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bgcolor=#a18175><colcolor=#FFF> 샤를로테 에베르프레이야 드로셀[A]/ 샤를로테 에베르프레이야 플뤼겔[B] シャルロッテ・ エーベルフレイヤ・ドロッセル / シャルロッテ・ エーベルフレイヤ・フリューゲル Charlotte Eberfreya[3] Drossel / Charlotte Eberfreya Flügel | ||
나이 | 14세 → 18세 | |
성별 | 여성 | |
신장 | 불명 | |
생년월일 | 1904년 5월 17일 | |
출신지 | 드로셀 왕국 | |
혈액형 | 불명 | |
지위 | 드로셀 왕국 제3왕녀 → 플뤼겔 왕국의 왕태자비 → 플뤼겔 왕국의 왕비 | |
인간 관계 | 드로셀 왕가 | 드로셀 왕국 국왕 (아버지) 드로셀 왕국 왕비 (어머니) 드로셀 왕국의 제1왕자, 제2왕자(오빠들) |
플뤼겔 왕가 | 다미안 발두르 플뤼겔 (남편) 플뤼겔 왕국 장공주[4] (시누이) | |
그 외의 관계 | 알베르타(드로셀 왕국 궁중 시녀장 및 유모) 바이올렛 에버가든(대필의뢰를 받은 자동 수기 인형) | |
자녀 | 아이 한 명[5] | |
소속 | 드로셀 왕가 → 플뤼겔 왕가 | |
성우 | 나카지마 메구미 | |
방연지[6](TVA) | ||
스테파니 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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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colcolor=#FFF> 샤를로테 에베르프레이야 드로셀 공주 |
라이트 노벨 바이올렛 에버가든과 애니메이션 바이올렛 에버가든의 등장인물.
2. 특징
텔시스 대륙 북서부에 위치한 드로셀 왕국의 제3왕녀이자 현 플뤼겔 왕국의 왕비. 허리 아래까지 와닿는 길고 풍성한 구불구불한 고수머리의 장발과 갈색 눈의 단아하고 아리따운 미소녀. 일국의 공주로서 진중한 위엄과 카리스마, 그리고 풍부한 지식과 궁정 예법, 지혜와 교양을 갖춘 예쁘고 총명한 동화 속 공주님 같은 여자아이이다. 겉으로는 동화 속의 아름다운 공주님 같은 인상을 자아내지만, 그 나이 사춘기 소녀다운 귀엽고 순수한 모습이 그녀의 진짜 모습. 국가 간의 정치외교와 정략결혼이라는 인생의 커다란 중대사 앞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다미안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걸까 하고 고민 끝에 울음을 터뜨리는 울보고 열받는 일이 생기면 냉큼 화부터 내는 다혈질 기질도 있다. 그리고 일이 안 풀리면 혼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등 한창 고뇌와 혈기로 들끓는 평범한 십대 소녀 그 자체이다.스스로 울보라 인정할 만큼 겉으로는 위엄과 품위가 넘쳐도 마음이 한없이 여리고 정에 약한 성격이지만 어른스럽고 사려 깊다. 곁에서 자신을 보살피고 조언해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긴다. 그중에서 알베르타를 향한 애정은 엄청난 수준. 이는 알베르타 역시 마찬가지. 샤를로테를 단순히 섬겨야 할 공주이자 주군을 떠나 친딸처럼 여기며 키워왔지만, 대외적 신분은 어디까지나 드로셀 왕가의 궁녀장이기에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할 때는 샤를로테를 따끔히 혼내기도 한다. 알베르타와는 피만 안 섞였을 뿐 친부모인 드로셀 국왕과 왕비보다도 더없이 소중한 가족이다. 그녀에게 종종 의존하는지 남들 앞에서 위엄을 갖고 행동하는 샤를로테는 알베르타 앞에서는 울며 떼쓰고 어리광을 부리는 마마걸이 된다. 그녀가 없는 낯선 이국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한다. 결혼식 당일 그녀에게 이별을 고할 때 간신히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참았을 정도. 낯선 플뤼겔 왕실의 차가운 시선과 그녀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시누이[7]의 악독한 시집살이와 그녀와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정신이 지쳐갈 때 가장 먼저 보고 싶다고 찾아다니던 사람이 알베르타였다. 오죽하면 외전소설에서 다미안에게 빈 첫 번째 소원이 바로 '알베르타와의 재회'였다.
또한 타인의 인격을 부정하고 함부로 도구 취급하는 언동[8]이나 사교계의 위선이나 허례허식을 무척 혐오한다. 자기보다 아랫사람이거나 하찮아 보이는 상대라도 함부로 업신여기지 않고 대등하게 여긴다. 자기에게 있어 고용인에 지나지 않는 바이올렛에게 주군과 고용인으로서가 아닌 순수하게 '사람 대 사람'으로서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할 만큼 근대 유럽풍 왕족 + 한창 철없을 어린 소녀임에도 왕족 특유의 무개념과 패악질, 오만함이 없다. 또한 꿈에도 그리던 다미안과의 결혼을 기다리고만 있지 않고 적극 추진하기 위해 직접 도움이 될 만한 책과 정보들을 끌어모아 국왕을 몸소 설득하기도 하고, 때와 장소를 구분하여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럽고 정확하게 피력하는 현명함과 지혜도 갖추었으며, 상대방이 자기보다 지위가 낮거나 모자라 보여도 먼저 배려와 존중을 베풀고 대등한 대화 상대로 인정할 줄 안다. 즉, 솔선수범할 만큼 기본적인 평등 의식과 왕족으로서의 강한 책임감, 조숙한 태도, 다정하고 소탈한 마음을 두루 갖추었다. 다미안에게는 직접 장거리 승마는 내가 당신보다 훨씬 빠를 거라고 호언할 만큼 장거리 승마 같은 활동적인 스포츠에도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백성들을 사랑하며 얌전하고 수동적인 공주와는 차원이 다른 능동적이고 솔직하되 시원시원하고 자유분방한 성품을 지닌 왕족의 대표 격이며, 바이올렛과는 다른 방향으로 뛰어난 여걸이다. 드로셀 왕실에서 알베르타의 교육 하에 왕실 여성의 주요 덕목인 극한의 인내심, 냉철한 판단력과 표정 관리 능력, 임기응변까지 다 갖추었다.
상징은 드로셀 왕국의 상징화인 하얀 동백꽃. 흰 동백꽃을 국화로 삼는 드로셀 왕국의 공주답게 동백꽃 오너먼트들이 곁들인 화려한 드레스와 보석, 은제 티아라, 액세서리를 비롯한 최고급 장신구로 몸을 치장하고 다닌다. 예복과 웨딩 드레스, 캐주얼한 일상복에 이르기까지 매 장면마다 달라지는 다채로운 드레스들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재미 있는 구경거리이기도 하다. 흰 동백꽃은 18세기 유럽 사교계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던 꽃이며 꽃말은 순결, 비밀스러운 사랑, 어머니와 아이의 사랑, 굳은 약속, '손을 놓지 않는다'가 있다. 그야말로 샤를로테 공주의 서사와 연관성이 깊은 꽃이다.
바이올렛 에버가든 세계관을 통틀어 최초로 등장한 왕족이자 공주, 왕태자비, 왕비 캐릭터이면서 바이올렛 에버가든에게 의뢰한 의뢰인들 중 가장 신분이 고귀한 최고위 권력자이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배경과 화려하고 아름다운 용모, 거침없이 나아가는 자유분방하고 대담한 여걸스러운 성품, 다미안 왕자와의 동화 같은 로맨스 서사, 일국의 공주/왕비로서의 지위와 권력, 영향력 덕분에 TVA뿐만 아니라 외전이나 극장판에 이르기까지 눈에 띄는 비중과 존재감을 자랑한다. 에피소드별 조연들 중 2화의 주요 인물이자 애니 기준 바이올렛의 첫 친구이자 동기 루쿨리아 말버러와 더불어 상위권의 인기와 확고한 팬층를 거느리고 있다.
3. 이름의 유래
이름 샤를로테는 예나 지금이나 서유럽의 수많은 여성 왕족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는 인명이며 프랑스어로는 '건강한', '여성스러운 매력을 가진'을 뜻하지만 동시에 '자유로운', '자유'를 뜻하는 단어이다. 각박하고 답답한 드로셀 왕실의 감옥에 힘겨움을 느끼고 자유를 갈망하고 다미안과의 사랑과 결혼을 계기로 성장과 자유를 이룬 샤를로테의 서사와 잘 맞아떨어지는 인명.샤를로테의 미들 네임 '에베르프레이야(Eberfreya)' 중에서 프레이야(Freya)는 북유럽 신화에서 나오는 사랑과 아름다움, 풍요의 여신[9]이자 발퀴레들의 여왕, 그리고 최고신 오딘에게 흑마술을 가르친 북유럽 신화 세계관 최고의 마법사인 프레이야에서 따왔다.[10]
그녀의 조국인 나라이자 왕가의 성씨 드로셀(Drossel)은 독일어로 조류이자 참새목 지빠귀를 뜻하는 단어이다.[11]
4. 작중 행적
4.1. TVA
4.1.1. 5화
5화의 의뢰인이자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14세 생일이 지난 이후 이웃 나라인 플뤼겔 왕국의 왕태자 다미안 발두르 플뤼겔과의 정략결혼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연애편지 대필을 위해 고용한 CH 우편사의 자동 수기 인형 바이올렛 에버가든과 접점을 쌓게 된다. 이 시점의 바이올렛은 대륙의 많은 귀족과 왕족들로부터 명성을 떨치는 유명 자동수기인형이 되어 있었고, 샤를로테 공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또래 동성 친구를 원했기에 바이올렛을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결혼은 오랜 기간 전쟁을 해왔다가 최근 종전을 선언하고 화평모드로 돌아선 드로셀/플뤼겔 양국을 하나로 묶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알베르타가 바이올렛이 왔다고 침대에서 기다리는 샤를로테 공주에게 알리자, 샤를로테는 위와 같이 공주의 방 안으로 들어온 바이올렛을 위엄 있는 모습으로 맞아들인다. 앞서 그녀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네가 바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편지를 쓰는 인형이니?"라고 말을 걸며 상당한 흥미와 관심을 보인다.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아름다운 시구를 즉흥적으로 써내려가는 그녀의 탁월한 글솜씨에 감탄하며 적극적으로 신임하기 시작한다.
일단 바이올렛은 샤를로테의 부탁에 따라 동서고금의 수많은 자료와 서적들을 긁어모아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된 연애편지를 대필했다. 한편 샤를로테는 14살이었고 다미안은 24살이라 10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데다 자신은 울보 꼬마라 다미안과의 관계가 잘 진전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한다. 서로를 향한 사랑이 진심이면 나이와 상관 없이 맺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바이올렛에게 조언을 구해보는데, 바이올렛은 "세간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랑에는 나이가 없사옵니다."[12]라고 대답하였다.
다미안 역시 해외의 실력 좋은 인형을 고용하여 그녀를 찬양하는 형식의 편지들을 보낸다. 다미안이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참지 못한다. 하지만 미려한 문체의 시로 포장된 편지들을 보내봤자 다미안과의 관계는 한 치도 진전이 없었다. 이도 저도 못하는 신세에 지친 샤를로테는 방 안의 이불들에 틀어박혀 펑펑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단순히 유모를 넘어서 제2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담당 비서관이자 왕실 시녀장 알베르타와는 유사 모녀 지간의 긴밀한 관계를 띠고 있다. 그녀를 친부모보다도 소중히 여기고 있었기에 "난 너의 것이야!"라고 외칠 만큼 각별한 애정과 헌신을 보이며 어린 아이처럼 분함과 슬픔의 눈물을 마구 터뜨리며 방 안에 틀어박힌다.
다음에 쓸 편지는 어떻게 대필하면 좋냐고 묻는 바이올렛에게 샤를로테는 어차피 다미안은 일에 치여 사는 분이라 편지는 읽지도 않았을 거라며 뭘 해도 똑같다며 불만족을 표시한다. 바이올렛은 답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했지만 샤를로테는 다미안의 편지에 적힌 온갖 화려하고 과장된 미사여구와 표현들이 자기가 열 번째 생일날 직접 만난 다미안과는 너무 달라서 불편감과 괴리감을 느낀 것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연애편지를 대필하느라 고생한 바이올렛의 노력을 생각해서 잠깐 드로셀의 공주가 아닌 '인간 샤를로테'로서 바이올렛에게 자동수기인형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열 번째 생일날 밤 갑갑한 궁전을 탈출해 흰 동백꽃이 만발한 궁중 정원에서 다미안과 처음 만난 과거 이야기를 들려준다.
<colcolor=#FFF> 열 살 생일을 맞이한 샤를로테 공주 |
내가 열 살이 되던 날, 이곳 드로셀에선 성대한 연회가 열렸어.
왕족은 열 살이 되면 결혼 대상이 되거든. 만나는 사람마다 전부 다 내 맞선 상대였어.
사람들이 내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느낌은 하나도 없었어. 내 마음 같은 건 상관없다고... 그렇게들 생각하는 것 같았어..
약 4년 전 열 번째 생일 파티를 맞이한 샤를로테 공주는 내숭과 위선, 허례허식을 싫어하고 타인에게 이용당하는 것 또한 질색하는, 누구보다 자유를 갈망하는 소녀였다. 유력가 귀족들이 자신을 겉으로만 생일을 축하하고 신분 상승을 위한 도구로 보는 것에 환멸을 느껴 홀로 파티장을 빠져나간다. 달빛이 유독 환하게 빛나는 밤에 흰 동백꽃이 만발한 궁중 정원으로 뛰쳐나와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혼자서 외롭게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왕족은 열 살이 되면 결혼 대상이 되거든. 만나는 사람마다 전부 다 내 맞선 상대였어.
사람들이 내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느낌은 하나도 없었어. 내 마음 같은 건 상관없다고... 그렇게들 생각하는 것 같았어..
그때 어디선가 누군가가 홀연히 나타나는데 다름 아닌 플뤼겔 왕국의 왕태자 다미안 발두르 플뤼겔이었다. 그녀처럼 자유분방한 성향의 다미안 역시 파티의 어수선하고 갑갑한 분위기에 싫어서 도망치듯 뛰쳐나왔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샤를로테는 생일 파티의 주인공이니까 실컷 울어도 된다고 그녀를 위로한다. 생일날 때 어떻게든 자기 아들과 결혼시켜 왕실과의 연줄을 만들려고 접근해온 자국 귀족들과 달리 어떤 거짓말이나 달콤한 감언이설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해줬던 다미안 왕태자의 모습에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열 번째 생일을 지나고 나서 얼마 안 된 사이에 드로셀과 플뤼겔 간의 전쟁이 발발해 두 나라의 외교는 악화일로에 치달았다. 그래서 샤를로테는 다미안과의 결혼은 꿈도 꿀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접으려던 찰나 양국 간의 전쟁은 막을 내리면서 왕실 간의 혼담이 들어오게 된다. 샤를로테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과 자료들을 샅샅이 뒤져 두 나라가 외교 관계를 회복하면 양국의 국익에 기여할 만한 유리한 정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왕인 드로셀 국왕과 다른 귀족들이 참석한 의회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드로셀과 플뤼겔 왕실의 정략결혼이 두 나라에 어떤 이득들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여 부왕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혼신의 노력들이 마침내 결실이 맺어 다미안과의 결혼 코앞까지 도달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어땠을까? 사실은 이미 마음 속에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계셨던거 아닐까? 나하고는 10살이나 차이나고.... 대화가 안 통할지도 몰라. 왜냐하면... 나 같은 건 그냥 울보일 뿐이니까... 알베르타가 없는 낯선 타국에서 만약 미움 받기라도 한다면...
저런 편지 내용은 다 거짓말이야..! 진심이 안 보이잖아.... 그분의.. 난 그 사람의 진실한 마음을 알고 싶어.
샤를로테는 다미안이 고용한 자동수기인형의 말이 아니라 다미안 본인이 하는 말을 직접 듣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것이 샤를로트의 진심이었던 것. 자신을 도구 취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보고 인정한 사람을 향한 샤를로테의 사랑에 바이올렛은 똑같이 자신을 병기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따뜻하게 다가온 길베르트를 향한 자신의 사랑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다 내뱉고 흐느끼는 샤를로테에게 바이올렛은 결심을 굳힌 듯 그녀에게 어떤 제안을 한다. 저런 편지 내용은 다 거짓말이야..! 진심이 안 보이잖아.... 그분의.. 난 그 사람의 진실한 마음을 알고 싶어.
바이올렛 : 샤를로테 공주님.
샤를로테: 바이올렛..?
바이올렛 : 저희들 자동 수기 인형은 고객님을 위해 대필하는 인형입니다. 맡은 역할 이외의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제가 하려는 일은 주제를 넘어선 행위입니다. 저희 회사 CH 우편사와는 무관함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샤를로테: 뭘 하려는 거지?
바이올렛 : 공주님의 눈물을 멈추게 하고 싶습니다.
실은 상대편 인형이 쓴 문장이 조금 낯이 익습니다.
샤를로테: '바이올렛... 대체 뭘 하려는 거지..?'
바이올렛은 다미안의 편지의 글씨와 필체가 같은 CH 우편사의 인형이자 언니뻘 선배인 카틀레야 보들레르의 것임을 심증으로나마 알아냈고, 그녀에게 접촉을 취하여 어떤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바로 샤를로테와 다미안이 인형에게 도움을 빌리지 않고 서로에게 진심을 담은 솔직한 편지를 직접 써서 교환하는 계획이었다. 카틀레야는 여기에 찬성했는지 다미안에게 바이올렛과 협의한 내용을 그대로 보고하여 그녀의 계획을 제안한 것으로 보이고 다미안도 수락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샤를로테: 바이올렛..?
바이올렛 : 저희들 자동 수기 인형은 고객님을 위해 대필하는 인형입니다. 맡은 역할 이외의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제가 하려는 일은 주제를 넘어선 행위입니다. 저희 회사 CH 우편사와는 무관함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샤를로테: 뭘 하려는 거지?
바이올렛 : 공주님의 눈물을 멈추게 하고 싶습니다.
실은 상대편 인형이 쓴 문장이 조금 낯이 익습니다.
샤를로테: '바이올렛... 대체 뭘 하려는 거지..?'
바이올렛의 계획에 따라 인형의 도움 없이 자필 편지를 쓰기 시작한 샤를로테와 다미안은 서로를 향한 솔직담백한 마음과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사랑을 알아나가게 된다. 바이올렛[13]과 알베르타가 샤를로테에게 다미안의 자필 편지들을 직접 전해주는 역할을 맡았고[14], 다미안의 편지 봉투에는 플뤼겔을 상징하는 한 송이의 붉은 장미가 동봉되어 있었다. 또한 이 편지들은 전부 양국 국민들에게 공개되었다. 하술된 대화문이 바로 샤를로테와 다미안이 교환한 일련의 대화 과정이자 자필 편지이다. 먼저 다미안이 짧고 담백한 손글씨 편지를 보낸 것으로 시작으로 편지 교환이 이루어졌다. 다미안이 여섯 번, 샤를로테도 똑같이 여섯 번, 깃펜으로 편지를 써서 보내왔다.[15]
다미안: 샤를로테 아벨프레이야 드로셀 공주님, 달이 빛나는 그날 밤, 흰 동백꽃이 핀 정원에서 처음 만난 저를 알고 계십니까?
샤를로테: 다미안 발두르 플뤼겔 왕자님, 기억하고 있어요. 당신은... 울고 있는 제 얼굴을 보고 웃었어요. 그렇죠? 전 그때 너무 화났다고요! 하지만 더 울어도 된다고 말했던 당신의 목소리를... 그날 당신의 상냥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어요...
다미안: 딱 그 나이대의 평범한 여자애처럼 보여서 웃은 거야.[16] 기분 나쁘라고 말한 건 아닌데, 미안해~ 나는 왕자지만 모두가 꿈에 그리는 그런 이상적인 왕자님 타입은 아니야. 내가 어른스러운 남자라고 기대하지 말아줘. 당신을 만난 건 그날 밤 단 한번뿐인데, 당신은 대체 어떤 애야?
샤를로테: 난 마음이 여린 울보지만 동시에 다혈질이에요. 아마도 나 역시 당신을 푹 빠지게 할 만한 여성은 아니겠죠.
다미안: 여동생이 있다 보니 울보 아가씨라면 익숙하거든. 그런데 나 역시 대단한 사람이거나 한 건 아니야. 널 푹 빠지게 할 만한 남자는 못 돼.
샤를로테: 아니에요! 전 이미 당신에게 푹 빠진 상태인 걸요?
다미안: 처음 보낸 편지 때문에 그런 거야? 그건 솜씨 좋은 인형이 대신 써 준 거야.
샤를로테: 편지를 보낸 당신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4년 전 달빛 아래서 제 머리를 쓰다듬은 당신을 말하는 거라고요!
다미안: 그건 딱 한 번 울고 있던 널 위로해준 것뿐이야.
샤를로테: 나는... 그 "딱 한 번"을 마치 귀한 보석처럼 소중히 간직해왔어요!
다미안: 난 투박한 데다 여자의 마음 같은 건 잘 몰라. 널 놔두고 사냥을 하러 나갈 수 있어. 분명 널 실망시킬 짓을 많이 저지르겠지. 넌 어른이 되고 나면 나보다 더 훌륭한 남자를 만나 잘 살 거야.
샤를로테: 실례하지만, 훌륭한 남자라는 건 대체 뭘 말하는 거죠? 외모? 재력? 제가 생각하고 있는 '훌륭한 남자'란, 한 치 거짓 없는 솔직한 태도로 절 대해주는 남자예요! 겉으로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남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자기가 좋은 남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건, 내가 알기로는 당신뿐이에요!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이 사냥을 나간다면, 나도 가겠어요! 드로셀의 공주를 얕보지 말라고요! 어딴 남자에게도 시집갈 수 있도록 교육 받았으니까! 장거리 승마는 내가 훨씬 빠를 거고요!
샤를로테: 다미안 발두르 플뤼겔 왕자님, 기억하고 있어요. 당신은... 울고 있는 제 얼굴을 보고 웃었어요. 그렇죠? 전 그때 너무 화났다고요! 하지만 더 울어도 된다고 말했던 당신의 목소리를... 그날 당신의 상냥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어요...
다미안: 딱 그 나이대의 평범한 여자애처럼 보여서 웃은 거야.[16] 기분 나쁘라고 말한 건 아닌데, 미안해~ 나는 왕자지만 모두가 꿈에 그리는 그런 이상적인 왕자님 타입은 아니야. 내가 어른스러운 남자라고 기대하지 말아줘. 당신을 만난 건 그날 밤 단 한번뿐인데, 당신은 대체 어떤 애야?
샤를로테: 난 마음이 여린 울보지만 동시에 다혈질이에요. 아마도 나 역시 당신을 푹 빠지게 할 만한 여성은 아니겠죠.
다미안: 여동생이 있다 보니 울보 아가씨라면 익숙하거든. 그런데 나 역시 대단한 사람이거나 한 건 아니야. 널 푹 빠지게 할 만한 남자는 못 돼.
샤를로테: 아니에요! 전 이미 당신에게 푹 빠진 상태인 걸요?
다미안: 처음 보낸 편지 때문에 그런 거야? 그건 솜씨 좋은 인형이 대신 써 준 거야.
샤를로테: 편지를 보낸 당신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4년 전 달빛 아래서 제 머리를 쓰다듬은 당신을 말하는 거라고요!
다미안: 그건 딱 한 번 울고 있던 널 위로해준 것뿐이야.
샤를로테: 나는... 그 "딱 한 번"을 마치 귀한 보석처럼 소중히 간직해왔어요!
다미안: 난 투박한 데다 여자의 마음 같은 건 잘 몰라. 널 놔두고 사냥을 하러 나갈 수 있어. 분명 널 실망시킬 짓을 많이 저지르겠지. 넌 어른이 되고 나면 나보다 더 훌륭한 남자를 만나 잘 살 거야.
샤를로테: 실례하지만, 훌륭한 남자라는 건 대체 뭘 말하는 거죠? 외모? 재력? 제가 생각하고 있는 '훌륭한 남자'란, 한 치 거짓 없는 솔직한 태도로 절 대해주는 남자예요! 겉으로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남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자기가 좋은 남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건, 내가 알기로는 당신뿐이에요!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이 사냥을 나간다면, 나도 가겠어요! 드로셀의 공주를 얕보지 말라고요! 어딴 남자에게도 시집갈 수 있도록 교육 받았으니까! 장거리 승마는 내가 훨씬 빠를 거고요!
샤를로테는 마지막인 여섯 번째 편지를 써놓고는 자기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후회한다. 분명 다미안은 자길 건방지고 버르장머리 없는 여자애로 여길 거라며 알베르타는 대체 날 말릴 생각도 안 하고 뭐 한 거냐고 혼자서 마음을 애태우고 발을 동동 구르며 조마조마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인다. 시녀장 알베르타는 샤를로테에게 다미안이 쓴 마지막 일곱 번째 편지가 도착했다며 전문을 읽어준다. 그 편지에는 "오늘 밤... 달빛이 비치는 정원에서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라는 다미안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즉 다미안은 샤를로테의 열번째 생일날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드로셀 왕궁의 흰 동백꽃 정원에서 둘만의 재회를 제안한 것이었다.
마침내 예정된 밤이 되자 샤를로테는 열번째 생일날처럼 환한 달이 뜬 밤의 흰 동백꽃 정원으로 나온다. 다미안은 샤를로테의 앞에 다시 나타났고 다미안과 처음으로 만난 둘만의 추억이 깃든 장소인 보름달이 빛나는 밤 아래의 드로셀 왕궁의 궁중 정원에서 또 다시 한 번 다미안과 재회하게 된다. 다미안의 손에는 답장으로 새로 쓴 편지 하나와 플뤼겔 왕국의 국화인 한 송이의 붉은 장미가 있었다. 붉은 장미의 꽃말은 '낭만적인 사랑'을 의미했는데, 샤를로테에게 바치는 꽃이었던 것.
다미안: 답장을 가져왔는데, 내 미래의 신부가 될 여자는 지혜롭고 기가 세고, 재밌는 사람 같네. 훌륭한 왕비가 될 거야. 결혼하자, 샤를로테.
샤를로테: (너무 떨려서 눈물을 흐느낀다.)
다미안: 나와 결혼하지 않을래?
샤를로테: 네!
드로셀 왕궁의 방 안에서 창문 너머로 두 사람을 지켜보던 바이올렛은 "사랑이 이루어졌습니다."라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렸음을 확신한다. 결과적으로 샤를로테와 다미안이 인형을 고용하지 않고 서로를 향한 마음과 둘만이 공유하고 있는 소중한 추억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하는 바이올렛의 계획과 통찰력은 그대로 적중했다.샤를로테: (너무 떨려서 눈물을 흐느낀다.)
다미안: 나와 결혼하지 않을래?
샤를로테: 네!
<colcolor=#FFF> 하얀색 웨딩 드레스를 입은 샤를로테 |
눈물을 흘리는 샤를로테 |
<colcolor=#FFF> 다정하게 미소 짓는 다미안 왕태자와 샤를로테 왕태자비 부부 |
샤를로테와 다미안이 서로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 결혼에 골인하고 플뤼겔 왕국의 왕세자비가 되었으며 이름도 샤를로테 에베르프레이야 플뤼겔(Charlotte Eberfreya Flügel)로 개명한다. 사이가 나빴던 양국의 외교가 샤를로테와 다미안의 결혼과 함께 호전될 수 있었던 것 또한 대필 서비스를 쓰지 않고 자필 편지를 교환하라고 조언한 바이올렛의 외교적 대활약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덕분에 바이올렛은 샤를로테와 다미안 부부라는 든든한 친분과 인맥을 얻고 자동 수기 인형으로서의 전 대륙적인 명성을 널리 떨치게 된다.
플뤼겔 왕실로 시집 간 후에는 다미안의 왕태자비이자 차기 왕비로서 플뤼겔의 아이들과 다정하게 이야기하거나 놀아주고 있으며, 그녀의 조국 드로셀과 플뤼겔의 국경선 사이에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위한 고아원을 설립하여 그곳의 후원자가 된다. 오스카 웹스터의 양녀가 되는 백금발의 천재소녀 안젤라도 이곳 수녀원에서 살았었다.
4.2. 외전 극장판 특전 소설
4.2.1. 샤를로테 에베르프레이야 드로셀과 숲의 왕국
바이올렛의 의뢰인들의 짧은 후일담을 다루는 외전 특전소설 <샤를로테 에베르프레이야 드로셀과 숲의 왕국[17]>의 주인공이자 화자로 등장한다. 바이올렛 에버가든의 도움으로 다미안 발두르와 결혼하여 플뤼겔 왕국으로 시집 온 지 약 1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를 다룬다.1년이 지나 플뤼겔 국왕이 승하하자 15살에 왕비로 즉위한 샤를로테는 일이 매우 바빠진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한편, 조국을 떠나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플뤼겔의 왕실로 오면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혼식은 행복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그녀는 결혼한 지 1년 넘게 쓰라리고 혹독한 시집살이의 현실을 맛봐야 했다.
샤를로테는 60년 만에 플뤼겔 왕실로 시집을 온 타국의 공주이자 적국 출신의 왕족이기 때문에 궁중에서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었다. 다미안의 여동생을 비롯한 궁 안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다미안이 뭔가 잘못하면 의도적으로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지어내서, 적국이었던 드로셀 출신의 샤를로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욕받이로 삼아 국왕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온갖 같잖은 음해와 견제를 가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샤를로테는 플뤼겔 궁중에서 자신을 왕비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격체가 아니라 외교적 인질로 취급하며, 적대하는 신하들의 지독한 감시와 자신을 음해하려고 누군가가 조작한 여러 소문들과 가십거리에 시달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동화 같은 행복과 거리가 먼 힘겹고 혹독한 시집살이에 시달리고 있었다.[18]
언제는 한 번 자신의 시누이이자 다미안이 편지에서 '너처럼 울보 같은 여동생'이라고 짧게 언급한 플뤼겔의 왕녀가 다과회를 주최하자 샤를로테도 그 자리에 손님으로 참석했다. 샤를로테는 상당히 허기진 상태라 아무 것도 못하고 있었고 저녁으로 뭘 먹을지 고민 중이었는데, 얘기가 어느 새 왕위 계승자로 흘러가서 시누이가 말을 걸었다는 사실도 몰랐다. 문제는 플뤼겔의 왕녀가 시집 온 지 얼마 안 되어 적응하기 힘들 수 있는 올케 샤를로테에게 격려와 위로를 하기는 커녕 적국 출신인 주제에, 오빠의 사랑과 자국민의 관심을 한꺼번에 독차지한 여자라고 질투하며 "자꾸 그런 식으로 우물쭈물하게 굴면 첩을 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샤를로테를 애 낳는 도구로 취급하는 망언을 퍼부어 모두가 보는 앞에서 굴욕을 준다.[19][20]
다과회이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나중에 꽤나 허기가 질 것 같았다. 저녁으로는 뭐가 좋을지 생각했다.
그렇게 영혼의 반쯤이 다른 데로 가 있어서, 주제가 차기 왕위 계승자에 대한 것으로 바뀐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왕비님 듣고 계시나요? 계속 그러고 계시면, 첩이 나타나도 할 말이 없겠어요."
그 말들의 엄청난 무자비함을 직시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어서 바로 반응할 수 없었다.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내가 어떤 반응을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거의 신음소리에 가까운 우물쭈물거리는 반응을 한 것 같아서... 세상에 막 잉태된 생명체가 내는 소리 같았다.
시누이 님이 나의 대답에 만족하지 않았음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오라버니가 홀로 국정을 치르는 건, 왕비님이 이렇게 느긋하게 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손님인 것처럼, 해야 할 것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지 못하게 됩니다. 말을 하세요. 나라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이미 일년이나 지났는데도, 저희들이 들은 이야기가 없습니다. 정말 왕위 계승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시는 건가요? 이런 식이면, 오라버니를 위해서도 첩을 권해야겠어요."
그런 말들이 차례대로 쏟아져내리면서... 시누이님은 아마 나를 낙담하게 만들려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공격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나를 변호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도. 내 편은 없었다.
모두들,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정말로. 그 순간, 인간으로서 대우받지 않았다. 나의 인격이 부정되고 있었다. 샤를로테라는 이름에 걸맞은 존엄성이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망가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무시당하는 것에는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네, 전 일을 잘 못하고 있어요. 시누이 님의 말씀대로죠."
웃고 있었다.
"하지만, 저희 두 사람은 아직 결정을 내리는 중이라서, 무엇이 나의 일이 될지, 무엇의 왕의 일이 될지 정해지지 않았어요."
조롱하듯이 웃고 있었다.
"이렇게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저의 생각을 국회에 조금씩이라도 말하는 것이 좋겠네요."
난... 웃고 있었다.
"전 저의 조국에서 공주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플뤼겔의 왕비입니다. 손님처럼 굴고 싶지 않았지만, 스스로 자제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에요. 모두들 마찬가지 아닌가요? 저도 알고 있어요. 모두들... 주변에서 거리를 두며 저를 돌보아주셨죠.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직설적으로 말씀해 주는 것이 더 좋을 거라는 조바심도 들었고... 아무튼, 앞으로도 여러분들과 솔직한 의견을 나누고 싶고... 같은 여성으로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어요."
그렇게 영혼의 반쯤이 다른 데로 가 있어서, 주제가 차기 왕위 계승자에 대한 것으로 바뀐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왕비님 듣고 계시나요? 계속 그러고 계시면, 첩이 나타나도 할 말이 없겠어요."
그 말들의 엄청난 무자비함을 직시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어서 바로 반응할 수 없었다.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내가 어떤 반응을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거의 신음소리에 가까운 우물쭈물거리는 반응을 한 것 같아서... 세상에 막 잉태된 생명체가 내는 소리 같았다.
시누이 님이 나의 대답에 만족하지 않았음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오라버니가 홀로 국정을 치르는 건, 왕비님이 이렇게 느긋하게 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손님인 것처럼, 해야 할 것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지 못하게 됩니다. 말을 하세요. 나라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이미 일년이나 지났는데도, 저희들이 들은 이야기가 없습니다. 정말 왕위 계승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시는 건가요? 이런 식이면, 오라버니를 위해서도 첩을 권해야겠어요."
그런 말들이 차례대로 쏟아져내리면서... 시누이님은 아마 나를 낙담하게 만들려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공격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나를 변호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도. 내 편은 없었다.
모두들,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정말로. 그 순간, 인간으로서 대우받지 않았다. 나의 인격이 부정되고 있었다. 샤를로테라는 이름에 걸맞은 존엄성이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망가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무시당하는 것에는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네, 전 일을 잘 못하고 있어요. 시누이 님의 말씀대로죠."
웃고 있었다.
"하지만, 저희 두 사람은 아직 결정을 내리는 중이라서, 무엇이 나의 일이 될지, 무엇의 왕의 일이 될지 정해지지 않았어요."
조롱하듯이 웃고 있었다.
"이렇게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저의 생각을 국회에 조금씩이라도 말하는 것이 좋겠네요."
난... 웃고 있었다.
"전 저의 조국에서 공주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플뤼겔의 왕비입니다. 손님처럼 굴고 싶지 않았지만, 스스로 자제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에요. 모두들 마찬가지 아닌가요? 저도 알고 있어요. 모두들... 주변에서 거리를 두며 저를 돌보아주셨죠.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직설적으로 말씀해 주는 것이 더 좋을 거라는 조바심도 들었고... 아무튼, 앞으로도 여러분들과 솔직한 의견을 나누고 싶고... 같은 여성으로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어요."
플뤼겔 공주의 발언은 오라버니가 홀로 고생하는 건 샤를로트 때문이라는 둥[21] 둥 후계자를 낳지 못하니 당장이라도 첩이라도 들여야겠다는 둥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분노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모욕적인 망언이었다. 하지만 조국 드로셀에서 고작 열 살 때부터 정치적 도구로 취급받아왔고, 기싸움에 익숙해져 있었던 샤를로테는 시누이의 망언에 흔들리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밝은 웃음과 현명한 대답으로 맞받아친다. 샤를로테가 분노하는 꼴을 보고 싶어 일부러 수위 높은 험담을 한 플뤼겔 왕녀와 그녀의 신하들과 귀족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가만히 있는 왕비를 모욕한 꼴이 되어 망신당하게 되자 일제히 얼굴이 굳어진다. 샤를로테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처세술을 취할 수 있도록 고된 훈련을 받은 덕분이었다.
샤를로테가 태어난 고국 드로셀은 바이올렛 에버가든 세계관의 나라들 중에서도 유독 여성들의 인권이 낮고 쉽게 마모되는 나라였다. 그녀의 친어머니인 드로셀 왕비 역시 타국에서 드로셀로 시집 온 왕족 출신이고 원치 않은 정략결혼의 희생양이었다. 결혼 직후 외교적 도구로 이용당하는 자신의 신세에 지친 나머지 남편인 드로셀 국왕에게 별궁을 지어줄 것을 부탁하고는 거기로 칩거에 들어갔고 친딸인 샤를로테와도 제대로 만나주지 않았다.[22] 국왕 역시 국정에만 전념하느라 자기 딸을 케어해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성이 마음놓고 목소리를 높일 수 없는 숨 막히는 나라에서 어머니가 아니라 왕실 궁녀장 알베르타가 샤를로테 공주의 교육을 홀로 전담하다시피했다. 알베르타와 그녀 휘하의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자란 샤를로테는 어떤 남자와도 결혼할 수 있는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인 냉철한 처세술과 표정 관리, 연기력과 판단력을 키웠다.
샤를로테는 자신 역시 친어머니인 드로셀 왕비와 비슷한 처지가 되자 친모가 겼었을 울분과 고통을 이해한다. 빨리 아이를 낳지 않으면 첩을 들여야 할 거라고 매번 인격을 부정하고 몰아세우는 시누이와 시종들, 시녀들과 귀족들의 견제와 조롱에 미소로 지으며 대응하려고 노력하지만 슬슬 정신이 한계치에 달해 있었다. 자기보다 훨씬 불행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을 생각해서 꾸역꾸역 버티는 한편 어머니와도 같은 알베르타를 향한 그리움에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드로셀 어딘가에 있는 알베르타에게 괴로움을 호소하던 중 나 같은 울보라도 알베르타가 곁에 있으면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고 중얼거린다.
그 때, 어떤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고, 깨어나 보니 다미안 발두르가 장미 숲 속에 쓰러져 있었던 그녀의 눈앞에 서 있었다. 시간은 벌써 두 사람이 드로셀의 흰 동백꽃 정원에서 처음 만난 그날 밤과 똑같이 보름달과 하늘의 별들이 아름답게 빛나는 어두운 밤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 낮에 있었던 다과회에서 시누이의 모욕적인 발언과 알베르타를 향한 그리움과 향수병에 젖어버린 샤를로테는 한꺼번에 덮친 고통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구두마저 벗어던진 채 맨발로 붉은 장미들이 만발한 궁중의 숲 속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체력이 다해 기절해 있었던 것이다. 다미안은 왕비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잠시 공무를 중단한 채 병사들까지 동원하면서 그녀의 행방을 수색했던 것. 그녀가 기절한 원인을 대강 파악한 다미안은 시종들을 돌려보낸 뒤 둘만의 시간을 갖게 해달라며 샤를로테에게 코트를 입히고 공주님 안기로 끌어안고는 둘만의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눈다.
다미안은 플뤼겔 선왕의 사후 급하게 왕위에 오르면서 처리해야 할 공무와 일정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사랑하는 아내 샤를로테에게 괜히 짐만 될까 봐 그녀에게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혼자서 일처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주변 신하를 통해서 샤를로테가 처한 상황을 파악했고, 여기에 더해 자기 여동생이 다과회 때 샤를로테에게 무슨 망언을 지껄였는지도 알고 있었다. 플뤼겔 왕실의 시종 랄프의 말에 따르면 60년 만에 플뤼겔 왕실에 타국의 공주가 시집을 오면 안 좋은 일이 터질 거라는 그녀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도 샤를로테의 고립에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샤를로테를 지켜주지 못한 자신은 정말 한심한 존재라고 자학한다.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며 이건 다름 아닌 자신의 잘못이라며 진심으로 사과한다. 오늘 다과회에 있었던 여동생의 어리석은 행동에 샤를로테는 용감하게 맞섰다며 그녀를 칭찬한다.
자신과의 결혼이 그녀의 삶을 괴롭게 했다고 죄책감에 빠진 다미안을 향해 샤를로테는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한다. 역시 다미안은 왕이 되자마자 수많은 공무와 책임에 치여 살며 늘 우울한 얼굴로 나라를 위해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정략결혼이라고 해도 오직 자신의 의지로 자유로운 영혼인 다미안을 사랑하고 그와의 결혼을 결심했으니 다미안이 모든 책임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샤를로테는 무엇을 원하냐는 다미안의 질문에 그저 알베르타와 만나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다미안은 승낙하고 다른 것은 없냐는 질문에 모두가 나를 조롱하는 것 같다고 괴로움을 토로한다.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왕비로서 많은 일을 하고 싶다며 드로셀과 플뤼겔 사이의 국경 근처에 고아원을 설립하자는 의견[23]을 제시했고 다미안은 괜찮은 생각이라며 찬성 의사를 보인다. 이제부터는 괴로운 일, 슬픈 일, 행복한 일이나 기쁜 일이 생기면 혼자 삭히지 말고 함께 의논하자며 그녀의 대우도 개선시키고, 국왕과 왕비로서 부부가 나란히 공동 통치하는 것도 고려해보겠다고 한다. 원하는 게 또 없냐는 마지막 질문에 샤를로테는 만일 첩을 들이게 된다면 친모가 그랬던 대로 필요 없어진 자신을 궁 안에 가두어달라고 부탁한다. 이는 단순히 자신이 불임으로 판명될 경우 첩을 들일 것을 조언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향한 다미안의 마음을 한번 시험해보려는 뉘앙스로 보인다. 오직 샤를로테만을 일편단심 사랑하는 다미안은 갑자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 약간 화를 내면서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두 부부는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사랑을 확인해나간다. 플뤼겔 궁정 안에 있는 모두에게 적대당하고 상처에 시달리던 샤를로테에게 있어 그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다미안만이 유일한 희망이자 구원이었으며, 이는 반대쪽인 다미안도 마찬가지였다는 이야기이다.
"다미안 님은 절 사랑하세요?"
"물론이지, 샤를로테."
샤를로테는 그렇게 자신은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숲 속의 왕국 플뤼겔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독백하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물론이지, 샤를로테."
4.3. 극장판 바이올렛 에버가든
<colcolor=#FFF> 샤를로테 에베르프레이야 플뤼겔 왕비 |
금제 장미[24] 장식이 들어간 금색과 홍색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왕비의 왕관을 쓰고 립스틱까지 칠했으며 분홍색 장미 장식들로 수놓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있다. 소녀스러움이 묻은 청순하고 예쁘장한 미소녀였던 TVA판에 비해 전반적으로 왕비의 품격에 맞는 화려함과 우아함이 강조되는 성숙한 이미지의 미녀로 바뀌었고 키도 커졌다.
원작 에버에프터에서 후일담인 「왕비와 자동수기인형」에서 바이올렛과 재회했으며 첫 아이를 임신했다. 후계자가 될 첫 아이의 출산을 앞두면서 플뤼겔의 왕비이자 국모로서의 입지도 확고해졌다. 플뤼겔로 시집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샤를로테가 생식 능력이 없으니 다미안이 애첩을 들여야 한다는 망언을 퍼부었던 플뤼겔의 왕녀와 반 드로셀 귀족들, 시종들도 더 이상 샤를로테를 압박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 후계자가 될 적자의 탄생으로 왕실에서의 대접은 물론 왕위 계승 서열도 조카보다 내려갈 것이니 샤를로테에게는 그야말로 고생 끝에 낙이 찾아온 이보다 속이 더 후련해질 수 없는 시원하고 통쾌한 결말인 셈이다. 아이의 성별이 아들인지 딸인지는 불명. 그 아이가 훗날 플뤼겔 왕국의 왕태자 혹은 왕태녀이며 플뤼겔의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된다.
[A] 결혼 이전.[B] 결혼 이후.[3] 출처.[4] 애니 한정 특전소설 <샤를로테 에베르프레이야 플뤼겔과 숲의 왕국>에 등장하는 다미안 발두르 왕자/국왕의 여동생.[5] 극장판에 다미안과의 첫 아이를 임신했다는 언급만 나오며 딸인지 아들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6] 샤를로테를 맡은 방연지와 다미안을 맡은 한신은 실제로 부부 사이다. 5화 코멘터리에서 곽영재 PD의 언급에 따르면 두 성우의 동의를 구하고 노린 캐스팅을 한 거라고 한다.[7] 다미안이 샤를로테와의 연애편지 교환 중에 '여동생'이라고 언급한 인물. 다미안의 묘사에 따르면 샤를로테처럼 울보라서 샤를로테 같은 여성을 대하는 데 익숙하다고. 하지만 첫 등장한 외전 특전소설에서 올케 샤를로테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어른스럽고 사려 깊은 샤를로테와 달리 인성이 좋지 않으며 뒷일을 생각치 않고 함부로 막말하는 경향이 있다. 당신이 왕비로서 체통없이 굴어서 왕이 된 우리 오라버니가 고생하고 있으며, 얼른 빨리 후계자를 낳지 않으면 첩을 들여도 할 말이 없다고 먼저 시비를 걸었다. 샤를로테는 당연히 모욕감을 느꼈지만, 당당함을 과시하기 위해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시누이를 예의 바르게 존중하면서 앞으로는 같은 여자들끼리 함께 해결책을 의논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지혜로운 대답으로 받아쳐 그녀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사실상 오빠의 불륜은 물론이고, 샤를로테와 다미안의 파혼, 나아가 가까스로 화평을 맺은 드로셀과 플뤼겔의 외교적 갈등을 부추기는 멍청한 발언이다. 즉, 이해관계나 후폭풍을 생각치 않고 오로지 질투의 대상인 샤를로테의 분노를 일부러 자극하기 위한 개인적인 목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다미안도 여동생이 몰래 아내에게 벌인 만행에 대해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대차게 깔 정도.[8] 이는 어린 시절에 있었던 생일 기념 파티 에피소드와 다미안의 여동생이자 시누이와의 대립에서 잘 드러나 있다.[9] 한 마디로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포지션이다.[10] 어려서부터 줄곧 짝사랑하던 정략결혼 상대이자 남편인 다미안 발두르 플뤼겔 왕자의 미들 네임 '발두르'도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잘생긴 미남신이자 빛과 광명의 신 발두르에서 유래하였다.[11] 반면 약혼 상대/남편인 다미안 발두르 플뤼겔의 성씨와 그의 조국은 독일어로 날개를 뜻한다.[12] 바이올렛의 말을 증명하듯, 샤를로테의 성우 방연지와 다미안의 성우 한신은 현실에서는 7세 차이가 나는 상당한 나이 차를 보이는 부부이다. 곽영재 PD가 일부러 나이 차가 많은 성우 부부를 캐스팅한 것도 이런 이유일지도 모른다.[13] 더 이상 용건이 끝났다고 궁전을 떠나지 않고 샤를로테가 손글씨로 쓴 편지들을 교정하거나 봐주는 모양.[14] 마찬가지로 플뤼겔에서는 카틀레야가 다미안에게 샤를로테가 쓴 자필 편지들을 전해준 것으로 추정.[15] 결혼 과정 자체가 양국의 화평의 의미로 진행되는 국혼인 만큼 양 국가 국민들이 화합할 수 있는 퍼포먼스로 계획되어 있었다. 중간중간 반응을 보면 드로셀 왕궁 경비병이 다미안을 응원하는 등 양국 국민 여론을 제대로 잡아낸다. 다미안 왕태자가 샤를로테 공주에게 먼저 달빛이 비친 그날밤 처음 만날 때를 기억하냐는 짧고 담백한 편지를 먼저 건넸을 때 드로셀 왕국의 국민이 "(인형이 쓴 게 아니라) 직접 쓴 편지잖아? 내용도 저것뿐이고... 무슨 생각이지?"라고 의아해한다. 두 나라의 국민들 역시 지금까지 샤를로테와 다미안이 교환한 편지들은 두 사람이 의뢰한 자동수기인형들이 대필한 글임을 다 알고 있었던 셈. 자동수기인형들이 양국 왕실의 정략결혼 프로젝트에 개입한 정황을 국민들이 전부 알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이상 인형들이 무슨 수를 쓴다 한들 소용이 없었다. 차라리 두 나라에 있어 제3자에 불과한 타국의 인형들이 이 일에서 손을 떼고, 당사자들이 성의를 담아 쓴 자필 편지들을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더욱 호소력과 진정성 있는 방안이며 국혼의 진정한 목적인 '양국 간의 화평'과 '공주와 왕자의 동화 같은 로맨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붙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계획만큼은 고용된 인형이 아닌 두 나라를 대표하는 왕족들의 철저한 자필로 이루어지는 데다 자칫 CH 우편사가 감히 주제도 모르고 한때 적국이었던 남부의 먼 나라가 두 나라에 개입했다는 식으로 대외적인 손해와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때문에 바이올렛은 계획을 설명하기 전 샤를로테에게 "이제부터의 일은 라이덴샤프트리히 소속인 CH 우편사하고 무관하며 샤를로테와 다미안, 나아가 드로셀과 플뤼겔 두 나라 간의 철저한 외교 업무입니다."라고 선을 그었던 것. 대신, 이번 건을 무조건 인형으로서 처리해야 할 의뢰 사항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과 비슷한 사연과 사랑을 하고 있는 샤를로테 개인의 진심을 이해하고 그녀 소망을 이루기 위해 인형에게 주어진 임무 그 이상의 과감한 계획을 추진하고, 성공적으로 해낸 셈이다. 이런 바이올렛의 날카로운 혜안과 통찰력, 샤를로테를 향한 배려심이 양국 모두에게 커다란 빛을 발한 셈.[16] 다미안은 맨 처음 경어를 썼지만 이때부터는 여동생을 놀리는 짓궂은 동네 오빠마냥 장난기 있는 가볍고 친근한 말투로 반말을 쓴다. 더 이상 인형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필로 편지도 교환하게 됐으니 내친 김에 형식적인 경어 같은 건 버리고, 신분과 국적의 영역을 초월해 평범하게 연애편지를 나누는 사람들끼리 솔직하게 허물없이 대화하려는 의도로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먼저 보낸 자필 서신에서 우리가 샤를로테의 열 번째 생일날 달이 빛나는 밤 흰 동백꽃 정원에서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하냐고 먼저 물은 점으로 봐서, 자신 같은 건 잊어버렸고 관심도 없을 거라는 샤를로테의 불안과 달리 다미안은 그녀의 열 번째 생일날 이후 계속 그녀를 줄곧 기억하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또한 내심 그녀의 개인적인 부분에도 관심을 갖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면서도 답답함을 느끼는 등 샤를로테와 본질적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음을 암시한다.[17] 그녀가 시집 간 나라 플뤼겔, 나아가 후반부에 남편 다미안과 함께 둘만이서 걷는 장미꽃이 핀 숲을 의미한다.[18] 샤를로테가 겪은 고통은 정략결혼의 도구로서 먼 나라로 시집을 간 역사상의 대부분의 왕태자비/왕비들이 경험하는 흔한 일이었다. 프랑스의 왕비임에도 불구하고 적국 오스트리아의 공주로 프랑스 왕실의 누구에게도 정붙이지 못하고, 모함과 음해에 시달리며 불행했던 마리 앙투아네트, 후계자가 될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숙 내외를 비롯한 궁 안의 정적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한 일본 황실의 마사코 황후가 당한 시집살이와 많이 유사하다. 또한 자유를 추구하는 성향이고 황실의 거의 모든 사람이 적이었지만 유일하게 남편 나루히토만이 아군이었다는 점에서 마사코 황후와 특히 닮았다.[19] 14살에 불과한 올케 샤를로테더러 아직 후계자를 낳지 못하니 어서 빨리 오라버니께서 첩을 들이시는 게 낫다고 지껄이며 오빠 다미안의 불륜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드로셀의 왕녀인 샤를로테의 인격을 부정하고 무슨 애 낳는 도구로 취급하는 멍청한 망언을 공식 석상인 다과회에서 퍼부으며 도저히 일국의 공주로서 용인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일국의 공주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주변인들을 배려하며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샤를로테와는 정반대의 인물.[20] 이는 단지 샤를로테 개인을 향한 조롱에서 끝나지 않고 자칫 샤를로테를 사랑하는 드로셀 국민들은 물론이고, 그녀에게 우호적인 플뤼겔 국민들의 심기까지 자극해서 드로셀과 플뤼겔을 또 다시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외교적으로도 위험한 행동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전쟁을 벌이며 싸웠던 적국 출신의 어린 공주가 낯설 수도 있고 가까웠던 오빠와 국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게 되었다고 질투하는 것도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녀를 향한 모욕적인 언행은 외교적인 분쟁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어려서 철이 없다.'는 말로도 변명할 수 없다. 결국 유치하게 샤를로테를 모욕한답시고 사석도 아닌 공식석상에서 저런 폭언을 내뱉었으니, 역으로 '개인적인 감정 하나 조절 못해서 분쟁을 일으킨 왕녀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멍청이'로 낙인찍혀도 할말 없다. 게다가 같은 여자로서 낯선 타국의 왕실에 홀로 고립된 처지인 샤를로테를 출산 능력 가지고 함부로 폭언하는 모습을 보면 철없고 무례한 걸 넘어서 그냥 인격 자체가 저열하다. 또한 샤를로테와 솔직하게 서로의 진심을 터놓은 끝에 그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결혼을 결심한 오빠 다미안의 의지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철저히 자기 보신만을 챙기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결국 자업자득으로 오빠한테까지 '어리석다'고 뒷담까이는 건 덤.자기도 똑같이 멀리 시집 가서 애 낳는 도구 취급당하며 시집살이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21] 실상은 다미안이 샤를로테가 낯선 타국의 왕실에 입성해 궁정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 수 있음을 염려해 그녀를 끌어들이지 않고 무리하게 국정을 운영했던 것이다. 심지어 샤를로테가 저지른 부적절한 행동도 아니고 그녀의 성격의 일부인 '느긋함'을 트집 잡아서 까대는 걸 보면 그저 질투의 대상인 샤를로테가 분노하는 꼴을 보고 싶다는 철저한 감정적인 이유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선시비를 건 것도 모자라 굴욕적인 개망신을 주는 저열한 행동인 셈. 하지만 플뤼겔 공주의 생각만큼 절대 만만하지 않았던 샤를로테 왕태자비 그 '느긋한 태도'대로 여유 있게 되돌려주면서 역으로 시누이에게 굴욕을 주었다.[22] 샤를로테가 그토록 염원하던 아들이 아닌 딸로 태어나서 왕위를 이어받을 후계자로서의 가치도 없어지고 왕실 내의 입지도 다지지 못하자 자포자기 심정으로 별궁에 틀어박힌 듯. 여기에 딸을 낳았다는 이유로 드로셀 국왕의 눈 밖에 나버리고 궁중 신하들과 귀족들에게는 뒷담화 대상으로 찍혔을지도 모른다.[23] 이 고아원이 바로 극작가 오스카 웹스터의 양녀 안젤라가 입양 전에 살았었던 고아원이다. <오스카의 작은 천사>에서 샤를로테의 고아원 설립 취지가 더 자세히 나오는데 각자의 사연으로 모인 아이들이 일찍부터 문학에 관심을 갖게 하여 자신만의 미래와 앞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나온다. 오스카도 샤를로테 왕비 전하의 생각이 정말 훌륭하다고 평가했다.[24] 플뤼겔 왕국의 상징화는 붉은 장미이다. 붉은 장미의 꽃말은 정열, 낭만, 용기, 열정, 낭만적인 사랑, 존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