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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 죽죽(竹竹) |
| 출신 | 신라 대야주(大耶州)[1] |
| 사망 | 642년 8월 (향년 불명) 대야성(大耶城) |
| 신분 | 지방민 출신[2] |
| 관등 | 사지(舍知, 제13관등) → 급찬(級湌, 추증) |
| 직위 | 대야성 도독의 보좌관 |
| 가족 | 아버지 학열(郝熱)[3] |
| 국가 | 신라 |
1. 개요
삼국시대 신라 선덕여왕 시대의 무신(武臣).
642년, 대야성 전투 당시 도독 김품석의 실정과 부하의 배신으로 성이 함락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항복을 거부하고 항전하다 전사한 인물이다. 그의 이름인 '죽죽(竹竹)'처럼 대나무와 같은 꺾이지 않는 절개를 보여준 신라의 대표적인 충신으로 평가받는다.
지방민 출신이라는 신분적 한계와 무능한 중앙 귀족 상관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군인으로서의 본분을 끝까지 지킨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2. 배경
죽죽은 대야주(大耶州, 지금의 경상남도 합천군) 사람으로, 아버지는 찬간(撰干)[4] 관등을 지낸 학열(郝熱)이다.그는 선덕여왕 때 중앙 관등인 사지(舎知, 제13관등)가 되어 대야성 도독인 김품석(金品釋)의 휘하에서 그를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대야성은 신라 왕경(서라벌)으로 통하는 서쪽 관문이자 백제와 맞닿은 최전방 요충지였기에, 이곳의 방어 책임은 막중했다.
하지만 도독 김품석은 진골 귀족이자 유력자인 김춘추(훗날의 태종 무열왕)의 사위라는 배경을 믿고, 부하인 검일(黔日)의 아내를 빼앗는 등 오만하고 부도덕한 행동을 일삼아 부하들의 원망을 사고 있었다. 죽죽은 이러한 불안한 정세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3. 대야성의 위기
642년(선덕여왕 11년) 8월, 백제의 장군 윤충(允忠)이 1만여 명의 대군을 이끌고 대야성을 포위 공격했다.성 안의 병력으로도 수성(守城)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치명적인 내부 분열이 발생했다. 김품석에게 아내를 빼앗겨 앙심을 품고 있던 사지(舍知) 검일이 백제군과 내통한 것이다. 검일은 창고에 불을 질러 식량과 무기를 태워버렸고, 화재와 배신으로 인해 대야성의 방어 태세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성안의 인심이 흉흉하여, 두려움 때문에 굳게 지킬 수가 없었다."
《삼국사기》 <죽죽 열전>
《삼국사기》 <죽죽 열전>
식량은 불타고 사기는 바닥난 절체절명의 순간, 백제 장군 윤충은 전령을 보내 항복을 권유했다. 윤충은 "만약 장군(김품석)이 항복한다면 목숨은 살려주겠다"며 동쪽의 밝은 해를 두고 맹세까지 했다. 이에 김품석의 보좌관인 아찬 서천(西川)이 품석과 장수들에게 "살기 위해 성문을 열고 나가자"고 권유했고, 겁에 질린 김품석 역시 항복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모두가 살길을 찾아 흔들릴 때, 죽죽만이 이것이 백제의 함정임을 간파하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는 품석에게 나아가 다음과 같이 간언했다.
"백제는 말을 잘 뒤집는 나라라 믿을 수 없습니다. 윤충의 말이 달콤한 것은 필시 우리를 꾀어내려는 것입니다. 만약 성을 나가면 반드시 적의 포로가 될 것입니다."
"쥐처럼 엎드려 삶을 구하는 것은 호랑이처럼 싸우다가 죽는 것만 못합니다(鼠伏求生 不如虎鬪而死)."
《삼국사기》 <죽죽 열전>
"쥐처럼 엎드려 삶을 구하는 것은 호랑이처럼 싸우다가 죽는 것만 못합니다(鼠伏求生 不如虎鬪而死)."
《삼국사기》 <죽죽 열전>
이는 단순한 충성심을 넘어, 적장의 심리와 전장의 상황을 냉철하게 꿰뚫어 본 통찰이었다. 그러나 공포에 질린 김품석은 죽죽의 충언을 듣지 않고 성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4. 비극과 항전
죽죽의 우려대로, 백제의 약속은 거짓이었다.김품석이 성문을 열고 병사들을 내보내자, 윤충은 복병을 풀어 무방비 상태의 신라군을 무참히 학살했다. 이 참혹한 광경을 성루에서 지켜본 김품석은 뒤늦게 땅을 치며 후회했으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그는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처자를 먼저 죽인 뒤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했다.[5]
지휘관이 사라지고 성문이 열린 대야성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혼란 속에서도 죽죽은 남은 병사들을 수습하여 급히 성문을 걸어 잠그고 최후의 항전을 준비했다. 이때 함께 있던 사지(舍知) 용석(龍石)이 절망적인 상황을 토로하며 그를 만류했다.
"지금 형세가 이러하니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오. 차라리 항복하여 훗날을 도모함이 어떻겠소?"
죽죽은 이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며, 자신의 이름에 담긴 뜻을 언급했다.
"그대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가 나를 '죽죽(竹竹)'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나로 하여금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으며 꺾일지라도 굽히지 말라고 한 것이다.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여 살아서 항복하겠는가?"
《삼국사기》 <죽죽 열전>
《삼국사기》 <죽죽 열전>
말을 마친 죽죽은 용석과 함께 적진을 향해 돌격했고, 밀려드는 백제군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칼을 휘두르다 장렬하게 전사했다. 그의 나이나 시신 수습 여부는 기록되지 않았으나, 그가 보여준 기개는 적군인 백제군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5. 사후 평가 및 추증
대야성 함락 소식이 서라벌에 전해지자 선덕여왕은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비통해했다. 대야성은 신라 서쪽 방어의 핵심이었기에 국가적 손실이 막대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왕은 패전의 책임과 별개로, 죽죽이 보여준 충절을 높이 샀다. 죽죽에게는 급찬(級湌, 제9관등)을, 함께 전사한 용석에게는 대나마(大奈麻, 제10관등)를 추증했다. 지방민 출신에게 중앙 관등을, 그것도 사후에 추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다. 또한 죽죽의 처자에게 상을 내리고, 그들을 왕도(王都, 서라벌)로 이주시켰다. 이는 지방민을 왕경인(王京人)으로 격상시켜준 것으로, 골품제의 엄격한 신분 질서를 고려할 때 파격적인 보훈 혜택이었다.
6. 평가
김품석과 죽죽은 지위와 능력이 비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사례로 자주 비교된다.| 김품석 vs 죽죽 비교 | ||
| <rowcolor=#fbe673> 구분 | 김품석 | 죽죽 |
| 신분 | 진골 귀족 (왕의 사위) | 지방 호족 (대야주) |
| 직책 | 도독 (지휘관) | 사지 (보좌관) |
| 행적 | 부하의 처 탈취, 상황 오판, 항복 시도 | 충언, 정세 파악, 결사항전 |
| 최후 | 자결 (혹은 처형) | 전사 |
| 평가 | 나라를 망친 무능한 지휘관 | 나라를 빛낸 충직한 신하 |
죽죽은 비록 지방민이라는 신분적 한계와 무능한 상관이라는 악조건 속에 있었으나, 위기 상황에서 정확한 정세 판단(백제의 거짓 항복 간파)과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단순히 왕실의 힘뿐만 아니라, 죽죽과 같은 중하위 실무 계층의 헌신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7. 여담
- 그의 고향인 경상남도 합천군에서는 그를 기리는 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합천박물관 등에 관련 기록이 전시되어 있다. 합천읍에는 그의 이름을 딴 '죽죽로'라는 도로명 주소가 있으며, '죽죽정(竹竹亭)'이라는 정자도 건립되어 있다.
- 신라군을 학살하고 성을 함락시키는 데 일조한 배신자 검일은 이후 백제에서 벼슬을 하며 살았다. 그러나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멸망할 때 김유신에게 사로잡혔다. 김유신은 그에게 "대야성에서 내 죄를 아느냐"고 꾸짖고는, 팔다리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에 처해 죽죽과 김품석 부부(김유신의 여동생 보희의 딸 고타소)의 원한을 갚았다.
8. 대중매체
- KBS 드라마 《삼국기》(1992)에서는 배우 선동혁이 연기했다.
- SBS 드라마 《연개소문》(2006)에서는 배우 김유철이 연기했다.
- KBS 드라마 《대왕의 꿈》(2012)에서는 배우 이아청이 연기했다.
[1] 지금의 경상남도 합천군.[2] 대야주 사람이라는 기록과 아버지의 관등이 외위(지방관등)인 찬간이었던 점, 죽죽 본인이 경위(중앙관등)인 사지였던 점 등을 미루어보아 지방 유력가 자제로 추정된다.[3] 관등은 찬간(撰干). 신라의 외위(지방 관등) 11등급 중 제5등.[4] 신라의 지방 관등인 외위(外位) 중 제5등급. 중앙 관등인 경위(京位)와는 구별된다.[5] 《삼국사기》 <백제본기>와 <김유신 열전>에는 윤충이 품석 부부를 잡아 죽여 목을 베어 사비성으로 보냈다는 기록도 있다. 어느 쪽이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