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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카카 호 Lago Titicaca[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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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페루와 볼리비아 사이에 위치한 호수로, 배가 다니는 호수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존재하는 호수다.[2] 안데스산맥 해발 3,810m 지점에 있으며, 안데스 산맥의 눈 녹은 물이 모여 생성된 천연 호수다. 현지의 토착어인 케추아어로 '티티'는 큰 퓨마를, 카카(현지어 실제 발음은 칵카)는 호수를 뜻한다. 즉, 티티카카는 큰 퓨마의 호수라는 뜻이다.[3]2. 지리적 특징
호수의 면적은 약 8,300㎢[4]에 이르며 호수 형상이 다소 복잡하여 천차만별이긴 하나 지도에서 전체적으로 봤을때 동에서 서로는 대략 80km, 북에서 남으로는 대략 190km쯤 된다.호수 주변의 크고 작은 강으로부터 담수가 유입되며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데사과데로 강을 통해 빠져나가는 구조다. 다만 이 강은 전체 담수량 중 겨우 5% 정도만 내보낼 뿐이며 대부분은 증발 등으로 소실된다.
수심은 평균 130m 정도이나 동쪽의 볼리비아 방향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구조라 어떤 곳은 최대 수심이 276m에 달하는 곳도 있다. 한때는 수면이 점점 낮아져 호수가 점점 말라간다는 설이 있었으나 실은 계절에 따라 수면이 올랐다가 내려가는 것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 아무튼 이처럼 수심이 깊은 이유는 2개의 코르디예라 사이에 이 호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스카 해양 지각판이 남아메리카 해양 지각판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지표가 휘어져 습곡이 생긴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호수 중에는 특이하게도 섬이 많으며 크고 작은 섬을 모두 합하면 41개나 된다. 몇몇 섬은 원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어업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티티카카 오레스티아스(Titicaca Orestias)
물론 고지대 호수답게 어종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물이 매우 맑아서 어획량 자체는 풍부하다. 원래 이 호수에서만 서식하는 티티카카 오레스티아스(Titicaca Orestias)란 희귀종 물고기가 있었다. 이들이 멸종하게된 이유는 미국인들과 관련 있다. 1930년대에 남미로 이주한 미국인들이 북미산 송어를 먹고 싶다고 청원하자 미국 내무부가 송어를 티티카카 호수에 방류했다. 이후 30년도 채 안되어 티티카카 오레스티아스는 외래종 송어에게 잡아먹혀 멸종되었다.북쪽보다 남쪽이 더 빠르게 융기하고 있어서 남쪽의 호안선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쉽게 이해하고 싶다면 그릇에 물을 담아보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여보자. 물론 이런 현상이 다 그렇듯이 그 차이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3. 주변국
페루와 볼리비아가 호수 양쪽으로 인접해 있다.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관광 인프라는 페루 쪽이 더 나으므로[5] 이 호수를 찾는 사람은 대체로 페루로 가기 마련이다. 이 호수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여행기에서도 페루를 통해서 가는 루트를 밟았다.볼리비아는 티티카카호에 해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심지어는 잠수함까지 운용하고 있다. 내륙국인 볼리비아가 해군을 운용하는 이유는 원래 볼리피아는 해안선 쪽의 영토를 가지고 있었으나, 과거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해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볼리비아는 해안선 탈환 의지를 놓지 않았고, 해군 병력을 가장 거대한 호수인 티티카카호에 유지하고 있다. 꾸준히 훈련을 하면서 해안선 탈환을 대비하고 있다.
4. 미스테리한 호수
티티카카호는 고대부터 사람들이 살아온 오래된 터전으로 고대문명이 남긴 유적지가 지금도 호수 일대에 남아 있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현재 이곳에 사는 원주민들의 문화를 살펴보면 이집트 문명과 유사한 점이 많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초고대문명설과 연관짓는 사람도 있다.널리 지지받는 일반적인 설은 많고, 서술된 내용은 일단 사실이지만 이와 같은 설들이 대부분 수많은 이견과 반론이 많은 만큼, 흥미 위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 이곳의 원주민은 발사뗏목이라는 일종의 갈대로 엮은 배[6]를 사용하는데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한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배와 설계가 거의 동일하다. 그리고 이 지역에 존재하는 티와나쿠의 존재도 이런 지역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유적이며, 또한 건축양식도 이집트식과 완전히 같다.[7]
- 이 지역에 사는 우루족은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 평지의 인간들, 그리고 다른 지역에 사는 케추아족보다 자신들이 훨씬 오래 전부터 존속한 민족이며, 심지어 태양이 생기기 전부터 자신들의 종족이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혈통 연구 결과 이 지역 원주민들이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종족으로 판명되었다고 하니, 아주 허세는 아니었던 셈이다.
- 티와나쿠를 처음에는 제사를 지내는 제단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후에 이곳이 이 지역을 지배하던 왕국의 수도였음이 밝혀졌고, 지금 남아있는 유적지보다 훨씬 거대했다고 한다. 또한 주변의 오래된 터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항구로 기능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이 곳이 항구가 되려면 지금은 멀찌감치 떨어진 호수와 맞닿아야 하는데, 주변의 지질구조 상 티와나쿠 쪽이 더 빠르게 융기하는 구조라 이를 역추적해보면 건설시기가 기원전 1만 년 전쯤이어야 한다는, 일반 상식에서 벗어난 결과가 나왔다[8].
이와 같이 티티카카 호수에는 초고대문명설을 믿는 음모론자들과 유사역사학자들의 흥미를 가질 만한 요소가 많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주장에는 이런 문명을 세운 현지 원주민들의 기술력과 문화 수준을 과소평가하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으며, 주류 역사학계에서는 이와 같은 주장들을 학술적으로 논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5. 티티카카 호의 갈대섬과 갈대배
호수의 가운데에는 갈대로 만들어진 거대한 섬이 떠 있다. 우루스 인디언들이 토토라라는 이름의 갈대로 만들어서 그 위에서 사는 것이다. 이들은 수세기 전에 아이마라 족과 케추아 족을 비롯한 이웃 부족들의 박해를 피해 육지를 떠났다. 그러나 아예 멀리 있는 섬은 아닌 것이, 우루스 인디언들의 주식인 감자, 유카, 오카, 퀴누아들은 호숫가 주변의 땅에서 자라는 음식들이다. 애초에 육지에서 완전히 떠나서 호수 한가운데에 거주지를 세우면, 모종의 이유로 거주지가 침수되거나 화재, 전쟁 등으로 인해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을 때, 육지의 다른 부족들의 도움을 받거나 주민들이 일시로 대피하는 등의 비상 대책을 세우기가 곤란해지므로, 적당한 연안 지대에 수상 거주지를 차리는 것이다.[10]
6. 기타
티티카카 호 일대는 과거 잉카 제국이 발원한 곳이라는 점과 더불어, 그 유민들인 케추아인[11]들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점때문에, 잉카 시절의 많은 유적과 유물, 무형문화재들이 잘 보존된 지역이다. 그래서, 이곳은 고산병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페루와 볼리비아 양국의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로 꼽힌다[12].또, 이 때문에 초고대문명설 떡밥을 들고오는 이들이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잉카 제국 수준의 기술력은 전근대 시대의 웬만한 곳에는 다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13]. 2000년대 초반에 미국의 한 유사역사학자가 '미스테리한 호수' 항목에서 상술한 주장들을 근거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아르고호 원정에서 언급되는 콜키스가 이곳 티티카카 호에 있었다는 막돼먹은 주장을 편 바 있었는데(...), 당연히도 주류 학계로부터 온갖 비난만 들으면서 씹혔다. 콜키스는 고고학계의 오랜 연구를 통해 오늘날의 조지아의 전신이 된 나라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전승에서 언급되는 많은 내용이 현대 조지아인들의 전통 풍습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데 반해[14], 잉카 제국이나 그 전신 격 문명의 양상과는 하나도 일치하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7. 사건사고
[1] 우리말의 외래어 표기는 '티티카카'라고 쓰지만, 현지의 원주민은 '티티칵카'로 발음을 한다.[2] 해발 고도만으로는 더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들도 많이 존재하고, 개중엔 티베트의 남초(4,718m)처럼 면적이 1,000km²가 넘는 거대한 호수도 포함된다. 실제로 알려진 호수 중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는 오호스 델 살라도 산의 화구호로 해발 약 6,300m에 위치해 있다.[3] 이에 따라 우리말로 티티카카 뒤에는 굳이 '호(湖)'가 불필요하나, 지명의 이해를 위하여 명목상 붙인다.[4] 이게 어느 정도 크기냐면 충청남도가 8,597㎢이다.[5] 페루는 잉카문명의 본거지에 자리하고 있어 쿠스코, 마추픽추 등 잉카 제국 시대의 유적지들이 많다. 그리고 안데스 산맥, 아마존 밀림지대 등 자연환경도 풍부해 다양한 관광 자원을 가진 관광대국으로 유명하다. 그에 반해 볼리비아는 체 게바라 무덤이나 우유니 사막 외에는 유명한 관광지가 많지않다.[6] 놀랍게도 이스터 섬에서 이 배와 비슷하게 생긴 석재 모형이 발견된 바 있다.[7] 이에 대해서는 수렴 진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진화생물학의 용어지만 고고학에서도 예시를 찾을 수 있는데, 아즈텍 제국과 상나라는 기원 상 서로 전혀 관련이 없지만, 비슷한 밀림 지역에서 터를 잡아서 그 외양이 서로 비슷하게 발전했다.[8] 굳이 설명을 하자면, 충청남도만 한 큰 호수는 거의 바다나 다를 바 없어서, 이런 호수의 연안에 세워진 선착장도 해안가의 항구 못지 않은 경제성을 지닌다. 비쩍 말라서 황폐해지기 전의 아랄해 연안에 있던 항구도시인 아랄스크가 그 예이다. 아마 티와나쿠도 이런 케이스인 듯하다. 사실 아랄 해까지 갈 것도 없이 작금의 티티카카 호만 봐도 칠레에게 해안 지방을 싹 털린 뒤에(...), 이곳에 억지로 해군을 유지하면서 정신승리하는 볼리비아군의 사례가 있다. 굳이 선사시대까지 역사를 올려 생각할 필요도 없다.[9] 이는 이들의 주식인 감자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남미 산악지대가 원산지인 감자는 다른 농작물이 자라기 힘든 척박한 환경에서도 충분히 높은 생산량을 낼 수 있다.[10] 말레이시아 본토와 보르네오 섬의 말레이시아령 지역의 연근해에 수상 가옥을 지어서 사는 해양 민족인 사마 바자우도 이런 이유로 인해 완전한 망망대해에 가옥을 세우지는 않는다.[11] 케추아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의 총칭이다.[12]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장편 애니인 라틴 아메리카의 밤에서는 도날드 덕이 이곳에 관광을 와서, 현지의 문물을 체험하는 장면이 나온다.[13] '고대 문명'이라는 인식이 있는 잉카 제국부터가 15세기에서 16세기까지 존속했던 나라로, 그 존속 기간이 조선 전기와 정확히 겹친다. 잉카의 놀라운 건축술로 알려진 바늘조차 들어가지않는 정교하게 짜맞춰진 벽돌들도 그냥 엄청난 노가다를 통해 반듯하게 갈아낸 것뿐이고, 유라시아와는 달리 바퀴가 없었던지라서 여러 물자를 사람이 직접 날라야하는 등, 동시대 다른 문명에 비하면 생각보다 기술력이 뒤떨어진 문명이었다. 다만,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지적했듯이, 뒤떨어지는 기술력과 열악한 자연 환경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자 그들 스스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인 만큼, 유사역사학자들마냥 무작정 해당 문명을 세운 이들의 수준을 깔아보는 것도 지양해야한다.[14] 일례로, 아르고호 원정의 핵심 소재인 콜키스의 황금빛 양가죽은 고대 조지아인들이 양털을 이용해서 사금을 채굴하던 방식을 신화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