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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MLB 최고의 마구였던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서클 체인지업[1] |
패스트볼과 같은 투구폼으로 던지지만 공의 비행속도가 떨어지는 구종을 뜻한다. 투구폼 뿐 아니라 공의 회전 방향 역시 패스트볼과 동일해서 타자가 동체 시력만으로는 패스트볼과 분간하기가 힘들다. 한마디로 타자를 속이기 위한 구종. 현대 야구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구종이며 많은 선수들이 장착하고 있다.
2. 상세
체인지업은 직구처럼 가다가 그대로 속도가 줄어드는 체인지업, 역회전이 걸리며 싱커처럼 떨어지는 써클 체인지업, 스플리터처럼 수직으로 더 떨어지는 벌컨 체인지업. 이렇게 총 3종류로 구분하곤 한다.기본적인 투구의 원리는 팔의 스윙 스피드는 패스트볼과 동일하게 가져가되, 손목의 힘을 덜 전달하는 것이다. 손가락만으로 공을 잡아 손 끝에 공을 위치시키는 다른 구종들과 달리 보통 체인지업은 공이 손바닥에 보다 가깝게 위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은 손목에 좀 더 가까이 위치하게 되고 손목의 힘이 공에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지렛대의 원리를 생각하면 된다. 몸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실제 공을 들고 팔꿈치와 어깨를 이용하지 않은 채 손목만을 이용하여 패스트볼 그립을 쥐고 살짝 던져보자. 즉, 공을 손 끝에 위치하고 던지면 손목의 힘이 온전히 전달되는 게 느껴지지만 손바닥으로 공을 잡고 손목만으로 공을 던지려 하면 영 힘이 전달되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다.[2]
서클 체인지업의 경우, 공을 일부러 중지와 약지로 잡음으로써 손목의 힘이 온전히 전달되는 축으로부터 공을 비스듬히 놓아 더더욱 힘이 전달되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공의 회전축을 비틀어져 스크류 볼과 같은 효과(슬라이더와 반대방향 움직임)를 내게 된다. 이 역회전 덕에 특히 좌투수들의 서클체인지업은 우타자를 상대할 때 바깥쪽으로 달아나며 효과적이다. 또 중지와 약지로 공을 잡기 때문에 중지와 검지를 사용할 때보다 공을 회전시키기 위해 잡아채는 힘 역시 전달되지 않아 회전수가 줄어들고 낙폭이 생기게 된다.
보통 체인지업의 원리를 '패스트볼에 비해 공을 느슨하게 잡아 던지고, 이로 인해 회전수가 적어져 패스트볼에 비해 많은 공기 저항을 받게 되어 구속이 느려지고 낙폭이 생긴다' 로 알고 있는데, 이는 원인(느슨하게 잡음)과 결과(느린 구속과 낙폭)는 맞지만 중간 과정은 틀렸다. 정확히는 '느슨하게 잡아서 구속이 느려지고, 느슨하게 잡아서 회전수가 적어져 낙폭이 생긴다'가 맞다. 만약 회전수가 적다는 것이 많은 공기 저항을 받게 된다면 종속이론 역시 미신이 아닌 정설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공의 회전수는 공의 궤적을 결정하는 거지 공이 받는 공기 저항에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내는 회전수와 투수판에서 타석까지의 거리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내지 못한다.[3] 구속을 결정하는 것은 팔과 손목의 힘을 얼마나 공에 전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고, 이 정점에 있는 것이 패스트볼이고 가장 대척점에 있는 것이 너클볼인 것이다. 너클볼과 유사한 축구의 무회전 슛도 공의 회전이 없지만 구속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낙폭에 좀 더 집중하는 체인지업으로는 벌컨 체인지업이 대표적인데, 스플리터와 비슷할 정도로 검지와 약지 사이를 벌려 공을 그 사이에 끼어 넣는다는 느낌으로 잡게 된다. 이 경우 여타 체인지업에 비해 공을 손 끝에 위치시키고 손목의 힘도 온전히 집중되기에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는 덜 나게 되지만, 손가락을 벌려서 공을 끼워넣고 던졌으므로 공을 회전시키는 힘은 훨씬 덜 전달되고 그 때문에 회전수가 크게 줄어 낙차가 커지게 된다. 사실 이 구종은 스플리터와 별 차이를 못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벌컨 체인지업을 스플리터로 부르기도 하고, 스플리터를 체인지업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런데 위 두 유형 모두 회전수를 낮추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극소수의 별종도 존재한다. 현역 최고의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 중 하나인 데빈 윌리엄스의 체인지업은 무려 2800RPM을 상회하는 무시무시한 회전수를 보유하고 있어 어째서 체인지업이 이럴수가 있냐는 놀라움을 자아낸다. 체인지업의 기본적인 원리와 반대된다는 점에서 그의 구종이 과연 체인지업이 맞는지 의문이 생기며 사실상 스크류볼이 아니냐는 의견도 보이고 있다.
패스트볼이 굉장히 빠른 빅리그 투수들은 체인지업도 아주 빠른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는 오히려 투수에게 불리한 점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무려 90마일 서클체인지업을 던지는데, 드래프트 당시부터 저 빠른 체인지업을 자주 구사하면 원래 그 구속대에 익숙한 타자들에게 얻어맞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실제로 데뷔전에서 홈런을 맞은 그 공도 체인지업이었다.[4] 2021년 현재 고속 체인지업으로 유명한 투수는 역시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아주 빠른 제이콥 디그롬이 있다. 허나 디그롬은 스트라스버그와 다르게 체인지업도 장기로 써먹는데, 구속이 높아져도 기본적으로 탑재된 구위가 좋기에 잘 안 맞는다.
[kakaotv(397151178)]
체인지업을 던질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똑같은 투구폼, 똑같은 팔 스윙 스피드[5]가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 때문에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체인지업이 그토록 강력했다. 페드로는 모든 구종을 다 똑같은 폼/속도로 던졌고 심지어 다른 그립으로 잡고 있다가 팔을 휘두르기 직전 그립을 바꿔 던지는 짓까지 했기 때문.[6] 이게 안 돼서 마이너리그에서 죽쑤는 선수들이 많은데, 위에서 말했듯이 체인지업 특유의 원리를 제대로 터득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패스트볼과 똑같이 팔을 휘두르는데, 손목의 스냅을 죽이는 정도로 속도를 줄이거나 낙차를 만들어 내기가, 공의 양 옆을 잡고 던져서 구속은 유지하되 회전수를 줄여 낙폭을 크게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체인지업은 여러 구종 중에서도 특히 부단한 연습이 필요한 것으로 유명하며, LA 다저스의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커브는 감각, 체인지업은 기술'이란 말을 한 적이 있다.[7]
하지만 어찌됐든 투수 유망주, 특히 선발투수 유망주라면 마이너리그를 벗어나기 위해 필히 갖춰야 할 기본소양으로 자리 잡은 구종 중 하나. 체인지업을 익히지 않을 거라면 오프스피드용 구종 대안이 존재하든지, 이런 단점을 상쇄할 만큼의 압도적인 스터프가 있든지 해야 한다. 잘 장착하면 최소한 서드피치, 이걸로 카운트를 잡기 시작하면 세컨피치나 결정구가 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체인지업은 호투와 연봉을 보장해준다. 반대로 타자 유망주들이 마이너리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체인지업 공략 혹은 구분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선수로는 한국 투수 중에서는 류현진, 고영표[8],정민태, 권오준, 양현종, 서재응, 정우람, 원태인, 이재학[9], 임찬규, 윤영철, 이로운, 신민혁 등이 있고 MLB에서는 300승 투수 톰 글래빈, 스테로이드 시대를 제압한 청정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 사이 영 상을 2번이나 차지한 요한 산타나, 2008년 월드 시리즈 MVP 콜 해멀스를 예로 들 수 있다. 페드로와 산타나의 서클 체인지업은 거의 스톱마구 수준.[10] 포크볼이나 스플리터 등의 종방향 변화구가 보다 많이 보급된 일본에서는 메이저에서만큼 보편적인 공은 아니나 이가와 케이, 스기우치 도시야, 오카지마 히데키, 나루세 요시히사, 가네코 치히로, 마쓰이 유키 등이 체인지업 투수로 거론된다.
3. 장점
체인지업의 가장 큰 장점은 반대 손 타자를 상대할때 나타난다. 슬라이더나 커브 같은 브레이킹볼이 회전축 특성상 우투수 구사시에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것에 반해 체인지업 계열은 우타자의 몸쪽으로 휘면서 떨어지거나 수직에 가깝게 떨어지는 형태를 띈다.혼자 단독으로 강해지지 않고 패스트볼을 같이 강화시켜주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패스트볼 구속이 빠른 투수가 사용하면 매우 위력적이다. 빠른 구속과 더불어 날카로운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조 켈리나 빠른 구속에 비해 좌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변화구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간간히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오타니 쇼헤이가 그 예이다. 그러나 패스트볼 구속이 느린 선수라면 거의 필수적으로 체인지업을 던져야 한다. 특히 리그 평균 구속이 계속 올라가는 와중에, 구속이 느린 선발 투수들이 구속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하나는 커터, 투심과 같은 변형 패스트볼의 구사이고 다른 하나가 체인지업이다.
실제로 느린 구속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적을 남긴 선수들을 보면 체인지업을 잘 구사했던 선수들이 많다. 톰 글래빈이나 제이미 모이어가 그러하고, 그렉 매덕스 역시 투심이 대표적이지만 체인지업도 잘 던졌다. 트레버 호프만 역시 체인지업의 명인이었으며 제임스 실즈와 잭 그레인키[11]는 구속 저하를 체인지업으로 극복했다.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MLB 기준 뛰어나지는 않은 구속과 잘 단련시킨 체인지업으로 MLB에서 살아남은 류현진이라는 좋은 예시가 있다. 2013년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들을 구속이 느린 순서대로 정렬해 놓고 구종 구사율을 보다보면 체인지업 구사율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체인지업의 위력과 심리전이 강한 투수라면 타자를 상대로 지옥의 이지선다를 보여줄 수 있다.
또한 야구의 구종 대부분이 강한 악력, 큰 손, 긴 손가락을 갖출 수록 유리한 반면, 체인지업은 강한 악력이 꼭 필요하지는 않고, 손이 작은 투수가 오히려 더 잘 구사할 수 있는 구종이다. 위에 서술했듯이 공을 손목(손바닥)쪽으로 끌어당겨서 느슨하게 잡는 그립으로 던지게 되는 데 손이 크고 손가락이 길면 이런 그립이 잘 나오지 않는다. 류현진이 최상급의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키가 190인 투수지만 그에 비해 손이 작기 때문.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역대 최고의 체인지업을 던졌던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정반대로 야구공을 거의 다 감싸쥘 수 있을 정도로 오히려 기이할 정도로 큰 손과 긴 손가락을 가졌는데, 그 기이한 중지부터 새끼손가락을 이용하여 공을 놓는 순간 엄청난 스핀으로 역회전을 먹이는 본인만의 체인지업 그립을 개발해서 성공을 거뒀다. 정 반대의 조건을 역이용해 장점으로 발현한 셈.[12]
4. 단점
다른손 타자와 상대할 때에는 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유인구로 구사가 용이하기에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이 수월한 것에 반해 같은손 타자를 상대로 구사했을 때는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전성기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나[13] 에릭 가니에, 새로이 떠오르는 데빈 윌리엄스마냥 휘거나 떨어지는 폭이 커서 낙차로 승부를 보는 타입이라면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이런 괴물같은 체인지업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되겠는가.또한 체인지업에 '속아 넘어가면' 땅볼과 범타를 양산해 낼수 있지만, 체인지업을 '기다리고 있는' 타자가 공략한다면 공의 구속도 느리고 회전수도 적어 배팅볼 수준으로 장타가 나올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여타 변화구에 비해 변화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동체시력 좋은 타자가 침착하게 기다린다면 매우 위험한 공이 될 수도 있다.
거기에 피로누적같은 요인으로 인한 패스트볼의 구속저하나 경기당일 컨디션에 의한 패스트볼이 위력적이지 않을 경우 패스트볼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종이기 때문에 경기가 더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겸증되지는 않았으나 한 가지 가설이 있는데, 체인지업의 구사가 투수의 구속을 낮춘다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체인지업은 다른 변화구들보다도 더더욱 패스트볼과 비슷하게 보이는 게 중요한 구종인데, 그렇다보니 투수들은 직구와 체인지업의 구속을 비슷하게 맞추고자 하게 되고, 체인지업의 구속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패스트볼의 구속이 조금씩 떨어지게 된다는 것.
5. 종류
5.1. 서클 체인지업
데빈 윌리엄스의 서클 체인지업 |
요한 산타나의 서클 체인지업 |
스트레이트 체인지업이라 할 수 있는 스리핑거 체인지업과 유사하나, 역회전성으로 슬라이더와 반대 방향으로[14] 살짝 변화가 가미된 공이다. 구속은 그냥 체인지업보다 약간 더 느리지만, 어차피 체인지업이라 패스트볼과의 구속차만 어느 정도 난다면 상관없다.[15] 투수의 손목 등에 가는 부담이 적은 탓인지 현대 들어서 가장 각광받는 구종 중 하나이며 투구폼에서 패스트볼과 구분이 어렵다. 단지 공이 느리기 때문에 타이밍 맞으면 안타 얻어맞기 딱 좋다.
서클 체인지업이라 불리는 이유는 일반적인 스트레이트 체인지업과는 달리 손가락과 검지가 만나거나 거의 만나는 것처럼 OK 싸인을 만들듯 공을 잡고 던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OK 체인지업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고 20세기 일본에선 아예 OK볼이라 불리기도 했다. 검지와 중지로 잡는 다른 구종들과 달리 중지와 약지로 공을 잡기에 손목의 힘이 온전히 전달되는 축에서 공이 약간 빗겨나 있으며, 공이 손바닥과 접촉면이 많고 손목에 더 가까이 위치해 손목 힘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팔의 스윙 스피드를 동일하게 유지하고 공을 던져도 패스트볼과 구속 차이가 나고 낙폭이 생기는 것.
그립은 엄지와 검지를 맞대서 공의 옆에 댄 다음 자연스럽게 공을 감싸쥐듯이 모든 손가락으로 공을 잡은 후 직구를 던진다는 생각으로 던진다. 여기서 엄지와 검지를 얼마나 맞대느냐에 따라 개인별로 차이가 생긴다. 검지를 엄지의 관절 안쪽에 대기도 하고 반대로 엄지와 검지를 살짝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던지면 손가락의 길이 차이로 중지에 공이 더 걸리게 되고 역회전이 걸리는 것이다. 잘 던지는 투수는 일부러 중지에 힘을 강하게 줘서 역회전을 강하게 주며, 검지로 채는 경우도 있다.
일반 체인지업보다 이 역회전 체인지업이 왜 가장 애용되고 있느냐면, 반대손 타자에게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투수들은 다 같은손 타자에게 강하고 반대손 타자에겐 약하다. 팔이 거기 달려 궤적이 그리 만들어지는 이상 어쩔수 없는 일. 역회전 구질은 그 까다로운 반대손 타자 입장에서 점점 멀어지는 공이기에 투수가 속도 차이에 더불어 궤적으로도 타자의 배트를 피하는 이중 공격을 할 수 있다. 이 분야의 레전드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2000년, 좌타자를 더 많이 상대하고도[16] 좌타자 상대 .150이라는 비현실적인 피안타율을 기록했다.[17] 역대 최고의 좌타 킬러 랜디 존슨의 좌타 상대 피안타율 커리어 하이가 .163(2004년)임을 감안한다면 어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처럼 서클 체인지업의 구위가 극한에 다다른 선수는 반대손 타자를 압도할 수가 있다.
특히 좌완 '선발' 투수라면 많은 타자를 상대해야하고 일반적으로 세상엔 좌타자보다 우타자가 더 많기에, 필수적으로 장착하는 것이 좋다. 좌완 선발은 서클 체인지업을 제대로 장착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성적과 연봉과 인생이 바뀐다.[18] 서클 체인지업을 마스터한 좌투수는 오히려 우타에 더 강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대표적인 예가 류현진.[19]
좌타자 피안타율 | 우타자 피안타율 | |
2013 | 0.267 | 0.242 |
2014 | 0.281 | 0.246 |
2017 | 0.321 | 0.238 |
2018 | 0.250 | 0.213 |
통산 | 0.281 | 0.239 |
좌완 투수와 같은 맥락으로 사이드암 투수에게도 싱커와 함께 궁합이 굉장히 좋은 구종이다. 좌타자는 우완 사이드암을 만날 때 팔이 나오는 모습과 공의 경로가 잘 보여 유리한데, 이 역회전성이 걸린 유인구는 바깥쪽으로 도망가기 때문에 주효하다. 서클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대표적인 사이드암 투수는 조웅천, 권오준, 이재학, 임기영, 고영표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LG 트윈스의 언더핸드 투수였던 박철홍이 던졌던 것이 최초이며, 1999년에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였던 에밀리아노 기론이 주무기로 사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명해졌다. 한화-LA 다저스 류현진의 주무기가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구대성[20]과 윤석민, 권오준의 전성기 서클 체인지업도 뛰어난 구종이었다. 송진우가 미국에서 배워와서 사용했던 구종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송진우의 체인지업은 전술한 구대성, 류현진을 비롯하여 그가 투수 코치가 된 이후에 여러 한화 투수 유망주들에게도 전수되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결정구로 유명하고, 페드로와 동시대에 활약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3인방 중 그렉 매덕스와 톰 글래빈도 체인지업을 즐겨썼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2번째 외계인' 요한 산타나가 체인지업으로 리그를 평정했다. 이외에도 클리프 리와 콜 해멀스, 마크 벌리, 제임스 쉴즈, 루이스 카스티요, 데빈 윌리엄스 등 많은 투수들이 애용한다. 의외로 너클볼러로 활동했던 R.A. 디키도 제2 구종으로 써먹었다.
5.2. 벌칸 체인지업
팀 린스컴의 벌칸 체인지업 |
크리스 페덱의 벌칸 체인지업 |
벌칸은 스타트렉에 나오는 그 벌칸족이 맞다. 그립이 벌칸족 특유의 인삿법처럼 중지와 약지를 벌리고 던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원리는 스플리터와 같다. 그래서인지 스플릿 체인지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플리터가 검지와 중지를 벌려 회전을 죽이듯이 벌컨 체인지업은 중지와 약지를 벌려 같은 원리로 회전을 죽인다. 그립은 확연히 다르지만 공이 변화하는 원리, 그립을 잡는 이유와 목적, 그로 인해 얻어지는 결과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이 구분이 의미가 있냐는 말도 있다.[21]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역시 스플리터와 서클 체인지업이 나온다. 그러므로 변형 체인지업이라고 보면 될 것인데 빠른 패스트볼과 함께 사용하면 그 위력은 배가 된다. 실제로 서클 체인지업과 스플리터의 중간 느낌으로 검지-중지를 벌린 채 던지는 투수들도 있는데, 이를 포시볼(Foshball) 혹은 포시 체인지업이라고 구분하는 경우도 있는 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투수 마이크 보디커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디 고든의 아버지이자 스티븐 킹의 소설 모티브인 톰 고든이 이것으로 유명했다. 트레버 호프먼 역시 자신의 팜볼과 함께 사용하기도 했다.
원리는 좀 과장되게 말하면, 공의 양 옆을 잡고 패스트볼을 던지는 셈이다. 공 보다 작은 원반으로 예를 들면 더 이해가 빠르다. 원반을 수직으로 세워서 날 끝을 손으로 잡고 던지면 날은 회전하며 날아갈 것이다. 하지만 원반의 중심, 회전축을 잡고 던지면 날끝을 잡고 회전을 줄 때보다 회전을 안 하며 날아갈 것이다. 같은 원리로 공의 가장자리, 회전축과 먼 곳에서 힘을 줘 던져 회전을 많이 주는 패스트볼과 달리 공의 회전축과 가까운 곳에서 힘을 주고 던져 회전을 적게 먹이는 공이다. 그 결과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는 서클 체인지업과 패스트볼 차이만큼 크게 나진 않지만 낙차가 큰 공이 나가게 된다.
예로부터 클레멘스, 실링같이 스플리터를 던지는 투수들은 대개가 서클 체인지업을 대신해 던지는 투수들이 많았는데,[22] 요즘은 이런 투수들의 스플리터를 이 계열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표적인 투수로 '미스터 게임오버'라는 별명도 붙은 벌칸 체인지업의 원조격 투수 에리크 가녜와 팀 린스컴[23], 로이 할러데이, 펠릭스 에르난데스 등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 사실 그립 자체가 일반적인 포크볼과는 사뭇 다르다. LG 트윈스의 함덕주도 즐겨던지는 구종이다.[24] 덕분에 함덕주는 우타자에게 강한 좌투수가 될 수 있었으며 이 공이 긁히는 날에는 우타자들의 헛스윙을 계속 볼 수 있다. 2020년에는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벌칸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하여 체인지업 구종가치 1위를 기록했다.
민훈기 기자는 2010년 두산 베어스에서 뛴 켈빈 히메네스에게 이 공이 유행한다는 것을 들은 후로 야구 해설하면서 종종 언급하고 있다.
국내 팬들에게 명칭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MLB 2K11게임인데, 이 시리즈부터 포크볼이 없어지고 스플릿 체인지 구종이 등장하였다. 미국에서는 스플리터와 포크볼을 체인지업 계통으로 분류해오기도 했는데 하도 체인지업을 그렇게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지다보니 이렇게 분류한 듯.
5.3. 스리 핑거 체인지업
야마오카 타이스케의 스리 핑거 체인지업 |
단어 그대로 공을 가운데 세 손가락으로 잡는 체인지업을 말한다. 던지는 것 자체는 간단한 편이지만 제대로 채지 못하거나 타자에게 읽히면 그 어떤 구종보다도 위험하다고 말할 정도로 구위 자체는 형편없기 때문에 타이밍을 뺏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궤도 자체는 패스트볼과 비교해서 볼 한 개 정도 떨어지는게 일반적이며 속도는 10km/h 정도의 차이가 난다. 주로 맞춰 잡는 두뇌파 투수들이 구사한다고 하지만 그냥 어떤 체인지업이든 던져봐서 가장 자기가 던지기 편한 걸 던지는 것일 뿐. 몇몇은 스트레이트 체인지업이라고도 한다. 요즘은 대체로 서클 체인지업 그립이 대세라서 잘 쓰지 않는 편이다.
위 사진처럼이 아닌 투심그립에서 실밥에 중지를 올리거나 그사이에 올려 구사하는 이의리같은 선수들도 있다. 손가락을 세개 올리다보니 손가락 감각이 뛰어나다면 무브먼트보다 구속에 힘을줘 속구처럼 던지는 응용도 가능하다고 한다. 뉴욕 메츠 시절의 서재응도 우타자에게는 일반적인 서클 체인지업이 아닌 스리핑거 체인지업을 던졌으며 류현진은 서클 체인지업과 스리핑거 체인지업의 두 그립과 감각을 이용해 같은 체인지업으로 125km/h에서 135km/h정도까지 조절한다고 한다. https://youtu.be/nkK1EttmEyI 참고로 류현진선수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해준 구대성은 스리핑거가 아니라 중지를 띄워서 일종의 팜볼처럼 던진다고 한다. 손가락이 길어 할 수 있는 그립이다.
6. 이모저모
- 사회인 리그에선 보기 드물게 사랑받지 않는 구종이다. 실전에서 쓸 수 있건 없건 일단 던져보고 "야! 휘지!? 휘었지!?"하고 호들갑떠는 사회인 야구답지 않은 그림인데 아무래도 습득에 필요한 노력 대비 효율성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4부, 루키 등의 하위리그에선 굳이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아도 패스트볼조차 이게 패스트볼인지 체인지 오브 페이스인지 알 수 없는 '중력구'가 태반인 관계로 굳이 체인지업을 구사할 이유도 없고, 차라리 변화의 폭이 큰 커브로 정확한 타격을 방해하는 편이 유리하다. 물론 커브가 비교적(어디까지나 비교적) 습득이 쉽기 때문에 가능한 일. 중상위권 리그에선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한데, 실책 하나 볼넷 하나에 덕아웃에서 들려오는 쌍욕을 피하려면 굳이 완벽하게 구사하기 어려운 체인지업을 익히기보단 손가락이 길면 차라리 포크볼이나 SF볼을 던지는 게 낫기도 하고, 하위리그와 마찬가지로 제구 잘 되는 커브만큼 위력적인 무기도 없다. 사이드암 투수의 경우는 공을 던지는 메카니즘의 문제도 있고 해서 까딱 잘못하면 피칭 밸런스를 다 망치면서까지 무리하게 습득하기보단 차라리 싱커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 90년대 말 삼보컴퓨터에서 당시 체인지업을 간간이 던지기 시작했던 박찬호를 모델로 세워 데스크탑 컴퓨터 삼보컴퓨터 체인지업을 출시한 적이 있다. 대박이 났었다고 한다. 하지만 박찬호는 2009년에 불펜투수가 되고 나서야 체인지업을 완성시켰다.
- 1990년대초에 발간된 주간야구 잡지에서 어느 학생 야구선수가 당시 현역투수였던 양상문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는 요령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자 '중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체인지업 연마 대신 구속 향상에 더 중점을 두고 훈련할 것'이라고 조언을 한 바 있다.
7. 말말말
가끔 공의 회전을 읽어내는 타자들이 있습니다. 릴리스 포인트의 차이로 구종을 알아내는 타자들도 있고, 커브볼 특유의 손을 떠나는 순간의 떠오름을 포착하는 타자들도 있죠. 하지만 투수가 공의 속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그 어떠한 타자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맙니다. 인간의 눈으로는 그걸 구분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딱 한 명, X같은 토니 그윈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 그렉 매덕스[25]
[1] 상대 타자는 배리 라킨.[2] 단 선수와 코치에 따라서는 손목의 스냅을 사용하고 오히려 팔꿈치의 운동을 억제해 속도를 늦추는 경우도 있다.[3] 단적으로 회전수가 공의 구속을 결정한다면 야구에서 가장 빠른 구종은 커브볼이 되었을 것이며, 우에하라 코지의 패스트볼 구속이 리그 최정상급을 다퉜을 것이다.[4] 하지만, 히팅은 타이밍이고 피칭은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것이다. 타자가 정밀기계도 아닌데 해당 타석에서 100마일짜리 볼에 타이밍을 맞춘 상태인데 90마일짜리 체인지업이 왔다고 타이밍을 순식간에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몸쪽-바깥쪽, 높은볼-낮은볼 배합이 만들어내는 효과속도 차이까지 감안하면 90마일짜리 체인지업이 타 선수들의 직구 속도와 비슷하기 때문에 얻어맞을 수 있다는 예상은 피칭을 너무 단편적으로 바라본 이야기라 볼 수 있다. 스벅이 하도 단점이 없어놓으니 억지로 만들어낸 단점이랄까. 지금도 스벅은 건강만 하면 사이영급 피쳐이다. 건강만 하면.[5] 물론 프로 수준의 상대에게 간파당하지 않으려면 어느 구종이라도 안 그래야겠냐만은, 체인지업은 비슷한 피치터널이지만, 상대 타자를 느린 타이밍으로 속이는 목적으로 던지는 구종인 만큼, 회전수를 줄이면서 이에 따라 변화도 다른 변화구만큼 큰게 아니기에, 간파당하면 그대로 먹잇감이 되는 경우가 많다.[6] 물론,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그것은 말이 체인지업이지 스크류볼, 스플리터급의 무브먼트를 자랑하는 MLB 역사상 단연 톱으로 꼽히는 구종이었던 것도 한 몫했다.[7] 심수창이 댄 스트레일리의 구종에 따른 투구폼 분석을 하며 일반 속구와 체인지업의 차이를 설명한 적이 있다. # 이렇게 던지면 투구 분석이 된다는 소리.[8] 특히 고영표는 21-23시즌 리그 구종가치 1위의 체인지업을 매년 40% 이상 구사할 정도로 체인지업에 의존하는 투수이다.[9] 이재학 역시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반반쌕 섞어 쓰는 투 피처로, 때로는 체인지업 구사 비율이 조금이나마 앞서는 때도 있다.[10] 최훈의 MLB카툰에서는 거의 진동모드 달린 공으로 나온다. 패스트볼을 예상하고 휘두르니 그제서야 들어오는 공.[11] 그레인키는 구속 저하로 인해 투구스타일 자체가 변한 타입이다. 그렇게 투구 타입을 변화시키면서 마이너스 구종이었던 체인지업을 주요 무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12] 그러다보니 원체 따라하기 힘든 메커니즘이지만, 그래도 페드로 이후로도 비슷한 체인지업을 던지는 선수들이 종종 나온다. KBO에서는 NC 다이노스의 투수들이 이재학을 필두로 비슷한 매커니즘의 역회전성 체인지업을 즐겨 사용한다. 마커스 스트로먼이 언급한 NC 김진호의 체인지업에서 중지와 약지로 역회전을 걸어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13] 유명한 1999 ASG에서 배리 라킨을 상대로, 2000년에는 무려 프랭크 토마스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져 삼진을 잡았다.[14] 우투수가 던졌을 때 우타자의 몸쪽으로[15] 서클 체인지업과 저속 싱커를 같은 구종으로 보고, 고속 싱커와 스플리터를 같은 공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16] 우타자 상대 397타석/좌타자 상대 420타석.[17] 시즌 피안타율은 .167로 당시 역대 1위 기록이었으나 트레버 바우어가 단축 시즌 버프로 가져갔다.[18] 물론 서체 없이도 리그 내 최고 구위로 때려부수는 아웃라이어들도 당연히 있다. 클레이튼 커쇼, 랜디 존슨 등[19] 다만 류현진은 2019년 커터를 장착하면서 좌타자 상대 성적이 급격히 좋아지며, 이젠 좌타자 상대 성적이 우타자 상대 성적보다 더 좋아졌으므로, 아래의 자료는 2018년까지 한정.[20]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이 사람이 원조다.[21] 스플리터보다 공을 쥐는 힘이 더 약해져서 구속은 더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펠릭스 에르난데스나 팀 린스컴 등 벌칸 체인지업을 던지는 선수들의 구속은 딱히 스플리터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22] 반대로 포크볼을 즐겨 던지는 일본 투수들은 체인지업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었고, MLB에 진출해서도 체인지업 때문에 홍역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구로다 히로키 같은 경우는 어설프게나마 체인지업을 던지다가 얻어맞자 아예 포기하고 포크볼의 비중을 높였다.[23] 흔히 알려진 벌칸 체인지업의 그립과 다르게 검지와 중지를 벌려 스플리터와 비슷한 그립이다.[24] 함덕주의 그립은 중지-약지를 훨씬 더 벌린다.[25] 체인지업이라는 구종의 핵심과 그윈의 위대함을 동시에 알 수 있는 발언이라 할 수 있다. 토니 그윈의 매덕스 상대 성적은 타율 0.415 / OPS 0.997이다. 거기에 매덕스는 그윈에게 단 한 개의 삼진도 얻어내지 못하며 말 그대로 탈탈 털렸다. 그런 와중에도 피홈런만큼은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는데, 그윈이 아무리 교타자라고 해도 상대 OPS가 1에 근접하는데도 피홈런이 아예 없다는 것도 매덕스의 기량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