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설레발에 들뜬 대한민국의 응원단과 시청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월드컵 TV 중계가 시작된 이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역사상 최악의 전반전[1]이었다. 평가전에서도 그랬듯이 전반부터 수비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알제리의 맹공에 무너졌다. 4분쯤에 페굴리의 패스를 슬리마니가 슛으로 연결했으나, 한국의 수비수에 맞고 외곽으로 빠져나갔다. 이어 한국은 유효슈팅은 고사하고 골대를 향한 슈팅조차 하나도 시도하지 못한데 반해, 알제리는 공을 가져올 때마다 한국 수비진영을 무너뜨리며 위협적인 볼을 날렸다. 이때 원톱 공격수였던 박주영은 정말로 필드에 있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으며 슈팅이나 상대를 교란시키는 움직임 조차도 없이 성의없이 뛰었다.전반 26분, 슬리마니가 메자니의 어시스트를 받아 단독 드리블로 공을 몰고, 홍정호와 김영권이 이를 막으려고 했으나 속절없이 골을 내주었다. 특히 이 장면에서 한국의 센터백 김영권과 홍정호는 둘이 계속 간격까지 맞춰가며 붙어 다니며 공간을 내줬다. 느린 화면으로 보면 슬리마니와 셋이서 나란히 달리며 마치 편대비행을 연상케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문제는 이 장면이 출국 전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의 실점과 거의 비슷한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어이없이 선취골을 내주니 수비는 심리적인 충격을 면치 못하고, 전력을 기울여 반격으로 전환해도 시원찮을 상황에 넋이 나가 어정쩡하게 있다가 다시 알제리에게 코너킥을 내주었고, 자부가 찬 코너킥을 할리시가 다시 골로 연결하여 0:2로 달아난다. 이때 얼마나 어이없게 실점을 했냐면, 삼사의 해설진들 전원이 설마 여기서 먹히겠나 싶어 자기들끼리 이전 장면에 대해 토론을하던 중 뜬금없는 실점에 뒤늦게 놀라 모두 다 할 말을 잃었을 정도다. 마크맨을 놓친 김영권의 실수도 크지만, 정성룡 역시 골 박스 안으로 들어온 공중볼 판단을 미스 함으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전반 30분이 되기 전에 2골이나 내주면서 대량실점 위기에 몰렸고, 수비는 살아날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전반 38분경 홍정호의 패스미스로 놓친 공을 자부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하여 속수무책으로 0:3이 되었다. 12분 사이 3골 실점으로 한국의 코치진과 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의 '한국을 오랫동안 연구했다'는 말은 과연 사실인지 한국은 전반에만 3실점하며 0:3으로 끌려가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전반전 킥오프 직후에 페널티 박스 안에서 알제리 선수가 수비수에게 걸려 넘어졌는데 주심은 그냥 넘어갔다. 페널티킥을 선언해도 할 말이 없었을 상황. 사실 수비가 심각하게 허술한 징조는 이때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수비가 붕괴되어 파울로만 공격을 끊어야 하는 비슷한 상황이 한 번 더 있었는데 그때도 주심은 PK를 선언하지 않고 넘어갔다. 두 번의 PK판정을 전부 적용하면 최악의 경우 전반에만 5:0. 경기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경기 외적으로 한국에게 동정이 가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완패였다.
오히려 주심은 대놓고 한국에게 유리한 판정을 했으며[2] 결국 오심이나 편파판정 같은 다른 핑계는 먹힐 수 없게 되었다. 알제리 또한 후반에 시간을 끄는 행동을 하긴 했으나 이미 승리가 확실시되어 굳히기 모드에 들어간 상태에서의 시간끌기라 별 의미가 없었다.
결국 전반이 끝나고 한국은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알제리는 10번 슈팅을 날렸고 그중 5번이 유효 슈팅, 3득점을 기록해 두 팀이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전반전은 딱 한마디로 말해 알제리의 진화타겁. 한국 선수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그저 간격만 유지하며 왔다갔다 할 뿐이었고, 그나마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알제리 수비수 세 명이 손흥민을 싸서 지워버렸다. 그야말로 조직력이 엉망이였으며 속된 말로 콩가루 조직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손흥민이 공을 몰고 알제리 진영으로 넘어가 홀로 고군분투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그냥 반코트 경기. 사실 반코트 경기도 과분한 평가이며, 전반전 풀 영상을 보면 그냥 알제리 축구 대표 팀의 반코트 패스 및 슈팅 훈련 영상이며, 한국 선수들은 알제리 선수들이 훈련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장애물에 불과하다.
애당초 1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 알제리가 전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오리라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그러나 상대의 뻔한 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전반 내내 한국은 조직력이 완전히 붕괴된 모습만 보여줬을 뿐이였다. 시종일관 알제리는 후반을 생각하지 않는 듯한 오버페이스로 강하게 한국을 몰아쳤고 한국은 중원부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이런 대붕괴의 와중에 선수들에게 침착하게 지시나 대책을 세워야 될 감독과 코치들이 선수들과 같이 정신줄놓고 손깍지를 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결국 초보 감독과 코칭스텝들 모두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혼란스러운 상태였는데 수습이 될 리가 없었다.
다행히 후반 5분이 돼서야 손흥민이 팀의 첫 슈팅을 기록하여 한 골을 만회하고 후반 10분 드디어 삽질하던 박주영을 빼고 김신욱을 투입해 반격에 나선다.[3] 이제 정신 차리고 조금씩 반격하는 듯 싶었으나 박스 근처도 제대로 못 가다가 다시 한 번 실점하며 1:4가 된다. 이후 구자철이 다시 만회골을 터트리며 2:4로 쫓아갔지만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고 모든 해설진이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빠른 공격을 시도해야 한다고 난리가 난 와중에도 선수들은 볼만 돌리거나 의미없는 패스만을 남발하고 또 알제리의 시간 끌기에 결국 그대로 끝나고 말았다.
결과는 결국 2 : 4 참패. 60년 동안 계속된 2차전 무승 징크스를 깨지 못하면서 4무 5패가 되었다.[4] 나아가 역대 월드컵 아프리카팀 무패도 이 경기로 인하여 한번에 끊어졌다. 알제리만 잡아내면 한국은 무조건 16강행을 볼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과 해이함으로 인한 결과였다.
그리고 알제리는 1982월드컵 13위[5] 이후로 H조 2위로 사상 첫 2라운드 진출에 성공하여 G조 1위 독일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16강에 진출해서도 독일을 위협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과 의지를 보여 나름대로 칭송을 받으며 잘 싸운 패자로서 브라질을 떠났다. 그리고 독일 같은 강팀을 상대로 이 정도 기세를 보여줄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팀을 얕잡아본 한국은 또다시 엄청난 비난세례를 받아야 했다. 알제리 선수들의 악바리 근성과 의지 때문에 대표팀 선수들의 정신력 문제도 다시금 화두에 올랐다.
2. 16강 진출 실패의 원인 분석
대패의 원인이야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요약한다면 엔트으리에 내재된 모순과 누적된 문제점이 자비없이 달려드는 강호를 만나서 한꺼번에 곪아터지고 폭발한 경기라고 할 수 있다.2.1. 지나치게 상대를 얕잡아본 태도
여태껏 대한민국은 아시아권의 한 수 아래 국가들과 붙으면서 비교적 쉽게 본선진출을 통과하면서 FIFA 월드컵에 진출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축구 팬들은 FIFA 월드컵 본선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시아권을 제외한 나머지 대륙에서의 FIFA 월드컵 지역예선은 그야말로 치열하다못해 피가 터지도록 싸움을 하고 살인적인 수준으로 경쟁을 하는 것이 매우 당연시된다.[6]그리고, 아프리카권의 월드컵 지역예선도 예외는 아니라 나름대로 월드컵에 진출했다고 생각하는 국가라고 해도 듣보잡 아프리카 약팀에게 발목을 잡히는 일도 빈번해서 본선진출을 성공한 것으로도 절대로 전력을 약하다고 평가할 수도 없고 만만하게 볼 수가 없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의 최다 우승팀이자 2006년부터 2010년까지 3번 연속으로 우승을 한 이집트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무려 28년이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되어서야 본선 진출을 했고, 나이지리아, 카메룬, 가나 같은 전통의 강팀들도 쉽게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때도 있으며, 진출하더라도 언제나 지역예선을 힘겹게 뚫고 어렵게 본선진출을 하고 있다.
심지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코트디부아르도 카메룬이 페널티킥을 극적으로 실축한 끝에 겨우 본선 진출을 했을 정도였고, 2002년에 첫 진출하여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을 무너뜨리며 8강의 돌풍을 일으킨 세네갈마저도 이 대회 이후 무려 16년이 지나서야 월드컵 무대에 다시 본선진출을 할 정도였다.
또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세네갈이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꺾고 예선 탈락을 맛보게 한 이변도 있었던 데다, 2010년 월드컵 개최국 남아공은 비록 역사상 최초 개최국 조별리그 탈락팀이 되었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준우승팀 프랑스를 꺾고 체면치레를 했던 이변도 있었다. 그리고, 한국을 꺾고 16강에 진출한 알제리는 우승팀 독일과 연장전 끝에 1-2로 석패했고 매우 선전한 편이었다. 애초부터 아프리카의 지역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진출을 하는 모든 국가들은 당연히 약팀이라고 볼 수가 없다.
게다가, 애초부터 한국이 과연 알제리를 상대로 전력이 훨씬 더 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알제리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진의 1군 스쿼드를 제대로 알고 잘 들여다보면, 한국보다 매우 뛰어난 실력의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손쉽게 알 수가 있다.
포르투갈 리그의 전통 강호 클럽인 스포르팅에서 주전 공격수로 뛰는 이슬람 슬리마니, EPL 토트넘 핫스퍼에서 미드필더인 나빌 벤탈렙, 리그앙 바스티아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몽펠리에로 이적한 리아드 부데부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강호 발렌시아 CF의 공격형 미드필더 소피앙 페굴리, 프리메라리가에서 무지막지한 드리블 성공률을 기록하며 뛰어난 테크니션임을 인증하고 현재 포르투갈 리그의 최강 팀들 중 하나인 FC 포르투로 이적하여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중인 야신 브라히미, 세리에 A의 강호 나폴리의 주전 레프트백으로 활약 중인 파우치 굴람, 리그 앙의 강호 올랭피크 리옹에서 현재 윙어로 활약 중인 라시드 게잘이 있다. 그야말로 유럽 4대 축구리그에서 주전급으로 뛰고 있는 1군 선수들로 도배를 해놨다.
그 외에도 비록 유명하진 않지만, 알제리 자국 리그에서는 좋은 활약을 선보인 압델무멘 자부나 터키 리그에서 활약하는 골리 라이스 음볼리도 있었다.[7] 결국, 전반적인 전력부터가 한국이 함부로 만만하게 보는 것부터가 실례라고 말할 정도로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국적은 알제리로 뛰고 있어도 원래는 프랑스 청소년 국가대표팀 출신 선수들도 많았으며 거기에다 이렇게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유럽 4대 축구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도 꽤 많았다. 사실상 알제리 대표팀은 프랑스 1.5군~2군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이처럼 해외축구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골수 팬들은 알제리의 스쿼드 구성을 보고 절대로 약한 팀이 아니고 중견급 이상의 강팀으로 평가되니까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도 안 되고 무시를 해서도 안 된다고 경계를 했지만, 정작 홍명보와 대한축구협회는 이런 정보에 무지했다. 당장에 프랑스 축구의 레전드 지네딘 지단[8]이 알제리 이민자 출신이고 킬리안 음바페 역시 알제리의 국적[9]을 가진 선수이며 알제리는 이렇게 프랑스와 관련되어 있는 선수들이 아주 많았다. 그 당시 대한민국의 축구에 매우 무지했던 스포츠 언론은 알제리가 지난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탈락한 팀이라고[10] 알제리를 마치 약체팀인 것처럼 멋대로 포장을 하다가 결국 대한민국이 알제리에게 호되게 한 방 먹으면서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이렇게 상대방의 전력을 가볍게 우리보다 약하다면서 무시하고 안일하게 방심했던 견적필패의 자세부터가 홍명보호와 대한축구협회의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 아니겠는가?
2.2. 답이 없는 원톱 공격수 선발
원톱인 박주영의 선발 출전부터가 패배 요인이었다. 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손흥민은 엄청난 대활약을 한 반면, 박주영은 필드에 있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아무런 활약이 없었다. 공중 볼 경합도, 공간 침투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2경기 0슈팅 0어시스트라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황선홍, 이동국 등 역대 국대 최전방 공격수들이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유효슈팅은 고사하고 슈팅 한 번 못 날려본 원톱 스트라이커는 국대 역사에 전무할 것이다.[11]손흥민과 박주영 두 사람의 활동량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알겠지만 활동량이나 패스 성공률도 처참한 수준이다. 여담으로 경기 시작전 FIFA가 제공한 TV 중계용 선발 명단에서 박주영이 아닌 손흥민이 원톱 자리에 있었는데, 실제 경기가 이렇게 흘러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표팀 전반전 슈팅 0라는 굴욕적인 기록으로 나타났다. 유효슈팅이 아니라 그냥 슈팅이 0이다.
2.3. 답이 없는 포메이션
그 다음 문제점은 수비에서 공격을 전개해 줄 수 있는 선수가 사실상 기성용뿐인 상황에서 한국영을 짝으로 붙여 수비 형 미드필더 자리에 놓는 4-2-3-1 전형을 택한 것이다. 허리 5명 가운데 좌흥민 우청용과 구자철 3명의 전진 시 기성용은 사실상 그냥 서 있는 수준이라 한국영 혼자서 상대 역습의 1차 저지선을 맡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고, 자연스레 빈집털이를 염려한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이 극도로 제한되었다.2021 K리그 8L 울산 서울전 골 모음 참고를 위한 영상, 울산의 득점 장면을 유심히 관찰하면 기성용의 수비적 무능력함이 잘 드러난다. 기성용은 후반 66분에 투입되었다. 영상 2분 10초를 보면 등번호 8번 기성용이 조지아의 국가대표인 울산의 바코를 상대로 아무 것도 못하고 따라만 가다가 역전 득점을 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상 3분부터 보면 8번 기성용이 김인성을 상대로 아무 것도 못하고 크로스를 내주고 득점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바코는 폴란드의 레기아 바르샤바와 MLS 등에서 어느 정도 활약한 선수인데 그런 선수를 상대로도 아무 것도 못했고, 김인성은 국대 2군 정도의 윙어인데 역시 기성용은 아무 것도 못했다. K리그 2021시즌 기성용의 화려한 공격력으로 K리그 수비들을 썰어버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또한 동시에 K리그 공격들에게도 후반 66분에 교체되어 들어와도 수비적으로 썰려버리는 특유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K리그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측면에서 2번이나 썰려버리는, 기성용이 가지고 있는 이런 본질적인 위험성 때문에, 당연히 월드컵에서 풀백들은 절대 함부로 올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풀백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전진한 좌우 날개는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악순환의 반복.[12]
이전 러시아와 경기에서는 상대가 잔뜩 수비라인을 내리고 역습에 치중하는 팀이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그러나 알제리는 수비라인을 하프라인 근처까지 바짝 끌어올리며 강력한 압박과 빠른 공수전환을 가져갔고, 한국은 느슨한 공수 연결고리가 깨지며 11명 전원이 볼을 쫓아 우왕좌왕하다가 3골을 내리 내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사실 기성용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 빌드업을 맡기는 배치는 이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우선 강력한 전진압박으로 기성용만 옥죄면 대표 팀의 공수전환이 느려져서 역습 타이밍을 놓치고, 수비는 수비대로 망한다는 최악의 약점이 있는데 알제리는 이 점을 제대로 노렸다.
과거 허정무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기성용을 썼을 땐 김정우라는 당대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가 중심적 역할을 하는 가운데, 기성용은 정확한 패스로 공격의 다변화만을 신경쓰면 되는 역할이었다. 또한 이것조차도 앞에 박지성, 염기훈 등이 존재해서 김정우와 부담을 나눠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록 나이지리아전에서 페널티킥을 내주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당시 또 다른 백전노장 파이터 김남일도 김정우 백업으로 썼던 장면을 돌이켜보자. 이때 나이지리아는 기성용을 공략하기 위해 먼저 김정우를 죽어라 물어뜯어서 3경기째 신나게 뛰어다니는 김정우의 체력을 고갈시켰다. 사실 이건 우루과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기성용의 기용은 팀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13]
그런데 한국영, 박종우가 올림픽-U 23 레벨이 아닌 월드컵 레벨에서도 버텨낼 수 있다는 검증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결국은 못 버텨냈다. 한국영은 러시아전에서는 훌륭한 모습을 보였지만 심각한 경기력의 편차만 보여주며 알제리에게는 털렸고, 처음부터 박종우는 한국영의 경쟁상대가 아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백업일 뿐이었다. 한국영의 수비적 능력은 한국 최고 수준이지만 공격 전개 능력은 그저 그렇고, 박종우와 한국영은 되는 대로 비교하자면 한국영에게서 수비력을 많이 깎고 전개능력을 조금 높이면 박종우가 되는 정도다.
정 기성용을 고집한다면 차라리 근래 들어 유행한 4-1-4-1 형태로 활동량이 많은 중미를 두 명 기성용 앞에 세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의견도 있었지만, 4-2-3-1밖에 모르는 허술한 감독이였고, 제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기성용은 상대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공을 잡고 질질 끌기만 하다가 결국 의미 없이 뒤로 돌리기만 반복했다.
그리고 기성용 기용의 근본적인 문제는 기성용의 좁은 활동 폭에서 비롯되는 측면불안이다. 한국영이 몸이 하나인 이상 양쪽 측면을 다 커버해 줄 수가 없으나 기성용이 중앙을 벗어나 측면을 커버해주는 움직임은 없으니 어쨌든 양쪽 측면을 다 커버하러 뛰어다니지만 이는 근본적인 측면 수비 불안을 낳는다.[14] 더군다나 선발 출장한 이청용과 손흥민 모두 공격지향적인 자원들이라 상대적으로 수비 가담은 미흡할 수밖에 없고, 결국 대한민국의 좌우 풀백은 무방비 상태로 털렸으니 공격 가담은커녕 수비에 급급하다가 부서지고 끝났다.
기성용 기용에서 비롯한 수비불안 때문에 한국 대표팀은 허리를 낮춘 채 있다가 천천히 지공으로 끌어올리는 축구를 해 왔지만, 적어도 월드컵 본선 레벨에서 이걸 넋놓고 보고만 있을 팀은 없다. 게다가 첫 실점 상황에서 드러나듯 측면이 털리는데 중앙 압박도 없으니 2명의 중앙 수비도 촘촘한 수비 대형은커녕 측면을 의식하고 느슨하게 벌어졌고, 이 상황에서 한 번에 찌르는 패스로 빈틈을 공략한 알제리가 한국전을 잘 준비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2.4. 답이 없는 개인기량
폼이 떨어졌다고 우려를 산 구자철 역시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허정무가 처음 픽업했을 때만 해도 장래가 유망한 선수였고, 조광래가심지어 국대만 오면 매번 평균 이상의 활약은 보장되어 있다며 기대를 모았던 이청용조차 이 날 경기에서는 역대급으로 폼이 안 좋았다. 패스-슛-드리블의 판단이 대단히 나빴으며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영리한 플레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기성용과 더불어 중앙에서 질질 끌다가 끊겨서 역습을 허용하는 식으로 공수에서 전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이근호와 교체되었다. 경기 전 몇몇 언론에서는 피로골절로 알제리전에 빠진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다행히 출전은 했다. 하지만 다리 부상 이후 떨어진 폼을 한창때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일부 팬들은 수술한 다리가 짧은 휴식으론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리고 홍명보호의 전술에서는 이청용 또한 계륵 같은 존재였다.
2.5. 답이 없는 엔트리 선정
후반 중반에 박주영이 빠지고 대신 김신욱을 투입하며 겨우 분위기가 바뀌는데, 고립된 양 날개와 엇박자를 내는 구기라인의 패스에 의존하는 대신 멀리서도 확실히 보이는 김신욱 머리를 노리고 롱 볼을 때려 넣는 뻥축구를 하면서 그나마 공격이 시작될 수 있었다. 두 번째 구자철의 골도 김신욱의 제공권이 엄청난 기여를 하여 실적도 남겼다. 결국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한국식 티키타카보다 뻥축구가 낫다는 걸 보여줬다.그러나 "김신욱 활용법을 알고 있다"는 홍명보의 큰소리와는 달리,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또한 전술적으론 실패였다. 사실상 이날 시합에서 원톱에 가까웠던 것은 손흥민이었고 실제로도 괜찮은 문전 침투가 있었는데, 김신욱이 투입되면서 수비수가 밀집해버리는 바람에 손흥민이 뛸 공간이 사라져 버렸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손흥민의 침투 감각이 좋아 보였기 때문에 일찌감치 이근호를 투입해서 좌우로 폭넓게 뛰면서 수비 간격을 벌려봤으면 어땠을까 아쉬웠던 부분이라는 의견이 있으나 이는 근거가 빈약한 비판이다. 알제리전 전반 동안의 한국의 전술은 셀프 4-2-3-0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원톱 역할을 해 주어야 할 박주영이 무기력했기에 손흥민이 원톱처럼 보인 거지, 손흥민의 기본적인 활동영역은 엄연히 측면 중심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적에는 일리가 있고 김신욱 투입이 홍명보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전술적으로 딱 맞아떨어지진 않았지만, 김신욱의 투입은 어찌 됐든 박주영보다는 나았다. 김신욱의 투입은 적어도 두 명, 후반 막판에는 세 명까지 붙었다. 한 명에 두세 명이 붙으니 수비라인이 김신욱 투입 이전에 비해 다소 내려간 것은 물론 손흥민, 이청용을 집중마크하던 사람이 빠져 운신의 폭이 조금이라도 풀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그리고 PK 오심 등 적어도 한 골쯤은 더 엮어낼 법한 찬스가 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김신욱 투입이 아니라 되지도 않는 박주영 원톱 전술로 전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스코어가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공격진에서 박주영 카드의 완벽한 실패를 보여준 경기라고 할 수 있고,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이 중앙수비와 골키퍼의 불안이 정점을 찍었다. 경쟁도 없이 쭉 밀어 준 김영권과 홍정호의 센터백 라인은 첫 실점 때부터 둘이서 선수 한 명을 못 막아서 어이없이 뚫리더니, 두 번째 실점 때에는 김영권이 마크맨을 자유롭게 풀어줬고, 세 번째 실점 때는 공만 바라보다가 선수를 놓쳐 일대일 찬스를 허용했다. 정성룡 또한 두 번째 실점 때 결정적인 판단미스를 저질러 박주영과 함께 패배의 원흉으로 찍혀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점 이후 땅을 치며 아쉬워하는 모습은 오히려 여론의 분노만을 살뿐 어떠한 변호거리도 되지 못했다.
종합하면 엔트리에 대한 부분은 두고두고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홍명보호의 주요 공격루트가 2선 공격수의 무한 스위칭이고, 이를 위해 상대 수비를 꾀어낼 수 있는 원톱 자원은 필수이긴 했다. 하지만 박주영이 컨디션이 안 좋다면 대체 가능한 선수를 준비했어야 했고, 박주영 외에 가용 가능한 원톱 자원이 없다면[15] 근본적인 전술 변화 역시 염두에 두었어야 했으나 홍명보는 어느 쪽도 대비하지 않았다. 플랜 B 따윈 생각도 없이 죽으나 사나 박주영이 원톱인 4-2-3-1이었으니 박주영의 폼이 죽자 팀 전체가 같이 죽어버렸다. 물론 박주영에게 원래부터 폼은 있지도 않았다
실제 벨기에전에서도 홍명보가 바라는 축구를 하려면 사실상 박주영 이외에 대안이 없다. 또한 벨기에전은 어차피 공격적으로 나갈 거라면 한국영보다 공격적인 미드필더를 써야 하는데 현재 대표팀에서 한국영을 빼고 투입할 중앙 미드필더는 하대성, 박종우로 사실 거기서 거기다. 애초에 전술은 하나만 생각하고 그 전술에 맞는 선수만 2배수로 뽑았으니까. 심지어 하대성은 부상으로 뛰기도 어렵다. 이명주나 김승대 같은 수비력은 좀 떨어져도 경기 내용을 바꿔줄 중앙 미드필더가 없는 점이 아쉬운데 이는 엔트리 발표 당시 한준희, 장지현 같은 축구 해설위원들도 지적했던 부분으로 플랜 B가 없으니 벨기에전에서도 또 똑같은 전술로 밀고 나가야 한다.
한준희는 이광용의 옐로카드에서 한 가지 전술만 고집하다 보면 그에 대비한 상대팀이 완벽한 카운터 전술로 나올 경우 속절없이 당하게 되며, 여기에 대한 대안이 필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대안 따위는 없었고 결과는 결국 우려대로 된 셈이다.
또한 이날 차라리 차두리가 중계석에서 내려오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최악의 경기를 보여준 이용의 대체자는 김창수. 다만 이용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는 어려운 게, 러시아전에서는 괜찮은 수비력을 보였다. 이날 문제는 이용이 기성용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읽히는 바람에 알제리의 풀백과 윙이 대놓고 올라와 2:1로 두들겼기 때문이다.
탈탈 털린 센터백의 보결도 곽태휘, 황석호. 으리 논란을 떠나서 비슷비슷한 유형의 실제로는 쓰지도 않을 선수들을 잔뜩 데려간 엔트리라는 점에서 확연히 아쉬움이 더한다. 베스트가 무너졌을 때 내용을 바꾸거나 도박수를 걸을 수단도 없다.
결국 알제리를 만만하게 보고 러시아전의 수비축구를 벗어나 공격을 해보려고 했지만, 공격도 수비도 안 되면서 대패를 자초하고 말았다. 애초에 알제리를 만만하게 보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알제리의 대부분 멤버가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유럽에서 태어나서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다가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 유럽 강국의 국대에 승선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알제리팀으로 출전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16] 프랑스 리그앙에 선수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가 바로 알제리다.[17] 물론 한국이나 언론 말고도 해외 도박업체들도 알제리를 한국보다 밑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사실 빅 리그에 선수가 많고 적고를 떠나 알제리를 그냥 '아프리카 팀' 으로 본 게 가장 큰 잘못이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아프리카 팀의 '전술적인 면' 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아프리카가 무슨 손바닥만한 땅도 아니고 지역마다 다 다르다. 특히 사하라 사막 북의 북아프리카는 일찍부터 아랍 세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사하라 이남과는 많이 다르며[18], 선수들 중에서도 아랍인의 피를 받은 인물들이 많다. 즉 과거 한준희 위원의 말대로 북아프리카의 팀 스타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프리카 팀' 과는 전혀 다르다고 보아야 하며, 차라리 요르단, 이라크와 같은 중동 팀들과 가깝다. 그런데 한국은 알제리가 북아프리카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프리카 팀' 으로 인식하고 전략이나 전술을 분석하기를 게을리했으니, 참패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2.6. 답이 없는 전술
감독의 지략대결에서도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이 홍명보를 압도했다. 이 알제리 감독은 이름(성씨)에서 알 수 있듯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舊 유고연방) 출신이긴 한데, 바히드란 이름은 이슬람 계 이름이기도 하다. 때문에 과거 유고슬라비아 연맹 소속 국대 선수 시절, 제대로 월드컵 멤버에 오르고도 이슬람 계 이름을 가졌다고 차별대우를 받아 출전하지 못한 선수 시절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 터키 트라브존스포르[19]의 감독을 역임했으며, 생제르망 때 프랑스 컵 우승으로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경력을 보면 알겠지만, 파비오 카펠로 같은 특A급은 안되어도 A-급은 되는 감독인데,[20][21] 한국 측에서는 할릴호지치의 경력은 물론 전술에 대해서도 거의 백지 상태였다.[22] 참고로 할릴호지치 감독은 2011년부터 알제리 감독을 맡았으며, A매치 승률은 28전 18승 4무 6패로 승률이 64%인 반면 홍명보는 26%에 불과했다.그리고 할릴호지치 감독은 경기 전에 홍명보가 지휘한 올림픽 경기뿐만 아니라 K리그 경기까지 모조리 뒤져가며 한국 팀의 일반적인 색깔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벨기에전과는 달리 한국전에서 공격라인의 엔트리를 바꾸는 등 상당히 변화를 주었으나, 홍명보는 이에 대한 대비 자체가 불가능했다. 전술한 바와 같이 23인 엔트리 자체가 오로지 한 가지 전술만을 위한 것이였기 때문에 러시아전 엔트리에서 변화를 주지 못하고 그대로 썼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축구를 고수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애당초 급조한 기책 같은 게 어쩌다 먹혀들어도 1회성인 경우가 많고 결국 원래 자신의 축구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또 그때그때 전술을 바꾸는 현란한 지휘라는 건 사실 어지간히 경험이 풍부한 명장이 아니면 제발에 걸려 넘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 또한 맞다.
그러나 상대팀들이 가만히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좋은 선수와 전술을 가져도 시간이 지나면 분석되고, 대응 방안이 나오기 마련이고 한 팀이 모든 상대에게 똑같은 전술을 쓸 수는 없다. 기본적인 색깔은 유지하더라도 그걸 그려가는 방식은 세월의 흐름, 혹은 상대에 따라 당연히 변화를 줘야한다. 더군다나 월드컵은 단기전이다. 리그처럼 잡을 경기 버리는 경기가 있는게 아니고 모든 경기가 다 결승전이다. 알제리만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1승을 거둘 수 있는 상대는 한국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사활을 걸고 맞춤 전략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한국은 말로만 1승 제물이라고 했지 알제리를 잡기 위한 연구가 있기는 했는지 의문일 정도다. 홍명보는 오로지 한 가지 전술만 고집하며 유연성이 없었고 그냥 자신의 축구를 하다가 안 되면 패, 되면 승이라는 어찌 보면 안이하고 아무 열의도 없는 자세로 월드컵을 맞았을 뿐이며 알제리전도 마찬가지다. 3~4가지 전술을 현란하게 사용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니고 적어도 1안이 무너졌을 때 대책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전술이 파해 되면 그냥 와르르 무너질 뿐 비상시 대책이나 승부수 따위는 생각도 안했다는 점에서 벤치싸움에서도 밀렸다고 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이렇게 열심히 준비한 전술이 티키타카 형태의 패싱 게임이라는 점인데, 누차 이야기하지만 이미 파해법이 줄줄이 나온 전법이 티키타카이고 바이에른 뮌헨의 실패와 디에고 시메오네의 성공, FC 바르셀로나의 침몰과 더불어 스페인의 몰락은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다.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축구 항목에도 나오듯이 티키타카에 대한 대응법을 각국 대표팀들은 이미 숙지를 하고 나왔는데도 이런 전술만을 우직하게 파고 든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다.
할릴호지치의 인터뷰, 공격적인 축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알제리 선수들의 인터뷰, 그리고 실제 경기 내용을 종합해서 보았을 때, 알제리에서 가장 경계했던 것은 상대 진영에 김신욱을 타워로 넣고 펼치는 역습 롱볼 축구였다. 김신욱은 믿고 넣어주면 공중 볼 경합은 확실히 이겨주는 선수고, 김신욱이 공중 볼을 따내면 주위에서 손흥민, 구자철, 이근호 등이 받아서 바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전에 파상공세를 펼치고, 후반전에는 전반전 오버페이스의 영향 및 제공권 싸움에서 밀려 수비적으로 나선 알제리의 플레이를 보면 홍명보의 계획은 알제리의 대승을 위한 완벽한 조건을 만들어준 셈인 것이다.
애초에 알제리는 '김신욱이 나오면 일단 수비에 치중하고, 김신욱이 나오지 않으면 전진'이라는 전략을 짰다고 볼 수 있다. K리그를 조금만 보면 김신욱이 제공권 싸움이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헤딩만 할 줄 아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티키타카 전술은 장시간 공을 들여서 완성하지 않는 한 클럽팀을 그대로 뜯어오지 않는다면 어딘가 조잡할 수 밖에 없는 클럽팀에서는 매우 뛰어난 전술이지만 잠깐 모여서 호흡 몇 번 맞추어보고 바로 실전 투입되는 국대에서 쓰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약점이 있다. 이 점은 당장 디에고 코스타와 스페인 티키타카의 공존 실패만 보아도 알 수가 있다. 더욱이 아시아 국가 및 아시아 클럽들과의 경기가 많은 한국 축구는 강한 피지컬을 이용한 압박과 롱볼축구를 매우 즐겨 사용한다. 한국 축구가 전술이 없어서 롱볼축구밖에 못하는 게 아니라, 월드컵에 진출하려면 일단 아시아 국가들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데, 관리가 안 되는 경기장에서 게다가 원정경기인데 내려앉아 있다 역습만 노리는 팀들을 상대로는 뻥축구가 가장 효율적이라서 뻥축구를 하다보니 익숙해진 것이다. K리그 경기까지 보아가며 한국을 분석했다면, 이 점을 당연히 모를 리가 없었다.
심지어 경기 이틀 전에 부산 아이파크의 윤성효 감독이 알제리전 해법을 부산일보에 기고했는데 내용이 단박에 들어 맞았다. 이는 결국 현장에 없이 중계만 봐온 다른 축구인 들마저 다 알고 있던 해법을 홍명보 혼자 몰랐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으며 무너질때를 대비한 대책이나 전술 준비성도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훈련 과정에서도 알제리의 철저한 준비를 알 수 있는데, 골키퍼 3명이 서로 맞주보고 예측이 어려운 공을 서로 차며 막는 훈련을 하는 것을 보아도 알제리는 사소한 것도 철저하게 준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중에 이 경기와 관련하여 신태용에게 부관참시 당했다. 나중에 그 신태용이 국대 감독이 되는데, 신태용 감독은 할릴호지치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을 4:1로 무너뜨리는 성과를 냈다.[23][24]
2.7. 답이 없는 상황판단
알제리가 첫 골을 득점하기 전까지 약 20여 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홍감독의 예상과 달리 알제리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파상공세로 나섰고, 대한민국의 수비는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하고 시작하자마자 완벽히 무너졌다. 한국 선수들은 어떻게 알제리 선수로부터 공을 빼앗아내어도 패스 줄 곳을 못 찾아 우왕좌왕하다 하프라인을 넘어가보지도 못하고 다시 빼앗겼으며, 그것을 또 어떻게 간신히 빼앗아내면 또 패스 줄 곳을 못 찾아 우왕좌왕하다 얼마 안 가 알제리 선수에게 공을 빼앗기는 상황의 무한반복이었다. 그 상태가 전반전 내내 지속되었다.이렇게 팀이 아예 무너져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선수 교체 카드를 낭비하더라도 전반전 종료후 꺼냈어야 했다. 박주영에 대한 기대 때문에 선수 교체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대치로 일단 롱볼축구 소위 뻥축구로 무조건 전방으로 멀리 걷어내며 팀 조직력을 추스를 시간이라도 벌어야 했다. 롱볼축구가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면 무리뉴식 10백으로라도 알제리가 힘이 빠지기까지 기다리기라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어떤 변화도 없었고, 시작하자마자 대한민국의 조직력은 갈수록 붕괴되어 갔으며 결국엔 전반에 무려 공격도 못하고 3점이나 실점을 하고 말았다.
감독도 사람이니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경기 시작 전 자만할 수도 있는 거고, 전략을 간파당할 수도 있는 거고, 허를 찔릴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 어쨌든 간에 시작을 잘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경기를 망치는 것은 아니며, 잘못된 상황으로 시작되었더라도 작전지시를 내리든지 선수 교체 카드를 사용한다든지 해서 신속히 잘못된 상황을 타개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전반 4분 페굴리의 슈팅까지만 놓고 본다면 경기 시작 후 아직 틀이 잡히지 않은 시점에서 당한 공격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몇번을 양보한다고 쳐도 경기 시작 후 20분째 팀 전체가 우왕좌왕하고 있다면 누가 봐도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그 어떤 상황 타개를 위한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이런 참담한 상황은 김신욱이 투입된 후 롱볼축구로 전환되면서 그제야 안정이 되어가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3. 후폭풍
월요일 새벽부터 처참한 경기를 시청한 전국민은 분노와 실의에 빠진 채 힘없이 일주일을 시작하게 되었다.외신의 반응도 냉담하기 그지 없었는데, 영국에서는 박주영의 무기력함과 그를 계속 기용하는 홍명보를 강도높게 비판과 비난을 했고, 한국의 수비진에게는 '웃기는 수비' '어린 학생들 수준이라는 것조차도 어린 학생들을 모독하는 것'이란 표현까지 쓰며 혹평을 가했다. 또한 미국abc 방송의 해설자는 월드컵에 진출할 자격이 없었던 것 같다라는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결국 1무 1패라는 성적에 골득실차에서도 러시아에 밀리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어김없이 경우의 수를 따져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벨기에 역시 만만찮은 녀석인지라 차라리 16강 불 꺼졌으니 중계 내려달라고 하는 게 나을 듯 싶다. 벨기에 언론은 아예 한국의 탈락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한 경기에 3골 이상 득점한 경기가 없다. 더군다나 홍명보호는 평가전 내용들을 봐도 다실점 유형의 팀이지 다득점 유형의 팀이 아니다. 말이 좋아 패싱게임이지, 상대팀이 보통 레벨의 수비만 해도 답을 못 찾아 헤매는 게 이 대표팀이다. 차라리 뻥축구를 구사한다든가, 중거리슛 난사를 구사하는 팀이라면 기적이라도 바랄 수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대다수 네티즌들은 희망고문도 없이 일찌감치 체념에 빠졌다. 사실상 이제 남은 경우의 수는 대한항공으로 귀국하든지 아시아나항공으로 귀국하든지 2개의 길만 남았다는 자학 개그가 나올 정도다.
그리고 송종국은 전반전을 중계하다가 분노했으며, 안정환은 해탈했다.
[1]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역사상 1954년 첫 출전을 제외하고 월드컵 본선에서 전반전 3실점 이상 기록한 것은 1994년 독일과의 C조 3차전, 2002년 터키와의 3,4위전, 그리고 2014년 알제리와의 H조 2차전이다.[2] 풀 영상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두 번의 PK판정 외 파울, 드로인, 코너킥 등 거의 모든 방면에서 판정이 한국에 유리했다.[3] 해외 방송에서도 후반전에 김신욱을 대한민국의 크라우치라고 부르며 빨리 투입해서 롱볼이라도 올려야 된다고 했다. 그만큼 원톱과 패싱게임은 답이 없었다.[4] 7득점 25실점. 처음부터 알제리를 아프리카의 약체라고 얕본 것도 그렇고, 알제리에 대한 철저한 전술 대비 부재와 알제리만 잡으면 16강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이 화근이었는 데다가 알제리가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16강에 진출한 적이 없었다는 전적에 의한 오판이었다. 알제리는 이미 월드컵 무대에서 서독을 꺾고 당시 2라운드 12강 목전까지 갔다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친목축구에 희생당해 억울하게 탈락였지만 2승1패로 1982월드컵 13위 지금으로 치면 16강 1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직전 대회에서도 잉글랜드와 무승부를 승점1점 클린시트 기록했을 정도로 우리가 만만하게 보고 마음 편하게 맞붙을만한 팀이 아니었다.[5] 당시 2라운드가 12강[6] 특히, 남미권에서는 월드컵 16강 정도로도 절대로 만족하지도 못하고 최소한 4강 이상은 기록해야 되며 심지어 우승을 못한다면 그냥 나라가 눈물바다가 되면서 망했다고 말할 정도다. 농담이 아니라, 당장에 한국은 16강만 진출해도 전국에서 잘했다고 환호하지만 브라질에서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는데도 브라질축구협회가 국회에서 청문회에 불려갔었다고 한다. 그게 정말 어이없게도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했는데도 화끈하게 득점하지 못하고 재미가 없는 준우승을 했다고 청문회에 불려갔다고 한다. 그저 다른 나라가 보기에는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다.[7] 대다수 축구팬들이 잘 알고 있는 리야드 마레즈의 경우 이 당시 대표팀에선 후보 선수였다. 마레즈가 레스터시티로 이적한건 2014년 겨울 이적시장이었고 레스터 시티도 이 때까지는 챔피언십 소속이었기 때문에 마레즈가 대표팀 주전을 차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 전까지 마레즈는 프랑스 리그2 소속의 르아브르에서 뛰고 있었다.[8] 프랑스와 알제리의 이중국적이다.[9] 음바페는 프랑스와 알제리, 카메룬의 다중국적이였다.[10] 당시 잉글랜드와 무승부 승점 1점 기록과 미국,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각각 0:1선전하며 팀워크로 망가진 프랑스를 제치고 2010남아공월드컵 28위로 마감했다.[11] 사실 앞서 비난을 받은 선임들이건 똥볼을 차든 물 회오리 슛을 날리든 어쨌든 슈팅은 했다. 박주영 이후 나타난 후임들도 사이를 파고 들어 낮게 슈팅을 때리거나, 가운데를 돌파해서슈팅을 날리는 시도를 한다.[12] 풀백의 오버래핑은 기본적으로 그 풀백의 빈자리를 수비 형 미드필더 한 명이 측면으로 내려가거나, 아니면 중앙수비 자리로 내려가고 센터백이 풀백 자리로 내려가서 포백의 대형을 유지해주는 것을 기본 골자로 삼는다. 즉 이때 한국이 오버래핑을 나가면 수비력을 기대할 수 없는 기성용이 포백으로 내려가거나, 아니면 한국영이 내려가면 넓은 공간에선 반칙조차 버거운 기성용이 1차 저지선이라는 것. 이것이 2010년대 최악의 성적을 거둔 기성용 체제의 한국 대표팀이 안고 있는 최악의 딜레마였다.[13] 사실 피를로와 가투소 비유를 하기에도 좀 그런 게 김정우의 국가대표 전성기 고점 기량이 기성용보다 낫기 때문이다.[14] 앞서 울산 대 서울 영상에서 있듯이, 비록 2021년 나이를 꽤 많이 먹은 기성용이지만 K리그 레벨에서조차 등짝과 덩치를 이용한 중원 경합 상황이라면 모를까 빠른 윙어 상대로는 수비력이 전혀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설사 2014년이라 해도 월드컵 레벨에서는 기성용으로는 측면 수비가 도저히 안전할 수가 없다.[15] 이동국, 김신욱은 우수한 신체조건과 달리 축구 스타일이 처진 스트라이커 쪽에 가깝다.[16] 야신 브라히미, 소피앙 페굴리, 라이스 음볼리는 알제리 팀에서 뛰기 전에 프랑스 청소년 대표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이다.[17] 알제리는 프랑스 리그앙 외에도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와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 등에도 선수를 공급하고 있다. 알제리전에서 대한민국팀에 4골을 넣은 알제리 선수 4명 중에 압델무멘 자부(클럽 아프리칸 투니스 소속) 빼고 이슬람 슬리마니는 스포르팅 리스본, 라피크 할리시는 아카데미카 드 코임브라(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 소속팀), 야신 브라히미는 그라나다 CF 소속이다. 그리고 소피앙 페굴리는 발렌시아 CF 소속이다(모두 2014년 기준).[18] 이슬람 초창기인 정통 칼리파 시대에 이미 아랍의 지배를 받기 시작했으며, 이후 혼혈도 많이 이루어졌다.[19] 이을용이 트라브존스포르로 갔을 때 감독이기도 하다. 이을용은 알제리와의 경기 전에 할릴호지치 감독이 맞춤형 전술에 능하며, 선수단 장악에 뛰어난 히딩크 스타일이라고 기고한 바 있다.[20]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특A급의 카펠로 감독의 러시아는 대한민국을 이기지 못하고 A-급 감독의 알제리는 대승을 거두었다.[21] 사실 당연한 것이, 카펠로는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의 이름은 알 것 없고, 움직임만 알면 된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뒤집어 보면 이는 별로 주의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러시아도 한국처럼 16강 진출 실패+조별리그 탈락의 원인이 되었다. 이에 반해 할릴호지치는 기자회견에서 직접 K리그까지 샅샅이 챙겨보며 한국 팀을 대비한 맞춤 전략을 짜왔으니, 그야말로 지피지기 백전백승.[22] 경기 전의 한국 기레기들은 아프리카 팀에 자주 있는, 협회와 불화를 일으켜 태업을 일삼는 막장 감독 쯤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사실 할릴호지치의 이력을 보면 자주 수뇌부와의 불화가 잦아서 임기를 무사히 마친 적이 거의 없었다.[23] 심지어 일본의 1골은 PK였다. 그 이후에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2:0으로 무너뜨렸다.[24] 사실 신태용도 축구협회가 키워 준 감독이지만 그래도 홍명보보다는 경험이나 커리어가 있는 감독이였다. 2015년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과 불화가 생기자, 슈틸리케 감독이 신태용에게 사실상 감독 권한을 넘기자 준우승을 이루웠고, 신태용이 수석코치를 내려놓자 팀이 다시 혼란에 빠져들었는데 슈틸리케호의 모든 성과는 실질적으로 신태용의 성과로 평가 받았다. 또한 신태용은 팀에 맞지 않는 전술을 고집하고 팀의 문제점의 개선을 소홀시 했던 홍명보와는 달리 혼란에 빠진 팀을 다시 수습하고 팀의 부족한 부분의 개선 그리고 맞는 전술과 색을 찾으려는 노력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