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1903)

그 무렵 어느 때 신성모 국방장관이 강원도 지방 시찰을 나갔다가 도지사와 밥상을 같이 하게 됐다. 그런데 같은 밥상 위에 신 국방 밥그릇엔 쌀밥을 담고 도지사 것은 보리밥을 담아 내놓았다.

의아해진 신 국방은 『비록 쌀이 넉넉지 못한 것은 알지만 내가 거북해서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이 도백은 『도민 가운데는 보리밥도 못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보리밥으로 족합니다』고 했다.

지방시찰을 마치고 서울에 들아온 신 국방은 이 사실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얘기를 들은 이 박사는 『그런 도백이라면 농민들 사정을 아주 잘 알겠구먼』하면서 『당장 농림장관으로 발령하라』고 해서 즉석에서 농림장관이 바뀌었다.

이 사람은 농림장관이 된 후도 외국손님 앞에서까지 한복두루마기에 고무신을 신고 다녔는데 이 대통령은 기특하다고 양복까지 맞춰주기도 했다.

그런데 몇 달 못 가서 들통이나 장관자리에서 쫓겨났다. 이 장관은 나중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을 만날 때는 검소하게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쌀밥에 진수성찬을 차려 먹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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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무대 사계』 中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