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2. 열악한 의식주
2.1. 달리기 훈련2.2. 부정부패 없는2.3. 부패가 심한2.4. 불확실한 스팅스2.5. 각 문명의 지옥2.6. 배급 문제2.7. 급양병의 노고2.8. 지옥훈련2.9. 포탄을 맞더라도2.10. 강한 적 상대로도2.11. 캠핑의 매력2.12. 할로나의 뒷모습2.13. 레드시프트를 생포하면2.14. 수고가 많은2.15. 삶이란 무엇인가2.16. 스팅스의 식단, 프롤로그2.17. 스팅스의 식단, 전편2.18. 스팅스의 식단, 후편2.19. 거기 서
3. 신분과 위계질서3.1. 우주 진출3.2. 육해군 대립보다 무서운 것3.3. 위험을 피해야3.4. 잘못 선언한 리치3.5. 건강에 해로운 것3.6. 우리의 주적은3.7. 프록시안을 강하게 하는 것3.8. 그레이의 일기3.9. 뭐가 보이나3.10. 체스를 잘 두면3.11. 훈련을 하는 이유3.12. 소대장의 위신, 해피 엔딩 편3.13. 소대장의 위신, 새드 엔딩 편3.14. 목욕3.15. 명문가의 영애를 예우하는 법3.16. 절반은 맞는 말3.17. 그 RPG 게임이 인기 있는 이유3.18. 늙지 않았어3.19. 제가 해 드릴게요
4. 국가 체제와 정책4.1. 경제대국 스팅스4.2. FM대로 잘4.3. 숨겨야 하는 것4.4. 서류가 많아4.5. 스팅스에 필요한 것4.6. 보급 실수4.7. 놀라게 한 횟수4.8. 신뢰도 높은 조리 로봇4.9. 새로운 아르세즈4.10. 4명을 합친 것보다4.11. 기분 전환4.12. 대지의 함성
5. 대(對)리메리트 외교상담부5.1. 초지능체를 만나는 법(마나, 오로라)5.2. 겉으로는 쌀쌀해도(유나)5.3. 마나의 개명(마나)5.4. 5단계가 뭐예요(오로라)5.5. 아가씨처럼(오로라)5.6. 매콤한 고백(에이코)
6. 아이렌의 복수1. 개요
모바일 게임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작중의 유머 요소들을 뽑아서 정리해 놓은 문서. 리부트 이전의 구 스토리를 포함한 모든 콘텐츠가 그 대상이다.다양성을 배제하고 한 가지 목표로 문명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세계관[1] 특징상 블랙 코미디가 주를 이룬다. 공산주의 유머와도 비슷하다.
게임 출시 초기에는 아키텍트는 신중한 성격으로 문제점을 비판하지 않고 주로 속으로만 생각했는데, 최신 스토리로 갈수록 비판을 면전에서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키텍트의 성격이 일관되지 않은 것은 기록의 오류가 아니다.
2. 열악한 의식주
2.1. 달리기 훈련
스팅스 문명의 프록시안들은 군사훈련을 좋아하지 않지만, 달리기 훈련만큼은 열성적으로 임하는 이유는?
휴가를 받으면 다른 문명의 식당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기 위해서.
휴가를 받으면 다른 문명의 식당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기 위해서.
2.2. 부정부패 없는
스팅스 문명에 부정부패가 없는 이유는?
스팅스에서 해먹으려는 프록시안이 아무도 없어서.
스팅스에서 해먹으려는 프록시안이 아무도 없어서.
2.3. 부패가 심한
스팅스 문명이 청렴한 동시에 부패가 심한 이유는?
식자재를 아무도 해먹지 않고 놔두니까.
식자재를 아무도 해먹지 않고 놔두니까.
2.4. 불확실한 스팅스
리메리트 문명의 ITS 과학부는 스팅스의 이러한 모순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해서 결론을 냈다.
* 관찰할 때마다 내부의 상태가 다르게 보인다.
* 높은 위력으로 관찰할수록 원래 상태에서 크게 달라진다.
* 결국 스팅스의 진정한 모습은 일정 범위 내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의문이 생긴 이노가 물었다.
이노: 선배,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 아니야?
카나타: 스팅스에 대한 말은 어느 문명을 가도 흔하게 들을 수 있어.
* 관찰할 때마다 내부의 상태가 다르게 보인다.
* 높은 위력으로 관찰할수록 원래 상태에서 크게 달라진다.
* 결국 스팅스의 진정한 모습은 일정 범위 내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의문이 생긴 이노가 물었다.
이노: 선배,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 아니야?
카나타: 스팅스에 대한 말은 어느 문명을 가도 흔하게 들을 수 있어.
검열이 오면 가라를 쳐서 때우고 더 높은 윗선이 검열할수록 더 심하게 가라 친다는 뜻.
2.5. 각 문명의 지옥
마나: 리메리트에 지옥이 있다면 매일 시험 보고 전술대항전을 치르는 곳일 거예요.
아이렌: 아스니아의 지옥은 누군가가 애정을 나누는 모습을 멀리서 구경만 해야 하는 곳일 겁니다.
다리아: 스팅스의 지옥은...
마나, 아이렌: 이런! 스팅스에 지옥이 또 있다니, 그 자체가 끔찍한 지옥이군요!
아이렌: 아스니아의 지옥은 누군가가 애정을 나누는 모습을 멀리서 구경만 해야 하는 곳일 겁니다.
다리아: 스팅스의 지옥은...
마나, 아이렌: 이런! 스팅스에 지옥이 또 있다니, 그 자체가 끔찍한 지옥이군요!
2.6. 배급 문제
리메리트 문명의 어느 식당에서 스팅스 프록시안이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리메리트 프록시안이 궁금해져서 물었다.
리메리트인: 스팅스에서는 모든 프록시안들에게 음식을 제공한다는데 맞나요?
스팅스인: 맞습니다. 식사가 매일 배급되는데 거기에 문제가 있어요.
리메리트인: 스팅스에서 배급이 끊긴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들었는데요.
스팅스인: 바로 그게 문제란 말입니다!
리메리트인: 스팅스에서는 모든 프록시안들에게 음식을 제공한다는데 맞나요?
스팅스인: 맞습니다. 식사가 매일 배급되는데 거기에 문제가 있어요.
리메리트인: 스팅스에서 배급이 끊긴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들었는데요.
스팅스인: 바로 그게 문제란 말입니다!
스팅스의 음식은 매우 맛이 없는데 병영식 개념이라 의무적으로 먹어야 한다. 차라리 배급이 안 나와서 싸제 음식을 먹는 게 더 나은 상황.
2.7. 급양병의 노고
프레이야와 에리카가 스팅스 간부식당에서 배식을 받아서 자리에 앉았다.
에리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이만. 메뉴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하하.
프레이야: 에리카, 어딜 도망가는 거냐. 이 식사를 준비하기까지 급양병들이 얼마나 고생했겠나. 그들의 노고를 헛되게 할 셈이냐?
에리카: 공장제 식품인데 급양병이 무슨 고생을...
에리카는 멈칫하며 생각하다가 곧 수긍했다.
에리카: 맞다. 그들은 하루 3번 큰 고생을 하고 있어. 이 몸이 그들의 고통을 외면할 뻔했구나.
에리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이만. 메뉴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하하.
프레이야: 에리카, 어딜 도망가는 거냐. 이 식사를 준비하기까지 급양병들이 얼마나 고생했겠나. 그들의 노고를 헛되게 할 셈이냐?
에리카: 공장제 식품인데 급양병이 무슨 고생을...
에리카는 멈칫하며 생각하다가 곧 수긍했다.
에리카: 맞다. 그들은 하루 3번 큰 고생을 하고 있어. 이 몸이 그들의 고통을 외면할 뻔했구나.
음식 조리를 하지 않는 조리병이 근무로 크게 힘들지는 않겠지만, 맛없는 병영식을 먹으며 생활하므로 매일 고생을 하는 셈이다.
다만 현실의 해군은 수병이나 장교나 똑같은 밥을 먹는 전통이 있고 식사의 질도 훌륭하다.
2.8. 지옥훈련
스팅스 영내. 클레아스 중사가 어디론가 가고 있다. 어디 가는 길인지 아키텍트가 물었다.
클레아스: 부대원들끼리 24시간 지옥훈련을 하러 갑니다.
아키텍트: 기지 안에서 하는 건가?
클레아스: 예, 본관 옆 건물 뒤편에 훈련장이 크게 있습니다.
아키텍트: 늘 하는 훈련이지, 이거?
클레아스: 그렇습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꾸준히 하는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십니까?
클레아스는 반가움이 묻어나는 말투로 물었다. 아키텍트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빠져나왔다.
클레아스: 부대원들끼리 24시간 지옥훈련을 하러 갑니다.
아키텍트: 기지 안에서 하는 건가?
클레아스: 예, 본관 옆 건물 뒤편에 훈련장이 크게 있습니다.
아키텍트: 늘 하는 훈련이지, 이거?
클레아스: 그렇습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꾸준히 하는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십니까?
클레아스는 반가움이 묻어나는 말투로 물었다. 아키텍트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빠져나왔다.
스팅스 기지 안에서 지내는 게 24시간 늘 지옥 같다는 뜻.
2.9. 포탄을 맞더라도
식사를 무사히 끝내 평화를 되찾은... 두 프록시안이 걸어 나오며 대화를 나눴다.
린: 다른 건물은 다 한 번씩 닫은 적이 있는데 병사식당은 지겹도록 잘 돌아가.
이올렛: 그러게 말이야. 식당 건물이 레드시프트한테 포탄을 맞아도 그날 저녁에 멀쩡하게 배식이 될걸?
린: 진짜 포탄 한 발 떨어져도 나쁘지 않을지도?
지나가던 이사벨라 원사가 이 불순한 대화를 듣고 둘을 불러세웠다.
이사벨라 : 이봐, 자네들.
황급히 경례를 한 둘에게 다가가 추궁했다.
이사벨라: 기지에 포탄이 떨어져도 좋다는 말인가? 린 병장, 무슨 말을 하고 있었나?
수습에 특화된 프록시안 린이 해명했다.
린: 전투 의지에 대한 다짐이었습니다. 레드시프트에게 공격받아서 뒤의 건물이 완파되더라도 저희는 사기가 높아져 끝까지 싸워 이길 것입니다!
이올렛: 그렇습니다. 저 뒤에 포탄이 몇 발이 꽂히더라도 아무 걱정 없습니다. 아무런 걱정이 없어질 겁니다.
린: 다른 건물은 다 한 번씩 닫은 적이 있는데 병사식당은 지겹도록 잘 돌아가.
이올렛: 그러게 말이야. 식당 건물이 레드시프트한테 포탄을 맞아도 그날 저녁에 멀쩡하게 배식이 될걸?
린: 진짜 포탄 한 발 떨어져도 나쁘지 않을지도?
지나가던 이사벨라 원사가 이 불순한 대화를 듣고 둘을 불러세웠다.
이사벨라 : 이봐, 자네들.
황급히 경례를 한 둘에게 다가가 추궁했다.
이사벨라: 기지에 포탄이 떨어져도 좋다는 말인가? 린 병장, 무슨 말을 하고 있었나?
수습에 특화된 프록시안 린이 해명했다.
린: 전투 의지에 대한 다짐이었습니다. 레드시프트에게 공격받아서 뒤의 건물이 완파되더라도 저희는 사기가 높아져 끝까지 싸워 이길 것입니다!
이올렛: 그렇습니다. 저 뒤에 포탄이 몇 발이 꽂히더라도 아무 걱정 없습니다. 아무런 걱정이 없어질 겁니다.
병사식당이 완파되면 사기가 높아진다거나 걱정이 사라질 거라는 본심 섞인 대답을 비틀어 하고 있다.
2.10. 강한 적 상대로도
앰브로시아 소장이 강당에서 정훈교육을 하고 있었다. 주제는 전쟁과 전투에 있어서 사기의 중요성이었다. 집중하지 않는 병사를 발견한 앰브로시아는 그를 지목해서 질문했다.
앰브로시아: 린 병장, 전투에서 마침내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뭔가?
수습에 특화된 프록시안 린이, 교육 내용을 숙지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자신 있게 대답했다.
린: 이기겠다는 변하지 않는 마음가짐입니다! 레드시프트 상대로도, 강한 적 상대로도, 그 마음을 갖고 눈앞의 쓰디쓴 고생을 조금씩 정복해 나가면 승리의 기쁨과 얼마간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전우와 함께 수없이 겪어 보아서 잘 알고 있습니다.
앰브로시아: 린 병장, 전투에서 마침내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뭔가?
수습에 특화된 프록시안 린이, 교육 내용을 숙지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자신 있게 대답했다.
린: 이기겠다는 변하지 않는 마음가짐입니다! 레드시프트 상대로도, 강한 적 상대로도, 그 마음을 갖고 눈앞의 쓰디쓴 고생을 조금씩 정복해 나가면 승리의 기쁨과 얼마간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전우와 함께 수없이 겪어 보아서 잘 알고 있습니다.
병영식을 레드시프트 외의 또 다른 적군처럼 묘사해서 거짓말은 하지 않으며 대답했다. 식사를 끝내면 다음 식사 시간까지 얼마간의 평화(?)가 찾아온다.
2.11. 캠핑의 매력
페렐의 캠핑에 함께하게 된 다리아는 페렐이 준비한 수많은 물품들에 감탄했다.
다리아: 이렇게 많은 걸 준비하다니 보통 일이 아니었을 텐데 대단하군.
페렐: 캠핑은 평소에 못 하던 걸 해본다는 점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줘요. 식재료 구입하기, 다듬기, 잘게 썰기, 요리를 위해 불을 피우기,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조미료 배합, 적절하게 익히기, 완성된 음식 확인하기, 그릇에 덜기, 이 모든 것이요.
다리아: 이렇게 많은 걸 준비하다니 보통 일이 아니었을 텐데 대단하군.
페렐: 캠핑은 평소에 못 하던 걸 해본다는 점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줘요. 식재료 구입하기, 다듬기, 잘게 썰기, 요리를 위해 불을 피우기,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조미료 배합, 적절하게 익히기, 완성된 음식 확인하기, 그릇에 덜기, 이 모든 것이요.
캠핑 중 나온 또 다른 드립으로 '부대 밖 브로콜리는 착한 브로콜리'가 있다.
2.12. 할로나의 뒷모습
레드시프트의 상급 개체가 스팅스 기지에 침투하는 바람에 인명피해를 크게 입고 겨우 제압했다. 그 과정에서 의무관 할로나의 공이 컸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할로나: 지금부터 방문 잠그고, 커튼까지 닫고, 무제한 수면 챌린지를 할 거야.
아키텍트: 할로나, 우리가 잡은 그 레드시프트 개체 말이야. 무장을 분리하고 기체실험을 하기로 했대. 아주 오랫동안 실험할 건가 봐.
할로나: 그런 건 다리아한테 말해, 난 이제 잘 거니까.
방으로 돌아가려는 할로나에게 아키텍트가 급하게 본론을 말했다.
아키텍트: 실험하는 내내 그것한테 배급식량을 먹인다고 했어! 굶으면 실험이 안 되니까 붙들어서라도 매 끼니를 먹일 거라고. 개체 수명이 다 될 때까지 계속 할 것 같아.
머리를 긁적인 뒤 돌아서는 할로나의 모습에서 아키텍트는 분명히 보았다. 입술을 다문 채 살짝 찡그린 듯한 할로나의 표정 위에,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진 듯한 개운한 웃음이 순간적으로 겹쳐 나타났음을. 할로나는 이제 스팅스의, 아니 세상 누구보다도 편안한 마음으로 편안한 수면을 취할 것이다.
할로나: 지금부터 방문 잠그고, 커튼까지 닫고, 무제한 수면 챌린지를 할 거야.
아키텍트: 할로나, 우리가 잡은 그 레드시프트 개체 말이야. 무장을 분리하고 기체실험을 하기로 했대. 아주 오랫동안 실험할 건가 봐.
할로나: 그런 건 다리아한테 말해, 난 이제 잘 거니까.
방으로 돌아가려는 할로나에게 아키텍트가 급하게 본론을 말했다.
아키텍트: 실험하는 내내 그것한테 배급식량을 먹인다고 했어! 굶으면 실험이 안 되니까 붙들어서라도 매 끼니를 먹일 거라고. 개체 수명이 다 될 때까지 계속 할 것 같아.
머리를 긁적인 뒤 돌아서는 할로나의 모습에서 아키텍트는 분명히 보았다. 입술을 다문 채 살짝 찡그린 듯한 할로나의 표정 위에,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진 듯한 개운한 웃음이 순간적으로 겹쳐 나타났음을. 할로나는 이제 스팅스의, 아니 세상 누구보다도 편안한 마음으로 편안한 수면을 취할 것이다.
2.13. 레드시프트를 생포하면
레드시프트의 무력도발이 심해지자 스팅스에 영내대기 명령이 떨어져서 모든 프록시안들의 휴가와 외출, 외박이 금지되었다.
가장 먼저 불만을 터뜨린 건 크림슨이었다.
크림슨: 잘못은 레드시프트가 했는데 왜 내가 벌을 받아야 해?
울상이 된 크림슨을 쉐리가 달랬다.
쉐리: 맞아, 레드시프트가 너무 잘못했어. 그래서 레드시프트 병사를 붙잡으면 여기에 가둬 놓고 평생 배급식량만 먹이기로 했대.
쉐리의 위로는 역시 효과가 있어서 크림슨은 곧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가장 먼저 불만을 터뜨린 건 크림슨이었다.
크림슨: 잘못은 레드시프트가 했는데 왜 내가 벌을 받아야 해?
울상이 된 크림슨을 쉐리가 달랬다.
쉐리: 맞아, 레드시프트가 너무 잘못했어. 그래서 레드시프트 병사를 붙잡으면 여기에 가둬 놓고 평생 배급식량만 먹이기로 했대.
쉐리의 위로는 역시 효과가 있어서 크림슨은 곧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거주지 겸 생활 공간에 계속 머무는 것을 벌(징계)로 받아들일 만큼 스팅스의 환경은 열악하다.
2.14. 수고가 많은
쉐리의 대답은 크림슨의 투정으로 모든 병사가 고생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매 끼니 배급식량이라는 고통을 이제 모두가 겪는다는 뜻으로도, 그것을 병사만 겪고 장교는
2.15. 삶이란 무엇인가
크림슨에게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바로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천진난만한 크림슨이 처음으로 해 보는 프록시안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마침 지나가던 쉐리가 크림슨의 고민을 듣고 대답했다.
쉐리: 살다 보면, 괴롭고 싫어도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닌 일이 생겨. 그런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게 삶이고, 많이 해결해 나가면서 점점 어른이 되는 거지.
크림슨은 호기심이 담긴 눈망울로 쉐리에게 물었다.
크림슨: 어른이 된다고? 크림슨도 어른이 될 수 있어?
쉐리: 그럼. 마침 어려운 일이 생길 시간인데 같이 갈래?
크림슨: 갈래. 크림슨도 어른이 되고 싶어.
쉐리는 크림슨의 손을 잡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배식 중인 병사식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쉐리: 살다 보면, 괴롭고 싫어도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닌 일이 생겨. 그런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게 삶이고, 많이 해결해 나가면서 점점 어른이 되는 거지.
크림슨은 호기심이 담긴 눈망울로 쉐리에게 물었다.
크림슨: 어른이 된다고? 크림슨도 어른이 될 수 있어?
쉐리: 그럼. 마침 어려운 일이 생길 시간인데 같이 갈래?
크림슨: 갈래. 크림슨도 어른이 되고 싶어.
쉐리는 크림슨의 손을 잡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배식 중인 병사식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역경을 헤쳐 나가며 성장한다는 말은 그럴듯하고 타당하지만 하필 그 역경이 저녁밥이었다. 식사 질 개선이 전혀 안 되고 있는 스팅스의 현실이다.
2.16. 스팅스의 식단, 프롤로그
스팅스의 맛없는 식사를 개선하고 프록시안들을 구제하기 위한 아키텍트의 여정이 시작된다.아키텍트는 상담실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아스니아에 방문한 스팅스 프록시안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본국의 밥이 너무 맛이 없다는 것이었다. 고위 계급의 프록시안들도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비싼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면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다.
스팅스 내부의 일을 타 문명에서 지적하면 내정간섭이 될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프록시안의 행복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걸렸고, 민심이 뒷받침해 주면서, 세븐 테마즈의 정신적 지주인 아키텍트라는 신분이 있다. 아키텍트는 뒤로 기대어 가만히 눈을 감았다. 스팅스 프록시안들에게 그동안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크림슨: 브로콜리라니, 여기에서도 스팅스처럼 밥을 먹으란 말이야?)
(쉐리: 집 떠나면 그립다는 말처럼, 스팅스를 떠나 지내다 보면 그리워지기도 해요. 식사만 빼고요.)
(할로나: 오랫동안 잠을 자면 배고프지 않냐고? 스팅스는 그걸 느끼지 않게 배려해 주지. 비의학적인 방법으로.)
(페이: 스팅스 안에서는 틀리지만 밖에서는 맞는 말이 무엇인지 아세요? '마작도 식후경'이에요.)
스팅스의 높은 프록시안과 대화를 해 봐야 한다. 앰브로시아 소장의 얼굴이 머릿속에 먼저 떠올랐다. 전화를 해서 면담 일정을 잡았다. 상담실 밖에서 마주친 아이렌에게 이에 대해 말했다.
아키텍트: 식사 문제를 해결하러 스팅스에 가기로 했어. 쉽지 않겠지만.
아이렌: 예? 왜 하필 그곳에서.... 아스니아에서도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로봇이 조리하는 대중식당도 있고, 마릴라이트 님께 특별식을 만들어 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입맛이 없으시다고 스팅스 같은 데서 끼니를 때우셨다간 육체와 정신, 두 가지 건강이 동시에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아이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안심시켰다. 스팅스로 향하는 아키텍트의 짧은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스팅스 내부의 일을 타 문명에서 지적하면 내정간섭이 될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프록시안의 행복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걸렸고, 민심이 뒷받침해 주면서, 세븐 테마즈의 정신적 지주인 아키텍트라는 신분이 있다. 아키텍트는 뒤로 기대어 가만히 눈을 감았다. 스팅스 프록시안들에게 그동안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크림슨: 브로콜리라니, 여기에서도 스팅스처럼 밥을 먹으란 말이야?)
(쉐리: 집 떠나면 그립다는 말처럼, 스팅스를 떠나 지내다 보면 그리워지기도 해요. 식사만 빼고요.)
(할로나: 오랫동안 잠을 자면 배고프지 않냐고? 스팅스는 그걸 느끼지 않게 배려해 주지. 비의학적인 방법으로.)
(페이: 스팅스 안에서는 틀리지만 밖에서는 맞는 말이 무엇인지 아세요? '마작도 식후경'이에요.)
스팅스의 높은 프록시안과 대화를 해 봐야 한다. 앰브로시아 소장의 얼굴이 머릿속에 먼저 떠올랐다. 전화를 해서 면담 일정을 잡았다. 상담실 밖에서 마주친 아이렌에게 이에 대해 말했다.
아키텍트: 식사 문제를 해결하러 스팅스에 가기로 했어. 쉽지 않겠지만.
아이렌: 예? 왜 하필 그곳에서.... 아스니아에서도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로봇이 조리하는 대중식당도 있고, 마릴라이트 님께 특별식을 만들어 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입맛이 없으시다고 스팅스 같은 데서 끼니를 때우셨다간 육체와 정신, 두 가지 건강이 동시에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아이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안심시켰다. 스팅스로 향하는 아키텍트의 짧은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2.17. 스팅스의 식단, 전편
스팅스의 레이리얼 아스날 부대장실. 아키텍트와 앰브로시아가 소파에 앉아 마주 보고 있다. 앰브로시아 특유의 날카로우면서 초점 없는 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게 했다. 정의로운 뜻을 전달했을 때 책임 있는 고위층으로서 최소한 냉대하지는 않을 거라는 희망으로, 아키텍트가 먼저 스팅스 병영식에 대한 프록시안들의 고충을 전했다.
앰브로시아: 역시 아키텍트는 충직한 부관이다. 병사들의 어려움에 공감해서 일부러 찾아왔군. 스팅스의 배급식량은 벌칙 메뉴니, 웃음벨이니 하는 도시전설이 떠돈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말에는 어폐가 있다.
앰브로시아는 의외로 친절한 태도를 보였다. 아키텍트는 긴장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앰브로시아: 실체 없는 전설 따위가 아니라 정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할 거다. '피해'는 지금도 계속 누적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키텍트: (알고 있으면 뭔가 손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앰브로시아: 그래서 스팅스는 프록시안들의 식생활 개선을 위한 정책을 이미 시행 중이다.
아키텍트: (그런 게 있었어?)
앰브로시아: 바로 위수지역 해제다. 제 시간에 복귀만 한다면 휴가 때 어느 문명으로 가든 상관없다. 얼마든지 본인이 원하는 식당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아키텍트: .......
왠지 모를 자부심이 담긴 듯한 앰브로시아의 설명을 듣고 아키텍트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끝낼 수는 없다. 무언가를 더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아키텍트는 다시 몸을 일으켜 말을 꺼냈다.
앰브로시아: 역시 아키텍트는 충직한 부관이다. 병사들의 어려움에 공감해서 일부러 찾아왔군. 스팅스의 배급식량은 벌칙 메뉴니, 웃음벨이니 하는 도시전설이 떠돈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말에는 어폐가 있다.
앰브로시아는 의외로 친절한 태도를 보였다. 아키텍트는 긴장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앰브로시아: 실체 없는 전설 따위가 아니라 정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할 거다. '피해'는 지금도 계속 누적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키텍트: (알고 있으면 뭔가 손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앰브로시아: 그래서 스팅스는 프록시안들의 식생활 개선을 위한 정책을 이미 시행 중이다.
아키텍트: (그런 게 있었어?)
앰브로시아: 바로 위수지역 해제다. 제 시간에 복귀만 한다면 휴가 때 어느 문명으로 가든 상관없다. 얼마든지 본인이 원하는 식당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아키텍트: .......
왠지 모를 자부심이 담긴 듯한 앰브로시아의 설명을 듣고 아키텍트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끝낼 수는 없다. 무언가를 더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아키텍트는 다시 몸을 일으켜 말을 꺼냈다.
놀랍게도 스팅스의 높으신 분들이 식단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건 맞다. 다만 그 방향이 심하게 잘못됐을 뿐.
2.18. 스팅스의 식단, 후편
아키텍트는 병영식의 식단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앰브로시아는 힘찬 목소리로 또 다른 설명을 시작했다.
앰브로시아: 부관의 용기 있는 지적에 감사한다. 그러나 그 문제도 이미 개선책으로 일정 부분 해결되었다.
아키텍트: (믿을 수 없어....)
앰브로시아: 병사들이 에너지 소모가 많다고 열량만 많이 섭취시켜선 안 된다. 신선한 식재료를 통한 영양 보충도 중요하지.
아키텍트: (알고 있으면서 왜...)
앰브로시아: 그래서 브로콜리 보급을 시작했다. 이전 문명의 기록들에서 '식생활 문제' 키워드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한 식재료이니, 식생활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점은 충분히 검증된 셈이다.
아키텍트는 작게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아키텍트: 그걸로 식생활이 개선될 수 있을까?
앰브로시아: 물론이다. 스팅스 영토에서 직접 기른 브로콜리를 병사식당에서 매 끼니 배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율배식으로 모두가 원하는 만큼 먹고도 항상 남는다. 브로콜리가 부족해서 불만이라는 소원수리는 배급 실시 이후로 한 건도 없었다.
아키텍트: (당연히 그렇겠지.)
앰브로시아: 뭣하면 보급 창고에서 직접 브로콜리를 수령해 봐라. 스팅스에 방문한 기념 선물이라 생각해도 좋다.
방에서 나온 아키텍트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앰브로시아의 목소리와 얼굴 표정에서, 병사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듯한 순수한 정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지 모른 채 복도를 걷다가 크림슨과 마주첬다.
크림슨: 아키텍트 오빠! 오늘은 어떻게 왔어? 크림슨이랑 놀아 주려고?
아키텍트: 그게 있지, 브로콜리를...
크림슨: 꺄아아, 싫어!
아키텍트: .......
말을 끝내기도 전에 크림슨은 뒤로 돌아 도망쳤다. 브로콜리를 가지러 가는 아키텍트와, 브로콜리에서 멀어지려는 크림슨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아키텍트는 깨달았다. 스팅스의 병사들과 고위층도 방법은 다르지만 같은 길로 가고 있다. 건물 복도처럼 길게 펼쳐진 미래를 크림슨처럼 먼저 지나갈 수도, 아키텍트처럼 늦게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종착점에서 모두 모일 것이다. 무겁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발걸음을 아키텍트는 옮기기 시작했다.
앰브로시아: 부관의 용기 있는 지적에 감사한다. 그러나 그 문제도 이미 개선책으로 일정 부분 해결되었다.
아키텍트: (믿을 수 없어....)
앰브로시아: 병사들이 에너지 소모가 많다고 열량만 많이 섭취시켜선 안 된다. 신선한 식재료를 통한 영양 보충도 중요하지.
아키텍트: (알고 있으면서 왜...)
앰브로시아: 그래서 브로콜리 보급을 시작했다. 이전 문명의 기록들에서 '식생활 문제' 키워드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한 식재료이니, 식생활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점은 충분히 검증된 셈이다.
아키텍트는 작게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아키텍트: 그걸로 식생활이 개선될 수 있을까?
앰브로시아: 물론이다. 스팅스 영토에서 직접 기른 브로콜리를 병사식당에서 매 끼니 배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율배식으로 모두가 원하는 만큼 먹고도 항상 남는다. 브로콜리가 부족해서 불만이라는 소원수리는 배급 실시 이후로 한 건도 없었다.
아키텍트: (당연히 그렇겠지.)
앰브로시아: 뭣하면 보급 창고에서 직접 브로콜리를 수령해 봐라. 스팅스에 방문한 기념 선물이라 생각해도 좋다.
방에서 나온 아키텍트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앰브로시아의 목소리와 얼굴 표정에서, 병사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듯한 순수한 정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지 모른 채 복도를 걷다가 크림슨과 마주첬다.
크림슨: 아키텍트 오빠! 오늘은 어떻게 왔어? 크림슨이랑 놀아 주려고?
아키텍트: 그게 있지, 브로콜리를...
크림슨: 꺄아아, 싫어!
아키텍트: .......
말을 끝내기도 전에 크림슨은 뒤로 돌아 도망쳤다. 브로콜리를 가지러 가는 아키텍트와, 브로콜리에서 멀어지려는 크림슨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아키텍트는 깨달았다. 스팅스의 병사들과 고위층도 방법은 다르지만 같은 길로 가고 있다. 건물 복도처럼 길게 펼쳐진 미래를 크림슨처럼 먼저 지나갈 수도, 아키텍트처럼 늦게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종착점에서 모두 모일 것이다. 무겁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발걸음을 아키텍트는 옮기기 시작했다.
이전 문명의 기록은, 먹기 싫어하는 편식을 일으키는 것이 브로콜리라는 내용인데, 편식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템이 브로콜리라고 잘못 해석하고 말았다.
스팅스의 맛없는 밥이라는
2.19. 거기 서
타이나가 패트리샤를 쫓아가고 있다.
타이나: 거기 서!
패트리샤: 서란다고 누가 서겠나요? 당신 바보인가요.
타이나: 뭐, 임마? 잡히기만 해 봐! 병원으로 보내 주마!
패트리샤가 멈춰섰다. 그리고 몸을 돌려 타이나를 바라봤다. 예상 외의 행동에 타이나가 당황했다.
패트리샤: 병원이요? 그건 곤란한데요....
타이나는 같은 팀원인 패트리샤에게 마음의 상처를 크게 준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해졌다.
타이나: 어, 내가 좀 심했던 거 같아. 미...
패트리샤: 의료보험을 아직 안 들어서 말이죠. 보험 든 뒤로 미뤄 주시겠어요?
패트리샤는 차가운 표정으로 다시 도망갔다. 타이나는 열받은 표정으로 다시 쫓아갔다.
타이나: 거기 서!
패트리샤: 서란다고 누가 서겠나요? 당신 바보인가요.
타이나: 뭐, 임마? 잡히기만 해 봐! 병원으로 보내 주마!
패트리샤가 멈춰섰다. 그리고 몸을 돌려 타이나를 바라봤다. 예상 외의 행동에 타이나가 당황했다.
패트리샤: 병원이요? 그건 곤란한데요....
타이나는 같은 팀원인 패트리샤에게 마음의 상처를 크게 준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해졌다.
타이나: 어, 내가 좀 심했던 거 같아. 미...
패트리샤: 의료보험을 아직 안 들어서 말이죠. 보험 든 뒤로 미뤄 주시겠어요?
패트리샤는 차가운 표정으로 다시 도망갔다. 타이나는 열받은 표정으로 다시 쫓아갔다.
3. 신분과 위계질서
3.1. 우주 진출
스팅스 우주군의 프레이야 제독이 장병들을 모아 놓고 연설을 했다.
프레이야: 제군들의 용맹함이 모든 문명에 앞서서 레드시프트의 멸망을 앞당길 것이다. 레이리얼 아스트라는 이 땅을 넘어 드넓은 우주로 진출할 것이다!
그 자리에 모인 장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그 말이 정말로 실현되기를, 특히 마지막 구절이 더도 말고 딱 그만큼만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프레이야: 제군들의 용맹함이 모든 문명에 앞서서 레드시프트의 멸망을 앞당길 것이다. 레이리얼 아스트라는 이 땅을 넘어 드넓은 우주로 진출할 것이다!
그 자리에 모인 장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그 말이 정말로 실현되기를, 특히 마지막 구절이 더도 말고 딱 그만큼만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진출까지만 하고 우주에서 돌아오지 않기를 모두가 바란다는 뜻.
3.2. 육해군 대립보다 무서운 것
앰브로시아와 프레이야가 언쟁을 벌이고 있다. 장성급 장교끼리 티격대는 흔치 않은 상황이다.
앰브로시아: 방공이 거기서 제일 힘든 특기라니, 지금까지 군 생활을 얼마나 쉽게 해 왔다는 겁니까?
프레이야: 육군에 비해 방위 범위가 무한대로 넓으니 무한대로 힘든 것이 당연하지 않나?
앰브로시아: 무한대라니, 심한 올려치기입니다.
프레이야: 육군은 땅에서만 움직이니 높이가 0이니까, 육지 면적에 높이를 곱한 활동 영역의 부피는 항상 0이다.
엘리트 조종사답게 수학으로 공격하는 프레이야였지만, 앰브로시아도 수학에는 이골이 난 포병 장교로서 만만치 않았다.
앰브로시아: 무슨 그런...! 그렇다면 잠수함은 음의 높이에서 운용하니 해군의 영역은 음수가 곱해지므로 항상 육군보다 작습니다.
프레이야: 높이를 표현할 때는 절댓값을 씌워야 하는 거 모르나?
앰브로시아: 육군은 누구에 의해 이미 절대적인 불명예가 씌워졌습니다.
다툼이 점점 유치하게 흘러가는 중에 레이호우가 아키텍트와 함께 나타났다.
레이호우: 안녕, 둘이서 재밌어 보이네. (허리춤을 내려다보며) 참, 레이아 원수님이랑 무전 중이었는데 둘의 소리가 들렸으려나?
앰브로시아: ! 프록시안으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프레이야: ! 동이 트는 아침바다 갈매기 떼 춤추고~
앰브로시아와 프레이야는 기겁해서 노래를 부르며 서로 반대쪽으로 도망치듯 뛰어갔다.
레이호우: 아군끼리 싸워서 내부부터 무너지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어디 있을까, 아키텍트군?
아키텍트: (바로 내 옆에.)
레이호우: 지금 대답한 거야? 잘 안 들려서.
아키텍트: !
아키텍트 또한 방금 전의 2명처럼 겁을 먹었으나 도망칠 곳이 없었다.
앰브로시아: 방공이 거기서 제일 힘든 특기라니, 지금까지 군 생활을 얼마나 쉽게 해 왔다는 겁니까?
프레이야: 육군에 비해 방위 범위가 무한대로 넓으니 무한대로 힘든 것이 당연하지 않나?
앰브로시아: 무한대라니, 심한 올려치기입니다.
프레이야: 육군은 땅에서만 움직이니 높이가 0이니까, 육지 면적에 높이를 곱한 활동 영역의 부피는 항상 0이다.
엘리트 조종사답게 수학으로 공격하는 프레이야였지만, 앰브로시아도 수학에는 이골이 난 포병 장교로서 만만치 않았다.
앰브로시아: 무슨 그런...! 그렇다면 잠수함은 음의 높이에서 운용하니 해군의 영역은 음수가 곱해지므로 항상 육군보다 작습니다.
프레이야: 높이를 표현할 때는 절댓값을 씌워야 하는 거 모르나?
앰브로시아: 육군은 누구에 의해 이미 절대적인 불명예가 씌워졌습니다.
다툼이 점점 유치하게 흘러가는 중에 레이호우가 아키텍트와 함께 나타났다.
레이호우: 안녕, 둘이서 재밌어 보이네. (허리춤을 내려다보며) 참, 레이아 원수님이랑 무전 중이었는데 둘의 소리가 들렸으려나?
앰브로시아: ! 프록시안으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프레이야: ! 동이 트는 아침바다 갈매기 떼 춤추고~
앰브로시아와 프레이야는 기겁해서 노래를 부르며 서로 반대쪽으로 도망치듯 뛰어갔다.
레이호우: 아군끼리 싸워서 내부부터 무너지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어디 있을까, 아키텍트군?
아키텍트: (바로 내 옆에.)
레이호우: 지금 대답한 거야? 잘 안 들려서.
아키텍트: !
아키텍트 또한 방금 전의 2명처럼 겁을 먹었으나 도망칠 곳이 없었다.
방공 특기는 육군에서는 비교적 몸이 편한 것으로, 해공군에서는 힘든 것으로 여겨진다. 육군은 땅을 파므로 작전 영역이 완전한 평면은 아니다.
3.3. 위험을 피해야
레이리얼 알터 부대가 레드시프트 부대와 교전 중이다. 레드시프트의 중화기가 발사되려 하는 위태로운 순간이다.
린: 중사님, 먼저 피하십시오! 적의 공격이 옵니다.
클레아스: 함께 피하면 되잖나? 위험지대에서 신속히 멀어져야 한다.
린: 그 말씀대로입니다!
린: 중사님, 먼저 피하십시오! 적의 공격이 옵니다.
클레아스: 함께 피하면 되잖나? 위험지대에서 신속히 멀어져야 한다.
린: 그 말씀대로입니다!
상관 클레아스 옆에 있으면 정신적으로 위험하므로 멀어지려 한다는 뜻.
3.4. 잘못 선언한 리치
(리치. reach. 마작에서 이길 패가 거의 완성되었을 때 선언할 수 있는 공격적인 수. 점수가 커지지만 이후 패를 바꿀 수 없는 위험이 따른다.)
페이가 건물 뒤 구석진 곳에서 다른 병사들과 마작을 하고 있다.
페이: 리~치! 드디어, 얼마 만에 나온 텐파이(승리에 필요한 패가 1개 남은 상태)인지! 승리의 여신이 있다면 아마 제 뒤에 서 있을 거예요.
페이는 기다란 나무토막을 간이테이블 가운데에 딱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연전연패하던 페이에게 승기가 보이는 것 같다.
린: 충분히 이기실 수 있는 판에 강수를 두셔도 되겠습니까?
페이: 모르는 말씀. 진정한 플레이어는 어떠한 위험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법이에요.
???: 정말 기꺼이 받아들일 겁니까?
페이: 당연하죠. 위험 없이 어떤 승리가 있겠나요.
마작판 바깥에 둘러쳐진 널빤지가 하나 걷어지고 이사벨라 원사가 나타났다. 병사들은 놀랐고 페이는 고개를 돌려 이사벨라와 눈이 마주쳤다.
페이: 대, 대장님?
이사벨라: 근무시간에 마작이라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군, 페이 하사.
페이: 네? 근무가 일찍 종료돼서 남은 시간에...
이사벨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하지 않았나? 따라 나와라.
페이가 일어나 이사벨라를 따라간다. 병사들이 고리치(조건을 안 맞추고 선언한 리치. 페널티가 뒤따른다.)라고 웅성댄다. 페이가 황급히 뒤돌아서 반박했다.
이사벨라: 빨리 안 오나?
페이가 다시 이사벨라를 따라갔다. 한 병사가 그럼 이거 론이냐고 물었다. 린 병장은 황급히 그 병사의 입을 틀어막았다.
페이가 건물 뒤 구석진 곳에서 다른 병사들과 마작을 하고 있다.
페이: 리~치! 드디어, 얼마 만에 나온 텐파이(승리에 필요한 패가 1개 남은 상태)인지! 승리의 여신이 있다면 아마 제 뒤에 서 있을 거예요.
페이는 기다란 나무토막을 간이테이블 가운데에 딱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연전연패하던 페이에게 승기가 보이는 것 같다.
린: 충분히 이기실 수 있는 판에 강수를 두셔도 되겠습니까?
페이: 모르는 말씀. 진정한 플레이어는 어떠한 위험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법이에요.
???: 정말 기꺼이 받아들일 겁니까?
페이: 당연하죠. 위험 없이 어떤 승리가 있겠나요.
마작판 바깥에 둘러쳐진 널빤지가 하나 걷어지고 이사벨라 원사가 나타났다. 병사들은 놀랐고 페이는 고개를 돌려 이사벨라와 눈이 마주쳤다.
페이: 대, 대장님?
이사벨라: 근무시간에 마작이라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군, 페이 하사.
페이: 네? 근무가 일찍 종료돼서 남은 시간에...
이사벨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하지 않았나? 따라 나와라.
페이가 일어나 이사벨라를 따라간다. 병사들이 고리치(조건을 안 맞추고 선언한 리치. 페널티가 뒤따른다.)라고 웅성댄다. 페이가 황급히 뒤돌아서 반박했다.
이사벨라: 빨리 안 오나?
페이가 다시 이사벨라를 따라갔다. 한 병사가 그럼 이거 론이냐고 물었다. 린 병장은 황급히 그 병사의 입을 틀어막았다.
페이의 자기예언적 발언대로, 전투 승리의 상징 이사벨라가 뒤에 서 있었다.
승리에 가까이 갔던 기억 때문에 엎어진 판을 살아 있는 판처럼 여기고 불필요한 반박을 할 만큼 페이는 마작에 지나치게 빠져 있다. 론은 남이 버린 패를 가져다 승리했다는 뜻, 즉 마작판에서 버려진 페이를 이사벨라가 데려가서 남은 병사들이 무사했다는 비정한 뜻이 되므로 페이가 듣지 못하게 입을 막은 것이다.
3.5. 건강에 해로운 것
앰브로시아가 부대원을 모아놓고 훈시했다.
앰브로시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 관리가 필수적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듯이 육체와 정신 건강은 함께 가는 것이다. 어느 한쪽에라도 해로운 것은 당장 치워 버리는 것이 좋다.
그레이: 정신 건강에만 해로운 것도 치워 버려야 하나요?
앰브로시아: 물론이다.
발렌시아: 지금 당장 치워도 됩니까?
앰브로시아: 당장 치우도록.
그레이와 발렌시아는 곧바로 앰브로시아를 들쳐업기 시작했다.
앰브로시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 관리가 필수적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듯이 육체와 정신 건강은 함께 가는 것이다. 어느 한쪽에라도 해로운 것은 당장 치워 버리는 것이 좋다.
그레이: 정신 건강에만 해로운 것도 치워 버려야 하나요?
앰브로시아: 물론이다.
발렌시아: 지금 당장 치워도 됩니까?
앰브로시아: 당장 치우도록.
그레이와 발렌시아는 곧바로 앰브로시아를 들쳐업기 시작했다.
3.6. 우리의 주적은
앰브로시아 소장이 프록시안들을 모아 놓고 정훈교육을 하고 있었다. 발렌시아는 참기 힘든 지루함을 느꼈다. 이때 교육 내용은 화기와 화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었다.
발렌시아: (그 강력한 화기로 병사식당이나 부숴 버리면 좋겠네.)
발렌시아가 집중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챈 앰브로시아는 기습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앰브로시아: 발렌시아 상사, 우리 스팅스가 부숴 버려야 할 주적이 누군가?
발렌시아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발렌시아: 병사... 아니, 레드시프트입니다!
앰브로시아: 핵심을 찌르는 대답이다. 전선에서 직접 교전하게 될 적 병사뿐 아니라 장교를 포함한 레드시프트 전체를 섬멸해야 한다. 장교는 병력을 지휘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계급이 높을수록 위협적이다. 가만히 두면 스팅스의 전력을 점점 갉아먹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말도록.
발렌시아: (그 강력한 화기로 병사식당이나 부숴 버리면 좋겠네.)
발렌시아가 집중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챈 앰브로시아는 기습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앰브로시아: 발렌시아 상사, 우리 스팅스가 부숴 버려야 할 주적이 누군가?
발렌시아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발렌시아: 병사... 아니, 레드시프트입니다!
앰브로시아: 핵심을 찌르는 대답이다. 전선에서 직접 교전하게 될 적 병사뿐 아니라 장교를 포함한 레드시프트 전체를 섬멸해야 한다. 장교는 병력을 지휘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계급이 높을수록 위협적이다. 가만히 두면 스팅스의 전력을 점점 갉아먹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말도록.
계급이 높고 스팅스의 전력을 점점 갉아먹는 장교가 한 명 있다.
3.7. 프록시안을 강하게 하는 것
무인도 표류 사건 이후 스팅스로 무사히 돌아온 레이리얼 아스날. 앰브로시아를 찾아간 그레이는 그 당시를 소회하며 말했다.
그레이: 소장님께서 그때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어려움을 겪고 저도 한층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앰브로시아: 좌절감이 프록시안을 강하게 한다는 것 말이군. 좌절하는 그 순간에는 힘들고 괴롭더라도 이겨낸다면 담금질한 쇠처럼 이전보다 강해지는 보람을 얻게 되지.
그레이는 얼굴에서 긴장한 기색을 덜며 이어 말했다.
그레이: 다름이 아니라... 지금 보람 있는 소식을 전해 드리러 찾아뵈었거든요.
앰브로시아: 하사가 좋은 소식을 가져왔다니 오늘은 참 운수가 좋은 것 같아. 그 소식이 뭔가?
그레이는 조금 안심하며 대답을 이어 갔다.
그레이: 방금 전화를 받았는데요. 병사 몇 명이 사라져서 안 보인대요. 생활관 한쪽 벽에 구멍이 나 있었고요.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 같다고... 지휘관이 이걸 몰랐을 수 있냐며 소장님을 처,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헌병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대요. 소장님, 앞으로 많이... 강해지실 수 있겠죠?
그레이: 소장님께서 그때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어려움을 겪고 저도 한층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앰브로시아: 좌절감이 프록시안을 강하게 한다는 것 말이군. 좌절하는 그 순간에는 힘들고 괴롭더라도 이겨낸다면 담금질한 쇠처럼 이전보다 강해지는 보람을 얻게 되지.
그레이는 얼굴에서 긴장한 기색을 덜며 이어 말했다.
그레이: 다름이 아니라... 지금 보람 있는 소식을 전해 드리러 찾아뵈었거든요.
앰브로시아: 하사가 좋은 소식을 가져왔다니 오늘은 참 운수가 좋은 것 같아. 그 소식이 뭔가?
그레이는 조금 안심하며 대답을 이어 갔다.
그레이: 방금 전화를 받았는데요. 병사 몇 명이 사라져서 안 보인대요. 생활관 한쪽 벽에 구멍이 나 있었고요.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 같다고... 지휘관이 이걸 몰랐을 수 있냐며 소장님을 처,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헌병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대요. 소장님, 앞으로 많이... 강해지실 수 있겠죠?
3.8. 그레이의 일기
XXXX년 8월 X일 날씨 아주 맑음
지난번의 여름 휴가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요즘 들어 잊히지 않을 일들이 연달아 생기긴 했지만, 무인도에서의 일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앰브로시아 소장님은 손에 든 대포를 자주 울리며 화력을 보여 주신다.
프록시안은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고 하니 횟수를 아끼려고 대포가 대신해서 매번 우는 것 같다.
그러다가 아스니아 소유의 숲을 다 태우긴 했지만, 그것도 타 문명에게 강하게 나가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프록시안은 좌절할수록 강해진다는 말씀대로, 섬에 갇혀서 좌절했지만 생존하기 위해 다함께 힘을 합치면서 모두가 한층 강해진 것 같다.
오늘은 헌병대가 와서 소장님을 데리고 갔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크게 구겨진 소장님의 표정으로 보아, 돌아오셨을 땐 많이 강해지셨을 것이다.
정말 정말 많이 강해지신 소장님을 다시 뵈는 그날을 기다린다.
-끝-
지난번의 여름 휴가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요즘 들어 잊히지 않을 일들이 연달아 생기긴 했지만, 무인도에서의 일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앰브로시아 소장님은 손에 든 대포를 자주 울리며 화력을 보여 주신다.
프록시안은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고 하니 횟수를 아끼려고 대포가 대신해서 매번 우는 것 같다.
그러다가 아스니아 소유의 숲을 다 태우긴 했지만, 그것도 타 문명에게 강하게 나가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프록시안은 좌절할수록 강해진다는 말씀대로, 섬에 갇혀서 좌절했지만 생존하기 위해 다함께 힘을 합치면서 모두가 한층 강해진 것 같다.
오늘은 헌병대가 와서 소장님을 데리고 갔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크게 구겨진 소장님의 표정으로 보아, 돌아오셨을 땐 많이 강해지셨을 것이다.
정말 정말 많이 강해지신 소장님을 다시 뵈는 그날을 기다린다.
-끝-
앰브로시아가 평소에 지나치게 FM을 시전하는 바람에, 인성 좋은 직속부하 그레이마저 한번 고초를 겪어 보시라고 살짝 비꼬는 어투를 쓰게 되었다.
3.9. 뭐가 보이나
레이리얼 아스날 생활관 창문 앞에 앰브로시아와 그레이가 서 있다. 앰브로시아는 몸을 바깥 방향으로 향한 채 창틀에 손을 올리고 물었다.
앰브로시아: 뭐가 보이나?
그레이: 예?
앰브로시아: 지금 뭐가 보이냐고 물었다.
앰브로시아의 굳은 어조로 보아 심상찮은 일인 것 같다. 창문 밖으로는 화창한 날씨의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체 밖에 무엇이 보인다는 말인가? 그레이는 최대한 생각을 짜내서 대답했다.
그레이: 끝없이 펼쳐진 하늘이 보입니다. 레드시프트가 없어진 평화를 나타내는 듯한 파란 하늘과, 순수한 전우애를 나타내는 듯한 하얀 구름이 있습니다.
앰브로시아: 이봐, 하사....
그레이: 하사 그레이!
앰브로시아 소장은 손을 창틀에서 거두어 손가락을 내밀며 소리첬다.
앰브로시아: 이게 보이냔 말이다! 이 시커먼 먼지가!
그레이: 죄송합니다!
아뿔싸. 엉뚱한 대답으로 앰브로시아의 심기가 크게 흐트러진 게 틀림없다. 그레이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 항명? 기만? 무슨 명목으로든 결국 스팅스교육대로 끌려갈 것이다. 침상에 정좌로 앉아서 밤늦게까지 반성문을 쓴다. 스팅스산 몽당연필로 손가락이 뻐근하도록 쓰고 또 쓴다. 아침이 되면 푸짐한 배급식량이 기다리고 있다.
그레이는 얼굴빛이 파래진 채 떨고 있다. 앰브로시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한다. 1초가 1시간 같다.
앰브로시아: 생활관 위생에 앞으로 더 신경 쓰도록.
앰브로시아가 태연하게 밖으로 나갔다.
앰브로시아: 뭐가 보이나?
그레이: 예?
앰브로시아: 지금 뭐가 보이냐고 물었다.
앰브로시아의 굳은 어조로 보아 심상찮은 일인 것 같다. 창문 밖으로는 화창한 날씨의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체 밖에 무엇이 보인다는 말인가? 그레이는 최대한 생각을 짜내서 대답했다.
그레이: 끝없이 펼쳐진 하늘이 보입니다. 레드시프트가 없어진 평화를 나타내는 듯한 파란 하늘과, 순수한 전우애를 나타내는 듯한 하얀 구름이 있습니다.
앰브로시아: 이봐, 하사....
그레이: 하사 그레이!
앰브로시아 소장은 손을 창틀에서 거두어 손가락을 내밀며 소리첬다.
앰브로시아: 이게 보이냔 말이다! 이 시커먼 먼지가!
그레이: 죄송합니다!
아뿔싸. 엉뚱한 대답으로 앰브로시아의 심기가 크게 흐트러진 게 틀림없다. 그레이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 항명? 기만? 무슨 명목으로든 결국 스팅스교육대로 끌려갈 것이다. 침상에 정좌로 앉아서 밤늦게까지 반성문을 쓴다. 스팅스산 몽당연필로 손가락이 뻐근하도록 쓰고 또 쓴다. 아침이 되면 푸짐한 배급식량이 기다리고 있다.
그레이는 얼굴빛이 파래진 채 떨고 있다. 앰브로시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한다. 1초가 1시간 같다.
앰브로시아: 생활관 위생에 앞으로 더 신경 쓰도록.
앰브로시아가 태연하게 밖으로 나갔다.
여러 해석이 있다. 첫 번째는 최선을 다한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 두 번째는 대답의 허점에서 프록시안적인 매력을 느꼈다는 것(전우애 구름이 평화 하늘을 가려 버린다), 세 번째는 높은 업무 피로도를 고려해 줬다는 것, 네 번째는 처음부터 사소한 위생으로 크게 문제 삼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3.10. 체스를 잘 두면
아키텍트와 브륀힐데는 소대장실에서 한창 체스에 열중하고 있었다.
브륀힐데: 후하하하! 제가 또 이겼습니다. 이걸로 100연승째! 최근 100경기는 모두 제 승리입니다. 이제 더 이상 체스 실력으로 흠 잡힐 일은 없을 겁니다.
크게 기뻐하는 브륀힐데에게 아키텍트가 물었다.
아키텍트: 축하해 브륀힐데. 그런데 체스를 그렇게 잘 두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어?
브륀힐데: 그동안 저는 전투도 지휘도 실수를 해 왔고 체스마저 제대로 못 두면서 소대원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제가 그렇게 강조하던 발키리의 명예를 저 스스로 구겨 버린 셈입니다.
브륀힐데는 자신감에 차서 이어 말했다.
브륀힐데: 그러나 이제부터는 무슨 실수를 하더라도 '체스도 둘 줄 모르는 허접'이라는 수치스러운 말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발할라의 발키리로서의 명예는 이렇게 지켜지게 되었습니다.
그 명예가 하루라도 더 오래 유지되기를 아키텍트는 진심으로 바랐다.
브륀힐데: 후하하하! 제가 또 이겼습니다. 이걸로 100연승째! 최근 100경기는 모두 제 승리입니다. 이제 더 이상 체스 실력으로 흠 잡힐 일은 없을 겁니다.
크게 기뻐하는 브륀힐데에게 아키텍트가 물었다.
아키텍트: 축하해 브륀힐데. 그런데 체스를 그렇게 잘 두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어?
브륀힐데: 그동안 저는 전투도 지휘도 실수를 해 왔고 체스마저 제대로 못 두면서 소대원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제가 그렇게 강조하던 발키리의 명예를 저 스스로 구겨 버린 셈입니다.
브륀힐데는 자신감에 차서 이어 말했다.
브륀힐데: 그러나 이제부터는 무슨 실수를 하더라도 '체스도 둘 줄 모르는 허접'이라는 수치스러운 말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발할라의 발키리로서의 명예는 이렇게 지켜지게 되었습니다.
그 명예가 하루라도 더 오래 유지되기를 아키텍트는 진심으로 바랐다.
참군인이 되기를 다짐한 브륀힐데가 전쟁과 전투보다 체스를 중시하며, 진짜 명예가 있어야 할 곳을 헷갈리는 망가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보자인 아키텍트를 이겼다고 체스를 잘 둔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누군가와 대국을 하는 날이 곧 명예가 무너지는 날이 될 것이다.
3.11. 훈련을 하는 이유
레이리얼 소드 573소대가 훈련을 하고 있었다. 모두가 힘들어했지만 소대장 브륀힐데는 강도 높은 훈련을 계속 진행했다. 잠시 찾아온 휴식 시간에 크림슨이 불평했다.
크림슨: 소대장님, 꼭 이렇게 힘들게 뛰어야 돼? 많이 뛴다고 대포가 더 세게 나가는 건 아니라고.
브륀힐데: 이게 다 강한 전투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크림슨: 전투력을 갖추면 뭐 하는데?
브륀힐데: 그 힘으로 레드시프트를 모두 없애 버린다.
크림슨: 레드시프트를 다 없애면?
브륀힐데: 편히 쉬면서 프록시안생을 즐기겠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크림슨이 물었다.
크림슨: 그럼 지금 편히 쉬고 나중에 레드시프트를 없애면 안 돼? 어차피 결과는 똑같잖아?
브륀힐데: 순서가 다르지 않은가! 쉐리 너는 어떻게 생각하나?
쉐리: 하나만 믿어야 한다면 크림슨의 연산 결과를 믿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요?
브륀힐데: 쉐리 너까지! 그럼 레이첼은?
레이첼: 모를 때는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
브륀힐데: 크윽, 이래서는 발키리의 긍지가....
크림슨: 소대장, 또 진 거야? 훈련을 더 받아서 전투력을 갖추라고.
브륀힐데는 한동안 또 소대의 놀림거리가 되었다. 발키리의 긍지를 찾기 위한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크림슨: 소대장님, 꼭 이렇게 힘들게 뛰어야 돼? 많이 뛴다고 대포가 더 세게 나가는 건 아니라고.
브륀힐데: 이게 다 강한 전투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크림슨: 전투력을 갖추면 뭐 하는데?
브륀힐데: 그 힘으로 레드시프트를 모두 없애 버린다.
크림슨: 레드시프트를 다 없애면?
브륀힐데: 편히 쉬면서 프록시안생을 즐기겠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크림슨이 물었다.
크림슨: 그럼 지금 편히 쉬고 나중에 레드시프트를 없애면 안 돼? 어차피 결과는 똑같잖아?
브륀힐데: 순서가 다르지 않은가! 쉐리 너는 어떻게 생각하나?
쉐리: 하나만 믿어야 한다면 크림슨의 연산 결과를 믿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요?
브륀힐데: 쉐리 너까지! 그럼 레이첼은?
레이첼: 모를 때는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
브륀힐데: 크윽, 이래서는 발키리의 긍지가....
크림슨: 소대장, 또 진 거야? 훈련을 더 받아서 전투력을 갖추라고.
브륀힐데는 한동안 또 소대의 놀림거리가 되었다. 발키리의 긍지를 찾기 위한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3.12. 소대장의 위신, 해피 엔딩 편
브륀힐데가 아키텍트에게 고민을 말했다.
브륀힐데: 소대장으로서의 권위가 서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사적인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는 지휘체계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예측불허인 크림슨이 평소에는 몰라도 전장에서까지 제멋대로 굴면 스팅스의 부대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브륀힐데의 소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고민을 들은 아키텍트는 혼자 남아서 생각에 잠겼다. 말괄량이 크림슨은 아키텍트가 옆에 있으면 확실히 얌전해지지만 전쟁터에 항상 따라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문제는 573 소대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마침 같은 소대원 쉐리가 크림슨을 잘 달랜다는 것을 떠올렸다. 브륀힐데가 아키텍트에게 털어놓은 고민을, 아키텍트가 쉐리에게 전했고, 쉐리는 크림슨을 소대원이 모인 자리에서 설득했다.
쉐리: 크림슨, 소대장님은 우리를 위해서 대단한 일을 많이 하시는 분이야. 그러니까 감사해하고 잘 따라야 해.
크림슨: 허접 소대장이? 맨날 뭐가 잘못됐다고 어디에 불려 가고 밥도 혼자 먹던데, 엄청 능력 없는 거 아냐?
쉐리: 부대를 이끄는 장교한테는 어려운 숙제가 주어지거든. 매일 혼자서 배급식량이랑 브로콜리로 밥을 먹어야 되고 남기면 안 돼. 그래도 소대장님은 불평 한 마디 없고 울지도 않아.
크림슨은 조금 놀라서 브륀힐데에게 말했다.
크림슨: 소대장, 맨날 그렇게 힘들었어? 크림슨은 소대장이 그렇게 고생하는지 몰랐어. 앞으로 소대장 말 잘 듣고 아이스크림 먹을 때 한 입 주고 체스 두고 같이 놀아 줄게.
소대장의 권위가 섰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크림슨의 일탈은 줄어들 듯하다.
브륀힐데: 소대장으로서의 권위가 서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사적인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는 지휘체계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예측불허인 크림슨이 평소에는 몰라도 전장에서까지 제멋대로 굴면 스팅스의 부대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브륀힐데의 소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고민을 들은 아키텍트는 혼자 남아서 생각에 잠겼다. 말괄량이 크림슨은 아키텍트가 옆에 있으면 확실히 얌전해지지만 전쟁터에 항상 따라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문제는 573 소대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마침 같은 소대원 쉐리가 크림슨을 잘 달랜다는 것을 떠올렸다. 브륀힐데가 아키텍트에게 털어놓은 고민을, 아키텍트가 쉐리에게 전했고, 쉐리는 크림슨을 소대원이 모인 자리에서 설득했다.
쉐리: 크림슨, 소대장님은 우리를 위해서 대단한 일을 많이 하시는 분이야. 그러니까 감사해하고 잘 따라야 해.
크림슨: 허접 소대장이? 맨날 뭐가 잘못됐다고 어디에 불려 가고 밥도 혼자 먹던데, 엄청 능력 없는 거 아냐?
쉐리: 부대를 이끄는 장교한테는 어려운 숙제가 주어지거든. 매일 혼자서 배급식량이랑 브로콜리로 밥을 먹어야 되고 남기면 안 돼. 그래도 소대장님은 불평 한 마디 없고 울지도 않아.
크림슨은 조금 놀라서 브륀힐데에게 말했다.
크림슨: 소대장, 맨날 그렇게 힘들었어? 크림슨은 소대장이 그렇게 고생하는지 몰랐어. 앞으로 소대장 말 잘 듣고 아이스크림 먹을 때 한 입 주고 체스 두고 같이 놀아 줄게.
소대장의 권위가 섰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크림슨의 일탈은 줄어들 듯하다.
3.13. 소대장의 위신, 새드 엔딩 편
쉐리는 브륀힐데가 발키리로서의 자부심과 명예감이 강한 것을 떠올리고, 비장하게 크림슨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쉐리: 크림슨, 소대장님은 뒤에서 우리를 많이 챙겨 주시는 고마우신 분이야. 항상 감사해해야 해.
크림슨: 많이 챙겨준다고? 훈련을? 급식에 브로콜리를? 소대 대항전 벌칙을?
브륀힐데: .......
쉐리: 지난번에 체스를 두면서 아이스크림을 많이 사 주셨지. 소대장의 체면 때문에 아키텍트님을 거쳐서 체스를 핑계로 일부러 져 준 거야.
크림슨: 일부러 져 줬어? 지니까 슬퍼서 울던데?
쉐리: 발할라의 발키리는 강자 앞에서는 강해지고, 약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져서 울기도 해.
크림슨: 체스는 크림슨이 더 강한데 그럼 발키리가 강자 앞에서 울었네. 강자 앞에서 강해지면 눈물이 나와?
무언가 꼬여 가는 상황에서 브륀힐데가 간신히 한 마디를 이었다.
브륀힐데: 이제 그만....
크림슨: 어, 소대장 또 강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뛰쳐나가는 브륀힐데의 뒤로 알 수 없는 말들이 몇 마디 오갔다. 발키리의 명예라는 것은 쉐리조차 어쩌지 못할 만큼 거룩하고 위대한 무엇일지도 모른다. 험난한 시련의 길이 발할라에서 선택받은 발키리, 브륀힐데의 앞에 길게 펼쳐져 있었다.
쉐리: 크림슨, 소대장님은 뒤에서 우리를 많이 챙겨 주시는 고마우신 분이야. 항상 감사해해야 해.
크림슨: 많이 챙겨준다고? 훈련을? 급식에 브로콜리를? 소대 대항전 벌칙을?
브륀힐데: .......
쉐리: 지난번에 체스를 두면서 아이스크림을 많이 사 주셨지. 소대장의 체면 때문에 아키텍트님을 거쳐서 체스를 핑계로 일부러 져 준 거야.
크림슨: 일부러 져 줬어? 지니까 슬퍼서 울던데?
쉐리: 발할라의 발키리는 강자 앞에서는 강해지고, 약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져서 울기도 해.
크림슨: 체스는 크림슨이 더 강한데 그럼 발키리가 강자 앞에서 울었네. 강자 앞에서 강해지면 눈물이 나와?
무언가 꼬여 가는 상황에서 브륀힐데가 간신히 한 마디를 이었다.
브륀힐데: 이제 그만....
크림슨: 어, 소대장 또 강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뛰쳐나가는 브륀힐데의 뒤로 알 수 없는 말들이 몇 마디 오갔다. 발키리의 명예라는 것은 쉐리조차 어쩌지 못할 만큼 거룩하고 위대한 무엇일지도 모른다. 험난한 시련의 길이 발할라에서 선택받은 발키리, 브륀힐데의 앞에 길게 펼쳐져 있었다.
3.14. 목욕
카나타는 여느 때와 같이 아키텍트에게 여동생 마나에 대해 이야기했다.
카나타: 어렸을 때는 함께 목욕도 같이 하고 곧잘 옆에서 같이 자기도 했는데...
아키텍트: (목욕?)
카나타는 양 허리에 두 손을 짚고 말했다.
카나타: 아키텍트님, 지금 이상한 생각 하셨죠?
아키텍트는 빠르게 변명했다.
아키텍트: 카나타는 여동생을 참 아끼는 것 같고, 마나도 언니 덕분에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했어. 자매가 사이가 좋다는 건 이상하다기보다는 아름다운 것이니까. 자매가 아니어서 부러움을 느낄 이들도 많을 거야.
카나타는 허리에서 손을 내리고 약간 옆을 보며 말했다.
카나타: 하긴 자매가 없는 경우도 있으니, 저와 마나 중 한쪽이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네요.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거나 목욕할 수도 없으니 말이에요.
말을 마친 카나타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아키텍트는 속으로 혼란을 느꼈으나, 지금 상황이 앞으로 카나타 또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영영 알 수 없었다.
카나타: 어렸을 때는 함께 목욕도 같이 하고 곧잘 옆에서 같이 자기도 했는데...
아키텍트: (목욕?)
카나타는 양 허리에 두 손을 짚고 말했다.
카나타: 아키텍트님, 지금 이상한 생각 하셨죠?
아키텍트는 빠르게 변명했다.
아키텍트: 카나타는 여동생을 참 아끼는 것 같고, 마나도 언니 덕분에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했어. 자매가 사이가 좋다는 건 이상하다기보다는 아름다운 것이니까. 자매가 아니어서 부러움을 느낄 이들도 많을 거야.
카나타는 허리에서 손을 내리고 약간 옆을 보며 말했다.
카나타: 하긴 자매가 없는 경우도 있으니, 저와 마나 중 한쪽이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네요.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거나 목욕할 수도 없으니 말이에요.
말을 마친 카나타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아키텍트는 속으로 혼란을 느꼈으나, 지금 상황이 앞으로 카나타 또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영영 알 수 없었다.
서술 트릭 때문에 카나타의 속마음은 본인을 제외하고 정말 알 수 없는 채로 남았으나, 아키텍트를 바라보는 현실의 플레이어들은 '망했어요'라고 편향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일단 아키텍트는 수상하게 해명이 길다.
3.15. 명문가의 영애를 예우하는 법
리메리트의 모의 경기장은 오늘도 시끌벅적했다.
타이나: 일리아나, 넌 오늘부터 판게아에서 추방이야. 나가!
갑작스러운 통보에 일리아나는 당황했다.
일리아나: 이게 갑자기 무슨 말이죠? 팀원 모두가 합의한 사항인가요?
패트리샤: 그럴 리가요. 명문가의 영애에게 그런 야만적인 선언을 할 리 없잖아요.
타이나: 야만적이라니, 나한테 한 말이야?
패트리샤: 가만 있어 봐요, 타이나. 고귀하신 분과는 고귀한 언어로 대화해야 하는 법이랍니다.
일리아나: 오호호! 이제야 말이 통하겠군요.
패트리샤가 말했다.
패트리샤: 안 보이고 없을 때가 대부분이지만 있다면 꼭 화장실에 있어야 하는 자연물이 있지요. 일리아나 씨의 긍지가 담긴 사복검은 드높은 품격만큼 사방에 드높이 자연물을 흩뿌립니다. 전술대항전 참여 프록시안들도 그 자연물에 지속적으로 누적 피격되겠죠. 경기가 끝나면 그들의 얼굴과 머리카락부터...
앤은 멍한 표정으로 할 말을 잊었고 타이나는 괴로운 표정으로 말을 끊었다.
타이나: 그만... 해, 패트리샤... 이 잔인한 자식....
일리아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자리에 선 채 굳어져서 동공이 보이지 않았다.
타이나: 일리아나, 넌 오늘부터 판게아에서 추방이야. 나가!
갑작스러운 통보에 일리아나는 당황했다.
일리아나: 이게 갑자기 무슨 말이죠? 팀원 모두가 합의한 사항인가요?
패트리샤: 그럴 리가요. 명문가의 영애에게 그런 야만적인 선언을 할 리 없잖아요.
타이나: 야만적이라니, 나한테 한 말이야?
패트리샤: 가만 있어 봐요, 타이나. 고귀하신 분과는 고귀한 언어로 대화해야 하는 법이랍니다.
일리아나: 오호호! 이제야 말이 통하겠군요.
패트리샤가 말했다.
패트리샤: 안 보이고 없을 때가 대부분이지만 있다면 꼭 화장실에 있어야 하는 자연물이 있지요. 일리아나 씨의 긍지가 담긴 사복검은 드높은 품격만큼 사방에 드높이 자연물을 흩뿌립니다. 전술대항전 참여 프록시안들도 그 자연물에 지속적으로 누적 피격되겠죠. 경기가 끝나면 그들의 얼굴과 머리카락부터...
앤은 멍한 표정으로 할 말을 잊었고 타이나는 괴로운 표정으로 말을 끊었다.
타이나: 그만... 해, 패트리샤... 이 잔인한 자식....
일리아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자리에 선 채 굳어져서 동공이 보이지 않았다.
위생적이지 않은 무언가를 너무 자세하게 묘사해서 목표를 지나치게 초과 달성하고 말았다.
3.16. 절반은 맞는 말
아키텍트와 유리지아는 이전 문명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리지아: 이전 문명의 모습에 대해 상상해 봤엉? 아니, 직접 겪어 봤겠구낭. 레드시프트라든지, 스팅스라든지, 순수예술과 4인방처럼, 없을 게 없던 이전 문명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평화로웠겠징.
???: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들 있는 건가?
샤레가 베르베타와 함께 나타났다.
샤레: 자유예술과 족속과 어울려서 이상한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고 있었구먼.
아키텍트: (아니, 웃지는 않았는데.)
샤레: 에라디카 님까지 계신 순수예술과가 없으면 평화롭다고? 그런 불경한 말을 입에 담는단 말인가?
베르베타가 별 일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베르베타: 유리지아 님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샤레: 베르베타 자네...
베르베타: 4분의 1은 확실하게 맞다고 자신합니다. 제가 가까이에서 항상 봤으니까요. 거기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면 4분의 3까지도 타당할 수 있습니다. 그 의견에 과격한 표현이 다수 포함되었지만 그만큼 정확성을 보장한다는 뜻이 될 겁니다.
샤레: .......
4분의 1과 4분의 3을 평균 내면 2분의 1, 즉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니까 합쳐서 없는 일로 하자고 중재하는 아키텍트였다.
유리지아: 이전 문명의 모습에 대해 상상해 봤엉? 아니, 직접 겪어 봤겠구낭. 레드시프트라든지, 스팅스라든지, 순수예술과 4인방처럼, 없을 게 없던 이전 문명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평화로웠겠징.
???: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들 있는 건가?
샤레가 베르베타와 함께 나타났다.
샤레: 자유예술과 족속과 어울려서 이상한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고 있었구먼.
아키텍트: (아니, 웃지는 않았는데.)
샤레: 에라디카 님까지 계신 순수예술과가 없으면 평화롭다고? 그런 불경한 말을 입에 담는단 말인가?
베르베타가 별 일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베르베타: 유리지아 님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샤레: 베르베타 자네...
베르베타: 4분의 1은 확실하게 맞다고 자신합니다. 제가 가까이에서 항상 봤으니까요. 거기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면 4분의 3까지도 타당할 수 있습니다. 그 의견에 과격한 표현이 다수 포함되었지만 그만큼 정확성을 보장한다는 뜻이 될 겁니다.
샤레: .......
4분의 1과 4분의 3을 평균 내면 2분의 1, 즉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니까 합쳐서 없는 일로 하자고 중재하는 아키텍트였다.
순수예술과 4명 중 에라디카는 곁에서 모셔 본 베르베타가 직접 답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프록시안 스토리 베르베타 1화에 그 모습이 잘 나와 있다.
샤레는 치안 업무를 수행하며 시민들과 자주 충돌하여 이미지가 나쁘고, 벨리타는 내란죄를 저질러 도시 전역에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었다.
3.17. 그 RPG 게임이 인기 있는 이유
유리지아는 아키텍트에게 새로 만든 RPG 게임을 소개했다.
유리지아: 초보자 마을에서 시작해서 점차 강한 몬스터를 잡으며 힘을 기르고 마지막에는 악의 제국 아르세즈에 잠입해 대마왕 에라디카를 쓰러트리는 거양!
아키텍트: 에라디카를 그렇게 아무렇게나 쓰러트려도 괜찮아?
아무리 작품이라지만 초지능체를 함부로 다루는 게 걱정된 아키텍트가 물었지만, 유리지아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유리지아: 아키텍트 말이 맞앙. 대마왕은 깊은 곳에 있어서 아무렇게나 마주칠 순 없고 그 부하를 먼저 상대해야겠징. 본인이 시엘관 관장인지 시엘(하늘)인지 구별 못 하는 꼬마 사서라든징.
아키텍트: 아니, 내 말은 그렇게 때려눕히는 내용으로 만들어도 심의에 문제 없냐는 뜻이었어. (에라디카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프록시안이잖아.
유리지아: 좋은 지적이양. 어린이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되니까 꼬마 사서는 적당히 혼내 준 뒤 벌을 세우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엉. 평소 성격이 반영돼서 손 들고 서 있으면서도 끝없이 불평을 하징. 그러면 또 혼내거나 간식을 줘서 다른 대사가 나오게 할 수도 있엉.
아키텍트: .......
유리지아의 게임 제작에 대한 열정은 아키텍트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예상대로 그 RPG 게임은 샤레에게 제출되어 샤레의 호통과 함께 심의 탈락되었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샤레가 인증한 샤레 혼내기 게임으로 유명세를 타서 아르세즈 뒷골목에서 활발히 거래되었다. 샤레 혼내기 게임의 선풍적인 인기는 샤레를 포함해서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유리지아: 초보자 마을에서 시작해서 점차 강한 몬스터를 잡으며 힘을 기르고 마지막에는 악의 제국 아르세즈에 잠입해 대마왕 에라디카를 쓰러트리는 거양!
아키텍트: 에라디카를 그렇게 아무렇게나 쓰러트려도 괜찮아?
아무리 작품이라지만 초지능체를 함부로 다루는 게 걱정된 아키텍트가 물었지만, 유리지아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유리지아: 아키텍트 말이 맞앙. 대마왕은 깊은 곳에 있어서 아무렇게나 마주칠 순 없고 그 부하를 먼저 상대해야겠징. 본인이 시엘관 관장인지 시엘(하늘)인지 구별 못 하는 꼬마 사서라든징.
아키텍트: 아니, 내 말은 그렇게 때려눕히는 내용으로 만들어도 심의에 문제 없냐는 뜻이었어. (에라디카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프록시안이잖아.
유리지아: 좋은 지적이양. 어린이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되니까 꼬마 사서는 적당히 혼내 준 뒤 벌을 세우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엉. 평소 성격이 반영돼서 손 들고 서 있으면서도 끝없이 불평을 하징. 그러면 또 혼내거나 간식을 줘서 다른 대사가 나오게 할 수도 있엉.
아키텍트: .......
유리지아의 게임 제작에 대한 열정은 아키텍트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예상대로 그 RPG 게임은 샤레에게 제출되어 샤레의 호통과 함께 심의 탈락되었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샤레가 인증한 샤레 혼내기 게임으로 유명세를 타서 아르세즈 뒷골목에서 활발히 거래되었다. 샤레 혼내기 게임의 선풍적인 인기는 샤레를 포함해서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3.18. 늙지 않았어
크림슨: 우하하하하!
아이렌: 거기 서십시오!
크림슨: 서란다고 서는 바보가 어딨냐! 메~롱이다!
아이렌: 크윽...!
크림슨: 아키텍트다! 잘 됐네! 나 좀 숨겨줘! 아이렌이 날 막 괴롭혀!
아이렌: 으읏! 아키텍트님을 방패로 삼다니...! 이제와서 불쌍한 척을 해봐야 흉악한 무기를 든 시점에서 아웃입니다.
크림슨: 흉악하고 늙은 건 아이렌이고!
아이렌: 느, 늙어!?
크림슨: 아키텍트도 어린 쪽이 좋다고 할걸?
소동이 일단락되고 아키텍트는 아이렌과 함께 아카데미 앞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아이렌을 위로했다.
아키텍트: 크림슨이 늙었다고 한 말은 너무 담아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걔는 어리니까 어른들이 다 늙어 보일 거야. 아이렌은 전혀 늙지 않았어. 누가 아이렌을 보고 늙었다고 생각하겠어?
아이렌: 죄송하지만 그... 늙었다는 단어를 안 쓰시면 안 되겠습니까?
위로한답시고 한 말이 상처를 더 긁었다는 것을 이해한 아키텍트는 대답 대신 아이렌의 허리를 팔로 감싸안았다.
아이렌: 아키텍트님....
둘은 서로 어깨가 닿도록 가까이 앉았다. 행복해 보이는 분위기였다. 프록시안들이 숨어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같이 숨어서 보던 오로라가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로라: 와아. 오빠랑 아이렌 언니가 5단계가 됐어.
다른 프록시안들이 궁금해져서 5단계가 무엇인지 물었다. 오로라는 기쁜 얼굴로, 가족끼리는 도달할 수 없는 단계인데, 어른들이 하는 것이고, 예전에 물어봤더니 당황하면서 숨겼다고, 최대한 아는 대로 설명했다. 이걸 들은 프록시안들이 각자의 문명에 소문을 퍼뜨리는 바람에, 아키텍트와 아이렌은 한동안 만나는 프록시안마다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아이렌: 거기 서십시오!
크림슨: 서란다고 서는 바보가 어딨냐! 메~롱이다!
아이렌: 크윽...!
크림슨: 아키텍트다! 잘 됐네! 나 좀 숨겨줘! 아이렌이 날 막 괴롭혀!
아이렌: 으읏! 아키텍트님을 방패로 삼다니...! 이제와서 불쌍한 척을 해봐야 흉악한 무기를 든 시점에서 아웃입니다.
크림슨: 흉악하고 늙은 건 아이렌이고!
아이렌: 느, 늙어!?
크림슨: 아키텍트도 어린 쪽이 좋다고 할걸?
소동이 일단락되고 아키텍트는 아이렌과 함께 아카데미 앞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아이렌을 위로했다.
아키텍트: 크림슨이 늙었다고 한 말은 너무 담아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걔는 어리니까 어른들이 다 늙어 보일 거야. 아이렌은 전혀 늙지 않았어. 누가 아이렌을 보고 늙었다고 생각하겠어?
아이렌: 죄송하지만 그... 늙었다는 단어를 안 쓰시면 안 되겠습니까?
위로한답시고 한 말이 상처를 더 긁었다는 것을 이해한 아키텍트는 대답 대신 아이렌의 허리를 팔로 감싸안았다.
아이렌: 아키텍트님....
둘은 서로 어깨가 닿도록 가까이 앉았다. 행복해 보이는 분위기였다. 프록시안들이 숨어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같이 숨어서 보던 오로라가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로라: 와아. 오빠랑 아이렌 언니가 5단계가 됐어.
다른 프록시안들이 궁금해져서 5단계가 무엇인지 물었다. 오로라는 기쁜 얼굴로, 가족끼리는 도달할 수 없는 단계인데, 어른들이 하는 것이고, 예전에 물어봤더니 당황하면서 숨겼다고, 최대한 아는 대로 설명했다. 이걸 들은 프록시안들이 각자의 문명에 소문을 퍼뜨리는 바람에, 아키텍트와 아이렌은 한동안 만나는 프록시안마다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5.4 5단계가 뭐예요(오로라) 편에서 처음에 물어봤을 때 어물쩡 넘겼던 것이 스노볼이 되어 돌아왔다.
3.19. 제가 해 드릴게요
아스니아 본관, 로비 가장자리에서 아키텍트와 아이렌이 대화하고 있다.
아이렌: 동조율이 이 정도로 진전이 없다니 모두 제 탓입니다. 죄송합니다. 마릴라이트 님이나 다른 분으로 테스트 대상을 바꾸신다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게 하시겠다면 5단계 달성의 꿈은 여기서 내려놓겠습니다.
아이렌의 풀죽은 모습을 보고 급하게 달래려다가 아키텍트의 말소리가 커졌다.
아키텍트: 그렇지 않아! 아이렌을 끝까지 믿을 거야! 마릴라이트가 와서 해결할 일이 아니야! 마릴라이트를 부르지 않을 테니 우리가 같이 해 보자!
아이렌: 아키텍트님....
아이렌은 놀람과 감동이 섞인 은은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때 지나가던 마릴라이트가 대화를 듣고 다가왔다.
마릴라이트: 아키텍트님? 아이렌 씨?
둘은 놀라서 마릴라이트를 보았다.
마릴라이트: 지나가다가 들었어요. 해결 못 한 일이 있으신가요? 부담 갖지 말고 불러 주세요. 제가 최대한 성심껏 해 드릴게요. 저는 아스니아의 발전과 아키텍트님의 사명을 돕기 위해 태어난 프록시안인걸요.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프록시안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답을 차마 못 하는 둘에게 마릴라이트가 다시 말했다.
마릴라이트: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지만 저는 초지능체로서 많은 일을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어요. 제 바이오 보디는 (기계장치 등의) 무언가를 창조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니까요.
마릴라이트는 상냥하게 웃었지만 그럴수록 둘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변해 갔다. 고개를 돌려 서로를 보더니 이내 뒤로 돌아 도주하기 시작했다. 마릴라이트가 당황스럽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이렌: 동조율이 이 정도로 진전이 없다니 모두 제 탓입니다. 죄송합니다. 마릴라이트 님이나 다른 분으로 테스트 대상을 바꾸신다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게 하시겠다면 5단계 달성의 꿈은 여기서 내려놓겠습니다.
아이렌의 풀죽은 모습을 보고 급하게 달래려다가 아키텍트의 말소리가 커졌다.
아키텍트: 그렇지 않아! 아이렌을 끝까지 믿을 거야! 마릴라이트가 와서 해결할 일이 아니야! 마릴라이트를 부르지 않을 테니 우리가 같이 해 보자!
아이렌: 아키텍트님....
아이렌은 놀람과 감동이 섞인 은은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때 지나가던 마릴라이트가 대화를 듣고 다가왔다.
마릴라이트: 아키텍트님? 아이렌 씨?
둘은 놀라서 마릴라이트를 보았다.
마릴라이트: 지나가다가 들었어요. 해결 못 한 일이 있으신가요? 부담 갖지 말고 불러 주세요. 제가 최대한 성심껏 해 드릴게요. 저는 아스니아의 발전과 아키텍트님의 사명을 돕기 위해 태어난 프록시안인걸요.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프록시안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답을 차마 못 하는 둘에게 마릴라이트가 다시 말했다.
마릴라이트: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지만 저는 초지능체로서 많은 일을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어요. 제 바이오 보디는 (기계장치 등의) 무언가를 창조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니까요.
마릴라이트는 상냥하게 웃었지만 그럴수록 둘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변해 갔다. 고개를 돌려 서로를 보더니 이내 뒤로 돌아 도주하기 시작했다. 마릴라이트가 당황스럽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특정 단어가 언급된 이후 마릴라이트의 선의의 제안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4. 국가 체제와 정책
4.1. 경제대국 스팅스
유능한 지휘관이 없다.
유능한 상관이 없다.
유능한 장성이 없다.
이 말들은 스팅스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던 고질적인 문제점을 나열한 것이다. 최고지휘부는 고민하다가 이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차선책을 택했다.
중간의 몇 글자씩을 빼내면 대충 뜻이 맞으면서도 문장이 경제성을 얻게 된다. 그 차선책으로 지금까지 온 결과, 스팅스는 일이 대충 뜻만 맞게 처리되지만 경제력만큼은 높은 기이한 문명이 된 것이다.
유능한 상관이 없다.
유능한 장성이 없다.
이 말들은 스팅스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던 고질적인 문제점을 나열한 것이다. 최고지휘부는 고민하다가 이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차선책을 택했다.
중간의 몇 글자씩을 빼내면 대충 뜻이 맞으면서도 문장이 경제성을 얻게 된다. 그 차선책으로 지금까지 온 결과, 스팅스는 일이 대충 뜻만 맞게 처리되지만 경제력만큼은 높은 기이한 문명이 된 것이다.
가운데 어절을 빼서, 유능한 존재가 직책 불문 아무도 없다는 문장이 되었고, 따라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자도 이제 없어졌다는 뜻.
4.2. FM대로 잘
스팅스 강당. 앰브로시아 소장이 진행하는 교육에서 병사들이 서로 칭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올렛: 전우야, 교범대로 잘 하는구나!
린: 자네도 교범대로 잘 하는구나!
이올렛: 전우야, 교범대로 잘 하는구나!
린: 자네도 교범대로 잘 하는구나!
첫째 칭찬은 린이 업무를 FM대로 잘 수행한다는 뜻(사실인지는 제쳐 두고), 둘째 칭찬은 업무를 FM대로 잘 한다고 동료를 칭찬하라는 내용의 FM을 이올렛이 잘 수행하고 있다는 뜻.
4.3. 숨겨야 하는 것
앰브로시아: 레이호우 중장을 알고 있을 거다. 레드시프트를 잠재우는 것보다 본인 낮잠이 우선인, 농땡이 잘 부리는 순서로 진급한다면 에리카와 더불어 가장 먼저 4성 장군이 되었을 그 양반 말이다.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요리 실력은 달인일 가능성이 높다.
아키텍트는 앰브로시아가 하는 레이호우의 험담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듣고 방을 나왔다. 복도를 걷다가 마침 당사자인 레이호우와 마주쳤다.
레이호우: 아키텍트군, 여기서 만나다니 반갑네. 앰브로시아의 방에서 나오는 것 같던데 재밌는 얘기 나눴어?
아키텍트는 앞의 말은 빼고 레이호우가 요리에 시간을 많이 들인 덕에 잘할 것 같다더라는 말만 전했다.
레이호우: 아키텍트군, 누나에게 하다 만 것 같은 그 말은 앰브로시아를 감싸느라 그런 거지? 앰브로시아는 꼭 해야 할 말 대신 슬픈 소리만 늘어놓은 그런 아이가 아니거든.
아키텍트는 앰브로시아가 하는 레이호우의 험담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듣고 방을 나왔다. 복도를 걷다가 마침 당사자인 레이호우와 마주쳤다.
레이호우: 아키텍트군, 여기서 만나다니 반갑네. 앰브로시아의 방에서 나오는 것 같던데 재밌는 얘기 나눴어?
아키텍트는 앞의 말은 빼고 레이호우가 요리에 시간을 많이 들인 덕에 잘할 것 같다더라는 말만 전했다.
레이호우: 아키텍트군, 누나에게 하다 만 것 같은 그 말은 앰브로시아를 감싸느라 그런 거지? 앰브로시아는 꼭 해야 할 말 대신 슬픈 소리만 늘어놓은 그런 아이가 아니거든.
타인이 했던 사상과 정치 발언을 숨겨 주고 자유주의적 문화(요리) 발언을 무검열로 드러내는 것이 반동 행위라는 뜻. 레이호우(중장)는 앰브로시아(소장)보다 계급이 높은 만큼, 허술해 보이는 평소 모습과 달리 국가의 사상과 이념에 더 철저히 충성한다는 배경이 있다.
4.4. 서류가 많아
레이아 원수가 오늘도 프레이야 제독의 보고를 받고 있다.
프레이야: 이건 오늘치 해결해 주실 서류입니다.
육중한 소리가 났다. 책상 다리가 무게에 짓눌려 위태롭다.
레이아: 프레이야?
프레이야: 예.
레이아: 책상 다리가 부러질 것 같네.
프레이야: 이런, 더 튼튼한 책상으로 교체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이아는 만족하지 못한 눈치다.
레이아: 프레이야....
프레이야: 예, 원수님.
레이아: 책상 다리가 삐걱댈 정도로 서류가 많은 건 좀 이상하지(오카시) 않나?
프레이야: 서류가 많아 보여서 줄여야 하나 걱정했는데 업무를 재미있게(오카시이토) 여겨 주시니 기쁩니다. 빠른 결재를 기대하겠습니다. 나가 보겠습니다.
레이아는 자리에 서서 꼼짝하지 못했다.
레이아: ...... 악마.
프레이야가 다시 집무실에 들어왔다.
프레이야: 원수님, 부르셨습니까?
레이아: ! 쿱!
프레이야: 괜찮으십니까, 원수님?
레이아: 이제 괜찮네.
프레이야: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레이아: 서류 양이 문제라는 걸 이제 알겠나?
프레이야: 그렇습니다.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프레이야가 이어서 말했다.
프레이야: 가져다 드린 서류는 오늘치의 절반입니다. 나머지 절반 서류를 누락할 뻔했습니다. 원수님 앞에서 이런 실수를 저질러서 면목이 없습니다.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프레이야가 다시 집무실을 나갔다. 레이아는 자리에 서서 또다시 꼼짝하지 못했다. 이윽고 고개를 높이 들고 두 손을 얼굴에 얹으며 절규했다.
레이아: 악마 맞잖아!
프레이야: 이건 오늘치 해결해 주실 서류입니다.
육중한 소리가 났다. 책상 다리가 무게에 짓눌려 위태롭다.
레이아: 프레이야?
프레이야: 예.
레이아: 책상 다리가 부러질 것 같네.
프레이야: 이런, 더 튼튼한 책상으로 교체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이아는 만족하지 못한 눈치다.
레이아: 프레이야....
프레이야: 예, 원수님.
레이아: 책상 다리가 삐걱댈 정도로 서류가 많은 건 좀 이상하지(오카시) 않나?
프레이야: 서류가 많아 보여서 줄여야 하나 걱정했는데 업무를 재미있게(오카시이토) 여겨 주시니 기쁩니다. 빠른 결재를 기대하겠습니다. 나가 보겠습니다.
레이아는 자리에 서서 꼼짝하지 못했다.
레이아: ...... 악마.
프레이야가 다시 집무실에 들어왔다.
프레이야: 원수님, 부르셨습니까?
레이아: ! 쿱!
프레이야: 괜찮으십니까, 원수님?
레이아: 이제 괜찮네.
프레이야: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레이아: 서류 양이 문제라는 걸 이제 알겠나?
프레이야: 그렇습니다.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프레이야가 이어서 말했다.
프레이야: 가져다 드린 서류는 오늘치의 절반입니다. 나머지 절반 서류를 누락할 뻔했습니다. 원수님 앞에서 이런 실수를 저질러서 면목이 없습니다.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프레이야가 다시 집무실을 나갔다. 레이아는 자리에 서서 또다시 꼼짝하지 못했다. 이윽고 고개를 높이 들고 두 손을 얼굴에 얹으며 절규했다.
레이아: 악마 맞잖아!
'서류가 너무 많은 건 좀 이상하지 않나/재미있지 않나'가 일본어로 발음이 비슷하다. 프레이야는 존경심(?)을 담아 긍정적으로 후자로 해석했다.
4.5. 스팅스에 필요한 것
아스니아의 아카데미에서 시설이 고장 났다. 마릴라이트가 와서, 고장 난 장비를 순식간에 해체하고 재생산하는 걸 본 페이가 말했다.
페이: 이렇게 금방 해결하시다니, 정말 대단해요.
아이렌: 마릴라이트 님은 무엇이든 고칠 수 있으십니다. 해체하고 새것으로 다시 만드는 건 그 어떤 보수작업보다도 효율이 높을 겁니다.
스팅스에 복귀한 페이를 이사벨라가 맞이했다.
이사벨라: 아스니아에서의 생활은 유익했나?
페이: 네, 많은 걸 깨달았어요. 스팅스에 진정 필요한 건 마작 따위가 아니라는 것도요.
이사벨라: 하사가 마작을 하찮게 여기다니 많은 배움을 얻은 모양이군. 그래, 스팅스에 꼭 필요하다는 게 뭐지?
페이: 마릴라이트 님이요. 스팅스 곳곳에, 특히 최고지휘부에는 꼭 방문하셔야 할 것 같아요.
페이: 이렇게 금방 해결하시다니, 정말 대단해요.
아이렌: 마릴라이트 님은 무엇이든 고칠 수 있으십니다. 해체하고 새것으로 다시 만드는 건 그 어떤 보수작업보다도 효율이 높을 겁니다.
스팅스에 복귀한 페이를 이사벨라가 맞이했다.
이사벨라: 아스니아에서의 생활은 유익했나?
페이: 네, 많은 걸 깨달았어요. 스팅스에 진정 필요한 건 마작 따위가 아니라는 것도요.
이사벨라: 하사가 마작을 하찮게 여기다니 많은 배움을 얻은 모양이군. 그래, 스팅스에 꼭 필요하다는 게 뭐지?
페이: 마릴라이트 님이요. 스팅스 곳곳에, 특히 최고지휘부에는 꼭 방문하셔야 할 것 같아요.
4.6. 보급 실수
스팅스 보급창고 앞, 앰브로시아 소장이 발렌시아 상사를 꾸짖고 있다.
앰브로시아: 이걸 어떻게 수습할 거냔 말이다. 자네는 보급 일 하루 이틀 해 보나? 그만큼 복무하면서 배급식량은 갈매기가 대신 먹었나?
발렌시아는 어깨가 움찔했지만 곧바로 대답했다.
발렌시아: 죄송합니다!
앰브로시아: 죄송하면 스팅스생활 끝나나?
발렌시아: 아닙니다!
보급품 발주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났다. 자릿수를 틀려서 창고에 다 넣지도 못할 만큼 엄청나게 많은 보급품이 도착한 것이다.
앰브로시아: 상사씩이나 되어서 숫자도 제대로 쓸 줄 모르다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재생세계에서 모르는 프록시안이 없는 스팅스의 문명격은 급격히 떨어져 바닥을 때릴 것이다.
발렌시아는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앰브로시아: 할 말 없나, 상사?
발렌시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 아니 죄송합니다.
앰브로시아: 죄송하면 스팅스생활 끝나나?
발렌시아: 절대 아닙니다!
앰브로시아: 스팅스교육대에 입소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발렌시아 상사.
지나가던 레이아 원수가 대화를 다 듣고 다가왔다. 둘은 우렁차게 경례했다. 레이아는 혼나는 발렌시아가 안타까워서 도와 주기로 생각했다.
레이아: 소장, 그 보급 업무 말인데, 사실 내가 한 것이다.
앰브로시아: 원수님께서... 말입니까?
레이아: 업무 감각을 유지하려고 상사한테서 그 일을 억지로 빼앗아서 했지. 내 실수이고 상사는 잘못 없네.
앰브로시아: 그러시다면 상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발렌시아를 보며) 스팅스교육대는 안 가도 되겠군.
일이 원만하게 풀리려고 한다. 레이아는 짖궂은 생각이 들어 앰브로시아에게 물었다.
레이아: 소장, 나를 스팅스교육대로 보낼 건가?
앰브로시아: 그럴 수 없습니다.
이대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앰브로시아가 마지막 말을 하기 전까지는.
앰브로시아: 스팅스교육대 입소 절차에는 직속상관의 결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앰브로시아: 이걸 어떻게 수습할 거냔 말이다. 자네는 보급 일 하루 이틀 해 보나? 그만큼 복무하면서 배급식량은 갈매기가 대신 먹었나?
발렌시아는 어깨가 움찔했지만 곧바로 대답했다.
발렌시아: 죄송합니다!
앰브로시아: 죄송하면 스팅스생활 끝나나?
발렌시아: 아닙니다!
보급품 발주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났다. 자릿수를 틀려서 창고에 다 넣지도 못할 만큼 엄청나게 많은 보급품이 도착한 것이다.
앰브로시아: 상사씩이나 되어서 숫자도 제대로 쓸 줄 모르다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재생세계에서 모르는 프록시안이 없는 스팅스의 문명격은 급격히 떨어져 바닥을 때릴 것이다.
발렌시아는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앰브로시아: 할 말 없나, 상사?
발렌시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 아니 죄송합니다.
앰브로시아: 죄송하면 스팅스생활 끝나나?
발렌시아: 절대 아닙니다!
앰브로시아: 스팅스교육대에 입소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발렌시아 상사.
지나가던 레이아 원수가 대화를 다 듣고 다가왔다. 둘은 우렁차게 경례했다. 레이아는 혼나는 발렌시아가 안타까워서 도와 주기로 생각했다.
레이아: 소장, 그 보급 업무 말인데, 사실 내가 한 것이다.
앰브로시아: 원수님께서... 말입니까?
레이아: 업무 감각을 유지하려고 상사한테서 그 일을 억지로 빼앗아서 했지. 내 실수이고 상사는 잘못 없네.
앰브로시아: 그러시다면 상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발렌시아를 보며) 스팅스교육대는 안 가도 되겠군.
일이 원만하게 풀리려고 한다. 레이아는 짖궂은 생각이 들어 앰브로시아에게 물었다.
레이아: 소장, 나를 스팅스교육대로 보낼 건가?
앰브로시아: 그럴 수 없습니다.
이대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앰브로시아가 마지막 말을 하기 전까지는.
앰브로시아: 스팅스교육대 입소 절차에는 직속상관의 결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레이아보다 높은 상관이 없으므로 레이아를 스팅스교육대에 집어넣는 행정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뜻.
4.7. 놀라게 한 횟수
앰브로시아: 물 1컵이 100도에서 끓는단 말이지, 그럼 3컵에는 300도가 필요하겠군.
앰브로시아의 무지함에 황당함을 느낀 아키텍트가 말했다.
아키텍트: 카나타가 들으면 2번이나 놀라겠어.
앰브로시아: 2번이라니, 그럴 리가 없다. 그리고 그 강해 보이는 이름은 누구지?
아키텍트: ITS 과학부 소속의 프록시안이야. 리메리트의....
아키텍트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앰브로시아가 말을 이었다.
앰브로시아: 리메리트란 말이지. 직접 가봐야겠어, 진짜 2번 놀라는지.
아키텍트: 자, 잠깐.
아키텍트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나간 앰브로시아는 얼마 뒤에 돌아와서 아키텍트를 찾아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앰브로시아: 아키텍트, 네가 틀렸다! 리메리트의 그 양반은 2번이 아니라 3번 놀랐다. 첫 번째로 무슨 '증'인가가 필요하다며 나를 보고 놀라더군. 뇌명포로 물컵을 데우니까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면서 두 번째로 놀랐다. 출력 조절을 하지 않아서 유리가 깨지고 이것저것 부서지긴 했다만. 그리고 사무실도 고치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는 뜻으로 금일봉을 전달했더니 세 번째로 놀랐다. 어떤가, 역시 2번 놀랄 리가 없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나!
앰브로시아의 무지함에 황당함을 느낀 아키텍트가 말했다.
아키텍트: 카나타가 들으면 2번이나 놀라겠어.
앰브로시아: 2번이라니, 그럴 리가 없다. 그리고 그 강해 보이는 이름은 누구지?
아키텍트: ITS 과학부 소속의 프록시안이야. 리메리트의....
아키텍트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앰브로시아가 말을 이었다.
앰브로시아: 리메리트란 말이지. 직접 가봐야겠어, 진짜 2번 놀라는지.
아키텍트: 자, 잠깐.
아키텍트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나간 앰브로시아는 얼마 뒤에 돌아와서 아키텍트를 찾아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앰브로시아: 아키텍트, 네가 틀렸다! 리메리트의 그 양반은 2번이 아니라 3번 놀랐다. 첫 번째로 무슨 '증'인가가 필요하다며 나를 보고 놀라더군. 뇌명포로 물컵을 데우니까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면서 두 번째로 놀랐다. 출력 조절을 하지 않아서 유리가 깨지고 이것저것 부서지긴 했다만. 그리고 사무실도 고치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는 뜻으로 금일봉을 전달했더니 세 번째로 놀랐다. 어떤가, 역시 2번 놀랄 리가 없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나!
카나타의 놀람은 첫 번째는 ITS는 출입에 허가증이 필요한데 '허가'라는 단어조차 모를 정도로 막무가내의 외교를, 두 번째는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한 일조차 군사력으로 밀어붙이는 군국주의 체제를, 세 번째는 엉망인 국가 체제에 어울리지 않게 경제 규모가 거대함을 상징한다.
또한 아키텍트(내국인)는 과학에 무지한 것과 그런 무지한 자가 고위 간부라는 2가지를 문제 삼았지만, 정작 카나타(외국인)에게는 그런 내부 문제는 안 보인다는 뜻이 있다.
실제로 300°C의 열원으로 물을 가열하는 것은 아무 문제 없다. 지속적으로 가열한다면 물은 100°C까지만 올라간 뒤 그 온도를 유지하며 계속 끓을 것이다.
4.8. 신뢰도 높은 조리 로봇
아스니아의 대중식당에서 브륀힐데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음식 맛에 감탄한 브륀힐데에게 아이렌이 말했다.
아이렌: 이 대중식당은 신뢰도 높은 조리 로봇이 음식을 만듭니다. 일정한 맛이 보장되는 식사를 언제든 와서 할 수 있지요.
브륀힐데: 스팅스에도 이런 식당이 있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할 겁니다.
아이렌: 스팅스도 로봇 기술이 발달했지 않습니까? 다른 문제가 있는 겁니까?
브륀힐데: 말씀하신 비결의 첫 조건부터 난관입니다. 로봇 한두 기 수준이 아닌 스팅스 전체... 아, 최고지휘부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아이렌: 이 대중식당은 신뢰도 높은 조리 로봇이 음식을 만듭니다. 일정한 맛이 보장되는 식사를 언제든 와서 할 수 있지요.
브륀힐데: 스팅스에도 이런 식당이 있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할 겁니다.
아이렌: 스팅스도 로봇 기술이 발달했지 않습니까? 다른 문제가 있는 겁니까?
브륀힐데: 말씀하신 비결의 첫 조건부터 난관입니다. 로봇 한두 기 수준이 아닌 스팅스 전체... 아, 최고지휘부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겉뜻은 스팅스에 최고지휘부라는 행정조직이 포함된다는 단순 사실이고, 속뜻은 스팅스 전체가 못 믿을 존재이고 최고지휘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4.9. 새로운 아르세즈
아키텍트는 샤레의 안내로 아르세즈의 도시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샤레: 이 마지노 방벽으로 말하자면, 레드시프트의 대규모 1차 침입 이후 아르세즈의 방어를 위해 세운 것이라네.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 만큼, 완공 이후에는 그동안 소홀했던 문화 사업에 예산을 많이 투자하고 있지.
일행은 새로 생긴 쇼핑몰인 아르세즈몰로 자리를 옮겼다.
샤레: 리메리트와의 합작으로 개업한 쇼핑몰, 아르세즈몰에서는 리메리트산 저가 상품들과 아르세즈산 고급 예술품들을 판매하고 있지.
샤레: 이 마지노 방벽으로 말하자면, 레드시프트의 대규모 1차 침입 이후 아르세즈의 방어를 위해 세운 것이라네.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 만큼, 완공 이후에는 그동안 소홀했던 문화 사업에 예산을 많이 투자하고 있지.
일행은 새로 생긴 쇼핑몰인 아르세즈몰로 자리를 옮겼다.
샤레: 리메리트와의 합작으로 개업한 쇼핑몰, 아르세즈몰에서는 리메리트산 저가 상품들과 아르세즈산 고급 예술품들을 판매하고 있지.
4.10. 4명을 합친 것보다
베르베타가 아키텍트에게 자국의 초지능체 에라디카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베르베타: 에라디카 님은 아르세즈를 다스리는 최고의 권위이자 권능, 예술적 진리에 가장 근접한 분이자 아르세즈를 그 진리로 인도하실 분, 다른 모든 프록시안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나신 분입니다.
아키텍트: 뛰어나다는 건... 순수예술과 4명을 합친 것보다도 말이지?
베르베타: 물론입니... 앗,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군요. 아무려면 에라디카 님 혼자가 4명의 합보다 못할... 아니, 에라디카 님 혼자가 더 낫다는 처음 드린 대답이 맞을 겁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면 말입니다.
아키텍트는 무언가가 생각 난 듯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아키텍트: 4명보다 뛰어나다... 확실히 통치자로서 4명을 능가하는 것 같아. 아르세즈의 모습을 보니 알겠어.
베르베타: 에라디카 님은 아르세즈를 다스리는 최고의 권위이자 권능, 예술적 진리에 가장 근접한 분이자 아르세즈를 그 진리로 인도하실 분, 다른 모든 프록시안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나신 분입니다.
아키텍트: 뛰어나다는 건... 순수예술과 4명을 합친 것보다도 말이지?
베르베타: 물론입니... 앗,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군요. 아무려면 에라디카 님 혼자가 4명의 합보다 못할... 아니, 에라디카 님 혼자가 더 낫다는 처음 드린 대답이 맞을 겁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면 말입니다.
아키텍트는 무언가가 생각 난 듯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아키텍트: 4명보다 뛰어나다... 확실히 통치자로서 4명을 능가하는 것 같아. 아르세즈의 모습을 보니 알겠어.
순수예술과의 일부 인원은 시민들에게 마이너스 평가를 받고 있어서, 포함시키면 합계가 더 작아지는 셈이다.
에라디카는 국가 경제가 기울어져 가는데도 국정운영에 무관심하고 예술만 파고드는 귀한 혈통의 종신 국가원수라는 점이 천계제와 비슷하다.
4.11. 기분 전환
???: 너처럼 여린 것이 혼자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
아키텍트는 목덜미에 묵직한 일격을 맞고 쓰러졌다. 이어서 몸 곳곳에서 뒤틀리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아키텍트: (으윽, 이 익숙한 듯하면서도 절망적인 느낌은.)
아이렌: 아키텍트님, 들리십니까? 아, 부족에서 보낸 편지를 읽고 계셨군요.
아키텍트: 미안, 깜빡 잠들었나 봐.
아이렌: 마을이 워낙 험한 숲속에 있어 산행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강행군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이 죄송할 뿐입니다....
마릴라이트: 후후, 그래도 아키텍트님이 곤히 주무시는 표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오토라타 문명의 대지의 나무 부족에게서 요청을 받고 찾아가는 길이었다. 피로가 쌓여 여정길을 지체시킨 아키텍트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분위기 전환을 하고자 농담을 했다.
아키텍트: 우리가 제일 우선으로 방문할 대지의 부족이 말이야. 최대도시가 아니라 숲속 마을이라는 게 가장 큰 오해였네.
아이렌은 조용히 웃었고 마릴라이트는 얼굴빛이 파래졌다.
아키텍트: 기분 전환이 좀 됐어?
아이렌, 마릴라이트: 네! 확~실히 되었습니다/되었네요.
아키텍트는 목덜미에 묵직한 일격을 맞고 쓰러졌다. 이어서 몸 곳곳에서 뒤틀리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아키텍트: (으윽, 이 익숙한 듯하면서도 절망적인 느낌은.)
아이렌: 아키텍트님, 들리십니까? 아, 부족에서 보낸 편지를 읽고 계셨군요.
아키텍트: 미안, 깜빡 잠들었나 봐.
아이렌: 마을이 워낙 험한 숲속에 있어 산행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강행군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이 죄송할 뿐입니다....
마릴라이트: 후후, 그래도 아키텍트님이 곤히 주무시는 표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오토라타 문명의 대지의 나무 부족에게서 요청을 받고 찾아가는 길이었다. 피로가 쌓여 여정길을 지체시킨 아키텍트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분위기 전환을 하고자 농담을 했다.
아키텍트: 우리가 제일 우선으로 방문할 대지의 부족이 말이야. 최대도시가 아니라 숲속 마을이라는 게 가장 큰 오해였네.
아이렌은 조용히 웃었고 마릴라이트는 얼굴빛이 파래졌다.
아키텍트: 기분 전환이 좀 됐어?
아이렌, 마릴라이트: 네! 확~실히 되었습니다/되었네요.
아이렌은 기분이 나빴다가 좋아진 쪽으로, 마릴라이트는 좋았다가 나빠진 쪽으로 확실히 전환되었다는 뜻.
아키텍트 일본어 화자설과 관련된 에피소드다. '제1의'라는 표현이 의도적으로 많이 쓰였다. 일본어 발음을 덧붙여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제일(다이이치) 우선으로 방문할 대지(다이치)의 부족이 말이야. 최대(다이이치)도시가 아니라 숲속 마을이라는 게 가장 큰(다이이치) 오해였네.
4.12. 대지의 함성
아키텍트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오토라타 대지의 나무 부족의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 심각한 일이 생긴 듯했다.
장로: 마을 안의 파트너 동물이 계속 실종되고 있습니다. 당장 에키드나 그자를 단죄해야 합니다!
아키텍트: 저기...
마을 프록시안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시간이 지나 잠잠해지고 나서 아키텍트는 다시 말을 꺼냈다.
아키텍트: 아니, 그게...
마릴라이트: 아키텍트님이 모든 프록시안을 소중히 여기시는 건 알아요. 하지만 마을 프록시안들은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어요. 반대하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
함성 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마릴라이트는 어느새 마을 프록시안들과 같은 쪽에 있다. 에키드나를 처벌하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키텍트는 거대한 외침 앞에서 무언가를 호소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키텍트: 도대체...
아셀스: 파트너는 마음이 지나치게 넓어. 희생당한 동물들을 생각하라고. 슬픔에 잠긴 프록시안들을 보고도 에키드나 편을 들고 싶어?
군중이 한꺼번에 내지르는 분노 섞인 고함은 잦아들 줄 몰랐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겨우 한 마디를 할 수 있었다.
아키텍트: 도대체 에키드나가 누구야?
장로: 마을 안의 파트너 동물이 계속 실종되고 있습니다. 당장 에키드나 그자를 단죄해야 합니다!
아키텍트: 저기...
마을 프록시안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시간이 지나 잠잠해지고 나서 아키텍트는 다시 말을 꺼냈다.
아키텍트: 아니, 그게...
마릴라이트: 아키텍트님이 모든 프록시안을 소중히 여기시는 건 알아요. 하지만 마을 프록시안들은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어요. 반대하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
함성 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마릴라이트는 어느새 마을 프록시안들과 같은 쪽에 있다. 에키드나를 처벌하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키텍트는 거대한 외침 앞에서 무언가를 호소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키텍트: 도대체...
아셀스: 파트너는 마음이 지나치게 넓어. 희생당한 동물들을 생각하라고. 슬픔에 잠긴 프록시안들을 보고도 에키드나 편을 들고 싶어?
군중이 한꺼번에 내지르는 분노 섞인 고함은 잦아들 줄 몰랐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겨우 한 마디를 할 수 있었다.
아키텍트: 도대체 에키드나가 누구야?
인민재판에 대한 풍자.
5. 대(對)리메리트 외교상담부
고민상담부 부원들은 아키텍트에게 무한히 우호적이고 도움을 준다는 설정이 있는데 가끔씩 아키텍트를 곤란하게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조차도 노련한 초지능체 프레데리카를 상대하기 위한 외교적 경험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있다.5.1. 초지능체를 만나는 법(마나, 오로라)
아스니아의 아카데미가 개원했다. 문명 교류의 본격적인 장을 여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첫 유학생으로 리메리트에서 온 마나와 오로라가 도착했다. 마릴라이트 일행이 마중 나가서 환영했다.
오로라: 아스니아의 이사장님이 오셨어. 굉장해.
환영 인사가 끝나고 아카데미로 걸어가면서 아키텍트가 물었다.
아키텍트: 리메리트에서는 이사장님을 만나기가 어려워?
오로라: 평소에는 그렇지만 금방 만날 수도 있어요. 유리창을 깬다든가.
마나: 많이 깰수록 빨라지고요. 오델리아 유리창이면 더욱 그렇고요.
아키텍트: 직접 겪어 본 일이야?
오로라: 저번에 전술훈련 때 생각 나, 마나 언니?
마나: 말도 마. 에이코가 쏜 포탄이 오델리아 쪽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건물 한쪽 면이 통째로...
오로라: 예약도 안 하고 걷지도 않고 금방 이사장님한테 도착했어요. 아키오카에서 가장 빠른 서비스였을 거예요.
오로라: 아스니아의 이사장님이 오셨어. 굉장해.
환영 인사가 끝나고 아카데미로 걸어가면서 아키텍트가 물었다.
아키텍트: 리메리트에서는 이사장님을 만나기가 어려워?
오로라: 평소에는 그렇지만 금방 만날 수도 있어요. 유리창을 깬다든가.
마나: 많이 깰수록 빨라지고요. 오델리아 유리창이면 더욱 그렇고요.
아키텍트: 직접 겪어 본 일이야?
오로라: 저번에 전술훈련 때 생각 나, 마나 언니?
마나: 말도 마. 에이코가 쏜 포탄이 오델리아 쪽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건물 한쪽 면이 통째로...
오로라: 예약도 안 하고 걷지도 않고 금방 이사장님한테 도착했어요. 아키오카에서 가장 빠른 서비스였을 거예요.
프레데리카 이사장이 평소에는 아키오카 일반학교를 차별해서 신경도 안 쓰다가 징계할 때만 적극적이라는 뜻. 피해 규모가 크면 이동수단을 보내 픽업해서 걸을 필요가 없게 하는 더욱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심성 착한 오로라마저도 이를 비꼬고 있다.
아키텍트가 아스니아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된 때이므로 시간대상으로 아주 이르다. 2025년 4월 추가된 메인스토리에서 리메리트에 처음 방문하는 아키텍트가 마나, 오로라를 이미 알고 있던 이유와도 관련 있다.
5.2. 겉으로는 쌀쌀해도(유나)
유나: 난 거절이야. 우리끼리 합을 맞춘 우리 리메리트만의 전술이 있어. 아스니아의 방식으로는 도움이 안 될 거야.
아키텍트가 고민상담부에 와서 전술 지휘를 하는 것을 유나는 극구 반대했다. 냉랭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마나가 웃음을 띠며 아키텍트에게 말했다.
마나: 너무 그렇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유나는 원래 겉으로는 쌀쌀해 보여도요. 알고 보면 있죠....
유나: 마나....
유나는 눈을 가늘게 뜬 특유의 표정으로 마나를 노려보았다. 마나는 당황해서 한쪽 팔을 가슴 앞에 올리며 한 걸음 물러났다. 마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편한 웃음을 지으며 앉아 있던 아키텍트에게도 뒤이어서 유나의 시선이 꽂혔다. 그 역시도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아키텍트가 고민상담부에 와서 전술 지휘를 하는 것을 유나는 극구 반대했다. 냉랭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마나가 웃음을 띠며 아키텍트에게 말했다.
마나: 너무 그렇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유나는 원래 겉으로는 쌀쌀해 보여도요. 알고 보면 있죠....
유나: 마나....
유나는 눈을 가늘게 뜬 특유의 표정으로 마나를 노려보았다. 마나는 당황해서 한쪽 팔을 가슴 앞에 올리며 한 걸음 물러났다. 마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편한 웃음을 지으며 앉아 있던 아키텍트에게도 뒤이어서 유나의 시선이 꽂혔다. 그 역시도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츤데레 같은 성격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유나다.
좋은 협상 카드가 있어도 겉으로 내색하지 말고 침착하게 외교에 임해야 한다는 암시.
5.3. 마나의 개명(마나)
상담실에서 아키텍트는 모처럼 아이렌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마나가 들어왔다.
마나: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이렌 씨도 계셨네요.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아키텍트: 어떤 일인데?
마나: 제 이름이 유나랑 비슷해서 자매인 줄 많이들 오해해요. 그래서 개명을 생각 중이에요.
아키텍트: 생각해 둔 이름이 있어?
마나: 카타나 어때요? 언니(카나타)랑 친자매라고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더 이상 오해받지 않고요.
아키텍트는 혼란스러웠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이름이 이상하다고? 개명해도 별 소용없다고? 유나는 강하니까 나쁘지 않은 오해라고? 뭐라고 말하든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 마나는 상처받고 말 것이다.
아키텍트: 강해 보이긴... 하겠네.
마나: 네...?
무난하게 배려해서 한다는 말이 대단히 이상하게 들린 모양이다. 이대로 커리어 처음으로 상담에 실패하는 것인가. 이때, 듣고 있던 아이렌이 나섰다.
아이렌: 오해가 사라지기는커녕 새로운 오해를 사고 말 겁니다.
둘은 동시에 아이렌을 쳐다보았다.
아이렌: 그 새로운 이름은 유나 님과 지금보다 더 가까이 붙어 지내는 사이라고 여겨지게 할 겁니다.
마나: 그런가요?
마나가 석연찮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아이렌: 오히려 지금 이름이 카나타 님에게 수없이 불리며 함께해 온 추억이 담긴 이름 아닙니까?
마나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방긋 웃으며 손바닥을 모았다. 아이렌의 뜻을 알겠다는 듯이 감사를 표하고 개명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상담실을 나갔다.
마나: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이렌 씨도 계셨네요.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아키텍트: 어떤 일인데?
마나: 제 이름이 유나랑 비슷해서 자매인 줄 많이들 오해해요. 그래서 개명을 생각 중이에요.
아키텍트: 생각해 둔 이름이 있어?
마나: 카타나 어때요? 언니(카나타)랑 친자매라고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더 이상 오해받지 않고요.
아키텍트는 혼란스러웠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이름이 이상하다고? 개명해도 별 소용없다고? 유나는 강하니까 나쁘지 않은 오해라고? 뭐라고 말하든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 마나는 상처받고 말 것이다.
아키텍트: 강해 보이긴... 하겠네.
마나: 네...?
무난하게 배려해서 한다는 말이 대단히 이상하게 들린 모양이다. 이대로 커리어 처음으로 상담에 실패하는 것인가. 이때, 듣고 있던 아이렌이 나섰다.
아이렌: 오해가 사라지기는커녕 새로운 오해를 사고 말 겁니다.
둘은 동시에 아이렌을 쳐다보았다.
아이렌: 그 새로운 이름은 유나 님과 지금보다 더 가까이 붙어 지내는 사이라고 여겨지게 할 겁니다.
마나: 그런가요?
마나가 석연찮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아이렌: 오히려 지금 이름이 카나타 님에게 수없이 불리며 함께해 온 추억이 담긴 이름 아닙니까?
마나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방긋 웃으며 손바닥을 모았다. 아이렌의 뜻을 알겠다는 듯이 감사를 표하고 개명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상담실을 나갔다.
개명하려는 이름 카타나(일본도)는 검을 무기로 쓰는 유나와 매우 밀접한 단어이다.
경제대국 리메리트 상대로 아키텍트가 일관되게 해오던 당근 외교가 통하지 않고 아이렌으로 상징되는 강경책을 써야 할 때가 언젠가 온다는 것에 더해, 리메리트 측이 제시한 협상책의 문제점을 간파해서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암시.
5.4. 5단계가 뭐예요(오로라)
아키텍트와 아이렌과 오로라가 이전 문명의 동쪽 나라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로라: 오빠 있잖아, 동쪽 나라에서는 앞 글자가 같으면 가족이래. 오빠랑 아이렌 언니도 그 나라에서는 가족이겠네.
아이렌: 아키텍트님과 가족이라니... (황홀해하다가 정색하며) 가만, 가족이면 오히려 사랑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 아닙니까?
아키텍트: 사랑이 깊어져서 새롭게 가족이 되는 경우도 있어.
아이렌: 다행이군요. 아키텍트님과 5단계를 영영 못 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때 궁금증이 생긴 오로라가 물었다.
오로라: 아이렌 언니, 5단계가 뭐예요?
아키텍트, 아이렌: !
5단계라는 단어를 잊게 하기 위해 둘은 한동안 진땀 나게 오로라와 놀아 줘야 했다.
오로라: 오빠 있잖아, 동쪽 나라에서는 앞 글자가 같으면 가족이래. 오빠랑 아이렌 언니도 그 나라에서는 가족이겠네.
아이렌: 아키텍트님과 가족이라니... (황홀해하다가 정색하며) 가만, 가족이면 오히려 사랑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 아닙니까?
아키텍트: 사랑이 깊어져서 새롭게 가족이 되는 경우도 있어.
아이렌: 다행이군요. 아키텍트님과 5단계를 영영 못 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때 궁금증이 생긴 오로라가 물었다.
오로라: 아이렌 언니, 5단계가 뭐예요?
아키텍트, 아이렌: !
5단계라는 단어를 잊게 하기 위해 둘은 한동안 진땀 나게 오로라와 놀아 줘야 했다.
단어 선정을 잘못 했다가 외교 석상에서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암시.
5.5. 아가씨처럼(오로라)
일리아나: 또 만나요? 귀여운 공주님.
오로라: 아, 네에! 또 봐요, 일리아나 언니.
오로라는 행복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방금까지 같이 대화한 일리아나의 예의와 격식을 갖춘 말투에 오로라가 큰 매력을 느낀 듯하다.
오로라: 오로라, 일리아나 언니 멋있는 거 같아. 오로라도 아가씨처럼 말해볼까아....
아키텍트는 무심코 넘겨 들었다.
오로라: 오호호호! 매립장 아키오카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장미, 갈매기처럼 날아 바늘처럼 찌르는 저격의 천재, 고민상담부의 작은 공주 오로라가 나타났답니다. 오호호호!
큰일이다. 이대로 오로라가 고민상담부로 돌아가면 큰일이 날 것이다. 부원들이 보일 반응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마나: 자주 같이 다니더니 뭘 가르치신 거예요?
유나: 선생님....(찌릿)
에이코: 매콤해....
아키텍트는 정신을 가다듬고 필사적으로 오로라를 말렸다.
오로라: 아, 네에! 또 봐요, 일리아나 언니.
오로라는 행복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방금까지 같이 대화한 일리아나의 예의와 격식을 갖춘 말투에 오로라가 큰 매력을 느낀 듯하다.
오로라: 오로라, 일리아나 언니 멋있는 거 같아. 오로라도 아가씨처럼 말해볼까아....
아키텍트는 무심코 넘겨 들었다.
오로라: 오호호호! 매립장 아키오카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장미, 갈매기처럼 날아 바늘처럼 찌르는 저격의 천재, 고민상담부의 작은 공주 오로라가 나타났답니다. 오호호호!
큰일이다. 이대로 오로라가 고민상담부로 돌아가면 큰일이 날 것이다. 부원들이 보일 반응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마나: 자주 같이 다니더니 뭘 가르치신 거예요?
유나: 선생님....(찌릿)
에이코: 매콤해....
아키텍트는 정신을 가다듬고 필사적으로 오로라를 말렸다.
타국의 훌륭한 외교 전략도 자국 사정에 맞게 고쳐서 적용해야 한다는 암시와, 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면 나중에 외교적으로 더 큰 어려움이 생긴다는 암시.
5.6. 매콤한 고백(에이코)
오로라: 에이코 언니가 프레데리카 이사장님한테 고백했어!
마나, 유나: 뭐어?!
인식 저해 장비가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학생으로 위장한 프레데리카의 정체가 탄로났다. 고백받은 학생의 정체가 프레데리카라는 것을 나머지 부원들이 알아챈 것이다. 프레데리카는 아키텍트를 데리고 급히 자리를 떴다. 며칠 뒤 그녀는 이사장실로 아키텍트를 불러 부원들이 괜찮은지 물었다.
아키텍트: 오히려 에이코의 궁극의 소원이었다고 했어. 바라던 일이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프레데리카: 소원이라고? 그 소동이?
아키텍트: 스트레스가 날아갈 강렬하고 짜릿한 즐거움이라고 했던가. 다른 프록시안이라면 불붙은 것처럼 뛰어나가겠지만 에이코는 어떤 면에서는 아주 강하니까.
프레데리카: 흠, 그래?
프레데리카는 다가와서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똑바로 쳐다본다.(선택)
눈을 감고 입술을 내민다.
프레데리카: 눈을 보니 거짓말하는 건 아닌 것 같네. 고마워, 그 아이들을 잘 보살펴 줘서.
아키텍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프레데리카: 돌아가서 바로 업무 복귀해야지? 이사장의 호출은 업무의 연속이지 금일 조퇴라는 뜻이 아니니까. 계속 수고해.
좋아해야 할지 낙담해야 할지 모른 채 아키텍트는 임시 교사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 교무실로 돌아갔다.
마나, 유나: 뭐어?!
인식 저해 장비가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학생으로 위장한 프레데리카의 정체가 탄로났다. 고백받은 학생의 정체가 프레데리카라는 것을 나머지 부원들이 알아챈 것이다. 프레데리카는 아키텍트를 데리고 급히 자리를 떴다. 며칠 뒤 그녀는 이사장실로 아키텍트를 불러 부원들이 괜찮은지 물었다.
아키텍트: 오히려 에이코의 궁극의 소원이었다고 했어. 바라던 일이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프레데리카: 소원이라고? 그 소동이?
아키텍트: 스트레스가 날아갈 강렬하고 짜릿한 즐거움이라고 했던가. 다른 프록시안이라면 불붙은 것처럼 뛰어나가겠지만 에이코는 어떤 면에서는 아주 강하니까.
프레데리카: 흠, 그래?
프레데리카는 다가와서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똑바로 쳐다본다.(선택)
눈을 감고 입술을 내민다.
프레데리카: 눈을 보니 거짓말하는 건 아닌 것 같네. 고마워, 그 아이들을 잘 보살펴 줘서.
아키텍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프레데리카: 돌아가서 바로 업무 복귀해야지? 이사장의 호출은 업무의 연속이지 금일 조퇴라는 뜻이 아니니까. 계속 수고해.
좋아해야 할지 낙담해야 할지 모른 채 아키텍트는 임시 교사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 교무실로 돌아갔다.
다른 프록시안이라면 입에 불이 나서 뛰어다닐 아주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이 에이코의 소원인데, 프레데리카의 성격이 지독하게 매우므로 에이코와 잘 어울릴 거라는 뜻.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 수준으로 표현을 정교하게 다듬으면 보유한 외교력 이상으로 외교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암시.
6. 아이렌의 복수
아르세즈에 도착한 아키텍트 일행은 외교 참사급의 박대를 받고 현지 프록시안들에게서도 크고 작은 위협을 받았다. 이를 마음에 담아 둔 아이렌은 복수를 결심했다.6.1. 아스니아 노숙단
베르베타: 아스니아인 따위는 장벽 하나로 밀어낼 수 있는 미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이대로 쓸려가시지요, 아르세즈 하수도 중심에 있는 혼돈의 틈새로.
아이렌은 투명한 벽에 점점 밀려 나가며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벽은 점점 검게 변해서 아이렌은 아무것도 볼 수도, 움직일 수도 없게 되었다가... 잠에서 깨었다.
아이렌: 안 돼...! 헉, 여기는.... 아키텍트님? 마릴라이트 님?
주위를 둘러보자 왼쪽에 아키텍트와 더 왼쪽에 마릴라이트가 보였다. 아키텍트가 잠에서 깨어 부스스한 모습으로 허리를 일으켰다.
아키텍트: 아이렌?
아이렌: 아키텍트님, 일어나셨습니까?
아키텍트: 아이렌도 잘 잤어?
아이렌: 네, 잘 잤습니다. 불편한 잠자리로 아키텍트님을 모시게 되어 면목이 없습니다. 이 신문지를 더 덮으십시오. 아침 공기가 차갑습니다.
아이렌은 본인 몫의 신문지를 아키텍트에게 내밀었다.
아이렌: 저는 가서 식량 배급소를 찾아보겠습니다.
아이렌이 일어나서 나갔다. 마릴라이트는 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 아키텍트는 받은 신문지를 마릴라이트에게 덮어 주었다. 신문 상단에 있는 독특한 폰트의 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알파벳[2]으로 쓰인, 뜻을 알 것 같은 단어 두 개가 보인다.
paradis(낙원), harmonie(화합)
아이렌은 투명한 벽에 점점 밀려 나가며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벽은 점점 검게 변해서 아이렌은 아무것도 볼 수도, 움직일 수도 없게 되었다가... 잠에서 깨었다.
아이렌: 안 돼...! 헉, 여기는.... 아키텍트님? 마릴라이트 님?
주위를 둘러보자 왼쪽에 아키텍트와 더 왼쪽에 마릴라이트가 보였다. 아키텍트가 잠에서 깨어 부스스한 모습으로 허리를 일으켰다.
아키텍트: 아이렌?
아이렌: 아키텍트님, 일어나셨습니까?
아키텍트: 아이렌도 잘 잤어?
아이렌: 네, 잘 잤습니다. 불편한 잠자리로 아키텍트님을 모시게 되어 면목이 없습니다. 이 신문지를 더 덮으십시오. 아침 공기가 차갑습니다.
아이렌은 본인 몫의 신문지를 아키텍트에게 내밀었다.
아이렌: 저는 가서 식량 배급소를 찾아보겠습니다.
아이렌이 일어나서 나갔다. 마릴라이트는 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 아키텍트는 받은 신문지를 마릴라이트에게 덮어 주었다. 신문 상단에 있는 독특한 폰트의 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알파벳[2]으로 쓰인, 뜻을 알 것 같은 단어 두 개가 보인다.
paradis(낙원), harmonie(화합)
원래는 일행이 본인들의 처지를 걱정한 나머지 실제로는 하지 않은 노숙을 상상했던 아주 짧은 내용이었다. 여러 카테고리에 조금씩 흩어져서 언급되었던 노숙 관련 내용이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지면서 분량은 늘어났지만 기승전결 줄거리는 동일하다.
6.2. 천냥빚 설전(라일라)
레드시프트와의 교전 중에 농땡이를 부리는 라일라를 아이렌이 다그첬다.
아이렌:
라일라: 저는 음악가가 아니라 !
아이렌:
아이렌:
라일라: 저는 음악가가 아니라 !
아이렌:
구 스토리이기 때문에 아키텍트가 재생세계에서 최초로 만난 외국인이 라일라라는 설정은 현재 유효하지 않다.
6.3. 보안국탐정 아이렌, 전편(이드)
아르세즈 자경단과 아키텍트 일행이 이드의 그래피티를 훼손한 범인을 찾으려 하고 있다. 아이렌이 모든 전말을 알았다는 듯 발언을 시작했다.
아이렌: 범인을 알겠습니다. (고개를 돌리며) 범인은 바로!
이드: 아앙...? 지금 나한테 그러는 거야?
아이렌: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고는 해도, 본래는 아르세즈 사상 최악의 지명 수배범. 잡히면 바로 단상으로 올려질 극악무도한 반달리즘 수괴입니다.
이드: 그 정도는 아냐!
아이렌: 예술가들의 정신세계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범죄자의 정신세계 또한 그렇고요. 둘 다 해당되는 이드 님에게 도덕과 상식이 통할 리 없습니다. 일단 체포하는 게 어떻습니까?
아키텍트: 아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어. 일이 또 꼬일 거야.
일행을 납득시킬 충분한 논리가 필요하다고 이해한 아이렌은 이드를 범인인 이유를 들기 시작했다.
아이렌: 여기 있는 모두 중에서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두 번째는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저지른 범행으로 다른 이들이 당황하거나 슬퍼하는 걸 보며 희열을 느끼려는 거지요. 안 그렇습니까, 범행 현장에 아키텍트님을 모셔 와 당황시키고 희열을 느끼려 하다가 저희에게 걸린 이드 님?
이드: 난 피해자라고! 브로(아키텍트)와 같이 범인을 찾고 있었어. 현장에서 단서를 찾는 게 당연하잖아.
아이렌: 세 번째 이유가 당연하게 필요할 것 같군요.
과연 아이렌은 모두를 납득시키고 무사히 범인을 체포할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 이어진다.
아이렌: 범인을 알겠습니다. (고개를 돌리며) 범인은 바로!
이드: 아앙...? 지금 나한테 그러는 거야?
아이렌: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고는 해도, 본래는 아르세즈 사상 최악의 지명 수배범. 잡히면 바로 단상으로 올려질 극악무도한 반달리즘 수괴입니다.
이드: 그 정도는 아냐!
아이렌: 예술가들의 정신세계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범죄자의 정신세계 또한 그렇고요. 둘 다 해당되는 이드 님에게 도덕과 상식이 통할 리 없습니다. 일단 체포하는 게 어떻습니까?
아키텍트: 아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어. 일이 또 꼬일 거야.
일행을 납득시킬 충분한 논리가 필요하다고 이해한 아이렌은 이드를 범인인 이유를 들기 시작했다.
아이렌: 여기 있는 모두 중에서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두 번째는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저지른 범행으로 다른 이들이 당황하거나 슬퍼하는 걸 보며 희열을 느끼려는 거지요. 안 그렇습니까, 범행 현장에 아키텍트님을 모셔 와 당황시키고 희열을 느끼려 하다가 저희에게 걸린 이드 님?
이드: 난 피해자라고! 브로(아키텍트)와 같이 범인을 찾고 있었어. 현장에서 단서를 찾는 게 당연하잖아.
아이렌: 세 번째 이유가 당연하게 필요할 것 같군요.
과연 아이렌은 모두를 납득시키고 무사히 범인을 체포할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 이어진다.
6.4. 보안국탐정 아이렌, 후편
아이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신사 한 분과 숙녀분들.
아키텍트: (기다리지는 않았어.)
아이렌:
이드: 지금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날 잡겠다고?
아이렌: 따라서 이것은 모두...
프록시안들이 동요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키텍트: (기다리지는 않았어.)
아이렌:
이드: 지금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날 잡겠다고?
아이렌: 따라서 이것은 모두...
프록시안들이 동요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6.5. 옷을 입는 것보다(샤레)
카페 운영 방법을 논의하고 있던 아키텍트와 아이렌에게 샤레가 찾아왔다. 이전 문명의 기록에 따르면 메이드복을 입으면 매력이 높아져서 카페 운영도 수월해진다는 말이 나왔다.
아이렌: 카페 운영에 힘을 보탤 겸, 샤레 님께서도 이 옷을 입으시면 어떻겠습니까?
샤레: 내게는 옷을 입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바쁜 일이 있다네.
아이렌: '옷을 입는 것보다...' 말입니까?
아이렌은 한껏 의아한 표정으로 아키텍트를 바라보며 몸짓을 시작했다. 마치 샤레가 옷을 입기 전 단계에 머무른 상황을 표현하려는 듯했다. 휘둥그레 뜬 눈으로, 옆에 있는 아키텍트를 보며, 샤레의 외형(콤플렉스의 원인일 수 있는)을 본인의 두 손과 상반신을 이용해 과장되게 여러 번 묘사했다.
샤레의 지성으로 보아 아마 상황 파악을 마쳤을 것이다. 이어진 샤레의 호통으로 보아 틀림없었다. 본인의 근무지 시엘관으로 돌아가는 샤레의 뒷모습을 둘은 바라보았다. 걸음걸이에도, 아까의 호통에도, 평소에 보이던 위엄이 없었다. 샤레의 호통을 여러 번 들어 본 아이렌과 아키텍트였기에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아이렌: 카페 운영에 힘을 보탤 겸, 샤레 님께서도 이 옷을 입으시면 어떻겠습니까?
샤레: 내게는 옷을 입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바쁜 일이 있다네.
아이렌: '옷을 입는 것보다...' 말입니까?
아이렌은 한껏 의아한 표정으로 아키텍트를 바라보며 몸짓을 시작했다. 마치 샤레가 옷을 입기 전 단계에 머무른 상황을 표현하려는 듯했다. 휘둥그레 뜬 눈으로, 옆에 있는 아키텍트를 보며, 샤레의 외형(콤플렉스의 원인일 수 있는)을 본인의 두 손과 상반신을 이용해 과장되게 여러 번 묘사했다.
샤레의 지성으로 보아 아마 상황 파악을 마쳤을 것이다. 이어진 샤레의 호통으로 보아 틀림없었다. 본인의 근무지 시엘관으로 돌아가는 샤레의 뒷모습을 둘은 바라보았다. 걸음걸이에도, 아까의 호통에도, 평소에 보이던 위엄이 없었다. 샤레의 호통을 여러 번 들어 본 아이렌과 아키텍트였기에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성장기가 다 끝나지 않은 듯한 외형에 대한 샤레의 콤플렉스를 아이렌이 정확히 찔렀다.
6.6. 쓰레기를 치워야(에라디카)
에라디카가 머무는 숙소를 찾아간 아키텍트 일행은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마주했다.
아이렌: 대체 이건 뭐지...? 아르세즈 쓰레기 투기조직의 소행인가?
쓰레기 속에서 에라디카가 나타났다.
에라디카: 여긴 내 방이야.
아이렌: 이런 쓰레기장 같은... 아니, 쓰레기... 에라디카 님의 방이란 말입니까?
에라디카: 무례하네, 아스니아의 프록시안은.
에라디카는 팔짱을 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평소와 다르게 더듬거린 아이렌의 물음은 단번에 가로막혔다.
아키텍트: 쓰레기는 좀 버려야 할 것 같은데.
아이렌: 숙소마다 가사로봇이... 배치됐을 겁니다.
에라디카: 로봇에게 가사를 맡기다니, 예술적이지 않잖아.
아이렌: 그럼 에라디카 님 본인이 쓰레기... 본인을... 직접 쓰레기를 치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에라디카: 무례하네, 아스니아의 프록시안은.
에라디카의 두 번째 대답은 처음과는 어딘가 달랐다. 팔짱 낀 자세도, 목소리 톤도, 눈동자의 움직임도, 얼굴색도 아까보다 조금 더 역동적이었다는 것을 그 자리에 있던 둘(셋일지도 모른다.)은 알아챌 수 있었다.
아이렌: 대체 이건 뭐지...? 아르세즈 쓰레기 투기조직의 소행인가?
쓰레기 속에서 에라디카가 나타났다.
에라디카: 여긴 내 방이야.
아이렌: 이런 쓰레기장 같은... 아니, 쓰레기... 에라디카 님의 방이란 말입니까?
에라디카: 무례하네, 아스니아의 프록시안은.
에라디카는 팔짱을 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평소와 다르게 더듬거린 아이렌의 물음은 단번에 가로막혔다.
아키텍트: 쓰레기는 좀 버려야 할 것 같은데.
아이렌: 숙소마다 가사로봇이... 배치됐을 겁니다.
에라디카: 로봇에게 가사를 맡기다니, 예술적이지 않잖아.
아이렌: 그럼 에라디카 님 본인이 쓰레기... 본인을... 직접 쓰레기를 치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에라디카: 무례하네, 아스니아의 프록시안은.
에라디카의 두 번째 대답은 처음과는 어딘가 달랐다. 팔짱 낀 자세도, 목소리 톤도, 눈동자의 움직임도, 얼굴색도 아까보다 조금 더 역동적이었다는 것을 그 자리에 있던 둘(셋일지도 모른다.)은 알아챌 수 있었다.
쓰레기 더미를 보자마자 인신공격을 할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파악해서 방법을 설계하고 실행에 옮긴 아이렌의 순발력이 돋보인다.
6.7. 1주년 기념(에라디카)
이전 문명의 달력으로 2025년 3월이 되었다. 아키텍트가 재생세계에 도착한 지 1년이 되는 때이다. 아스니아 타워 옥상정원에서 여러 문명에서 온 프록시안들이 모여 파티를 열었다.
카나타: 오늘이 아스니아에서 활동하신 지 딱 1주년이라고 들었어요. 이전 문명 방식대로 파티를 준비해 봤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유리지아: 맞아 맞아~. 한 마디로 1주년 깜짝 이벤트라는 거징! 게임도 1주년 행사가 제일 중요하잖앙!
아키텍트: (그렇구나. 오늘이 벌써...... 벌써?)
에라디카: 이전 문명이 온갖 이유로 축제를 즐긴 건 사실이다만...... 개인적인 만남도 1년 단위로 챙기는 게 일반적이던가?
이런 행사가 일반적이진 않지....
오히려 생각지도 않았던 기회야.(선택)
페이: 1년의 시작을 성대하게 기념하는 것처럼 말이죠?
아키텍트: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야.
잠깐 멈췄다가 말을 이어 나갔다.
아키텍트: 이 재생세계에 끝없는 변화를 만들겠다는 것. 도저히 구제할 수 없어 보이는 것조차도, 희망이 일찌감치 사라지고 절망만 남은 곳도, 부패하고 악한 무리도, 모두 변화시켜 보이겠어.
말을 하는 아키텍트의 시선은 어느 한 프록시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곳에 모인 프록시안들의 지성은 높았고, 덕분에 상황을 바로들 알아차렸다. 테이블 너머에서 유리지아는 대단히 즐겁다는 표정을 보였고, 아키텍트 옆에는 은은하지만 행복이 담긴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아이렌이 서 있었다.
아이렌의 복수
-끝-
카나타: 오늘이 아스니아에서 활동하신 지 딱 1주년이라고 들었어요. 이전 문명 방식대로 파티를 준비해 봤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유리지아: 맞아 맞아~. 한 마디로 1주년 깜짝 이벤트라는 거징! 게임도 1주년 행사가 제일 중요하잖앙!
아키텍트: (그렇구나. 오늘이 벌써...... 벌써?)
에라디카: 이전 문명이 온갖 이유로 축제를 즐긴 건 사실이다만...... 개인적인 만남도 1년 단위로 챙기는 게 일반적이던가?
이런 행사가 일반적이진 않지....
오히려 생각지도 않았던 기회야.(선택)
페이: 1년의 시작을 성대하게 기념하는 것처럼 말이죠?
아키텍트: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야.
잠깐 멈췄다가 말을 이어 나갔다.
아키텍트: 이 재생세계에 끝없는 변화를 만들겠다는 것. 도저히 구제할 수 없어 보이는 것조차도, 희망이 일찌감치 사라지고 절망만 남은 곳도, 부패하고 악한 무리도, 모두 변화시켜 보이겠어.
말을 하는 아키텍트의 시선은 어느 한 프록시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곳에 모인 프록시안들의 지성은 높았고, 덕분에 상황을 바로들 알아차렸다. 테이블 너머에서 유리지아는 대단히 즐겁다는 표정을 보였고, 아키텍트 옆에는 은은하지만 행복이 담긴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아이렌이 서 있었다.
아이렌의 복수
-끝-
에라디카를 쳐다보며 폭풍디스를 해서 체면을 구기게 했고 여러 프록시안들이 그것을 봄으로써 복수가 마무리되었다.