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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опри́чник (Oprichnik / Oprichniki) [1]이반 뇌제가 창설해 공포정치를 펴는 데 활용했던 친위대이다.
이반 뇌제가 창설했고 이반 뇌제가 폐지했다는 데서 알 수 있듯 존속기간은 10년도 채 안 되는 극히 짧은 조직이었지만, 그 단기간에 엄청난 악명을 쌓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조직 창설의 아이디어는 이반 뇌제의 두 번째 아내인 마리아가 준 게 아닐까 추정된다고 한다.
2. 역사
오프리치니크가 창설된 것은 1564년 이반 뇌제가 느닷없이 모스크바에서 사라져 알렉산드로프라는 작은 마을에 틀어박혔다가 1565년 2월 귀환한 데서 시작된다. 이때 이반 뇌제는 자신의 귀환 조건으로 자신의 개인 영지인 오프리치니나(Опри́чнина)를 인정할 것과 황제의 재량권으로 반역자들과 귀족들을 사형 및 재산 몰수의 형으로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을 인정 및 동의할 것을 내걸었고, 이것을 시민들은 받아들였는데, 이반 뇌제는 귀환하자마자 자신의 개인 영지를 기반으로 하는 비밀 경찰 및 사병 조직을 창설했다. 그것이 오프리치니크였다.이반 뇌제는 이들을 이끌고 러시아 전역을 휩쓸며 여러 도시와 마을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학살했다. 극히 단기간에 이들은 공포의 대상이 되어 이반 뇌제가 지목한 '반역자'들을 제거하고 그 지역을 파괴했다. 오프리치니크의 목표 대상은 초기엔 주로 귀족이었지만 곧 사회 전체로 확대되어 공포를 야기하게 된다.
이들은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 체제, 도시도 타겟으로 삼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자체적으로 공화제를 유지하던 노브고로드 공화국으로, 이반 뇌제는 노브고로드 시를 폴란드-리투아니아와 밀통했다며 반역죄를 저질렀다고 선언했고 1570년, 오프리치니크들을 끌고 노브고로드 시를 공격, 연구에 따라 다르나 노브고로드에서만 최대 12,000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양산했고 엘리트층 시민만 따져도 1,500여 명을 살육했다고 한다. 교회도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무참히 짓밟았다, 대주교가 이반 뇌제를 막으려 하자 내통자라며 길길히 뛰었다고 한다.
이렇게 악명을 떨친 오프리치니크는 이들이 이반 뇌제가 계획했던 것보다 사회를 더 불안정하게 한다고 판단되자 1571년 크림 칸국의 모스크바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1572년에 폐지되었다. 존속기간은 7년. 그러나 이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이반 스스로가 더 이상 누구도 반역을 꾀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독재 권력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폐지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3. 활동과 특징
오프리치니크가 오는 모습을 보고 도망가는 시민들을 그린 그림.[2] |
대표적인 오프리치니크로 말류타 스쿠라토프가 있는데 그는 이반 4세의 명령으로 오프리치니크 대장[3]으로 악명이 높았으며, 살육에 앞장선 사람이었다. 대표적인 희생자로 이반 4세의 사촌이었던 블라디미르 왕자[4], 모스크바 총대주교 필립[5], 노보고로드의 대주교인 피멘[6] 등이 있다.
이들의 조직은 그 이후 러시아에 등장한 오흐라나, 체카, NKVD, KGB 같은 비밀 경찰 조직들과 비슷했으며,[7] 암살단을 파견해 목표물을 제거한다거나 납치해 고문을 가하는 등의 행위를 자행했다. 이들은 이렇게 납치한 목표물을 말 뒤에 묶고 끌고 다닌다거나 끓는 물에 집어넣거나 화형까지 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전근대적 잔혹성을 제외하면 니콜라이 예조프의 예조프시나 당시 대숙청을 실행한 NKVD 요원들과 유사하게, 미비했던 국가 권력을 위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역의 주력 지배세력을 철저히 파괴한 다음 그 자리와 위상을 크렘린의 지도자로 대체하는 활동이 주 업무였단 것이다.
특히 주지할만한 일은 이들의 모든 활동은 이반 뇌제의 지원이 있었다는 것에 있다. 오프리치니크의 전성기에 이반 뇌제는 스스로를 '신의 손'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성에 300명의 오프리치니크를 거주시켰고, 매일 밤 3명을 불러들여 설교하곤 했다고 한다.
이들 오프리치니크들은 크고 검은 말을 타고[8] 개 머리[9]나 빗자루를 스스로의 상징물로 삼았다. 개 머리는 차르의 적들을 개가 코로 냄새를 맡듯이 찾아내겠다는 의미고, 빗자루는 차르의 적들을 빗자루 쓸듯이 제거를 해버리겠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흑위병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스스로를 '차르의 적의 뒤꿈치를 물어뜯는 존재'로 지칭했고, 이 때문에 '차르의 개'라는 별명을 얻었다.
위에 존재했듯이 마냥 이반 4세를 반대하는 보야르 등의 높은 귀족이나 고위 성직자, 일반 백성들만 오프리치니크의 살해 대상이 아니었다. 이반 4세의 명령에 의해 움직였기에 위에 언급한 노보고로드 대주교 피멘은 이반 4세를 지지하는 입장임에도 살해당했고, 오프리치니크 내에서도 이반 4세에게 밉보이면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프리치니크들은 찬성의 표시 혹은 처형에 대한 환희의 표시로 "고이다!"(Гойда!)라는 감탄사를 사용했다. 타타르어 외침 "애이대"(әйдә)에서 유래한 러시아의 옛 감탄사 아이다(айда)가 변형된 단어로, 2022년 러시아의 유명 배우이자 영화 제작자인 이반 오흘로비스틴(Иван Охлобыстин)[10]이 한 친정부 집회에서 "우리가 간다! 고이다!"(Мы идём! Гойда!)라고 외친 이후 다시 유명해졌다. MC BoKhan - Гойда (한국어 자막 포함)[11] Ногу Свело! - Гимн Обреченных (Гойда, Орки!)[12]
4. 대중매체
- 러시아 작가 블라디미르 소로킨이 2006년 발표한 정치풍자 소설 "오프리치니크의 하루"(День опричника)[13]는 차르의 전제정이 부활한 2028년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를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 안드레이 코먀가(Андрей Комяга)는 고립된 독재국가[14] 러시아의 비밀경찰집단인 오프리치니크의 고위 단원으로[15], 소설은 코먀가의 하루를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하고 있다.
- 오블리비언의 다크 브라더후드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반 뇌제를 그린 영화인 '차르'에도 당연히 등장한다.
- 그 외에 이 시기의 러시아를 다룬 소설 및 노래 등에 이들 오프리치니크는 빠지지 않고 나온다.
- Fate/Grand Order에서는 이반 뇌제의 보구 '쵸르니 오프리치니키'로 등장.
- 워해머 판타지에서 이들을 모티브로 한 키슬레프 소속의 체키스트라는 비밀경찰 집단이 나온다. 정확히는 이름은 체카에서 생김새나 활동은 오프리치니크가 모티브.
- TRPG 시리즈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서 등장하는 레버넌트 가문 중 하나가 이들을 조상으로 하며, 노보고로드 학살에 휘말린 시민들의 영혼들에게 시달리는 디버프를 가지고 있다.
- 명일방주에 등장하는 황제의 칼날은 여기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추측된다.
4.1.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의 기병
자세한 내용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기병 문서 참고하십시오.[1] 왼쪽은 러시아어 - 괄호 안은 영어, 왼쪽은 단수형 & 오른쪽은 복수형.[2] 위 그림에서 돌로 깔은 도로 위로 말을 타고 마을로 진입하려는 이들이 오프리치니크이다. 선봉에 있는 검은 말이 상징이며 오프리치니크를 증명하고 있다. 도로 밖으로 사람들이 도망치려는 자세가 포인트.[3] 대장들 중에서도 경찰들처럼 죄 있는 사람을 벌 주는 역할을 했다. 예전으로 치면 치안국장 + 대공처장 쯤 된다.물론 오프리치니크답게 아무나 살해 대상이 되었다.[4] 이반 4세의 어머니 엘레나 글린스키가 숙청했던 이반 4세의 삼촌 안드레이 이바노비치 왕자의 아들. 그는 이미 숙청되기 이전부터 이반 4세의 감시와 의심을 받아왔다.[5] 필립은 이반 4세가 오프리치니크를 만들 때 대놓고 반대했던 사람이다. 이반 4세는 자신에게 적의감을 드러내는 필립을 발언하지 못하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을 정도로 사이가 매우 안 좋았다.[6] 원래부터 이반 4세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추종자였다. 처음에 모스크바 총대주교인 필립을 이반 4세에게 고발해 벌 줄 것을 청한 것도 바로 이 사람이다. 그럼에도 토사구팽이었는지 이반 4세에 의해 숙청당했다. 더 웃픈 것은 피멘의 뒤를 이어 노보고로드 대주교가 된 레오니드도 얼마 못가고 이반 4세에 의해 숙청되었다는 것이다.[7] 어찌 보면 이후에 나타난 러시아 비밀경찰들의 기원이자 대선배라고도 할 수 있다.[8] 오프리치니크는 검은 말만 몰았다.[9] 단순히 그림이나 조각 등의 상징이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개의 목을 잘라 말에 장식품으로 매달았다.[10] 러시아 영화 전역의 공동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푸틴의 팽창주의적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친정부적 인사이며, 동성애 혐오자로도 유명하다. 여담으로 한 인터뷰에서 후술할 소설 "오프리치니크의 하루"를 읽어보았냐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난 그런 뭣같은 건 안 읽었다"라고 대답한 바 있다.[11] 러시아 음악가 MC BoKhan의 노래. 노래만 봐서는 이게 러뽕인지 러까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12] 반푸틴 및 반전쟁을 외치고 있는 밴드 노구 스벨로의 노래. 제목에서 "오크들"(орки)이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침공군을 가리키는 경멸적 용어로 반지의 제왕에서 유래하였다.[13] 제목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의 패러디이다. 한 인물의 하루를 중점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에서도 해당 소설과 유사하다. 아직 한국에는 정발되지 않았다. 여담으로 소로킨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노아겐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는 해외에서 체류하고 있다.[14] 극도의 제노포비아, 보호주의, 국수주의적 국가이며 부패 또한 심각하다고 묘사된다. 러시아판 만리장성을 쌓아 스스로를 고립시켰으며 중국의 물자와 러시아의 천연가스 간 무역을 제외하면 해외와 교류 자체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15] 개의 머리를 범퍼에 매단 메르세데스 차량(작중에서는 러시아스럽게 들리는 이름인 "메르세데프"로 비틀어 등장)을 몰고 다니는 등 과거 오프리치니크와 현대적 비밀경찰의 모습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