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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20 21:22:57

아노말로카리스

아노말로카리스
Anomalocaris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ROM-BurgessShale-CompleteAnomalocarisFossil.png
학명 Anomalocaris
Whiteaves 1892
분류
<colbgcolor=#fc6> 동물계 Animalia
절지동물문 Arthropoda
공하강 Dinocaridida
라디오돈트목 Radiodonta
†아노말로카리스과 Anomalocarididae
아노말로카리스속 Anomalocaris
  •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 A. canadensis(모식종)
  • †아노말로카리스 달레야이 A. daleyae
파일:20191203_Anomalocaris_canadensis.png
최신 복원도

1. 개요2. 연구사3. 분류 4. 크기5. 생태6. 아노말로카리스의 친척들
6.1. 가까운지 논란이 있던 동물
7. 여담8. 매체에서의 표현 및 등장

[clearfix]

1. 개요

고생대 캄브리아기바다에서 서식했던 범절지동물. 캐나다호주에서 각기 한 종씩이 알려져 있다.[1]

큰 덩치와 멋진 외모로 캄브리아기 동물치고는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는 범절지동물이다. 그만큼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며 모습과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후술.

2. 연구사

아노말로카리스의 뜻은 '이상한 새우'이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1886년 캐나다에서 발견된 아노말로카리스 파편들을 학자들이 연구했는데, 입 근처에 있는 촉수 모양의 화석을 보고 새우와 유사한 갑각류의 배 부분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해당 촉수 화석은 100여개가 넘는 많은 양이 발견되어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이후에는 해당 촉수에 배부분이면 발견되어야 하는 소화관의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완전히 다른 절지동물 투조이아 (Tuzoia) 의 배 부분에 달린 다리 등으로 오해받기도 했다[2]. 입 역시 많은 수가 발견되었지만 하필 몸통과 촉수가 함께 발견되지 않아서 이빨 달린 해파리 형태의 생명체로 오해받았다. 그렇지만 이것은 아노말로카리스만 겪은 수난이 아닌 것이, 친척 라디오돈트 페이토이아의 경우도 유사하게 입만 발견된 화석은 해파리의 일부로, 몸통의 일부만 남은 화석은 해삼의 일종으로 추정되었다.[3]

그러다가 1981년 때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고생물학자 해리 블랙모어스 휘팅턴(Harry Blackmore Whittington, 1916 ~ 2010)박사가 과거에 발견한 화석들을 현대 기술을 이용해서 정밀하게 분해하여 다시 살펴보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한 화석에서 이빨달린 해파리로 추정되는 화석과 새우의 배부분으로 생각했던 촉수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아노말로카리스의 입을 연구하던 콘웨이 모리스 박사와 아노말로카리스의 촉수를 연구하던 데렉 브릭스 박사는 각각 연구에 진전이 없어서 고민중이었는데, 휘팅턴 박사는 이들[4]에게 전화를 걸어 두 화석이 각각의 생명체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포식자였다는 가설을 세우면서 돌파구를 찾게 된다. 마침 시기 좋게 캐나다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 소속 데스몬드 콜린스 박사팀이 로키 산맥의 버제스 셰일에서 아노말로카리스의 완전한 전신을 발견한 덕분에 이것들이 전부 한 생물체의 부속기관이란 것이 밝혀졌다. '새우 배'라고 생각된 부분은 먹이를 붙잡는 부속지였고, '해파리'라고 생각된 부분은 먹잇감을 삼키는 동그란 입이었기 때문.
파일:Anomalocaris-reconstruction-based-on-material-from-Middle-Cambrian-Burgess-Shale.png
페이토이아를 참고해 복원된 아노말로카리스의 구식 복원.

전신이 발견되어서 새우 몸통 수준에서 벗어나기는 했는데, 문제는 이 때 휘팅턴이 페이토이아도 아노말로카리스의 한 종으로 분류했다는 것. 나중에야 오해가 풀려 둘은 분리되었지만, 이 때 아노말로카리스의 복원도 페이토이아의 전신 화석을 토대로 이루어진 까닭에 오늘날에도 아노말로카리스를 페이토이아처럼 복원한 그림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아노말로카리스라고 써져 있는데 바게트마냥 둥글고 통통한 동물이 그려져 있다면 십중팔구 이 때의 유산.

3. 분류

발견사만 봐도 짐작되듯, 아노말로카리스의 화석은 대부분 다 부속지뿐이고 전신이 발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때는 아노말로카리스속 자체가 사실상 쓰레기통 분류군으로 구실할 만큼 온갖 라디오돈트 부속지를 전부 아노말로카리스의 한 종으로 분류하고는 했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분류 개정이 일어난 덕분에 이제는 전부 자기 소속을 찾았다.

모식종이자 가장 많은 화석기록이 알려진 종은 캐나다에서 발견된 버제스 셰일에서 발견된 카나덴시스종(A. canadensis) 이다. 다른 종이나 비슷한 화석은 꽤 여럿 있지만 실제 아노말로카리스로 간주되는 것은 카나덴시스가 유일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외에는 호주의 이뮤베이셰일 (Emu Bay Shale)에서 발견된 두 번째 종이 있는데, 한동안 제대로 된 기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노말로카리스 aff. 카나덴시스 (Anomalocaris aff. canadensis)'라고 표기되다가 2023년 7월에 아노말로카리스 달레야이(A. daleyae)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기재되었다.

그 외, 한때 아노말로카리스의 한 종으로 여겨졌다가 다른 속으로 분리된 종들은 다음과 같다.
사실 이 중 절대다수가 과 단위로 다르다. 구안샹카리스는 암플렉토벨루아과, 에키드나카리스와 호우카리스는 타미시오카리스과, 인노바티오카리스와 페이토이아는 후르디아과다. 진짜 아노말로카리스과인 것은 레니시카리스 딱 하나로, 얼마나 기존 분류가 엉망이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

더 큰 단위에서의 분류의 경우 린네식의 종속과목강문계에 사로잡혀 있던 옛 과학자들은 '분류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생명체'라고 불렀지만, 분류에 대한 지식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절지동물의 조상뻘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확히는 절지동물, 완보동물, 유조동물을 통틀은 분류군 '범절지동물' 중 절지동물의 친척뻘로 분류되는 상태.[5]

아노말로카리스와 암플렉토벨루아, 후르디아처럼 납작한 지느러미와 가시 돋힌 부속지를 가진 동물들은 '라디오돈트'라고 일컬어진다. '방사치류'라는 뜻인데, 특유의 둥그런 입에서 따 온 이름. 캄브리아기부터 데본기까지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며, 아노말로카리스 같은 헤엄치는 포식자부터 거대한 여과섭식자나 손가락만한 소형종까지 다양하게 번성했다. 고생대 초의 물고기 포지션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4. 크기

파일:E6CpuUyVIAUFF1N.jpg
파일:EtxRDpAVoAQDvpD.jpg
좌측: '아노말로카리스'로 현재 인정받는 화석들의 크기. 우측: 다른 라디오돈트들과의 크기 비교.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는 D에 있으며, B의 '아노말로카리스 사론'은 잘못된 추정치이다.

크기는 캄브리아기 생물 중에는 큰 편이지만, 라디오돈트 자체가 대부분 아노말로카리스 정도로는 커졌기 때문에 오늘날 와서는 그렇게 떵떵거릴 것은 못 된다. 과거에는 1~2m를 넘는다는 소리도 있지만 이것은 완전 별개의 범절지동물 옴니덴스(Omnidens)의 화석을 아노말로카리스의 것으로 착각해 일어난 오측이다. 실제 몸길이는 부속지를 쫙 피면 50cm 정도 된다. 암플렉토벨루아나 티타노코리스 등 다른 캄브리아기 라디오돈트들은 이보다 더 크며, 오르도비스기이기는 하지만 가장 큰 라디오돈트인 아이기로카시스는 2m 길이의 화석이 통째로 발견되었을 정도다.[6] 게다가 라디오돈트 외에도 팜브델루리온, 옴니덴스, 레티파키에스, 파라독시데스 등 아노말로카리스와 동체급이거나 더 큰 캄브리아기 동물들은 오늘날 꽤 많이 알려져 있다.

물론 당시의 생물 크기 평균이 몹시 작았던 것은 맞고,[7] 아노말로카리스가 최상위 포식자였던 것 역시 옳다. 단지 아노말로카리스 혼자서 캄브리아기 생태계를 쥐어트는 무법자는 아니었을 뿐이다.

아노말로카리스 연구사,종들의 행방, 생태와 크기

5. 생태

파일:external/orig00.deviantart.net/anomalocaris_by_2195razielim-d5b19q5.gif
파일:Anoml23411232.gif
2010년대 복원 1990년대 복원
삼엽충의 천적으로 여겨졌을 당시의 사냥 복원
아노말로카리스는 썰어 놓은 파인애플처럼 생긴 특이한 구조의 입을 가지고 있는데, 바깥 부분은 3중 구조 판으로 되어서 바깥쪽으로 오므렸다 폈다 할 수 있다. 그 안쪽에는 이빨과 비슷한 구조물이 링 모양으로 펼쳐져 있으며, 이것을 이용해 좌-우, 혹은 상-하 부분의 2차원 운동으로 오물거리며 먹잇감을 입 안에 집어넣었을 것이다. 아래 논란이 되는 삼엽충을 제외하더라도 큰 몸집, 뛰어난 수영실력으로 캄브리아기의 대양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지배포식자로 보인다.

한때는 삼엽충의 포식자로 일관되게 복원되었는데, 'W' 자 모양 상처가 난 삼엽충의 화석이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데다 삼엽충 부스러기가 든 큰 똥 화석도 발견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딱히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지만, 2000년대 초 까지만 해도 알려진 거대 캄브리아기 포식자라면 아노말로카리스가 유일했기 때문에 큰 의심 없이 범인으로 지목되었다.
파일:Anoml262211232.gif
더 나아가 1990년대 <생명 그 영원한 신비> 다큐멘터리에서는 케임브릿지 대학 아노말로카리스 연구팀의 복원을 기반으로 1대1 스케일의 움직이는 아노말로카리스 로봇을 재현한 후 케임브릿지 고생물학계에 시연했던 바도 크게 작용했다. 당시 아노말로카라스 연구의 최고 권위자였던 해리 휘팅턴 박사[8]와 데렉 브릭스 박사[9], 콘웨이 모리스 박사[10]는 해당 아노말로카리스 모형을 가지고 당시 삼엽충을 1대1로 재현한 스티로폼 모형을 물려서 정말 그런 상처가 남는지 실험을 하였다. 이때 아노말로카리스 로봇에 물린 삼염충 모형을 보면 화석과 동일한 삼엽충의 외골격에 W 형태의 흔적이 남음을 보여 주어 연구팀은 삼엽충을 공격해 이런 상처를 입힌 것은 아노말로카리스라고 결론지었고, 그 내용이 다큐멘터리에 그대로 방영되면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아노말로카리스의 강력함을 과시했다.
파일:E6aq_u8VUAAtBJB.png
조각조각 쪼개 놓은 아노말로카리스의 신체 구조. 눈 사이와 밑에 있는 둥그런 부분은 머리에 달려 있던 단단한 외골격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당대 지배 포식자인 만큼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21세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노말로카리스가 삼엽충 같은 단단한 외피의 동물보다 연한 몸을 가진 동물들을 주로 먹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으며, 관련된 논문도 많이 나오고 있다.##

우선 아노말로카리스의 입은 삼엽충보다 약하다. 같은 층에서 삼엽충도 많이 발견되지만 아노말로카리스의 입은 잘 보존되지 않을 뿐 아니라 뒤틀리고 짓눌리는 경향이 강하며. 단단한 먹이를 먹었다면 으레 남을 흉터나 마모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즉 아노말로카리스의 먹이는 삼엽충이 아니라 조금 더 작고 부드러운 몸을 가진 헤엄치는 동물들이었으며, 삼엽충보다도 약한 껍질과 속살을 지닌 생물이었다고 추정된다. 이 경우 기존 삼엽충의 'W'자 모양 상처와 삼엽충 껍질이 담긴 똥은 아노말로카리스가 한 것이 아니라, 더 큰 삼엽충 종의 공격이었다는 것이다.[11] 매체에서 묘사된 삼엽충 깨먹는 포식자라기보단 캄브리아기 시대에 삼엽충보다 훨씬 많았을 말랑말랑한 동물들과 껍데기가 있어도 단단하기가 삼엽충보다 떨어지는 동물들을 주로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부속지의 경우, 현대 동물과 비교해봐도 뾰족한 가시 같은 부속지나 이빨은 먹이를 붙드는 구조이지 단단한 몸체를 부숴서 먹기에 적합한 구조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뼈나 외골격을 부숴서 먹는 형태의 부속지나 이빨은 뾰족한 가시모양보다는 대못처럼 뭉특한 형태를 하며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짧고 뭉툭한데, 아노말로카리스의 부속지는 길고 날렵한 데다 앞에서 보면 양 옆으로 좁아 꼭 낫처럼 생겼다. 3D 모델링 결과도 큰 힘을 낼 수 없었음을 지지하는 계산값이 나왔다. # 실제로도 삼엽충 같은 단단한 먹이와 실랑이하며 난폭한 사냥을 했다면 부속지가 손상되거나 부서진 흔적이 나와야 정상이나, 지금까지 파손된 아노말로카리스 부속지는 100년을 넘는 연구 역사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보고되었다. 2021년에는 이들이 연하고 부드러운 먹잇감을 재빠른 헤엄으로 따라잡은 뒤 부속지로 낚아채 물과 함께 빨아들여 통째로 삼키는 사냥법을 썼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아무래도 '최상위 포식자'가 고생대의 얼굴마담인 삼엽충을 먹지 못한다는 사실이 기대를 저버린 탓인지, 아직도 어떻게든 구학설을 꿋꿋히 주장하는 이들이 있으며, 이런 학설들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보인다. 사실 삼엽충이 다른 삼엽충을 공격해 W 모양의 상처를 내었다는 것과 삼엽충 외골격이 포함된 똥이 삼엽충이 싼 똥이라는 주장도 직접적인 위장 내용물로 증명되지는 않았다. [12] 아노말로카리스의 입과 부속지가 삼엽충의 외피를 부술 만큼 단단하지 않고 적합한 구조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아직 외피가 덜 여문 어린 삼엽충을 노렸다든지 탈피한 삼엽충을 씹어먹었다든지, 삼엽충을 물고 좌우로 흔드는 방식의 섭취를 하여 외피를 들어냈다고 하는 등의 여러가지 절충안을 주장하기도 하나 대체로 그 근거가 빈약하며 가정을 뒷바침할 결정적인 증거도 아직까지 발견된 바가 없다. 애초에 약한 외피를 공격했다면 똥 화석에서 외골격이 나올 이유가 없고, 굽히고 피며 압력을 가했다면 외골격에 남는 흔적이 전혀 달랐을 것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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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엽충보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외피의 동물들을 사냥하는 아노말로카리스 복원 영상
하지만 삼엽충을 씹지는 못했을지언정 아노말로카리스가 수많은 동물들을 사냥한 캄브리아기 최상위 포식자인 것은 사실이다. 말하자면, 삼엽충같은 단단한 생물을 먹을 수 있느냐는 것이 반드시 최상위 포식자의 척도인 것은 아니다. 현재에도 백상아리범고래에게 조개고둥을 깨먹으라고 던져 주면 당연히 씹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백상아리와 범고래가 엄연한 대양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임은 변치 않는다.[13] 주식으로 삼는 생물이 다른 것이지, 어떤 생물을 잡아먹지 못한다고 그것이 상위 포식자가 아니라는 증거는 결코 아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은 삼엽충을 "캄브리아기의 호구" 정도로 무시하는데, 이는 사실과는 멀다. 삼엽충의 껍데기는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캄브리아기 생물들 중 방어력으론 최상위권이었다. 지금이야 탄산칼슘 기반 외피는 그저 그런 방어수단이지만 바로 전 지질시대인 에디아카라기에 겨우 인산칼슘으로 이루어진 작은껍질화석이 처음 등장했음을 생각하면 최신예의 강력한 방어수단이였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크고 두꺼운 삼엽충들의 껍데기는 현재의 조개와 고둥 조가비의 굳기에 버금간다.[14] 삼엽충을 비롯하여 해저의 단단한 먹이를 주로 먹었으리라 추정되는 레들리키아과(Redlichid) 삼엽충 그중에서도 가장 대형 종인 레들리키아 렉스(Redlichia rex)는 몸길이가 40cm에 가까워서 아노말로카리스와 비슷한 몸집[15]이었다. 그 어렵다는 화석화 과정을 견디고 발견되는 삼엽충의 양이 무지막지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아노말로카리스가 정말로 구 학설처럼 강하고 날카로운 강도의 턱을 지녔어도 온갖 바다생물들을 제치고 삼엽충을 노릴 이유 자체가 딱히 없는 셈이다. 2019년에 발견된 레틀리키아속 최대종인 레들리키아 렉스의 화석 중에도 상처입은 것들이 있어 아노말로카리스가 관여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정작 그 상처 또한 2022년에 같은 레들리키아 렉스가 동족을 잡아먹은 흔적으로 재해석되었다.#

그러나 삼엽충을 씹든 말든 아노말로카리스는 꽤나 큰 덩치와 빠르게 헤엄치기에 적합한 신체 구조를 가진 캄브리아기 대양의 무시무시한 사냥꾼이었다. 실제 아노말로카리스는 다랑어나 만새기처럼 거의 평생을 헤엄치며 살던 넓은 바다의 포식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노말로카리스의 유선형 몸 옆에는 날개와 비슷한 지느러미가 16쌍 있으며 이것을 교대로 펄럭여서 헤엄쳤다.[16] 꼬리에는 3쌍의 꼬리지느러미가 부채꼴 모양을 이룬 채 달려 있었고, 불뚝 튀어나온 큰 눈은 보존이 잘 된 눈 화석이 발견되면서 아주 많은 겹눈으로 이루어져 얕은 바다에서 빛을 감지하기에 뛰어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덕분에 다랑어나 돌고래처럼 날쌔게 방향을 바꾸며 메타스프리기나피카이아, 넥토카리스와 같은 헤엄치는 먹잇감들을 뒤쫒고, 납작한 부속지를 뻗어 사냥감을 붙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태를 가지고 있었다면 해저를 기어다니는 삼엽충과는 마주칠 일 자체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더 합리적이다.

결론적으로, 아노말로카리스가 무적의 최강자인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삼엽충에게 자리를 빼앗겼다든가 하는 서술도 옳지 않기는 매한가지이다. 일본에서는 '삼엽충을 먹지 못해서 멸종'했다는 서술을 하기도 하나 역시 생판 틀린 이야기. 청새치가 키다리게와 싸울 일이 없듯, 넓은 바다에서 서로의 생태 지위가 지나치게 다르기 때문에 둘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하다. 티라노vs스피노 같은 쓰잘데기없는 동물서열의 고생대 버전이라고 봐도 될 것.

덧붙여, 종종 '최초의 포식자' 또는 '최초로 능동적인 사냥을 하는 포식자' 혹은 '최초의 눈이 달린 포식자' 등 다양한 형태의 타이틀로 소개되며, 뒤에 아노말로카리스가 등장해서 캄브리아기 진화가 촉진되었다는 캄브리아기 대폭발 설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노말로카리스가 최초의 포식자도 최초로 능동적으로 사냥을 한 포식자도 아니다. 포식은 캄브리아기 이전의 에디아카라기 또는 그 이전부터 기록이 존재하며, 아노말로카리스 자체도 캄브리아기가 시작한 지 수천만 년이 지나서야 등장한 캄브리아기 중기의 생물이다. 능동적인 포식 역시 에디아카라기에 이미 작은껍질화석 가운데 구멍이 난 것들이 있어 그 당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눈 역시 아노말로카리스가 최초로 눈이 생겨서 다른 생물들도 눈을 진화시켰다는 서술은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눈 역시 당시 포식자들은 아노말로카리스와 함께 캄브리아기에 폭발적으로 많은 진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아노말로카리스가 최초로 눈이 생겨서 다른 생물들도 눈을 진화시켰다고 보기 보단 그냥 캄브리아기에 대다수 동물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눈을 폭발적으로 진화시킨것이다.# 따라서 눈 있는 다양한 포식자 가운데 아노말로카리스가 유달리 특별한 것도 아니다. 처음 나타난 거대 포식자라고 불리우기도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아노말로카리스는 딱히 비슷한 시기의 포식자들보다 거대하지 않았다. 빈약한 정보와 관심의 부재가 불러 온 오해인 셈.

6. 아노말로카리스의 친척들

라디오돈트목

'라디오돈트'라고 불리우는 동물들이다. 대표적인 종류 몇 종은 다음과 같다.
같은 버제스 셰일 출신 라디오돈트로는 암플렉토벨루아, 캄브로라스테르, 티타노코리스, 스탄레이카리스, 후르디아, 페이토이아 등이 있다.

6.1. 가까운지 논란이 있던 동물

이들은 현재 라디오돈트는 아니지만, 역시 절지동물 계보의 범절지동물로 분류된다. 파라페이토이아는 아예 절지동물인 '메가케이란'으로 재분류되었다.

7. 여담

8. 매체에서의 표현 및 등장


[1] 아노말로카리스일 확률은 드물지만 일단 아노말로카리스 취급받는 첸지앙 산지의 이름 없는 종들이 있다.[2] 투조이아의 전신 화석은 결국 아노말로카리스보다 한참 뒤인 2022년에야 보고되었다. #[3] 당연하지만, 이 당시에는 현생 동물들의 분류군에 포함되지 않는 생물의 개념 같은 것은 없었다.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해괴한 생물의 유산을 현생동물의 구조에 끼워맞추어 해석하려다 보니 이런 시행착오들이 생긴 것.[4] 휘팅턴 박사는 모리스 박사와 브릭스 박사의 지도 교수였다.[5] 사실은 부속지가 '마디진 다리'라는 절지동물의 정의 자체를 만족하는 까닭에, 진짜 절지동물로 보는 과학자들도 있다.[6] 그러나 이 녀석은 입이 튼튼하진 않은 것으로 추정되어 특유의 부속지로 여과섭식 동물마냥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7] 캄브리아기의 동물들은 대개 10cm보다 작다. 라디오돈트는 예외적으로 대부분 10cm보다 컸지만, 리라라팍스(Lyrarapax)나 일부 후르디아과 종들은 10cm보다 작다.[8] 위 영상에서 가장 나이 들어보이는 박사[9] 위 영상에서 가장 키가 큰 박사[10] 위 영상에서 머리가 긴 박사, 할루키게니아를 반대로 복원한 박사로 유명하다.[11] 삼엽충 가운데에는 다리의 밑마디가 굵고 강해져 펜치처럼 변한 종들이 있다. 삼엽충은 곤충이나 지네 같은 큰턱이 없는데, 이 밑마디를 턱처럼 이용해 다른 삼엽충의 외골격을 부수고 잡아먹은 것.#[12] 그래도 아노말로카리스보다 근거가 있는 점은 이러한 대형 삼엽충은 펜치 모양의 다리 밑마디를 조여 외골격을 으스러뜨리는 데 적합한 구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레들리키아 렉스 (Redlichia rex) 같은 몸길이 30cm짜리 대형 삼엽충은 소형 삼엽충, 심지어 더 작은 동종의 외피를 뚫고 포식할 만큼의 힘과 몸구조를 가지고 있었다.[13] 실제로 백상아리범고래는 딱딱한 외피의 성체 장수거북을 공격은 하지만 입과 이빨 구조가 귀갑을 잘 뚫는 구조가 아니라서 주변에 있는 물고기나 해양 포유류 같은 훨씬 부드러운 먹이를 주식으로 삼는다.[14] 조개나 고둥의 껍질도 삼엽충의 외피와 같은 탄산칼슘이다.[15] 아노말로카리스의 몸길이는 부속지를 포함한 길이라서 가장 큰 종류를 기준으로 해도 실제 몸길이는 40cm 내외다.[16] 맨 앞쪽의 세 쌍은 다른 지느러미보다 몹시 작은데, 이유는 불명.[17] 사실 묘하게 일본에선 대중문화의 고생물 등장 빈도가 높다. 독특한 느낌을 내기 위해 독특한 소재를 채택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고생물 덕후들이 일본에 많은건지는 불명이나,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고생물을 모티브로 한 게임 캐릭터, TCG 카드의 일러스트, 소프비 & 봉제인형이나 심지어는 핸드폰 케이스 등도 팔리는 걸 보면 바다와 맞닿아있는 섬나라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18] 그리고 그 배경에는 또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J 굴드가 버제스의 동물들을 주제로 쓴 책 '원더풀 라이프'가 있었다. 사실 세계적인 인기 자체는 이 책이 촉발하였다.[19] 다만 엄밀히 말해서 최초는 아니다.[20] 다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도 이런 고생대 절지동물류의 생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걸로 봐서는 온전히 NHK 스페셜만의 영향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21] 한미일프 합작이긴 하지만 사회자도 일본인, 내레이션도 일본인으로 사실상 일본 프로그램(NHK)으로 봐야 하는 것은 맞다. NHK 스페셜의 스페셜(...) 기획에 한국 KBS와 프랑스가 돈을 대고 미국 디스커버리가 협력했다.[22] 모티브는 중국 산해경에 등장하는 동명의 요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