다며 정도전의 장남 정진은 살려주었다. 아버지에게 패륜적 말을 하고 대전을 나설 때는 잠시 머뭇거리며 이성계를 씁쓸한 눈으로 보다 내키지 않듯이 빠져나가는 모습도 보여주어 이방원이 완전히 인간미도 잃은 것도 아니다.
결국 이방원이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끝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결말이 쿠테타니까. 본 드라마는 절대로 행위를 미화하지 않는다. 특히 쿠테타라면 더. 위화도 회군도 이성계가 별 수 없듯이 일켰다는 듯이 당위성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였어도 이후 정몽주와 최영의 '진짜 역심이 없냐?', '말로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 발언과 자신은 역적 아니라며 역적스런 행보를 보여주는 이성계의 위선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식으로 앞서 보여준 미화적 요소를 불식시켜버렸다. 1차 왕자의 난도 비슷하다. 이는 주인공인 정도전에게도 예외는 없어서 대의를 보여주긴 했으나, 극중의 이야기대로라면 민본사상의 정수인 재상총재제를 주장하면서 같은 재상인, 아니 자기보다 직위가 높은 조준을 무시하거나 겁박했다. 심지어 조준은 요동정벌 이전까지 재상총재제는커녕 정도전의 정책에 반대한 적도 없는데도. 정도전의 행보는 그야말로 공포와 독선으로 이루어진 정치였다. 결말까지 10화 동안 정도전의 업적도 여지없이 보여주었지만 그의 자승자박적 행보도 끊임없이 보여주었다. 즉 위화도 회군과 마찬가지로 1차 왕자의 난도 일어난 당위성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왕자의 난은 쿠테타다. 어떤 미사여구를 붙이더라도 말이다. 무력을 동반해 상대를 억지로 따르게 하는 무뢰배란 이미지는 쿠테타를 일으킨 자로선 피할 수 없는 이미지인 것이다. 그나마 이방원에게 억울한 점이 있다면 아버지 이성계는 그 무뢰배란 이미지를 벗을 기회를 제공받았는데, 이방원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극중 쌓아온 킬방원으로서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는 것도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극중에서 이방원이 타 주요인물들처럼 큰 비전을 지니지 않았다는 불만도 있지만 사실 설명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 아니 왕권강화란 한 단어로 설명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후에 말하듯 이방원은 현실주의적인 면모가 많기 때문이다. 즉 왕권강화란 목표를 위해서 이상, 방법, 수단 그 어느 것도 신경쓰지 않고 골고루 써먹었는 것이 그의 사상과 방법론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즉 그는 이상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이상을 한 가지 목표 그것도 이룰 수 있는 단순한 목표를 위해 오로지 도구로만 대하는 것이다. 정도전을 설득할 때 중신들의 반발이 가장 심했고 이방원의 역전의 기회가 된 요동정벌까지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도 왕권강화에 상반되는 재상총재제만큼은 거부해버린 사실을 보면 그럴 여지가 크다. 뒤의 이방원의 현실주의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이방원은 괴물인가'를 한 번 읽어보자. 한 편, 대안이 없다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정도전의 정책 자체에는 이방원도 반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역사에서 태종의 정책은 정도전의 정책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아들인 세종 대에는 이방원이 그토록 위험하다 여긴 재상총재제도 의정부서사제란 이름으로 일부분이나마 구현되었다. 즉, 정도전과 이방원은 왕권강화냐 재상총재제냐만 두고 갈렸을 뿐 지향하는 정책의 방향은 일치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방원이 정몽주의 그것처럼 명확하게 정도전과 차별화된 대안이 없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무엇보다 조선은 왕국이다. 이방원 입장에서 정도전의 재상총재제는 수용할 수 없는 문제로 그것과 방석을 세자로 민 것 때문에 갈등하게 된 만큼 그것 이외에 정책적으로 갈등을 보여주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다.
5.3. 하륜과의 관계
이방원에게 있어 하륜은 단순한 참모 A 수준은 아니다. 소중하게 여긴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부정당해 희망도 힘도 없던 막장 상황에서 찾아와 희망과 야망을 되살렸을 뿐더러, 왕자의 난 전까지 인생에서 굉장히 힘들었던 기간을 함께 인내하며 보냈다. 게다가 능력도 뛰어날 뿐더러, 안목도 있어 왕자의 난에서 활약할 인재를 데려오기 까지 한다. 괜히 이방원이 자신에게도 제갈량이 왔다고 하는 게 아니다.재밌는건 이방원이 정도전에게 버림받기 전까지는 전혀 같은 노선을 탄적이 없다는 사실.
하륜 항목에도 나오지만 하륜은 항상 정도전과 이성계를 적대하게 되었기 때문에 매번 이방원과 하륜은 적으로만 만났다가 드디어 정도전과 이방원이 척을 지면서 함께하게 된다. 하륜의 처세술과 이방원의 대범함을 볼 수 있는 부분.
6. 이방원은 괴물인가?
이방원을 괴물[62][63]로 보는 경우가 많으나, 한편으로 대의에 함몰되지 않은 이방원은 괴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이런 말이 나와도 무리인 것은 아닌게, 작중 괴물의 정의를 정치에서 괴물은 과도한 이상과 권력이 합쳐질 때 탄생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정작 이방원은 중후반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이상을 나타낸 적이 없다. 역성혁명에 반대된다면 거리낌 없이 죽이자, 없애자 했을 뿐이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되고 싶다고 묘사되고 있다.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이방원은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조선을 반석 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고 그 목표를 위해 동생들은 물론 처가와 사돈들까지 다 도륙내고 아버지와의 충돌도 불사했던 왕임을 생각하면 드라마에서도 조선 개국 이후 이상적인 왕이 되기위해 누구보다도 냉정한 괴물이 되어 움직이는 이방원이 등장할 수도 있다.
또한 39화에서 조영규에게 정몽주를 암살하라고 지시한 후 방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이방원의 모습을 보건대, 그 역시 죽인다 죽인다 말은 많았지만 아직 설익은 모습을 보인다. 정도전의 혈기넘치던 시절과 성향상 비슷해 보이기도 하는 지점. 하지만 그 시절 정도전에게는 이방원처럼 대인 친화력과 융통성, 수완, 부릴만한 수하가 없었다는 것과 철저한 유학자로서의 가치관을 내면화한 정도의 차이가 있다. 잠재력 만큼은 앞의 보스들보다 이방원이 더욱 뛰어난 부분.
또한 정도전이 결국 고려를 혁파하겠다는 야망을 품은 뒤부터 괴물이 되기로 작정하고 정몽주 역시 고려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결심한 후부터 흑화가 진행된 반면, 아직 이방원은 왕이 되겠다는 생각을 스스로도 얼토당토 않다고 할 정도로 희미한 권력욕이 아른거릴 뿐이다. 요약하자면, 괴물이 될 포텐은 충만하다 못해 차고 넘치지만 아직 그 정도 경지에 오를 만한 목표의식이 적다는 것.
정도전과 이방원의 결정적 차이란 결국 유교적 이상국가를 이룩한다는 대의 아래 방법론, 즉 재상중심제 대 왕권강화의 차이 뿐인데, 태종은 실제 역사에서도 왕권강화를 제외하곤 정도전의 구상과 일맥상통하는 정책을 펼쳤다. 과거에 급제한 이후 미관말직부터 시작한 이방원이 관료사회를 꿰뚫고 있었기에 왕이 된 이후에 신하들을 쥐고 흔들었다는 것은 워낙 유명한 이야기다.
왕이 된 이후에 그렇게 싫어했으면서도 간관과 사관들의 권한을 뺏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유학자로서의 정체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드라마에서 이방원이 절대왕권을 꿈꾸는 것은 본인이 이인임
숙부: 사람은 함부로 믿을 게 아니다. 권신을 두면 안 된다. 양어머니: 사람은 함부로 믿을 게 아니다(2). 외척을 조져야 왕실이 바로 선다. 아버지: 그냥 뒷방 늙은이로 계세요. 치맛바람에 놀아나지 않으리. 후계자는 반드시 정통성 있는 아이를 세우고야 말테다![64] |
이리 생각하는 게 당연할 것. 실제로 그는 자기 파 실력자들에게도 정도전과 똑같이 대했고, 처가는 거의 박살을 냈으며, 아버지를 차마 죽이거나 가두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모든 권력을 빼앗았다.
그러나 다른 일면을 보자면 대부분이 이상주의자였던 사대부들에 비하여 지독한 현실주의자일 가능성도 높다. 처음에 대면해서 천복이를 죽인 것이나 정몽주를 죽이고 정도전과 대립하는 등, 다른 인물들이 서로서로의 생각이나 관계에 주저할때 가장 먼저 나서서 일들을 해치웠다. 정도전과 함께 역성을 꿈꿀때나 왕이 되기위하여 행동할때까지 사대부들이 점차 정치인으로 변모함에도 상관없이 목적(이상)을 위해서라면 피를 흘리는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변하지 않는 모습을 간직한 것은 이방원이 거의 유일하다.
이방원의 시선에서는 쉽고 간단하게, 피를 적게 흘리는 데도 백성들을 위한 역성 혁명이라면서 사람 하나 죽이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이나 자신 아니면 둘째 형에게 물려주지 않고[65] 어린아이에게 자리를 물려준다는 것에 실망하고 분개한다. 하지만 자신을 선택해주지 않은 신덕왕후에게 원망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점이나 자신을 지지해주지 않은 정도전을 원망하면서도 재상총재제를 제외한 정도전의 모든 것을 긍정해주겠다며 그를 끌어들일려고 한 것을 보면 이 사람 자제심도 상당하다. 정몽주도 죽여야 한다고 걸핏 말하긴 했지만 역성파가 제대로 몰리기 전까지는 죽이지 않았고[66] 마지막에는 설득도 해보았다. 1차 왕자의 난도 도저히 방도가 없자 거병을 선택했다. 즉 그가 과격한 말을 자주 하지만 실제로는 피를 흘리는 것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단지 필요하다면 피를 흘릴 각오가 되어 있을 뿐.
실제 여말선초의 최종승리자인 이방원은 당대의 조선이라는 새로운 체제를 정립하는 지극히 어려운 과정을 감당할 실력과 비전을 보유한 현실정치가였으며, 왕정시대의 동아시아 역사에 있어서도 정말 몇 안 되는 유능한 군주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것은 틀림없으나, '정도전'이라는 제목을 가진 본 드라마에서 너프를 당했다.
종영 후 내려진 이방원이 괴물인가의 답은 모른다였다. 이방원의 인생은 아직 20년이나 남았고 그의 정치행보는 드라마의 끝인 무인정사가 사실상 시작인데, 이인임이 정치에서의 괴물을 과도한 이상과 권력이 만나면서 생긴다고 했지만 이방원이 권력을 얻는 게 바로 드라마 끝에서다. 이후 그의 정치인생을 어떻게 묘사하냐에 따라 그가 괴물인지 아닌지를 판가름 할 수 있다는 소리. 하지만 이미 드라마가 딱 무인정사 종결에서 끝났으니 그가 괴물로서 태종으로서의 과업을 이루었는지 인간으로 남으며 그것을 이루었는지는 지금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정도전 방영 시기에는 효령대군의 후손이 직접 그린 TS모에화 패러디 만화도 나왔었다. 하지만 만화를 올린 루리웹이 개편을 하면서 지금은 찾기 힘든 상태.
7. 원조 킬방원
작중에서 곧잘 제거나 숙청을 입에 담는 모습 때문에 실제 역사에서 1차 왕자의 난을 비롯해 외척도 배제하는 태종의 행보를 재조명하게 만들어 킬방원이라는 이미지로 부각시키게 했다. 특이한 것은 실제 역사에서의 태종의 이런 행보는 진작에 익히 알려진 데다가 기존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이 그런 행보를 보여주며 한국 사극의 블록 버스터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1차 왕자의 난까지만 그린 정도전 방영 시절부터 그런 밈이 형성되었다는 것. 이는 뒷날 방영된 태종 이방원에서 정몽주 살해부터 세종이 즉위에 이르러 심온 숙청까지 그대로 그려낸 이방원과 비교해서도 그런 희자화가 더 강한 편이다.이는 세 드라마에서의 성향이나 방영 당시의 시대상이 결부되면서 빚어진 경향이라 할 수 있는데, 용의 눈물에서의 이방원은 정도전에서의 이방원 못지않게 격한 기질을 보일 때가 있음에도 1차 왕자의 난 당시 이성계나 정도전을 상대로 끝까지 온건한 태도로 나온 데다가 자신이 숙청할 대상들을 앞에 두고서도 내내 인간적인 고뇌를 드러내는 연출이라 다짜고짜 숙청을 거론하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또한 용의 눈물 방영 당시에는 정치권의 부정부패로 인해 도리어 이런 단호한 숙청을 감행하는 이방원에게 이입되는 층이 많았다. 그리고 이 때는 아직 인터넷이 보급화되지 않아 현재와 같이 특정 코드를 중점으로 밈&희자화하는 풍토가 정착되지 않은 시절이었고, 용의 눈물이 현재에 이르러서도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명작으로 완성된 탓에 인터넷이 보급화된 지금에 와서도 섣불리 그런 희자화를 동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리고 정도전 이후에 나온 태종 이방원의 이방원은 그 동안 나온 이방원 캐릭터들과 해석을 달리 하여 즉위 이전까지는 철혈의 군주로서의 토대도 갖추지 않은 데다 인간적인 흔들림은 가장 많아 대단히 입체적이고, 난을 일으키는 원인도 도를 넘어선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핍박 속에서 자신과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서였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유에서였다. 즉위 후의 외척 숙청 역시 민씨 일가의 경우 죽일 생각까진 없던 것이 주변 상황으로 말미암아 악화된 측면이 컸고, 마지막의 심온 숙청 역시 권좌에서 멀어지게 되면서 불러일으킨 초조함으로 볼 여지가 있어서 실제 역사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렸음에도 다짜고짜 죽이고 보는 그런 이미지와는 역설적으로 가장 거리가 먼 캐릭터가 되었다. 게다가 이 시점에선 정도전 이후 이방원이란 캐릭터를 그린 다른 사극들도 여럿 등장한 탓에 드라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작품 첫 발표 후 또방원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올 지경이라 이방원의 이런 숙청 남발도 그리 강하게 와닿는 편이 아니었다.
허나 정도전의 이방원은 정도전이란 드라마 자체가 괴물이나 대업, 정치 등의 특정 코드로 묘사를 단순화하는 경향 속에서 상술한 대로 입만 열면 숙청을 부르짖는 성향에다가 시작부터 정도전의 눈앞에서 원치 않았다고는 해도 사람을 죽였고, 장원 급제라는 전적에 안 어울리게 용의 눈물의 이방원 이상으로 무인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1차 왕자의 난까지만 그려져서 죽인 사람의 수는 용의 눈물이나 태종 이방원에 비하면 한참 적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죽이고 보는 인상이 가장 강렬하게 남기 쉬웠다. 이는 용의 눈물 이후로 오랜만에 여말선초의 사극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되는 상황에서 더욱 강하게 와닿게 되었고, 마지막에 정도전과 이성계를 상대로 보인 광기어린 모습이나 즉위 후 민씨를 바라보는 의미심장한 표정 덕분에 빼도 박도 못하게 되고 만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도전의 이방원은 한국 사극에서 여말선초를 그린 작품들 중에서는 중간 주자에 해당하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 차원에서는 용의 눈물의 이방원조차 제친 원조 킬방원이라 할 만하다. 다르게 보면 결국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정도전이지 이방원이 아니다보니 이방원은 정도전의 대척점으로서 인간적인 이유라도 부정적이면서 단순화된 측면이 강하게 존재하는 것. 어찌 보면 특정 코드로 연출을 단순화시키는 정도전이라는 드라마의 기법의 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다.
8. 여담
막판에 가면 갈수록 이방원 중심 편집이 심해지다보니 실수가 자주 보인다. 아무리 이방원이 반정도전 세력의 수장으로 그려진다 해도, 형인 이방과가 집을 찾아와 대화를 나누는데도 상석을 내주지 않고 자기가 버티고 앉아 있으며 방과는 흔한 부하 1의 자리에 있다. 예의를 밥말아먹어도 아주 말아먹은 셈.정작 이방원이 정몽주를 초빙했을 때는 상석을 내준 것을 보면 제작진이 예절을 몰랐다기보다는 아무래도 빠른 전개를 하다보니 그런 상세한 부분에 신경을 쓰지 못한 듯하다.
아무래도 배우의 필모 탓인지 역대 이방원들과 비교했을 때 무력이 탑급을 달린다. 유동근의 이방원은 카리스마 있는것과는 별개로 직접 무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그닥 많지 않았고 지휘관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었고, 유아인의 이방원은 활은 잘 쏘는 것으로 그려졌으나 그 이외에 딱히 무술을 보여준 적이 없으며, 주상욱의 이방원은 역대 가장 무력이 약한 태종의 모습이었는데 이쪽 이방원은 무력이 제법되는 것처럼 묘사된다. 최영의 관군을 피해 달아날 때 조영규와 함께 무쌍을 찍으며 병사들을 물리친 것 등이 그 예.
[1] 2번째는 연개소문.[2] 더 개그적인 면은 위에 언급된 네 명 모두 연산군을 맡았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유동근은 장녹수에서 연산군을 맡았고, 이민우는 한명회에서 연산군을, 안재모는 왕과 비 그리고 정태우는 왕과 나에서 연산군을 맡은 적이 있다. 어떻게 붙으나 자기가 자기를 왕위에서 몰아내는 요상한 매치업이 되는 것이다.[3] 정도전과의 충격적인 첫 만남에서 정도전이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렸다"고 주장하자 "사람 목숨은 사람에 달린 것이다"라고 일갈하며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4] 극 막바지에 정도전과의 만남에서 이방원은 정도전의 정신과 업적을 이어받을테니 자신을 위해 일하라고 설득하지만 정도전이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국가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고 포기해버린다. 정도전의 국가관은 "백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방원은 "군왕"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었다.[5] 사실 이 드라마의 정도전은 "백성"도 백성이지만 "재상"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방원은 민본은 반대하지 않았고 "재상 정치"를 반대한 것.[6] 그나마도 그냥 그런 건 아니고 같이 있던 조영규에게 살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는 했다.[7] 근데 실수로 죽였다고 해도 천복이가 왜구의 길잡이 역할이었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될 행동은 아니다. 이방원이 누구의 자식인지 생각해보면 더더욱.[8] 이방원의 현실주의적 면모를 잘 보여주는 대사이다. 여담으로 이방원이 1367년생이고 양지 사망의 모티브가 된 미륵사칭 사건이 1382년이니 작중 이 대사를 내뱉었을 때 이방원의 나이는 겨우 만 15살이다. 10대에 저 대사를 치고 20대에 정몽주, 30대에 정도전과 이복동생들, 거기다 40대에 처남 네 명, 50대에 사돈을 죽인 통에 평생 손에서 피가 떠나지 않는다. 또한 38화에서 하륜이 관상을 말하며 정몽주를 설득할 때, 정몽주는 사람의 운명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라며 하륜의 제안을 거절한다. 공교롭게도 정도전도 이방원과의 첫 만남에서 정몽주와 같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정몽주와 정도전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이방원이었다.[9] 또, 재밌는 것은 천복이를 두고 정도전과 이방원이 보인 갈등 양상은 훗날의 정몽주를 두고 둘이 보인 갈등 양상과 유사하다.[10] 사실 이때 명분은 이방원에게 있었다. 천복이는 왜구의 길잡이, 즉 사실상 왜구로 보고 처벌하는 것이 (당시 기준으로)당연한 것이다. 조영규 말마따나 정도전은 왜구를 빼돌리려던 셈. 거기다 이방원이 누구의 자식인지 생각해보면 그걸 그냥 놔두는 게 이상한 짓이다. 자신에게 주먹질을 한데다가 왜구를 빼돌리려 한 사람에게, 자신이 실수로 죽인 왜구(나 다름없는 사람)에게 수의를 입히라고 은병을 주고 그냥 간 건 상당히 관대한(?) 처사라고 볼 수 있다.[11]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나왔지만 실제 이성계는 이방원이 과거에서 합격하자 잔치를 열고 그가 과거에 합격하고 나서 받은 사령장을 잔치 손님들 앞에서 몇번이고 읽으며 싱글벙글 했다. 참고로 같은 시기를 다룬 용의 눈물에서도 이방원이 왕에 즉위하고 부인인 원경왕후와 한자리에 모여 아버지 이성계 이야기를 할때도 원경왕후가 먼저 시아버지가 이방원이 과거에 합격할 당시 입이 귀에 걸렸던 일을 회상 하는 장면이 있다.[12] 정작 옆에 있던 조영규는 혼자서 인사했다.[13] 역사상으로 왕이 된 이후 정몽주를 신원하고 만고의 충신으로 격상시킨 전례를 볼 때, 작중 설정으로는 끝내 정적이 되었지만 그 전까지 정몽주를 숙부라 부르며 쫓아다닌 세월이 세월이니만큼 그에 대한 존경심 역시 상당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삼봉 숙부 두 사람 다 포은 숙부를 엄청나게 흠모했던 탓에 이런 사람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제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그렇고.[14] 묘하게도 정도전이 이방원과 절연하는 것은 이색이 정도전과 사제의 연을 끊은 것과 비슷하다. 절연의 대물림 절연당한 쪽이 절연한 쪽을 이기는 것도 똑같다[15] 용의 눈물에서 이성계가 이방원에게 벼루를 던진 장면의 오마쥬라 할 수 있다.[16] 이 장면을 하륜이 유의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륜은 이상적인 군주로 권력욕이 있으며 집요함을 갖춘 이인임같은 인물을 지목했다. 이방원은 이인임처럼 타락하지는 않지만 집요하고 권력욕이 있는 인물이다. 즉, 하륜의 이상적인 군주와 부합하며 이는 후에 하륜이 이방원의 사람이 되어 정도전을 끝장내고 이방원이 왕이 되는 데에 일조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하다.[17] 요순은 역사적 실체를 인정받지 못하는 신화적 인물이기에 이방원의 발언은 '무혈역성혁명은 신화에나 나올 법한 허무맹랑한 소리다'라는 의미로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요순시대가 역사라 치더라도 무혈선양이 말도 안되는것이, 후한말~삼국시대를 지나 남북조시대의 시작과 함께 유유에 의해 선양이란 단어에 피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원나라 때 학자인 호삼성이 자치통감에 이 시기를 시작으로 선양한 임금이 천수를 누린 적이 없었다고 주를 달 정도였다. 조광윤 정도를 제외하면 무혈로 선양받은 임금이 없다. 당대의 사람인 이방원의 사고방식이 이에 가까운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18] 정도전은 이성계와의 사적인 자리에서 이제 이방원을 용서해 주라는 청을 하긴 했지만 그냥 신하로서 한 마디한 수준이다.[19] 부인인 민씨도 답이 고작 그거냐는 반응을 보였다.[20] 그래도 일단 방과 형님이냐고 확인하는것을 보면 자기가 아니라도 최소한 방과까지는 되겠지 하고는 생각했던 모양. 사실 방과는 정당성에서는 가장 순위에 근접하기도 했고 친가족에게는 잘하는 방원의 성격상 방과까지는 어떻게 인정하고 넘어갔을 가능성은 있었다.[21] 그래도 이방원의 공이 크다는 것은 인정하였다.[22] 앞서서 이방원은 권력을 칼로 비유한 적이 있다. 즉 이성계의 말은 이방원의 사상의 전면 부정인 셈.[23] 생각해보면 참 유치해보이는 게, 이때 의안대군이 우리나이로 12살짜리 초딩이다. 그런 애한테 한다는 게 협박... 하지만 권력싸움에 나이따위 아무런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못한다. 9살에 증살당한 영창대군이나 역시 만 10세도 안되어 사사당한 이황 형제도 있으니 뭐.[24] 실제로는 무악천도 자체가 하륜 외에는 별 지지를 못 얻던 방안인지라 그나마 틈새를 노려 도당에 끼여드는데 성공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는 게 맞다.[25] 이때 이성계가 물잔을 스리슬쩍 드는데 아무래도 이방원에게 던질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도에 정도전이 들어오면서 이는 미수로 끝난다.[26] 왕권을 두고 생각하는 입장을 서로 밝혔다. 이를 두고 고려의 패망 원인이 왕권이 약했다고 주장한 이방원, 덕이 부족하여 간신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녔다고 주장한 세자였다. 사실 두 사람의 말이 다 맞긴하다.[27] 우왕은 즉위 후 이인임에게 지나칠 정도로 의지하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국부로 만들어 실권 장악의 큰 빌미를 제공하였다. 한 마디로 왕이 그냥 전권을 집정대신에게 갖다 바친 꼴, 리더십은 개나 줘버린 셈이다. 결국 고려는 이후 간신들에게 국정을 농단 당하고 망했다. 이방원이 우려했던 요소가 바로 이것인데, 새파랗게 어린 놈이 자기 앞에서 정치를 모르고 군주의 덕망만을 운운하고 있으니 자기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28] 신덕왕후가 자신 소생의 왕자들을 세자로 올려달라 부탁했을때도 이성계 또한 경험없고 나이 어린 방석을 올리는 것을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려 신하 시절, 정치판에서 경험을 쌓지 못한 어린 왕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생각지도 않다가 신덕왕후의 간청과 정도전의 간언으로 결국 책봉하기는 했으나...[29] 하지만 어찌 보면 의도치 않은 신의 한수가 되었다. 이전까지 신덕왕후는 그래도 이방원을 제외한 다른 한씨 소생 왕자들과는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아예 한씨 소생 왕자들 전부와 척을 지게 되었고, 이방원은 한씨 소생 형제들 사이에서 막내라는 입장을 극복하고 주도적인 위치를 확실히 다진 자리가 되었기 때문. 이는 46회 초반 신덕왕후와 정도전의 대화에서도 드러난다. 이방원의 목표가 고작 경국전 저지 따위가 아닌 이상 이게 오히려 더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중궁전에서 방석과 토론배틀을 하다 신덕왕후에게 쫓겨날때 한씨 소생 왕자들은 방과만 대충 인사할 뿐 모두 인사도 안하고 나가버린다. 이 대목에서 완전히 척을 진 것을 암시한다.[30] 실록에서도 태조는 "이 놈 팔다리도 파리한 놈이 그 먼 길 어떻게 가냐"고 걱정하며 울었다고 기록되어 있다.[31] 위에서도 적었지만 방원은 상당한 효자로 묘사된다. 실제로도 권력을 다 쥔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아버지 비위를 맞추려 열심히 노력했고.[32] 그런데 모두 알다시피 이방원은 숙부 두 명을 죽이고, 동생으로 대하는 이숙번은 훗날 귀양보낸다.[33] 이 부분은 논란이 되었다. 같은 끝 장면에서 정도전이 요동에 대해 조상 땅 운운한 것과 대비되는 지라, 이방원과 정도전의 대립이 외세에 기대는 세력과 자주 세력의 대립으로 치닫는 거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정갤에 온 강PD가 밀명에 관해서는 그 다음 화를 기다려 달라고 했다.[34] "전하께선 나날이 쇠약해 지시는데, 국본의 자리를 노리는 이복 형들만 다섯입니다.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영안군에, 정몽주를 격살한 정안군까지......" 영안군 이방과는 실질적 장남이라 언급되었고, 정안군 이방원이 언급된 것은 그가 왕자들의 중심으로 섰다는 것을 신덕왕후 역시 인지하는 것이다.[35] 이 때 안재모의 연기는 왕과 비 당시 인수대비에게 칼까지 뽑아들고 대들던 장면보다 더 섬뜩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36] 정도전이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용의 눈물을 오마쥬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 밀명 부분도 사실 그렇다. 차이가 있다면 황제가 직접 밀명을 내리는 것이 아닌 사신이 이방원에게 밀서를 가지고 온다는 정도. 근데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은 이는 조선 내의 문제라며 일축해버린다. 정도전에서의 이방원도 결국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주원장의 밀명이 없었어도 정도전을 언젠가 손봐주려고 벼르고 있었던 참이니...[37] 용의눈물이건 정도전이건, 또 정사 실록이건 간에 이방원은 강력한 왕권에 의한 통치 의지가 만땅인 캐릭터이며 실제로도 기득권층의 지지 혹은 묵인에 기반한 즉위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이를 실현해보인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보위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손으로 쟁취해야 하는 목표지점이지 고작 남의 지령을 수행한 대가로 수여받는 자리가 될 수는 없었다. 이 점을 용의 눈물과 정도전이 모두 훌륭하게 캐치해낸 것.[38] 아이러니 하게도 숙적이라고 부를 수밖에없는 정도전의 의도를 가장 잘 이해하는것이 이방원 밖에 없었다. 최측근인 남은조차 사병혁파의 빌미라고 생각했고 정도전이 제 한몸 지키려고 요동정벌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민씨의 말에 "삼봉은 그렇게 옹졸한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답하는 이방원의 대사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39] 그러나 정작 이방원은 자신이 왕위에 오르고 나서는 사병을 완전히 혁파한다. 당연한 소리지만 본인이 이 사병을 이용해서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사병만큼은 확실히 없애버린다. 정도전이 사병을 혁파하려다 역습을 당해 죽은 것을 상기하면 확실히 이방원은 정치적 수완이 뛰어나긴 하다.[40] 사실 정도전의 사병 혁파와 이방원의 사병 혁파는 급이 다르다. 이방원이야 왕에 오른 다음 직접 사병 혁파에 나섰으니 누가 감히 거기에 반대하겠느냐마는 정도전이 사병을 혁파하겠다고 나선 것은 자칫 잘못하면 역적으로 몰릴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다. 실제로 정도전이 사병 혁파에 나서자 안그래도 불만이 많았던 왕족과 종친들은 이에 매우 크게 반대하였고, 그런 반발을 무시한 정도전으로 인해 왕실 인사 대부분이 이방원에게 붙어 버리는 결과를 낳았다.[41] 이는 예전에 정도전이 이방원에게 "싸움에서 가장 긴장해야 할 순간은 이겼다 싶을 때이니라"라는 가르침대로 정도전을 방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 그러면서 "정작 그대는 이 말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려"라며 독백한다.[42] 이 때 심효생은 "어차피 저 자만 제거하면 되는 것!" 이라고 하며 고소해했다. 그리고 이방원이 대전으로 들어가자 암살을 위해 군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43] 이 때 하륜이 자기 선에서 정도전을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이방원은 이를 물리치고, 자신이 직접 일을 마무리지으러 간다. 그만큼 한 때 숙부라 부르며 진심으로 따랐지만 끝내는 최대의 정적이 되어버린 상대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끝내버리겠다는 각오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또한 이때 심효생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베어 죽이는데 방석의 장인, 즉 외척이었던 심효생을 직접 살해한 건 훗날 이방원이 보여준 무자비한 외척 숙청의 전조라고 볼 수도 있다.[44] 동시대를 다룬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의 심효생은 매우 심약하며 왕실과 관계를 가지고 싶어하지 않는 인물로 나온다. 그러나 세자 방석에게 세자빈 유씨의 간통 사건을 빨리 잊게하기 위해 정도전이 중매를 선 것이라고 나온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의 심효생은 세자의 장인이 된 게 대벼슬인마냥 권세를 내세우고 다닌다. 이런 행동이 이방원의 눈에 결코 좋게 보일리가 없다. 이는 심효생이 "정안군! 이 무슨 참담한 짓이오이까!!!"라고 일갈하자 이방원이 칼로 답하는 장면으로 표현되었다.[45] 다만 역사에서 이방원이 정도전이 그려낸 정치제도의 청사진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현실화시킨 점과 신하들에겐 냉혹하고 잔인할지언정 백성들에겐 굉장한 애민정신을 발휘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이때의 정도전의 논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레인지하여 받아들였다고도 볼 수 있다.[46] 작중 정몽주는 재상은 돕는 자일 뿐이며 다스리는 자는 어디까지나 왕이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이념적으로도 정몽주가 이방원이 지향하는 바를 뒷받침하니 더 유용한 선택이다.[47] 그리고 이방원의 말처럼 정도전은 조선이 기울어져가는 고종 대에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복권되기 전까지 간신의 상징으로 남게 된다. 물론 이는 조정의 입장이었을 뿐이고, 민중에서는 경복궁을 세운 풍수도참의 대가로 여겨졌고, 정몽주와 함께 양정이라 불리며 태조의 충신으로 남았다.[48] 그러나 죽은 정도전을 바라보는 표정은 짧은 순간 최대의 정적을 죽인 속시원함과 존경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하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야말로 정도전에 대한 애증의 교차를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드러낸 것이다. 또한 이때 콧방귀를 뀌는 헛웃음으로 정도전을 비웃긴 하지만 왕이 된 뒤엔 자신만의 방식으로 민본을 가꿔내는 것으로 정도전의 애민정신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긴 한다.[49] 정도전은 임금의 재목을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 했는데, 이방원은 임금의 재목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힘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여겨 대비된다. 앞서 인명재천(人命在天)을 위선이라 여기며 인명재인(人命在人)을 주장한 이방원의 행보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 장면.[50] 이후 이방원은 어떻게든 자기 후사를 능력없는 장남으로 삼고자 노력했지만 이 말 처럼 결국 그의 후계는 용상을 차지할 능력이 있는 셋째 아들에게 넘겨주었다.[51] 실록에서 정도전이 비굴한 최후를 맞은 것으로 묘사된 걸 반영한 장면이다. 다만 작중의 이성계는 정도전의 강직함을 신뢰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말을 믿지는 않을 듯 하다.[52] 물론 아버지 이성계와의 관계에 대한 묘사의 경우 용의 눈물과 정도전이 다루는 시점이 다른 것도 있다.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이 비로소 이성계에게 사죄하고 화해하는 것은 이성계와의 갈등이 모두 종료된 이후 시점이었던 반면, 정도전의 이방원과 이성계 부자의 경우 이제 본격적으로 갈등을 겪기 시작하면서 극이 끝났다.[53] 후에 자신의 아들이 조선을 넘어 한국사 희대의 성군이 된 것을 감안하면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다만 실제 역사상의 태종은 아버지 이성계만큼은 아니지만 후사에 있어서 양녕대군 문제로 속이 시꺼멓게 타긴 했다. 극중의 이방원이 '왕의 자질 같은 것은 허상이며 실력 있는 자가 바로 왕이 되는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긴 했지만 실제 역사상의 후사문제에선 충녕(세종)에 비해 여러모로 능력이 떨어져보이는 양녕을 끝까지 자신의 후사로 삼으려 노력했다. 끝까지 방석을 포기하지 않았던 아버지와는 달리 결국 양녕을 포기하긴 했고, 장남과 막내아들이라는 위치상의 입장 차이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한 아들을 유달리 애지중지한 것은 방석을 특히 사랑했던 아버지와 비슷했다.[54] 이는 후일 해피투게더 정도전 특집에서 유동근이 인증한 사실.[55] 훗날 태종은 원경왕후의 남동생들 4형제(민무구, 민무질, 민무휼, 민무회)를 철저히 숙청한다. 드라마에서 이방원을 위해 정도전의 아들, 심효생 등을 열심히 잡아 죽이던 민씨의 남동생들은 훗날 모두 이방원의 손에 죽는다. 게다가 수많은 후궁들까지 들이면서 바람 잘 날이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처음 세워진 세자마저 속을 썩히다가 결국 폐세자가 되어 궁에 쫓겨나니, 이 뒷일들을 감안하면서 보면 민씨의 기쁜 표정은 덧없어 보일수밖에 없다.[56] 용의 눈물 시점까지 확장하면 심지어는 자신의 심복인 이숙번과 처가와 사돈 집안도 전부 박살을 냈고, 권근, 조영무, 남재, 하륜 정도가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이들의 특징은 이방원이 숙청하기 전에 먼저 세상을 뜨거나, 아니면 처신을 잘해 숨죽이고 있던가 둘 중 하나였다. 처신을 잘했다던 조영무도 사병혁파에 반대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태종의 진노로 유배를 간 이후로는 그저 조용히 살았다. 단 하륜은 예외적으로 말기에 자주 까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종의 자비로 무사히 넘어갔다. 하륜 본인도 나름 아슬아슬하게 처신했지만, 세종마저 "내가 왕이었더라면 저놈은 진작에 박살났을거임 ㅉㅉ"라 평가하는 걸로 봐선, 그냥 태종이 특별히 많이 봐준 것 같다.(세종이 본 건 리즈 시절 하륜이 아닌 말년에 이래저래 실수하던 모습뿐이었다.) 사실 하륜에 경우 눈치없고 탐욕스러웠지만 그나마 왕권에 위협이 될 행동은 용캐 하지 않은 데다가 태종보다 20살 연상이라 세종이 왕위에 오를 때쯤이면 세상을 떠났을 거라는 계산 때문에 살 수 있었다.[57] 용의 눈물에서 실제로 이숙번에게 살생부를 보내는 장면이있으니.[58]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방원은 정도전의 사상을 반대하지도 않았다. 설득을 위해 한 말 중에 '재상 정치 빼고는 다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이방원은 정도전의 사상에서 재상 정치를 제외하면 상당히 많은 부분을 가져가거나 수용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정도전이 타협을 했더라면 재상 정치를 제외하고는 상당한 걸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하륜의 케이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태종은 자신의 왕권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면 개차반인 성격조차도 쿨하게 넘어가는 경향이 많았다.[59] 부정부패를 일삼던 권신이었지만 뛰어난 정치적 식견과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던 이인임(정도전), 고집불통 무대포였지만 국가와 주군에 대한 절절한 충성심이 묻어나오던 최영(정도전). 정몽주(정도전)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60] 실제 역사에서 이방원은 정책에서부터 사생활까지 공신들을 자기 맘대로 휘두른 사람이다.[61] 그리고 이것은 한참 뒤 나오는 드라마로 성취되었다. 해당 작품에서는 정도전에서 보여준 정도전의 놀라운 입체감보다도 훨씬 더 사실적이고 날카로운 이방원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대신 정도전을 내려깎는 방향성을 취했다.[62] 작중에서 괴물이라고 직간접적으로 지칭된 사람은 이인임, 최영, 정도전, 이성계, 정몽주다.[63] 이인임, 정도전, 정몽주야 말할 거 없고, 최영은 요동정벌의 꿈이라는 과도한 이상과 권력을 쥐었고, 이성계는 정몽주가 '그 놈의 대업이 여러 사람을 괴물로 만들었습니다그려'라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지칭했다.[64] 첫째든(적장자계승) 셋째든(택현) 어느쪽이든 명분과 정통성이 있다.[65] 참고로 이방원만큼 임펙트가 없어서 그렇지 이방과의 공적도 상당한 편이다. 게다가 방과는 친형이고 이방원보다는 열 살이나 많았다. 자신이 왕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해도, 방과에게 국본을 물려줬다면 적어도 반발하진 않았을 것.[66] 다만 이 부분은 문제가 있는 것이, 역성파가 제대로 몰린 것은 이성계가 낙마한 상황에서다. 정작 정몽주를 죽인 시점은 이성계가 깨어나 정도전의 처형이 미뤄진 상황이었고, 아무리 정몽주라도 이성계가 깨어 있는 상황에서 정도전의 목을 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