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lbgcolor=#0f0f3e><colcolor=#ffffff> 김현희 金賢姬 ｜ Kim Hyun He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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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생 | 1962년 4월 15일 ([age(1962-04-15)]세) |
| 평안남도 평양시 문수리 (평양시 문수구역 문수동) (現 평양시 대동강구역 문수동) | |
| 학력 | 평양외국어대학 일본어과 (졸업) |
| 국적 | [[대한민국|]][[틀:국기|]][[틀:국기|]] |
| 가족 | 남편 (1958~2021)[1] 장남 (2000년생 추정) 장녀 (2002년생 추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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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북한의 전 공작원으로, 조선로동당 대외정보조사부 소속으로 활동했다.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의 범인이며 사건 이후 대한민국으로 귀순하였다.
2. 생애
2.1. 요약
1962년 양력 4월 15일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외국어대학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본관은 경주 김씨.[2] 아버지가 외교관이라서 상류층 생활을 했다고 하며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임지인 쿠바에서 생활한 적도 있다. 외교관이 되길 원했으나 남파 공작원으로 선발되어 7년 8개월간 공작원 훈련을 받았고 하치야 마유미([ruby(蜂, ruby=はち)][ruby(谷, ruby=や)][ruby(眞, ruby=ま)][3][ruby(由, ruby=ゆ)][ruby(美, ruby=み)])라는 일본인으로 위장하였다.공작원 김승일과 함께 1987년 11월 12일 평양을 출발해 모스크바-부다페스트-빈을 거쳐 유고슬라비아(現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도착했다. 바그다드와 아부다비를 거쳐 로마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구매한 이들은 11월 28일 밤 바그다드에 도착해 대한항공 858편에 탑승하였다.[4] 비행기가 아부다비에 착륙한 뒤 둘은 바그다드에서 미리 타이머를 맞춰 놓은 폭발물을 자신들이 앉았던 선반 위에 두고 내렸다. 두 사람은 공항에서 하루밤을 보낸 뒤 이튿날 비행편을 통해 바레인으로 출국했고 예정대로 두 번째 기착지인 방콕으로 향하던 858편은 인도양 상공에서 공중폭파되어 승객과 승무원 115명 전원이 사망하였다.
바레인에 도착한 이들은 계획대로 로마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이들의 일본 여권이 위조여권인 것을 확인한 일본 대사관 측의 신고로 12월 1일 바레인 공항에서 체포되어 탈출에 실패했다.
임무 직후 탈출에 실패하자 입 안에 숨겨 두었던 청산가리 앰풀로 자살을 시도했으나 바레인 경찰에 의해 저지되어 실패하였는데 공범 김승일(하치야 신이치([ruby(蜂, ruby=はち)][ruby(谷, ruby=や)][ruby(眞, ruby=しん)][5][ruby(一, ruby=いち)]))은 자살에 성공했다. 체포될 때 자살하는 걸 막기 위해 입에 재갈을 물렸다. 테러 후에도 8일간 위조여권을 이용해 일본에 다녀온 적이 있는 중국인 백취혜로 위장했지만 결국 북한 공작원임을 시인하였다. 적어도 김현희 수기를 통해서 밝혀진 안기부의 당시 수사기법은 상당히 정교하고도 치밀한데 어느 정도 미화의 가능성도 있으나 이후 무함마드 깐수 검거 당시 밝혀졌듯이 안기부에 바보들만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덮어놓고 의심할 일은 아니긴 하다. 안기부는 어차피 그녀가 북한인이란 걸 다 알고 있었으나 자신이 중국 출신이라고 끈질기게 거짓말하는 그녀를 다음과 같은 증거들로 굴복시켰다.
- 김현희에게 뜨거운 커피를 주었는데 김현희가 이를 후후 불어먹자 "역시 조선사람이라서 뜨거운 음료를 후후 불어서 먹는군!" 이라고 옆에서 외쳤는데 한국어를 못 알아들었어야 할 김현희가 당황해서 커피를 내려놓음으로 한국어를 한다는 것을 인증했다. 김현희가 불안해서 손가락을 움직일 때 옆에서 불안하니 저리 손가락을 움직인다고 하자 그 말을 알아듣고 멈추는 실수도 했다.
- 김현희에게 생리가 언제인지 알아야 조치를 해 준다고 수근거렸는데 생리대가 급했던 김현희가 일본어로 자신의 생리날을 말하게 했다.
- 김현희에게 반찬으로 김을 주었는데, 김현희는 자신이 중국 출신인 척하기 위해서 중국어로 종이를 태운 것이냐고 쓸데없는 거짓말을 했지만 설정상 일본에서 한동안 지냈기 때문에 김을 모르는게 더 이상했다.
- 오랫동안 한식을 먹지 못한 김현희에게 일부러 한식을 주었는데 김현희가 처음에는 한식이 낯설어서 먹지 않겠다고 연기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먹어 버렸다.
- 김현희 옆에서 일부러 한국어로 농담을 해서 김현희를 웃기거나 김일성, 김정일을 욕하고 분노하는 반응을 살폈다.
- 김현희는 자기가 만주 출신이라고 진술했으나 정작 어학연수를 광동성에서 했기 때문에 김현희의 사투리는 남방 사투리가 강했다. 옥수수죽을 만주에서는 파오미, 남중국에선 위미라고 했는데 김현희에게 옥수수죽의 이름을 묻자 김현희는 위미라고 대답했다.
- 김현희는 자신이 흑룡강성 오상시 출신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오상현이 맞았으며 김현희는 오상현 근처의 다른 현의 이름을 하나도 대지 못했다. 풀이 죽은 김현희에게 조사관들이 한국어로 "얘가 거짓말만 하고 있어"라고 수근대자 김현희가 중국어로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냐고 대드는 실수를 했다.
- 하치야 신이치의 집에서 TV를 볼때 무슨 상표였냐는 질문에 엉겁결에 북한제 상표인 진달래라고 대답했다. 다음날 사실은 진달래가 아니라 히다치였다고 진술을 번복했지만 당연히 소용없었다.
- 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데 왼쪽에 있다고 잘못 말했다.
- 광저우시 북한 무역대표부 근처에 가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가본 적 없다고 잡아뗐지만 사실 북한 무역대표부는 광저우시의 가장 인기 있는 산책코스 근처에 있어서 광저우에 살았다면 안갈 수가 없는 곳이었다.
- 김현희는 자기가 사실상 천애고아였다고 증언했는데 정작 어릴 때 무엇을 주로 먹었냐는 질문에 중국에서 당시 비싼 음식이었던 호빵을 먹었다고 대답했다. 아직 흑룡강성 오상현에서는 신문 가두판매를 하지 않았음에도 이모가 신문과 만두를 가두판매한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가 바로 간파됐다.
- 일본에서 1년 살았다고 했음에도 정작 일본 TV에서 매일 생중계된 아시안 게임 성적 순위도 알지 못했고 김현희가 묘사한 거리나 집도 모두 일본과 관계 없는 것이었다. 일본 가정집에서 연료를 가스를 쓰는지 연탄을 쓰는지 기름을 쓰는지도 몰랐으며 일본 수상이 나카소네 야스히로에서 다케시타 노보루로 교체되었음도 모르고 있었다.
12월 22일에 조사관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두 지적하자 그녀는 더 이상 버텨 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가족들이 보복을 당할까봐 조금 더 고민하다가 결국 12월 23일 조사관들이 이제 네가 알아듣는 척을 하든 못 알아듣는 척을 하든 모든 조사를 한국어로 진행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성명을 묻자 자신의 이름이 김현희라고 자백했다. 유명한 "언니 미안해"는 그 이후에 나온 것으로, 포기한 그녀가 한국어로 말하기 시작한 후에 나중에 들어온 여성 조사관이 얘가 한국말을 한다고 놀라자 그녀가 한 말이다.
이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당시 19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6] 안보 강화 등의 이유가 있어서인지 기왕이면 본인을 통해 좀 더 북한 관련 정보를 캐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북 선전 및 첩보 등을 위해 사면되었다.[7]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을 죽인 테러리스트인데 처벌이 약한 것에 아쉬워하는 등 못마땅해하는 의견도 많다. 사실 858편 피해자들이 그녀와 안기부한테 불편한 감정을 보이면서 진상규명을 요청하거나 858편 사건 관련해서 음모론이 나돌았던 것도 사면으로 그녀가 떳떳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1년에 회고록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 1992년에 <사랑을 느낄 때면 눈물을 흘립니다>를 출간했다. 글 자체는 본인이 썼으나 실질적으로 두 책 모두 그녀가 직접 쓴 책은 아니고 소설가 노수민이 대필했다. 책에 나온 모든 내용들을 사실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북한의 현실과 그녀의 행적에 관해 확실히 도움은 되는 책들이다. 1997년엔 전직 안기부 직원과 결혼했다. 사건 이후에는 국가정보원의 보호를 받으면서 사회 활동을 하며 방송에 간간이 출연하고 있다.
2013년 1월 15일 MBC 특집대담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8] 인터뷰에 따르면 주체사상을 교육받았던지라 김일성에게 충성하는 것이 당연하고 통일을 위해서는 뭐든 하는 것이 맞다고 믿었다.[9] 그러나 임무 수행 직후 체포됐을 때 북한 정권은 자신을 버렸고 테러가 통일에 기여하기는 커녕 남북을 더 이간질하는 행위임을 깨달았으며 북한 정권이 테러를 통해서라도 남조선 인민을 구제해야 한다는 말과는 너무나 판이하게 살기 좋은 당시 대한민국의 사회를 보며 자백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후술할 모든 생애는# 그녀가 지은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1991년-고려원)를 참고한 것이다. 제법 볼 만한 책이다. 1급 간첩의 확보가 얼마나 방대한 대북 정보를 알려주는지 여실히 알려주는 책으로, 21세기에도 북한 사회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2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1권 '내 영혼의 눈물'은 동유럽 지역을 돌고 돌아 잠행하다가 858편을 폭파시킨 이야기다. 일부는 이 책에서 나오는 동유럽 지역명이나 호텔명 등 대부분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짜 지역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유튜브에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빈과 바레인에 나오는 호텔은 모두 실존하는 장소임을 알 수 있다. 2권 '꿈꾸는 허수아비'는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데 꽤 부유한 집에서 잘 살았다는 내용이다. 중요한 관건은 잘 사는 집이니 어렸을 때 뽑혀서 위에서도 나오는 화동으로 남한측 대표에 꽃을 전달했다는 것인데 이것도 진실 공방은 있지만 북한에서 그녀에 관해 기록말살형에 처해서 김현희가 꽃을 준 것을 부정하려고 하기도 하고 당연하겠지만 김현희의 말은 안 믿으면서 북한의 말은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그거야말로 모순이니 어느 쪽이 진실인지 알아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책의 내용은 매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물론 유족 입장에서는 좀 씁쓸하겠지만. 특히 기존의 어렵게 살던 탈북자가 북한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탈북했다는 일반적인 내용 대신 부유층이며 부러움 하나도 없이 행복했던 이가 간첩이 되어 가고 한국에 귀순하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물론 전술했듯이 자서전의 내용이 실제와 다를 수도 있는 만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무리지만 대충 그녀가 어떤 인생을 살아 왔고 KAL기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볼 수 있다.
2.2. 어린 시절
1962년 1월 27일 평양시 문수구 문수동[10]에서 외교관인 아버지와 개성 출신[11]에서 기독교인인 어머니의 딸로 출생하였다.평양 거주자에 아버지가 외교관인지라 말 그대로 금수저와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근무하던 쿠바에서 거주하기도 했다. 쿠바는 공산주의 국가이고 아버지는 철저하게 미국을 증오했던지라 딸과 함께 바닷가로 놀러가는 날이면 저 멀리 보이는 미국 땅을 가리키며 저기가 미국놈들 땅이라고 알려주면서 반미 사상을 교육시켰다. 어릴 적 그녀는 괴물같이 여겨진 미국 땅을 보고 미국이 무서워 울기도 했다고 한다.
쿠바 거주 시절 한 번은 어느 날 역시 북한 간부의 자제로서 쿠바에 살던 짖궃은 남자아이가 그녀를 괴롭혔는데 선인장을 어깨에 때려박아 가시가 박히기도 할 정도였다. 그녀는 안 만나려고 했지만 항상 그녀의 집에 찾아와 놀자면서 괴롭혀 대기에 결국 못 이기고 나가 시달림을 받았다고 하며 중학교 때 북한에서 다시 만났는데 이때는 그녀에 대한 미안함인지 슬슬 피해 버렸다고 한다.
어렸을 적 쿠바 생활을 꿈같이 행복했던 생활로 회상했는데 이때가 북한이 한창 경제성장을 하던 시절이었다고는 하지만 쿠바의 기본적인 경제 수준이 북한을 크게 앞서던 상황 속에서 토지개혁, 국유화, 문맹퇴치, 복지확충 작업을 거치며 쿠바인들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이 북한에 비해 훨씬 높아졌고[12] 쿠바가 문화적으로 통제 일변도 정책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실제로 쿠바는 공산주의 국가이기는 하지만 해외 관광객들이 많이 오고 쿠바인들도 해외로 많이 일하러 가기는 한다.
고위자제의 딸이어서 그런지 어린 시절 자국과 타국의 높으신 분들에 꽃을 주는 어린아이인 화동(花童)으로 선발되어 평양을 방문한 이후락 일행 중 한 명에게 꽃을 주기도 했다. 이후락 일행은 1972년 5월 평양에 밀사로 가서 김일성을 만났고 그녀는 이때 이들 중 한 명에게 꽃을 주었다고 했으니 그녀의 나이 11살 쯤에 주었을 것이다. 알다시피 이후락은 두 달 뒤에 7.4 남북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1972년 11월 2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조절위원회에서 김현희의 기억에 따르면 두번째에 내린 인물에게 꽃을 전달하였다고 증언하였는데 안기부에서는 서열상 2위인 대표단 부위원장 장기영 대표에게 꽃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당시 사진에서 김현희를 잘못 지목하였다가 북한의 반박 보도로 잠시 곤혹스러운 처지가 되었으나 일본에서 추가적으로 사진이 발굴되면서 김현희가 당시 화동이었던 것이 확실히 확인되었다. 김현희가 꽃을 준 것은 장기영이 아니라 대변인인 이동복(李東馥)이었다.
이때도 일화가 있는데 이동복이 "꽃이 참 예쁘구나. 그런데 이 꽃의 이름은 무엇이지?" 라고 김현희에게 물었는데 꽃 이름을 몰랐던 김현희가 당황해서 "조선사람이 조선꽃도 모릅니까?" 라고 표독스럽게 맞받아쳤고 이동복은 충격을 받다 못해 화가 나서 안내인에게 "도대체 얼마나 남한 적대 교육을 얼마나 시켰길래 어린 화동들까지 이러냐?" 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나중에 김현희는 전향 후 안기부에서 일하던 이동복과 재회했는데 이동복이 먼저 "우리 전에 본 적이 있지요?" 라고 말을 걸었고 김현희는 "꽃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조국에 누가 될까봐 일부러 그랬습니다" 라고 해명했다.
북한에서는 학생 시절부터 친구들 간에 잘못한 것에 대해 상호비판을 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그녀도 잘못한 아이에 대해 공부할 시간은 없는데 놀 시간은 있냐면서 비판하기도 했다. 그 중에는 김현희보다도 더 신랄하게 퇴학을 시켜야 한다면서 비판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성인 군인처럼 심하게는 아니지만 외적과 싸워야 할 힘을 길러야 한다는 이유로 잡다한 훈련을 받았다. 북한은 남녀 모두 군인으로서 복무해야 하는 만큼 여학생들도 훈련에 참가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13]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평양외국어대학 일본어과에 입학했다. 이때 그녀가 보여준 일본어 실력이 인상깊었던 모양인지 중앙당은 그를 공작원으로 선발하게 된다. 졸업 이후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있던 그녀는 갑작스럽게 중앙당의 소환 명령을 받고 동료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자리를 떠야만 했다.
2.3. 공작원 시절
이 시점에서 보면 중앙당 소환은 그녀에게 영광이 아닌 인생 최대의 아픔으로 남게 되었다.초대소라는 곳에서 살면서 공작원 교육을 받게 된 그녀는 집에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특별한 휴가 없이는 갇혀 살아야만 했다. 초대소에는 식모라는 아주머니가 있어 그녀의 생활을 도와주고 때로는 자유주의(상부의 관리를 피해 개인적으로 돌아다니는 행위)를 해서 집에 다녀오도록 눈감아 주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훈련을 받은 그녀는 이를 악물고 공작원 훈련을 해 나갔다.
부모도 그녀를 잘 볼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 매우 고통받아야 했다. 중앙당이 알아서 김현희를 먹여살리고 결혼까지도 시켜 준다고 했지만 항상 김현희가 그리웠던 어머니는 중앙당 지도원에게 "우리 현희는 언제 (집에) 보내주나요?"라고 애원하기도 했고 아버지도 술에 취해 "우리 현희는 언제 시집보낼거요?"라고 따지기도 했다. 언젠가 아버지가 앙골라에서 근무하다가 4.15 휴가를 받아 집에 돌아온 날 그녀도 집에 휴가를 얻어와서 아버지를 만났지만 아버지는 그녀를 애써 외면하고 손도 잘 잡아주지 않았다. 결국 그날 밤 그녀가 자유주의로 집에 찾아가 아버지에게 따졌더니 아버지는 "이제 너와 정을 떼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아서 그랬다. 네가 잘못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즉, 부모는 그녀가 중앙당에 소환되었다는 것이 어떤 슬픔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초대소에는 김숙희라는 동료가 있어서 그와 함께 말동무를 하며 지냈고 리은혜(타구치 야에코)라는 납북 일본인인 일본어 교사도 있었다. 일본어에 능통했던 그녀가 리은혜에게 배운 것은 일본인으로서 완벽하게 행동하는 일본인화를 시키는 것이었다. 일본인으로서의 생활 방식, 사용하는 제품 등에 대해 일일이 다 배우게 되었다.[14]
리은혜는 자식을 남기고 남편과 이혼한 뒤 어느 날 북한 배에 의해 납치되어 북한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고국과 가족을 못 잊던 그녀는 항상 눈물로 나날을 지새워야 했다. 리은혜는 남의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으며 살아야 했다. 실제로 북한은 일본에 대한 감정이 매우 안 좋으니 일본인을 나쁘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현희는 한국에 온 이후 리은혜가 석방되기를 기원했지만 북한은 이미 리은혜가 교통사고로 죽고 홍수로 묘실도 없어졌다고 둘러댔다.
김현희는 자신이 집에 찾아왔을 때 외면을 한 아버지에 대한 야속함과 막내동생 범수가 피부암으로 죽고 동생인 현옥의 남편이 과로로 죽은 것에 대한 슬픔, 어깨에 난 예방접종으로 인한 흉터를 성형수술하려다가 오히려 더 크게 흉터 자국이 남은 부작용[15]으로 인한 여러 일들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일본어로만 대화하는 것에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김현희는 중국어도 공부하면서 김숙희와 함께 중국 광저우, 마카오에 현지 실습을 가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경험도 해 보았다. 현지인들은 중국어를 구사하며 중국인처럼 살아가는 김현희를 보고 완벽한 중국인이 되었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몇몇 남자들은 김현희를 보고 결혼하고 싶어할 정도였지만 공작원이었던 김현희는 그들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조국에서 김현희 혼자만 급하게 귀국하라는 명령을 받고 평양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며 대외정보조사부장이라는 자가 초대소에 와서 임무를 부여하려고 했다.
김현희는 자신이 일본인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일본에 침투해서 일본인으로 가장하고 활동하는 임무를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2.4. KAL기 폭파 이전
1987년에 김현희는 KAL기를 폭파하라는 명을 받고 정식 공작원으로 임명되었다. 그녀가 맡은 임무는 바그다드에서 아부다비-방콕을 거쳐 김포국제공항까지 가는 대한항공 858편 여객기를 폭파하는 것이었다. 당시 KAL기를 폭파한 일행은 안내조인 최 과장과 최 지도원, 공작조인 김승일과 김옥화(김현희의 가명)로 구성되었다.10월 7일 혼자만 즉각 복귀하라는 지령을 받고 북한에 귀국한 김현희는 그날 원래 묵고 있던 초대소를 옮겨서 그날 밤 9시 동북리 2층 2호 초대소 응접실에서 김승일, 안내조원들과 대외정보조사부장을 만나 부장에게서 어떤 임무를 받을지를 지시받았다. 워낙 극비에 부쳐질 정도로 일급 비밀 임무라 초대소 아주머니조차 응접실에 접근할 수 없었다.
부장은 KAL기를 폭파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남조선이 1988 서울 올림픽을 통해 남북 분단을 영구화하려는 책동을 꾸미고 있어 이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소리였다. 당시 북한은 남한만의 올림픽 단독 개최는 분단을 영구화하려는 책동이나 마찬가지라며 남북 공동으로 단일 국가로서 개최해야 한다는 식의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었다. 물론 국제 사회에는 씨알도 안 먹혔다. 남북이 서로를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국제적으로는 남북한이 이미 다른 국가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한 역시 통일을 포기했다거나 북한을 외국 취급했던 것이 아니라[16] 단지 국제적 현실을 수용했을 뿐이었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남한의 발전상이 올림픽을 통해 국제 사회에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88 올림픽 개최 당시 온갖 사보타주를 통해 필사적으로 방해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직후 공작대원들은 최 지도원으로부터 독약 앰풀을 지급받았는데 이 앰풀은 최악의 경우에 비밀 보장을 위해 사용, 즉 자결하는 데 쓰이는 것이었다. 담배로 위장한 것이었고 자결의 이유는 KAL기 폭파 사건의 주범이 북한으로 탄로나는 것임을 철저하게 은폐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에 침투해 스파이로 활동하던 할아버지 김승일은 언젠가 위장병을 크게 앓아 병원에서 갖은 고생 끝에 겨우 치료되었지만 그 후유증으로 여전히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없었고 시시때때로 약을 챙겨서 먹었어야 했다. 김현희는 허약해진 김승일을 보고 늙은 환자 돌보는 게 내 임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정도로 나약했던 그가 공작원으로 발탁된 이유는 서울에서 스파이로 활동하는 등 각종 여러 공작원 활동을 바탕으로 한 노련한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
김현희를 비롯한 공작원들은 1987년 11월 12일 평양을 떠나 소련 모스크바로 출발하였다. 두 사람은 일본인 부녀 관계로 위장했는데 김승일은 '하치야 신이치' 로 위장했고, 김현희는 '하치야 마유미'로 위장하였다. 김승일은 좌석에 앉은 승객이 김현희에게 물어보자 "구라파에서 열리는 과학자 대회에 가는데 이젠 늙어서 마지막 여행이 될 거 같아 막내딸을 데리고 갑니다"라고 둘러대었다.[17]
모스크바에 도착한 그들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이동하여 헝가리 주재의 다른 북한요원의 집에서 6일간 머문 후 11월 18일에 자동차를 이용하여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으로 이동하였다. 이후 비엔나의 호텔에서 6박 7일간 머무르면서 그동안 오스트리아 항공을 이용하여 유고슬라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이라크의 바그다드,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를 거쳐 바레인의 마나마로 가는 위장용 티켓과 아부다비에서 로마로 가는 또 다른 티켓 한 장을 구매하였다. 이후 24일에 베오그라드에 도착하여 4박 5일간 묵은 공작조는 11월 27일 베오그라드의 메트로폴리탄 호텔에서 최 과장과 최 지도원으로부터 액체 폭발물과 기폭장치 등을 건네받았다.
김현희 일행이 받은 폭탄은 라디오로 위장한 폭탄과 그로 인한 폭파 위력을 극대화하는 액체 폭약이었다. 폭파용 라디오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로서 작동 9시간 뒤에 폭발하도록 되어있는 고정 위치에 스위츠를 놓아 타이머를 설정하는 방식이고 액체 폭약은 술병으로 위장한 것인데 라디오 폭탄 옆에 두어 폭발 위력을 시너지로 높이는 역할을 하는 폭약이었다.
다음 날 공작조는 바그다드 공항으로 떠났다. 김승일이 지적한 대로 바그다드 지역은 전쟁 지역이라 적합한 노정이 아니라고 부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부장은 자기 역시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고 무시할 뿐이었다. 결국 걱정한 대로 바그다드 항공 일대마다 검문소에서 아주 철저하게 검문을 했는데 라디오 밧데리는 비행기에서 소지할 수 없다면서 압수해서 그들이 내리자 돌려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예 밧데리 자체를 빼앗아 쓰레기통에 내버리기까지 했다. 이때 김승일이 밧데리를 다시 꺼내어 라디오에 넣고 소리가 나는 것을 들려주며 순수한 라디오라고 항의하면서 결국 밧데리를 돌려받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때 승무원이 자기 책임에 끝까지 엄격하게 충실하지 않은 점은 무고한 115명의 사상자를 낳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오고 말았다.
2.5.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
1987년 11월 28일 밤 11시 30분경 김현희, 김승일 공작조원들은 바그다드에서 아부다비로 가는 KAL 비행기에 탑승했다. 김현희의 회고에 따르면 비행기 안에는 서양 여성 승객 한 명을 제외하고 승무원, 고객들을 포함해 전부 한국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김승일은 라디오를 꺼내 방송을 틀어본 뒤 9시간 후 폭발하도록 하는 알람 스위치를 설정하고 비닐백 속에 넣었다. 원래 폭탄 조작은 김승일이 하되 김승일이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김현희가 대신 하는 방식이었다. 그들은 강심제까지 먹으면서 심신을 안정시켰다. 물론, 당시 그들에게 죄책감이 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단지 발각되지 않고 임무를 끝내려는 두려움과 초조함만 일었을 뿐이다.
직후 비행기에 탑승한 그들은 자신들이 앉은 7B, 7C 좌석 위의 선반에 9시간 후 터지도록 타이머가 설정된 폭탄을 설치하고 테러요원들은 아부다비에서 내려 도피계획을 세웠다. 바그다드를 출발한 대한항공 858편 비행기는 아부다비와 방콕을 경유해 김포로 향하는 비행기였다. 문제는 그 비행기 안에는 국적이 미국인지 소련인지 유럽 국가인지는 모르지만 서양 여성도 타고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소련인이었으면 당장 북소관계가 파탄날 것은 너무나 안 봐도 뻔했다.
비행기가 아부다비에 도착하자 그들은 폭탄이 들어 있는 짐을 놔 둔 채 비행기에서 허겁지겁 내리다시피 했다. 객실 승무원들은 이들이 선반에 놔두고 간 짐을 미처 확인하지 않았고, 아부다비에서 이륙해 방콕으로 향하던 858기는 도착 40분을 앞두고 폭탄이 작동하면서 공중폭파되었다. 115명 전원 사망.
2.6. 사건 이후, 도주와 생포
원래대로라면 두 사람은 아부다비에서 내려 자신들이 구매했던 암만-로마행 비행기를 바로 갈아타고 로마로 탈출한 뒤 비엔나에서 재접선하기로 약정된 최 과장 일행과 만나서 안내조의 지시에 따라 평양으로 복귀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렇게 계획대로 되었다면 김현희는 북한으로 돌아가 김정일이 하사하는 온갖 훈장을 받으며 영웅 취급을 받았을 것이고, 지금까지 평양에서 풍족하게 계속 살고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여기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는데 바로 공항 안내원의 항공권 제시 요구였다. 공항에서 항공권을 걷어들이는 일 자체는 간혹 있었지만 북한에서 노정을 연구할 때 이 일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수상한 자들로 의심받을 것을 두려워한[18] 를 통해 김현희와 김승일은 위장용 바레인행 항공권을 제시하면서 로마행이 아닌 바레인행을 선택하였다.
그들이 만약 로마행 탈출에 성공했다면 이미 비행기가 터지기 직전에 로마로 피신해 비행기가 폭발했다고 해도 중동과 멀리 떨어져 있는 로마에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테고 북한의 소행도 숨길 수 있었을 것이며 어찌 알았다고 해도 이미 일행은 평양으로 탈출에 성공한 직후일 테니 북한 입장에서 걱정할 것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레인으로 가게 되면 그 사이에 타이머가 지나 비행기가 폭발해서 수사가 시작되면 자연히 자신들이 묵고 있는 바레인도 추적이 이루어질 것이니 결국 꼬리가 잡히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바레인도 안심이 되지 않아 한시라도 빨리 그곳을 떠나려고 했지만, 그들이 바레인에 도착했을 때는 일요일이었고 주말은 항공사 휴무일인 탓에 예약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다음 날인 월요일은 이미 항공권이 매진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 다음날인 화요일 8시 30분에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다음 날 바레인의 리젠시 인터콘티넨탈호텔에 머무르던 일행의 방에 오후 5시 무렵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김현희는 너무 놀라서 바나나를 먹다가 떨어뜨릴 정도였다고 하는데, 재밌게도 이 증언은 영화인 마유미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어 나왔다. 두 사람이 놀랄 만도 한 게 김현희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들이 그 호텔에 머물고 있다고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 번 전화가 반복해서 오고 급기야 한국대사관 성원까지 방을 방문했다. 김승일은 일본인으로 위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어로 묻는 물음에 대해 못 알아듣는 연기를 해 두 사람은 주로 영어를 사용해 대화했다. 그는 "대한항공 여객기가 방콕 도착 전에 실종되었는데 당신들은 행운이라면서 언제 어느 곳으로 떠나는지?"를 물어보았는데 이는 한국대사관 성원이 그들을 의심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성원이 가 버린 뒤[19] 호텔 종업원까지 동태를 살피러 오는 등 김승일은 자고 있는 상황에서 김현희는 혼자 두려움에 떨며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이튿날인 12월 1일, 북한의 죄상을 낱낱이 드러내기라도 하듯이 해가 환하게 밝아왔다. 김현희와 김승일은 아침 일찍 허겁지겁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으며 출국심사대에서 여권을 내밀었다. 여권을 본 항공사 직원이 말했다.
ちょっと待ってください。しらべるものがありますからね...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조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유창한 일본어에 김현희는 얼굴에 핏기가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그 옆에서는 일본인 성원이 여권을 회수해서 어딘가로 향했다. 아마 여권을 조사하러 이동한 듯 싶었다. 일행의 여권은 북한에서 일본 여권과 똑같이 만들어냈기 때문에 일본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문제는 그들 앞에 있는 일본 성원이 그 전문가라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로마행 비행기는 이륙해 버렸고 두 사람은 다 끝났다는 절망감에 온몸을 떨게 되었다.이윽고 여권을 회수한 동양인이 굳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말하길, "나는 바레인 주재 일본대사관 직원인데 이 여권 중 하치야 신이치의 것은 진짜여서 다른 곳으로 여행 가능하지만 마유미의 것은 위조여권이기 때문에 일본 비행기로 일본에 돌아가서 일단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20] 이 말을 듣는 순간 김현희는 귀가 멍멍해지고 눈이 캄캄해져서 더 이상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이 말은 그녀에게 곧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였다.
김승일은 이미 최후를 직감하고 독약 앰풀을 깨물어 자살할 각오를 했으며, 김현희에게 행동을 같이 할 것을 촉구했다. 정체가 드러난 만큼 살려고 애쓰면 오히려 더욱 비참하게 죽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김승일은 뒤이어 담배를 김현희에게 붙혀주면서 “나는 살만큼 살았지만, 나이 어린 마유미씨에게는 미안하다” 라는 말을 하면서 신호를 주었다. 경찰들은 이미 이들의 짐을 한 번 검문했지만 담배로 위장한[21] 독약 앰풀을 바로 눈치채지는 못했다. 김현희는 김승일의 말이 끝나자 바로 앰플이 든 담배를 입으로 가져다댔고, 경찰들은 놀라 바로 압수하려고 했지만 거의 뺏길 뻔한 것을 어찌 깨물기는 했지만 재빨리 빼앗기는 바람에 자살에 실패했다.[22] 김승일은 김현희가 쓰러지자 곧 자기도 앰풀을 깨물었고 평소 병약한 데다 고령이었던 그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23]
이후 병원에서 깨어난 그녀는 어떻게든 자살하려고 별별 방법을 간구해 보다가 영국인 핸더슨이 근무하던 경찰서로 옮겨졌고 그곳에서부터 중국인으로 행세하기 시작했다. 중국인으로 위장한 이유는 일단 한국인임이 탄로나서 절대 한국에만은 끌려가면 안 되었기 때문이고 더 이상 일본인 행세를 하지 못한 이유는 이미 일본 여권이 위조라는 것이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인 동료를 보증받지 못한 핸더슨 일행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변명이었다. 실제로 원래 위조된 일본 여권을 사용했기 때문에 일본으로 송환되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대한민국 정부에서 청산가리 앰풀이 북한산이라는 근거로 이들이 북한 공작원이라는 주장을 제기하여[24] 결국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하치야 마유미를 최대한 빨리 한국으로 압송할 수 있었다.
여담으로 김현희는 차라리 일본에 압송될지언정 절대 한국에만은 끌려가면 안 된다고 마음먹었는데 물론 자기 정체가 드러나서는 안 돼서이기도 했지만 북한 당국의 선전을 믿고 한국에 끌려가면 일본보다도 더 잔혹하게 고문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김현희는 한국이 자신을 고문할 경우 눈알을 빼고 생니를 뽑고 뼈를 긁어내고 손톱을 뽑는 고문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국은 그를 압송하기 위해 대한항공 DC-10 특별기를 보냈으며 안기부 수사관들은 김현희가 또 청산가리를 깨물 것을 막기 위해 입에 이와 혀를 분리시켜 침도 삼킬 수 없게끔 만든 플라스틱 재갈을 물렸다. 다만 본인은 청산가리가 아니라 혀를 깨물 것을 막기 위해 재갈을 준비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바레인 경찰에서도 준비하지 못한 것을 준비한 한국 특무들의 주도면밀함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
김현희는 눈을 콱 감고 앞으로 겪게 될 심문과 고문에 대해 흐느껴 울었다. 눈을 뜨면 특무들이 별별 말을 다 던질 것 같아 감고 있었다. 김현희가 공항에 내렸을 때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는데 무려 남산 조사관에 도착할 때까지 감고 있었다고 한다. 얼마쯤 지나 누군가가 그의 손을 펴면서 훈련을 받은 손인데 오래 지나면 풀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에 김현희는 안 들키기 위해서 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25]
2.7. 한국에서
12월 15일 밤 바레인에서 출발해 안기부의 본부가 위치한 남산 조사실에 도착한 그녀는 대한민국으로 압송되기 전에 위조한 일본 여권을 지녔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기 때문에 일본인으로 위장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가난한 중국인 고아 행세를 했다.당시 김현희를 감시하던 수사관들은 김현희에게 수갑도 채우지 않고 협박과 고문도 하지 않고 그저 사실이 탄로나게끔 유도하면서 심문을 해 나갔다. 자신을 모질게 고문할 것이라고 오해해서 남조선에 대해 무서움을 품고 있던 김현희는 남조선 경찰들의 친절이 바레인에서의 친절과는 또 다른 친절이라고 느꼈고 남조선 특무들은 친형제같은 마음으로 있는 정성을 다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김현희는 처음에는 자기가 북한 사람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으나 자기가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아니라는 온갖 증거들이 나오면서 위기에 빠졌다. 예를 들면 특무들의 한국인은 커피를 후후 불며 마신다는 말에 커피를 화장실에 갖다 버렸다. 그러나 이는 곧 한국어를 알아들었다는 증거로써, 당시 특무들은 이조차도 다 눈여겨 보고 있었다. 완벽한 중국인 고아로서 행세하기 위해 김을 보고 종이 태운 것이 아니냐며 능청을 부렸지만 나중에 자기가 일본에서 1년 간 살았다는 말이 빌미가 되어서 일본 사람들이 매우 즐겨먹는 것이 김인데 어떻게 이를 알아보지 못할 수 있냐며 핀잔을 맞았다.
결정적으로 중국어를 하는 수사관으로부터 심문을 받을 때 수사관이 동료들에게 얘가 자꾸 거짓말만 한다고 수군거리자 김현희는 (한국어가 아닌 중국어로 항의하긴 했지만)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냐"면서 발끈하자 수사관이 "지금 우리가 무슨 말을 한 줄 알고 그렇게 흥분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자기들이 파놓은 함정에 쉽게 빠져드는 걸 즐기듯이 껄껄 웃자 김현희는 아차 싶어서 자신의 치명적인 실수를 했음을 인지했다. 일본에서 살았다는 증언에 TV 상표를 말해 보라고 하자 급한 나머지 진달래라고 해 버리자 "그건 북한제 TV야 이 사람아"라고 하면서 딱하다는 듯이 또 웃었고 김현희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직후 모든 심문을 거부했다. 그런데도 수사관들은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지도 않고 모순되는 증언을 끈질기게 지적하는 인내심을 보여주었다. 사실 대공수사를 하는 수사관들은 고도의 전문적인 심리전으로 훈련을 받는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라 조금만 시간을 들여서 수사를 해 보면 간첩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사족이지만 김현희는 말문이 막혀서 둘러댈 말이 안 나오거나 자신의 처지가 한스러울 때, 또 북에 두고 온 가족이 생각나서 울고 또 울었는데 최종 자백을 할 때까지 울 일이 생길 때마다 계속 울었다. 남산에 처음 올 때부터 수없이 운 횟수를 따지면 열 번도 더 넘을 듯하다.[26]
김현희는 수사관들과 함께 첫 서울 구경도 하고 그 직후 이렇게 모든 증거들이 나오면서 나중에는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기 정체를 숨기고자 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연좌제 국가인 북한이 만약 자기가 범행을 인정한다면 북한이 즉시 자기 가족들에게 죄를 물을 것은 너무나도 뻔했던 상황이었고 실제로 김현희가 자살에 실패하고 한국으로 전향하자 김정일은 북한에 남아 있던 김현희의 가족들을 모두 요덕에 있는 정치범수용소로 보냈다.[27] 이는 1995년 성혜랑이 아들 이한영과의 전화 통화에서 얘기했던 내용이라고 한다.
김정일은 자살에 실패하고 남한으로 전향한 김현희의 소식을 듣고 여자는 요물이라는 독설과 함께 김현희가 속했던 대외정보조사부(35호실)에서 여성 공작원들을 모두 방출하였다. 심지어 김현희를 교육한 노동당 조사부 간부들까지 요덕 정치범수용소로 보냈다고 하면 김현희의 육촌 친척까지 평양에서 지방으로 추방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김현희는 죽기 전에 부모님을 만나는 게 소원이 될 정도로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고 한다.
김현희는 자신의 행적이 탄로나기 바로 직전에 수사관들의 권유에 따라 서울 구경을 다녀오게 되었는데 이때 단 한 번의 외출이 그의 굳은 심지를 한방에 흔들어놓는 계기가 된다. 김현희는 북한에 살면서 당연히 남조선이 가난하고 부패한 자본주의 국가인 줄로 알았지만 서울 구경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그것도 전부 한국인들이 운전하고 있는 자동차들의 행렬과 끝없는 빌딩들을 보면서 한국의 엄청나게 잘사는 모습에 컬쳐쇼크를 받았다.[28] 김현희는 직후 심문으로 모든 것이 탄로났지만 가족을 염려했던 탓에 입을 바로 열지 못했다.
하지만 비행기에 탔던 사람들에 관해 양심을 지킬 것을 호소하는 수사관의 호소와 나이 많이 먹은 수사관이 자신을 마치 아버지가 딸을 대하듯이 사랑으로 대하는 모습에 감동한 김현희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게 되었다. 마침내 12월 23일 그날 밤 김현희는 자신의 모든 범행에 대해 모두 시인하고 수사관에게 자신의 모든 행적에 관해 밤늦게까지 진술하였다.
사실 수사관들도 가족이 있던 사람들이라 김현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선 김현희가 저지른 일의 정당성부터 따지고 생각할 문제였다. 김현희는 자기 가족의 일이 수사관들에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들도 내색만 안 할 뿐이고 김현희를 안쓰럽게 여겼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며 틈이 나는 대로 바깥 구경을 시켜주면서 바람을 쐬게 해 주었다. 처음 서울 구경만으로는 한국이 잘 사는 사실을 반신반의했던 그녀는 여기저기를 구경하면서 점차 사실을 믿게 되었다.
다음 해 1월 15일,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이 열리면서 모든 전말을 공개했다. 김현희는 가족 문제로 괴로워하던 참이라 공개 여부를 수 차례 번복했지만 수사관의 간절한 요청에 결국 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꾸었다.[29] 시무룩해하는 김현희를 위해 어느 날 남서울대공원(지금의 서울대공원)에 갔을 때 김현희가 좋아하자 특무들도 같이 좋아했다. 김현희는 자신을 그들이 맡아야 할 짐으로 그들이 여기거나 의무 때문에 대하겠거니 하고 처음엔 여겼지만 결국 진심으로 자신을 챙겨주려는 마음임을 알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1990년 3월 27일 김현희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30] 추후 음모론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고자 일종의 살아있는 증거로 남겨 두려는 목적,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조금이라도 김현희로부터 더 캐내기 위해 4월 12일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재량으로 전격 사면을 받았으며[31] 이후 본인의 회고록을 저술하기도 하고 가끔씩 안보 강연에서 모습을 나타내는 등 현재는 국가정보원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1993년 6월 24일 KBS1 <남북의 창>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당국에서 비행기와 유해는 몇 번 찾다가 그냥 방치해 두었기 때문에 음모론이 나오는 배경이 되었다.
2.8. 이후
1997년 12월 29일 자신의 경호를 맡았던 안기부 직원과 결혼하였다. 4년 연상의 정모 사무관은 2년 전 김현희가 그에게 "You는 왜 결혼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었고 이에 정모 사무관은 김현희에게 "You에게 마음 뺏겨 정신이 없다. 다른 여자를 쳐다보지 못할 것 같다"면서 사랑을 고백했다. 이에 김현희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김현희와 결혼하려면 사표를 내야 한다는 안기부의 지침에 따라 정모 씨는 결혼 직전 사표를 제출하였다.# 2000년과 2002년, 각각 1남 1녀를 출산하였다.이후에는 맨 위에 나온 마유미의 삶 인터뷰나 대북단체의 강연 등에 출연하는 등 가끔 인터뷰나 강의에 참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1993년 자신의 자서전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 의 출판기념회 참석을 위해 미국 비자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특별사면과는 별개로 미국의 출입국 규정은 테러리스트들의 비자 발급 및 미국 입국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2014년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 실종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연합뉴스TV와 TV조선에서 이 사건을 다루며 김현희를 전문가라고 모셔와 방송해서 상당한 욕을 얻어먹었다. 아직 피해자들의 유족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남아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연시켜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 인터넷에서는 '연쇄 살인사건 발생하면 유영철을 전문가로 부를꺼냐' 등 엄청나게 난리가 났지만 김현희를 초청한 언론사들은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나 기사 삭제를 하지 않았다.
2021년 2월 남편 정 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이 확인되었다.
2.8.1. 일본인 북한 납치사건과 김현희
단순히 북한사람이 일본인으로 위장해 남한 비행기를 폭파해 남한측의 숱한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만 알려진 이 사건은 일본에서는 다른 국면으로 화제가 된다. 바로 이 김현희가 일본인 노릇을 하기 위해 도움을 받은게 북한으로 납치된 일본사람에 의해서였다는 것이었다.과거 북한 정부가 일본 민간인을 납치했던 사건은 북한이 공식 인정함으로써 사실로 밝혀졌다. 일본 정부는 12건의 납북으로 17명이 납치된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은 13명의 납치는 인정하고 5명을 일본으로 돌려보냈으나 8명은 사망했다고 밝히고, 4명에 관해서는 북한에 입국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일본에서는 부자연스러운 실종 사건이 빈번히 발생했다. 공통점은 대부분이 젊은 20대 남녀였으며 모두 해안가 근처에서 실종되었다는 것이다.[32] 일본에서 납북 문제가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1980년 산케이신문의 보도였는데 북한이라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으며 한국 정부 측에서 이 사안에 대해 일본 정부 측에 귀띔을 했지만 일본에선 사실상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웃어넘길 정도였고 누구도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작 제1세계보다 제2세계에서 도시전설로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들어 일본 경찰과 공안 당국은 1987년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의 주범 김현희의 증언을 시작으로 북한 출신의 탈북자와 망명한 북한 공작원, 북한으로 갔다가 돌아온 재일교포, 일본인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 정부가 일본인을 계획적으로 납치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1991년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북한은 부정하였다.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서 열린 북일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한의 특수기관들의 조총련계 공작원들이 공모하여 일본인 13명을 납치한 것을 인정, 사과하였다. 이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 사건은 김현희가 안기부 조사 과정에서 '리은혜라는 여성에게 일본인처럼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라는 증언을 하면서 몽타주를 그리게 하여 1988년 일본 각지에 '1980년 이전에 행방불명된 이 여성을 알고 계십니까?'라는 포스터를 붙이고 대대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1991년 들어 1978년에 실종된 타구치 야에코가 '리은혜'와 동일인인 것으로 추정했으며 김현희와 공작원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던 교관으로 밝혀졌다. 일본 조사단이 서울에 수감돼 있던 김현희와 직접 면회하면서 동년배 여성의 사진 10장을 뿌리고 이 중에서 교육관이었던 사람을 찾으라고 지시했을 때 김현희가 타구치 야에코의 사진을 보고 정확하게 '이 사람'이라고 얘기함으로써 타구치 야에코=리은혜가 맞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북한은 타구치 야에코가 리은혜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33]
이 사건은 사건 자체의 충격적인 면모뿐 아니라 김현희 관련 음모론에도 일침을 가한 셈이다.
3. 비판
1990년 4월 노태우 정부의 특별사면 조치로 풀려난 뒤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에 귀순하였는데 이는 위에서 서술된 것처럼 그녀 자체를 살아 있는 증거로 남겨두려던 당시 정부의 조치 때문이었다. 귀순 이후 종종 회고록을 출판하거나 강연, 방송에 출연하는 등 대외활동을 하는데 과연 사회가 그녀의 대외활동을 어느 부분까지 용인해야 하는지, 그녀를 대북활동의 주요인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비판이 존재한다. 귀순 여부와는 별개로 그녀는 무고한 민간인 115명을 사망하게 한 테러리스트이기 때문이다.옹호하는 측에서는 김현희는 북한 사람으로서 적대 집단의 사람들을 죽인 것이니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한다. 김현희가 북한 당국이 보낸 스파이로서 군사작전을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견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는데 사망한 115명의 사람들은 군사, 정치, 사상, 이념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나라까지 가서 일하다가 이제 가족을 만난다는 기쁨을 가지고 귀국하던 노동자일 뿐이었다. 즉. 김현희가 테러로 사망하게 한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군인이나 정부 관계자 등이 아닌 민간인들이었다. 현대에서 전쟁 중이라도 민간인 학살은 절대 금기시되는 전쟁범죄이며 이를 저지르면 제네바 협약을 비롯한 각종 군법에 의해 전범으로 처벌된다. 당장 일제강점기에도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은 일본 천황과 군부를 상대로 투쟁을 하였지 절대 일본 민간인 상대로 학살과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34]
2009년에 김현희가 자신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준 납북 일본인 가족과 만나고 납북자 인권에 대해 언급하는 활동을 했는데 "김씨가 유족들에게 사과는 하지 않은 채 납북자 인권을 말하는데 대하여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구제적인 증거를 제시해 폭파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 기사에 따르면 유족들은 1988 서울 올림픽 직전에 김현희의 참회 기자회견을 TV에서 보기는 했지만 직접 사과를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당연하겠지만 직접 만나서 사죄하는 것과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죄하는 것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김현희가 '가짜 공작원'설을 언급하며 방송에 자주 출연하자[35] 유족들은 크게 분노했다. 유족들은 김 씨의 '가짜몰이'에 대해 반박하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김 씨가 직접적으로 사과한 적도 없고 의문점에 대해 답변한 것 하나 없으면서 이제 와서 자신들을 좌파, 종북으로 몰아간 이유가 뭐냐고 맹공했다. #
김현희가 돈까지 벌면서 방송도 하고 책을 내는 것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비난은 클 수밖에 없다. 결국 115명을 죽여 놓고 먹고 살 돈을 번 셈이 되었다는 것이다.
2017년에도 진상규명대회와 추모제가 열렸지만 김현희는 참석하지 않았다. #
김현희가 가장 크게 비판받는 것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지속적으로 반(反)좌파적인 태도를 가지며 종북몰이로 매도했기 때문이다. # 이는 자신이 한 회개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테러는 상부의 명령을 받아 그랬다쳐도 감히 피해자를 상대로 가해자가 자의로 이런 악랄한 행위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뿐이다. 그 때문에 무고한 민간인들을 대량 살상한 테러범인데도 불구하고 혼자 살아남아 반공투사마냥 활동하는 김현희의 행동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단히 많다. 엄연한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마치 좌파 정권의 부당한 탄압을 받은 피해자로 행세하면서 유가족들을 종북으로 모는 것에 대해서는 여론의 반감이 심할 수밖에 없으며 테러 이상으로 그녀가 가장 욕먹는 이유다.
굳이 살아있는 증거로 남기고 싶었다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만 시켜서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면서 죄에 대한 대가는 치르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음모론과는 별개로 '김현희 덕에 선거에서 이겼으니 고마워서 사면해준 것'이라고 비꼬는 의견도 상당하다. 실제 사면 과정과 관련된 기록에 따르면 김현희의 감형안도 거론되긴 했으나 수감 중 심경의 변화가 생길 수 있고 관리가 어려우며 감형 후 다시 사면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세 가지 이유로 사면되었다고 한다. 교도소보다는 정보기관에서 평생 관리하는 게 훨씬 확실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도소에서 수십년간 수감되던 비전향 장기수들도 아직 남아 있던 상황에서 대규모 테러가 비전향보다 그 죄질이 가벼웠는지는 의문이며 비슷하게 출소한 김신조는 사람을 죽이기 않은 게 확인되었는데[36] 김현희가 과연 김신조 정도로 죄질이 약했는지도 의문이다. 알다시피 김신조가 노린 것은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무작정 민간인을 학살하지 않으려고 했고 실제로 민간인을 해치지는 않았으며 그마저도 대통령 암살에 차질이 생길까봐 비밀 방지용으로 입막음할까 한 것이다. 하지만 김현희는 적국의 군인도 아닌 엄연한 민간인을 100명 넘게 학살하였고 그걸로 모자라 진정한 반성은커녕 피해자 유족들을 종북좌파로 매도하면서 2차 가해를 하는 이상 절대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4. 여담
- 북한에 있을 때 납땜으로 충치를 진료한 적이 있다. 납땜은 북한에서 사용되는 치과 기술로, 이를 증거로 안기부는 김현희가 일본인으로 위장한 대남공작원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 영어, 일본어 능통자였지만 2007년 조갑제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어를 오래 쓰지 않아서 거의 잊어먹었다고 말한 바 있다.
- 체포 당시 공개된 얼굴은 꽤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수백 명을 살해한 폭탄 테러범이자 북한 공작원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곱상한 외모의 아가씨인 것에 많은 국민들이 놀라 심지어 "예뻐서 죽이기 아깝다"는 얼빠진 여론조차 있었고 이후에 사면된 것도 예뻐서 살려준 것이라는 저질 음모론이 한동안 돌았다. 당연하지만 김현희를 사면한 이유는 정부에서 북한 내부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살려준 것에 더 가깝다. 한동안 술자리 음담패설에서도 단골 안주거리로 김현희의 외모가 오르내렸는데 김현희를 전향시키기 위해서 안기부에서 김현희에게 서울 시내를 보여주는데 식사 도중에 옆자리에서 설마 김현희가 바로 옆에서 밥을 먹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하고 이런저런 음담패설이 나오는 바람에 김현희가 어이없어하면서 "저런 것도 막지 않고 뭐하냐?"고 항의했지만 안기부에선 당황하면서도 "남한에선 저 정도 발언까지 정부에서 규제하지는 않고 자유를 보장한다"고 답변했다. 이원복의 시사만화 <현대문명진단>에서도 이 음모론을 꼬집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다. 훗날 이 반응을 전해 들은 김현희는 "북한에서였다면 요물이라고 더 잔혹하게 죽였을 텐데..." 라며 희한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옆나라 일본 또한 북한 관련 이슈에 민감한 데다 일본어 전공, 일본인으로 위장하는 등 일본 관련으로 엮이는 점이 많아서인지 일본에서도 대서특필되어 나름의 파장이 불기도 했다. 이는 문화계에도 반영되어 RC 석세션의 곡 Secret Agent Man이란 노래에 김현희의 육성이 샘플링으로써 담기기도 했으며 그녀의 파란만장하던 생애는 여성 폭파 공작원으로서 캐릭터 창조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마인탐정 네우로의 등장인물 아이도 김현희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다.
5. 저서
-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1991) - 2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권은 KAL기 폭파 후 체포, 심문 과정이 담겨 있고 2권은 북한에서의 자신의 삶을 적어놓았는데 당시 북한의 생활상이 자세하게 적혀있으므로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 볼 만 하다. 다만 김현희가 혼자서 쓴 것은 아니고 소설가 노수민이 안기부에 섭외되어 2년간 김현희와 같이 지내면서 쓴 것이다. 따라서 필력이 상당히 좋고 일반적인 자서전이라기보단 어느 정도 소설처럼 맛깔나게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1993년에 <The Tears of My Soul>라는 제목으로 영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 사랑을 느낄 때면 눈물을 흘립니다(1992)
[1] 수사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결혼 직전 국가안전기획부 지침으로 사표 제출) 직원[2] 여담으로 김현희 남편의 고향, 즉 김현희의 시댁도 경주시에 있다. 김현희는 결혼식도 경주향교에서 전통 혼례로 했다.[3] 일본 신자체인 '真'으로 써야 옳을 듯하지만 일본에서 인명에는 구자체를 쓸 수 있다. 여권 사진에도 구자체인 '眞'으로 쓰여 있다. 어차피 위조 여권이니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4] 김현희는 7C, 김승일은 7D에 앉았다.[5] 앞 각주에서 언급했듯, '真' 대신 '眞'.[6] 바로 직전의 두 번의 올림픽은 각각 러시아와 LA에서 열렸는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으로 서로 올림픽에 참여하지 않아서 모든 나라가 다시 참여하는 서울 올림픽은 기념비적인 행사였기 때문에 북한이 움직였을 것이라고 추측된다.[7] 꼬꼬물 방영분에 따르면 북한은 자신들의 짓이 절대 아니라고 주장했고, 남한 측은 살아 있는 증거물을 그대로 없앨 수 없어 사형 선고 16일 만에 선고를 뒤집고 특별 사면했다고 한다.[8] 해당 프로그램은 《MBC 100분 토론》을 건너뛰고 긴급 편성한 프로그램으로, 신동호 아나운서가 진행했으며 사실상 2003년 《PD수첩》의 KAL기 폭파사건 음모론 보도에 대한 반성을 담은 프로그램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방영 당시 언론노조 MBC본부 측은 이 프로그램 제작이 방송문화진흥회의 주문에 따랐다고 보며 비난을 가했고 동년 3월 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도 거론되었으나 여야 위원 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보류되었다.[9] 그러나 이는 무고한 민간인들을 죽게 만든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고 그 자신도 범죄자, 살인자라는 낙인을 평생 갖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일제강점기 시절조차 독립군이 일본 민간인들을 상대로 학살하는 것은 금기시될 정도로(일본 제국 수뇌부를 향한 쪽으로 투쟁이 전개되었다) 민간인 학살은 어떤 경우로든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것이야말로 북한을 무조건 옹호하는 종북주의자들에 대해 북한 정권이 이렇게 잔인하다는 반박의 증거가 될 수 있다.[10] 다만 실제 문수구역은 1983년에 폐지되었다. #[11] 당시 북한에서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남조선로동당과 함께 개성 출신은 불순분자로 여겨져 사회 진출에 안 좋은 영향을 받았다. 6.25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개성은 38선 이남에 위치해서 한국 땅이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차별과 같은 대우를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내에게 "당신 옛날에 개성 출신이었다며"라고 하자 어머니가 "내가 개성 출신이어서 당신 출세에 지장을 주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현희는 어릴 때 그에 대해 의아해했지만 한국에 온 후 그 의문을 풀게 되었다.[12] 사실 쿠바혁명 전인 1950년대에도 쿠바의 경제상황은 나쁜 것은 아니라서 이미 1958년에 컬러TV 방송을 시작했고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을 앞섰지만 빈부격차가 극악해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빈곤층이 총 인구의 40%에 달했다.[13] 그러나 대한민국 역시 과거엔 남녀를 불문하고 학생들에게 군사훈련을 시켰다. 교련 문서 참조. 1994년에 사실상 폐지되었지만 이후에도 한동안 완전히 없어지진 않고 극소수의 학교는 좀 더 유지했다가 2011년에 완전히 폐지되었다. 86세대를 포함한 그 이전의 세대는 사실상 거의 모두가 교련을 경험해 봤다고 보면 되므로 실제 경험담을 듣고 싶다면 부모나 주변 노인들에게 물어보자.[14] 영화 마유미에서는 리은혜가 일본인은 음료를 마시면서 입가심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준다. 근데 정작 한국에서 일본인으로 위장할 때는 그놈의 습관 때문에 입가심을 또 하는 바람에 수사관으로부터 일본인은 입가심을 안 한다고 핀잔을 맞는다.[15] 경제며 의료시설이 낙후된 북한에서 성형수술이 실패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결국 임무를 마치고 오면 전문 의사를 데려다가 치료해서 완전히 흉터를 고쳐주겠다고 약속했다.[16] 대한민국 헌법 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반국가단체일 뿐 국가가 아니다.[17] 이 말을 하고 나서 옆 자리 승객의 태도가 공손해졌는데 당시 북한에서 가족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건 무려 김일성의 친척 정도는 돼야 가능했기 때문이다.[18] 당시 그들은 모스크바, 부다페스트, 베오그라드, 비엔나 등 여러 동유럽 국가를 경유했는데, 그대로 로마로 가지 않고 중동을 거친 다음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는 다소 상식적이지 못한 루트였기 때문에 충분히 의심을 받을 수도 있었다. 영화 마유미에서도 역시나 이 이야기가 언급된다.[19] 어쩌면 다른 안 보이는 곳에서 감시를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20] 그런데 신이치의 여권도 위조인데 왜 마유미만 발각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신이치는 실존 인물의 여권정보를 기반으로 위조하였고 마유미는 실제 여권번호의 인물이 남성이라는 차이점은 있었다. 영화에서는 둘 다 위조여권으로 판명되었다고 나온다.[21] 말보로 레드 담배갑에 넣어놨었다고 한다.[22] 청산가리라는 네임드급 맹독성 물질을 바로 뺏겼지만 살아남은 것이 용하다. 아예 섭취조차 못 했거나 했어도 치사량에 훨씬 못 미치는 양이던 모양이다. 다만 3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고 담당 의사가 "쟤 쇼하는 거야"라고 슬쩍 흘렸다는 음모론도 있다.[23] 공항 직원들이 먼저 엠플을 깨문 김현희에게 다 몰려있었고, 이들이 한눈을 판 사이 김승일은 방해 없이 엠플울 깨물 수 있었다.[24] 게다가 하치야 신이치, 즉 김승일의 허파에 박혀 있던 2ml짜리 유리 파편은 1974년 다대포에 침투했다가 자결한 북한 공작원들의 부검에서 나온 청산가리 앰풀의 파편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고 그의 치아에서는 북한에서만 쓰는 방식인 납으로 이를 땜한 흔적이 확인되었다. 그런데도 음모론자들은 1972년에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김일성을 만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청산가리 앰풀을 소지한 적이 있는데 청산가리 앰풀이 뭐가 북한의 수법이냐고 주장했다. 청산가리 자살 수법이 북한만의 수법이라는 것이 아니라 부검 결과 나온 청산가리 앰풀 파편이 북한산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는 건데 기초도 알아먹지 못한 무식한 음모론이다.[25]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는 김현희가 한국말을 알아듣는지 시험하려는 것이었고 수사관들은 눈치채지 못한 척 했지만 사실은 모든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26] 바레인에서 한국으로 압송될 때 수사관이 그를 보고 "그런 끔찍한 일을 한 사람이 겉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 같지 않아?"라고 하자 이를 속으로 의아히 여긴 김현희는 암호인 줄 알고 나중에 친해진 수사관한테 물어보다 수사관이 책을 사다주며 알려준다. 북한에는 옛날에도 동화책이 있었지만 김정일이 등장한 후 다 없어지고 혁명을 찬양하는 노래만 살아남게 되었다. 나중에야 조금씩 동화책이 나오지만 한국의 것에 비해 좋을 리는 없었다.[27] 영화 <마유미>에도 자백을 권유하는 안기부 직원들에게 자신의 가족이 위험해진다며 울면서 거부하는 장면이 나온다.[28] 물론 당시 한국은 세계적으로 따지면 잘 사는 국가가 아니었고 6월 항쟁이 끝난 지 반년도 채 안되어 사회적으로 혼란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이랑 비교도 안되게 못 사는 나라였기 때문에 김현희의 반응은 어쩌면 당연했던 것이다.[29] 영화 마유미에서는 수사관이 좀 가혹한 얘기지만 김현희의 부모는 김현희가 자살에 실패했을 때 이미 끝장이 났다며 설득을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 말을 계기로 진상을 밝힌 이유일 수도 있다.[30] #[31] 이 사건으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했다.[32] 그래서 당시 일본에서는 이런 특성에 부합하는 부분이 있으면 심령스폿 행방불명 사건처럼 미제 실종사건이 발생했을 때 납북설을 한 번씩 짚고 넘어가기도 했다. 다만 이 사건은 2020년에 실종자들의 유해가 발견되어 단순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시신이 발견되지 못했을 뿐 납북 사건은 아님이 밝혀졌다.[33] 물론 음모론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김현희라는 가공인물을 창조한 것이므로 일본이 모르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을 한국에서 파악하고 일본에 연극을 했 을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일본에 건네준 몽타주를 통해서 가져온 10장의 사진중에서 김현희가 정확히 타구치 야에코를 지적한것은 신빙성을 더해 준다. 이것은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증인에게 여러 사진을 주면 범인을 지목하라고 해서 증언을 검증하는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법정에서 판결 과정에도 사용되는 확인 방식이다.[34] 중국의 의화단 운동 당시 의화단이 서양 군인들뿐만 아니라 선교사를 포함한 민간인들까지 포로로 잡고 살해까지 했지만 이는 자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하에 서양 열강의 침탈이 가속화되는 계기를 불러왔다. 결국 의화단 운동은 실패하고 중국은 반 식민지 상태로 전락했다.[35] 오사마 빈 라덴이 <항공사고수사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생각을 해보면 김현희의 방송 출연이 얼마나 큰 논란이 될 일인지 실감할 수 있다.[36] 일단 증인 자체는 김신조 본인 말고 없긴 했지만 화약 흔적이 없는 총과 탄환이 모두 들어간 탄창으로 물증이 있었다. 체포 당시에도 무기는 드보크에 묻어둔 상태였기 때문에 교전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