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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4 14:48:06

현대문명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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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의의3. 내용
3.1. 1권3.2. 2권3.3. 3권3.4. 4권3.5. 5권
4. 문제점5. 여담

1. 개요

1990년 4월 8일부터 2002년 12월 26일자까지 13년간 주간조선에서 연재된 이원복의 시사 교양만화와 그 단행본.

냉전이 끝나던 1989년, 소련에 허가를 받고 여행을 한 이원복이 1990년 2월 동구권을 탐방하면서 여행기를 쓴 것이 시초로, 그 해 4월 8일자부터 연재되었다. 1회 ‘너무 많은 것=없는 것, 정보’ 편을 시작으로 마지막회 ‘고정관념 파괴는 21세기의 무기'(2002년 12월 26일) 편까지 총 627회가 연재되었다.

조선일보사 출판국(현 조선뉴스프레스)이 당시 연재분들을 모아서 5권의 단행본으로 나왔는데 일부 연재 분량은 수록되지 않았으며 2000년 3월까지의 연재분만 단행본에 들어있다. 이후의 연재분은 일부만 뒤에서 언급하는 125회분 엄선본에 들어있을 뿐이다. 일부 데이터는 2002년 연재본 일부가 주간조선에 남아있다. 단행본은 기본적으로 주간조선 연재분 그대로 싣되 연재 당시와 단행본 출간시의 시점이 상이한 부분을 일부 수정했고, 연재 당시 손글씨로 썼던 건 식자로 교체했다. 4권부터는 투고일자도 기재했다.

2006년에 양지사에서 2000년대 에피소드들을 삽입한 뒤 식자 폰트까지 바꿔 재간행되었고, 2011년 사랑의학교에서도 다시 한 번 나왔다. 세월이 흘러 조선일보사판이든 양지사판이든 전부 절판 상태이나, 2010년대 이후 두 판본은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디지털 파일로 업로드되어 협약 공공/대학도서관에서 열람 가능하다. 또한 사랑의학교 출간판은 전자책으로도 나왔다.

2. 의의

이원복의 작품 리스트에서 유독 걸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원출처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작가의 주장보다는 담담하게 팩트와 사회 현상을 전달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오류논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스스로도 "내가 그린 작품들 중에서 ‘현대문명진단’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열성을 쏟아부어 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부터 2002년까지 세계에서 이슈가 되었던 일들에 대한 소개와 그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담고 있으며 1, 2권에는 서양 철학 고전에 대한 소개도 있다.[1] 리스트도 후덜덜하다. 비트겐슈타인'논리-철학 논고'[2], 에리히 프롬'소유냐 삶이냐', 칼 포퍼'열린 사회와 그 적(敵)들', 루스 베네딕트'국화와 칼', 하비 콕스[3]'세속도시', 레비스트로스'슬픈 열대' 등.

90년대 해외 이슈를 정리한 정도의 별 것 아닌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사회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사료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완결 이후 [age(2002-12-26)]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자면 당시의 국내외 사회 이슈, 이에 대한 대중 혹은 유명인들의 여론, 또 이 두가지를 엮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이원복 본인의 관점 셋 모두가 흥미로운 편. 예를 들어 시종일관 진지하게 논의되는 Y2K 문제[4]라든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에 따른 여러가지 이야기는 당시 사람들이 과학,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참고할만한 좋은 자료가 된다. 그 외에도 펩시 해리어 전투기 사건, 워크맨 소송, 베네통의 문제광고, 디즈니의 흑역사, 프로작피임약 문제 등 20세기 말기의 다양한 사회상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이 시기는 독일 통일 이후의 혼란기와도 겹치는데, 작가의 독일 유학 경험으로 인한 지대한 관심 덕분에 이 부분은 수차례에 걸쳐 자세하게 다뤄진다. 남북통일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덤.

인터넷이 매우 발달한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다지 와닿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외국의 다양한 화제를 접할만한 매체가 별로 없었다. 세계화인터넷이란 단어도 생소했을 정도.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기부터[5]재미있는 이야기거리를 찾아오기 위해 여러 종류의 외국 잡지를 정기구독하기도 하는 등, 상당히 공을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연재 당시의 신기술, 신문화, 신계층 등에 대한 소개를 겸하고 있는 연재분도 많으며 이러한 요소들에 대해서는 분량 말미에 '앞으로 이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작가의 사견을 전하기도 했다.

연재 이후 수십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당시 기준으로는 공상과학에 가까웠던 것들이 실제로 상용화된 것이 상당히 있다. 예를 들자면 90년대 초반 연재분에서 데이터 저장 기술의 발전을 이야기하며 '이 작품도 언젠가 디스켓으로 나올지 몰라'라 논평한 것이 그 사례. 본 도서가 다루는 내용이 그렇듯이 기술의 발전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것이어서, 완결 이후 디스켓 정도가 아니라 조선일보의 주도 하에 CD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 배포되었다.

3. 내용

이탈리아 군대 폐지 관련 에피소드에서도 맨 앞부분에 화염병을 들고있는 학생을 총기를 들어 대응하고있는 신이 나오기도 했고, 네덜란드에선 노동불용률이 높다는 식으로 복지 정책의 폐해를 부각시킨다든가 영국의 서머힐 스쿨이 알고보니 엉망이었다고 까는 에피소드도 있다. 90년대 초반 동구권관련 에피소드들에서는 이보다 수위(?)가 높아져서 반공교육하는 분위기가 날 정도의 글도 매우 많은 편. 독일 통일 이후 설움에 시달리고 있는 동독 주민들을 다룬 에피소드에서는 동독 주민들을 다루기도 했다. 공산주의 유머를 여럿 소개하는 것은 덤.

본작의 내용 중 일부는 <먼나라 이웃나라> 등 타 작품에 재활용되기도 했다.

개정판의 경우에는 2000년대에도 통할만한 이야기만 남겨두었다. 그 당시의 이야기를 모두 보고 싶다면 구판을 구하거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간조선> 영인본을 열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3.1. 1권

3.2. 2권

3.3. 3권

3.4. 4권

3.5. 5권

4. 문제점

세계사 산책이나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다른 이원복의 만화 작품들처럼 이 작품도 오류와 문제점들이 아예 없지는 않다.

5. 여담

기본적으로 청소년을 타깃으로 그린 작품인 먼나라 이웃나라와는 다르게 성인들이 주로 보는 잡지에 연재된 작품이다보니 성적인 주제를 소재로 다룬 경우가 많다. 물론 무작정 자극적인 외설 노출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며, 젠더 이슈나 성에 관한 말초적인 소재가 많이 나오는 식이다. 보편적인 성 관념에 대한 충돌, 임신과 낙태, 섹스와 부부관계, 여성의 순결, 직장 내 성희롱, 청소년 성 범죄, 심지어 당대 한국 사회에서 많은 경우에 변태들이나 하는 짓으로 치부된 동성애나[8]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동성결혼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기 때문에, 당대에는 매우 파격적인 작품이었고, 2020년대 기준으로도 제법 센세이션한 작품이다.. 콘돔이나 피임약 같은 소재는 너무 흔하게 나올 정도.

같은 이유로 여체의 누드도 자주 등장한다. 작가 본인의 그림체가 데포르메가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여성의 맨가슴이 그냥 나오는건 기본. 책 표지 중에는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한 근육질의 여성이 예쁘장한 남성에 대해 힘을 과시하는 그림도 있다. 4권의 표지 또한 흑백이긴 했지만, 루치아노 베네통(사실은 마리떼 프랑스와 저버)의 문제광고인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외설사진을 그대로 싣기도 했다. 먼나라 이웃나라만 보고 이원복을 그냥 아동 학습만화가라고 생각해 찾아본 아이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생기게 했다.

국한문혼용체가 1990년대까지도 언론계에서 흔히 쓰였기 때문에, 한자도 많이 등장한다. 일러스트나 특정 단어를 소개하거나 회차 제목에 한자를 많이 넣는 식. 한자로 드립을 치는 경우도 있는데 프랑스 파리 곳곳이 영화, 드라마 등 각종 미디어 촬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를 패러디하여 불을 미국 달러의 '불()'로 바꿔놨다.

완결을 기념하여 주간조선에서 600여편의 전 시리즈를 한장의 CD에 담아 부록으로 제공한 적이 있었다. 가격은 당시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꽤 싼 편인 3000원. 다만 인터페이스가 굉장히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고, 화질이 선명하지 않아서 생각만큼 좋은 품질은 아니다.

시리즈를 보고 싶다면 구판이 서울특별시교육청정독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고, 대여도 가능하다. 구판이므로 위에서 말한 고전 만해(漫解) 시리즈도 권말에 수록되어 있다.


[1] 이는 주간조선이 아닌 월간중앙에서 연재했던 내용이다.[2] 논리 철학론이라는 제목으로도 번역된다.[3] 미국개신교 목사로, 하워드 진이나 놈 촘스키 이전에 미국 내 진보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혔던 사람이다. 이 사람의 신학 이론이 바로 해방신학인데, 종파를 넘어서 남아메리카좌파 성향 인사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친 바가 있다.[4] 여담으로 국내 최초로 Y2K 문제라는 이슈를 소개한 책이 바로 이 현대문명진단이다.[5] 이미 1980년대부터 한국에 인터넷이 존재하긴 했으나 전부 관련 전문가와 연구원들이 사용하는 수준이었다. 일반인에게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의 일이다. 또한 인터넷이 제공되었다고는 해도 인터넷으로 무언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PC통신 서비스 업체에서 겸사겸사 서비스해주는 정도였다.[6] 당시 이집트에서 벨리댄서의 복장과 춤이 너무 야하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때린 사건이다.[7] 한국어 부제는 '自律에 맡긴 自由방임, 그 時代는 지났는가?'.[8] 물론 이 당시에도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라는 주제는 대중매체에서 종종 다루기는 했지만, 하리수홍석천이라는 아이콘이 등장하기 이전인지라 이런 특이한 사람도 있다더라라는 정도로 다룬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